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들(1)
조회 : 84 추천 : 0 글자수 : 5,403 자 2025-10-02
잃어버린 시간들
-부아앙~!-
심난하고 불안한 정신으로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던 나는, 내가 왜? 갑자기 빛의 수호자로 변해 악령인 펭웨이롱을 죽여 어둠에 그림자인 악마의 타켓이 되었단 말인가!?
왜? 어제부터 내 주위에 말도 안 돼는 일들이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 날 괴롭고 두렵게 하는 건가!? 이 모든 원흉인 헬론스의 영혼에 파편이 저주스럽다.
핼론스! 바로 그놈, 아니 내 운명 뒤바뀐 불공인 영혼의 파편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괴롭고, 불안하며 두려워 할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저주에 시작인 그날, 내가 불공인 영혼의 파편에 손 되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갑작스럽게 몸이 쇠약해 져, 병원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면목으로 어려가지의 검사를 했고, 눈처럼 불어나는 병원비에 아빠는 힘들어 하셨다.
그로인해 아빠는 엄마와 자주 말다툼을 버리셨다.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멀어진 것 같다. 그래서 아빠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해. 점점 여자라면 환장을 하는 색골이 되었다.
웨스커 또한 그 당시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매일같이 다투는 부모님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힘들어 쓸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이혼 후, 혼자라는 쓸쓸함과 나를 보살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못 이겨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나를 때리고 괴롭힌 것 같다.
만약 내가 몸이 쇠약해지기 않았다면?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웨스커도 이해심 많은 상냥한 형이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족은 남들이 부러워서 시샘할 만큼 행복한 가정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풋볼 신동으로 학교에 자랑거리였던 나는 대학 졸업 후, 프로로 데뷔하여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제시해 날 데려가려 혈안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나는 남들이 평생 손에 쥐어 볼수 없는 막대한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천사처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제이시. 정말로 제이시와 내가 사귀고 있던 사이였다면? 지금 쯤 나와 제이시는 평생 잊지 못할 꿈결 같은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제이시는 엄청난 미녀, 많은 이들이 제이시의 애인인 나를 부러워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나의 것이었다.
갑자기 귀를 찢을 것같은 타들어가는 거친 급 브레이크 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어, 나는 본능적으로 고갤 돌렸다.
-끼끼이이익익잉잉~!!!-
타이어 자국이 길게 늘어진 횡단보도 앞에, 정차 되어있는 승용차 옆으로 7살로 보이는 한 여자 아이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찌었는지, 그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극심히 놀랬는지 둥글게 커진 눈으로 주저앉아 몸을 떨고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자, 잃어버린 것같은 내 기억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갑자기 떠올났다.
'이오 완카님 앞에서 영원의 맹세를 하자.'
가슴 설레게 했던 기억속에 제이시의 음성이 떠오르며, 우리집 근처에 있는 천년 콘톨라 소나무가 스쳐 지나갔다.
이오 완카, 중부 인디언 말로는 대지의 정령.
어제 저녁 조금 생각난 기억과 방금 떠오는 기억으로 보아, 제이시와 내가 천년 소나무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천년 소나무를 찾아가면, 왠지 잃어버린 내 기억들이 떠올라 생각날 것만 같은 느낌이라 나는 거침없이 기어를 넣고 액셀을 당겼다.
덴버를 벗어나 캐리지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국도를 달리고 있던 나는, 제이시가 내 운명에 여자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와 항상 눈이 마주칠 때마다 제이시의 눈빛 속에 어렴풋이 묻어나는 그리움과 애뜻함이 느껴졌어, 왠지 모르게 늘 이상했었다. 그건 기억을 잃어버린 내가 자신이 운명의 여자인 것도 모른 채, 엘산나를 좋아하고 있었어 그런 거였다. 늘 멀리서 이런 날 바라보며 혼자 가슴앓이 한 제이시에게 미안해서, 심장이 떨리고 먹먹해진다.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캐리지 중심부에 도착해 있었다. 직진하면 집으로 가는 길이고, 좌회전하면 농장지대로 향하는 길이다. 아무리 덤으로 살고있는 시간이지만, 이대로 기억을 잃은 채 죽을 수는 없다. 제이시가 내 여친이자 운명의 여자라는 것도 모른 채 헬론스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너무나 억울해서 내가 척살한 어둠의 그림자인 원념이 되어 버릴 것같다.
솔직히 죽음 두렵고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피할수 없다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온전한 나로 숨쉬다 사라지고 싶은 바람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제이시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되찾기 위해, 망설임 없이 좌측으로 길을 잡아 중심부를 벗어났다.
