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조회 : 101 추천 : 0 글자수 : 2,257 자 2025-10-02
ㅤㅤ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윤서희와 윤태준의 삶은 그들만의 요새 속에서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뿌리 깊게 박힌 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자라났다. 푸른 정원에 심어 놓았던 어린 나무가 무성한 잎을 드리우듯, 그들의 관계는 더욱 깊고 단단하게 성장했다.
ㅤㅤ그들만의 보금자리인 아늑한 주택은 그들에게 세상의 모든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안식처였다. 매일 아침 함께 커피를 내리고, 정성껏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일상은 그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의식이었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사소한 다툼도 있었지만, 그들은 늘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했다. 그의 손에서 뚝딱 만들어지는 따뜻한 요리, 그녀가 만든 서툰 도자기들. 그 모든 것이 그들의 사랑을 담은 증표가 되어 집안을 채웠다. 거실의 작은 도예 공방은 그들의 열정과 사랑이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세상에는 보여줄 수 없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도자기들을 빚어냈다. 흙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서 따뜻한 온기로 변하듯, 그들의 사랑은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따뜻함을 창조했다.
ㅤㅤ가족과의 단절은 영원했다. 명절에도, 부모님 생신에도 어떤 연락도 없었다. 한동안 서희는 그 사실에 사무치게 외로워했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태준 역시 자신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녀 앞에서 숨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그 빈자리를 서로의 존재로 채워나갔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세상이 그어놓은 경계 너머에서, 그들은 오직 둘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물리적인 연결은 끊어졌지만, 그들만의 감정적인 유대는 그 어떤 피의 연보다 강렬하고 끈끈했다.
ㅤㅤ사회생활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평범한 개인'으로 존재했다. 회사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고, 사적인 질문이 들어오면 능숙하게 대화를 돌렸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잦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삶을 살았다. 세상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켰지만, 그 고립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에 당당히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별처럼 존재했다. 그들은 평생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위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갔다.
ㅤㅤ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윤서희와 윤태준의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작은 주름처럼 새겨졌다. 검었던 머리카락에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였고, 젊은 날의 탱탱했던 피부는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젊은 날의 순수함과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수많은 세월 동안 함께 겪었던 모든 행복과 고통, 그리고 흔들림 없는 사랑의 맹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ㅤㅤ어느 늦은 밤, 거실의 작은 도예 공방 불빛 아래서, 서희는 태준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낡은 결혼반지, 그리고 그의 손에 끼워진 역시 낡은 반지. 세상에는 보여줄 수 없었지만, 그 반지들은 지난 세월 동안 그들이 함께 겪었던 모든 순간의 증표였다. 그것은 그들에게 세상의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값진 보석이었다.
ㅤㅤ태준은 품 안의 서희를 내려다보았다. 고요하게 잠든 그녀의 얼굴은 그의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삶의 모든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그의 마음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응원해줘 잘 살아볼게!' 그들이 결혼식을 올리던 날, 그녀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에게 했던 맹세였다. 그 맹세는 현실이 되어, 그들의 방식으로 영원히 이어지고 있었다.
ㅤㅤ그들은 이제 더 이상 '고립된 섬'에 살지 않았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한, 그들은 세상의 어떤 폭풍우도 견딜 수 있는 가장 굳건한 존재였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의 금기를 넘어섰지만, 그만큼 진실했고,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강렬했다. 오직, 우리. 그들만의 세상은 그렇게 영원히 이어질 것이었다. 세상의 가장 깊은 심연 속에서, 둘만의 별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했고, 그 길 위에서 사랑을 완성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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