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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48 추천 : 0 글자수 : 4,006 자 2025-11-11
현우의 성공적인 대학 강연과 시범 행사 이후, 집안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럽고 활기차졌다. 현우는 잊고 있던 자신감과 열정을 되찾았고, 민재는 아빠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으며, 진수는 그런 두 남자를 보며 흐뭇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관심과 소통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민재의 미대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다시 집안 공기를 감돌기 시작했다. 민재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며 밤낮없이 그림에 매달렸고, 그 과정에서 예민함과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말수가 줄어들고, 방문을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가끔은 아빠들의 작은 관심조차 부담스러워하며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민재야, 아빠가 과일 좀 깎아왔는데… 잠깐 나와서 먹고 할래?”
진수가 조심스럽게 민재의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요. 생각 없어요.”
문 너머로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너무 그림만 그리면 힘드니까… 잠깐 쉬었다 해.”
“아, 좀! 괜찮다니까요!”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방문 안쪽에서 무언가를 던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진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돌아섰다. 아이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현우도 그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진수와 눈빛을 교환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그저 묵묵히 아이의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현우와 진수의 마음속에는 걱정이 쌓여갔다. 아이가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지쳐 쓰러지지는 않을지, 혹시라도 좋지 않은 결과에 크게 상처받지는 않을지…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무력하게 느껴졌다.
주말 아침, 현우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특별한 제안을 했다.
“민재야, 진수 씨. 우리 오늘… 훌쩍 떠나볼까?”
“네? 어딜요?”
민재와 진수가 동시에 물었다.
“겨울 바다.”
현우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히 바람 쐬고 오기 좋을 것 같아. 민재 너도 머리 좀 식힐 겸, 우리도 기분 전환할 겸.”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민재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아이 역시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진수 역시 현우의 생각에 동의했다. 세 사람은 간단하게 짐을 챙겨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동해의 한적한 겨울 바닷가였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앙상한 겨울나무와 회색빛 하늘로 조금은 스산했지만, 그 속에는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차분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차 안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세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차갑지만 상쾌한 바닷바람, 거칠게 부서지는 하얀 파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잿빛 수평선. 모든 것이 분주했던 도시의 일상과는 다른, 고요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세 사람은 두꺼운 외투 깃을 여미고 백사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마른 모래의 감촉과 귓가를 스치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듯했다.
“우와… 겨울 바다 진짜 멋있다.”
민재가 오랜만에 감탄사를 터뜨리며 말했다. 얼굴에는 오랜만에 편안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러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네.”
현우도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여기 오길 잘한 것 같아.”
진수도 민재와 현우를 보며 따뜻하게 웃었다.
한참을 걷던 세 사람은 방파제 끝에 나란히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왔지만, 서로에게 기댄 채 앉아 있으니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민재야.”
현우가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많이 힘들지?”
민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조금요.”
“뭐가 제일 힘들어?”
진수가 부드럽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민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예전처럼 재미있지가 않아요.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고… 자꾸 다른 친구들이랑 비교하게 되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어지고…”
아이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불안감과 압박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현우와 진수는 민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아이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그저 아이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그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민재야, 네 마음 충분히 이해돼.”
진수가 민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그런 불안감을 느껴. 아빠도 큰 수술 앞두고는 엄청 긴장하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거든.”
“맞아.”
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올림픽 같은 큰 시합 앞두고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잘 정도로 긴장했었어. 근데 민재야, 그거 알아? 그런 불안감은 네가 그만큼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야.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하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림 그리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민재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래, 그럴 수 있어.”
현우는 민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정말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그림 그리는 걸 잠시 멈추고, 네가 좋아하는 다른 걸 하면서 마음을 환기시키는 거야. 입시가 전부가 아니잖아. 네 인생은 훨씬 더 길고, 그림 말고도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세상에 아주 많아.”
“맞아, 민재야.”
진수도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든 아빠들은 네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응원해.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가면 물론 좋겠지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어. 그건 그냥 네 인생의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리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네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할 거야. 너는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이니까.”
두 아빠의 진심 어린 위로와 흔들림 없는 지지에, 민재는 한참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동안 혼자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들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마음속에 쌓였던 불안과 두려움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듯했다. 현우와 진수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었다.
한참 후, 울음을 그친 민재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만,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
“……고마워요, 아빠들. 제 마음… 알아주셔서… 그리고… 믿어주셔서요.”
아이는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든 힘들면 이렇게 이야기해, 아들.”
현우가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더욱 단단해진 유대감을 느꼈다. 겨울 바다는 그들에게 차가운 바람 대신,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용기와 따뜻한 위로를 선물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민재는 뒷좌석에서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오늘 큰 산 하나 넘은 것 같네.”
현우가 말했다.
“그러게.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것도 큰 용기인데… 잘 해냈어.”
진수가 동의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아이가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거겠지.”
