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화근의 씨앗
조회 : 40 추천 : 0 글자수 : 6,184 자 2025-08-21
소율은 온몸이 팽팽히 긴장해 있었다. 눈앞의 사내에게서 뿜어 나오는 기혈의 진동은, 그가 아는 뇌진보다 훨씬 짙고 뜨거웠다. 대략 응혈경 오‧육층쯤으로 보이는 수준. 그런 상대 앞에서 소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면으로 부딪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서 벌어질 변수를 소율이 다 막아낼 재간이 없다. 하지만 로운엽(羅雲葉)을 대량으로 손에 넣으려면, 결국 석폐가 많이 필요하고, 석폐를 모으려면 오늘 같은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
며칠 전 밀림에서 욱치를 추격하며 사선을 넘은 뒤, 소율은 자신의 생각결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에게서 빌려 읽던 가죽 책들에 적힌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힘으로 눌러 이길 수 없다면, 다른 면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상대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의심과 경계 속에 스스로를 묶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 전, 그는 얼굴을 감추고 야수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알맞은 순간, 필요한 만큼의 공포를 던지기 위해서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효과는 분명했다. 그렇다고 소율의 긴장이 한 올이라도 느슨해지진 않았다.
굳어 있는 건 소율만이 아니었다. 이곳의 주인 행세를 하는 외눈 사내의 심장도 내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그는 조금 전 소율이 짐승을 한순간에 혈무(血霧)로 만들었던 자리—그곳에 남은 뼛가루 더미를 힐끗힐끗 곁눈질했다. 심장이 쿵쾅, 쿵쾅 더 빨라졌다. 다음 순간 본인이 뼛가루가 될 것 같은 공포에서 비롯된 박동이었다. 전신을 짐승가죽으로 감싼 이 낯선 방문자에게는 가늠하기 힘든 음산함이 배어 있었다. 방금 전의 장면과 맞물린 그 불가해한 기척은, 소율이 느낀 긴장보다 훨씬 큰 압박으로 사내에게 되돌아왔다.
‘행동은 노련하고, 말은 흐트러짐이 없다. 손은 차갑고 망설임이 없지. 근처 산림에 은거 중인 사만 중 하나인가… 하지만 주고받은 말로 보면, 나름 이치는 통하는 자 같기도 하다. 다만 저 기묘한 약석(藥石)…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내가 속으로 줄다리기를 하던 그때, 천막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곧 장막이 젖혀지며 또 다른 사내가 들어섰다.
새로 들어온 이는 표정이 굳어 있었고, 말없이 외눈 사내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가 들어서는 찰나, 소율은 곁눈질 한 번으로 상대의 기혈 농도를 짚었다. 자신과 비슷한 응혈경 이층 정도.
“저걸 삼켜라. 그리고 이것도.” 외눈 사내가 약석 하나를 건네고, 이어 영결초(靈決草) 한 줄기까지 내밀었다.
사내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받아 입에 털어 넣었다. 몇 번 씹은 뒤 자리에 앉아 호흡을 고르고 수련에 들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곧 눈을 뜬 그는 어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외눈 사내를 바라보았다.
“별다른 효과는… 없습니다. 다만 평소 영결초를 삼켰을 때보다 느낌이 조금 더 강합니다. 일할쯤, 그 정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외눈 사내의 동공이 확 수축했다. 쿵, 쿵—심박이 빨라졌다. 일할. 그 한 마디가 의미하는 바를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흔한 약초라면 체감이 미미하겠지만, 응혈경 팔‧구층 이상에서 복용하는 고가의 약물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일할을 더한다는 건—그 가치는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다.
‘보통 풀 한 묶음이 석폐 열 닢이라 쳐도, 이 약으로 얻는 효과는 겨우 석폐 한 닢 값. 하지만 석폐가 백, 천짜리 약물에 일할을 더한다면…’ 사내의 가슴은 크게 요동쳤다. 동시에 확신은 부족했다. ‘정말로 고가 약물에도 똑같이 먹힐까.’
