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조회 : 52 추천 : 0 글자수 : 4,536 자 2025-06-19
폭풍 같았던 밤이 지나고, 작업실 창문 너머로 희미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빗줄기는 어느새 가늘어져 있었고, 젖은 도시의 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들어와 밤새 달아올랐던 방 안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성민은 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준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눈물 자국이 희미하게 남은 그의 뺨, 쌕쌕거리는 고른 숨소리, 그리고 악몽이라도 꾸는 듯 가끔씩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까지. 그의 모든 것이 성민의 마음을 아프게 저며왔다.
어젯밤, 준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후, 어린 나이에 홀로 세상에 내던져져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시간들.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 벗어나려 할수록 더욱 깊게 옭아매던 빚과 협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입었던 몸과 마음의 깊은 상처들. 그의 이야기는 성민이 살아온 평탄했던 삶과는 너무나도 다른,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성민은 잠든 준호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의 피부 아래 감춰진 수많은 상처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블루 문>에서 그를 만났을 때 느꼈던 묘한 위태로움과 슬픔의 정체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가 왜 그렇게 자신을 밀어내려 했는지, 왜 그렇게 벽을 치고 혼자 힘들어했는지도.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를 향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뒤섞여 성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내가… 과연 이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을까? 그의 그림자까지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웠다. 준호의 과거는 단순히 힘들었던 기억을 넘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어젯밤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험악한 남자들. 그들은 분명 다시 준호를 찾아올 것이고, 어쩌면 자신에게까지 그 위험이 미칠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성민에게, 준호의 세계는 너무나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를 외면할 수 없다는 강한 마음 또한 분명했다. 그의 고통을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의 곁을 지키며, 그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기꺼이 그 위험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갈 용의가 있었다.
성민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어젯밤의 흔적들이 씻겨나가면서,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는 준호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이 어둠 속에서 꺼내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준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성민은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따뜻한 수프와 토스트.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성민은 어젯밤 준호가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가 언급했던 '빚'. 그리고 그를 협박하던 남자들의 말.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과거의 굴레.
'어떻게든… 도와줘야 해.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성민은 굳게 다짐했다. 그가 가진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준호를 지켜주고 싶었다.
잠시 후, 준호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왔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성민을 바라보았다.
"…형. 일찍 일어났네요."
"어… 잘 잤어?"
성민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네… 덕분에. 어젯밤엔… 미안했어요. 너무 추한 모습만 보여줘서."
준호는 고개를 숙이며 자책하듯 말했다.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성민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 아픔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성민의 진심 어린 말에 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서려 있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희미한 희망의 빛이 감도는 듯했다.
"…정말… 괜찮아요? 나 같은 놈… 옆에 있어도?"
"응. 괜찮아."
성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혼자 힘들어하지 마.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성민의 단호한 말에 준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성민을 끌어안았다. 성민 역시 그의 등을 말없이 토닥여주었다.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위로와 신뢰가 두 사람 사이에 오갔다.
아침 식사를 하며, 두 사람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호는 여전히 불안해했지만, 성민의 긍정적이고 단단한 태도에 조금씩 용기를 얻는 듯했다. 법적인 도움을 알아보거나, 혹은 다른 안전한 곳으로 잠시 피하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했다. 막막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성민은 준호의 사진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준호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작업실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차분하면서도 희망적인 공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작업실 문을 누군가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심장이 멎을 듯한 불길한 소리였다. 성민과 준호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어젯밤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누구… 세요?" 성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문 열어, 시우! 너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문밖에서 들려온 것은 어젯밤 골목길에서 들었던, 그 험악한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아낸 거지? 준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성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형, 어서 숨어요! 빨리!"
준호가 다급하게 성민을 재촉했다.
"싫어! 너 혼자 두고 어떻게 숨어!"
"저놈들은 나한테 볼일 있는 거예요! 형은 상관없으니 제발 숨어요!"
