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조회 : 89 추천 : 0 글자수 : 4,471 자 2025-08-25
27화: 아픔 위의 내 딛는 발걸음
납골당에서의 눈물 섞인 화해 이후, 인서와 허혁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서로의 가장 깊은 상처를 마주하고 함께 아파한 그날 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온전히 서로의 곁에서 잠이 들었다. 인서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고, 허혁은 인서의 품 안에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과거의 끔찍한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그 무게를 짊어지기로 약속한 동반자가 곁에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허혁은 인서의 서재로 들어갔다. 밤새도록 J 그룹의 비자금 자료와 20년 전 사고 피해자 명단을 정리하던 인서는 허혁을 보고 놀란 듯했다.
"허혁 씨...?"
"같이... 해요."
허혁은 인서의 옆에 앉아 서류 더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당신의 짐... 이제 나도 같이 짊어질게요."
인서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아주 희미한, 그러나 진심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허혁은 처음 보는 그의 미소에 가슴이 뛰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함께 J 그룹의 과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법적인 문제들을 검토했고, 허혁은 피해자들의 자료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그들의 아픔을 기록했다. 허혁의 아버지 이름도 그 명단에 있었다. 허혁은 아버지의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이 일이 아버지의 억울함을 푸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냈다.
함께 일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갔다. 허혁은 인서의 냉철함 뒤에 숨겨진 천재적인 분석력과 강한 책임감에 감탄했고, 인서는 허혁의 순수함 뒤에 숨겨진 강인함과 따뜻한 공감 능력에 위로받았다. 서재에서 밤을 새우며 서류와 씨름하다 지쳐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기도 했고, 작은 성공에 함께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그들은 연인이자, 동지이자,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자료를 정리하던 허혁이 말했다.
"피해자들 중에...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이 많네요."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인서는 허혁의 옆으로 다가와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주소가 바뀌거나...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있겠죠."
인서의 목소리에도 씁쓸함이 묻어났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허혁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인서는 허혁의 말에 놀란 듯했다. J 그룹의 후계자였던 그에게,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사죄하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받아줄까요? 정 회장의 아들인 나를... 그리고..."
인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허혁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
허혁은 인서의 손을 잡았다.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원망하고... 욕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해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허혁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넘어, 다른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싶어 했다. 인서는 허혁의 그 강인하고 따뜻한 마음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허혁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차가운 계산과 통제로 가득했던 자신의 세계를, 따뜻한 공감과 진심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인서는 그렇게 말하며 허혁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들의 새로운 삶이 조용히 시작되었지만, J 그룹의 몰락이 남긴 파장은 여전히 거셌다. 정 회장은 구속 수감되었고, 박 마담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해외로 떠났다. 정우진과 차은서는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그들의 잔당들은 여전히 J 그룹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김도진은 허혁과 인서가 해변가 마을로 떠난 후에도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는 허혁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J 그룹 사태의 뒷수습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허혁에게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혁아. 정 회장 재판... 곧 시작될 것 같아."
김도진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래...?"
허혁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J 그룹...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면서... 내부 정리가 한창인데... 정우진이랑 차은서 쪽 사람들이 여전히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나 봐. 인서 씨... 괜찮겠어?"
김도진은 인서를 걱정했다.
"괜찮을 거야... 이제 그는 J 그룹과 상관없으니까..."
허혁은 그렇게 말했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인서가 모든 것을 버렸다고 해서, J 그룹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혁아... 너희 어머니랑 지은이는... 잘 지내셔?"
김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엄마는 많이 좋아지셨어. 지은이도... 학교 잘 다니고... 가끔... 내 소식을 물어본대."
허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J 그룹 사태가 마무리된 후, 허혁은 어머니와 동생을 만났다. 어머니는 모든 진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하지만 지은이는 여전히 허혁과 인서의 관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오빠를 고통스럽게 했던 J 그룹의 후계자와 함께하는 오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김도진이 위로했다.
"응... 그래야지..."
허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통화를 마친 후, 허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인서와 함께하는 삶은 행복했지만, 현실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J 그룹의 잔당들, 정 회장의 재판,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그 모든 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날 밤, 허혁은 잠든 인서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은 인서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위로일까. 아니면... 그를 과거에 묶어두는 족쇄일까.
