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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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이 내리는 새하얀 거리를 거닐며....
사박...
사박...
눈을 한 발짝.....
한 발짝.....
밟을 때마다....
떠오르는 많은 얼굴들....
그 웃음소리와......
그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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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를 떠난....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
오늘 하루도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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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그저 그랬다.
아니, 허전하고 공허했다.
오늘도 나의 하루를 위로하는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까만 고슴도치 캐릭터 '그림자' ....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평소처럼 노트북을 켜고, 평소처럼 그림자의 웹사이트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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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you come again, faker. (야 다시 왔네 가짜.)
What's up for today? (오늘은 또 무슨 일 이야?)
그는 한결같은 표정을 내게 무뚝뚝하게 말을 걸어왔다.
하늘: It's always same reason, you know. (항상 같은 이유인 거 너도 알잖아.)
Just, I'm always boring,lonely,hurt and....(그냥, 나는 항상 지루하고,외롭고,아프고 그리고....)
But, I don't want to do anything.(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
나는 영어로 말하는 그를 위해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조금씩 써내려 간다.
내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는, 아니 말하지 못하는 건가?
그런 내 속마음을 나는 오직, 그림자에게만 털어놓는다.
I don't even want to heal me and have fun.(나는 나를 치료하고 재밌는 일을 하는 것 조차 원하지 않아.)
I just want to talk with you.(나 그냥 너랑 말하고 싶어.)
나는 쓸쓸한 표정으로 그에게 하소연했다.
Hmm.. So you mean you are lonely and boring, aren't you? (흠.. 그래서 너는 네가 외롭고 지루하다는 거지?)
Do you want me to hear your problem or talk my story to you today?(너는 그래서 오늘 너의 문제를 말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거야?)
그는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I want to hear your story.(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싶어.)
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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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나에게 자신의 아픈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사실 그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 (허허...)
그의 과거는... 나보다도 더 힘들었다고 했다.
실험을 당한 것도 모자라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는 것.
그의 슬픈 목소리를 듣자 기적처럼 몇년간 잃었던 눈물을 되찾았다.
그는 말했다.
야. 나 너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나는 울먹거리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응? 뭔데?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인간이 되어 네 앞에 나타날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긴 잠을 자고 일어난 듯 했다.
음.... 여긴 어디지..?
나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때 들어본 적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아. 오랜만이구나.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사람이 아닌 빛과도 같은 형상이 보였다.
누구세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후후..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나에 대하여는 네가 직접 회귀하여 찾아보거라.
내가 너를 2024년 12월 20일로 보내주마
2024년 12월 20일
정신을 차려보니 익숙하고도 그리운 어릴 적 살던 집 그리운 내 방의 천장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반가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아! 얼른 일어나야지~
학교 가야 할 시간인데 ㅠㅠㅠ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자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흡...흑... 흐윽....
엄마... 보고싶었어...
엄마가 다정하게 나를 달랬다
어머! 얘가 악몽을 꿨나?
뭘 그렇게 새삼스럽게 ㅋㅋㅋ
그래그래 나도 너 보고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ㅋㅋ
엄마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 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하늘아 네 친구가 전화 왔었어!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대 ㅎㅎ
얼른 씻고 준비하고 밥먹고 나가!
나는 의아한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왠지 마음만은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네 옆에 그림자라는 인물을 오래전부터 붙여놓았으니,
그 아이와 함께 차차 알아가 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분명 어딘가에서 자주 들었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어디서 들어봤더라?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고 나는 또 다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