“아쉽게도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석폐가 많지 않습니다.” 그는 짧게 숨을 고르고, 먼저 들어온 사내를 조용히 물렸다. 그리고 소율 앞에 공손히 서서 굳은 얼굴에 겨우 미소를 짜 올렸다.
“전—전배(前輩)의 약석, 과연 현묘합니다. 이렇게 하시지요. 말석(末輩)이 삼십 석으로 한 알을 바꾸어 가도 되겠습니까?”
“삼십 석폐?” 숫자에 소율의 심장이 한 번 ‘쿵’ 하고 울렸으나,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배. 삼십 석이면 이미 극한입니다. 더구나 이 물건이 고가 약초에도 같은 효과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외눈 사내가 황급히 말을 이었지만, 소율이 매몰차게 잘랐다.
“무슨 약초를 삼키든 약효는 무조건 일할 ‘덧붙는다’. 그게 이 약석의 본질이다. 내가 만기(蠻器)를 하나 바꿔야 하니 특별히 내놓는 것이다.”
외눈 사내의 눈빛이 흔들리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배께서는… 얼마나 가지고 계십니까?”
“아까 네가 제멋대로 까먹은 것까지 합치면—딱 한 알이 남았다.” 소율은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보였다. 안에는 청진산(清塵散) 한 알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듣자, 방금 ‘시험’한다며 날려버린 한 알이 비수가 되어 외눈 사내의 가슴을 찔렀다. 망설임이 얼굴을 가로지르는 순간, 소율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병을 도로 품에 넣었다. 그리고, 조금 전 짐승을 혈무로 바꾸던 바로 그 왼손을 천막 조명에 드리웠다. 가죽으로 가린 얼굴 틈새에서 싸늘한 눈빛이 가늘게 번쩍였다. 외눈 사내는 본능적으로 방금의 실험을 떠올렸고,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전배, 전배!—오십 석! 더는 못 올립니다. 제… 진짜 한계입니다!”
소율은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잠깐 머뭇거리는 시늉을 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방금 네가 깎아 먹은 한 알까지 합쳐—백 석폐로 끝내지.”
외눈 사내가 아주 잠깐 머뭇거리다, 품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안에는 흰 석폐 두 닢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석폐는 색으로 값을 가른다. 회색은 1, 검은색은 10, 흰색은 50, 자색은 100.
소율이 흰 석폐를 흘끗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검은 석폐로 바꿔.”
외눈 사내가 잠시 놀란 눈길을 보냈으나 더 묻지 않았다. 곧장 검은 석폐 열 닢을 꺼내 바쳐 올렸다. 소율은 그것을 받아 가죽주머니에 담아 허리에 매고, 작은 병을 쥔 손으로 툭 던지듯 청진산 한 알을 넘겼다. 이어 바닥에 벗어 둔 편루를 어깨에 메고는 더는 외눈 사내를 돌아보지 않고 천막을 빠져나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밖은 달빛이 희고 별은 드물었다. 부방의 불빛은 곳곳에서 타올랐고, 야시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성했다. 이 시간대에 거래하는 이들은 대개 소율처럼 얼굴과 몸을 숨긴 차림이었다. 소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군중이 가장 촘촘한 구역을 따라 움직이며, 틈틈이 상인의 좌판에 놓인 약재나 도구를 흘끗 보는 척했다. 그러면서도 늘 시야 한편을 남겨 두어,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없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붙는 그림자가 없는지를 수시로 살폈다.
소율은 군중 속을 한참 헤맨 끝에 낮에 미리 점찍어 두었던 좌판 앞에 섰다. 대충 엮은 갈대발 위에 펼쳐진 것은 길쭉한 푸른빛 잎사귀들—로운엽(羅雲葉) 다발이었다. 이곳에 진열된 약초들은 대개 향이 은은했지만, 로운엽만큼은 유난히 서늘한 기운을 풍겨 내 코끝을 찌를 듯했다.
