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농장이라는 이름의 전장(1)
조회 : 3 추천 : 0 글자수 : 6,256 자 2024-11-20
[SUPER☆NATURAL 파이트].
2라운드가 시작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서하늘과 기운경.
두 초능력자들은 파이트 중인 어떤 초능력자들보다도 치열한 파이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제가 이긴 뒤에 말이죠!” / ”물론 내가 이긴 후에 말이야!“
*
”역시 두 초능력자 모두 엄청난 포텐셜이군요“
그리고 그런 둘을 가벼우면서도 날카롭게 쳐다보는 시선이 하나.
”[디바이스], 파이트 시작 후 두 초능력자의 오오라 변화량을 부탁드립니다“
[…CALL]
초능력자의 정점. Y.G였다.
.
.
.
삐빅!
[2라운드 진행 중인 초능력자. ‘서하늘’과 ‘기운경’의 오오라 변화량 데이터를 출력합니다]
기계음을 출력한 디바이스의 화면이 나타나자, Y.G는 그를 유심히 확인했다.
[서하늘 : 89 / 134 , 기운경 : 231 / 267]
”예상대로군요“
”Y.G님 예상대로라 함은…?“
디바이스를 확인하고 조용하게 내뱉은 한 마디에 은이 의문을 표했다.
그런 은을 향해 Y.G는 친절하게 자신의 디바이스를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서하늘 씨의 오오라량은 한다운 씨와의 파이트 이후 조금이지만 그 최대치가 증가했습니다. 다만 그게 끝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참고할 점이 바로 현재 서하늘 씨의 상대인 ‘기운경’이라는 분의 오오라량입니다“
[…기운경 : 231 / 267]
”이 오오라량은…?“
”넵, 기운경 씨의 오오라량 그 수치 자체는 한다운 군보다도 떨어집니다. 아마 [CoN]님 또한 그 부분을 반영하여 운경 씨에게 216위라는 높지 않은 순위를 부여한 것이겠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그 상태로 Y.G가 몇 번 손짓하더니 디바이스에 출력된 화면이 넘어가며 새로운 화면을 출력했다.
[… : 107 / 612]
”지금 보여주시는 이 수치는…?“
”제가 한다운 씨의 상대를 보자마자 바로 이쪽으로 왔다고 했죠? 은 씨도 마찬가지구요?“
은은 그 말에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디바이스를 보았다.
”그럼 지금 이 수치가 의미하는 건…“
”네, 맞습니다! 현재 한다운 씨의 상대이자 1라운드 당시 19위였던 분의 오오라 변화량이죠. 그리고 이 수치가 저희에게 보여주고 있는거죠”
Y.G의 손이 그대로 서하늘과 파이트 중인 ‘기운경’ 쪽으로 향했다.
“기운경 씨가 저 19위와 비교해서 얼마나 ‘경악스러울 정도로’ 오오라의 양을 보존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은은 다시 한 번 디바이스를 확인했다.
“이건…!”
파이트 시작 후 5분 경과, 기운경이 소비한 오오라는 30 가량인데에 비해, 한다운의 상대는 못해도 500에 가까운 오오라를 소비한 상태였다.
물론 이는 한다운의 상대가 엄청나게 많은 오오라를 쏟아붙고 있었기에 가능한 수치일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라…
“그렇다는 건 지금 기운경은…”
은의 말을 받아 Y.G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자신이 속한 계열의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거죠. 거기에 서하늘 씨에게는 최악의 상황인 이유가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인 이유요?”
“그야…서하늘 씨는 저희가 잠깐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알아낸 ‘이 사실’을 알아낼 방도가 없으니까요”
Y.G는 그대로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고는 웃으며 다시 은에게 말을 건냈다.
“은 씨, 제가 어제 한 말 기억하고 계십니까? …모르고 있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만큼…”
“…무섭고 두려운 것은 없다”
둘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그만큼 둘의 파이트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
카카카카캉!
”오라아~!“
“에고!”
‘뺘아아악! 화륵!”
콰앙!