서서히 드넓은 농장지대로 접어들자,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정반대로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펼쳐졌다. 바람결에 살랑살랑 녹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밀과 살며시 소리내어 노래는 하는 옥수수. 푸른 하늘 위에 또 다른 세상있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높게 뻗은 구름들이 동화 속에서 나오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순간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 갑자기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아름다운 세상 속에 나만 홀로 놓여진 것 같아서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더이상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저주같은 내 운명 때문에, 소중한 이들이 모두 불행지고 고통받는 것처럼 느껴졌어 나를 괴롭고 무섭게 만들었다.
무거운 마음을 가슴에 안고 계속 농장지대를 가로 지르니, 서서히 제이시와 내가 같이 찍은 사진 속에 천년 콘톨라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밀밭 경계를 알리기 위해 돌로 쌓은 둑 중간 지점에 위치한 언덕 위로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는 수령이 천년 이상이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나무다.
돌로 쌓여진 둑 앞에 바이크를 세운 뒤 돌담을 길 삼아 언덕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갑자기 싱그럽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내 몸을 감싼다. 이상하다 불어오는 싱그럽고 부드럽게 따스한 바람을 맞으니, 산란하고 불안했던 정신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무 그늘 아래서 제이시가 사랑이 담아져 있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영상이 얼핏 보였다 끊겼다.
"나, 크리스 베설 볼던은.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을."
뭐지, 잃어버린 내 기억인가? 역시 제이시와 내가 천년 소나무에서 무언가를 분명히 했다. 나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언덕위로 올라갔다. 나무 근처에 다다르자 내 몸이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지, 심장이 두근거며 극심히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는 나무로 가까이 다가가 좀 살펴보자, 칼로 새겨진 하트 모양의 그림을 발견했다. 그림 안에 C&J 그리고 그 밑에 F라 새겨져 있었다. 이건? 나와 제이시의 이니셜 약자다! 그럼, 설마? 생각났던 거억처럼, 제이시와 내가 이곳에서 사랑의 맹세를 했었던 건가?
나는 주머니 안에 있는 반지를 꺼내 살펴보았다. 고백하며 약지에 끼워주었던 기억의 커풀링과 똑같이, 제이시와 나의 이니셜 약자 그리고 하트 그림이 반지에 새겨져 있다. 손바닥 위에 놓여져 있는 반지가 영롱한 빛을 뿜어내자, 산들바람이 불어와 내 주위를 회오리처럼 감싸며 햇살이 들어오는 나뭇가질 흔든다.
무성한 나뭇가지가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처럼 세차가 흔들리며, 그사이로 프리즘 빛깔의 꽃잎 한 장이 서서히 떨어져 내려왔다. 무언가의 이끌리듯이 나는 꽃잎에서 눈을 띠지 못했다. 살포시 내려오는 꽃잎에서 갑자기 빛이 번뜩이며, 잃어버렸던 기억이 필름처럼 떠올랐다.
내가 칼로 하트 모양을 나무에 새기고 있다. 나무껍질이 벗겨지며, 속살이 파여지는 소리와 손에 전해지는 촉감이 너무나 생생하다. 지금 보이는 영상은 잃어버린 내 기억이라, 그 당시로 되돌아 간 것처럼 흥분되는 마음과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하트 모양을 다 새긴 나는 이어서 내 이니셜 약자인 C&을 새기고 뒤로 돌아, 칼을 제이시에게 건네주었다.
제이시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로 칼을 건네받아 & 옆에 자신의 이니셜인 J를 새겨 넣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제이시의 손을 꼭잡고 같이 이니셜 밑에 F를 새겼다. 중부지역을 통틀어 캐리지에 한구루만 존재하는 천년 콘톨라 소나무에, 제이시와 함께 사랑의 증표를 남기다니 너무나 흥분된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제이시가 나무에 손을 되며 내게 말했다.
"크리스. 너도 이오 완카님에게 손을 돼."
이오 완카, 제이시 말에 의하면 중부지역 순수 인디언 말로 대지의 정령이라는 뜻이라 한다. 내가 시키는 데로 나무에 손을 되자, 제이시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오 완카님 앞에서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과 크리스 그릿 볼던. 영원의 맹세를 올립니다. 그러니 저희를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실로 묶어, 영원히 하나가 되게 해주세요."
