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들(3)
조회 : 80 추천 : 0 글자수 : 6,584 자 2025-10-04
"정말 너무 하세요! 지금 저희들이 새로 전학왔다고, 차별하시는 거잖아요! 이런 학교 싫고, 이런 선생 미워!"
"뭐, 뭐라고!? 이것들이 버르장머리 없이 선생님에게 뭣하는 말이 없네! 역시 근본없는 스니칭 [스픽, 니거, 칭크- 남미계 백인, 흑인, 중국계 동양인 비하 단어들을 합쳐 줄인 말] 들이라서, 건방지고 불량하기 짝이 없네!"
에바 선생의 인종 비하 발언에, 제이시가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갑자기 문을 열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에바 선생님! 방금 한 말 취소하고, 얘들에게 사과 하세요!"
갑작스런 제이시의 소리침에, 교무실 안에 있던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이 제이시에게로 모아졌다. 서럽게 울고있던 라라와 렌 그리고 슈는 떨리는 눈으로 제이시를 바라봤고, 표정이 일그러진 에바 선생은 여자 얘들을 매섭게 노려보는 제이시에게 물었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제이시? 지금 나보고 이 근본도 없는 얘들에게 사과 하라고?"
"네, 사과하세요 선생님! 방금 라라, 렌, 슈에게 스니칭이라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인종 비하 발언을 하실수가 있어요!"
"그건... 얘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을니깐, 화가나서 언성을 높아지다 보니 실수로."
"라라, 렌, 슈는 지갑을 훔치지 않았어요. 저 얘들이 라라에게 누명을 씌우려, 자기 지갑을 라라 가방에 몰래 집어넣는 걸, 제가 똑똑히 봤어요!"
에바 선생은 여자 얘들을 쏘아보며 누명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하는 제이시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제이시, 네가 봤다고? 얘네들이 라라 가방에 지갑을 넣었다는 거, 정말로 확실한 거야?"
"선생님, 저도 봤어요. 점심시간에 라라와 렌 그리고 슈가 교실에 없을 때, 저 얘들이 갑자기 주위를 살피더니, 라라 가방에 지갑을 넣었어요!"
"네, 확실히 봤어요. 저 얘들이 라라 가방에 지갑을 집어넣는 걸, 저도 제이시와 애디랑 같이 똑똑히 봤어요!"
문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와 애디까지 안으로 들어와 누명이라고 주장하자, 에바 선생은 여자 얘들 3명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제이시의 말이 사실이니? 정말로 너희들이 라라와 렌 그리고 슈에게 누명을 씌우려 일부러 그런거야!?"
"저, 그게... 그러니깐, 저희는... 죄송해요 선생님!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에바 선생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인상이 극심히 일그러졌고, 라라와 렌 그리고 슈는 서럽고 억울하다는 눈물을 계속 쏟아냈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라라, 렌, 슈가 남자 얘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그래서 질투나서 그랬어요.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뭐!? 그래도 그렇지,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여자 얘들이 눈물을 쏟아내며 잘못했다고 빌자, 에바 선생은 어이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뒤 울고있던 라라와 렌 그리고 슈를 미안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미, 미안하구나. 선생님이 너희들에 말을 믿지 않고, 일방적으로 야단을 쳤어."
"됐어요! 선생님 미워~!"
서럽게 울고있던 라라는 미안하다 말하는 에바 선생을 원망스러게 노려본 뒤, 소리치며 교무실을 뛰쳐나갔다. 눈물을 쏟아내고 있던 렌과 슈가 라라를 따라서 교무실을 뛰쳐 나가자, 제이시와 나 그리고 애디도 다급히 뒤를 이어 밖으로 달려 나왔다. 자신의 교실로 달려들어 가는 렌과 슈를 따라 안에 들어가자, 라라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닦아내며 가방을 집어들었다.
"저기... 너희들 괜찮아?"
"흑흑, 너... 너, 왜 우릴 도와 준 거야?"
서럽다는 얼굴로 애써 눈물을 훔치는 렌과 슈 옆에 있던 라라가 울먹이며 묻자,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는 제이시가 가까이 다가갔다.
