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조회 : 73 추천 : 0 글자수 : 5,944 자 2025-12-24
제23화
새벽 안개를 뚫고 '새벽'의 스텔스 헬기 편대가 굉음을 내며 네오젠 연구소의 폐허 상공에 도달했다. 17년 전, 모든 비극의 씨앗이 뿌려졌던 그곳은 이제 검게 그을린 콘크리트 잔해들 사이로 지하 요새의 입구들이 마치 지옥의 아가리처럼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새벽의 푸른빛 아래 드러난 그곳은 더 이상 연구소가 아닌, 인류의 재앙을 잉태한 괴물의 둥지였다.
"목표 지점 도달. 적의 대공 방어망 가동 확인. 레이더에 다수의 발사체 포착!"
조종사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지상의 요새 곳곳에서 위장막이 걷히며 숨겨져 있던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슈우욱-'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요격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헬기 편대를 향해 날아올랐다. 새벽하늘이 순식간에 붉은 화망으로 뒤덮였다.
"회피 기동! 전원 강하 준비! 작전 개시!"
민서영의 명령이 무전기를 통해 떨어졌다. 헬기들이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며 미사일을 피하는 사이, 측면 도어가 열리고 '새벽'의 최정예 요원들이 레펠을 타고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들의 동작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강윤 역시 망설임 없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을 감싼 '프로젝트 제로' 슈트가 푸른빛을 내뿜으며 공기 저항을 상쇄시켰다.
쾅! 쾅! 쾅!
강윤은 공중에서 양손을 뻗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들의 궤도를 비틀어 서로 충돌시켰다. 거대한 폭발이 하늘을 수놓는 사이, 그는 지상에 착지했다. 충격파로 인해 주변의 먼지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돌파한다!"
강윤이 선두에 서서 지하 기지의 주 출입구인 육중한 티타늄 강철 문을 향해 돌진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 로봇들이 기관포를 난사했지만, 강윤의 슈트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 장막에 막혀 튕겨 나갔다. 강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염력 파동이 문을 강타했다. '쿠구구궁-' 하는 굉음과 함께 두께 30cm의 강철 문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지며 안쪽으로 날아갔다.
"진입! 진입! 목표는 지하 5층 중앙 통제실이다!"
지호와 요원들이 강윤의 뒤를 따라 물밀듯이 기지 내부로 진입했다.
지하 기지의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복잡했다. 끝없이 이어진 하얀 복도와 수많은 연구 시설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곳곳에서 붉은 경보등이 돌아가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용병들이 아니었다.
"적 출현! 전방 12시 방향! 다수의 생체 신호 감지! 저건… 뭡니까?"
선두에 섰던 요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복도 끝에서 수십 명의 그림자가 안개처럼 스며 나왔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얼굴, 똑같은 체형을 하고 있었다. 바로 강윤과 소름 끼치도록 닮은, 하지만 눈빛만은 텅 빈 인형 같은 존재들이었다. 표진석이 강윤의 유전자를 복제해 만든 '클론 부대'였다. 그들의 몸에는 기괴한 기계 장치들이 이식되어 있었고, 손에는 푸른 에너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게… 이게 무슨…!"
강윤은 자신의 얼굴을 한 괴물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울을 보는 듯한 기괴함과 불쾌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환영한다, 아들아. 내 최고의 작품들을 소개하지. 감정이라는 결함이 제거된, 오직 명령만을 수행하는 완벽한 너의 모습들이다.]
기지 내 스피커를 통해 표진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는 뒤틀린 자부심과 광기가 가득했다.
"너의 유전자는 훌륭했지만, 감정이란 불순물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나는 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통도 두려움도 모르는 완벽한 살인 병기들을 양산했다. 그들이야말로 인류의 새로운 진화다."
클론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오직 살의만이 번뜩이는 푸른 안광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손을 뻗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강력한 염력 파동이 '새벽'의 요원들을 덮쳤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해일이 들이닥치는 것 같았다.
"크아아악!"
선두에 섰던 요원들이 허공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일반적인 총탄은 그들의 염력 방어막에 막혀 힘없이 떨어졌다.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강윤아! 망설이지 마! 저건 네가 아니야! 그냥 빈 껍데기일 뿐이라고! 정신 차려!"
지호가 소리치며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그는 노트북을 꺼내 기지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려 했지만, 클론들의 정신 간섭 파장이 전산망까지 교란시키고 있었다.
강윤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얼굴을 한 존재들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망설임이 동료들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원, 내 뒤로 물러나세요! 슈트 출력 최대!"
