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기억
조회 : 215 추천 : 0 글자수 : 5,668 자 2025-02-18
따악!
Y.G가 그의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오오라가 퍼져 거대한 옥좌의 형상을 이루었다.
창조 계열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그저 오오라가 조금은 불안정한 모습을 갖췄을 뿐이었지만...
"...드디어 결선 장소에 도달하는 것뿐인 본선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때가 왔군요."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옥좌의 형상을 한 그 불안정한 오오라 덩어리에 앉아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초능력의 원천 그 자체이자, 모든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곳, 지구와 함께 품어온 46억년이라는 기억."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Y.G의 오른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모든 초능력자의 정점에게 그 자의 '욕망'을 실현시켜주시는..."
*
"...아?" / "엌?!" / "음?" / "...!"
털썩.
*
"CORE of NATURAL 님의 축복을 받을 순간이 말이죠...!"
.
.
.
처음에는...막연하게 비쳐오는 밝은 빛에 눈이 부셨다.
그 다음에는 거대한 바다 속 안에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 생물들이 보였던걸까...마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듯 사라지고. 이내 바다조차 사라졌다.
"...윽?!"
그 이후로는 바다 때보다도 훨씬 순식간에 장면들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떠오르고 사라져갔다.
정체 모를 돌조각들과 벽화, 책에서만 봤던 공룡들의 포효소리, 새빨간 통로를 지나기도 하고...무언가에 잡하먹히고...
마지막으로 본 건...두 명의 태아.
...
"...?!"
그게 마지막이었다.
"방금 그건...대체?"
정신을 차려보니 마치 악몽을 꾼 것 마냥, 온 몸과 입고 있던 옷마저 땀에 젖어있었다.
분명히 거대한 문이 열리고...내추럴 공화국 쪽으로 친구들과 움직였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니, 잠깐만...여기는 애초에..."
제대로 정신도 차릴 새 없이, 서하늘은 자신이 일어난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묘한 장식품들이 걸려있고,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자고 있던 곳은 딱딱한 돌같은 침대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다른 사람들은...어떻게 된거지?"
내가 기절했다면 같이 기절했을 다운이도, 아저씨도, 서준이도...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 순간, 손목에 차고 있던 디바이스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우, 드디어 일어났냐?]
"앱, 넌 알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된건지...?"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앱의 목소리에 서하늘은 디바이스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물었다.
앱은...
[...이 머저리가, 비행기에서 떨어지고 난 이후로는 찾은 적도 없으면서...오랜만에 보는 프로그램한테 하는 말이 다른 애들은 어디있냐고...?]
"어...음...그게 아니고."
...뭔가 많이 화나보였다.
[지금 장난해?! 서하늘, 이 머저리가!]
아니, 화난거였다.
"미...미안해, 하지만 봤으면 알잖아...하은 씨부터 임채인, 세바스찬 씨까지...널 따로 신경쓸 틈이 없었네..."
[그럼 남하은이랑 헤어져서는 찾을 수 있었지 않냐...하아?!]
"아."
...하 젠장, 오랜만에 보는 거긴 하지만 여전히 더럽게 깐깐하네.
"미안하다, 앱."
[그게 끝이냐?! 어떻게 사과도 똑바로 못하냐.]
하지만 지금은 다른 친구들이 무사한지를 알고 싶다.
"하지만 네가 그걸 다 봤다면, 알고 있는지 묻고 싶어. 나처럼 다른 친구들이 기절했다면, 어떻게 된건지..."
[...흥.]
뭔가 디바이스로 콧소리를 낸 것 같지만, 앱은 계속해서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징그럽게 쳐다보지 말고 고개나 들고 물어봐라.]
"어? 그게 무슨..."
앱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자, 내 눈에 다시 한 번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드디어 깨어났군."
"...은 씨!"
이상한 모양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은 씨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은 내추럴 공화국이기도 하면서, C.o.N 님을 모시고 있기도 한 내핵의 중심이다."
은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서하늘."
스윽.
은은 그대로 서하늘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건냈다.
"피로할지도 모르니, 이거라도 좀 마시고 진정하도록."
