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들(2)
조회 : 110 추천 : 0 글자수 : 5,734 자 2025-10-03
"크리스. 무섭거나 두려워 하지말고, 솔직하게 말해보렴. 애디와 라라가 거억나니?"
"아니요, 기억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내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엄마와 아빠를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피터는 걱정하지 말라는 어투로 말했다.
"크리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증상이 초기인 데다가 원인이 뭔지 알고 있으니깐, 치료만 잘 받는다면 빠르게 완치될 거다."
슬픔이 묻어나는 얼굴로 날 바라보고 계셨던 아빠가 애써 미소 지으시며, 내 어깨를 잡고 살며시 흔들었다.
"선생님 말씀처럼 치료받으면, 금방 났을 거야."
"그래,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크리스."
아빠의 괜찮다는 말에 엄마는 눈물을 훔치시고 내 머리를 쓰담으시며, 가볍게 미소 지으셨다. 날 안심시키고 달래는 엄마와 아빠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피터 또한, 약간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크리스는 교통사고 당시 입었던 외상때문에, 일시적인 현상 같습니다. 약물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복용하면, 빠르게 회복되고 낫아 질겁니다."
긍정적인 소견에 내가 말없이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피터 뒤로 보이던 벽에 걸려있는 달력이 9월에서 11월로 변했다 그러자 갑자기 공간이 흩어져 사라지며 순식간에 학교 복도로 변했다.
두꺼운 회색 패딩에 청바지를 입고있는 나는 키가 더 컸지만, 살은 눈에 띄게 많이 빠졌어 몸이 심각하게 마르고 있었다. 점심 시간인지 식당 복도가 얘들로 번잡했다. 식당 출입구 앞에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 애들은 내가 걸어오자,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야, 크리스 볼던이야. 갑자기 발작해서 이상한 헛소리를 해대면서 비명 지르고 혼절해 쓰러지면 귀찮아 지니깐, 그 전에 빨리 들어가자.“
날 짜증스럽게 바라보는 여자 애들의 눈초리를 피해 고갤 조금 숙인 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애들 몇명이 다가왔다. 재수 없다는 눈으로 날 비웃으며, 다가오던 남자 애들이 의도적으로 나와 부닥쳤다. 내가 충격 때문에 옆으로 밀려나자, 남자 애들이 인상을 쓰며 비꼬아 말했다.
"돚보기 같은 안경 때문에 앞이 잘 안보이냐?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
"그러게 말이야. 괜히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잘 보고 다니라고."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남자 애들은 비꼬는 얼굴로 날 조롱하기 시작했다.
"뭐야? 그 억울하다는 띠껍운 눈빛은? 내가 일부러 너에게 부닥쳤어, 지금 시비 걸고 있다는 거야!?"
"한 주먹 거리도 안돼는 장작개비 같은 병신 새끼가, 아직도 지가 킹카에 스쿨보스인 줄 알고 눈깔에 힘주고 있네."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날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남자애들의 시선을 피해 내가 눈을 밑으로 내리자, 비꼬아 웃었다.
"저번처럼 개겨서 괜히 쳐맞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니 주제를 알고 눈깔을 깔아야지."
내가 상대하기 싫다는 얼굴로 옆으로 비켜가자, 남자애들이 내 어깨를 잡았다.
"야, 장작개비. 사람과 부닥쳤으면, 사과를 하고 가야지?"
"병신 새끼가 양심없이, 어딜 도망 가려고 해."
걸어오는 시비에 내가 짜증스럽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는 그때, 마이클이 풋볼팀과 함께 남자애들 뒤로 다가와 일부로 팔을 쎄게 부닥쳤다.
"제이시도 참, 이런 장작개비 병신 새끼가 뭐 좋다고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거야? 아~! 뭐야!"
내게 시비를 걸던 남자 애가 화를 내며 고갤 돌리자, 마이클과 풋볼팀이 인상을 썼다.