강윤은 슈트의 제어 장치를 조작하여 출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가슴의 코어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프로젝트 제로, 가동."
슈트에서 방출된 역위상 에너지 파동이 복도 전체를 휩쓸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힘이 아니었다. 제노-7 에너지의 파장만을 정확하게 상쇄시키는, 일종의 '에너지 침묵' 파동이었다. 파동에 닿은 클론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칫했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오라가 흐려지며 불안정하게 깜박였다.
"지금이다! 사격 개시!"
민서영의 외침과 함께 요원들이 일제히 특수 마취탄과 고전압 충격탄을 발사했다. 힘이 빠져 방어막을 유지할 수 없게 된 클론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그 수는 너무나 많았다. 쓰러진 클론들 뒤로 끊임없이 새로운 병력이 개미떼처럼 몰려나왔다.
"이대로는 끝이 없어!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으면 소모전만 계속될 거야! 중앙 통제실로 가야 해!"
지호가 태블릿으로 기지의 지도를 확인하며 외쳤다. 복잡한 미로 속에서 중앙 통제실로 가는 최단 경로가 붉은 선으로 표시되었다.
"내가 길을 뚫을게. 지호랑 실장님은 통제실로 가세요! 제 뒤만 따라오면 됩니다!"
강윤은 방패가 되어 앞장섰다. 그의 염력은 이제 공격과 방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날아오는 공격을 튕겨내고, 동시에 수십 명의 클론들을 허공에 띄워 벽으로 날려버렸다. 그의 손짓 한 번에 강철 벽이 휘어지고, 바닥이 갈라졌다. 그는 마치 전장의 지휘자처럼 힘의 흐름을 조율하며 길을 열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그들이 지하 5층 중앙 홀에 도달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축구장만 한 크기의 거대한 홀 중앙에는 수백 개의 배양 탱크가 늘어서 있었고, 그 안에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클론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너머 높은 곳에 위치한 관제실의 강화 유리벽 뒤로 표진석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마치 신이라도 된 양,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전투를 관람하고 있었다.
"왔구나.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오메가 프로토콜'은 시작되었다."
표진석이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홀의 바닥이 굉음과 함께 열리며 거대한 원통형 배양 탱크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 안에는 일반 클론보다 두 배는 더 크고 근육질의 몸체에, 온몸에 붉은색 제어 회로가 문신처럼 심어진 괴물 같은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
"이것이 '오메가'. 제노-7의 힘을 극한으로 농축시키고, 여러 능력자의 유전자를 합성하여 만든 최종 병기다. 이 녀석 하나면 국가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탱크의 유리가 깨지며 오메가가 눈을 떴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강윤을 포착하자, 공간 자체가 비명을 지르듯 진동했다. 끔찍한 살기와 압력에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크아아아아!"
오메가가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강윤이 방어막을 펼쳤지만, 오메가의 주먹 한 방에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강윤은 그 충격으로 뒤로 밀려났다.
"막아야 해!"
강윤이 반격에 나섰지만, 오메가의 속도와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윤의 염력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도 끄떡없었다. 오메가는 단순한 힘뿐만 아니라, 공간을 왜곡시켜 순간 이동하듯 움직였다. 오메가의 손짓 한 번에 강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듯 뒤로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강윤아!"
민서영과 지호가 달려가려 했지만, 오메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들을 공중에 띄워버렸다. 강력한 염력 구속이었다. 그들은 허공에서 발버둥 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미있는 실험이 되겠군. 원본과 완성품, 과연 누가 더 우월할까? 감정이란 불순물이 섞인 구시대의 유물인가, 아니면 오직 힘만을 위해 태어난 신인류인가?"
표진석의 비웃음 속에, 오메가가 천천히 강윤에게 다가갔다. 강윤은 피를 토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슈트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오메가의 압도적인 에너지 파장에 슈트가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었다.
[경고. 코어 임계점 도달. 시스템 다운 위험. 에너지 역류 감지.]
"안 돼…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어…!"
강윤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고통으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아버지의 설계도, 어머니의 목소리, 다솜과의 약속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의지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그때, 강윤의 뇌리에 번개 같은 깨달음이 스쳤다. 아버지의 연구 일지 한 구석에 적혀 있던 메모.
['프로젝트 제로'의 진정한 힘은 억제가 아니다. 그것은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 없다면, 그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강윤은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신은 힘으로 힘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제로의 진정한 용도는 힘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힘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되돌려주는 카운터 기술.
'힘으로 맞서는 게 아니야. 저 녀석의 힘을… 받아들여서 증폭시킨다.'
