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남하은과 서하늘
조회 : 69 추천 : 0 글자수 : 5,931 자 2025-02-01
"하은 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 그대로에요, 전...하늘의 사자에 들어가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서하늘의 물음에도 남하은의 대답은 명확했다.
"...설령 하늘 씨, 그리고 나머지 분들과 싸우게 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
서하늘, 한다운, 기운경, 그리고 천서준까지...
넷 모두 길지는 않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B블록의 초능력자들, 남하은은 A블록의 초능력자였고 그마저도 나머지는 임채인의 무리들이었기에 혼자 고독한 싸움을 반복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서우주에게 복수하는 것, 그것만을 원동력 삼아 남하은이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
"...하은 씨."
우리들과 싸우게 될지라도 반드시 하늘의 사자에 들어가고 싶다. 라고 하은 씨는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도 그녀의 표정은 비장했다, 결심을 다진듯이 한 손으로 십자가를 움켜쥐고서...
하지만...
"...하지만 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비장한 표정에도 가려지지 않는...한 방울의 눈물이, 지금 하은 씨의 눈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처음 초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도, 예선에서 임채인에게 당해 중상을 입었을때도...본선을 위해 비행기를 탔을때까지도...전 혼자였습니다."
하은 씨는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서우주에 대한 복수를 이룰때까진...누구도...다가와줄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제가 하늘 씨를 서우주로 오해하고 검을 들이밀었을때도."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하늘 씨의 형인 서우주에게 큰 증오를 보였을때도, 세바스찬에게 눈이 멀어 이성을 잃었을때도."
하지만 이들은...아니.
"...그런 저를 말리신 하늘 씨마저 죽이려고 달려들었을때도."
서하늘은 달랐다.
"하늘 씨는 여전히...저를 친구로 생각해주셨습니다."
꽈악...!
남하은이 그 상태로 쥐고 있던 십자가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대로 손이 피에 물들어갔다.
"하늘 씨랑은, 다운 씨랑은, 운경 씨랑은, 서준 씨랑은...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친구로 지내고 싶습니다. 같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싸우고 싶었습니다. 하늘 씨랑 여러분들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쏟아내듯이 말을 뱉어낸 남하은이 힘 없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힘 없이 무릎을 꿇고 있는 하은 씨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세게 움켜쥔건지, 손에선 쇠에 긁혀 피가 낭자한채다.
"하늘아..."
"...괜히 말 걸지 마, 아무리 너나 나라도 그냥 최애가 좋아서 따라온건 아니잖아."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서하늘에게 다가가려던 한다운을 기운경이 막아섰다.
"너도, 나도, 옆에 있는 천서준도 단순히 좋아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으니까 따라올 수 있는거다."
기운경이 한 말에 반응하듯, 천서준도 그 옆에 나란히 서서 말했다.
"서하늘도 알고는 있겠지, 남하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리고 그렇기에 저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거겠지."
천서준이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무슨 수를 쓰던...남하은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거라는 걸 아니까."
.
.
.
"......"
...하은 씨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다.
내가, 친구들이, 강유리 수녀님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더 강해져서 우리들의 힘으로 꿈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약한 우리의 힘으로, 내 힘으로...형에 대해 알려면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강유리 수녀 님의 하늘의 사자는 형을 적대하는 조직이고...
난 그렇기에 하늘의 사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하은 씨는 나와 상황이 다르다.
잘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형에게 잃었고 그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하은 씨의 마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하은 씨도 마찬가지일거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자와, 그의 부하를 용서하고, 이해하려한다. 만약 누구든 하은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분명히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해 하은 씨에게 공격도 받을 정도니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그럼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전혀 모르겠다. 라고 계속 고뇌하며, 멀뚱히 자리에 서서 하은 씨에게 제대로 된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순간이었다.
"괜찮아요."
"강유리...성녀 님?"
"강유리 수녀 님..."
샤르르르르...
익숙한 오오라, 강유리 수녀 님의 신성력이었다.