좌판 주인은 눈두덩이 두꺼운 왜소한 사내였다. 그의 손톱 밑에는 흙이 끼어 있었고, 몸에 두른 가죽 옷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다. 소율이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잎사귀 몇 줄기를 골라내자, 사내는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좋은 걸 찾으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막 따온 겁니다. 줄기가 단단하지 않습니까? 보통 잎과는 달라요. 이 정도면 달여 쓰셨을 때 효능이 분명히—”
사내가 잔뜩 늘어놓는 말은 흘려듣고, 소율은 손끝으로 잎맥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뿌리 부근이 말라 있지 않은지, 줄기가 무른 곳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뒤, 곧바로 가격을 물어 석폐를 건넸다. 거래가 끝나자, 소율은 한마디 인사도 남기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렸다.
그 뒤로도 그는 시장 골목을 돌며 비슷한 방식으로 연달아 좌판을 찾아갔다. 마침내 충분히 원하는 양을 확보하자 은밀한 골목으로 들어가 변장을 고치고 흔적을 지운 뒤 서둘러 부방을 벗어났다.
약속 장소에 이르렀을 때, 뇌진은 졸린 기색으로 하품을 연발하며 서 있었다. 두어 번 눈을 비빈 그는, 소율이 말없이 곁을 스쳐 지나가자 잠깐 의아해하다 이내 눈치채고 묵묵히 뒤를 따랐다.
소율은 몇 번이고 방향을 틀며 한밤의 산등성이를 쉬지 않고 넘어갔다.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 소율은 뒤늦은 후회와 긴장이 한꺼번에 밀려와 얼굴에는 핏기가 가셨다. 그 모습을 본 뇌진은 따로 묻지 않았다. 더구나 소율이 가볍게 손을 뻗어 검은 석폐 다섯 닢을 던져 주자, 뇌진의 얼굴에는 금세 해사한 웃음이 번졌다.
짧은 휴식 후 둘은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부락(部落) 방향으로 곧장 전력을 다했다. 한 번 뛰어오를 때마다 속도가 더 붙었고, 그 가벼운 활강은 뇌진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날쌨다. 경지는 뇌진이 위였으나—속도만큼은 소율이 한 수 위였다.
‘이번 수확, 나쁘지 않다.’ 달리며 소율은 생각을 가다듬었다. ‘약석을 못 팔면 로운엽 다섯 주만 사서 먼저 달여 보려 했는데… 의외로 순조롭게 풀렸어.’
곧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외눈 사내는 분명 겁을 먹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일단 최대한 빨리 부락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은 거리를 재며 그는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숲에서 익힌 요령으로 발자국과 흔적을 지워 나갔다.
새벽녘, 멀리 부락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제야 소율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결국 해냈네.” 뇌진이 헐떡이며 물었다. “근데 하나 궁금한데, 어제 넌 어떻게 백령이 오룡 부락 사람인 줄 알았냐?”
“백령?” 소율의 머릿속에 키 크고 야생미 넘치던 그 여인의 모습이 스쳤다.
“그 애가 오룡 부락인지 아닌지는 나야 모르지.”
“거짓말. 모르면 어떻게 한마디에 딱 맞췄는데.” 뇌진은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소율이 팔꿈치로 뇌진을 툭툭 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혹시 너 그 애가 마음에 든 거야?”
뇌진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너무 말랐어. 난… 든든한 쪽이 좋아.” 어릴 적부터 체격 좋은 동족 여인이 취향인 그는 지금도 변함없었다.
둘은 농을 주고받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겨울 한기 속에 터진 웃음소리가 먼지처럼 잔잔히 숲길 위로 흩어졌다.
“백령 뒤에 붙어 다니던 셋—몸에 오룡 토템(烏龍圖騰)을 그려 뒀더라. 이 일대에서 용을 몸에 칠하는 건 오룡 부락뿐이야.” 부락이 코앞에 다가오자, 소율이 가볍게 귀띔하듯 말했다.
“아… 그게 다였어?” 의외로 간단한 답에 뇌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사히 돌아온 뒤, 소율은 집으로 들어가 오늘 손에 넣은 로운엽을 펼쳐 놓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산령산(山靈散)… 이번에 제대로 만들어 내면, 도대체 어떤 효능이 나올까.” 할아버지가 당분간은 밖에 나가지 말라 당부했지만, 소율은 스스로에게 변명을 내놓았다. “빨리 다녀왔으니—괜찮을 거야.” 결심은 이미 굳어 있었다.