강윤은 슈트의 제어 장치를 조작하여 '방어 모드'에서 '에너지 흡수 모드'로 전환했다.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자칫하면 오메가의 에너지에 몸이 터져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오메가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붉은 에너지 구체가 태양처럼 타올랐다.
"죽어라!"
오메가가 에너지 구체를 발사했다. 강윤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팔을 벌리고 정면으로 그 힘을 받아들였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강윤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슈트가 비명을 질렀고, 강윤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용암을 삼키는 듯한 뜨거움이 전신을 휘감았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오메가의 붉은 에너지가 슈트를 통해 강윤의 몸으로 흘러들어오며, 그의 푸른 에너지와 섞여 보랏빛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뭐지? 에너지가… 흡수되고 있어?"
표진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모니터의 수치가 측정 범위를 넘어섰다.
"이게… 아버지의 유산이다! 그리고 내 의지다!"
강윤은 흡수한 에너지를 자신의 힘과 합쳐 배로 증폭시켰다. 그의 눈동자가 찬란한 보랏빛으로 빛났다. 그는 그 거대한 힘을 오메가를 향해, 아니, 그 뒤에 있는 표진석과 중앙 통제실 전체를 향해 겨누었다.
"사라져라!"
강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에너지 포격이 직선으로 뻗어나가 오메가를 집어삼켰다. 오메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포격은 멈추지 않고 강화 유리벽을 뚫고 관제실을 강타했다.
쿠구구궁!
지하 기지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천장이 무너지고, 기둥이 꺾였다. 표진석의 경악에 찬 비명이 폭발음에 묻혀 사라졌다. 강윤은 힘을 다해 쓰러지며, 무너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민서영과 지호가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끝났다… 이제 정말 끝났어."
강윤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길고 긴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 하지만 기지가 무너지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서둘러 탈출해야 했다. 잿더미가 된 전장 위로, 새로운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새벽 안개를 뚫고 '새벽'의 스텔스 헬기 편대가 굉음을 내며 네오젠 연구소의 폐허 상공에 도달했다. 17년 전, 모든 비극의 씨앗이 뿌려졌던 그곳은 이제 검게 그을린 콘크리트 잔해들 사이로 지하 요새의 입구들이 마치 지옥의 아가리처럼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새벽의 푸른빛 아래 드러난 그곳은 더 이상 연구소가 아닌, 인류의 재앙을 잉태한 괴물의 둥지였다.
"목표 지점 도달. 적의 대공 방어망 가동 확인. 레이더에 다수의 발사체 포착!"
조종사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지상의 요새 곳곳에서 위장막이 걷히며 숨겨져 있던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슈우욱-'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요격 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헬기 편대를 향해 날아올랐다. 새벽하늘이 순식간에 붉은 화망으로 뒤덮였다.
"회피 기동! 전원 강하 준비! 작전 개시!"
민서영의 명령이 무전기를 통해 떨어졌다. 헬기들이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며 미사일을 피하는 사이, 측면 도어가 열리고 '새벽'의 최정예 요원들이 레펠을 타고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들의 동작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강윤 역시 망설임 없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을 감싼 '프로젝트 제로' 슈트가 푸른빛을 내뿜으며 공기 저항을 상쇄시켰다.
쾅! 쾅! 쾅!
강윤은 공중에서 양손을 뻗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들의 궤도를 비틀어 서로 충돌시켰다. 거대한 폭발이 하늘을 수놓는 사이, 그는 지상에 착지했다. 충격파로 인해 주변의 먼지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돌파한다!"
강윤이 선두에 서서 지하 기지의 주 출입구인 육중한 티타늄 강철 문을 향해 돌진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 로봇들이 기관포를 난사했지만, 강윤의 슈트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 장막에 막혀 튕겨 나갔다. 강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염력 파동이 문을 강타했다. '쿠구구궁-' 하는 굉음과 함께 두께 30cm의 강철 문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지며 안쪽으로 날아갔다.
"진입! 진입! 목표는 지하 5층 중앙 통제실이다!"
지호와 요원들이 강윤의 뒤를 따라 물밀듯이 기지 내부로 진입했다.
지하 기지의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복잡했다. 끝없이 이어진 하얀 복도와 수많은 연구 시설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곳곳에서 붉은 경보등이 돌아가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용병들이 아니었다.
"적 출현! 전방 12시 방향! 다수의 생체 신호 감지! 저건… 뭡니까?"