다음 날, 허혁은 인서에게 말했다.
"인서 씨. 우리...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인서는 허혁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랐다.
"서울에요? 왜...?"
"정 회장님 재판... 곧 시작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J 그룹 문제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잖아요."
허혁의 눈빛은 단호했다.
"우리가... 언제까지고 이곳에 숨어 있을 수는 없어요. 과거는... 피하는 게 아니라... 마주해야 하는 거니까."
허혁의 말에 인서는 잠시 침묵했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과거의 악몽과 다시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허혁의 단호한 눈빛 속에서, 그는 용기를 얻었다.
"알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인서는 그렇게 말하며 허혁의 손을 잡았다.
며칠 후, 인서와 허혁은 서울로 돌아왔다. 그들의 등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전의 스캔들과는 다른, 조용하고 진지한 관심이었다. 두 사람은 정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혁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담담하게 증언했고, 인서는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그들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재판이 끝난 후, 허혁은 지은이를 만났다. 지은이는 여전히 허혁에게 쌀쌀맞게 대했다.
"오빠... 정말... 그 사람과 함께할 거야?"
"응. 그럴 거야."
"왜? 그 사람 아버지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지은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허혁은 지은이를 끌어안았다.
"알아... 나도... 그 사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하지만... 인서 씨는... 달라.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죄를... 씻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있어."
허혁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사람 곁에서... 그가 과거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그리고... 그게... 내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
허혁의 말에 지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빠의 눈빛 속에서 깊은 슬픔과 함께, 인서를 향한 흔들림 없는 사랑을 보았다. 그녀는 오빠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반대할 수도 없었다.
그날 밤, 허혁과 인서는 서울에 마련한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였지만, 두 사람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용서하며,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가야 했다.
인서가 허혁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허혁 씨. 오늘... 당신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허혁은 미소 지었다.
"나도... 당신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사랑해요, 인서 씨."
"나도... 사랑합니다, 허혁 씨."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절벽 위에서 피어난 사랑. 그 사랑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만큼 더 단단하고 진실했다.
납골당에서의 눈물 섞인 화해 이후, 인서와 허혁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서로의 가장 깊은 상처를 마주하고 함께 아파한 그날 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온전히 서로의 곁에서 잠이 들었다. 인서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고, 허혁은 인서의 품 안에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과거의 끔찍한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그 무게를 짊어지기로 약속한 동반자가 곁에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허혁은 인서의 서재로 들어갔다. 밤새도록 J 그룹의 비자금 자료와 20년 전 사고 피해자 명단을 정리하던 인서는 허혁을 보고 놀란 듯했다.
"허혁 씨...?"
"같이... 해요."
허혁은 인서의 옆에 앉아 서류 더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당신의 짐... 이제 나도 같이 짊어질게요."
인서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아주 희미한, 그러나 진심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허혁은 처음 보는 그의 미소에 가슴이 뛰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함께 J 그룹의 과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법적인 문제들을 검토했고, 허혁은 피해자들의 자료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그들의 아픔을 기록했다. 허혁의 아버지 이름도 그 명단에 있었다. 허혁은 아버지의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지만, 이 일이 아버지의 억울함을 푸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냈다.
함께 일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갔다. 허혁은 인서의 냉철함 뒤에 숨겨진 천재적인 분석력과 강한 책임감에 감탄했고, 인서는 허혁의 순수함 뒤에 숨겨진 강인함과 따뜻한 공감 능력에 위로받았다. 서재에서 밤을 새우며 서류와 씨름하다 지쳐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기도 했고, 작은 성공에 함께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그들은 연인이자, 동지이자,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자료를 정리하던 허혁이 말했다.
"피해자들 중에...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이 많네요."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인서는 허혁의 옆으로 다가와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주소가 바뀌거나...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있겠죠."
인서의 목소리에도 씁쓸함이 묻어났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허혁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인서는 허혁의 말에 놀란 듯했다. J 그룹의 후계자였던 그에게,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사죄하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받아줄까요? 정 회장의 아들인 나를... 그리고..."