제이시가 나무에서 7발짝 떨어져 공손히 양손을 모아 옆으로 섰다. 나도 나무에서 7발짝 떨어져 제이시를 마주보았다. 사랑이 담아져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제이시가 고개 끄떡였다. 가슴이 터질듯이 요동치며 극심하게 떨려온다.
"나, 크리스 그릿 볼던은. 한결같이 오직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만 사랑하고 항상 아낄 것을 앞에 계신, 이오 완카님에게 영원히 맹세합니다."
내가 호주머니 안에 있는 커플 반지를 꺼내 떨리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제이시에게 다가가, 조금 작은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반지를 받은 제이시는 끼고 있는 반지에 입맞춤을 하고 촉촉이 젖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은. 한결같이 오직 크리스 그릿 볼던만 사랑하고 항상 아낄 것을 앞에 계신, 이오 완카님에게 영원히 맹세합니다."
제이시 또한 내 손바닥 위에 있는 반지를 내 왼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나도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에 입맞춤을 하고 제이시에게 바라보았다. 미소짓고 있던 제이시의 눈망울이 극심히 흔들리며 눈가가 서서히 촉촉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떨리는 시선으로 제이시의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제이시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듯이 잡고 천천히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자, 제이시가 지그시 눈을 감는다. 나도 살며시 눈을 감고 그대로 제이시와 키스했다. 달콤하다, 너무나 달콤하고 왠지 모르게 흥분된다. 입술을 띠고 살며시 눈을 뜨자, 제이시도 살며시 눈을 떠 나를 바라봤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실로 하나가 된 거야, 크리스.”
“응. 사랑해, 제이시.”
“나도 사랑해, 크리스.”
제이시와 나는 말없이 서로 껴안았다. 실크순면 같은 제이시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과 몽실몽싱한 가슴이 내 가슴에 닿으니, 꼭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몸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갑자기 싱그럽고 상큼한 바람이 불어와 나와 제이시의 몸을 감쌌다. 서로의 마음을 전해질수 있도록 따스하게 포옹을 하고있던 제이시와 나는, 조금 떨어져 바람결에 춤을추는 은빛의 밀밭을 바라봤다.
“아름답다. 꼭 춤을 주는 것같아, 크리스.”
“응, 아름다워. 제이시 너처럼.”
내말에 제이시는 행복하다는 얼굴로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제이시, 사랑의 증표로 사진 찍자.”
-부아앙~!-
심난하고 불안한 정신으로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던 나는, 내가 왜? 갑자기 빛의 수호자로 변해 악령인 펭웨이롱을 죽여 어둠에 그림자인 악마의 타켓이 되었단 말인가!?
왜? 어제부터 내 주위에 말도 안 돼는 일들이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 날 괴롭고 두렵게 하는 건가!? 이 모든 원흉인 헬론스의 영혼에 파편이 저주스럽다.
핼론스! 바로 그놈, 아니 내 운명 뒤바뀐 불공인 영혼의 파편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괴롭고, 불안하며 두려워 할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저주에 시작인 그날, 내가 불공인 영혼의 파편에 손 되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갑작스럽게 몸이 쇠약해 져, 병원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면목으로 어려가지의 검사를 했고, 눈처럼 불어나는 병원비에 아빠는 힘들어 하셨다.
그로인해 아빠는 엄마와 자주 말다툼을 버리셨다.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멀어진 것 같다. 그래서 아빠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해. 점점 여자라면 환장을 하는 색골이 되었다.
웨스커 또한 그 당시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매일같이 다투는 부모님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힘들어 쓸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이혼 후, 혼자라는 쓸쓸함과 나를 보살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못 이겨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나를 때리고 괴롭힌 것 같다.
만약 내가 몸이 쇠약해지기 않았다면?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웨스커도 이해심 많은 상냥한 형이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족은 남들이 부러워서 시샘할 만큼 행복한 가정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풋볼 신동으로 학교에 자랑거리였던 나는 대학 졸업 후, 프로로 데뷔하여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제시해 날 데려가려 혈안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나는 남들이 평생 손에 쥐어 볼수 없는 막대한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천사처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제이시. 정말로 제이시와 내가 사귀고 있던 사이였다면? 지금 쯤 나와 제이시는 평생 잊지 못할 꿈결 같은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제이시는 엄청난 미녀, 많은 이들이 제이시의 애인인 나를 부러워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나의 것이었다.
갑자기 귀를 찢을 것같은 타들어가는 거친 급 브레이크 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어, 나는 본능적으로 고갤 돌렸다.