"누명 쓴 것도 억울한데. 무고한 너희들을 선생님이 계속 야단만 치니깐, 참을 수가 었었어. 그리고 솔직히 난, 그 얘들이 엄청 싫었어. 완전 싸가지 없는 년들이 짜증나게 굴어서, 언제 한번 혼내주고 싶었어."
"너... 너, 이잉잉. 정말 고마워."
"으앙앙, 나도 정말로 고마워."
"나도, 으앙앙. 정말 고마워."
울먹이며 눈물을 참고있던 라라가 울음을 터트리자, 울상인 얼굴로 제이시를 바라보던 렌과 슈도 울음을 터트렸다. 얘들이 갑자기 울자, 제이시도 슬픈지 눈가가 촉촉해지며 라라와 렌 그리고 슈를 바라보며 말했다.
"울지마. 너희들이 우니깐, 괜히 나까지 슬퍼지잖아. 울지말고, 나랑 악수하자."
"흑흑, 악수?... 악수는 왜?"
제이시가 방긋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라라는 눈물을 애써 훔치고 물었다.
"나랑 친구하자고, 난 제이시 하밍턴이야."
"응, 친구할께. 나는 라라 포터야."
라라와 제이시가 악수하며 통성명을 하자, 렌과 슈도 눈물을 훔치고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도 친구할께. 난, 렌 베르커트야."
"나도 할께. 난, 슈 헤이론이야."
"그럼 이젠 우리들은 친구니깐, 서로 친하게 지내자."
자신들의 손을 잡고 악수한 제이시가 미소지으며 말하자, 라라와 렌 그리고 슈가 환하게 웃었다.
"친구된 기념으로 부탁할게 있는데, 들어 줄거야?"
"응, 모든지 들어줄게."
"나 치어리더가 되고 싶은데, 방금전 그 얘들이 치어리더 멤버라 혼자서는 못들어 가겠어. 그래서 나랑 같이 치어리더 하지 않을래?"
제이시의 부탁에 라라와 렌 그리고 슈는 웃고있지만 난감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미안하지만, 우린 집안 사정상 치어리더 회비와 유니폼을."
"걱정하지마. 회비랑 유니폼, 필요한건 모두 다 내가 사주고 해줄게. 그러니깐 같이 하자, 부탁할게."
"정말? 그럼 할게. 우리들이 똘똘 뭉쳤어, 걔네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자."
신나다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있던 제이시가 점점 갈수록 얼굴이 더 예뻐지고 아름다워 지자, 뒤로 보였던 교실이 흩어져 사라지고 나무에 나뭇잎들이 돋아나는 따스한 봄날에 미들스쿨 풋볼 연습장으로 변했다.
15살의 제이시와 라라 그리고 렌과 슈 모두 치어리더 유니폼 차림으로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고, 연습복을 입고있는 나와 애디가 필드 안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제이시와 라라 그리고 렌과 슈 모두 2차 성장으로 인해, 키가 여선생님들과 비슷할 정도로 훌쩍 크고 가슴과 엉덩이가 많이 커졌어 이제는 여성미가 느껴졌다. 나와 애디 또한 2차 성장으로 키가 많이 크고 어깨가 넓어져서 남자 다워졌다. 가볍게 몸을 풀고있던 나와 애디는 코치님의 따라서 근력 강화훈련을 시작했다.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 30회씩, 10 세트 실시!"
"실시~!"
필드 중앙에 모여있던 풋볼팀 전원이 주장인 나와 부주장인 애디를 따라서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하자, 코치님은 필드 앞에 계시는 양호 선생님에게 다가 가셨다. 안무 연습중이던 치어리더들은 갑자기 3명씩 짝을 지어 몸을 숙인 채, 양손을 앞으로 뻗고 서로 포개 잡았다. 몸을 띄우는 발판처럼 서로에 손을 꼭 잡고있는 치어리더들이 고개를 끄떡이자, 렌과 슈 그리고 라라와 제이시가 시간을 두고 각각 자신의 앞에있는 치어리더에게로 달려갔다.
