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바스찬(5)
조회 : 87 추천 : 0 글자수 : 6,293 자 2024-12-19
세바스찬과 싸우기 시작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쿠슈슉!'
하늘이의 새로운 초생명체인 거미를 닮은 이 아이 덕에 훨씬 상황은 나아졌지만...
'...이걸로는 안된다는건가?'
세바스찬의 움직임을 조금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결판을 낼 수 없다.
한다운은 그걸 알고 있었다, 거기에 에고가 생각한 계획에는 라크네의 소환만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는 건, 역시..."
난 에고가 나에게 건넨 두 번째 알을 바라봤다.
손으로 쥐었을때 느껴지는 따뜻함, 순백의 색으로 둘러쌓여있는...
.
.
.
유정란.
무정란과 달리 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이 담긴 계란이지만...초능력자에게 유정란이란 그 의미가 조금 많이 다르다.
'뺘악~!' / '쿠슈!'
조작 계열의 초능력자는 에고나 이 거미 친구와 같은 '초생명체'를 부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 조작 계열의 오오라를 사용하면, 초생명체가 태어난다."
유정란을 쥔 한다운의 손은 떨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초생명체를...?'
생명을 부화시킨다는 부담감. 서하늘에게는 초능력의 시험이라는 과제로써 꽤나 얕게 다가왔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한다운에게만큼은 그 부담감이 누구보다도 컸다.
***
내 계열을 정확히 알게 된 건, 예선 출전의 마지막 조건. 은 씨와의 대련 때였다.
"변화 계열이요?"
"그래, 한다운. 너는 변화 계열의 초능력자다. 다만 조금 특이하게..."
은 씨는 약지 손가락에 낀 變(변)이 새겨진 반지를 내밀었다.
"변화 계열과 동시에 다른 계열 '하나'가 거의 비슷하게 강한 오오라를 띄고 있다."
그렇게 말한 은 씨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操(조)?"
새끼 손가락에 쓰여있는 한자는 操(조), 그 말은 즉.
"변화 계열이 자신의 능력을 제외하고 가장 잘 쓸 수 있는 계열은 조작 계열이긴하지만, 넌 조작 계열도 변화 계열만큼 능숙하게 쓸 수 있을거다."
내가 변화와 조작, 두 개의 계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조작 계열은 아까 설명했던 변화 계열과 꽤 비슷한 계열, 물체나 생물들의 직접적인 조종이나 조작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은 씨는 말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초능력으로 탄생하는 생명, '초생명체'의 부화가 가능하다."
"초생명체요...?"
초생명체에 대해 알게 된 건, 그때였다.
이후 이야기는 알겠지만, 난 은 씨에게 공격을 성공시켰기에 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만 대련이 끝나고 나서 은 씨는 내게 물었었다.
"그래서 한다운, 어떻게 할거지? 초생명체를 부화시킬 생각이 있나? 너와 파이트해가면서 같이 동고동락할 동료를 만들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일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초생명체를 부화시켜볼 생각이 없냐고.
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았다.
"아뇨, 안합니다."
"...아무 고민도 없는건가? 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만나본 너라면 당연히 부화시킬거라 생각했는데."
은 씨의 말대로 난 내 인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왔고, 그만큼 많은 바다 속 물고기와 동물들을 만나왔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부화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의미지?"
한다운은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바다만큼, 우리가 바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를.
***
무거웠다.
이 조그마한 알에 잠들어있는 생명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리고 자신도 없었다. 내가 부화시킬 이 초생명체에게 잘해줄 수 있을까?라는 자신이...
알을 바라볼수록 하늘이의 10라운드가 떠올랐다.
하늘이가 에어리얼에게 얼마나 잘 해줬는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가 에어리얼을 지키지 못한 건 하늘이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하늘이는 결국 에어리얼을 잃었다.
나도 그렇지 않을거란 보장은...없다.
덜덜덜...한다운의 손이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뺘악!'
에고의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에고?"
'뺙! 뺘뺙! 뺘뺘뺙!'
에고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했다.
"너...내가 망설이고 있는 걸 알고 있는거야?"
'뺘악! 뺘아악! 뺙뺙!'