"...이건?"
부글부글부글.
은 씨가 건낸 것은 음료가 담긴 머그컵이었다.
맡기만 해도 좋은 향기와 동시에...뭔가 불길한 끓는 소리가 들려오는.
"C.o.N 님이 보여주는 전생의 주마등을 보고 나서는, 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효과가 좋다."
...어.
"전생의 주마ㄷ...윽."
부글거리며 끓을 정도로 뜨거운 커피에 대조되듯, 김을 뿜어내는 차가운 얼음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봤겠지만, 마치 그 세계에 진짜로 있는 것 같이 생생한 영상들. 네 뇌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전생의 기억들이다."
"기억이요?"
"뭐 듣기만 하는 걸로는 이해하기 힘든 게 당연하지."
은은 그대로 손으로 아까까지 바라보고 있던 창문을 가리켰다.
"저길 봐라, 그 분. C.o.N 님이 네게 환상을 보여주신 것이다."
"...!"
은 씨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난 저절로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C.o.N 님이 내려주신 축복이라는거지."
강유리 수녀 님의 오오라, 미카엘이라는 이름의 천사가 뿜어내던 광채보다도...더욱 밝고 깨끗한 모양의 오오라.
그런 오오라들이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아름다운 형태로 빛을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건...?"
일명 C.o.N 이라고 불리는 오오라를 향해, 오색빛으로 빛나며 각기 다른 색의 오오라 덩어리들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사람의 형태로, 땅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형태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형태로.
그 C.o.N에 홀린 것처럼...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흡수되기를 반복했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이게...[CORE of NATURAL(모든 초능력의 원천)]...? 윽?!"
...아까 기절했던 것처럼 무언가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맞아, 문에서 걸어나오면서 저걸 보자마자..."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을 가득 메우던 빛이 가려졌다.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너무 오래 보지는 마라. 또 기절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은이 입고 있는 독특한 복장을 펼쳐 서하늘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C.o.N 님은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며, 그 생명들이 다시 돌아가는 곳이다. 결선에 진출한 초능력자들은 C.o.N 님을 보고 자신의 전생의 기억들을 모두 떠올리게 되지."
은은 빛을 가리고 있던 소매의 반대쪽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초능력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그에 변화한 뇌의 구조에 따라 보게 되는 기억은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말이다."
...마치 내가 레일건을 쏘는 것처럼, 은 씨는 그 손가락으로 머리에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그것 때문에 46억년이라는 방대한 양의 기억 자료를 뇌가 견디지 못하고, 기절한 채로 깨어나지 못해 그대로 생을 마감하는 초능력자들도 있다."
"잠깐만요, 지금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뭐가 뭔지를..."
"그래서 진정하라는 뜻이다, 이걸 마시면서 말이다."
후룹, 은은 그대로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그걸 은 씨가 마시면..."
...뭐, 그리 마시고 싶지도 않긴 한데.
"...아무튼, 넌 결선 장소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고 C.o.N 님이 보여주시는 기억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자격까지 방금 증명된거다. 본선의 마지막 도전과제까지 훌륭하게 클리어했다고 봐도 좋겠지."
은 씨의 말이 끝나자, 내가 있던 방 밖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야?! 다행이다!"
쾌활하면서도 감격에 가득 찬 목소리.
"이 목소리는..."
.
.
.
"그럼 나도 결선에 진출할 자격을 얻었다는 거니까...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는 거지?!"
[그런거지, 축하한다. 한다운 .]
"좋았어! 잘해보자고, 레이!"
'큐웅!'
"다운아!"
'뺘악!' / '쿠슛!'
알 속에 들어가있던 에고와 라크네가 기쁜 듯이 반응하고 있다.
...역시 다운이랑 레이의 목소리였구나!
다운이는 자신의 팔에 달려있는 디바이스에게 기쁜 듯이 말하고 있었고,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늘아! 에고, 라크네까지. 너희도 무사한가보구나!"
한다운은 안심했다는 듯이, 웃음이 만개한 채로 양 팔을 흔들었다.
"다운아, 아저씨랑 서준이는 못 봤어?"
