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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8 추천 : 0 글자수 : 4,495 자 2025-06-05
<블루 문>에서의 첫 만남 이후, 성민의 일상은 온통 준호라는 이름의 남자로 채워졌다. 그의 뇌리에서 준호의 강렬했던 눈빛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떠나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던 순간 마주쳤던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듯한 깊은 사연에 대한 궁금증은 사진작가로서의 그의 본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성민은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다시 그를 찾아가 사진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해볼까? 하지만 불쾌하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엇보다 그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중, 성민은 우연히 길에서 준호와 다시 마주쳤다. 재즈 바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검은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성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저기…!"
준호가 고개를 돌려 성민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잠시 의아함이 스쳤지만, 이내 성민을 알아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때 그 사진 찍으시던 분?"
"네, 맞아요. 혹시… 기억하시네요." 성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 허락도 없이 사진 찍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괜찮아요. 뭐, 그런 일 가끔 있으니까." 준호는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 않은 듯 보였다.
성민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본론을 꺼냈다.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네. 제가 사진작가인데… 혹시… 제 사진 모델이 되어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그때 바에서 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꼭 한번 제대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페이는 제대로 지급해 드릴 거고요."
성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준호는 잠시 성민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성민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었다. 거절당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준호는 예상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좋아요. 하죠, 뭐. 마침 저도 요즘 좀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그의 대답은 너무나 뜻밖이어서 성민은 오히려 당황했다. 그는 정말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준호는 그런 성민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사진은… 내가 마음에 드는 것만 공개하는 걸로. 그리고 내 사적인 질문은 너무 많이 하지 말 것. 어때요?"
"네! 네, 그럼요!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성민은 얼떨결에 그의 조건을 수락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조금은 이상하고 위태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첫 촬영은 성민의 작은 작업실에서 이루어졌다. 낡은 건물 옥탑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어지럽게 널린 사진 장비들과 인화된 흑백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덕분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준호는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춰 작업실에 도착했다. 그는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에 몸에 딱 맞는 슬랙스를 입고 있었는데, 재즈 바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시크하면서도 절제된 섹시함이 느껴졌다.
"와… 여기가 형 작업실이에요? 생각보다… 느낌 있는데요?" 준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작업실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네… 좀 어지럽죠? 아직 정리를 다 못 해서…" 성민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요, 좋은데요. 뭔가… 형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솔직하고, 꾸밈없고."
준호의 예상치 못한 칭찬에 성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애써 표정을 감추며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조명을 세팅하고, 카메라 렌즈를 고르고, 배경지를 점검하는 그의 손길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진지했다. 준호는 그런 성민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무언가 복잡하고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선 준호는 더 이상 장난기 넘치던 청년이 아니었다. 그는 프로 모델처럼, 혹은 숙련된 배우처럼, 성민이 요구하는 포즈와 표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때로는 고독하고 쓸쓸하게, 때로는 도발적이고 관능적으로, 때로는 소년처럼 순수하게. 그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성민은 감탄하며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그는 더욱 매혹적이었고, 성민은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잠깐만… 셔츠 단추 좀 몇 개 더 풀어볼래요?"
촬영에 몰입한 성민이 무심코 말했다. 준호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말없이 셔츠 단추를 두어 개 더 풀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매끈한 가슴팍과 쇄골 라인이 드러났다. 성민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작업실 안의 공기가 이전보다 더 뜨겁고 밀도 있게 느껴졌다.
"좋아요… 그대로… 시선은 살짝 아래로… 네, 좋아요…"
성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디렉션을 하며 셔터를 눌렀다. 준호는 그의 요구에 따라 천천히 포즈를 취했다. 그의 눈빛은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였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성민은 또다시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렌즈 너머의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는 충동.
"이번엔… 소파에 한번 앉아볼까요? 좀 더… 편안하게."