"뭐긴 뭐야, 길 막지말고 비키라고 새끼들아."
"마, 마이클. 우리가 언제 길을 막았다고 그래."
마이클이 자신들을 매섭게 노려보자, 남자애들은 겁먹은 얼굴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너희들이 이렇게 길을 막고 서있으니깐, 옆으로 지나 갈려면 자동적으로 부닥치게 되잖아. 그래서 크리스가 비켜 가려다 어쩔수 없이 부닥친거 아니야?"
비웃는 얼굴로 자신들을 노려보던 마이클이 일부러 어깨를 계속 부닥치며, 점점 벽으로 몰아부치자 풋볼팀이 남자 애들을 둘러샀다.
"아니면, 크리스와 의도적으로 부닥쳤어. 괜히 시비 걸었던 너희들처럼, 내가 지금 일부러 부닥쳤다는 거야!?"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야, 마이클? 우, 우리가 뭐 잘못했다고."
"뭐야!? 그 띠껍다는 눈깔은? 양아치같은 병신 새끼들이 주제도 모르고 눈깔에 힘도 쥐고, 내가 띠껍냐? 띠껍냐고 새끼야!"
자신들을 매섭게 노려보던 마이클이 위협적으로 주먹을 풀자, 겁먹은 남자 애들이 눈을 밑으로 내렸다.
"한번만 더 애들에게 시비 걸거나 괴롭히면, 우리 풋볼팀이 언제든 너희들을 아주 거하게 손봐줄 거다. 알아들었으면, 빨리 꺼져."
풋볼팀이 자신들을 노려보며 어깨를 돌리고 주먹을 풀자, 남자 애들은 무섭다는 얼굴로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가서롭다는 눈빛으로 도망치는 남자 애들을 쳐다보던 마이클이,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런 양아치 새끼들이 애당초 못 나대게, 스쿨보스인 내가 강하게 주위를 줘었야 했는데. 미안해 크리스."
"아니야 마이클, 쫒아내 줬어 고마워."
마이클은 식판 두개를 집어들고, 하나를 내게 건넸다. 나와 같이 배식을 받고있던 마이클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크리스, 제이시에게 치어리더 다시 해보라고 네가 한번 더 설득 좀 해줄래? 솔직히 하이스쿨로 막 올라온 애들 중에 치어리더들 미모 보고, 뒤늦게 풋볼팀에 들어오는 애들이 절반 이상이잖아. 지금도 1학년 애들이 좀 모자라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어, 이대로라면 내년 2월 열리는 주 대표로 선발전 결승에도 올라갈수 없다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걱정하고 계셔. 그리고 팀원들과 치어리더들 모두, 제이시가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어."
"제이시의 뜻이 너무 확고해서 별로 소용 없을 것 같지만, 내가 한번 더 말 해볼께."
"고마워 크리스, 점심 맛있게 먹어."
먼저 점심을 먹고있는 팀원들의 빨리 오라는 손짓에 마이클이 식탁으로 갔다. 식판을 들고 애들이 없는 빈자리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토니와 렌튼이 비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렌튼 옆으로 지나가자, 토니가 살짝 발을 걸었다. 순간 균형을 잃은 내가 몸을 휘청거리며, 식판과 같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어~, 어~!”
엎어진 내가 짜증나는 얼굴로 인상을 쓰자, 토니와 렌튼은 모른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깊은 한숨을 내뱉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패딩에 묻은 음식물을 애써 닦아내고 있는데, 토니와 렌튼이 비웃으며 비꼬아 말했다.
“야, 렌튼. 제이시가 찌질한 장작개비인 크리스 볼던이랑 아직도 사귀고 있는게, 너는 이해가 되냐?“
“아니. 제이시가 찌질한 장작개비랑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절대 이해가 안가는 서프라이즈한 미스터리야 토니.“
옅은 갈색에 럭셔리한 코트와 고급스런 청바지를 입고있는 제이시가 뒤늦게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티슈로 음식물을 닦고있는 나를 본 제이시는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며, 옆 테이블에서 낄낄낄 비웃고 있는 토니와 렌튼에게 소리쳤다.