선두에 섰던 요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복도 끝에서 수십 명의 그림자가 안개처럼 스며 나왔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얼굴, 똑같은 체형을 하고 있었다. 바로 강윤과 소름 끼치도록 닮은, 하지만 눈빛만은 텅 빈 인형 같은 존재들이었다. 표진석이 강윤의 유전자를 복제해 만든 '클론 부대'였다. 그들의 몸에는 기괴한 기계 장치들이 이식되어 있었고, 손에는 푸른 에너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게… 이게 무슨…!"
강윤은 자신의 얼굴을 한 괴물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울을 보는 듯한 기괴함과 불쾌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환영한다, 아들아. 내 최고의 작품들을 소개하지. 감정이라는 결함이 제거된, 오직 명령만을 수행하는 완벽한 너의 모습들이다.]
기지 내 스피커를 통해 표진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는 뒤틀린 자부심과 광기가 가득했다.
"너의 유전자는 훌륭했지만, 감정이란 불순물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나는 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통도 두려움도 모르는 완벽한 살인 병기들을 양산했다. 그들이야말로 인류의 새로운 진화다."
클론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오직 살의만이 번뜩이는 푸른 안광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손을 뻗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강력한 염력 파동이 '새벽'의 요원들을 덮쳤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해일이 들이닥치는 것 같았다.
"크아아악!"
선두에 섰던 요원들이 허공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일반적인 총탄은 그들의 염력 방어막에 막혀 힘없이 떨어졌다.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강윤아! 망설이지 마! 저건 네가 아니야! 그냥 빈 껍데기일 뿐이라고! 정신 차려!"
지호가 소리치며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그는 노트북을 꺼내 기지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려 했지만, 클론들의 정신 간섭 파장이 전산망까지 교란시키고 있었다.
강윤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얼굴을 한 존재들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망설임이 동료들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원, 내 뒤로 물러나세요! 슈트 출력 최대!"
강윤은 슈트의 제어 장치를 조작하여 출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가슴의 코어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프로젝트 제로, 가동."
슈트에서 방출된 역위상 에너지 파동이 복도 전체를 휩쓸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힘이 아니었다. 제노-7 에너지의 파장만을 정확하게 상쇄시키는, 일종의 '에너지 침묵' 파동이었다. 파동에 닿은 클론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칫했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오라가 흐려지며 불안정하게 깜박였다.
"지금이다! 사격 개시!"
민서영의 외침과 함께 요원들이 일제히 특수 마취탄과 고전압 충격탄을 발사했다. 힘이 빠져 방어막을 유지할 수 없게 된 클론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그 수는 너무나 많았다. 쓰러진 클론들 뒤로 끊임없이 새로운 병력이 개미떼처럼 몰려나왔다.
"이대로는 끝이 없어!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으면 소모전만 계속될 거야! 중앙 통제실로 가야 해!"
지호가 태블릿으로 기지의 지도를 확인하며 외쳤다. 복잡한 미로 속에서 중앙 통제실로 가는 최단 경로가 붉은 선으로 표시되었다.
"내가 길을 뚫을게. 지호랑 실장님은 통제실로 가세요! 제 뒤만 따라오면 됩니다!"
강윤은 방패가 되어 앞장섰다. 그의 염력은 이제 공격과 방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날아오는 공격을 튕겨내고, 동시에 수십 명의 클론들을 허공에 띄워 벽으로 날려버렸다. 그의 손짓 한 번에 강철 벽이 휘어지고, 바닥이 갈라졌다. 그는 마치 전장의 지휘자처럼 힘의 흐름을 조율하며 길을 열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그들이 지하 5층 중앙 홀에 도달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축구장만 한 크기의 거대한 홀 중앙에는 수백 개의 배양 탱크가 늘어서 있었고, 그 안에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클론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너머 높은 곳에 위치한 관제실의 강화 유리벽 뒤로 표진석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마치 신이라도 된 양,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전투를 관람하고 있었다.
"왔구나.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오메가 프로토콜'은 시작되었다."
표진석이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홀의 바닥이 굉음과 함께 열리며 거대한 원통형 배양 탱크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 안에는 일반 클론보다 두 배는 더 크고 근육질의 몸체에, 온몸에 붉은색 제어 회로가 문신처럼 심어진 괴물 같은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
"이것이 '오메가'. 제노-7의 힘을 극한으로 농축시키고, 여러 능력자의 유전자를 합성하여 만든 최종 병기다. 이 녀석 하나면 국가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탱크의 유리가 깨지며 오메가가 눈을 떴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강윤을 포착하자, 공간 자체가 비명을 지르듯 진동했다. 끔찍한 살기와 압력에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크아아아아!"