너무나도 깨끗한 순백의 신성력은 그대로 피로 물든 하은 씨의 손을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피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하늘이의 친구, 하은 씨라면...전 괜찮아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어느샌가...강유리 수녀 님이 하은 씨를 조심히 뒤에서 안아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가...강유리 성녀 님, 정말...정말 제가...하늘의 사자에 들어가도 괜찮은건가요...!"
강유리의 손길에 당황한 듯이 남하은의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물론이죠, 아까 제가 말한 그대로에요. 누구든 깊은 신앙심과 노력으로...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요."
"...제가...가능할까요?"
강유리에게 남하은이 묻자, 뒤에서 잠자코 보고 있던 프레드가 천천히 옆으로 걸어왔다.
"구품천사이긴 해도, 넌 분명히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내가...하늘의 사자에 있는 다른 동포들이 너를 더욱 강하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소름이 돋을 정도다.
"...네가 올바른 '정의'를 실현시키게 도울거다."
프레드, 아까 우리를 대한 태도가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그대로 큰 키를 굽히고는 남하은의 어깨에 지긋이 손을 올렸다.
샤르르르르...!
"...!"
서하늘을 포함한 나머지들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카엘, 그리고 가브리엘.
두 거대한 천사가 그들의 검을...무릎을 꿇은채 있는 남하은의 천사의 어깨에 올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이고...신성한 광경이었다.
한다운, 기운경, 천서준의 눈은 그 장면에 쏠려있었지만, 서하늘은 아니었다.
"...하은 씨."
강유리와 프레드의 사이에서 펑펑 눈물을 터뜨리며 안겨있는 남하은, 서하늘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런 서하늘의 표정은...무언가 결심을 한 표정이었다.
.
.
.
"그럼 하늘이랑 친구 분들, 결선에서 뵙겠습니다."
"...네, 저희도 감사했습니다."
상황은 어느정도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남하은은 하늘의 사자에 들어가기로 했고, 나머지는 그들끼리 가기로.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은 당연했다.
강유리와 나머지는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눴지만...
"......"
"......"
남하은과 서하늘만큼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의도치 않은 전투였음에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강유리 수녀 님."
"결선에서 뵙겠습니다, 서준 씨."
한다운, 기운경을 지나 천서준하고도 인사를 끝마친 강유리는 그대로 서하늘의 앞으로 발을 옮겼다.
"...강유리 수녀 님."
강유리는 서하늘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하은 씨를...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에요, 우리 하늘이의 부탁이니까...최선을 다할게요."
쪽.
"다음에 봐요?"
"...에?"
그 짧은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하늘은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뭐...뭔 일이...?!'
갑작스러운 가슴의 두근거림은 충분히 그의 얼굴을 붉히고 남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강유리 수녀 님과 인사를 마치고 손을 흔들고는 결선을 향해 등을 돌렸다.
'뺘아악?' / '쿠슈숫.'
내 어깨에 앉은 에고와 라크네는 뒤를 몇 번 돌아보고는 이 상황이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괜찮은거야?" / '큐웅~?'
다운이도, 레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응, 나도 하은 씨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괜찮지 않다, 다운이도 아마 눈치챘을거다.
등을 돌리고 이미 다른 곳으로 걷고 있음에도 서하늘은 고개를 쉽게 들 수 없었다.
턱.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로써, 라이벌로써 결선에서 좋은 파이트를 하면 되는거잖아."
그런 서하늘의 어깨에 기운경은 팔을 걸치며 웃어보였다.
그의 말대로다, 다른 길을 걷는다고해서 친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친구들도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이해하고 더욱 돈독해진다.
...그렇기에 서하늘의 결정이 완전히 잘못된 선택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는 친구인 남하은을 배려하는 선택을 한거다,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적어도 우리 중에선 없다."
"...서준아."
터벅...터벅...
천서준은 그 상태로 서하늘의 앞 쪽으로 걸어나가며 말을 이었다.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이상, 기운경이 말한 대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너무나도 단순해."