인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허혁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
허혁은 인서의 손을 잡았다.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원망하고... 욕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야 해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허혁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넘어, 다른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싶어 했다. 인서는 허혁의 그 강인하고 따뜻한 마음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허혁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차가운 계산과 통제로 가득했던 자신의 세계를, 따뜻한 공감과 진심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인서는 그렇게 말하며 허혁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들의 새로운 삶이 조용히 시작되었지만, J 그룹의 몰락이 남긴 파장은 여전히 거셌다. 정 회장은 구속 수감되었고, 박 마담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해외로 떠났다. 정우진과 차은서는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그들의 잔당들은 여전히 J 그룹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김도진은 허혁과 인서가 해변가 마을로 떠난 후에도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는 허혁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J 그룹 사태의 뒷수습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허혁에게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혁아. 정 회장 재판... 곧 시작될 것 같아."
김도진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래...?"
허혁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J 그룹...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면서... 내부 정리가 한창인데... 정우진이랑 차은서 쪽 사람들이 여전히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나 봐. 인서 씨... 괜찮겠어?"
김도진은 인서를 걱정했다.
"괜찮을 거야... 이제 그는 J 그룹과 상관없으니까..."
허혁은 그렇게 말했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인서가 모든 것을 버렸다고 해서, J 그룹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혁아... 너희 어머니랑 지은이는... 잘 지내셔?"
김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엄마는 많이 좋아지셨어. 지은이도... 학교 잘 다니고... 가끔... 내 소식을 물어본대."
허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J 그룹 사태가 마무리된 후, 허혁은 어머니와 동생을 만났다. 어머니는 모든 진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하지만 지은이는 여전히 허혁과 인서의 관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오빠를 고통스럽게 했던 J 그룹의 후계자와 함께하는 오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
김도진이 위로했다.
"응... 그래야지..."
허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통화를 마친 후, 허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인서와 함께하는 삶은 행복했지만, 현실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J 그룹의 잔당들, 정 회장의 재판,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그 모든 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날 밤, 허혁은 잠든 인서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은 인서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위로일까. 아니면... 그를 과거에 묶어두는 족쇄일까.
다음 날, 허혁은 인서에게 말했다.
"인서 씨. 우리...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인서는 허혁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랐다.
"서울에요? 왜...?"
"정 회장님 재판... 곧 시작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J 그룹 문제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잖아요."
허혁의 눈빛은 단호했다.
"우리가... 언제까지고 이곳에 숨어 있을 수는 없어요. 과거는... 피하는 게 아니라... 마주해야 하는 거니까."
허혁의 말에 인서는 잠시 침묵했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과거의 악몽과 다시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허혁의 단호한 눈빛 속에서, 그는 용기를 얻었다.
"알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인서는 그렇게 말하며 허혁의 손을 잡았다.
며칠 후, 인서와 허혁은 서울로 돌아왔다. 그들의 등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전의 스캔들과는 다른, 조용하고 진지한 관심이었다. 두 사람은 정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혁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담담하게 증언했고, 인서는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그들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재판이 끝난 후, 허혁은 지은이를 만났다. 지은이는 여전히 허혁에게 쌀쌀맞게 대했다.
"오빠... 정말... 그 사람과 함께할 거야?"
"응. 그럴 거야."
"왜? 그 사람 아버지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지은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허혁은 지은이를 끌어안았다.
"알아... 나도... 그 사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하지만... 인서 씨는... 달라.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죄를... 씻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있어."
허혁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사람 곁에서... 그가 과거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 그리고... 그게... 내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
허혁의 말에 지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빠의 눈빛 속에서 깊은 슬픔과 함께, 인서를 향한 흔들림 없는 사랑을 보았다. 그녀는 오빠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반대할 수도 없었다.
그날 밤, 허혁과 인서는 서울에 마련한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였지만, 두 사람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용서하며,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가야 했다.
인서가 허혁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허혁 씨. 오늘... 당신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허혁은 미소 지었다.
"나도... 당신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사랑해요, 인서 씨."
"나도... 사랑합니다, 허혁 씨."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절벽 위에서 피어난 사랑. 그 사랑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만큼 더 단단하고 진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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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결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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