“야~! 토니! 렌튼! 너희 둘, 또 크리스에게 장난쳤지!?”
“아니야 제이시, 우린 손끝하나 안 건드렸어. 크리스가 갑자기 다리를 휘청거리면서 혼자 쓰러진 거야.”
제이시는 못 믿겠다는 듯이 토니와 렌튼을 쏘아보며 점점 다가왔다. 풋볼팀과 같이 점심을 먹던 마이클이 제이시의 소리침에 고갤 돌려 토니와 렌튼을 응시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제이시. 우리랑은 정말로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깐 괜히 생사람 잡지 마.”
“마지막 경고야! 다시는 크리스를 괴롭히거나, 놀리고 욕 하면! 너희 둘을 거지로 만들어 버릴 거야, 알았어!?“
“네, 네. 제이시 공주님, 다시는 안 그렇게요. 그런데 말이야, 정말로 이해가 안 되서 물어보는 건데. 왜, 병신같은 장작개비랑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거야?“
"저런 찌질한 놈은 그냥 차버리고, 우리랑 한번 만나볼래? 건장한 우리는 너를 매일같이 귀여워 해줄수가 있어."
성추행 발언에 제이시가 내 식판을 집어들고 토니 얼굴에 부어 버렸다. 이어서 토니 식판을 렌튼 얼굴에 부어 버리며 소리쳐 욕했다.
“병신 새끼들아! 내가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 그리고 너희같은 개쓰레기 놈들 하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안 만나!”
렌튼은 놀라고 당황한 얼굴로 묻은 음식물을 닦아냈고, 인상이 일그러진 토니가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엿같은 미친년아! 돈 좀 있다고 사람을 개무시하는데, 그러다가 진짜로 쳐맞는 수가 있어."
“뭐, 미친년!? 이 개쓰레기 새끼가, 감히 나에게 욕하면서 소리치는 거야!”
제이시는 자신을 노려보는 토니의 뺨을 강하게 때리고 소리쳐 욕했다.
"이런 미친 쌍년이 뒈질려고!"
놀란 내가 제이시의 뺨을 치려하는 토니의 손을 다급히 양팔으로 막았다.
“뭐야? 찌질한 개병신 새끼가! 꼬래 남친이라고 지금 꼴값 떠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마이클을 필두로 풋볼팀 7명이 다가와 토니를 감쌌다. 마이클은 토니의 손목을 잡아 강제적으로 내리게 했다.
“토니. 너희 부모님 모두 제이시 외숙모가 운영하는 농장과 공장에 다니고 계시지 않냐? 병신같은 쓰레기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감히 제이시의 손끝 하나라도 건들면, 너희 부모님은 그날로 무직자가 되는 거야. 그리고 너는 나를 비롯한 풋볼팀과 남자 얘들에게 죽도록 쳐맞고, 쥐도새도 모르게 옥수수 밭에 파묻혀 뒈지는 거지."
마이클이 토니의 멱살을 잡고 죽일듯이 매섭게 노려봤다.
"뒈지고 싶어서 발광하는 개병신 새끼들아. 나랑 조용히 학교 뒤편에서 잠시 동안 남자답게 주먹으로 담소나 나누자.“
풋볼팀은 겁먹을 얼굴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토니와 렌튼의 옷깃을 잡고 강제로 식당에서 끌고 나갔다. 풋볼팀과 같이 토니와 렌튼을 식당 밖으로 끌고가던 마이클이 갑자기 고갤 돌려, 제이시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윙크했다. 매서운 눈으로 토니와 렌튼의 뒷모습을 쏘아보던 제이시가 속상하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며, 옷에 묻은 음식물을 티슈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옷이 소스 범벅이네, 토니와 렌튼이 계속 시비 걸어서 속상하지?"