난 에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애초에 하늘이도 엄청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그런데도...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알 것 같아'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에고가 뭘 말하려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뺘악!'
초능력자와 초생명체는 주종 관계가 아니다.
'뺙! 뺘뺙!'
서로 힘들때 도울 수 있는, 믿음으로 이루어진 사이.
'뺘아악...뺘뺙!'
완벽한 관계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초생명체는 자신을 만들어준 초능력자를 위해 싸운다.
'뺙! 뺘뺙!'
그리고 내가 주인이라면, 어떤 초생명체가 부화하더라도 누구보다도 잘해줄 거라고 자신은 알고 있다.
"...에고."
이렇게 말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
"네 의견은 존중한다. 그래도..."
내 거절 의사를 은 씨는 덤덤히 받아들여주셨다. 딱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네가 주인인 초생명체는 행복할거다,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어."
***
"...두 분이서 뭘 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세바스찬...!"
더 이상 망설일 틈이 없다.
"어딜...갈...생각이...ㄴ..."
퍼억!
"천서준 님, 잘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무리하지 마시길, 여기까지입니다."
"...천서준!"
...툭.
에고와 나에게 다가오던 세바스찬을 막아선 천서준이 결국 주먹을 맞고 뻗어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한다운 님과 에고 님. 그리고 도련님의 초생명체 뿐입니다."
아저씨도 하은 씨도 세바스찬에게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내가 에고에게 알을 받고 고뇌하던 사이, 가뜩이나 지쳐있던 셋에게 너무나도 시간을 끌게 만들었다.
'...쿠슈슛! 쿠슈슛!'
"당신도 다른 세 분이 저와 맞서는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거미줄을 발사했습니다, 더 이상 제 방해가 될 정도의 속도는 나오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세바스찬에게 거미줄을 발사하던 거미도 힘든 기색이 역력, 이제 남은 건 나와 에고 뿐이다.
"뭘 생각하고 계신 건지 완벽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가겠습니다."
타다닷!
세바스찬이 그렇게 말하며 한다운 쪽을 향해 돌진해왔다.
'뺘악!'
"...나도 알아, 에고!"
번쩍!
"...흠?"
한다운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세바스찬이 갑작스러운 빛에 잠시 발을 멈췄다.
한다운의 오오라가 잠시동안이지만 크게 뿜어져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부화는 절대 안시키려고 했었어, 생명을 내가 마음대로 조작해서 부화한다는게 두렵고...무서웠으니까."
하지만...하지만...만약 부화시키게 된다면...
만약...내 친구가 부화하게 된다면...!
"이 세상 무엇보다도! 널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어, 나와 함께...싸워줘!"
쩍...쩌저저적!
한다운이 오오라를 불어넣자 그 알이 커져감과 동시에 하늘색으로 색이 변하며 점점 깨져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초생명체의 부화인가요...?'
세바스찬은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끝냈다. 현재 한다운이 하려고 하는 건, 초생명체의 부화.
초생명체는 초능력자마다 그 능력 또한 천차만별, 부화를 시키려고 하는 초능력자조차 어떤 능력이 나오는지는 미지수다.
한다운이 노리는 건, 그 미지수.
"변수 창출의 기회 따위 주지 않겠습니다, 부화가 끝나기 전에 먼저...!"
세바스찬은 그 변수 창출조차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에고, 잠깐 부탁한다!"
'뺘악~! 화륵!'
한다운의 지시에 에고가 달려오는 세바스찬을 향해 화염구를 발사했다.
콰앙! 세바스찬은 날아오는 화염구를 오오라를 모은 주먹으로 박살냈다.
"소용없습니다, 잠깐의 타임로스가 생길 수는 있어도...!"
화염구가 폭발해 발생한 검은 연기를 뚫으며 세바스찬은 계속해서 돌진했다.
그리고...
"빵!"
쐐애애애애액!
세바스찬의 귀에 한다운의 목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다운의 변화 계열 능력, 위력은 강하지만 오오라를 머금은 공격으로 충분히 튕겨낼 수 있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한다운의 물총과 세바스찬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그리고...
"...!"