"한다운과 기운경은 내가 담당이었는데, 일단 한다운과 기운경은 각자의 디바이스에게 설명을 맡겨놨다. 살아있다면 기운경도 디바이스에게 설명을 듣고 있을 수도 있겠지."
내 뒤를 뒤따라온 은의 말에 서하늘과 한다운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살아있다면...이요?" / "살아있다면...?"
순간적인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은 씨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니, 웃는 건가...?
"뭐,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이는군."
"네?" / "그게 무ㅅ..."
와락!
"둘 다 괜찮나보네, 잘 잤냐!"
"아저씨!" / "아저씨!"
나와 다운이의 뒤에서 아저씨가 웃으며 우리 둘을 양 팔로 붙잡았다.
뒤 쪽에 밀짚모자와 웃는 얼굴, 다행히 아저씨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다.'
다운이도, 아저씨도,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를 이겨내고 둘 다 본선의 마지막 도전과제를 돌파한 것이다. 결선에서도 같이 싸울 수 있다는 기쁨이 다시 한 번,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서준이다.
"은 씨, 서준이는 어디 있는지 아세요?"
"천서준은 은 씨 담당이 아니잖아, 형이었던가? 금이라는 사람이 담당이었지."
내 물음에 은 씨는 피식 웃으며, 놀라운 것을 봤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천서준에 대해선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을 잃은 지 몇 분도 안되서...너희들이 일어날때까지도 C.o.N 님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셋은 당혹스러워했다. 마치 서준이를 처음 봤을때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기분이었달까.
"네?" / "그게...가능해?" / "하, 역시 괴물이라니까."
*
CORE of NATURAL.
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오오라의 광채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서하늘, 한다운, 기운경, 그 외에 다수의 초능력자들이 있는 건물의 옥상에서...
단 한 명만이 똑바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멋진 풍경이군."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천서준의 옆에 언월도가 생겨나고, 그는 그대로 C.o.N을 향해 언월도를 치켜세웠다.
"지금부터는 앞으로...나아갈 뿐."
SUPER☆NATURAL 결선, 그 막이 지금 올라가기 시작한다.
Y.G가 그의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오오라가 퍼져 거대한 옥좌의 형상을 이루었다.
창조 계열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그저 오오라가 조금은 불안정한 모습을 갖췄을 뿐이었지만...
"...드디어 결선 장소에 도달하는 것뿐인 본선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때가 왔군요."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옥좌의 형상을 한 그 불안정한 오오라 덩어리에 앉아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초능력의 원천 그 자체이자, 모든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곳, 지구와 함께 품어온 46억년이라는 기억."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Y.G의 오른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모든 초능력자의 정점에게 그 자의 '욕망'을 실현시켜주시는..."
*
"...아?" / "엌?!" / "음?" / "...!"
털썩.
*
"CORE of NATURAL 님의 축복을 받을 순간이 말이죠...!"
.
.
.
처음에는...막연하게 비쳐오는 밝은 빛에 눈이 부셨다.
그 다음에는 거대한 바다 속 안에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 생물들이 보였던걸까...마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듯 사라지고. 이내 바다조차 사라졌다.
"...윽?!"
그 이후로는 바다 때보다도 훨씬 순식간에 장면들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떠오르고 사라져갔다.
정체 모를 돌조각들과 벽화, 책에서만 봤던 공룡들의 포효소리, 새빨간 통로를 지나기도 하고...무언가에 잡하먹히고...
마지막으로 본 건...두 명의 태아.
...
"...?!"
그게 마지막이었다.
"방금 그건...대체?"
정신을 차려보니 마치 악몽을 꾼 것 마냥, 온 몸과 입고 있던 옷마저 땀에 젖어있었다.
분명히 거대한 문이 열리고...내추럴 공화국 쪽으로 친구들과 움직였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니, 잠깐만...여기는 애초에..."
제대로 정신도 차릴 새 없이, 서하늘은 자신이 일어난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묘한 장식품들이 걸려있고,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자고 있던 곳은 딱딱한 돌같은 침대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다른 사람들은...어떻게 된거지?"
