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마서(魔序)
조회 : 327 추천 : 0 글자수 : 1,750 자 2025-07-28
“까르륵…….”
“까르륵…… 까르륵……”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귀를 뚫고 몸속 깊이 파고들어 영혼마저 얼어붙게 했다. 차가운 눈발이 흩날리는 황혼, 사람들은 저절로 몸을 움츠리고 떨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북풍이 황량한 대지를 스쳐 지나가고, 흩날리는 눈보라는 하늘을 어지럽게 가르며 대지를 온통 새하얗게 뒤덮었다. 저 멀리 펼쳐진 눈 덮인 세상은 은빛으로 물들었으나, 황폐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직 밤은 아니었으나, 황혼의 하늘은 마치 암흑과 같아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은빛의 대지 위로 거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짐승처럼 위압감을 주는 웅장한 성채였다.
성채 중심부에는 칠각(七角) 형태의 거대한 제단이 높이 솟아있었다. 먹빛으로 물든 그 제단은 하늘 끝까지 치솟아, 거센 바람과 폭설 속에서도 움직임 없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바람이 울부짖을 때마다 그 속에서 '까르륵'하는 기묘한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며 먼 곳까지 전해졌다.
“희망이 있는가…… 아직 남아 있는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제단 위에서 바람과 섞여 흩어졌다.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만약 희망이 없다면 왜 나에게 보여준 것인가!” 목소리는 광기에 휩싸인 듯 하늘을 향해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제단 아래에는 우의를 입은 수십만의 사람들이 묵묵히 서 있었다. 남녀가 섞인 그들은 마치 조각상처럼 미동도 없이 제단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눈빛에는 열광이 서려 있었다.
눈발이 더 거세졌다.
“네가 나에게 보여준 이상, 분명 희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제단 위 목소리에는 비통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오늘 명황(明黃)이 그르치고, 삼태(三泰)가 황무지를 열며, 눈바람이 불어오니, 만고에 한 번 있을 일이로다! 이 늙은이가 다시금 만천(蠻天)을 점쳐 보리라!”
갑자기 소리가 커지더니 하늘의 기운이 급격히 변했다. 흩날리던 눈이 일제히 멈추고, 사방에서 역류하여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눈은 순식간에 거대한 눈의 현룡(玄龍)을 이루었고, 그 용은 하늘을 향해 처절한 울부짖음을 내뱉었다.
눈의 현룡은 곧 피를 흘리며 순식간에 피빛으로 물든 혈룡으로 변했고, 하늘을 향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돌진했다. 그것은 마치 유성을 연상케 할 만큼 빠르게 하늘로 솟구쳤다.
이내 혈룡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격렬히 몸부림쳤다. 이때 아래의 수십만 사람들은 모두 손으로 결을 맺고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어냈다. 그 피가 하늘로 솟아 혈룡과 융합하며 잠시 혈룡의 붕괴를 늦추었으나, 결국 혈룡은 천지를 뒤흔드는 비명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피색의 눈송이가 되어 흩날렸다.
혈룡이 무너지는 순간, 그 입에서 한 단어가 울려 퍼졌다.
“상(殤)…….”
제단 중앙 꼭대기에는 자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얼굴 가득한 주름과 갈색 반점이 노인의 세월을 대변했고, 그의 눈은 빛을 잃은 듯 텅 비어 있었다.
노인 앞에는 하얗게 빛나는 기이한 척추뼈가 있었고, 그의 오른손에는 한 조각의 석편이 쥐어져 척추뼈의 열세 번째 뼈 위에 멈춰 있었다.
노인은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가 길게 탄식했다.
“우왕(虞王)께 전해라…… 이 늙은이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손의 석편을 움직여 척추뼈를 문질렀고, 그때마다 ‘까르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쓸쓸하고 고독한 모습은 그 소리와 어우러져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대우왕조(大虞王朝)의 만공(蠻公)으로서 보는 세상은 너희들이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너희는…… 볼 수 없으리라…….”