세바스찬은...예상하지 못한 '고통'을 느꼈다.
"예상외로군요, 한다운 님에게서 이런 위력의 공격이 나오다니..."
한다운의 물총의 최대 위력을 상회하는 위력, 하지만 분명히 소리와 오오라는 한다운의 것이었다.
어떻게 평소 위력보다도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었는가? 그 이유는...
"...앞으로 잘 부탁해."
화염구의 여파로 발생한 연기가 걷히면서 알 수 있었다.
한다운은 평소와 같이 오오라를 발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네 이름은...[레이(RAY)]다...!"
"부화한건가요, 초생명체가..."
...한다운의 옆에는 에고와는 다른 초생명체가 한 마리 있었다.
.
.
.
"네 이름은 레이다...!"
'큐우웅~'
...내 초생명체가 부화했다. 마치 작은 아기 고래를 보는 듯한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와, 진짜 귀엽네.'
무쟈게 귀엽다, 하늘이가 왜 맨날 에고를 물고빨고 했는지 이해가 되네...
물론 단지 귀여운게 끝이 아니다.
"가자, 레이랑 에고! 이 결투를...마무리 지어보자고!"
'큐웅!' / '뺘악!'
...레이의 능력으로 세바스찬에게서 벗어난다!
타다다다닷!
한다운과 레이, 에고는 그 상태로 세바스찬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걸까요, 전면전으로 승산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텐데 말입니다."
"거미 친구! 아까 그거야!"
한다운은 달려들면서 크게 외쳤다.
'쿠슈슛!'
그 목소리에 반응한 라크네가 세바스찬에게 거미줄을 발사.
"거리가 꽤 벌어진 상태에서 이 정도 속도로는..."
"맞아! 당신이 맞을리가 없지! 에고!"
'뺘아악! 화륵!'
예상대로 거미줄을 피한 세바스찬에게 에고가 화염구를 발사한다.
받아쳐도, 피해도 상관없다.
쾅!
"노리는 건 에고 님이 발사하신 화염구의 폭발로 인한 시야 차단인가요?"
아니, 노리는 건 시야차단도 에고의 공격이 먹혀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 공격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한다운의 손에 작살이 만들어졌다.
"이걸로 마무리 짓는다...! 비기 [초능력 바다(O.T.S)] 발동!"
콰르르르륵! 순식간에 거대한 물줄기가 세바스찬의 몸을 가뒀다.
바다라고 해서 범위는 크지 않아도 좋다, 세바스찬의 몸을 가둘 수 있는 정도면 충분!
"그리고...레이! [급속냉각(Quick Cooling)]...!"
콰르르르륵...쩌적!
세바스찬은 바닷물에 갇힌 걸 인지하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얼어붙었어...?'
세바스찬이 갇혀있던 바다는 어느새 단단한 얼음이 되어 완전히 얼어있었다.
세바스찬이 인지하지 못한 것은 바로...
"...우리 레이의 능력은 냉각, 아까 물총의 탄환을 얼린 것도 레이가 해준 선물이다."
'큐웅!'
한다운이 부화시킨 초생명체, 레이의 능력에 대한 것이었다.
한다운은 레이를 부화시키고, 물총을 발사했다.
물총의 탄환은 오오라로 되어있는 물의 압축체, 그것을 초생명체의 능력으로 얼린다.
초생명체는 결국 초능력자와 같은 오오라를 사용하는 존재, 그렇기에 세바스찬은 급격하게 올라간 위력의 근원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가 있어도 당신을 무력으로 쓰러뜨리는 건 무리였지.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한거다."
한다운이 레이의 능력을 확인하고 나서 세운 계획은 단순했다.
이길 수 없다면 벗어나라.
초능력 바다로 세바스찬의 몸을 최대한 빨리 바다로 뒤덮고, 레이의 능력으로 얼린다.
그렇게 되면 세바스찬의 움직임은 얼음이 녹기 전까지 봉인할 수 있다.
그 사이의 시간동안...남은 친구들을 데리고 세바스찬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야 하는데...
"하아...하아...얼른 전부를 데리고...가야하는데..."
털썩!