성민의 지시에 따라 준호는 작업실 한쪽에 놓인 낡은 가죽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한쪽 팔을 소파 등받이에 걸친 채, 나른하면서도 유혹적인 표정으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성민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카메라 파인더에서 잠시 눈을 떼고 심호흡을 했다. 이건 그냥 촬영이야. 그는 피사체고, 나는 사진작가일 뿐이야.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한 작가와 모델의 관계를 넘어서는 미묘하고 위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성민은 좀 더 역동적인 구도를 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소파에 걸터앉아 준호를 올려다보며 셔터를 누르려던 순간, 준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성민의 손목을 잡았다.
"…!"
성민은 놀라서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했다. 준호의 얼굴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성민의 뺨에 느껴졌다.
"…이렇게 찍는 건 어때요?"
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성민의 손목을 잡은 채 그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성민은 그의 돌발 행동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를 밀쳐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막 닿으려는 찰나, 준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비껴 성민의 귓가에 속삭였다.
"…농담이에요, 형. 너무 긴장했나 봐?"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소파에 기대앉았다. 성민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고, 얼굴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장난이었다고? 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 장난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분명한 욕망과 유혹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처럼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걸까?
그날의 촬영은 그렇게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성민은 작업실을 나서는 준호의 뒷모습을 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와의 관계는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이미 너무나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유혹적인 눈빛과 미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늦은 밤, 성민은 작업실 암실에서 오늘 찍은 필름을 현상했다. 붉은 암등 아래, 현상액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준호의 모습. 렌즈를 통해 담아낸 그의 모습은 성민이 실제로 본 것보다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이었다. 특히, 그의 눈빛. 고독과 슬픔, 유혹과 불안이 뒤섞인 듯한 그 깊고 복잡한 눈빛은 성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성민은 인화된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사진작가로서 피사체에게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예술적 영감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그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준호라는 남자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매료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가 앞으로 자신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그의 렌즈는 계속해서 준호를 향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음 촬영 약속을 잡기 위해 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성민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대신 다른 메시지를 입력했다.
<오늘 저녁… 혹시 시간 괜찮으면, 술 한잔할래요?>
그의 진짜 모습을 조금 더 알고 싶었다. 렌즈 너머가 아닌, 바로 앞에서 그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더 이상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준호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성민은 우연히 길에서 준호와 다시 마주쳤다. 재즈 바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검은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단연 눈에 띄었다. 성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저기…!"
준호가 고개를 돌려 성민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잠시 의아함이 스쳤지만, 이내 성민을 알아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때 그 사진 찍으시던 분?"
"네, 맞아요. 혹시… 기억하시네요." 성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 허락도 없이 사진 찍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괜찮아요. 뭐, 그런 일 가끔 있으니까." 준호는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 않은 듯 보였다.
성민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본론을 꺼냈다.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네. 제가 사진작가인데… 혹시… 제 사진 모델이 되어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그때 바에서 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꼭 한번 제대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페이는 제대로 지급해 드릴 거고요."
성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준호는 잠시 성민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성민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었다. 거절당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준호는 예상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좋아요. 하죠, 뭐. 마침 저도 요즘 좀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그의 대답은 너무나 뜻밖이어서 성민은 오히려 당황했다. 그는 정말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준호는 그런 성민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사진은… 내가 마음에 드는 것만 공개하는 걸로. 그리고 내 사적인 질문은 너무 많이 하지 말 것. 어때요?"
"네! 네, 그럼요!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성민은 얼떨결에 그의 조건을 수락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조금은 이상하고 위태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첫 촬영은 성민의 작은 작업실에서 이루어졌다. 낡은 건물 옥탑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어지럽게 널린 사진 장비들과 인화된 흑백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덕분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준호는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춰 작업실에 도착했다. 그는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에 몸에 딱 맞는 슬랙스를 입고 있었는데, 재즈 바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시크하면서도 절제된 섹시함이 느껴졌다.