달려온 렌이 짝지어 손을 뻗고있는 치어리더들에게 점프하자, 손을 포개잡고 있던 애들이 렌의 발을 힘으로 들어 올리며 띄웠다. 렌이 공중에서 뒤로 한바퀴 돌아 착지하는 제비돌기를 하자, 이어서 슈와 라라가 도미노처럼 간격을 두고 치어리더들의 도움을 받아 공중 제비돌기를 했다. 제이시도 제비돌기를 하는데, 순간 공중에서 왼다리가 조금 덜 펴지며 착지해서,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착지 실수로 발목을 접질린 제이시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 앉자, 옆에 있던 라라와 렌 그리고 슈가 놀라서 다급히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아! 아~!"
"제이시~!"
제이시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왼발목을 잡고있자, 라라가 조심스럽게 발목을 부드럽게 만져보며 물었다.
"제이시, 너 괜찮아! 어때? 만지며 전기 같은게 찌릿해?"
"아! 아~! 아퍼, 아픈데 찌릿하지는 않아."
"다행이 골절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인대 손상이 심각한 것 같아. 슈, 얼음을 비닐 팩에 담아서 제이시 발목에 찜질을 해줘. 렌은 코치님 옆에 계신 양호 선생님을 빨리 모시고 와."
"알, 알았어."
슈는 다급히 아이스 박스 안에 있는 얼음을 꺼내기 시작했고, 렌은 서로 연예를 막 시작한 연인같아 보이는 코치님과 양호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30대 초반에 남자인 코치님이 그윽한 눈빛으로 묻자, 20대 후반에 여자인 양호 선생님이 수줍게 답했다.
"공짜 영화표가 생겼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보실래요?"
"데이트 신청하시는 거에요?"
"네."
"선생님! 양호 선생님!"
미소를 머금고 코치님을 바라보고 있던 양호 선생님은 렌의 소리침에 고갤 돌렸다.
"좋아요, 그럼 주말에... 음? 렌, 왜 그러니?"
"제이시가! 제이시가 다쳤어요!"
"뭐!? 많이 다친 거야!?"
"발목을 심하게 접질린 것같아요!"
양호 선생님은 렌과 같이 제이시에게로 달려갔다. 나와 같이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있던 풋볼팀은, 갑작스럽게 어수선한 치어리더들의 모습에 운동을 멈추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급하게 달려오신 양호 선생님이 모여있는 치어리더 안으로 들어가자, 애디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크리스, 아무래도 누가 다쳤나봐? 그런데 왜? 렌이 양호 선생님을."
"그러게 왜 렌이... 설마!?"
내가 불안하다는 얼굴로 달려 나가자, 애디가 뒤따라왔다. 다친 발목 상태를 살펴보시던 양호 선생님은 제이시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제이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옆에 있던 라라가 선생님을 도와 양쪽에서 같이 부축해 제이시가 겨우 일어서자, 모여있던 치어리더들이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터주었다. 달려오던 내가 선생님과 라라의 부축을 받으며, 다리를 절뚝 거리고 있는 제이시를 보고 놀래서 소리쳤다.
"제이시!"
고통 스러운지 눈썹을 찡그리며, 다리를 절뚝 거리던 제이시가 내 소리침에 눈동자가 조금 떨렸다.
"크리스."
"괜찮아, 제이시? 괜찮은 거야?"
달려온 내가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며 목소리가 떨리고 있자, 눈동자가 살며시 흔들리고 있던 제이시는 애써 표정을 다잡았다.
"괜찮아 크리스, 발목을 살짝 접질린 거야. 그러니깐, 시끄럽게 호들갑 떨지마."
제이시는 태연한 척을 했지만 전해져 오는 고통을 숨길수가 없는 지, 절뚝거릴 때마다 눈과 눈썹이 조금씩 찡그려 졌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발을 딛지도 못하면서."
"그래 제이시. 크리스의 말대로 가볍게 접질린게 아니라, 인대를 심하게 다친 것같아. 빨리 보건소로 찾아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제대로 진단을 받아야 돼."
"그정도 까지는 아니에요, 선생님. 아! 그냥 쉬면서 얼음 찜질 좀하면, 아~!"