우리가 해야할 일, 그건...
"...더 강해진다, 그리고 결선에서 후회 없는 파이트를 하고...꿈을 이루는거다."
"대충 그런거지, 역시 천서준이야."
"맞는 말이야, 그렇지? 하늘아."
아저씨의 말대로, 서준이의 말대로다.
"...응!"
지금보다도 더 강해진다, 이 파이트에 참여하고나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뺘악!' / '쿠슈슛!'
"그렇게 나와야지."
"좋았어~가보자고! 결선으로!"
"레츠고!"
아래쪽을 향해 있던 서하늘의 고개가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망설임은 벗어던질 때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발을 자신들의 앞으로 내딛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이 한 걸음을 내딛던 그때.
"...하늘 씨!"
남하은의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다.
"죄송해요...그리고 감사해요! 하늘 씨가 아닌...친구인 저를 위한 선택을 해줘서...!"
남하은은 마치 털어놓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당찼지만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제 쪽에서 하는 억지스러운 부탁이지만...절,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남하은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렸다.
서로 등을 돌린 시점에서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그녀는 그들을 향해 달려나가 방금의 말을 내뱉었다.
그들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상관없었다.
그저 이 말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그리고 그런 그녀의 대답에 보답하듯이...
"...안 미워해요."
"......!"
그녀에게만 들릴만한 조그만 소리였지만, 서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소속이 없는 하은 씨라도, 하늘의 사자 소속의 하은 씨라도..."
어느 쪽이든...
"...저희의 친구인 하은 씨의 모습이니까요."
남하은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서하늘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지 않았지만...
"하늘 씨..."
서하늘은 그녀를 향해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걸 본 남하은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들에게 보이진 않겠지만...너무나도 따뜻한 미소였다.
강유리, 프레드와 함께 하늘의 사자에 속하기로 결정한 남하은.
한다운, 기운경, 천서준, 친구들과 함께 더 강해지기로 한 서하늘.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초능력자들. 하지만...
SUPER☆NATURAL 결선이라는 새로운 SAGA(여정)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에요, 전...하늘의 사자에 들어가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서하늘의 물음에도 남하은의 대답은 명확했다.
"...설령 하늘 씨, 그리고 나머지 분들과 싸우게 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
서하늘, 한다운, 기운경, 그리고 천서준까지...
넷 모두 길지는 않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B블록의 초능력자들, 남하은은 A블록의 초능력자였고 그마저도 나머지는 임채인의 무리들이었기에 혼자 고독한 싸움을 반복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서우주에게 복수하는 것, 그것만을 원동력 삼아 남하은이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
"...하은 씨."
우리들과 싸우게 될지라도 반드시 하늘의 사자에 들어가고 싶다. 라고 하은 씨는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도 그녀의 표정은 비장했다, 결심을 다진듯이 한 손으로 십자가를 움켜쥐고서...
하지만...
"...하지만 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비장한 표정에도 가려지지 않는...한 방울의 눈물이, 지금 하은 씨의 눈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처음 초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도, 예선에서 임채인에게 당해 중상을 입었을때도...본선을 위해 비행기를 탔을때까지도...전 혼자였습니다."
하은 씨는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서우주에 대한 복수를 이룰때까진...누구도...다가와줄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제가 하늘 씨를 서우주로 오해하고 검을 들이밀었을때도."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하늘 씨의 형인 서우주에게 큰 증오를 보였을때도, 세바스찬에게 눈이 멀어 이성을 잃었을때도."
하지만 이들은...아니.
"...그런 저를 말리신 하늘 씨마저 죽이려고 달려들었을때도."
서하늘은 달랐다.
"하늘 씨는 여전히...저를 친구로 생각해주셨습니다."
꽈악...!
남하은이 그 상태로 쥐고 있던 십자가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대로 손이 피에 물들어갔다.