준호는 성민을 작업실 안쪽 작은 창고로 거의 밀어 넣다시피 하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망설임 대신, 성민을 지켜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성민은 창고 문틈으로 불안하게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자, 험악한 인상의 남자 두 명이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작업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야~ 제법 아늑한 곳에 숨어 있었네, 시우? 네 애인 작업실인가 보지? 근데 이 사진들은 다 뭐냐? 네 새 취미라도 되는 건가?" 덩치 큰 남자가 벽에 걸린 준호의 사진들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준호가 차갑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경계심이 숨겨져 있었다.
"네 꼬리가 너무 길었지. 어젯밤에 네 옆에 있던 그 사진작가 양반, 우리가 누군지 똑똑히 봤거든. 조금만 뒷조사해보니 금방 나오더군. 네가 요즘 그놈이랑 붙어 다닌다는 거."
남자의 말에 준호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성민 때문이었다.
"…나한테 용건 있으면 여기서 말하지 말고, 밖에서 얘기하죠. 이 사람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준호는 최대한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이들을 작업실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상관이 왜 없어? 네 소중한 사람 같은데. 안 그래?"
남자는 비열하게 웃으며 준호에게 다가왔다.
"돈 문제는 둘째 치고, 네가 우리 식구들 뒤통수치고 도망간 거, 보스가 아주 단단히 화가 나셨어. 순순히 돌아오면 좋게 끝날 일을… 왜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어?"
"돌아갈 생각 없다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준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나는 이제 당신들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하! 상관이 없어?"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준호의 멱살을 잡아챘다.
"네가 발을 들인 이상, 네 마음대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는 소리. 자, 순순히 우리랑 같이 가자. 그럼 적어도… 네 애인 양반은 무사할 테니까."
남자의 노골적인 협박. 성민을 인질 삼아 준호를 끌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준호는 분노로 이가 갈렸지만, 섣불리 저항할 수 없었다. 성민이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창고 문이 벌컥 열리며 성민이 뛰쳐나왔다. 그의 손에는 묵직해 보이는 카메라 삼각대가 들려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눈빛만은 단호했다.
"그 사람한테 손대지 마!"
성민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남자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예상치 못한 저항에 남자들과 준호 모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드러난 진실 앞에서,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위협 앞에서, 성민과 준호는 마침내 함께 맞서기로 결심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지키려는 그들의 사랑은, 이제 어둡고 위험한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위태로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그들은 과연 서로를 지켜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어젯밤, 준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후, 어린 나이에 홀로 세상에 내던져져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시간들.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 벗어나려 할수록 더욱 깊게 옭아매던 빚과 협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입었던 몸과 마음의 깊은 상처들. 그의 이야기는 성민이 살아온 평탄했던 삶과는 너무나도 다른,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성민은 잠든 준호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의 피부 아래 감춰진 수많은 상처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블루 문>에서 그를 만났을 때 느꼈던 묘한 위태로움과 슬픔의 정체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가 왜 그렇게 자신을 밀어내려 했는지, 왜 그렇게 벽을 치고 혼자 힘들어했는지도.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를 향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뒤섞여 성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내가… 과연 이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을까? 그의 그림자까지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웠다. 준호의 과거는 단순히 힘들었던 기억을 넘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어젯밤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험악한 남자들. 그들은 분명 다시 준호를 찾아올 것이고, 어쩌면 자신에게까지 그 위험이 미칠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성민에게, 준호의 세계는 너무나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를 외면할 수 없다는 강한 마음 또한 분명했다. 그의 고통을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의 곁을 지키며, 그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기꺼이 그 위험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갈 용의가 있었다.
성민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어젯밤의 흔적들이 씻겨나가면서,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는 준호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이 어둠 속에서 꺼내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준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성민은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따뜻한 수프와 토스트.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성민은 어젯밤 준호가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가 언급했던 '빚'. 그리고 그를 협박하던 남자들의 말.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과거의 굴레.
'어떻게든… 도와줘야 해.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성민은 굳게 다짐했다. 그가 가진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준호를 지켜주고 싶었다.
잠시 후, 준호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왔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성민을 바라보았다.
"…형. 일찍 일어났네요."
"어… 잘 잤어?"