소율이 떠난 뒤, 외눈 사내는 천막 안을 몇 차례나 빙빙 돌았다. 발걸음은 느릿했지만, 머릿속은 격렬한 파도처럼 요동쳤다. 눈앞에는 방금 전 소율이 남긴 뼛가루 흔적이 선명했고, 코끝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약향이 맴돌았다. 그 향이 심장을 두드릴 때마다,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불안과 탐욕이 함께 꿈틀거렸다.
“이걸 삼켜야 할까… 아니면…”
그의 시선은 손바닥 위의 작은 병에 고정돼 있었다. 안에서 자그마한 알 하나가,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진 듯이 사내를 유혹했다.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고,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병마개를 비틀려 했다. 그러나 끝내 뚜껑을 열지 못한 채, 손아귀에 더 세게 움켜쥐었다.
망설임은 끝내 결정을 불러왔다.
‘아니다. 내 목숨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주인께 바친다면… 그분의 눈에 들어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자리 잡자, 뜨거운 욕망은 이내 방향을 바꿔 타올랐다. 그 욕망은 그의 등을 밀었고, 굳었던 발걸음을 떼게 했다.
외눈 사내는 이를 악물며 천막을 박차고 나왔다. 새벽 기운이 스미는 공기가 차갑게 목구멍을 스쳤으나, 가슴 속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작은 병을 움켜쥔 손에선 땀이 흘러내렸고, 그는 그것을 허리춤 속옷자락으로 한 번 훔치고는 곧장 발을 옮겼다.
자색(紫色)의 거대한 천막은 부방의 중심, 모든 권력이 모이는 심장부였다. 천막은 어둠 속에서도 번들거리는 빛을 내며 서 있었고, 그 앞에는 검은 무구를 착용한 호위들이 도열해 있었다. 창끝이 살짝 기울며, 그가 다가오자마자 공기를 찌르는 듯한 긴장감이 퍼졌다.
외눈 사내는 숨을 삼키며 곧게 걸었다. 발걸음마다 심장이 쿵, 쿵 울렸고, 그 울림은 어느새 그의 귀를 메아리처럼 가득 채웠다. 결국 그는 천막 앞에 도착했다. 발끝이 멈춘 순간, 작은 병 속에서 은은한 빛이 더 짙게 번져 나온 듯 보였다.
그 빛은, 마치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을 예고하는 서막 같았다.
며칠 전 밀림에서 욱치를 추격하며 사선을 넘은 뒤, 소율은 자신의 생각결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에게서 빌려 읽던 가죽 책들에 적힌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힘으로 눌러 이길 수 없다면, 다른 면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상대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의심과 경계 속에 스스로를 묶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 전, 그는 얼굴을 감추고 야수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알맞은 순간, 필요한 만큼의 공포를 던지기 위해서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효과는 분명했다. 그렇다고 소율의 긴장이 한 올이라도 느슨해지진 않았다.
굳어 있는 건 소율만이 아니었다. 이곳의 주인 행세를 하는 외눈 사내의 심장도 내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그는 조금 전 소율이 짐승을 한순간에 혈무(血霧)로 만들었던 자리—그곳에 남은 뼛가루 더미를 힐끗힐끗 곁눈질했다. 심장이 쿵쾅, 쿵쾅 더 빨라졌다. 다음 순간 본인이 뼛가루가 될 것 같은 공포에서 비롯된 박동이었다. 전신을 짐승가죽으로 감싼 이 낯선 방문자에게는 가늠하기 힘든 음산함이 배어 있었다. 방금 전의 장면과 맞물린 그 불가해한 기척은, 소율이 느낀 긴장보다 훨씬 큰 압박으로 사내에게 되돌아왔다.
‘행동은 노련하고, 말은 흐트러짐이 없다. 손은 차갑고 망설임이 없지. 근처 산림에 은거 중인 사만 중 하나인가… 하지만 주고받은 말로 보면, 나름 이치는 통하는 자 같기도 하다. 다만 저 기묘한 약석(藥石)…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내가 속으로 줄다리기를 하던 그때, 천막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곧 장막이 젖혀지며 또 다른 사내가 들어섰다.
