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바스찬(7)
조회 : 190 추천 : 0 글자수 : 5,290 자 2024-12-24
...하?
분명히 똑똑히 들었는데,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애초에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어째서 형이 부모님을 죽였는지...?"
"그렇습니다."
세바스찬의 말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형이 부모님을 죽인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
.
.
세바스찬의 말을 듣고 나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은 날 자의로 버렸다.' 라는 사실.
사실...그렇게 알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사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찾지 못한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는 내추럴 공화국 출신이라고 했다.
내추럴 공화국은 초능력과 관계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갈 수 없는 내핵에 위치해있다고 했지.
그런데 난 한국에 버려졌다, 누가봐도 고의로 버렸다는 것쯤은 바보라도 알 것이다.
그래도...그래도...형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죽인걸까, 부모님이 죽었다면...
"...도대체 왜 죽인건데요?! 이러면 전 누구를...누구를 원망해야하는건데요!"
난 누구를 원망해야하는건지...모르겠다.
"도련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우선 천천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지요."
그렇게 말하며 세바스찬이 천천히 오오라를 두른 손으로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따뜻한 오오라가 천천히 몸에 스며들며 점점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얘기 계속 하셔도 괜찮습니다."
내가 진정된 걸 확인한 세바스찬은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계속 말하겠습니다, 먼저 서우주 도련님과 서하늘 도련님은 쌍둥이랍니다. 서우주 도련님께서 몇 초 더 일찍 태어나셨기에 서하늘 도련님의 형님이 되셨죠."
"쌍둥이...?"
"그리고 서하늘 도련님, 도련님께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아채신 건 언제쯤이신지요?"
내가 초능력자라는 걸 알게된 건, 아무 생각없이 숟가락에 힘을 줬을때 구부러진 걸 알아챘을 때.
"파이트의 예선과 본선 시작 전 준비기간을 전부 포함해도 두 달 정도밖에 안된 것 같습니다."
"역시 그러셨군요, 서하늘 도련님은 내추럴 공화국 출신의 초능력자이면서도 매우 늦게 초능력을 인지하신 편에 속한답니다."
"...그런가요? 파이트 예선 때는 전부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내추럴 공화국은 CoN님이 계시는 공간 자체, 아무리 오래 걸려도 2살 내외로 초능력이 각성하게 된답니다."
2살 내외...? 내가 17살에 초능력을 각성했으니 15년이 늦은건가.
"다만 서하늘 도련님은 사정이 조금 틀렸습니다, 처음에 오오라 자체가 아예 발현되지 않았거든요."
"그럼 형은요?"
"서하늘 도련님과 정반대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웬만한 초능력자들을 월등히 앞서는 오오라량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서우주, 형을 처음 만났을때도 확실히 형은 계속해서 몸으로 오오라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차이가 컸다는건가...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재능이 보인 서우주 도련님, 오오라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서하늘 도련님. 그런 둘을 두고 주인님들이 내린 선택은 너무나도 냉혹한 것이었습니다."
"...절 버리고 형을 선택한건가요?"
세바스찬은 내 얘기를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는 뜻이겠지만...
'그럼 도대체 왜...?'
의문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닌 형을 선택했고, 날 버렸다.
형 입장에선 혼자 모든 사랑을 독차지했을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을 본인 손으로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도련님께선."
"네,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형이 부모님을 죽일 이유가 없잖아요..."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벌써 7년도 더 된 일이지만 말이죠."
"이유가...있다구요?"
그렇게 말한 세바스찬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모두가 치료당한 후 누워있는 쪽, 그 중에서도 에고와 라크네, 레이가 있는 쪽이었다.
"서하늘 도련님이 10라운드 때, 불러내셨던 초생명체를 기억하고 계신지요?"
"...분명히 형도 사용했던..."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을까, 천서준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몰아붙이고 이번 본선 시작 전에도 나한테 공격을 퍼부은 녀석이다.
태초의 불꽃, 이프리트(عفريت).
"서우주 도련님이 갓난아기 때부터 엄청난 오오라를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이프리트라는 존재의 힘이 컸습니다. 주인님들도 그 힘에 눈독을 들여 서우주 도련님을 있는 힘껏 서포트하며 단련시키셨죠. 이 파이트를 위해서 말입니다."
형이 부모님을 죽인지 벌써 7년이나 됐다면, 부모님이 어린 형을 단련시켰다고 했을때 못해도 10년 이상...?
"다만 어느 순간, 서우주 도련님도 주인님들도 무언가를 눈치채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서우주 도련님의 오오라의 기둥으로 생각되었던 이프리트에게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세바스찬이 그 상태로 내 가슴을 쿡 찔렀다.
