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무엇이 옳은 것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조회 : 217 추천 : 0 글자수 : 5,481 자 2025-01-07
"...쿠헑!"
"세바스찬 씨...?!"
.
.
.
주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피가 세바스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깔끔했던 정장과 넥타이는 거대한 검에 꿰뚫려 완전히 너덜너덜, 안에 입고 있던 새하얀 셔츠도 붉게 물들어간다.
"...강유리 수녀님, 속죄라는게 이런 건가요? 하나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행위인건가요...?"
내 물음에 강유리 수녀님은 망설이지 않았다.
"부족해요, 그만큼...서우주와 그들의 죄는 너무나도 크답니다."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세바스찬의 몸에서 뽑혀나왔다.
툭.
...세바스찬은 그 상태로 일어서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세바스찬 씨!"
서하늘은 그 상태로 세바스찬에게 달려갔다. 그 상태로 세바스찬의 몸을 살폈다.
"세바스찬 씨...정신 좀 차려봐요, 세바스찬 씨..."
쓰러진 세바스찬의 몸을 살피며 서하늘의 손 또한 피가 묻는다, 이미 찢어져버린 옷들의 터져나온 실들에 그 피가 묻어 더욱 번져나간다.
"세바스찬 ㅆ..."
"미카엘이라는 천사의 검은 세바스찬의 심장, 그리고 방금 공격으로 그나마 작동하던 장기들까지 완전히 꿰뚫었다."
세바스찬을 애타게 부르는 서하늘의 옆으로 천서준이 걸어와 입을 열었다.
"서하늘...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너도 알고 있을거다. 새롭게 배운 초능력의 경지를 써도 할 수는 없겠지만 세바스찬의 능력을 쓴다고해도 세바스찬은 죽는다."
"..."
세바스찬의 상처는 가벼운 타박상이나 베인 상처, 흉터로 남아버린 화상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처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심장과 주요 장기들은 이미 전부 검에 꿰뚫려 활동을 멈추고도 남았을 것이고, 아니...
'...차갑다.'
세바스찬의 몸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숨은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서하늘."
"알아, 안다고..."
천서준이 말하지 않아도, 서하늘도 그런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하늘은 세바스찬을 놓지 못했다, 그와 같은 초능력자가 죽어야하는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할지 몰라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생명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죠, 저도 하늘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강유리 수녀님의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그를, 세바스찬을 손에서 놓아주세요. 그의 생명을 앗아간 제가...마무리지을 문제입니다."
"..."
...강유리 수녀님을 17년동안 봐왔다, 그리고 강유리 수녀님이 세바스찬 씨를 죽였다.
마무리 짓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강유리 수녀님이 세바스찬 씨를 능욕하거나 하는 일을 하실 분은 절대 아니다.
...분명히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강유리 수녀님의 말은 항상 내게 힘이 되어주었다.
지금도...강유리 수녀님의 목소리는 나에게 따뜻하게 다가오고 있으니까...
툭.
서하늘의 품에서 세바스찬의 몸이 내려졌다.
"...괜찮은거냐, 서하늘."
천서준의 물음에 서하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인 혼란스러움이 서하늘에겐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서하늘의 머리에...
턱.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면 안 괜찮으시면 안 괜찮다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도련님."
"...!"
장갑을 끼운 손의 질감, 세바스찬이 서하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서있었다.
물론 몸에 거대한 구멍이 두 개...전혀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강유리 님,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싸울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럼에도 강유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철컥!
강유리가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와 동시에 세바스찬의 목에 미카엘의 검이 드리웠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죠?"
"분명히 돌아갈 의무는 있지만, 이미 상관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겁니다."
그렇게 말한 세바스찬은 강유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내 능력은 도련님의 것인지 오래, 내 역할은 진작에 끝났다는거다."
"형의...?"
'방금 세바스찬의 말은...?'
그 말을 들은 미카엘의 검이 살짝이지만 세바스찬의 목을 누르고, 그 자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그게 전부인가요? 세바스찬."
"...실례가 안된다면 한 마디만 더 하지."