-끼끼이이익익잉잉~!!!-
타이어 자국이 길게 늘어진 횡단보도 앞에, 정차 되어있는 승용차 옆으로 7살로 보이는 한 여자 아이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찌었는지, 그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극심히 놀랬는지 둥글게 커진 눈으로 주저앉아 몸을 떨고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자, 잃어버린 것같은 내 기억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갑자기 떠올났다.
'이오 완카님 앞에서 영원의 맹세를 하자.'
가슴 설레게 했던 기억속에 제이시의 음성이 떠오르며, 우리집 근처에 있는 천년 콘톨라 소나무가 스쳐 지나갔다.
이오 완카, 중부 인디언 말로는 대지의 정령.
어제 저녁 조금 생각난 기억과 방금 떠오는 기억으로 보아, 제이시와 내가 천년 소나무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천년 소나무를 찾아가면, 왠지 잃어버린 내 기억들이 떠올라 생각날 것만 같은 느낌이라 나는 거침없이 기어를 넣고 액셀을 당겼다.
덴버를 벗어나 캐리지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국도를 달리고 있던 나는, 제이시가 내 운명에 여자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와 항상 눈이 마주칠 때마다 제이시의 눈빛 속에 어렴풋이 묻어나는 그리움과 애뜻함이 느껴졌어, 왠지 모르게 늘 이상했었다. 그건 기억을 잃어버린 내가 자신이 운명의 여자인 것도 모른 채, 엘산나를 좋아하고 있었어 그런 거였다. 늘 멀리서 이런 날 바라보며 혼자 가슴앓이 한 제이시에게 미안해서, 심장이 떨리고 먹먹해진다.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캐리지 중심부에 도착해 있었다. 직진하면 집으로 가는 길이고, 좌회전하면 농장지대로 향하는 길이다. 아무리 덤으로 살고있는 시간이지만, 이대로 기억을 잃은 채 죽을 수는 없다. 제이시가 내 여친이자 운명의 여자라는 것도 모른 채 헬론스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너무나 억울해서 내가 척살한 어둠의 그림자인 원념이 되어 버릴 것같다.
솔직히 죽음 두렵고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피할수 없다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온전한 나로 숨쉬다 사라지고 싶은 바람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제이시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되찾기 위해, 망설임 없이 좌측으로 길을 잡아 중심부를 벗어났다.
서서히 드넓은 농장지대로 접어들자,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정반대로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펼쳐졌다. 바람결에 살랑살랑 녹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밀과 살며시 소리내어 노래는 하는 옥수수. 푸른 하늘 위에 또 다른 세상있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높게 뻗은 구름들이 동화 속에서 나오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순간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 갑자기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아름다운 세상 속에 나만 홀로 놓여진 것 같아서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더이상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저주같은 내 운명 때문에, 소중한 이들이 모두 불행지고 고통받는 것처럼 느껴졌어 나를 괴롭고 무섭게 만들었다.
무거운 마음을 가슴에 안고 계속 농장지대를 가로 지르니, 서서히 제이시와 내가 같이 찍은 사진 속에 천년 콘톨라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밀밭 경계를 알리기 위해 돌로 쌓은 둑 중간 지점에 위치한 언덕 위로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는 수령이 천년 이상이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나무다.
돌로 쌓여진 둑 앞에 바이크를 세운 뒤 돌담을 길 삼아 언덕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갑자기 싱그럽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내 몸을 감싼다. 이상하다 불어오는 싱그럽고 부드럽게 따스한 바람을 맞으니, 산란하고 불안했던 정신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무 그늘 아래서 제이시가 사랑이 담아져 있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영상이 얼핏 보였다 끊겼다.
"나, 크리스 베설 볼던은.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을."
뭐지, 잃어버린 내 기억인가? 역시 제이시와 내가 천년 소나무에서 무언가를 분명히 했다. 나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언덕위로 올라갔다. 나무 근처에 다다르자 내 몸이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지, 심장이 두근거며 극심히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는 나무로 가까이 다가가 좀 살펴보자, 칼로 새겨진 하트 모양의 그림을 발견했다. 그림 안에 C&J 그리고 그 밑에 F라 새겨져 있었다. 이건? 나와 제이시의 이니셜 약자다! 그럼, 설마? 생각났던 거억처럼, 제이시와 내가 이곳에서 사랑의 맹세를 했었던 건가?