"아니 괜찮아. 걱정해 줬어, 고마워 제이시."
내가 식탁에 있는 티슈를 집어들고 제이시와 같이 옷에 묻은 소스를 닦아냈다. 옷을 다 닦은 내가 손끝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자, 제이시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저런 찌질한 놈들은 네가 다시 건강해지면, 잘못했다고 울고불고 난리칠 놈들이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마. 알았지 크리스?"
제이시의 환한 미소에 내가 화답 하듯이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내 뒤로 보이던 창밖에 있는 나무와 길가가 갑자기 눈이 생겨나 뒤덮자, 학교 식당에서 병원 검사실 안으로 변했다. 얇은 가운 차림으로 검사기에 누워있는 내가, 입구는 작지만 속은 점점 갈수로 넓어지는 둥그런 원통 모양에 MRI 기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다.
-윙윙윙윙윙~! 취취취취취~!-
시끄러운 괴음과 함께 MRI 기계가 회전하자, 생겨나 레이저 빔이 내 이마에 십자선을 그리며 서서히 전신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형으로 회전하는 기계 속으로 내 몸이 모두 들어가자, 투명 유리 벽으로 된 검사실 맞은편에 있는 영상실 모니터로 MRI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자외선 탐지기 같은 회색 영상으로 내 전신이 출력되며, 옆으로 작은 그래프가 숨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진료실 책상에 앉아 어둡고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던 의사가, 가족들과 함께 있는 나에게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아니요, 기억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내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엄마와 아빠를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피터는 걱정하지 말라는 어투로 말했다.
"크리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증상이 초기인 데다가 원인이 뭔지 알고 있으니깐, 치료만 잘 받는다면 빠르게 완치될 거다."
슬픔이 묻어나는 얼굴로 날 바라보고 계셨던 아빠가 애써 미소 지으시며, 내 어깨를 잡고 살며시 흔들었다.
"선생님 말씀처럼 치료받으면, 금방 났을 거야."
"그래,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크리스."
아빠의 괜찮다는 말에 엄마는 눈물을 훔치시고 내 머리를 쓰담으시며, 가볍게 미소 지으셨다. 날 안심시키고 달래는 엄마와 아빠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피터 또한, 약간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크리스는 교통사고 당시 입었던 외상때문에, 일시적인 현상 같습니다. 약물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복용하면, 빠르게 회복되고 낫아 질겁니다."
긍정적인 소견에 내가 말없이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피터 뒤로 보이던 벽에 걸려있는 달력이 9월에서 11월로 변했다 그러자 갑자기 공간이 흩어져 사라지며 순식간에 학교 복도로 변했다.
두꺼운 회색 패딩에 청바지를 입고있는 나는 키가 더 컸지만, 살은 눈에 띄게 많이 빠졌어 몸이 심각하게 마르고 있었다. 점심 시간인지 식당 복도가 얘들로 번잡했다. 식당 출입구 앞에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 애들은 내가 걸어오자,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야, 크리스 볼던이야. 갑자기 발작해서 이상한 헛소리를 해대면서 비명 지르고 혼절해 쓰러지면 귀찮아 지니깐, 그 전에 빨리 들어가자.“
날 짜증스럽게 바라보는 여자 애들의 눈초리를 피해 고갤 조금 숙인 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애들 몇명이 다가왔다. 재수 없다는 눈으로 날 비웃으며, 다가오던 남자 애들이 의도적으로 나와 부닥쳤다. 내가 충격 때문에 옆으로 밀려나자, 남자 애들이 인상을 쓰며 비꼬아 말했다.
"돚보기 같은 안경 때문에 앞이 잘 안보이냐?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
"그러게 말이야. 괜히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잘 보고 다니라고."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남자 애들은 비꼬는 얼굴로 날 조롱하기 시작했다.