"그 무언가가 서하늘 도련님에게 있다는 것을."
이프리트에게 부족한 무언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애초에 10라운드에서 서준이와 결판을 낸 게 이프리트인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싸운 건 내가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나, 서하늘.
"...그게 무ㅅ..."
그 순간, 서하늘의 고개가 뚝 끊기듯이 숙여졌다.
"...도련님? 무슨 일이신지..."
세바스찬은 재빨리 서하늘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전에...
"잠시 얘기 좀 할까, 집사?"
...서하늘이 먼저 세바스찬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세바스찬은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건, 아까까지 이야길 나누던 서하늘이 아니다. 라는 것 쯤은...
"...전 당신이 아닌 서하늘 도련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만..."
"방해할 생각은 없어, 내가 너한테 몇 가지 할 얘기만 하고 바로 교대하지."
세바스찬의 몸에서 천천히 오오라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내 포근하고 인자했던 눈빛이...어두워진다.
"...네가 서하늘 도련님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인건 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뭐인지 나도, 서우주 님도 알고 계신다. 그 의미가 뭔지..."
척!
서하늘의 머리 쪽에 오른쪽 손가락이 총 모양으로 겨눠졌다, 세바스찬의 손은 아니다.
익숙한 모양의 화상자국으로 불타있는 손가락.
서하늘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직접 겨누고 있다.
"...내가 부탁하는 입장은 아니거든, 얌전히 듣기만 하면 네 도련님의 뇌가 작살나는 일은 없을거다."
그렇게 말한 서하늘, 이젠 서하늘이라고 부르는게 맞는지 모를 누군가의 손가락에 천천히 오오라가 모이기 시작한다.
진심이다, 자폭성 공격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 자의 눈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 지금 서하늘의 뇌가 박살나던지 말던지...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너무나도 공허한 눈으로 세바스찬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나타난거지?"
세바스찬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가능한 건 그저 물어볼 수 밖에...
"이프리트(عفريت), 너무 많은 걸 말한다면...곧바로 날 다시 보게 될 거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 어둡지만...붉게, 거대한 화염처럼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넌 날 마지막으로 보게 될 것이다, 집사."
툭.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하늘의 머리 색은 순식간에 검은 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래서요? 세바스찬 씨."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 이야기에 대해 묻는 서하늘이...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그 사이의 기억은 없으신걸까요.'
"...주인님께서는 그 무언가가 뭔지를 정확히는 몰랐지만, 만약 있다고 하면...쌍둥이이신 서하늘 도련님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네...? 그건 또 무슨..."
"7년 전, 주인님들은 서하늘 도련님을 다시 데려오려고 하셨습니다."
뭐...?
"...그렇다는 건, 전 다시 가족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아뇨, 정반대입니다. 만약 도련님께서 주인님들 품으로 돌아가셨다면..."
세바스찬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서하늘 도련님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을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여기까지입니다."
세바스찬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서, 내 쪽으로 무릎을 꿇었다.
"...?"
"전부 말해드릴 수는 없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셔서...감사합니다.
서하늘은 갑작스럽게 끝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가족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있었지만, 그 끝에 있는 건 본인의 죽음. 받아들이는 건 당연히 무리다.
서하늘은 그대로 자신에게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바스찬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무나도...슬픈 표정.'
그의 얼굴은 너무도 슬픈 표정이었다.
...아마도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 상태로 세바스찬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이걸로 괜찮으시다면, 저 세바스찬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결선에서 뵙겠습니다, 도련님."
아까 모두에게 했던 말을 내게도 한 세바스찬은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하늘은 그런 세바스찬을 바라보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했다.
7년 전, 부모님은 나를 다시 데려오려 했고.
...나를 죽이려고 하셨다.
그리고 형이 부모님을 죽인 것도...7년 전이다.
"...세바스찬 씨! 하...한 가지만 더...!"
떠나려던 세바스찬을 멈춰세운 서하늘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세바스찬 씨께서 해주신 말이...형이 부모님을...그렇게 한 이유인건가요?"
"......"
세바스찬은 등을 돌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세바스찬이 해준 이야기만으로는 형이 부모님을 죽인 자세한 일까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해진 건...형이 부모님을 죽인 이유는...
"...날 위해서...라는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위해서였다는걸까?
"아무래도 아직 도련님은 궁금하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세바스찬은 어느새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태였다.
"...세바스찬 씨,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무엇이 궁금하신지요."
난 부모님을 죽인 형을 무작정 원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난 형애 대해 잘 모른다.