"와… 여기가 형 작업실이에요? 생각보다… 느낌 있는데요?" 준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작업실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네… 좀 어지럽죠? 아직 정리를 다 못 해서…" 성민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요, 좋은데요. 뭔가… 형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솔직하고, 꾸밈없고."
준호의 예상치 못한 칭찬에 성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애써 표정을 감추며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조명을 세팅하고, 카메라 렌즈를 고르고, 배경지를 점검하는 그의 손길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진지했다. 준호는 그런 성민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무언가 복잡하고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선 준호는 더 이상 장난기 넘치던 청년이 아니었다. 그는 프로 모델처럼, 혹은 숙련된 배우처럼, 성민이 요구하는 포즈와 표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때로는 고독하고 쓸쓸하게, 때로는 도발적이고 관능적으로, 때로는 소년처럼 순수하게. 그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성민은 감탄하며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그는 더욱 매혹적이었고, 성민은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잠깐만… 셔츠 단추 좀 몇 개 더 풀어볼래요?"
촬영에 몰입한 성민이 무심코 말했다. 준호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말없이 셔츠 단추를 두어 개 더 풀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매끈한 가슴팍과 쇄골 라인이 드러났다. 성민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작업실 안의 공기가 이전보다 더 뜨겁고 밀도 있게 느껴졌다.
"좋아요… 그대로… 시선은 살짝 아래로… 네, 좋아요…"
성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디렉션을 하며 셔터를 눌렀다. 준호는 그의 요구에 따라 천천히 포즈를 취했다. 그의 눈빛은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였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성민은 또다시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렌즈 너머의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는 충동.
"이번엔… 소파에 한번 앉아볼까요? 좀 더… 편안하게."
성민의 지시에 따라 준호는 작업실 한쪽에 놓인 낡은 가죽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한쪽 팔을 소파 등받이에 걸친 채, 나른하면서도 유혹적인 표정으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성민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카메라 파인더에서 잠시 눈을 떼고 심호흡을 했다. 이건 그냥 촬영이야. 그는 피사체고, 나는 사진작가일 뿐이야.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한 작가와 모델의 관계를 넘어서는 미묘하고 위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성민은 좀 더 역동적인 구도를 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소파에 걸터앉아 준호를 올려다보며 셔터를 누르려던 순간, 준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성민의 손목을 잡았다.
"…!"
성민은 놀라서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했다. 준호의 얼굴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성민의 뺨에 느껴졌다.
"…이렇게 찍는 건 어때요?"
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성민의 손목을 잡은 채 그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성민은 그의 돌발 행동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를 밀쳐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막 닿으려는 찰나, 준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비껴 성민의 귓가에 속삭였다.
"…농담이에요, 형. 너무 긴장했나 봐?"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소파에 기대앉았다. 성민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고, 얼굴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장난이었다고? 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 장난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분명한 욕망과 유혹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처럼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걸까?
그날의 촬영은 그렇게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성민은 작업실을 나서는 준호의 뒷모습을 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와의 관계는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이미 너무나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유혹적인 눈빛과 미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늦은 밤, 성민은 작업실 암실에서 오늘 찍은 필름을 현상했다. 붉은 암등 아래, 현상액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준호의 모습. 렌즈를 통해 담아낸 그의 모습은 성민이 실제로 본 것보다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이었다. 특히, 그의 눈빛. 고독과 슬픔, 유혹과 불안이 뒤섞인 듯한 그 깊고 복잡한 눈빛은 성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성민은 인화된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사진작가로서 피사체에게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예술적 영감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그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준호라는 남자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매료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가 앞으로 자신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그의 렌즈는 계속해서 준호를 향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음 촬영 약속을 잡기 위해 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성민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대신 다른 메시지를 입력했다.
<오늘 저녁… 혹시 시간 괜찮으면, 술 한잔할래요?>
그의 진짜 모습을 조금 더 알고 싶었다. 렌즈 너머가 아닌, 바로 앞에서 그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더 이상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준호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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