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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43 추천 : 0 글자수 : 5,727 자 2025-09-18
ㅤㅤ윤태준은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오후였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바쁘게 움직였고, 그의 눈은 모니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고요하지 않았다. 불안감이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윤서희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 '작은어머니 만났어요. 반지를 봤어요.' 그 문장 이후로 그녀에게서 어떤 연락도 없었다. 작은어머니가 서희의 어머니, 즉 자신의 작은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폭로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비밀이 마침내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ㅤㅤ그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든 듯 손이 떨렸다. 서희가 걱정되었다. 홀로 그 모든 비난을 감당하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그녀의 옆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 모든 것을 함께 겪어야 하는데.
ㅤㅤ점심시간이 되자마자 휴대폰이 맹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그의 어머니. 이모_서희의 어머니_에게 모든 것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태준은 심호흡을 했다. 피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는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ㅤㅤ"예, 어머니."
ㅤㅤ"태준아! 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와! 지금 당장!"
ㅤㅤ어머니의 목소리는 분노와 절규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온화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이렇게 날카롭게 변할 수 있다는 것에 태준은 새삼 충격받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귀를 찢을 듯한 비명에 가까웠다.
ㅤㅤ"어머니, 지금 회사입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십시오."
ㅤㅤ"무슨 일인지? 네가 감히 나에게 그딴 소리를 해? 작은어머니한테 다 들었다! 너희 둘이 같이 살고 있다니! 서희 그 애 손가락에 반지가 있다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너희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희가 사촌이라는 걸 모른단 말이니?"
ㅤㅤ어머니의 비난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 어떤 변명도, 설명도 통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어머니의 모든 비난을 들었다. '죄악', '패륜', '집안 망신', '패가망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 그의 귀에 박혔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그를 향한 실망감, 분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절규가 뒤섞여 있었다. 그가 고통스러워할수록, 그의 마음속에서는 서희를 향한 사랑과,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강하게 타올랐다.
ㅤㅤ"어머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서희와 저는 헤어질 수 없습니다. 저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ㅤㅤ그의 고백에 어머니는 더 크게 소리쳤다.
ㅤㅤ"사랑? 이 망할 놈! 그게 사랑이냐? 당장 헤어져! 당장 그 애랑 헤어지고, 당장 네 집으로 돌아와! 그렇지 않으면 너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ㅤㅤ어머니는 결국 전화를 끊었다. 그의 귓가에는 어머니의 절규가 맴돌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그에게 가슴을 도려내는 고통을 주었다. 가족으로부터의 단절. 그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ㅤㅤ이어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머니처럼 격렬하지 않았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더욱 깊은 실망과 비난이 담겨 있었다.
ㅤㅤ"태준아. 네가 우리 집안의 장손이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존중해야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이것은 세상의 법을 어기는 것이고, 윤 씨 집안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다.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라. 그 애와 헤어지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와라. 그렇지 않으면..."
ㅤㅤ아버지의 목소리는 잦아들었지만, 그 뒤의 말은 명확했다. '더 이상 너를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겠다.' 가족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 태준은 눈을 감았다. 가슴이 시려왔다. 피로 맺어진 가족의 연이 이렇게 끊어질 수도 있구나. 하지만 그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서희를 선택했다. 그의 삶의 유일한 빛인 그녀를. 그는 침묵 속에서 모든 비난을 받아들였다.
ㅤㅤ그날 오후 내내, 그리고 다음 날까지도 그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큰아버지, 고모들, 심지어 멀리 떨어진 친척들까지. 모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충격, 비난, 그리고 '집안 망신'이라는 말. 그들의 목소리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과 당혹감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태준의 행동을 비난하면서도, 사실은 자신들의 평판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태준은 모든 전화를 침착하게 받았다.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의 모든 비난을 묵묵히 들었다. 그럴수록 그의 마음속에서는 서희를 향한 사랑과,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강하게 솟아났다.
ㅤㅤ모든 전화를 받고 나서 태준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서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가 걱정하고 있을 것을 알았다. 그녀의 작은 떨림이 그의 심장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ㅤㅤ[서희야. 괜찮아. 전화 다 받았어. 내가 다 정리했어. 너는 걱정하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 내가 옆에 있어.]
ㅤ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녀가 이 모든 파도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그의 메시지에는 그녀를 향한 굳은 다짐이 담겨 있었다. 몇 분 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ㅤㅤ[오빠... 미안해요... 다 나 때문이에요...]