나는 주머니 안에 있는 반지를 꺼내 살펴보았다. 고백하며 약지에 끼워주었던 기억의 커풀링과 똑같이, 제이시와 나의 이니셜 약자 그리고 하트 그림이 반지에 새겨져 있다. 손바닥 위에 놓여져 있는 반지가 영롱한 빛을 뿜어내자, 산들바람이 불어와 내 주위를 회오리처럼 감싸며 햇살이 들어오는 나뭇가질 흔든다.
무성한 나뭇가지가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처럼 세차가 흔들리며, 그사이로 프리즘 빛깔의 꽃잎 한 장이 서서히 떨어져 내려왔다. 무언가의 이끌리듯이 나는 꽃잎에서 눈을 띠지 못했다. 살포시 내려오는 꽃잎에서 갑자기 빛이 번뜩이며, 잃어버렸던 기억이 필름처럼 떠올랐다.
내가 칼로 하트 모양을 나무에 새기고 있다. 나무껍질이 벗겨지며, 속살이 파여지는 소리와 손에 전해지는 촉감이 너무나 생생하다. 지금 보이는 영상은 잃어버린 내 기억이라, 그 당시로 되돌아 간 것처럼 흥분되는 마음과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하트 모양을 다 새긴 나는 이어서 내 이니셜 약자인 C&을 새기고 뒤로 돌아, 칼을 제이시에게 건네주었다.
제이시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로 칼을 건네받아 & 옆에 자신의 이니셜인 J를 새겨 넣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제이시의 손을 꼭잡고 같이 이니셜 밑에 F를 새겼다. 중부지역을 통틀어 캐리지에 한구루만 존재하는 천년 콘톨라 소나무에, 제이시와 함께 사랑의 증표를 남기다니 너무나 흥분된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제이시가 나무에 손을 되며 내게 말했다.
"크리스. 너도 이오 완카님에게 손을 돼."
이오 완카, 제이시 말에 의하면 중부지역 순수 인디언 말로 대지의 정령이라는 뜻이라 한다. 내가 시키는 데로 나무에 손을 되자, 제이시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오 완카님 앞에서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과 크리스 그릿 볼던. 영원의 맹세를 올립니다. 그러니 저희를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실로 묶어, 영원히 하나가 되게 해주세요."
제이시가 나무에서 7발짝 떨어져 공손히 양손을 모아 옆으로 섰다. 나도 나무에서 7발짝 떨어져 제이시를 마주보았다. 사랑이 담아져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제이시가 고개 끄떡였다. 가슴이 터질듯이 요동치며 극심하게 떨려온다.
"나, 크리스 그릿 볼던은. 한결같이 오직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만 사랑하고 항상 아낄 것을 앞에 계신, 이오 완카님에게 영원히 맹세합니다."
내가 호주머니 안에 있는 커플 반지를 꺼내 떨리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제이시에게 다가가, 조금 작은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반지를 받은 제이시는 끼고 있는 반지에 입맞춤을 하고 촉촉이 젖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제이시 위즈덤 하밍턴은. 한결같이 오직 크리스 그릿 볼던만 사랑하고 항상 아낄 것을 앞에 계신, 이오 완카님에게 영원히 맹세합니다."
제이시 또한 내 손바닥 위에 있는 반지를 내 왼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나도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에 입맞춤을 하고 제이시에게 바라보았다. 미소짓고 있던 제이시의 눈망울이 극심히 흔들리며 눈가가 서서히 촉촉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떨리는 시선으로 제이시의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제이시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듯이 잡고 천천히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자, 제이시가 지그시 눈을 감는다. 나도 살며시 눈을 감고 그대로 제이시와 키스했다. 달콤하다, 너무나 달콤하고 왠지 모르게 흥분된다. 입술을 띠고 살며시 눈을 뜨자, 제이시도 살며시 눈을 떠 나를 바라봤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실로 하나가 된 거야, 크리스.”
“응. 사랑해, 제이시.”
“나도 사랑해, 크리스.”
제이시와 나는 말없이 서로 껴안았다. 실크순면 같은 제이시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과 몽실몽싱한 가슴이 내 가슴에 닿으니, 꼭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몸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갑자기 싱그럽고 상큼한 바람이 불어와 나와 제이시의 몸을 감쌌다. 서로의 마음을 전해질수 있도록 따스하게 포옹을 하고있던 제이시와 나는, 조금 떨어져 바람결에 춤을추는 은빛의 밀밭을 바라봤다.
“아름답다. 꼭 춤을 주는 것같아, 크리스.”
“응, 아름다워. 제이시 너처럼.”
내말에 제이시는 행복하다는 얼굴로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제이시, 사랑의 증표로 사진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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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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