그렇게 말한 세바스찬은 서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도련님의 불(火)을 꺼뜨리지 말아주세요, 이 늙은이의 마지막..."
서겅!
"부...탁입...니...ㄷ."
*
SUPER☆NATURAL 본선, 외핵 어딘가.
익숙한 모습의 남자가 두 명의 초능력자와 함께 천천히 걷고 있다.
화려한 옷들과, 불타는 것처럼 흐르고 있는 오오라, 햇빛을 반사해내는 고글.
우리는 이 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서하늘의 형, 서우주. 그리고 그런 서우주의 뒤에는 두꺼운 로브를 쓴 두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 멈춰섰다.
"...세바스찬 님이...?"
먼저 입을 연 건 그의 뒤에 있던 초능력자 중 한 명이었다.
"하늘의 사ㅈ..."
그의 옆에 있던 로브도 입을 열려는 듯이 보였지만...
"쉿."
그 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들어올린 서우주의 한 마디에 금방 침묵했다.
그렇게 말한 서우주의 표정에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세바스찬."
다만...
"네가 말했잖아, 네 역할은 마지막까지 날 주인으로써 섬기는 거라고..."
서우주의 미소는 그리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나한테 필요한 건 능력 따위가 아니라...너였단 말이다. 세바스찬..."
억지로 웃고 있던 서우주의 눈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기에...
*
"...,"
서하늘은, 그리고 나머지 초능력자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거겠지만...
그저 마지막까지도 평온히 눈을 감은 세바스찬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여기까지군요, 세바스찬."
샤르륵...!
세바스찬의 숨통을 끊은 미카엘과 검이 점점 사라지며, 강유리는 세바스찬에게 다가갔다.
"부디 다음 생에도 충직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그 상태로 세바스찬을 똑바로 눕힌 그녀는 품에서 조그마한 십자가를 그의 손에 쥐어줬다.
"아멘(AMEN)."
강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양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은채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파밧! 파밧!
"...읏?!" / "...!" / "우왁?!" / "하?"
서하늘을 포함한 나머지를 무언가가 빠르게 뚫고 지나갔다.
그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만해도 몇 번은 경험한 소름끼치는 감각.
분명한 살의, 그것도 각기 다른 살의가...모두를 지나쳐 빠르게 나아갔다.
그 살의가 향하는 대상은...
"...강유리 수녀님! 그 쪽으로...!"
강유리였다.
세바스찬의 앞에서 계속해서 기도를 올리던 강유리의 뒤로 순식간에 누군가가 날아들었다.
한 명도 아니고...두 명의 강렬한 살의가...!
하지만 강유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Bless the poor souls, Fred(불쌍한 영혼들에게 축복을, 프레드)."
.
.
.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분명히 강유리 수녀님에게 정체 모를 다수의 살기가 달려들었고...
강유리 수녀님이 어떤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난거지...?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익숙한 광경이 다시 한 번...우리의 눈 앞에 들어왔다.
"...?!"
"또 강유리 수녀님의 천사...?"
지겹도록 본 순백의 검이 무언가를 꿰뚫고 있는 장면.
"아니, 강유리 씨의 것과는 다르다. 신성력인건 변함없는 것 같지만..."
하지만 그건 강유리의 천사, 미카엘의 검이 아니었다.
같은 신성력이긴 하지만 아까보다는 약한, 그럼에도 압도되는 강력한 신성력.
미카엘과는 다른 거대한 천사의 날개가 펼쳐지며...두 자루의 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두 자루의 검이 향한 곳은 세바스찬의 양 옆, 그 옆에는...
"...슈퍼내추럴 소속, 세바스찬의 직속 메이드. 프랑스 대표이신..."
"끄윽..." / "...,"
"언니 분이신 마르(Mar), 동생 분이신 멜(Mer)."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두 명의 메이드들이 세바스찬과 비슷한 상태로 각각 검에 꿰뚫린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 명 더 있다."
"어...? 서준아, 그게 무슨..."
천서준의 말대로 어느새 기도를 마친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선 강유리의 옆에도...누군가가 걸어왔다.