내가 기절했다면 같이 기절했을 다운이도, 아저씨도, 서준이도...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 순간, 손목에 차고 있던 디바이스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우, 드디어 일어났냐?]
"앱, 넌 알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된건지...?"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앱의 목소리에 서하늘은 디바이스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물었다.
앱은...
[...이 머저리가, 비행기에서 떨어지고 난 이후로는 찾은 적도 없으면서...오랜만에 보는 프로그램한테 하는 말이 다른 애들은 어디있냐고...?]
"어...음...그게 아니고."
...뭔가 많이 화나보였다.
[지금 장난해?! 서하늘, 이 머저리가!]
아니, 화난거였다.
"미...미안해, 하지만 봤으면 알잖아...하은 씨부터 임채인, 세바스찬 씨까지...널 따로 신경쓸 틈이 없었네..."
[그럼 남하은이랑 헤어져서는 찾을 수 있었지 않냐...하아?!]
"아."
...하 젠장, 오랜만에 보는 거긴 하지만 여전히 더럽게 깐깐하네.
"미안하다, 앱."
[그게 끝이냐?! 어떻게 사과도 똑바로 못하냐.]
하지만 지금은 다른 친구들이 무사한지를 알고 싶다.
"하지만 네가 그걸 다 봤다면, 알고 있는지 묻고 싶어. 나처럼 다른 친구들이 기절했다면, 어떻게 된건지..."
[...흥.]
뭔가 디바이스로 콧소리를 낸 것 같지만, 앱은 계속해서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징그럽게 쳐다보지 말고 고개나 들고 물어봐라.]
"어? 그게 무슨..."
앱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자, 내 눈에 다시 한 번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드디어 깨어났군."
"...은 씨!"
이상한 모양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은 씨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은 내추럴 공화국이기도 하면서, C.o.N 님을 모시고 있기도 한 내핵의 중심이다."
은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서하늘."
스윽.
은은 그대로 서하늘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건냈다.
"피로할지도 모르니, 이거라도 좀 마시고 진정하도록."
"...이건?"
부글부글부글.
은 씨가 건낸 것은 음료가 담긴 머그컵이었다.
맡기만 해도 좋은 향기와 동시에...뭔가 불길한 끓는 소리가 들려오는.
"C.o.N 님이 보여주는 전생의 주마등을 보고 나서는, 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효과가 좋다."
...어.
"전생의 주마ㄷ...윽."
부글거리며 끓을 정도로 뜨거운 커피에 대조되듯, 김을 뿜어내는 차가운 얼음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봤겠지만, 마치 그 세계에 진짜로 있는 것 같이 생생한 영상들. 네 뇌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전생의 기억들이다."
"기억이요?"
"뭐 듣기만 하는 걸로는 이해하기 힘든 게 당연하지."
은은 그대로 손으로 아까까지 바라보고 있던 창문을 가리켰다.
"저길 봐라, 그 분. C.o.N 님이 네게 환상을 보여주신 것이다."
"...!"
은 씨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난 저절로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C.o.N 님이 내려주신 축복이라는거지."
강유리 수녀 님의 오오라, 미카엘이라는 이름의 천사가 뿜어내던 광채보다도...더욱 밝고 깨끗한 모양의 오오라.
그런 오오라들이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아름다운 형태로 빛을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건...?"
일명 C.o.N 이라고 불리는 오오라를 향해, 오색빛으로 빛나며 각기 다른 색의 오오라 덩어리들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사람의 형태로, 땅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형태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형태로.
그 C.o.N에 홀린 것처럼...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흡수되기를 반복했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이게...[CORE of NATURAL(모든 초능력의 원천)]...? 윽?!"
...아까 기절했던 것처럼 무언가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맞아, 문에서 걸어나오면서 저걸 보자마자..."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을 가득 메우던 빛이 가려졌다.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너무 오래 보지는 마라. 또 기절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은이 입고 있는 독특한 복장을 펼쳐 서하늘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C.o.N 님은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며, 그 생명들이 다시 돌아가는 곳이다. 결선에 진출한 초능력자들은 C.o.N 님을 보고 자신의 전생의 기억들을 모두 떠올리게 되지."