“후우…정말 쉬지도 않고 오시네요. 아저씨”
“그야 물론이지. 지금 나한텐 근접전이야말로 승리의 핵심이니까”
아저씨, 기운경의 말대로 운경은 계속해서 하늘에게 근접전을 시도했다.
그 근접전을 위한 첫번째 무기는 괭이, 속도를 기반으로 한 ‘강화기’인 [농민수레바퀴]를 이용해 방어와 회피에 제약을 걸어 공격했다.
그러나 몇 번의 타격을 허용한 하늘이 전장 바닥을 변화시킴으로써 괭이의 속도를 한 번에 끊어버렸고, 그로 인해 운경 또한 하늘에게 준 데미지보다 더 큰 타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운경은 1라운드에서 하늘의 무시무시한 ’적응력‘을 보았다.
괭이를 사용한 근접전을 계속해봤자 이미 공략법을 찾아낸 하늘에겐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운경이 선택한 방법은…
“…[수확기 - 쌍난격(Sickle Of Harvest)]!”
“이번엔 낫이에요?!”
“계속해서 공략해보시지, 네가 적응하고 공략하는 속도가 빠를지! 내가 널 끝장내는 게 빠를지!”
하늘이 적응하기 전에 다른 농기구를 계속해서 바꿔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늘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줘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방법.
이론상 처음 보는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할 경우, 데미지가 쌓여 하늘이 결국은 패배하게 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겠지만…
운경이 간과한 점은…
펑! 퍼엉~! 콰앙!
“[수확ㄱ…!“
”에고! 왼팔!“
‘화륵!’
“…어이쿠”
하늘의 적응력 또한 운경이 예상한 것보다도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
삐빅!
[서하늘 : 84 / 134 , …
…기운경 : 167 / 267]
“이 수치, 놀랍군요”
Y.G는 디바이스에 출력된 수치를 보고는 흥미롭다는 듯, 턱에 있는 수염을 만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서하늘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게 미묘하지만 눈에도 보입니다. 첫 번째 괭이의 공격만 해도 몇 번의 타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물론 그 부분도 있지만, 주목할 점은 서하늘 씨의 ’적응력‘ 입니다”
“…적응력이요?”
적응력.
하늘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Y.G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였다.
“넵, 은 씨도 그 말을 알고 계실겁니다. 인간은 무슨 동물이죠?”
“…‘적응’의 동물…”
“맞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의 적응력은 다른 생물에 비해서도 월등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Y.G가 그대로 디바이스에 출력된 수치를 띄우며 말했다.
“서하늘 씨의 적응력은 웬만한 초능력자들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뛰어난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대로 Y.G가 손짓을 몇 번 하더니, 그의 손에서 회색빛이 돌기 시작했다.
”Y.G님, 이런 곳에서 능력을…“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일명 [시각 자료(Puppet Show)] 라고 부르는 거니까요“
그가 웃으며 뻗은 손에서 이내 회색빛의 오오라가 형상을 드러냈다.
두 개로 갈라진 오오라는 한 쪽은 하늘의 형상을, 한 쪽은 운경의 형상을 띄었다.
”자, 그럼 처음으로 운경 씨의 공격에 반응하는 하늘 씨의 모습입니다“
그가 말하자 형체를 띈 두 개의 오오라가 파이트 중인 하늘과 운경과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의 파이트를 한 번 본걸로 이 정도의 재현률이라니’
은은 마치 꼭두각시를 움직이며 연극을 하는 인형술사같은 모습을 보이는 Y.G의 모습에 짧지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오라이기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두 오오라의 움직임은 하늘과 운경이 움직인것과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두 오오라를 조종하는 건 Y.G의 직접적인 [조작].
그는 한 번 본 것으로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초능력자의 파이트, 그 둘의 움직임을…
”…자, 그래서 이 부분을 보면“
”…아, 넵“
오오라의 움직임에 잠시나마 한 눈을 팔던 은은 그제서야 Y.G의 설명을 들었다.
