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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21 추천 : 0 글자수 : 4,204 자 2025-05-29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 어느덧 첫눈이 내리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다. 좁은 자취방 창밖으로는 하얀 눈송이가 솜털처럼 흩날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따뜻한 난방 기운과 함께 갓 내린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성민과 준호가 룸메이트로 만난 지 벌써 한 학기가 훌쩍 지나 있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룸메이트를 넘어, 서툴지만 진실된 연인으로 발전했고, 그들의 공간 역시 처음의 어색함 대신 익숙하고 편안한 온기로 채워져 갔다.
물론, 그들의 관계가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성민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 속에서 때때로 불안해했고, 준호는 그런 성민을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생활 방식 때문에 사소한 다툼을 벌이는 날도 있었고, 서로의 진심을 오해하여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위로를 건네며 함께 이겨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준호의 본가에 다녀온 이후, 성민은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아갔다. 준호 가족의 따뜻한 환대와 그 속에서 보여준 준호의 변함없는 애정은 성민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았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준호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애정을 드러내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졌다.
이제 성민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준호의 얼굴을 보며 몰래 미소 지을 줄 알게 되었고, 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수건을 건네주거나 머리를 말려주기도 했다. 함께 장을 볼 때는 준호가 좋아하는 과자를 슬쩍 카트에 담아 넣거나, 그가 무심코 흘렸던 말을 기억해뒀다가 작은 선물을 건네며 그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 성민의 변화가 준호에게는 더없는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는 성민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에게 다가와 주는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고 소중했다.
그들의 일상은 여느 평범한 대학생 커플과 다르지 않았다. 함께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몰래 손을 잡거나, 강의실 뒤편에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참기도 했다. 주말이면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골목길을 찾아 맛집을 탐방하거나, 낡은 DVD 방에 들어가 어깨에 기대어 영화를 보기도 했다. 때로는 좁은 자취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밤새도록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체온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 밤들은 여전히 성민에게 낯설고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혼란만이 가득하지는 않았다. 준호의 다정하고 능숙한 리드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몸이 느끼는 쾌락과 함께 서로의 마음이 깊이 연결되는 듯한 충만한 감정을 경험했다. 육체적인 결합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성민은 자신이 온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준호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일상에도 가끔씩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우곤 했다. 준호는 워낙 인기가 많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준호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여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성민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준호가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불안감과 질투심을 느꼈다. 혹시 준호 형이 나에게 질려서, 혹은 나 때문에 불편해서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못난 생각들이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런 성민의 마음을 눈치챈 준호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보다는 성민과의 시간을 우선시했고, 여자 동기나 후배들과는 일부러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성민이 불안해할 때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몇 번이고 자신의 진심을 확인시켜주었다.
"성민아, 불안해하지 마.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여. 다른 사람은 아무 의미 없어."
그의 단호하고 진심 어린 말에 성민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지도 몰랐다.
시간이 흘러 첫 학기가 끝나고 겨울 방학이 다가왔다. 성민은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부모님께는 여전히 준호와의 관계를 말씀드리지 못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준호 역시 방학 동안 잠시 본가에 내려가 있기로 했다. 처음으로 며칠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민이 떠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짐을 싸다 말고 침대에 마주 앉았다. 방 안에는 짐 가방과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오직 서로에게 향해 있었다.
"…가서 연락 자주 할 거지?"
준호가 먼저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애틋함과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그럼요. 매일 전화할게요. 형도… 저 없다고 너무 신나게 놀지 말고요."
성민은 장난스럽게 대답했지만, 그의 목소리 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짧은 이별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자신이 우스웠다.
"푸흐, 내가 뭘 하고 놀겠냐. 너 없으면 심심해서 방구석에 처박혀 있기나 하겠지."
준호는 성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그의 손길이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해서 성민은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형."
"응?"
"…고마워요. 저 같은 애… 좋아해 줘서. 그리고 기다려줘서."
성민은 용기를 내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준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성민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힘껏 안았다.
"바보야.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네가 나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넌 모를 거야."
준호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서로의 온기와 심장 박동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실된 것인지를.
그날 밤, 그들은 어느 때보다 더 애틋하고 간절하게 서로를 탐했다. 곧 다가올 짧은 이별을 앞두고, 서로의 존재를 온몸으로 확인하고 마음속 깊이 새겨 넣으려는 듯이. 격렬한 숨소리와 뜨거운 체온이 좁은 방 안을 가득 메웠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애타는 목소리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인 행위를 넘어선,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듯한 깊고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성민은 기차역 플랫폼에서 준호의 배웅을 받았다. 떠나기 싫어하는 성민의 손을 꼭 잡고, 준호는 그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잘 다녀와, 성민아. 도착하면 바로 연락하고. …사랑한다."
성민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차에 오르기 직전, 뒤돌아서서 그 역시 용기를 내어 속삭였다.
"…저도요, 형. 저도… 사랑해요."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을 떠나 멀어질 때까지, 두 사람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점점 작아지는 준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민은 가슴 벅찬 행복과 함께 앞으로 그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좁은 자취방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첫 번째 계절을 지나고 있었다. 서툴렀고, 불안했고, 때로는 아팠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그들은 서로에게 스며들고 서로를 변화시키며 진짜 사랑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던 숨결은 이제 서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따뜻하고 익숙한 공기가 되었다. 방 안의 온도는 더 이상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과 신뢰로 데워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안한 온도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그들 앞에는 또 어떤 계절들이 펼쳐질까. 분명 쉽지 않은 순간들도 있을 테고,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두렵지 않았다.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한, 그 어떤 겨울이라도 따뜻하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막, 새로운 계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화면 속이 아닌, 현실 속에서 진짜 온기를 품은 채.