"하늘 씨랑은, 다운 씨랑은, 운경 씨랑은, 서준 씨랑은...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친구로 지내고 싶습니다. 같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싸우고 싶었습니다. 하늘 씨랑 여러분들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쏟아내듯이 말을 뱉어낸 남하은이 힘 없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힘 없이 무릎을 꿇고 있는 하은 씨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세게 움켜쥔건지, 손에선 쇠에 긁혀 피가 낭자한채다.
"하늘아..."
"...괜히 말 걸지 마, 아무리 너나 나라도 그냥 최애가 좋아서 따라온건 아니잖아."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서하늘에게 다가가려던 한다운을 기운경이 막아섰다.
"너도, 나도, 옆에 있는 천서준도 단순히 좋아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으니까 따라올 수 있는거다."
기운경이 한 말에 반응하듯, 천서준도 그 옆에 나란히 서서 말했다.
"서하늘도 알고는 있겠지, 남하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리고 그렇기에 저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거겠지."
천서준이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무슨 수를 쓰던...남하은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거라는 걸 아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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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 씨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다.
내가, 친구들이, 강유리 수녀님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더 강해져서 우리들의 힘으로 꿈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약한 우리의 힘으로, 내 힘으로...형에 대해 알려면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강유리 수녀 님의 하늘의 사자는 형을 적대하는 조직이고...
난 그렇기에 하늘의 사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하은 씨는 나와 상황이 다르다.
잘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형에게 잃었고 그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하은 씨의 마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하은 씨도 마찬가지일거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자와, 그의 부하를 용서하고, 이해하려한다. 만약 누구든 하은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분명히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해 하은 씨에게 공격도 받을 정도니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그럼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전혀 모르겠다. 라고 계속 고뇌하며, 멀뚱히 자리에 서서 하은 씨에게 제대로 된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순간이었다.
"괜찮아요."
"강유리...성녀 님?"
"강유리 수녀 님..."
샤르르르르...
익숙한 오오라, 강유리 수녀 님의 신성력이었다.
너무나도 깨끗한 순백의 신성력은 그대로 피로 물든 하은 씨의 손을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피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하늘이의 친구, 하은 씨라면...전 괜찮아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어느샌가...강유리 수녀 님이 하은 씨를 조심히 뒤에서 안아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가...강유리 성녀 님, 정말...정말 제가...하늘의 사자에 들어가도 괜찮은건가요...!"
강유리의 손길에 당황한 듯이 남하은의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물론이죠, 아까 제가 말한 그대로에요. 누구든 깊은 신앙심과 노력으로...정의를 실현할 수 있어요."
"...제가...가능할까요?"
강유리에게 남하은이 묻자, 뒤에서 잠자코 보고 있던 프레드가 천천히 옆으로 걸어왔다.
"구품천사이긴 해도, 넌 분명히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내가...하늘의 사자에 있는 다른 동포들이 너를 더욱 강하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소름이 돋을 정도다.
"...네가 올바른 '정의'를 실현시키게 도울거다."
프레드, 아까 우리를 대한 태도가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그대로 큰 키를 굽히고는 남하은의 어깨에 지긋이 손을 올렸다.
샤르르르르...!
"...!"
서하늘을 포함한 나머지들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카엘, 그리고 가브리엘.
두 거대한 천사가 그들의 검을...무릎을 꿇은채 있는 남하은의 천사의 어깨에 올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이고...신성한 광경이었다.
한다운, 기운경, 천서준의 눈은 그 장면에 쏠려있었지만, 서하늘은 아니었다.
"...하은 씨."
강유리와 프레드의 사이에서 펑펑 눈물을 터뜨리며 안겨있는 남하은, 서하늘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런 서하늘의 표정은...무언가 결심을 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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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늘이랑 친구 분들, 결선에서 뵙겠습니다."
"...네, 저희도 감사했습니다."
상황은 어느정도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남하은은 하늘의 사자에 들어가기로 했고, 나머지는 그들끼리 가기로.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은 당연했다.
강유리와 나머지는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눴지만...
"......"
"......"