”운경 씨는 괭이로 인한 공격이 공략당하자마자 바로 낫으로 무기를 바꾸고 하늘 씨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하늘 씨가 데리고 계신 초생명체의 공격을 보자마자 바로 무기를 바꿨죠“
”한 마디로 서하늘이 자신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전에 계속해서 공격함으로써…“
”넵, 1라운드에서 하늘 씨가 다운 씨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강화 계열]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들을 하늘 씨는 아무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막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Y.G가 말을 이어가는동안, 둘의 형체를 띈 오오라를 보던 은의 표정이 변했다.
”…이건“
”정확하게 파악하셨군요. 방금 제가 한 이 추론은 하나의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탁!
”하늘 씨가 운경 씨의 ‘노림수’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
Y.G는 양 손을 맞부딪쳤고, 오오라는 서로에게 맞닿아 사라졌다.
”하지만 하늘 씨는 운경 씨의 노림수를 결국 완벽하게 적응해내고 말았습니다.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말이죠”
“…?“
그는 그대로 은에게 다가와 그의 오른쪽 손을 잡아 들어올렸다.
“농기구를 만들어내는 [창조 계열], 그런 농기구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강화 계열]. 아쉽지만 두 계열 모두 운경 씨가 속한 계열이 아닙니다“
말을 듣자 은이 답했다.
“그렇다는 건…”
“아까도 말했듯이 운경 씨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다만…”
그는 그대로 은의 손을 내려놓았다/
“오오라를 아무리 아낀다고 한들, 연속된 사용은 결국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꼴이죠. 이제 운경 씨는 선택을 할 때입니다”
“선택이라 함은…?”
“운경 씨의 노림수를 완벽하게 적응한 하늘 씨에게 이대로 똑같은 수를 쓰고 패배를 맞이할지, 운경 씨가 오오라를 아낀 이유인…자신의 진짜 ’능력‘을 보여줄지..에 대한 선택이죠”
*
콰앙~!
파이트가 시작하고 거의 20분에 달하는 시간이 흘렀다.
괭이로 시작해서 낫, 호미, 삽까지…
운경은 못해도 열 댓 개의 농기구를 번갈아가며 하늘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후우, 정말 말이 안되는데?”
“하아…하아…뭐가요?”
“그야 너 지금까지 ‘한 대’도 안맞았잖아. 능력도 안 쓰고”
놀랍게도 하늘이 그 공격을 모두 받아쳐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뺘악!’
에고의 공격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근접전의 거리를 벌리고, 리치가 긴 농기구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다.
하늘은 운경의 노림수에도 불구하고 ‘적응’하고 있었다.
그의 ‘노림수 자체’를…
그리고 내가 그런 아저씨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한 것은 적응뿐만이 아니다.
”후우…하아~“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난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러는 아저씨야 말로 말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뭐가 말이지?”
“…아직”
나는 아저씨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며 생각했다.
아저씨의 공격 패턴은 지금까지 단 하나, 20분이라는 시간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은 농기구를 이용한 공격.
[창조 계열]과 [강화 계열]을 섞은 다중 공격이 처음엔 아저씨의 능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중 공격이라는 생각뿐이지, [창조 계열]로 농기구를 만들어내고 [강화 계열]로 강화하는 결론은 원 패턴.
결국 이 공격은 아저씨의 진짜 능력이 아니다.
”그래서 뭐가 말이 안된다는 거야?“
”…아직“
1라운드에서 다운이와의 파이트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그야 아직 아저씨의 ’능력‘을 안 쓰셨잖아요“
”…!“
초능력자는 항상 ’비장의 수‘를 숨겨둔다는 걸…!
내 말을 듣고는 아저씨가 회전시키던 괭이를 멈췄다.
“…크흐…크하하하하핫!”
“…?”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던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핫! 역시 내가 팬으로 삼을 만한 녀석이라니까? 숨기려고 했는데 전혀 안 먹힌건가?”
아저씨는 그대로 괭이를 어깨에 걸치고는 웃음을 멈췄다.
“그래, 정답이야, 네가 근접전을 시도한거랑 비슷한 이유였지. 상대의 능력을 봄과 동시에 내 능력을 숨기기 위함”
“…그래서 그런 소모전을?”