'큐웅?!' / '뺘악?!'
...한다운의 몸 또한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였다.
'쿠슈슉!'
하늘이의 새로운 초생명체인 거미를 닮은 이 아이 덕에 훨씬 상황은 나아졌지만...
'...이걸로는 안된다는건가?'
세바스찬의 움직임을 조금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결판을 낼 수 없다.
한다운은 그걸 알고 있었다, 거기에 에고가 생각한 계획에는 라크네의 소환만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는 건, 역시..."
난 에고가 나에게 건넨 두 번째 알을 바라봤다.
손으로 쥐었을때 느껴지는 따뜻함, 순백의 색으로 둘러쌓여있는...
.
.
.
유정란.
무정란과 달리 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이 담긴 계란이지만...초능력자에게 유정란이란 그 의미가 조금 많이 다르다.
'뺘악~!' / '쿠슈!'
조작 계열의 초능력자는 에고나 이 거미 친구와 같은 '초생명체'를 부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 조작 계열의 오오라를 사용하면, 초생명체가 태어난다."
유정란을 쥔 한다운의 손은 떨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초생명체를...?'
생명을 부화시킨다는 부담감. 서하늘에게는 초능력의 시험이라는 과제로써 꽤나 얕게 다가왔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한다운에게만큼은 그 부담감이 누구보다도 컸다.
***
내 계열을 정확히 알게 된 건, 예선 출전의 마지막 조건. 은 씨와의 대련 때였다.
"변화 계열이요?"
"그래, 한다운. 너는 변화 계열의 초능력자다. 다만 조금 특이하게..."
은 씨는 약지 손가락에 낀 變(변)이 새겨진 반지를 내밀었다.
"변화 계열과 동시에 다른 계열 '하나'가 거의 비슷하게 강한 오오라를 띄고 있다."
그렇게 말한 은 씨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操(조)?"
새끼 손가락에 쓰여있는 한자는 操(조), 그 말은 즉.
"변화 계열이 자신의 능력을 제외하고 가장 잘 쓸 수 있는 계열은 조작 계열이긴하지만, 넌 조작 계열도 변화 계열만큼 능숙하게 쓸 수 있을거다."
내가 변화와 조작, 두 개의 계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조작 계열은 아까 설명했던 변화 계열과 꽤 비슷한 계열, 물체나 생물들의 직접적인 조종이나 조작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은 씨는 말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초능력으로 탄생하는 생명, '초생명체'의 부화가 가능하다."
"초생명체요...?"
초생명체에 대해 알게 된 건, 그때였다.
이후 이야기는 알겠지만, 난 은 씨에게 공격을 성공시켰기에 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만 대련이 끝나고 나서 은 씨는 내게 물었었다.
"그래서 한다운, 어떻게 할거지? 초생명체를 부화시킬 생각이 있나? 너와 파이트해가면서 같이 동고동락할 동료를 만들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일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초생명체를 부화시켜볼 생각이 없냐고.
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았다.
"아뇨, 안합니다."
"...아무 고민도 없는건가? 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만나본 너라면 당연히 부화시킬거라 생각했는데."
은 씨의 말대로 난 내 인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왔고, 그만큼 많은 바다 속 물고기와 동물들을 만나왔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부화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의미지?"
한다운은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바다만큼, 우리가 바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를.
***
무거웠다.
이 조그마한 알에 잠들어있는 생명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리고 자신도 없었다. 내가 부화시킬 이 초생명체에게 잘해줄 수 있을까?라는 자신이...
알을 바라볼수록 하늘이의 10라운드가 떠올랐다.
하늘이가 에어리얼에게 얼마나 잘 해줬는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가 에어리얼을 지키지 못한 건 하늘이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하늘이는 결국 에어리얼을 잃었다.
나도 그렇지 않을거란 보장은...없다.
덜덜덜...한다운의 손이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뺘악!'
에고의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에고?"
'뺙! 뺘뺙! 뺘뺘뺙!'
에고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했다.
"너...내가 망설이고 있는 걸 알고 있는거야?"
'뺘악! 뺘아악! 뺙뺙!'