"뭐야? 그 억울하다는 띠껍운 눈빛은? 내가 일부러 너에게 부닥쳤어, 지금 시비 걸고 있다는 거야!?"
"한 주먹 거리도 안돼는 장작개비 같은 병신 새끼가, 아직도 지가 킹카에 스쿨보스인 줄 알고 눈깔에 힘주고 있네."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날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남자애들의 시선을 피해 내가 눈을 밑으로 내리자, 비꼬아 웃었다.
"저번처럼 개겨서 괜히 쳐맞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니 주제를 알고 눈깔을 깔아야지."
내가 상대하기 싫다는 얼굴로 옆으로 비켜가자, 남자애들이 내 어깨를 잡았다.
"야, 장작개비. 사람과 부닥쳤으면, 사과를 하고 가야지?"
"병신 새끼가 양심없이, 어딜 도망 가려고 해."
걸어오는 시비에 내가 짜증스럽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는 그때, 마이클이 풋볼팀과 함께 남자애들 뒤로 다가와 일부로 팔을 쎄게 부닥쳤다.
"제이시도 참, 이런 장작개비 병신 새끼가 뭐 좋다고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거야? 아~! 뭐야!"
내게 시비를 걸던 남자 애가 화를 내며 고갤 돌리자, 마이클과 풋볼팀이 인상을 썼다.
"뭐긴 뭐야, 길 막지말고 비키라고 새끼들아."
"마, 마이클. 우리가 언제 길을 막았다고 그래."
마이클이 자신들을 매섭게 노려보자, 남자애들은 겁먹은 얼굴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너희들이 이렇게 길을 막고 서있으니깐, 옆으로 지나 갈려면 자동적으로 부닥치게 되잖아. 그래서 크리스가 비켜 가려다 어쩔수 없이 부닥친거 아니야?"
비웃는 얼굴로 자신들을 노려보던 마이클이 일부러 어깨를 계속 부닥치며, 점점 벽으로 몰아부치자 풋볼팀이 남자 애들을 둘러샀다.
"아니면, 크리스와 의도적으로 부닥쳤어. 괜히 시비 걸었던 너희들처럼, 내가 지금 일부러 부닥쳤다는 거야!?"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야, 마이클? 우, 우리가 뭐 잘못했다고."
"뭐야!? 그 띠껍다는 눈깔은? 양아치같은 병신 새끼들이 주제도 모르고 눈깔에 힘도 쥐고, 내가 띠껍냐? 띠껍냐고 새끼야!"
자신들을 매섭게 노려보던 마이클이 위협적으로 주먹을 풀자, 겁먹은 남자 애들이 눈을 밑으로 내렸다.
"한번만 더 애들에게 시비 걸거나 괴롭히면, 우리 풋볼팀이 언제든 너희들을 아주 거하게 손봐줄 거다. 알아들었으면, 빨리 꺼져."
풋볼팀이 자신들을 노려보며 어깨를 돌리고 주먹을 풀자, 남자 애들은 무섭다는 얼굴로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가서롭다는 눈빛으로 도망치는 남자 애들을 쳐다보던 마이클이,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런 양아치 새끼들이 애당초 못 나대게, 스쿨보스인 내가 강하게 주위를 줘었야 했는데. 미안해 크리스."
"아니야 마이클, 쫒아내 줬어 고마워."
마이클은 식판 두개를 집어들고, 하나를 내게 건넸다. 나와 같이 배식을 받고있던 마이클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크리스, 제이시에게 치어리더 다시 해보라고 네가 한번 더 설득 좀 해줄래? 솔직히 하이스쿨로 막 올라온 애들 중에 치어리더들 미모 보고, 뒤늦게 풋볼팀에 들어오는 애들이 절반 이상이잖아. 지금도 1학년 애들이 좀 모자라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어, 이대로라면 내년 2월 열리는 주 대표로 선발전 결승에도 올라갈수 없다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걱정하고 계셔. 그리고 팀원들과 치어리더들 모두, 제이시가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어."