"You've done a good job, Fred(수고했어요, 프레드)."
강유리 수녀의 옆에서 순백의 슈트를 입은 채,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선 남자.
"...전 당신을 섬기는 시종, 프레드(Fred)일 뿐입니다. 항상 그런 자비로운 태도를 유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프레드라는 이름의 남자의 뒤로 거대한 천사가 광채를 뽐내고 있었다.
"가브리엘(Gabriel) 님도 절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브리엘이라고 불린 거대한 천사는 강유리 쪽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니, 그것보다도...
"강유리 수녀님의 말대로라면...이 메이드들도 형의...?"
"그렇다, 세바스찬의 밑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드 자매들로써 서우주에게 충성하는 초능력자 중 하나지."
프레드의 답을 들은 서하늘의 눈이 빠르게 그 메이드들에게 향했다.
"...세바스찬 님, 세바스찬 님, 세바스찬 님..."
"...집사장 님."
두 명 모두 눈이 세바스찬을 향해있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검이 더 깊숙이 박힐지도 모르는데...
젠장...머리가 아프다.
강유리 수녀님의 말에 의하면, 그녀들 또한...범죄자인 형을 옹호하고 충성하는 부하. 범죄자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하지만...
세바스찬 때와 같은 감각이다.
'...어째서 그렇게 선하고 슬픈 눈을 짓는거야, 둘 다...!'
이번에는 세바스찬처럼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그런데도...!
"...망설이지 마라."
"...!"
꽈악! 하는 소리와 함께 천서준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떨리는 몸이...순식간에 굳었다.
"저게 옳은 선택일지는...네가 결정해라, 보고 고통받지 말고...행동으로 보여라."
천서준의 눈이 날카롭게 날 쳐다본다.
"...저들이 잘못되었다고."
"서준아..."
어느샌가 망설임이 사라져있었다.
외쳐야 한다.
...외쳐야 한다!
"...잠ㄲ..."
"어째서 세바스찬 님을 죽이지 않으면 안됐던 거에요?!"
서하늘은 크게 외치려 했다.
그러나 그런 서하늘보다 먼저...
...검에 꿰뚫린 한 명의 메이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세바스찬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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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피가 세바스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깔끔했던 정장과 넥타이는 거대한 검에 꿰뚫려 완전히 너덜너덜, 안에 입고 있던 새하얀 셔츠도 붉게 물들어간다.
"...강유리 수녀님, 속죄라는게 이런 건가요? 하나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행위인건가요...?"
내 물음에 강유리 수녀님은 망설이지 않았다.
"부족해요, 그만큼...서우주와 그들의 죄는 너무나도 크답니다."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세바스찬의 몸에서 뽑혀나왔다.
툭.
...세바스찬은 그 상태로 일어서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세바스찬 씨!"
서하늘은 그 상태로 세바스찬에게 달려갔다. 그 상태로 세바스찬의 몸을 살폈다.
"세바스찬 씨...정신 좀 차려봐요, 세바스찬 씨..."
쓰러진 세바스찬의 몸을 살피며 서하늘의 손 또한 피가 묻는다, 이미 찢어져버린 옷들의 터져나온 실들에 그 피가 묻어 더욱 번져나간다.
"세바스찬 ㅆ..."
"미카엘이라는 천사의 검은 세바스찬의 심장, 그리고 방금 공격으로 그나마 작동하던 장기들까지 완전히 꿰뚫었다."
세바스찬을 애타게 부르는 서하늘의 옆으로 천서준이 걸어와 입을 열었다.
"서하늘...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너도 알고 있을거다. 새롭게 배운 초능력의 경지를 써도 할 수는 없겠지만 세바스찬의 능력을 쓴다고해도 세바스찬은 죽는다."
"..."
세바스찬의 상처는 가벼운 타박상이나 베인 상처, 흉터로 남아버린 화상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처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심장과 주요 장기들은 이미 전부 검에 꿰뚫려 활동을 멈추고도 남았을 것이고, 아니...
'...차갑다.'
세바스찬의 몸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숨은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서하늘."
"알아, 안다고..."