애써 걷고있던 제이시가 고통을 호소하며 갑자기 조금 주저 앉자, 내가 부축하고 있는 라라를 옆으로 밀어냈다.
"선생님이 빨리 보건소에 가보라는 데, 왜 말을 안들어!"
내가 오른 팔로 자신의 등을 감싸는 동시에 왼팔은 구부리고 있는 다리 사이에 집어 넣고 번쩍 안아들자, 제이시는 눈이 둥글게 켜졌다.
"뭐, 뭐야!? 뭐하는 거야, 크리스!?"
"네가 고집 부리니깐, 강제로 데려 가려고!"
놀란 제이시가 떨리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 얼굴을 빤히 보고있던 제이시는 빰이 점점 발그레지며, 몸을 살짝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내, 내려줘 크리스.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빨리 내려줘!"
"진짜, 가만히 좀 있어! 선생님 제가 제이시를 보건소에 데려갈 게요."
내가 품안에서 바둥거리는 제이시를 더 꼭 껴안으며 말하자, 주위에 있던 치어리더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어려졌다.
"어? 어, 그래. 빨리 데려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봐."
잠시 날 바라보시던 양호 선생님은 빨리 가보라는 듯이 고갤 조금 끄떡였다. 제이시를 품에 안은 내가 후문으로 달려가자, 모여있던 치어리더들이 부럽다는 얼굴로 내 뒷모습을 바라봤다.
"와~, 박력 쩔어. 옆에 있는 내가 다, 심쿵해."
"제이시 언니는 완전 좋겠다, 겁나 멋있는 크리스 오빠가 언니를 엄청 좋아해서."
애디가 내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있자, 라라가 부럽다는 듯이 팔을 툭쳤다.
"역시, 크리스는 얼굴 만큼 행동도 넘 멋있어. 저런 것 좀, 보고 배워봐 애디."
라라는 애디가 피식 미소지으며 자신을 번쩍 안아들고 빙글빙글 돌자, 놀래서 소리쳤다.
"뭐야, 내려줘!? 까아악, 내려 달라고!"
제이시를 안고 가던 내 뒤로 보였던 후문이 흩어져 사라지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로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떨어져 내리는 작은 고아원으로 변했다.
"뭐, 뭐라고!? 이것들이 버르장머리 없이 선생님에게 뭣하는 말이 없네! 역시 근본없는 스니칭 [스픽, 니거, 칭크- 남미계 백인, 흑인, 중국계 동양인 비하 단어들을 합쳐 줄인 말] 들이라서, 건방지고 불량하기 짝이 없네!"
에바 선생의 인종 비하 발언에, 제이시가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갑자기 문을 열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에바 선생님! 방금 한 말 취소하고, 얘들에게 사과 하세요!"
갑작스런 제이시의 소리침에, 교무실 안에 있던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이 제이시에게로 모아졌다. 서럽게 울고있던 라라와 렌 그리고 슈는 떨리는 눈으로 제이시를 바라봤고, 표정이 일그러진 에바 선생은 여자 얘들을 매섭게 노려보는 제이시에게 물었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제이시? 지금 나보고 이 근본도 없는 얘들에게 사과 하라고?"
"네, 사과하세요 선생님! 방금 라라, 렌, 슈에게 스니칭이라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인종 비하 발언을 하실수가 있어요!"
"그건... 얘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을니깐, 화가나서 언성을 높아지다 보니 실수로."
"라라, 렌, 슈는 지갑을 훔치지 않았어요. 저 얘들이 라라에게 누명을 씌우려, 자기 지갑을 라라 가방에 몰래 집어넣는 걸, 제가 똑똑히 봤어요!"
에바 선생은 여자 얘들을 쏘아보며 누명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하는 제이시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제이시, 네가 봤다고? 얘네들이 라라 가방에 지갑을 넣었다는 거, 정말로 확실한 거야?"
"선생님, 저도 봤어요. 점심시간에 라라와 렌 그리고 슈가 교실에 없을 때, 저 얘들이 갑자기 주위를 살피더니, 라라 가방에 지갑을 넣었어요!"