난 에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애초에 하늘이도 엄청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그런데도...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알 것 같아'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에고가 뭘 말하려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뺘악!'
초능력자와 초생명체는 주종 관계가 아니다.
'뺙! 뺘뺙!'
서로 힘들때 도울 수 있는, 믿음으로 이루어진 사이.
'뺘아악...뺘뺙!'
완벽한 관계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초생명체는 자신을 만들어준 초능력자를 위해 싸운다.
'뺙! 뺘뺙!'
그리고 내가 주인이라면, 어떤 초생명체가 부화하더라도 누구보다도 잘해줄 거라고 자신은 알고 있다.
"...에고."
이렇게 말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
"네 의견은 존중한다. 그래도..."
내 거절 의사를 은 씨는 덤덤히 받아들여주셨다. 딱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네가 주인인 초생명체는 행복할거다,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어."
***
"...두 분이서 뭘 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세바스찬...!"
더 이상 망설일 틈이 없다.
"어딜...갈...생각이...ㄴ..."
퍼억!
"천서준 님, 잘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무리하지 마시길, 여기까지입니다."
"...천서준!"
...툭.
에고와 나에게 다가오던 세바스찬을 막아선 천서준이 결국 주먹을 맞고 뻗어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한다운 님과 에고 님. 그리고 도련님의 초생명체 뿐입니다."
아저씨도 하은 씨도 세바스찬에게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내가 에고에게 알을 받고 고뇌하던 사이, 가뜩이나 지쳐있던 셋에게 너무나도 시간을 끌게 만들었다.
'...쿠슈슛! 쿠슈슛!'
"당신도 다른 세 분이 저와 맞서는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거미줄을 발사했습니다, 더 이상 제 방해가 될 정도의 속도는 나오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세바스찬에게 거미줄을 발사하던 거미도 힘든 기색이 역력, 이제 남은 건 나와 에고 뿐이다.
"뭘 생각하고 계신 건지 완벽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가겠습니다."
타다닷!
세바스찬이 그렇게 말하며 한다운 쪽을 향해 돌진해왔다.
'뺘악!'
"...나도 알아, 에고!"
번쩍!
"...흠?"
한다운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세바스찬이 갑작스러운 빛에 잠시 발을 멈췄다.
한다운의 오오라가 잠시동안이지만 크게 뿜어져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부화는 절대 안시키려고 했었어, 생명을 내가 마음대로 조작해서 부화한다는게 두렵고...무서웠으니까."
하지만...하지만...만약 부화시키게 된다면...
만약...내 친구가 부화하게 된다면...!
"이 세상 무엇보다도! 널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어, 나와 함께...싸워줘!"
쩍...쩌저저적!
한다운이 오오라를 불어넣자 그 알이 커져감과 동시에 하늘색으로 색이 변하며 점점 깨져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초생명체의 부화인가요...?'
세바스찬은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끝냈다. 현재 한다운이 하려고 하는 건, 초생명체의 부화.
초생명체는 초능력자마다 그 능력 또한 천차만별, 부화를 시키려고 하는 초능력자조차 어떤 능력이 나오는지는 미지수다.
한다운이 노리는 건, 그 미지수.
"변수 창출의 기회 따위 주지 않겠습니다, 부화가 끝나기 전에 먼저...!"
세바스찬은 그 변수 창출조차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에고, 잠깐 부탁한다!"
'뺘악~! 화륵!'
한다운의 지시에 에고가 달려오는 세바스찬을 향해 화염구를 발사했다.
콰앙! 세바스찬은 날아오는 화염구를 오오라를 모은 주먹으로 박살냈다.
"소용없습니다, 잠깐의 타임로스가 생길 수는 있어도...!"
화염구가 폭발해 발생한 검은 연기를 뚫으며 세바스찬은 계속해서 돌진했다.
그리고...
"빵!"
쐐애애애애액!
세바스찬의 귀에 한다운의 목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다운의 변화 계열 능력, 위력은 강하지만 오오라를 머금은 공격으로 충분히 튕겨낼 수 있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한다운의 물총과 세바스찬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그리고...
"...!"
세바스찬은...예상하지 못한 '고통'을 느꼈다.