새로 들어온 이는 표정이 굳어 있었고, 말없이 외눈 사내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가 들어서는 찰나, 소율은 곁눈질 한 번으로 상대의 기혈 농도를 짚었다. 자신과 비슷한 응혈경 이층 정도.
“저걸 삼켜라. 그리고 이것도.” 외눈 사내가 약석 하나를 건네고, 이어 영결초(靈決草) 한 줄기까지 내밀었다.
사내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받아 입에 털어 넣었다. 몇 번 씹은 뒤 자리에 앉아 호흡을 고르고 수련에 들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곧 눈을 뜬 그는 어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외눈 사내를 바라보았다.
“별다른 효과는… 없습니다. 다만 평소 영결초를 삼켰을 때보다 느낌이 조금 더 강합니다. 일할쯤, 그 정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외눈 사내의 동공이 확 수축했다. 쿵, 쿵—심박이 빨라졌다. 일할. 그 한 마디가 의미하는 바를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흔한 약초라면 체감이 미미하겠지만, 응혈경 팔‧구층 이상에서 복용하는 고가의 약물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일할을 더한다는 건—그 가치는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다.
‘보통 풀 한 묶음이 석폐 열 닢이라 쳐도, 이 약으로 얻는 효과는 겨우 석폐 한 닢 값. 하지만 석폐가 백, 천짜리 약물에 일할을 더한다면…’ 사내의 가슴은 크게 요동쳤다. 동시에 확신은 부족했다. ‘정말로 고가 약물에도 똑같이 먹힐까.’
“아쉽게도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석폐가 많지 않습니다.” 그는 짧게 숨을 고르고, 먼저 들어온 사내를 조용히 물렸다. 그리고 소율 앞에 공손히 서서 굳은 얼굴에 겨우 미소를 짜 올렸다.
“전—전배(前輩)의 약석, 과연 현묘합니다. 이렇게 하시지요. 말석(末輩)이 삼십 석으로 한 알을 바꾸어 가도 되겠습니까?”
“삼십 석폐?” 숫자에 소율의 심장이 한 번 ‘쿵’ 하고 울렸으나,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배. 삼십 석이면 이미 극한입니다. 더구나 이 물건이 고가 약초에도 같은 효과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외눈 사내가 황급히 말을 이었지만, 소율이 매몰차게 잘랐다.
“무슨 약초를 삼키든 약효는 무조건 일할 ‘덧붙는다’. 그게 이 약석의 본질이다. 내가 만기(蠻器)를 하나 바꿔야 하니 특별히 내놓는 것이다.”
외눈 사내의 눈빛이 흔들리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배께서는… 얼마나 가지고 계십니까?”
“아까 네가 제멋대로 까먹은 것까지 합치면—딱 한 알이 남았다.” 소율은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보였다. 안에는 청진산(清塵散) 한 알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듣자, 방금 ‘시험’한다며 날려버린 한 알이 비수가 되어 외눈 사내의 가슴을 찔렀다. 망설임이 얼굴을 가로지르는 순간, 소율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병을 도로 품에 넣었다. 그리고, 조금 전 짐승을 혈무로 바꾸던 바로 그 왼손을 천막 조명에 드리웠다. 가죽으로 가린 얼굴 틈새에서 싸늘한 눈빛이 가늘게 번쩍였다. 외눈 사내는 본능적으로 방금의 실험을 떠올렸고,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전배, 전배!—오십 석! 더는 못 올립니다. 제… 진짜 한계입니다!”
소율은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잠깐 머뭇거리는 시늉을 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방금 네가 깎아 먹은 한 알까지 합쳐—백 석폐로 끝내지.”
외눈 사내가 아주 잠깐 머뭇거리다, 품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안에는 흰 석폐 두 닢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석폐는 색으로 값을 가른다. 회색은 1, 검은색은 10, 흰색은 50, 자색은 100.
소율이 흰 석폐를 흘끗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검은 석폐로 바꿔.”