“희망을…….”
“까르륵…… 까르륵……”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귀를 뚫고 몸속 깊이 파고들어 영혼마저 얼어붙게 했다. 차가운 눈발이 흩날리는 황혼, 사람들은 저절로 몸을 움츠리고 떨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북풍이 황량한 대지를 스쳐 지나가고, 흩날리는 눈보라는 하늘을 어지럽게 가르며 대지를 온통 새하얗게 뒤덮었다. 저 멀리 펼쳐진 눈 덮인 세상은 은빛으로 물들었으나, 황폐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직 밤은 아니었으나, 황혼의 하늘은 마치 암흑과 같아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은빛의 대지 위로 거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짐승처럼 위압감을 주는 웅장한 성채였다.
성채 중심부에는 칠각(七角) 형태의 거대한 제단이 높이 솟아있었다. 먹빛으로 물든 그 제단은 하늘 끝까지 치솟아, 거센 바람과 폭설 속에서도 움직임 없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바람이 울부짖을 때마다 그 속에서 '까르륵'하는 기묘한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며 먼 곳까지 전해졌다.
“희망이 있는가…… 아직 남아 있는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제단 위에서 바람과 섞여 흩어졌다.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만약 희망이 없다면 왜 나에게 보여준 것인가!” 목소리는 광기에 휩싸인 듯 하늘을 향해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제단 아래에는 우의를 입은 수십만의 사람들이 묵묵히 서 있었다. 남녀가 섞인 그들은 마치 조각상처럼 미동도 없이 제단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눈빛에는 열광이 서려 있었다.
눈발이 더 거세졌다.
“네가 나에게 보여준 이상, 분명 희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제단 위 목소리에는 비통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오늘 명황(明黃)이 그르치고, 삼태(三泰)가 황무지를 열며, 눈바람이 불어오니, 만고에 한 번 있을 일이로다! 이 늙은이가 다시금 만천(蠻天)을 점쳐 보리라!”
갑자기 소리가 커지더니 하늘의 기운이 급격히 변했다. 흩날리던 눈이 일제히 멈추고, 사방에서 역류하여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눈은 순식간에 거대한 눈의 현룡(玄龍)을 이루었고, 그 용은 하늘을 향해 처절한 울부짖음을 내뱉었다.
눈의 현룡은 곧 피를 흘리며 순식간에 피빛으로 물든 혈룡으로 변했고, 하늘을 향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돌진했다. 그것은 마치 유성을 연상케 할 만큼 빠르게 하늘로 솟구쳤다.
이내 혈룡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격렬히 몸부림쳤다. 이때 아래의 수십만 사람들은 모두 손으로 결을 맺고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어냈다. 그 피가 하늘로 솟아 혈룡과 융합하며 잠시 혈룡의 붕괴를 늦추었으나, 결국 혈룡은 천지를 뒤흔드는 비명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피색의 눈송이가 되어 흩날렸다.
혈룡이 무너지는 순간, 그 입에서 한 단어가 울려 퍼졌다.
“상(殤)…….”
제단 중앙 꼭대기에는 자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얼굴 가득한 주름과 갈색 반점이 노인의 세월을 대변했고, 그의 눈은 빛을 잃은 듯 텅 비어 있었다.
노인 앞에는 하얗게 빛나는 기이한 척추뼈가 있었고, 그의 오른손에는 한 조각의 석편이 쥐어져 척추뼈의 열세 번째 뼈 위에 멈춰 있었다.
노인은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가 길게 탄식했다.
“우왕(虞王)께 전해라…… 이 늙은이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손의 석편을 움직여 척추뼈를 문질렀고, 그때마다 ‘까르륵’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쓸쓸하고 고독한 모습은 그 소리와 어우러져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대우왕조(大虞王朝)의 만공(蠻公)으로서 보는 세상은 너희들이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너희는…… 볼 수 없으리라…….”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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