"예상외로군요, 한다운 님에게서 이런 위력의 공격이 나오다니..."
한다운의 물총의 최대 위력을 상회하는 위력, 하지만 분명히 소리와 오오라는 한다운의 것이었다.
어떻게 평소 위력보다도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었는가? 그 이유는...
"...앞으로 잘 부탁해."
화염구의 여파로 발생한 연기가 걷히면서 알 수 있었다.
한다운은 평소와 같이 오오라를 발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네 이름은...[레이(RAY)]다...!"
"부화한건가요, 초생명체가..."
...한다운의 옆에는 에고와는 다른 초생명체가 한 마리 있었다.
.
.
.
"네 이름은 레이다...!"
'큐우웅~'
...내 초생명체가 부화했다. 마치 작은 아기 고래를 보는 듯한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와, 진짜 귀엽네.'
무쟈게 귀엽다, 하늘이가 왜 맨날 에고를 물고빨고 했는지 이해가 되네...
물론 단지 귀여운게 끝이 아니다.
"가자, 레이랑 에고! 이 결투를...마무리 지어보자고!"
'큐웅!' / '뺘악!'
...레이의 능력으로 세바스찬에게서 벗어난다!
타다다다닷!
한다운과 레이, 에고는 그 상태로 세바스찬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걸까요, 전면전으로 승산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텐데 말입니다."
"거미 친구! 아까 그거야!"
한다운은 달려들면서 크게 외쳤다.
'쿠슈슛!'
그 목소리에 반응한 라크네가 세바스찬에게 거미줄을 발사.
"거리가 꽤 벌어진 상태에서 이 정도 속도로는..."
"맞아! 당신이 맞을리가 없지! 에고!"
'뺘아악! 화륵!'
예상대로 거미줄을 피한 세바스찬에게 에고가 화염구를 발사한다.
받아쳐도, 피해도 상관없다.
쾅!
"노리는 건 에고 님이 발사하신 화염구의 폭발로 인한 시야 차단인가요?"
아니, 노리는 건 시야차단도 에고의 공격이 먹혀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 공격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한다운의 손에 작살이 만들어졌다.
"이걸로 마무리 짓는다...! 비기 [초능력 바다(O.T.S)] 발동!"
콰르르르륵! 순식간에 거대한 물줄기가 세바스찬의 몸을 가뒀다.
바다라고 해서 범위는 크지 않아도 좋다, 세바스찬의 몸을 가둘 수 있는 정도면 충분!
"그리고...레이! [급속냉각(Quick Cooling)]...!"
콰르르르륵...쩌적!
세바스찬은 바닷물에 갇힌 걸 인지하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얼어붙었어...?'
세바스찬이 갇혀있던 바다는 어느새 단단한 얼음이 되어 완전히 얼어있었다.
세바스찬이 인지하지 못한 것은 바로...
"...우리 레이의 능력은 냉각, 아까 물총의 탄환을 얼린 것도 레이가 해준 선물이다."
'큐웅!'
한다운이 부화시킨 초생명체, 레이의 능력에 대한 것이었다.
한다운은 레이를 부화시키고, 물총을 발사했다.
물총의 탄환은 오오라로 되어있는 물의 압축체, 그것을 초생명체의 능력으로 얼린다.
초생명체는 결국 초능력자와 같은 오오라를 사용하는 존재, 그렇기에 세바스찬은 급격하게 올라간 위력의 근원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가 있어도 당신을 무력으로 쓰러뜨리는 건 무리였지.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한거다."
한다운이 레이의 능력을 확인하고 나서 세운 계획은 단순했다.
이길 수 없다면 벗어나라.
초능력 바다로 세바스찬의 몸을 최대한 빨리 바다로 뒤덮고, 레이의 능력으로 얼린다.
그렇게 되면 세바스찬의 움직임은 얼음이 녹기 전까지 봉인할 수 있다.
그 사이의 시간동안...남은 친구들을 데리고 세바스찬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야 하는데...
"하아...하아...얼른 전부를 데리고...가야하는데..."
털썩!
'큐웅?!' / '뺘악?!'
...한다운의 몸 또한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였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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