"네, 확실히 봤어요. 저 얘들이 라라 가방에 지갑을 집어넣는 걸, 저도 제이시와 애디랑 같이 똑똑히 봤어요!"
문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와 애디까지 안으로 들어와 누명이라고 주장하자, 에바 선생은 여자 얘들 3명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제이시의 말이 사실이니? 정말로 너희들이 라라와 렌 그리고 슈에게 누명을 씌우려 일부러 그런거야!?"
"저, 그게... 그러니깐, 저희는... 죄송해요 선생님!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에바 선생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인상이 극심히 일그러졌고, 라라와 렌 그리고 슈는 서럽고 억울하다는 눈물을 계속 쏟아냈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라라, 렌, 슈가 남자 얘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그래서 질투나서 그랬어요.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뭐!? 그래도 그렇지,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여자 얘들이 눈물을 쏟아내며 잘못했다고 빌자, 에바 선생은 어이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뒤 울고있던 라라와 렌 그리고 슈를 미안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미, 미안하구나. 선생님이 너희들에 말을 믿지 않고, 일방적으로 야단을 쳤어."
"됐어요! 선생님 미워~!"
서럽게 울고있던 라라는 미안하다 말하는 에바 선생을 원망스러게 노려본 뒤, 소리치며 교무실을 뛰쳐나갔다. 눈물을 쏟아내고 있던 렌과 슈가 라라를 따라서 교무실을 뛰쳐 나가자, 제이시와 나 그리고 애디도 다급히 뒤를 이어 밖으로 달려 나왔다. 자신의 교실로 달려들어 가는 렌과 슈를 따라 안에 들어가자, 라라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닦아내며 가방을 집어들었다.
"저기... 너희들 괜찮아?"
"흑흑, 너... 너, 왜 우릴 도와 준 거야?"
서럽다는 얼굴로 애써 눈물을 훔치는 렌과 슈 옆에 있던 라라가 울먹이며 묻자,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는 제이시가 가까이 다가갔다.
"누명 쓴 것도 억울한데. 무고한 너희들을 선생님이 계속 야단만 치니깐, 참을 수가 었었어. 그리고 솔직히 난, 그 얘들이 엄청 싫었어. 완전 싸가지 없는 년들이 짜증나게 굴어서, 언제 한번 혼내주고 싶었어."
"너... 너, 이잉잉. 정말 고마워."
"으앙앙, 나도 정말로 고마워."
"나도, 으앙앙. 정말 고마워."
울먹이며 눈물을 참고있던 라라가 울음을 터트리자, 울상인 얼굴로 제이시를 바라보던 렌과 슈도 울음을 터트렸다. 얘들이 갑자기 울자, 제이시도 슬픈지 눈가가 촉촉해지며 라라와 렌 그리고 슈를 바라보며 말했다.
"울지마. 너희들이 우니깐, 괜히 나까지 슬퍼지잖아. 울지말고, 나랑 악수하자."
"흑흑, 악수?... 악수는 왜?"
제이시가 방긋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라라는 눈물을 애써 훔치고 물었다.
"나랑 친구하자고, 난 제이시 하밍턴이야."
"응, 친구할께. 나는 라라 포터야."
라라와 제이시가 악수하며 통성명을 하자, 렌과 슈도 눈물을 훔치고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도 친구할께. 난, 렌 베르커트야."
"나도 할께. 난, 슈 헤이론이야."
"그럼 이젠 우리들은 친구니깐, 서로 친하게 지내자."
자신들의 손을 잡고 악수한 제이시가 미소지으며 말하자, 라라와 렌 그리고 슈가 환하게 웃었다.
"친구된 기념으로 부탁할게 있는데, 들어 줄거야?"
"응, 모든지 들어줄게."
"나 치어리더가 되고 싶은데, 방금전 그 얘들이 치어리더 멤버라 혼자서는 못들어 가겠어. 그래서 나랑 같이 치어리더 하지 않을래?"
제이시의 부탁에 라라와 렌 그리고 슈는 웃고있지만 난감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미안하지만, 우린 집안 사정상 치어리더 회비와 유니폼을."