ㅤㅤ그녀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태준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미 이 모든 죄책감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
ㅤㅤ[아니야, 서희야. 다 내 책임이야. 그리고 우리는 함께야. 아무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어. 믿어줘. 우리는 헤어지지 않아.]
ㅤㅤ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태준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서희를 지켜야 했다. 가족들의 비난 속에서도 그녀가 흔들리지 않도록. 이 관계를 끝까지 지켜내야 했다. 그의 삶의 모든 의미가 그녀에게로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ㅤㅤ퇴근 후, 태준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제 그들의 '밀실'은 더 이상 완벽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가족들이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언제든 그들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서는 서희를 향한 사랑이 더욱 강하게 타올랐다. 세상 모든 것이 그들을 버린다 해도, 그들에게는 오직 서로만이 존재했다. '오직, 우리'라는 이름처럼.
ㅤㅤ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서희가 달려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눈은 다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함과 슬픔이 가득했다. 태준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녀의 작은 몸이 그의 품에서 떨렸다.
ㅤㅤ"오빠... 미안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ㅤㅤ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아프게 했다.
ㅤㅤ"아니야, 서희야. 미안해하지 마. 우리가 함께 선택한 길이야. 내가 다 감당할게.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어."
ㅤㅤ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뺨을 기댔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기꺼이 세상의 모든 비난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품은 그녀의 모든 불안을 녹여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ㅤㅤ그날 밤, 그들은 서로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세상의 모든 기준과 시선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기분. 하지만 그들만의 밀실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들의 사랑은 심연의 그림자 속에서 더욱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가족들의 비난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 위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었다. 서로의 존재만이 유일한 빛이자 위안이었다.
ㅤㅤ며칠 후, 태준은 어머니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조금은 차분해졌지만, 여전히 냉랭했다. 그들에게 향한 실망감과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는 듯했다. 마치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낙인처럼.
ㅤㅤ"태준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 부모로서 너희를 감싸줄 수 없다. 친척들 얼굴을 어떻게 들겠니. 당분간... 당분간은 연락하지 마라. 그리고 그 애와 계속 함께 살 거라면... 우리 집안 사람들은 너희 둘을 인정할 수 없다. 다시는 우리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
ㅤㅤ가족으로부터의 단절 통보였다. 태준은 눈을 감았다. 가슴이 시려왔다. 피로 맺어진 가족의 연이 이렇게 끊어질 수도 있구나. 그는 잠시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서희를 선택했다. 그의 삶의 유일한 빛인 그녀를.
ㅤㅤ"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헤어지지 않습니다."
ㅤㅤ그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서희에게는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더 큰 죄책감과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무게는 자신이 감당할 몫이었다. 그는 그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방패이자, 그녀의 유일한 세상이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ㅤㅤ그로부터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가족과의 모든 연락이 끊겼다. 명절이 다가왔지만, 그들에게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태준의 휴대폰에는 가족들의 번호가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고, 서희의 휴대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단체 채팅방은 이제 더 이상 알림이 울리지 않았다. 그는 그 방을 나가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 남아있는 채로, 그들의 부재를 확인했다. 세상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더 이상 직접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고요한 단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ㅤㅤ이러한 고립감은 태준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서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뜸해졌고, 회사에서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는 철저히 자신과 서희, 둘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들의 밀실은 더욱 견고해졌지만, 그 안의 공기는 때때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ㅤㅤ어느 날 밤, 잠든 서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태준은 생각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이 비밀을 영원히 숨길 수 있을까. 언젠가 이 관계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면, 서희는 감당할 수 있을까. 그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 불안정한 관계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랐다.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강력했지만, 동시에 너무나 취약했다. 이 고립된 삶 속에서, 그녀가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ㅤㅤ그는 그녀에게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의지이자, 필사적인 다짐이었다. 가족과의 단절, 사회적 비난. 그 모든 것은 그녀를 위한 희생이었다. 그리고 그 희생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그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ㅤㅤ태준은 서희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의 품에서 편안하게 잠든 그녀의 숨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다. 그는 그녀의 존재가 주는 안도감 속에서, 또 다른 다짐을 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는 그녀의 곁을 지킬 것이다. 이 '우리'를 지켜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비난 속에서도, 그들의 사랑만은 흔들리지 않게. 그는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 고립된 섬에서, 그들은 오직 서로에게만 의지하며 세상의 폭풍우를 견뎌낼 것이다. 이제 그들의 싸움은 더욱 외롭고 치열해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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