외눈 사내가 잠시 놀란 눈길을 보냈으나 더 묻지 않았다. 곧장 검은 석폐 열 닢을 꺼내 바쳐 올렸다. 소율은 그것을 받아 가죽주머니에 담아 허리에 매고, 작은 병을 쥔 손으로 툭 던지듯 청진산 한 알을 넘겼다. 이어 바닥에 벗어 둔 편루를 어깨에 메고는 더는 외눈 사내를 돌아보지 않고 천막을 빠져나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밖은 달빛이 희고 별은 드물었다. 부방의 불빛은 곳곳에서 타올랐고, 야시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성했다. 이 시간대에 거래하는 이들은 대개 소율처럼 얼굴과 몸을 숨긴 차림이었다. 소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군중이 가장 촘촘한 구역을 따라 움직이며, 틈틈이 상인의 좌판에 놓인 약재나 도구를 흘끗 보는 척했다. 그러면서도 늘 시야 한편을 남겨 두어,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없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붙는 그림자가 없는지를 수시로 살폈다.
소율은 군중 속을 한참 헤맨 끝에 낮에 미리 점찍어 두었던 좌판 앞에 섰다. 대충 엮은 갈대발 위에 펼쳐진 것은 길쭉한 푸른빛 잎사귀들—로운엽(羅雲葉) 다발이었다. 이곳에 진열된 약초들은 대개 향이 은은했지만, 로운엽만큼은 유난히 서늘한 기운을 풍겨 내 코끝을 찌를 듯했다.
좌판 주인은 눈두덩이 두꺼운 왜소한 사내였다. 그의 손톱 밑에는 흙이 끼어 있었고, 몸에 두른 가죽 옷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다. 소율이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잎사귀 몇 줄기를 골라내자, 사내는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좋은 걸 찾으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막 따온 겁니다. 줄기가 단단하지 않습니까? 보통 잎과는 달라요. 이 정도면 달여 쓰셨을 때 효능이 분명히—”
사내가 잔뜩 늘어놓는 말은 흘려듣고, 소율은 손끝으로 잎맥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뿌리 부근이 말라 있지 않은지, 줄기가 무른 곳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뒤, 곧바로 가격을 물어 석폐를 건넸다. 거래가 끝나자, 소율은 한마디 인사도 남기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렸다.
그 뒤로도 그는 시장 골목을 돌며 비슷한 방식으로 연달아 좌판을 찾아갔다. 마침내 충분히 원하는 양을 확보하자 은밀한 골목으로 들어가 변장을 고치고 흔적을 지운 뒤 서둘러 부방을 벗어났다.
약속 장소에 이르렀을 때, 뇌진은 졸린 기색으로 하품을 연발하며 서 있었다. 두어 번 눈을 비빈 그는, 소율이 말없이 곁을 스쳐 지나가자 잠깐 의아해하다 이내 눈치채고 묵묵히 뒤를 따랐다.
소율은 몇 번이고 방향을 틀며 한밤의 산등성이를 쉬지 않고 넘어갔다.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 소율은 뒤늦은 후회와 긴장이 한꺼번에 밀려와 얼굴에는 핏기가 가셨다. 그 모습을 본 뇌진은 따로 묻지 않았다. 더구나 소율이 가볍게 손을 뻗어 검은 석폐 다섯 닢을 던져 주자, 뇌진의 얼굴에는 금세 해사한 웃음이 번졌다.
짧은 휴식 후 둘은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부락(部落) 방향으로 곧장 전력을 다했다. 한 번 뛰어오를 때마다 속도가 더 붙었고, 그 가벼운 활강은 뇌진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날쌨다. 경지는 뇌진이 위였으나—속도만큼은 소율이 한 수 위였다.
‘이번 수확, 나쁘지 않다.’ 달리며 소율은 생각을 가다듬었다. ‘약석을 못 팔면 로운엽 다섯 주만 사서 먼저 달여 보려 했는데… 의외로 순조롭게 풀렸어.’
곧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외눈 사내는 분명 겁을 먹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일단 최대한 빨리 부락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은 거리를 재며 그는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숲에서 익힌 요령으로 발자국과 흔적을 지워 나갔다.