"걱정하지마. 회비랑 유니폼, 필요한건 모두 다 내가 사주고 해줄게. 그러니깐 같이 하자, 부탁할게."
"정말? 그럼 할게. 우리들이 똘똘 뭉쳤어, 걔네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자."
신나다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있던 제이시가 점점 갈수록 얼굴이 더 예뻐지고 아름다워 지자, 뒤로 보였던 교실이 흩어져 사라지고 나무에 나뭇잎들이 돋아나는 따스한 봄날에 미들스쿨 풋볼 연습장으로 변했다.
15살의 제이시와 라라 그리고 렌과 슈 모두 치어리더 유니폼 차림으로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고, 연습복을 입고있는 나와 애디가 필드 안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제이시와 라라 그리고 렌과 슈 모두 2차 성장으로 인해, 키가 여선생님들과 비슷할 정도로 훌쩍 크고 가슴과 엉덩이가 많이 커졌어 이제는 여성미가 느껴졌다. 나와 애디 또한 2차 성장으로 키가 많이 크고 어깨가 넓어져서 남자 다워졌다. 가볍게 몸을 풀고있던 나와 애디는 코치님의 따라서 근력 강화훈련을 시작했다.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 30회씩, 10 세트 실시!"
"실시~!"
필드 중앙에 모여있던 풋볼팀 전원이 주장인 나와 부주장인 애디를 따라서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하자, 코치님은 필드 앞에 계시는 양호 선생님에게 다가 가셨다. 안무 연습중이던 치어리더들은 갑자기 3명씩 짝을 지어 몸을 숙인 채, 양손을 앞으로 뻗고 서로 포개 잡았다. 몸을 띄우는 발판처럼 서로에 손을 꼭 잡고있는 치어리더들이 고개를 끄떡이자, 렌과 슈 그리고 라라와 제이시가 시간을 두고 각각 자신의 앞에있는 치어리더에게로 달려갔다.
달려온 렌이 짝지어 손을 뻗고있는 치어리더들에게 점프하자, 손을 포개잡고 있던 애들이 렌의 발을 힘으로 들어 올리며 띄웠다. 렌이 공중에서 뒤로 한바퀴 돌아 착지하는 제비돌기를 하자, 이어서 슈와 라라가 도미노처럼 간격을 두고 치어리더들의 도움을 받아 공중 제비돌기를 했다. 제이시도 제비돌기를 하는데, 순간 공중에서 왼다리가 조금 덜 펴지며 착지해서,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착지 실수로 발목을 접질린 제이시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 앉자, 옆에 있던 라라와 렌 그리고 슈가 놀라서 다급히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아! 아~!"
"제이시~!"
제이시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왼발목을 잡고있자, 라라가 조심스럽게 발목을 부드럽게 만져보며 물었다.
"제이시, 너 괜찮아! 어때? 만지며 전기 같은게 찌릿해?"
"아! 아~! 아퍼, 아픈데 찌릿하지는 않아."
"다행이 골절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인대 손상이 심각한 것 같아. 슈, 얼음을 비닐 팩에 담아서 제이시 발목에 찜질을 해줘. 렌은 코치님 옆에 계신 양호 선생님을 빨리 모시고 와."
"알, 알았어."
슈는 다급히 아이스 박스 안에 있는 얼음을 꺼내기 시작했고, 렌은 서로 연예를 막 시작한 연인같아 보이는 코치님과 양호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30대 초반에 남자인 코치님이 그윽한 눈빛으로 묻자, 20대 후반에 여자인 양호 선생님이 수줍게 답했다.
"공짜 영화표가 생겼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보실래요?"
"데이트 신청하시는 거에요?"
"네."
"선생님! 양호 선생님!"
미소를 머금고 코치님을 바라보고 있던 양호 선생님은 렌의 소리침에 고갤 돌렸다.
"좋아요, 그럼 주말에... 음? 렌, 왜 그러니?"
"제이시가! 제이시가 다쳤어요!"
"뭐!? 많이 다친 거야!?"
"발목을 심하게 접질린 것같아요!"