겨울 바다에서의 하루는 세 사람 모두에게 치유와 성장의 시간이었다. 그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족이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약점을 감싸 안으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존재라는 것을. 입시라는 높은 파도는 여전히 민재 앞에 놓여 있었지만, 이제 그에게는 든든한 두 아빠라는 방파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겨울은 차가웠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의 온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민재의 미대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다시 집안 공기를 감돌기 시작했다. 민재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며 밤낮없이 그림에 매달렸고, 그 과정에서 예민함과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말수가 줄어들고, 방문을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가끔은 아빠들의 작은 관심조차 부담스러워하며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민재야, 아빠가 과일 좀 깎아왔는데… 잠깐 나와서 먹고 할래?”
진수가 조심스럽게 민재의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요. 생각 없어요.”
문 너머로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너무 그림만 그리면 힘드니까… 잠깐 쉬었다 해.”
“아, 좀! 괜찮다니까요!”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방문 안쪽에서 무언가를 던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진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돌아섰다. 아이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현우도 그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진수와 눈빛을 교환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그저 묵묵히 아이의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현우와 진수의 마음속에는 걱정이 쌓여갔다. 아이가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다가 지쳐 쓰러지지는 않을지, 혹시라도 좋지 않은 결과에 크게 상처받지는 않을지…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무력하게 느껴졌다.
주말 아침, 현우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특별한 제안을 했다.
“민재야, 진수 씨. 우리 오늘… 훌쩍 떠나볼까?”
“네? 어딜요?”
민재와 진수가 동시에 물었다.
“겨울 바다.”
현우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히 바람 쐬고 오기 좋을 것 같아. 민재 너도 머리 좀 식힐 겸, 우리도 기분 전환할 겸.”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민재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아이 역시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진수 역시 현우의 생각에 동의했다. 세 사람은 간단하게 짐을 챙겨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동해의 한적한 겨울 바닷가였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앙상한 겨울나무와 회색빛 하늘로 조금은 스산했지만, 그 속에는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차분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차 안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세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차갑지만 상쾌한 바닷바람, 거칠게 부서지는 하얀 파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잿빛 수평선. 모든 것이 분주했던 도시의 일상과는 다른, 고요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세 사람은 두꺼운 외투 깃을 여미고 백사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마른 모래의 감촉과 귓가를 스치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듯했다.
“우와… 겨울 바다 진짜 멋있다.”
민재가 오랜만에 감탄사를 터뜨리며 말했다. 얼굴에는 오랜만에 편안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러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네.”
현우도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여기 오길 잘한 것 같아.”
진수도 민재와 현우를 보며 따뜻하게 웃었다.
한참을 걷던 세 사람은 방파제 끝에 나란히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왔지만, 서로에게 기댄 채 앉아 있으니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민재야.”
현우가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요즘… 많이 힘들지?”
민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조금요.”
“뭐가 제일 힘들어?”
진수가 부드럽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민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예전처럼 재미있지가 않아요.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고… 자꾸 다른 친구들이랑 비교하게 되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어지고…”
아이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불안감과 압박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현우와 진수는 민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아이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그저 아이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그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민재야, 네 마음 충분히 이해돼.”
진수가 민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그런 불안감을 느껴. 아빠도 큰 수술 앞두고는 엄청 긴장하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거든.”
“맞아.”
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올림픽 같은 큰 시합 앞두고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잘 정도로 긴장했었어. 근데 민재야, 그거 알아? 그런 불안감은 네가 그만큼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야.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하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림 그리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민재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래, 그럴 수 있어.”
현우는 민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정말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그림 그리는 걸 잠시 멈추고, 네가 좋아하는 다른 걸 하면서 마음을 환기시키는 거야. 입시가 전부가 아니잖아. 네 인생은 훨씬 더 길고, 그림 말고도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세상에 아주 많아.”
“맞아, 민재야.”
진수도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든 아빠들은 네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응원해.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가면 물론 좋겠지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어. 그건 그냥 네 인생의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리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네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할 거야. 너는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이니까.”
두 아빠의 진심 어린 위로와 흔들림 없는 지지에, 민재는 한참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동안 혼자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들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마음속에 쌓였던 불안과 두려움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듯했다. 현우와 진수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었다.
한참 후, 울음을 그친 민재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만,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
“……고마워요, 아빠들. 제 마음… 알아주셔서… 그리고… 믿어주셔서요.”
아이는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든 힘들면 이렇게 이야기해, 아들.”
현우가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더욱 단단해진 유대감을 느꼈다. 겨울 바다는 그들에게 차가운 바람 대신,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용기와 따뜻한 위로를 선물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민재는 뒷좌석에서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오늘 큰 산 하나 넘은 것 같네.”
현우가 말했다.
“그러게.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것도 큰 용기인데… 잘 해냈어.”
진수가 동의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아이가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거겠지.”
겨울 바다에서의 하루는 세 사람 모두에게 치유와 성장의 시간이었다. 그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족이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약점을 감싸 안으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존재라는 것을. 입시라는 높은 파도는 여전히 민재 앞에 놓여 있었지만, 이제 그에게는 든든한 두 아빠라는 방파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겨울은 차가웠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의 온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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