“뭐 그렇지, 하지만 넌 내 노림수를 완벽하게 막아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근접전이 되어버렸네. 심지어 눈치채버렸고 말이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한 번 다신 아저씨가 그래도 괭이를 들고 기지갤 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마지막까지 남겨두려고 했는데 말이지…”
…!
아저씨가 천천히 말을 마무리한 순간…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
”…엄청난 오오라“
귀가 한 순간 멍멍해질만큼 거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오오라가 그의 주변을 감쌌다.
농기구를 감싸던 샛주황으로 빛나는 오오라와 달리, 진한 흙색과 푸릇푸릇한 초록빛이 감도는 오오라.
그런 오오라가 마치 아저씨의 몸에서 폭발하듯 솟구쳤다.
”자, 그럼 이제 진짜 ’능력‘을 보여줄게!“
아저씨는 그대로 괭이를 한 손으로 높에 들어올렸다.
”이제부터 이 전장은 내 ’나와바리‘라고!“
콱! 하는 소리와 함께 괭이가 전장 바닥을 찍었다.
”[영역 조작 - 농전(Area Control - Battle Field Plantation)]”
그대로 괭이가 천천히 회전하고, 그 회전은 점점 빨라졌다.
나에게 처음 했던 공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라진 회전.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괭이는 그상태로 전장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전장의 미묘하게 흐르던 오오라는 괭이의 폭발적인 오오라와 맞닿았고, 이내…
“에고! 돌아와!”
‘뺙?!’
퍼버버버버버버벙!
거대한 충격파가 전장 전체를 감쌌다.
”…큭!“
.
.
.
“엄청난 여파가…도대체 무슨 능력을…“
”자, 완성이다. 하늘아!“
”ㅇ..완ㅅ..?“
충격파로 인한 흙먼지가 내 눈을 가렸고, 난 먼지가 가시자 볼 수 있었다.
”…!“
”어서와라! ‘전장이라는 이름의 농장’에 말이지!“
워낙 큰 전장의 크기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농장?“
그 거대한 전장을 한가득 채울 ‘농장’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2라운드가 시작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서하늘과 기운경.
두 초능력자들은 파이트 중인 어떤 초능력자들보다도 치열한 파이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제가 이긴 뒤에 말이죠!” / ”물론 내가 이긴 후에 말이야!“
*
”역시 두 초능력자 모두 엄청난 포텐셜이군요“
그리고 그런 둘을 가벼우면서도 날카롭게 쳐다보는 시선이 하나.
”[디바이스], 파이트 시작 후 두 초능력자의 오오라 변화량을 부탁드립니다“
[…CALL]
초능력자의 정점. Y.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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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2라운드 진행 중인 초능력자. ‘서하늘’과 ‘기운경’의 오오라 변화량 데이터를 출력합니다]
기계음을 출력한 디바이스의 화면이 나타나자, Y.G는 그를 유심히 확인했다.
[서하늘 : 89 / 134 , 기운경 : 231 / 267]
”예상대로군요“
”Y.G님 예상대로라 함은…?“
디바이스를 확인하고 조용하게 내뱉은 한 마디에 은이 의문을 표했다.
그런 은을 향해 Y.G는 친절하게 자신의 디바이스를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서하늘 씨의 오오라량은 한다운 씨와의 파이트 이후 조금이지만 그 최대치가 증가했습니다. 다만 그게 끝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참고할 점이 바로 현재 서하늘 씨의 상대인 ‘기운경’이라는 분의 오오라량입니다“
[…기운경 : 231 / 267]
”이 오오라량은…?“
”넵, 기운경 씨의 오오라량 그 수치 자체는 한다운 군보다도 떨어집니다. 아마 [CoN]님 또한 그 부분을 반영하여 운경 씨에게 216위라는 높지 않은 순위를 부여한 것이겠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그 상태로 Y.G가 몇 번 손짓하더니 디바이스에 출력된 화면이 넘어가며 새로운 화면을 출력했다.