남하은과 서하늘만큼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의도치 않은 전투였음에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강유리 수녀 님."
"결선에서 뵙겠습니다, 서준 씨."
한다운, 기운경을 지나 천서준하고도 인사를 끝마친 강유리는 그대로 서하늘의 앞으로 발을 옮겼다.
"...강유리 수녀 님."
강유리는 서하늘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하은 씨를...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에요, 우리 하늘이의 부탁이니까...최선을 다할게요."
쪽.
"다음에 봐요?"
"...에?"
그 짧은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하늘은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뭐...뭔 일이...?!'
갑작스러운 가슴의 두근거림은 충분히 그의 얼굴을 붉히고 남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강유리 수녀 님과 인사를 마치고 손을 흔들고는 결선을 향해 등을 돌렸다.
'뺘아악?' / '쿠슈숫.'
내 어깨에 앉은 에고와 라크네는 뒤를 몇 번 돌아보고는 이 상황이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괜찮은거야?" / '큐웅~?'
다운이도, 레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응, 나도 하은 씨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괜찮지 않다, 다운이도 아마 눈치챘을거다.
등을 돌리고 이미 다른 곳으로 걷고 있음에도 서하늘은 고개를 쉽게 들 수 없었다.
턱.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로써, 라이벌로써 결선에서 좋은 파이트를 하면 되는거잖아."
그런 서하늘의 어깨에 기운경은 팔을 걸치며 웃어보였다.
그의 말대로다, 다른 길을 걷는다고해서 친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친구들도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이해하고 더욱 돈독해진다.
...그렇기에 서하늘의 결정이 완전히 잘못된 선택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는 친구인 남하은을 배려하는 선택을 한거다,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적어도 우리 중에선 없다."
"...서준아."
터벅...터벅...
천서준은 그 상태로 서하늘의 앞 쪽으로 걸어나가며 말을 이었다.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이상, 기운경이 말한 대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너무나도 단순해."
우리가 해야할 일, 그건...
"...더 강해진다, 그리고 결선에서 후회 없는 파이트를 하고...꿈을 이루는거다."
"대충 그런거지, 역시 천서준이야."
"맞는 말이야, 그렇지? 하늘아."
아저씨의 말대로, 서준이의 말대로다.
"...응!"
지금보다도 더 강해진다, 이 파이트에 참여하고나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뺘악!' / '쿠슈슛!'
"그렇게 나와야지."
"좋았어~가보자고! 결선으로!"
"레츠고!"
아래쪽을 향해 있던 서하늘의 고개가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망설임은 벗어던질 때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발을 자신들의 앞으로 내딛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이 한 걸음을 내딛던 그때.
"...하늘 씨!"
남하은의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다.
"죄송해요...그리고 감사해요! 하늘 씨가 아닌...친구인 저를 위한 선택을 해줘서...!"
남하은은 마치 털어놓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당찼지만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제 쪽에서 하는 억지스러운 부탁이지만...절,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남하은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렸다.
서로 등을 돌린 시점에서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그녀는 그들을 향해 달려나가 방금의 말을 내뱉었다.
그들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상관없었다.
그저 이 말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그리고 그런 그녀의 대답에 보답하듯이...
"...안 미워해요."
"......!"
그녀에게만 들릴만한 조그만 소리였지만, 서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소속이 없는 하은 씨라도, 하늘의 사자 소속의 하은 씨라도..."
어느 쪽이든...
"...저희의 친구인 하은 씨의 모습이니까요."
남하은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서하늘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지 않았지만...
"하늘 씨..."
서하늘은 그녀를 향해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걸 본 남하은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들에게 보이진 않겠지만...너무나도 따뜻한 미소였다.
강유리, 프레드와 함께 하늘의 사자에 속하기로 결정한 남하은.
한다운, 기운경, 천서준, 친구들과 함께 더 강해지기로 한 서하늘.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초능력자들. 하지만...
SUPER☆NATURAL 결선이라는 새로운 SAGA(여정)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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