오메가가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강윤이 방어막을 펼쳤지만, 오메가의 주먹 한 방에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강윤은 그 충격으로 뒤로 밀려났다.
"막아야 해!"
강윤이 반격에 나섰지만, 오메가의 속도와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윤의 염력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도 끄떡없었다. 오메가는 단순한 힘뿐만 아니라, 공간을 왜곡시켜 순간 이동하듯 움직였다. 오메가의 손짓 한 번에 강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듯 뒤로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강윤아!"
민서영과 지호가 달려가려 했지만, 오메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들을 공중에 띄워버렸다. 강력한 염력 구속이었다. 그들은 허공에서 발버둥 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미있는 실험이 되겠군. 원본과 완성품, 과연 누가 더 우월할까? 감정이란 불순물이 섞인 구시대의 유물인가, 아니면 오직 힘만을 위해 태어난 신인류인가?"
표진석의 비웃음 속에, 오메가가 천천히 강윤에게 다가갔다. 강윤은 피를 토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슈트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오메가의 압도적인 에너지 파장에 슈트가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었다.
[경고. 코어 임계점 도달. 시스템 다운 위험. 에너지 역류 감지.]
"안 돼…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어…!"
강윤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고통으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아버지의 설계도, 어머니의 목소리, 다솜과의 약속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의지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그때, 강윤의 뇌리에 번개 같은 깨달음이 스쳤다. 아버지의 연구 일지 한 구석에 적혀 있던 메모.
['프로젝트 제로'의 진정한 힘은 억제가 아니다. 그것은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 없다면, 그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강윤은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신은 힘으로 힘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제로의 진정한 용도는 힘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힘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되돌려주는 카운터 기술.
'힘으로 맞서는 게 아니야. 저 녀석의 힘을… 받아들여서 증폭시킨다.'
강윤은 슈트의 제어 장치를 조작하여 '방어 모드'에서 '에너지 흡수 모드'로 전환했다.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자칫하면 오메가의 에너지에 몸이 터져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오메가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붉은 에너지 구체가 태양처럼 타올랐다.
"죽어라!"
오메가가 에너지 구체를 발사했다. 강윤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팔을 벌리고 정면으로 그 힘을 받아들였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강윤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슈트가 비명을 질렀고, 강윤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용암을 삼키는 듯한 뜨거움이 전신을 휘감았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오메가의 붉은 에너지가 슈트를 통해 강윤의 몸으로 흘러들어오며, 그의 푸른 에너지와 섞여 보랏빛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뭐지? 에너지가… 흡수되고 있어?"
표진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모니터의 수치가 측정 범위를 넘어섰다.
"이게… 아버지의 유산이다! 그리고 내 의지다!"
강윤은 흡수한 에너지를 자신의 힘과 합쳐 배로 증폭시켰다. 그의 눈동자가 찬란한 보랏빛으로 빛났다. 그는 그 거대한 힘을 오메가를 향해, 아니, 그 뒤에 있는 표진석과 중앙 통제실 전체를 향해 겨누었다.
"사라져라!"
강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에너지 포격이 직선으로 뻗어나가 오메가를 집어삼켰다. 오메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포격은 멈추지 않고 강화 유리벽을 뚫고 관제실을 강타했다.
쿠구구궁!
지하 기지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천장이 무너지고, 기둥이 꺾였다. 표진석의 경악에 찬 비명이 폭발음에 묻혀 사라졌다. 강윤은 힘을 다해 쓰러지며, 무너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민서영과 지호가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끝났다… 이제 정말 끝났어."
강윤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길고 긴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 하지만 기지가 무너지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서둘러 탈출해야 했다. 잿더미가 된 전장 위로, 새로운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
초능력 아이 더 오리지널스
25.마지막회조회 : 5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48 24.제23화조회 : 7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44 23.제22화조회 : 1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44 22.제21화조회 : 9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971 21.제20화조회 : 1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74 20.제19화조회 : 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2만 19.제18화조회 : 1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18 18.제17화조회 : 12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95 17.제16화조회 : 1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8,037 16.제15화조회 : 1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56 15.제14화조회 : 15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99 14.제13화조회 : 1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21 13.제12화조회 : 1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82 12.제11화조회 : 1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37 11.제10화조회 : 6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55 10.제09화조회 : 7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29 9.제08화조회 : 6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54 8.제07화조회 : 6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91 7.제06화조회 : 75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91 6.제05화조회 : 7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065 5.제04화조회 : 73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989 4.제03화조회 : 8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763 3.제02화조회 : 54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8,431 2.제01화조회 : 6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9,047 1.프롤로그조회 : 1,4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8,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