[… : 107 / 612]
”지금 보여주시는 이 수치는…?“
”제가 한다운 씨의 상대를 보자마자 바로 이쪽으로 왔다고 했죠? 은 씨도 마찬가지구요?“
은은 그 말에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디바이스를 보았다.
”그럼 지금 이 수치가 의미하는 건…“
”네, 맞습니다! 현재 한다운 씨의 상대이자 1라운드 당시 19위였던 분의 오오라 변화량이죠. 그리고 이 수치가 저희에게 보여주고 있는거죠”
Y.G의 손이 그대로 서하늘과 파이트 중인 ‘기운경’ 쪽으로 향했다.
“기운경 씨가 저 19위와 비교해서 얼마나 ‘경악스러울 정도로’ 오오라의 양을 보존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은은 다시 한 번 디바이스를 확인했다.
“이건…!”
파이트 시작 후 5분 경과, 기운경이 소비한 오오라는 30 가량인데에 비해, 한다운의 상대는 못해도 500에 가까운 오오라를 소비한 상태였다.
물론 이는 한다운의 상대가 엄청나게 많은 오오라를 쏟아붙고 있었기에 가능한 수치일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라…
“그렇다는 건 지금 기운경은…”
은의 말을 받아 Y.G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자신이 속한 계열의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거죠. 거기에 서하늘 씨에게는 최악의 상황인 이유가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인 이유요?”
“그야…서하늘 씨는 저희가 잠깐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알아낸 ‘이 사실’을 알아낼 방도가 없으니까요”
Y.G는 그대로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고는 웃으며 다시 은에게 말을 건냈다.
“은 씨, 제가 어제 한 말 기억하고 계십니까? …모르고 있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만큼…”
“…무섭고 두려운 것은 없다”
둘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그만큼 둘의 파이트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
카카카카캉!
”오라아~!“
“에고!”
‘뺘아아악! 화륵!”
콰앙!
“후우…정말 쉬지도 않고 오시네요. 아저씨”
“그야 물론이지. 지금 나한텐 근접전이야말로 승리의 핵심이니까”
아저씨, 기운경의 말대로 운경은 계속해서 하늘에게 근접전을 시도했다.
그 근접전을 위한 첫번째 무기는 괭이, 속도를 기반으로 한 ‘강화기’인 [농민수레바퀴]를 이용해 방어와 회피에 제약을 걸어 공격했다.
그러나 몇 번의 타격을 허용한 하늘이 전장 바닥을 변화시킴으로써 괭이의 속도를 한 번에 끊어버렸고, 그로 인해 운경 또한 하늘에게 준 데미지보다 더 큰 타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운경은 1라운드에서 하늘의 무시무시한 ’적응력‘을 보았다.
괭이를 사용한 근접전을 계속해봤자 이미 공략법을 찾아낸 하늘에겐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운경이 선택한 방법은…
“…[수확기 - 쌍난격(Sickle Of Harvest)]!”
“이번엔 낫이에요?!”
“계속해서 공략해보시지, 네가 적응하고 공략하는 속도가 빠를지! 내가 널 끝장내는 게 빠를지!”
하늘이 적응하기 전에 다른 농기구를 계속해서 바꿔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늘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줘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방법.
이론상 처음 보는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할 경우, 데미지가 쌓여 하늘이 결국은 패배하게 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겠지만…
운경이 간과한 점은…
펑! 퍼엉~! 콰앙!
“[수확ㄱ…!“
”에고! 왼팔!“
‘화륵!’
“…어이쿠”
하늘의 적응력 또한 운경이 예상한 것보다도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
삐빅!
[서하늘 : 84 / 134 , …
…기운경 : 167 / 267]
“이 수치, 놀랍군요”
Y.G는 디바이스에 출력된 수치를 보고는 흥미롭다는 듯, 턱에 있는 수염을 만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서하늘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게 미묘하지만 눈에도 보입니다. 첫 번째 괭이의 공격만 해도 몇 번의 타격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물론 그 부분도 있지만, 주목할 점은 서하늘 씨의 ’적응력‘ 입니다”
“…적응력이요?”