은은 빛을 가리고 있던 소매의 반대쪽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초능력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그에 변화한 뇌의 구조에 따라 보게 되는 기억은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말이다."
...마치 내가 레일건을 쏘는 것처럼, 은 씨는 그 손가락으로 머리에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그것 때문에 46억년이라는 방대한 양의 기억 자료를 뇌가 견디지 못하고, 기절한 채로 깨어나지 못해 그대로 생을 마감하는 초능력자들도 있다."
"잠깐만요, 지금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뭐가 뭔지를..."
"그래서 진정하라는 뜻이다, 이걸 마시면서 말이다."
후룹, 은은 그대로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그걸 은 씨가 마시면..."
...뭐, 그리 마시고 싶지도 않긴 한데.
"...아무튼, 넌 결선 장소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고 C.o.N 님이 보여주시는 기억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자격까지 방금 증명된거다. 본선의 마지막 도전과제까지 훌륭하게 클리어했다고 봐도 좋겠지."
은 씨의 말이 끝나자, 내가 있던 방 밖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야?! 다행이다!"
쾌활하면서도 감격에 가득 찬 목소리.
"이 목소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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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결선에 진출할 자격을 얻었다는 거니까...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는 거지?!"
[그런거지, 축하한다. 한다운 .]
"좋았어! 잘해보자고, 레이!"
'큐웅!'
"다운아!"
'뺘악!' / '쿠슛!'
알 속에 들어가있던 에고와 라크네가 기쁜 듯이 반응하고 있다.
...역시 다운이랑 레이의 목소리였구나!
다운이는 자신의 팔에 달려있는 디바이스에게 기쁜 듯이 말하고 있었고,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늘아! 에고, 라크네까지. 너희도 무사한가보구나!"
한다운은 안심했다는 듯이, 웃음이 만개한 채로 양 팔을 흔들었다.
"다운아, 아저씨랑 서준이는 못 봤어?"
"한다운과 기운경은 내가 담당이었는데, 일단 한다운과 기운경은 각자의 디바이스에게 설명을 맡겨놨다. 살아있다면 기운경도 디바이스에게 설명을 듣고 있을 수도 있겠지."
내 뒤를 뒤따라온 은의 말에 서하늘과 한다운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살아있다면...이요?" / "살아있다면...?"
순간적인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은 씨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니, 웃는 건가...?
"뭐,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이는군."
"네?" / "그게 무ㅅ..."
와락!
"둘 다 괜찮나보네, 잘 잤냐!"
"아저씨!" / "아저씨!"
나와 다운이의 뒤에서 아저씨가 웃으며 우리 둘을 양 팔로 붙잡았다.
뒤 쪽에 밀짚모자와 웃는 얼굴, 다행히 아저씨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다.'
다운이도, 아저씨도,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를 이겨내고 둘 다 본선의 마지막 도전과제를 돌파한 것이다. 결선에서도 같이 싸울 수 있다는 기쁨이 다시 한 번,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서준이다.
"은 씨, 서준이는 어디 있는지 아세요?"
"천서준은 은 씨 담당이 아니잖아, 형이었던가? 금이라는 사람이 담당이었지."
내 물음에 은 씨는 피식 웃으며, 놀라운 것을 봤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천서준에 대해선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을 잃은 지 몇 분도 안되서...너희들이 일어날때까지도 C.o.N 님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셋은 당혹스러워했다. 마치 서준이를 처음 봤을때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기분이었달까.
"네?" / "그게...가능해?" / "하, 역시 괴물이라니까."
*
CORE of NATURAL.
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오오라의 광채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서하늘, 한다운, 기운경, 그 외에 다수의 초능력자들이 있는 건물의 옥상에서...
단 한 명만이 똑바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멋진 풍경이군."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천서준의 옆에 언월도가 생겨나고, 그는 그대로 C.o.N을 향해 언월도를 치켜세웠다.
"지금부터는 앞으로...나아갈 뿐."
SUPER☆NATURAL 결선, 그 막이 지금 올라가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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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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