"제이시의 뜻이 너무 확고해서 별로 소용 없을 것 같지만, 내가 한번 더 말 해볼께."
"고마워 크리스, 점심 맛있게 먹어."
먼저 점심을 먹고있는 팀원들의 빨리 오라는 손짓에 마이클이 식탁으로 갔다. 식판을 들고 애들이 없는 빈자리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토니와 렌튼이 비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렌튼 옆으로 지나가자, 토니가 살짝 발을 걸었다. 순간 균형을 잃은 내가 몸을 휘청거리며, 식판과 같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어~, 어~!”
엎어진 내가 짜증나는 얼굴로 인상을 쓰자, 토니와 렌튼은 모른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깊은 한숨을 내뱉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패딩에 묻은 음식물을 애써 닦아내고 있는데, 토니와 렌튼이 비웃으며 비꼬아 말했다.
“야, 렌튼. 제이시가 찌질한 장작개비인 크리스 볼던이랑 아직도 사귀고 있는게, 너는 이해가 되냐?“
“아니. 제이시가 찌질한 장작개비랑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절대 이해가 안가는 서프라이즈한 미스터리야 토니.“
옅은 갈색에 럭셔리한 코트와 고급스런 청바지를 입고있는 제이시가 뒤늦게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티슈로 음식물을 닦고있는 나를 본 제이시는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며, 옆 테이블에서 낄낄낄 비웃고 있는 토니와 렌튼에게 소리쳤다.
“야~! 토니! 렌튼! 너희 둘, 또 크리스에게 장난쳤지!?”
“아니야 제이시, 우린 손끝하나 안 건드렸어. 크리스가 갑자기 다리를 휘청거리면서 혼자 쓰러진 거야.”
제이시는 못 믿겠다는 듯이 토니와 렌튼을 쏘아보며 점점 다가왔다. 풋볼팀과 같이 점심을 먹던 마이클이 제이시의 소리침에 고갤 돌려 토니와 렌튼을 응시했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제이시. 우리랑은 정말로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깐 괜히 생사람 잡지 마.”
“마지막 경고야! 다시는 크리스를 괴롭히거나, 놀리고 욕 하면! 너희 둘을 거지로 만들어 버릴 거야, 알았어!?“
“네, 네. 제이시 공주님, 다시는 안 그렇게요. 그런데 말이야, 정말로 이해가 안 되서 물어보는 건데. 왜, 병신같은 장작개비랑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거야?“
"저런 찌질한 놈은 그냥 차버리고, 우리랑 한번 만나볼래? 건장한 우리는 너를 매일같이 귀여워 해줄수가 있어."
성추행 발언에 제이시가 내 식판을 집어들고 토니 얼굴에 부어 버렸다. 이어서 토니 식판을 렌튼 얼굴에 부어 버리며 소리쳐 욕했다.
“병신 새끼들아! 내가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 그리고 너희같은 개쓰레기 놈들 하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안 만나!”
렌튼은 놀라고 당황한 얼굴로 묻은 음식물을 닦아냈고, 인상이 일그러진 토니가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엿같은 미친년아! 돈 좀 있다고 사람을 개무시하는데, 그러다가 진짜로 쳐맞는 수가 있어."
“뭐, 미친년!? 이 개쓰레기 새끼가, 감히 나에게 욕하면서 소리치는 거야!”
제이시는 자신을 노려보는 토니의 뺨을 강하게 때리고 소리쳐 욕했다.
"이런 미친 쌍년이 뒈질려고!"
놀란 내가 제이시의 뺨을 치려하는 토니의 손을 다급히 양팔으로 막았다.
“뭐야? 찌질한 개병신 새끼가! 꼬래 남친이라고 지금 꼴값 떠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마이클을 필두로 풋볼팀 7명이 다가와 토니를 감쌌다. 마이클은 토니의 손목을 잡아 강제적으로 내리게 했다.