"...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형에 대해 알고 싶다.
분명히 똑똑히 들었는데,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애초에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어째서 형이 부모님을 죽였는지...?"
"그렇습니다."
세바스찬의 말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형이 부모님을 죽인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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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찬의 말을 듣고 나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은 날 자의로 버렸다.' 라는 사실.
사실...그렇게 알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사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찾지 못한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는 내추럴 공화국 출신이라고 했다.
내추럴 공화국은 초능력과 관계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갈 수 없는 내핵에 위치해있다고 했지.
그런데 난 한국에 버려졌다, 누가봐도 고의로 버렸다는 것쯤은 바보라도 알 것이다.
그래도...그래도...형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죽인걸까, 부모님이 죽었다면...
"...도대체 왜 죽인건데요?! 이러면 전 누구를...누구를 원망해야하는건데요!"
난 누구를 원망해야하는건지...모르겠다.
"도련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우선 천천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지요."
그렇게 말하며 세바스찬이 천천히 오오라를 두른 손으로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따뜻한 오오라가 천천히 몸에 스며들며 점점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얘기 계속 하셔도 괜찮습니다."
내가 진정된 걸 확인한 세바스찬은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계속 말하겠습니다, 먼저 서우주 도련님과 서하늘 도련님은 쌍둥이랍니다. 서우주 도련님께서 몇 초 더 일찍 태어나셨기에 서하늘 도련님의 형님이 되셨죠."
"쌍둥이...?"
"그리고 서하늘 도련님, 도련님께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아채신 건 언제쯤이신지요?"
내가 초능력자라는 걸 알게된 건, 아무 생각없이 숟가락에 힘을 줬을때 구부러진 걸 알아챘을 때.
"파이트의 예선과 본선 시작 전 준비기간을 전부 포함해도 두 달 정도밖에 안된 것 같습니다."
"역시 그러셨군요, 서하늘 도련님은 내추럴 공화국 출신의 초능력자이면서도 매우 늦게 초능력을 인지하신 편에 속한답니다."
"...그런가요? 파이트 예선 때는 전부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내추럴 공화국은 CoN님이 계시는 공간 자체, 아무리 오래 걸려도 2살 내외로 초능력이 각성하게 된답니다."
2살 내외...? 내가 17살에 초능력을 각성했으니 15년이 늦은건가.
"다만 서하늘 도련님은 사정이 조금 틀렸습니다, 처음에 오오라 자체가 아예 발현되지 않았거든요."
"그럼 형은요?"
"서하늘 도련님과 정반대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웬만한 초능력자들을 월등히 앞서는 오오라량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서우주, 형을 처음 만났을때도 확실히 형은 계속해서 몸으로 오오라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차이가 컸다는건가...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재능이 보인 서우주 도련님, 오오라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서하늘 도련님. 그런 둘을 두고 주인님들이 내린 선택은 너무나도 냉혹한 것이었습니다."
"...절 버리고 형을 선택한건가요?"
세바스찬은 내 얘기를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는 뜻이겠지만...
'그럼 도대체 왜...?'
의문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닌 형을 선택했고, 날 버렸다.
형 입장에선 혼자 모든 사랑을 독차지했을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을 본인 손으로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도련님께선."
"네,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형이 부모님을 죽일 이유가 없잖아요..."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벌써 7년도 더 된 일이지만 말이죠."
"이유가...있다구요?"
그렇게 말한 세바스찬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모두가 치료당한 후 누워있는 쪽, 그 중에서도 에고와 라크네, 레이가 있는 쪽이었다.
"서하늘 도련님이 10라운드 때, 불러내셨던 초생명체를 기억하고 계신지요?"
"...분명히 형도 사용했던..."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을까, 천서준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몰아붙이고 이번 본선 시작 전에도 나한테 공격을 퍼부은 녀석이다.
태초의 불꽃, 이프리트(عفريت).
"서우주 도련님이 갓난아기 때부터 엄청난 오오라를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이프리트라는 존재의 힘이 컸습니다. 주인님들도 그 힘에 눈독을 들여 서우주 도련님을 있는 힘껏 서포트하며 단련시키셨죠. 이 파이트를 위해서 말입니다."
형이 부모님을 죽인지 벌써 7년이나 됐다면, 부모님이 어린 형을 단련시켰다고 했을때 못해도 10년 이상...?
"다만 어느 순간, 서우주 도련님도 주인님들도 무언가를 눈치채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서우주 도련님의 오오라의 기둥으로 생각되었던 이프리트에게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세바스찬이 그 상태로 내 가슴을 쿡 찔렀다.