물론, 그들의 관계가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성민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 속에서 때때로 불안해했고, 준호는 그런 성민을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생활 방식 때문에 사소한 다툼을 벌이는 날도 있었고, 서로의 진심을 오해하여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위로를 건네며 함께 이겨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준호의 본가에 다녀온 이후, 성민은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아갔다. 준호 가족의 따뜻한 환대와 그 속에서 보여준 준호의 변함없는 애정은 성민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았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준호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애정을 드러내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졌다.
이제 성민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준호의 얼굴을 보며 몰래 미소 지을 줄 알게 되었고, 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수건을 건네주거나 머리를 말려주기도 했다. 함께 장을 볼 때는 준호가 좋아하는 과자를 슬쩍 카트에 담아 넣거나, 그가 무심코 흘렸던 말을 기억해뒀다가 작은 선물을 건네며 그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 성민의 변화가 준호에게는 더없는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는 성민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에게 다가와 주는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고 소중했다.
그들의 일상은 여느 평범한 대학생 커플과 다르지 않았다. 함께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몰래 손을 잡거나, 강의실 뒤편에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참기도 했다. 주말이면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골목길을 찾아 맛집을 탐방하거나, 낡은 DVD 방에 들어가 어깨에 기대어 영화를 보기도 했다. 때로는 좁은 자취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밤새도록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체온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 밤들은 여전히 성민에게 낯설고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혼란만이 가득하지는 않았다. 준호의 다정하고 능숙한 리드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몸이 느끼는 쾌락과 함께 서로의 마음이 깊이 연결되는 듯한 충만한 감정을 경험했다. 육체적인 결합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성민은 자신이 온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준호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일상에도 가끔씩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우곤 했다. 준호는 워낙 인기가 많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준호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여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성민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준호가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불안감과 질투심을 느꼈다. 혹시 준호 형이 나에게 질려서, 혹은 나 때문에 불편해서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못난 생각들이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런 성민의 마음을 눈치챈 준호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보다는 성민과의 시간을 우선시했고, 여자 동기나 후배들과는 일부러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성민이 불안해할 때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몇 번이고 자신의 진심을 확인시켜주었다.
"성민아, 불안해하지 마.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여. 다른 사람은 아무 의미 없어."
그의 단호하고 진심 어린 말에 성민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지도 몰랐다.
시간이 흘러 첫 학기가 끝나고 겨울 방학이 다가왔다. 성민은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부모님께는 여전히 준호와의 관계를 말씀드리지 못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준호 역시 방학 동안 잠시 본가에 내려가 있기로 했다. 처음으로 며칠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민이 떠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짐을 싸다 말고 침대에 마주 앉았다. 방 안에는 짐 가방과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오직 서로에게 향해 있었다.
"…가서 연락 자주 할 거지?"
준호가 먼저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애틋함과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그럼요. 매일 전화할게요. 형도… 저 없다고 너무 신나게 놀지 말고요."
성민은 장난스럽게 대답했지만, 그의 목소리 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짧은 이별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자신이 우스웠다.
"푸흐, 내가 뭘 하고 놀겠냐. 너 없으면 심심해서 방구석에 처박혀 있기나 하겠지."
준호는 성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그의 손길이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해서 성민은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형."
"응?"
"…고마워요. 저 같은 애… 좋아해 줘서. 그리고 기다려줘서."
성민은 용기를 내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준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성민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힘껏 안았다.
"바보야.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네가 나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넌 모를 거야."
준호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서로의 온기와 심장 박동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실된 것인지를.
그날 밤, 그들은 어느 때보다 더 애틋하고 간절하게 서로를 탐했다. 곧 다가올 짧은 이별을 앞두고, 서로의 존재를 온몸으로 확인하고 마음속 깊이 새겨 넣으려는 듯이. 격렬한 숨소리와 뜨거운 체온이 좁은 방 안을 가득 메웠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애타는 목소리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인 행위를 넘어선,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듯한 깊고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성민은 기차역 플랫폼에서 준호의 배웅을 받았다. 떠나기 싫어하는 성민의 손을 꼭 잡고, 준호는 그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잘 다녀와, 성민아. 도착하면 바로 연락하고. …사랑한다."
성민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차에 오르기 직전, 뒤돌아서서 그 역시 용기를 내어 속삭였다.
"…저도요, 형. 저도… 사랑해요."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을 떠나 멀어질 때까지, 두 사람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점점 작아지는 준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민은 가슴 벅찬 행복과 함께 앞으로 그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좁은 자취방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첫 번째 계절을 지나고 있었다. 서툴렀고, 불안했고, 때로는 아팠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그들은 서로에게 스며들고 서로를 변화시키며 진짜 사랑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던 숨결은 이제 서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따뜻하고 익숙한 공기가 되었다. 방 안의 온도는 더 이상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과 신뢰로 데워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안한 온도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그들 앞에는 또 어떤 계절들이 펼쳐질까. 분명 쉽지 않은 순간들도 있을 테고,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두렵지 않았다.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한, 그 어떤 겨울이라도 따뜻하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이제 막, 새로운 계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화면 속이 아닌, 현실 속에서 진짜 온기를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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