성민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네… 덕분에. 어젯밤엔… 미안했어요. 너무 추한 모습만 보여줘서."
준호는 고개를 숙이며 자책하듯 말했다.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성민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 아픔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성민의 진심 어린 말에 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서려 있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희미한 희망의 빛이 감도는 듯했다.
"…정말… 괜찮아요? 나 같은 놈… 옆에 있어도?"
"응. 괜찮아."
성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혼자 힘들어하지 마.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성민의 단호한 말에 준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성민을 끌어안았다. 성민 역시 그의 등을 말없이 토닥여주었다.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위로와 신뢰가 두 사람 사이에 오갔다.
아침 식사를 하며, 두 사람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호는 여전히 불안해했지만, 성민의 긍정적이고 단단한 태도에 조금씩 용기를 얻는 듯했다. 법적인 도움을 알아보거나, 혹은 다른 안전한 곳으로 잠시 피하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했다. 막막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성민은 준호의 사진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준호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작업실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차분하면서도 희망적인 공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작업실 문을 누군가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심장이 멎을 듯한 불길한 소리였다. 성민과 준호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어젯밤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누구… 세요?" 성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문 열어, 시우! 너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문밖에서 들려온 것은 어젯밤 골목길에서 들었던, 그 험악한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아낸 거지? 준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성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형, 어서 숨어요! 빨리!"
준호가 다급하게 성민을 재촉했다.
"싫어! 너 혼자 두고 어떻게 숨어!"
"저놈들은 나한테 볼일 있는 거예요! 형은 상관없으니 제발 숨어요!"
준호는 성민을 작업실 안쪽 작은 창고로 거의 밀어 넣다시피 하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망설임 대신, 성민을 지켜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성민은 창고 문틈으로 불안하게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자, 험악한 인상의 남자 두 명이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작업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야~ 제법 아늑한 곳에 숨어 있었네, 시우? 네 애인 작업실인가 보지? 근데 이 사진들은 다 뭐냐? 네 새 취미라도 되는 건가?" 덩치 큰 남자가 벽에 걸린 준호의 사진들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준호가 차갑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경계심이 숨겨져 있었다.
"네 꼬리가 너무 길었지. 어젯밤에 네 옆에 있던 그 사진작가 양반, 우리가 누군지 똑똑히 봤거든. 조금만 뒷조사해보니 금방 나오더군. 네가 요즘 그놈이랑 붙어 다닌다는 거."
남자의 말에 준호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성민 때문이었다.
"…나한테 용건 있으면 여기서 말하지 말고, 밖에서 얘기하죠. 이 사람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준호는 최대한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이들을 작업실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상관이 왜 없어? 네 소중한 사람 같은데. 안 그래?"
남자는 비열하게 웃으며 준호에게 다가왔다.
"돈 문제는 둘째 치고, 네가 우리 식구들 뒤통수치고 도망간 거, 보스가 아주 단단히 화가 나셨어. 순순히 돌아오면 좋게 끝날 일을… 왜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어?"
"돌아갈 생각 없다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준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나는 이제 당신들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하! 상관이 없어?"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준호의 멱살을 잡아챘다.
"네가 발을 들인 이상, 네 마음대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는 소리. 자, 순순히 우리랑 같이 가자. 그럼 적어도… 네 애인 양반은 무사할 테니까."
남자의 노골적인 협박. 성민을 인질 삼아 준호를 끌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준호는 분노로 이가 갈렸지만, 섣불리 저항할 수 없었다. 성민이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창고 문이 벌컥 열리며 성민이 뛰쳐나왔다. 그의 손에는 묵직해 보이는 카메라 삼각대가 들려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눈빛만은 단호했다.
"그 사람한테 손대지 마!"
성민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남자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예상치 못한 저항에 남자들과 준호 모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드러난 진실 앞에서,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위협 앞에서, 성민과 준호는 마침내 함께 맞서기로 결심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지키려는 그들의 사랑은, 이제 어둡고 위험한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위태로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그들은 과연 서로를 지켜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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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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