양호 선생님은 렌과 같이 제이시에게로 달려갔다. 나와 같이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있던 풋볼팀은, 갑작스럽게 어수선한 치어리더들의 모습에 운동을 멈추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급하게 달려오신 양호 선생님이 모여있는 치어리더 안으로 들어가자, 애디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크리스, 아무래도 누가 다쳤나봐? 그런데 왜? 렌이 양호 선생님을."
"그러게 왜 렌이... 설마!?"
내가 불안하다는 얼굴로 달려 나가자, 애디가 뒤따라왔다. 다친 발목 상태를 살펴보시던 양호 선생님은 제이시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제이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옆에 있던 라라가 선생님을 도와 양쪽에서 같이 부축해 제이시가 겨우 일어서자, 모여있던 치어리더들이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터주었다. 달려오던 내가 선생님과 라라의 부축을 받으며, 다리를 절뚝 거리고 있는 제이시를 보고 놀래서 소리쳤다.
"제이시!"
고통 스러운지 눈썹을 찡그리며, 다리를 절뚝 거리던 제이시가 내 소리침에 눈동자가 조금 떨렸다.
"크리스."
"괜찮아, 제이시? 괜찮은 거야?"
달려온 내가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며 목소리가 떨리고 있자, 눈동자가 살며시 흔들리고 있던 제이시는 애써 표정을 다잡았다.
"괜찮아 크리스, 발목을 살짝 접질린 거야. 그러니깐, 시끄럽게 호들갑 떨지마."
제이시는 태연한 척을 했지만 전해져 오는 고통을 숨길수가 없는 지, 절뚝거릴 때마다 눈과 눈썹이 조금씩 찡그려 졌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발을 딛지도 못하면서."
"그래 제이시. 크리스의 말대로 가볍게 접질린게 아니라, 인대를 심하게 다친 것같아. 빨리 보건소로 찾아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제대로 진단을 받아야 돼."
"그정도 까지는 아니에요, 선생님. 아! 그냥 쉬면서 얼음 찜질 좀하면, 아~!"
애써 걷고있던 제이시가 고통을 호소하며 갑자기 조금 주저 앉자, 내가 부축하고 있는 라라를 옆으로 밀어냈다.
"선생님이 빨리 보건소에 가보라는 데, 왜 말을 안들어!"
내가 오른 팔로 자신의 등을 감싸는 동시에 왼팔은 구부리고 있는 다리 사이에 집어 넣고 번쩍 안아들자, 제이시는 눈이 둥글게 켜졌다.
"뭐, 뭐야!? 뭐하는 거야, 크리스!?"
"네가 고집 부리니깐, 강제로 데려 가려고!"
놀란 제이시가 떨리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 얼굴을 빤히 보고있던 제이시는 빰이 점점 발그레지며, 몸을 살짝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내, 내려줘 크리스.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빨리 내려줘!"
"진짜, 가만히 좀 있어! 선생님 제가 제이시를 보건소에 데려갈 게요."
내가 품안에서 바둥거리는 제이시를 더 꼭 껴안으며 말하자, 주위에 있던 치어리더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어려졌다.
"어? 어, 그래. 빨리 데려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봐."
잠시 날 바라보시던 양호 선생님은 빨리 가보라는 듯이 고갤 조금 끄떡였다. 제이시를 품에 안은 내가 후문으로 달려가자, 모여있던 치어리더들이 부럽다는 얼굴로 내 뒷모습을 바라봤다.
"와~, 박력 쩔어. 옆에 있는 내가 다, 심쿵해."
"제이시 언니는 완전 좋겠다, 겁나 멋있는 크리스 오빠가 언니를 엄청 좋아해서."
애디가 내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있자, 라라가 부럽다는 듯이 팔을 툭쳤다.
"역시, 크리스는 얼굴 만큼 행동도 넘 멋있어. 저런 것 좀, 보고 배워봐 애디."
라라는 애디가 피식 미소지으며 자신을 번쩍 안아들고 빙글빙글 돌자, 놀래서 소리쳤다.
"뭐야, 내려줘!? 까아악, 내려 달라고!"
제이시를 안고 가던 내 뒤로 보였던 후문이 흩어져 사라지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로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떨어져 내리는 작은 고아원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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