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당한 날들 (Days of Subjugation)
4부: 복수의 완성
시간이 흘렀고, 주호의 책은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피해자의 기록을 넘어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인 변화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갔다.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부조리함에 분노한 사람들은 그들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고, 주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주호의 삶은 바빠졌다. 그는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지금의 복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사람들은 주호의 강연에 깊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그의 책은 마침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주호는 영화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왜곡되지 않도록 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자신에게 가한 폭력과 성적 학대를 낱낱이 묘사했고, 그들의 잔인함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영화가 개봉되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호가 당했던 일들은 더 이상 숨겨진 비밀이 아니었고, 대중은 가해자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영화는 곧바로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슈로 연결되었고,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주호는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주호는 조용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는 눈앞에 놓인 신문을 읽으며 자신이 이끌어낸 사회적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그는 법적으로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너희가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난 너희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주호는 자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는 이미 가해자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사회에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죄책감 없이 살아가고 있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주호는 그들에게 마지막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호는 가해자들의 정보를 추적해 알아냈다. 그들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며 복수의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는 그들이 잊고 있던 죄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들 작정이었다.
먼저 주호는 가해자 중 한 명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미성년자 시절 저질렀던 악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글과 함께, 그가 주호에게 가한 성적 폭행에 대한 증거들을 첨부했다. 그리고 그 이메일은 회사 내부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그 가해자는 직장에서 해고되었고, 그의 과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너희 중 한 명이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너희 전부야.”
주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짐했다.
주호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가해자들의 삶을 파괴해나갔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주호는 그들이 자신의 죄를 똑바로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들의 과거가 다시 세상에 알려지고, 그들이 했던 악행이 밝혀지며, 그들은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명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주호가 그가 저지른 일을 그의 약혼자와 그 가족에게 알리자 파혼을 당했다. 또 다른 가해자는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한순간에 잃었고,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주호는 그들이 겪는 고통을 지켜보며, 자신이 당했던 일을 되돌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들은 이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주호는 마지막으로 남은 가해자를 찾았다. 그는 다른 가해자들처럼 사회적 지위를 잃거나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주호가 던진 폭로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호는 그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밤, 주호는 그 가해자가 자주 가는 술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술에 취한 그가 술집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주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호는 그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야. 나 기억나?”
그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주호를 바라보았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은 순간, 그는 두려움에 질렸다.
“네가 나에게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난 매일같이 기억해. 네가 나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주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난 네가 절대로 이 일을 잊지 않도록 할 거야. 너는 앞으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게 될 거다.”
주호는 그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그 남자는 무릎을 꿇고 주호에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주호는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를 내려다보며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용서는 없어. 네가 나에게 준 고통만큼, 너도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거야.”
그날 이후, 주호는 그들을 완전히 잊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복수를 완성했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주호가 예고한 대로,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주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자신의 복수가 끝났음을 실감했다. 그는 깊이 숨을 내쉬며, 마침내 홀가분한 마음으로 창문을 닫았다. 그의 복수는 완성되었고, 이제 그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끝났어.”
주호는 조용히 속삭였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