천서준이 말하지 않아도, 서하늘도 그런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하늘은 세바스찬을 놓지 못했다, 그와 같은 초능력자가 죽어야하는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할지 몰라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생명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죠, 저도 하늘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강유리 수녀님의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그를, 세바스찬을 손에서 놓아주세요. 그의 생명을 앗아간 제가...마무리지을 문제입니다."
"..."
...강유리 수녀님을 17년동안 봐왔다, 그리고 강유리 수녀님이 세바스찬 씨를 죽였다.
마무리 짓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강유리 수녀님이 세바스찬 씨를 능욕하거나 하는 일을 하실 분은 절대 아니다.
...분명히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강유리 수녀님의 말은 항상 내게 힘이 되어주었다.
지금도...강유리 수녀님의 목소리는 나에게 따뜻하게 다가오고 있으니까...
툭.
서하늘의 품에서 세바스찬의 몸이 내려졌다.
"...괜찮은거냐, 서하늘."
천서준의 물음에 서하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인 혼란스러움이 서하늘에겐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서하늘의 머리에...
턱.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면 안 괜찮으시면 안 괜찮다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도련님."
"...!"
장갑을 끼운 손의 질감, 세바스찬이 서하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서있었다.
물론 몸에 거대한 구멍이 두 개...전혀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강유리 님,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싸울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럼에도 강유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철컥!
강유리가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와 동시에 세바스찬의 목에 미카엘의 검이 드리웠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죠?"
"분명히 돌아갈 의무는 있지만, 이미 상관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겁니다."
그렇게 말한 세바스찬은 강유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내 능력은 도련님의 것인지 오래, 내 역할은 진작에 끝났다는거다."
"형의...?"
'방금 세바스찬의 말은...?'
그 말을 들은 미카엘의 검이 살짝이지만 세바스찬의 목을 누르고, 그 자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그게 전부인가요? 세바스찬."
"...실례가 안된다면 한 마디만 더 하지."
그렇게 말한 세바스찬은 서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도련님의 불(火)을 꺼뜨리지 말아주세요, 이 늙은이의 마지막..."
서겅!
"부...탁입...니...ㄷ."
*
SUPER☆NATURAL 본선, 외핵 어딘가.
익숙한 모습의 남자가 두 명의 초능력자와 함께 천천히 걷고 있다.
화려한 옷들과, 불타는 것처럼 흐르고 있는 오오라, 햇빛을 반사해내는 고글.
우리는 이 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서하늘의 형, 서우주. 그리고 그런 서우주의 뒤에는 두꺼운 로브를 쓴 두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 멈춰섰다.
"...세바스찬 님이...?"
먼저 입을 연 건 그의 뒤에 있던 초능력자 중 한 명이었다.
"하늘의 사ㅈ..."
그의 옆에 있던 로브도 입을 열려는 듯이 보였지만...
"쉿."
그 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들어올린 서우주의 한 마디에 금방 침묵했다.
그렇게 말한 서우주의 표정에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세바스찬."
다만...
"네가 말했잖아, 네 역할은 마지막까지 날 주인으로써 섬기는 거라고..."
서우주의 미소는 그리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나한테 필요한 건 능력 따위가 아니라...너였단 말이다. 세바스찬..."
억지로 웃고 있던 서우주의 눈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기에...
*
"...,"
서하늘은, 그리고 나머지 초능력자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거겠지만...
그저 마지막까지도 평온히 눈을 감은 세바스찬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여기까지군요, 세바스찬."
샤르륵...!
세바스찬의 숨통을 끊은 미카엘과 검이 점점 사라지며, 강유리는 세바스찬에게 다가갔다.
"부디 다음 생에도 충직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그 상태로 세바스찬을 똑바로 눕힌 그녀는 품에서 조그마한 십자가를 그의 손에 쥐어줬다.
"아멘(AMEN)."
강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양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은채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파밧! 파밧!
"...읏?!" / "...!" / "우왁?!" / "하?"
서하늘을 포함한 나머지를 무언가가 빠르게 뚫고 지나갔다.
그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만해도 몇 번은 경험한 소름끼치는 감각.