적응력.
하늘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Y.G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였다.
“넵, 은 씨도 그 말을 알고 계실겁니다. 인간은 무슨 동물이죠?”
“…‘적응’의 동물…”
“맞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의 적응력은 다른 생물에 비해서도 월등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Y.G가 그대로 디바이스에 출력된 수치를 띄우며 말했다.
“서하늘 씨의 적응력은 웬만한 초능력자들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뛰어난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대로 Y.G가 손짓을 몇 번 하더니, 그의 손에서 회색빛이 돌기 시작했다.
”Y.G님, 이런 곳에서 능력을…“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일명 [시각 자료(Puppet Show)] 라고 부르는 거니까요“
그가 웃으며 뻗은 손에서 이내 회색빛의 오오라가 형상을 드러냈다.
두 개로 갈라진 오오라는 한 쪽은 하늘의 형상을, 한 쪽은 운경의 형상을 띄었다.
”자, 그럼 처음으로 운경 씨의 공격에 반응하는 하늘 씨의 모습입니다“
그가 말하자 형체를 띈 두 개의 오오라가 파이트 중인 하늘과 운경과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의 파이트를 한 번 본걸로 이 정도의 재현률이라니’
은은 마치 꼭두각시를 움직이며 연극을 하는 인형술사같은 모습을 보이는 Y.G의 모습에 짧지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오라이기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두 오오라의 움직임은 하늘과 운경이 움직인것과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두 오오라를 조종하는 건 Y.G의 직접적인 [조작].
그는 한 번 본 것으로 전부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초능력자의 파이트, 그 둘의 움직임을…
”…자, 그래서 이 부분을 보면“
”…아, 넵“
오오라의 움직임에 잠시나마 한 눈을 팔던 은은 그제서야 Y.G의 설명을 들었다.
”운경 씨는 괭이로 인한 공격이 공략당하자마자 바로 낫으로 무기를 바꾸고 하늘 씨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하늘 씨가 데리고 계신 초생명체의 공격을 보자마자 바로 무기를 바꿨죠“
”한 마디로 서하늘이 자신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전에 계속해서 공격함으로써…“
”넵, 1라운드에서 하늘 씨가 다운 씨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강화 계열]을 이용한 강력한 공격들을 하늘 씨는 아무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막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Y.G가 말을 이어가는동안, 둘의 형체를 띈 오오라를 보던 은의 표정이 변했다.
”…이건“
”정확하게 파악하셨군요. 방금 제가 한 이 추론은 하나의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탁!
”하늘 씨가 운경 씨의 ‘노림수’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
Y.G는 양 손을 맞부딪쳤고, 오오라는 서로에게 맞닿아 사라졌다.
”하지만 하늘 씨는 운경 씨의 노림수를 결국 완벽하게 적응해내고 말았습니다.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말이죠”
“…?“
그는 그대로 은에게 다가와 그의 오른쪽 손을 잡아 들어올렸다.
“농기구를 만들어내는 [창조 계열], 그런 농기구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강화 계열]. 아쉽지만 두 계열 모두 운경 씨가 속한 계열이 아닙니다“
말을 듣자 은이 답했다.
“그렇다는 건…”
“아까도 말했듯이 운경 씨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다만…”
그는 그대로 은의 손을 내려놓았다/
“오오라를 아무리 아낀다고 한들, 연속된 사용은 결국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꼴이죠. 이제 운경 씨는 선택을 할 때입니다”
“선택이라 함은…?”
“운경 씨의 노림수를 완벽하게 적응한 하늘 씨에게 이대로 똑같은 수를 쓰고 패배를 맞이할지, 운경 씨가 오오라를 아낀 이유인…자신의 진짜 ’능력‘을 보여줄지..에 대한 선택이죠”
*
콰앙~!
파이트가 시작하고 거의 20분에 달하는 시간이 흘렀다.
괭이로 시작해서 낫, 호미, 삽까지…
운경은 못해도 열 댓 개의 농기구를 번갈아가며 하늘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후우, 정말 말이 안되는데?”
“하아…하아…뭐가요?”