“토니. 너희 부모님 모두 제이시 외숙모가 운영하는 농장과 공장에 다니고 계시지 않냐? 병신같은 쓰레기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감히 제이시의 손끝 하나라도 건들면, 너희 부모님은 그날로 무직자가 되는 거야. 그리고 너는 나를 비롯한 풋볼팀과 남자 얘들에게 죽도록 쳐맞고, 쥐도새도 모르게 옥수수 밭에 파묻혀 뒈지는 거지."
마이클이 토니의 멱살을 잡고 죽일듯이 매섭게 노려봤다.
"뒈지고 싶어서 발광하는 개병신 새끼들아. 나랑 조용히 학교 뒤편에서 잠시 동안 남자답게 주먹으로 담소나 나누자.“
풋볼팀은 겁먹을 얼굴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토니와 렌튼의 옷깃을 잡고 강제로 식당에서 끌고 나갔다. 풋볼팀과 같이 토니와 렌튼을 식당 밖으로 끌고가던 마이클이 갑자기 고갤 돌려, 제이시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윙크했다. 매서운 눈으로 토니와 렌튼의 뒷모습을 쏘아보던 제이시가 속상하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며, 옷에 묻은 음식물을 티슈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옷이 소스 범벅이네, 토니와 렌튼이 계속 시비 걸어서 속상하지?"
"아니 괜찮아. 걱정해 줬어, 고마워 제이시."
내가 식탁에 있는 티슈를 집어들고 제이시와 같이 옷에 묻은 소스를 닦아냈다. 옷을 다 닦은 내가 손끝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자, 제이시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저런 찌질한 놈들은 네가 다시 건강해지면, 잘못했다고 울고불고 난리칠 놈들이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마. 알았지 크리스?"
제이시의 환한 미소에 내가 화답 하듯이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내 뒤로 보이던 창밖에 있는 나무와 길가가 갑자기 눈이 생겨나 뒤덮자, 학교 식당에서 병원 검사실 안으로 변했다. 얇은 가운 차림으로 검사기에 누워있는 내가, 입구는 작지만 속은 점점 갈수로 넓어지는 둥그런 원통 모양에 MRI 기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다.
-윙윙윙윙윙~! 취취취취취~!-
시끄러운 괴음과 함께 MRI 기계가 회전하자, 생겨나 레이저 빔이 내 이마에 십자선을 그리며 서서히 전신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형으로 회전하는 기계 속으로 내 몸이 모두 들어가자, 투명 유리 벽으로 된 검사실 맞은편에 있는 영상실 모니터로 MRI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자외선 탐지기 같은 회색 영상으로 내 전신이 출력되며, 옆으로 작은 그래프가 숨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진료실 책상에 앉아 어둡고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던 의사가, 가족들과 함께 있는 나에게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
균형의 수호자
20.잃어버린 시간들(6)조회 : 7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20 19.잃어버린 시간들(5)조회 : 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36 18.잃어버린 시간들(4)조회 : 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79 17.잃어버린 시간들(3)조회 : 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84 16.잃어버린 시간들(2)조회 : 1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34 15.잃어버린 시간들(1)조회 : 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03 14.밤의 지배자(4)-개정-조회 : 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47 13.밤의 지배자(3)-개정-조회 : 1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83 12.밤의 지배자(2)-개정-조회 : 5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7 11.2day-밤의 집배자(1)-개정-조회 : 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68 10.기억의 파편(6)-개정-조회 : 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37 9.기억의 파편(5)-개정-조회 : 11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42 8.기억의 파편(4)-개정-조회 : 1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48 7.기억의 파편(3)조회 : 1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97 6.기억의 파편(2)조회 : 1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83 5.기억의 파편(1)조회 : 1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7 4.운명의 굴레(2)조회 : 1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44 3.운명의 굴레(1)조회 : 1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90 2.1day-각성의 전조조회 : 1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490 1.오프닝조회 : 35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