분명한 살의, 그것도 각기 다른 살의가...모두를 지나쳐 빠르게 나아갔다.
그 살의가 향하는 대상은...
"...강유리 수녀님! 그 쪽으로...!"
강유리였다.
세바스찬의 앞에서 계속해서 기도를 올리던 강유리의 뒤로 순식간에 누군가가 날아들었다.
한 명도 아니고...두 명의 강렬한 살의가...!
하지만 강유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Bless the poor souls, Fred(불쌍한 영혼들에게 축복을, 프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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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분명히 강유리 수녀님에게 정체 모를 다수의 살기가 달려들었고...
강유리 수녀님이 어떤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난거지...?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익숙한 광경이 다시 한 번...우리의 눈 앞에 들어왔다.
"...?!"
"또 강유리 수녀님의 천사...?"
지겹도록 본 순백의 검이 무언가를 꿰뚫고 있는 장면.
"아니, 강유리 씨의 것과는 다르다. 신성력인건 변함없는 것 같지만..."
하지만 그건 강유리의 천사, 미카엘의 검이 아니었다.
같은 신성력이긴 하지만 아까보다는 약한, 그럼에도 압도되는 강력한 신성력.
미카엘과는 다른 거대한 천사의 날개가 펼쳐지며...두 자루의 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두 자루의 검이 향한 곳은 세바스찬의 양 옆, 그 옆에는...
"...슈퍼내추럴 소속, 세바스찬의 직속 메이드. 프랑스 대표이신..."
"끄윽..." / "...,"
"언니 분이신 마르(Mar), 동생 분이신 멜(Mer)."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두 명의 메이드들이 세바스찬과 비슷한 상태로 각각 검에 꿰뚫린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 명 더 있다."
"어...? 서준아, 그게 무슨..."
천서준의 말대로 어느새 기도를 마친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선 강유리의 옆에도...누군가가 걸어왔다.
"You've done a good job, Fred(수고했어요, 프레드)."
강유리 수녀의 옆에서 순백의 슈트를 입은 채,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선 남자.
"...전 당신을 섬기는 시종, 프레드(Fred)일 뿐입니다. 항상 그런 자비로운 태도를 유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프레드라는 이름의 남자의 뒤로 거대한 천사가 광채를 뽐내고 있었다.
"가브리엘(Gabriel) 님도 절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브리엘이라고 불린 거대한 천사는 강유리 쪽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니, 그것보다도...
"강유리 수녀님의 말대로라면...이 메이드들도 형의...?"
"그렇다, 세바스찬의 밑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드 자매들로써 서우주에게 충성하는 초능력자 중 하나지."
프레드의 답을 들은 서하늘의 눈이 빠르게 그 메이드들에게 향했다.
"...세바스찬 님, 세바스찬 님, 세바스찬 님..."
"...집사장 님."
두 명 모두 눈이 세바스찬을 향해있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검이 더 깊숙이 박힐지도 모르는데...
젠장...머리가 아프다.
강유리 수녀님의 말에 의하면, 그녀들 또한...범죄자인 형을 옹호하고 충성하는 부하. 범죄자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하지만...
세바스찬 때와 같은 감각이다.
'...어째서 그렇게 선하고 슬픈 눈을 짓는거야, 둘 다...!'
이번에는 세바스찬처럼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그런데도...!
"...망설이지 마라."
"...!"
꽈악! 하는 소리와 함께 천서준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떨리는 몸이...순식간에 굳었다.
"저게 옳은 선택일지는...네가 결정해라, 보고 고통받지 말고...행동으로 보여라."
천서준의 눈이 날카롭게 날 쳐다본다.
"...저들이 잘못되었다고."
"서준아..."
어느샌가 망설임이 사라져있었다.
외쳐야 한다.
...외쳐야 한다!
"...잠ㄲ..."
"어째서 세바스찬 님을 죽이지 않으면 안됐던 거에요?!"
서하늘은 크게 외치려 했다.
그러나 그런 서하늘보다 먼저...
...검에 꿰뚫린 한 명의 메이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작가의 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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