“그야 너 지금까지 ‘한 대’도 안맞았잖아. 능력도 안 쓰고”
놀랍게도 하늘이 그 공격을 모두 받아쳐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뺘악!’
에고의 공격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근접전의 거리를 벌리고, 리치가 긴 농기구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다.
하늘은 운경의 노림수에도 불구하고 ‘적응’하고 있었다.
그의 ‘노림수 자체’를…
그리고 내가 그런 아저씨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한 것은 적응뿐만이 아니다.
”후우…하아~“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난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러는 아저씨야 말로 말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뭐가 말이지?”
“…아직”
나는 아저씨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며 생각했다.
아저씨의 공격 패턴은 지금까지 단 하나, 20분이라는 시간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은 농기구를 이용한 공격.
[창조 계열]과 [강화 계열]을 섞은 다중 공격이 처음엔 아저씨의 능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중 공격이라는 생각뿐이지, [창조 계열]로 농기구를 만들어내고 [강화 계열]로 강화하는 결론은 원 패턴.
결국 이 공격은 아저씨의 진짜 능력이 아니다.
”그래서 뭐가 말이 안된다는 거야?“
”…아직“
1라운드에서 다운이와의 파이트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그야 아직 아저씨의 ’능력‘을 안 쓰셨잖아요“
”…!“
초능력자는 항상 ’비장의 수‘를 숨겨둔다는 걸…!
내 말을 듣고는 아저씨가 회전시키던 괭이를 멈췄다.
“…크흐…크하하하하핫!”
“…?”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던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핫! 역시 내가 팬으로 삼을 만한 녀석이라니까? 숨기려고 했는데 전혀 안 먹힌건가?”
아저씨는 그대로 괭이를 어깨에 걸치고는 웃음을 멈췄다.
“그래, 정답이야, 네가 근접전을 시도한거랑 비슷한 이유였지. 상대의 능력을 봄과 동시에 내 능력을 숨기기 위함”
“…그래서 그런 소모전을?”
“뭐 그렇지, 하지만 넌 내 노림수를 완벽하게 막아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근접전이 되어버렸네. 심지어 눈치채버렸고 말이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한 번 다신 아저씨가 그래도 괭이를 들고 기지갤 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마지막까지 남겨두려고 했는데 말이지…”
…!
아저씨가 천천히 말을 마무리한 순간…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
”…엄청난 오오라“
귀가 한 순간 멍멍해질만큼 거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오오라가 그의 주변을 감쌌다.
농기구를 감싸던 샛주황으로 빛나는 오오라와 달리, 진한 흙색과 푸릇푸릇한 초록빛이 감도는 오오라.
그런 오오라가 마치 아저씨의 몸에서 폭발하듯 솟구쳤다.
”자, 그럼 이제 진짜 ’능력‘을 보여줄게!“
아저씨는 그대로 괭이를 한 손으로 높에 들어올렸다.
”이제부터 이 전장은 내 ’나와바리‘라고!“
콱! 하는 소리와 함께 괭이가 전장 바닥을 찍었다.
”[영역 조작 - 농전(Area Control - Battle Field Plantation)]”
그대로 괭이가 천천히 회전하고, 그 회전은 점점 빨라졌다.
나에게 처음 했던 공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라진 회전.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괭이는 그상태로 전장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전장의 미묘하게 흐르던 오오라는 괭이의 폭발적인 오오라와 맞닿았고, 이내…
“에고! 돌아와!”
‘뺙?!’
퍼버버버버버버벙!
거대한 충격파가 전장 전체를 감쌌다.
”…큭!“
.
.
.
“엄청난 여파가…도대체 무슨 능력을…“
”자, 완성이다. 하늘아!“
”ㅇ..완ㅅ..?“
충격파로 인한 흙먼지가 내 눈을 가렸고, 난 먼지가 가시자 볼 수 있었다.
”…!“
”어서와라! ‘전장이라는 이름의 농장’에 말이지!“
워낙 큰 전장의 크기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농장?“
그 거대한 전장을 한가득 채울 ‘농장’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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