"그 무언가가 서하늘 도련님에게 있다는 것을."
이프리트에게 부족한 무언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애초에 10라운드에서 서준이와 결판을 낸 게 이프리트인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싸운 건 내가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나, 서하늘.
"...그게 무ㅅ..."
그 순간, 서하늘의 고개가 뚝 끊기듯이 숙여졌다.
"...도련님? 무슨 일이신지..."
세바스찬은 재빨리 서하늘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전에...
"잠시 얘기 좀 할까, 집사?"
...서하늘이 먼저 세바스찬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세바스찬은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건, 아까까지 이야길 나누던 서하늘이 아니다. 라는 것 쯤은...
"...전 당신이 아닌 서하늘 도련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만..."
"방해할 생각은 없어, 내가 너한테 몇 가지 할 얘기만 하고 바로 교대하지."
세바스찬의 몸에서 천천히 오오라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내 포근하고 인자했던 눈빛이...어두워진다.
"...네가 서하늘 도련님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인건 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뭐인지 나도, 서우주 님도 알고 계신다. 그 의미가 뭔지..."
척!
서하늘의 머리 쪽에 오른쪽 손가락이 총 모양으로 겨눠졌다, 세바스찬의 손은 아니다.
익숙한 모양의 화상자국으로 불타있는 손가락.
서하늘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직접 겨누고 있다.
"...내가 부탁하는 입장은 아니거든, 얌전히 듣기만 하면 네 도련님의 뇌가 작살나는 일은 없을거다."
그렇게 말한 서하늘, 이젠 서하늘이라고 부르는게 맞는지 모를 누군가의 손가락에 천천히 오오라가 모이기 시작한다.
진심이다, 자폭성 공격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 자의 눈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 지금 서하늘의 뇌가 박살나던지 말던지...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너무나도 공허한 눈으로 세바스찬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나타난거지?"
세바스찬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가능한 건 그저 물어볼 수 밖에...
"이프리트(عفريت), 너무 많은 걸 말한다면...곧바로 날 다시 보게 될 거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 어둡지만...붉게, 거대한 화염처럼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넌 날 마지막으로 보게 될 것이다, 집사."
툭.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하늘의 머리 색은 순식간에 검은 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래서요? 세바스찬 씨."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 이야기에 대해 묻는 서하늘이...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그 사이의 기억은 없으신걸까요.'
"...주인님께서는 그 무언가가 뭔지를 정확히는 몰랐지만, 만약 있다고 하면...쌍둥이이신 서하늘 도련님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네...? 그건 또 무슨..."
"7년 전, 주인님들은 서하늘 도련님을 다시 데려오려고 하셨습니다."
뭐...?
"...그렇다는 건, 전 다시 가족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아뇨, 정반대입니다. 만약 도련님께서 주인님들 품으로 돌아가셨다면..."
세바스찬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서하늘 도련님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을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여기까지입니다."
세바스찬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서, 내 쪽으로 무릎을 꿇었다.
"...?"
"전부 말해드릴 수는 없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셔서...감사합니다.
서하늘은 갑작스럽게 끝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가족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있었지만, 그 끝에 있는 건 본인의 죽음. 받아들이는 건 당연히 무리다.
서하늘은 그대로 자신에게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바스찬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무나도...슬픈 표정.'
그의 얼굴은 너무도 슬픈 표정이었다.
...아마도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 상태로 세바스찬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이걸로 괜찮으시다면, 저 세바스찬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결선에서 뵙겠습니다, 도련님."
아까 모두에게 했던 말을 내게도 한 세바스찬은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하늘은 그런 세바스찬을 바라보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했다.
7년 전, 부모님은 나를 다시 데려오려 했고.
...나를 죽이려고 하셨다.
그리고 형이 부모님을 죽인 것도...7년 전이다.
"...세바스찬 씨! 하...한 가지만 더...!"
떠나려던 세바스찬을 멈춰세운 서하늘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세바스찬 씨께서 해주신 말이...형이 부모님을...그렇게 한 이유인건가요?"
"......"
세바스찬은 등을 돌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세바스찬이 해준 이야기만으로는 형이 부모님을 죽인 자세한 일까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해진 건...형이 부모님을 죽인 이유는...
"...날 위해서...라는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위해서였다는걸까?
"아무래도 아직 도련님은 궁금하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세바스찬은 어느새 다시 내 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태였다.
"...세바스찬 씨,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무엇이 궁금하신지요."
난 부모님을 죽인 형을 무작정 원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난 형애 대해 잘 모른다.
"...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형에 대해 알고 싶다.
작가의 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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