새벽녘, 멀리 부락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제야 소율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결국 해냈네.” 뇌진이 헐떡이며 물었다. “근데 하나 궁금한데, 어제 넌 어떻게 백령이 오룡 부락 사람인 줄 알았냐?”
“백령?” 소율의 머릿속에 키 크고 야생미 넘치던 그 여인의 모습이 스쳤다.
“그 애가 오룡 부락인지 아닌지는 나야 모르지.”
“거짓말. 모르면 어떻게 한마디에 딱 맞췄는데.” 뇌진은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소율이 팔꿈치로 뇌진을 툭툭 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혹시 너 그 애가 마음에 든 거야?”
뇌진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너무 말랐어. 난… 든든한 쪽이 좋아.” 어릴 적부터 체격 좋은 동족 여인이 취향인 그는 지금도 변함없었다.
둘은 농을 주고받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겨울 한기 속에 터진 웃음소리가 먼지처럼 잔잔히 숲길 위로 흩어졌다.
“백령 뒤에 붙어 다니던 셋—몸에 오룡 토템(烏龍圖騰)을 그려 뒀더라. 이 일대에서 용을 몸에 칠하는 건 오룡 부락뿐이야.” 부락이 코앞에 다가오자, 소율이 가볍게 귀띔하듯 말했다.
“아… 그게 다였어?” 의외로 간단한 답에 뇌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사히 돌아온 뒤, 소율은 집으로 들어가 오늘 손에 넣은 로운엽을 펼쳐 놓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산령산(山靈散)… 이번에 제대로 만들어 내면, 도대체 어떤 효능이 나올까.” 할아버지가 당분간은 밖에 나가지 말라 당부했지만, 소율은 스스로에게 변명을 내놓았다. “빨리 다녀왔으니—괜찮을 거야.” 결심은 이미 굳어 있었다.
소율이 떠난 뒤, 외눈 사내는 천막 안을 몇 차례나 빙빙 돌았다. 발걸음은 느릿했지만, 머릿속은 격렬한 파도처럼 요동쳤다. 눈앞에는 방금 전 소율이 남긴 뼛가루 흔적이 선명했고, 코끝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약향이 맴돌았다. 그 향이 심장을 두드릴 때마다,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불안과 탐욕이 함께 꿈틀거렸다.
“이걸 삼켜야 할까… 아니면…”
그의 시선은 손바닥 위의 작은 병에 고정돼 있었다. 안에서 자그마한 알 하나가,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진 듯이 사내를 유혹했다.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고,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병마개를 비틀려 했다. 그러나 끝내 뚜껑을 열지 못한 채, 손아귀에 더 세게 움켜쥐었다.
망설임은 끝내 결정을 불러왔다.
‘아니다. 내 목숨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주인께 바친다면… 그분의 눈에 들어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자리 잡자, 뜨거운 욕망은 이내 방향을 바꿔 타올랐다. 그 욕망은 그의 등을 밀었고, 굳었던 발걸음을 떼게 했다.
외눈 사내는 이를 악물며 천막을 박차고 나왔다. 새벽 기운이 스미는 공기가 차갑게 목구멍을 스쳤으나, 가슴 속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작은 병을 움켜쥔 손에선 땀이 흘러내렸고, 그는 그것을 허리춤 속옷자락으로 한 번 훔치고는 곧장 발을 옮겼다.
자색(紫色)의 거대한 천막은 부방의 중심, 모든 권력이 모이는 심장부였다. 천막은 어둠 속에서도 번들거리는 빛을 내며 서 있었고, 그 앞에는 검은 무구를 착용한 호위들이 도열해 있었다. 창끝이 살짝 기울며, 그가 다가오자마자 공기를 찌르는 듯한 긴장감이 퍼졌다.
외눈 사내는 숨을 삼키며 곧게 걸었다. 발걸음마다 심장이 쿵, 쿵 울렸고, 그 울림은 어느새 그의 귀를 메아리처럼 가득 채웠다. 결국 그는 천막 앞에 도착했다. 발끝이 멈춘 순간, 작은 병 속에서 은은한 빛이 더 짙게 번져 나온 듯 보였다.
그 빛은, 마치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을 예고하는 서막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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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이름으로, 세상에 군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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