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의 무게(2)
조회 : 158 추천 : 0 글자수 : 6,665 자 2026-02-14
슈가 고갤 돌리라는 듯이 제이시의 팔을 다시 톡톡 치는 그때, 웨스커 바이크인 할리데이비슨을 탄 내가 커피숍 맞은편에 있는 게임기 매장 앞 길가에 정차했다. 검은색 헬멧을 쓰고 있는 내가, 창가에 앉아 흐름 없는 멍한 눈으로 밖을 보고 있는 제이시를 잠시 바라본 뒤, 50m 앞에 있는 건설 현장 입구에 정차 중인 15톤 화물차를 응시했다.
타워 크레인를 더 높게 세우기 위해 필요한 철제구조물인, 폭 3m 길이 5m 크기에 크레인 마스트 블록을 한가득 싣고있는 화물차 뒤로 30톤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인 차가 정차해 있었다.
"오늘 아침에 꾼 꿈처럼 모든게 그대로 흘러가고 있어. 전대미문의 기상이변으로 11월에 폭설이 내려 도시는 마비됐고, 마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접촉사고로 웨스커는 완전히 미쳤어. 그뿐만이 아니야. 제이시 렌 슈가 우연히 길가에서 마이클과 친구 두명하고 만나 것도, 엘산나가 나를 집까지 태워준 것도 모두 꿈에서 본 그대로야. 그리고 지금 제이시를 비롯한 슈와 렌이 친구 두명과 덴버 애들하고 커피숍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어. 그냥 꿈이라고 생각 하기엔 모든 게 너무나 딱딱 들어 맞고 있었어, 이젠 소름끼칠 정도야."
건설 현장을 바라보던 내가 다시 커피숍을 바라봤다.
"어떡하지? 분명히 꿈대로 라면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크레인 마스트 블록이 커피숍을 덥치는 대 참사가 일어나는데. 건설 현장 인부들은 날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타워 크레인 연결 작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참사를 막아내고 사람들을 지킬수가 있지?"
멍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있던 제이시는 맞은편 길가에서, 고갤 좌우로 막 흔들고 있는 나를 응시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그냥 말도 안되는 꿈을 꾼 것뿐인데, 건설 현장 근처인 커피숍 앞까지 와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고? 진짜 바보같이 꿈이잖아, 꿈일뿐이야 크리스."
내가 헬멧을 벗고 깊은 한숨을 내 쉬며 하늘을 올려다 보자, 창밖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던 제이시의 눈동자가 갑자기 조금 떨렸다. 잠시 허탈한 얼굴로 쓴웃음을 짓고 있던 내가 커피숍 창가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자, 제이시의 눈과 입가에 옅은 미소가 살며시 어려졌다. 제이시의 옅은 미소에 내가 바이크 시동을 끄고, 미치겠다는 듯이 고갤 숙였다.
"그래, 꿈일뿐인데. 왜? 왜 제이시를 보자 마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갑자기 찌릿찌릿하게 아리듯 아픈거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애들과 함께 참사를 당해 숨진, 제이시의 꿈속에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눈앞에서 계속 아른 거리는 거냐고. 꿈일뿐인데, 도대체 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냐 말이야."
고갤 숙이고 있던 내가 깊은 한숨을 내뱉고 바이크에서 내려, 보행자 신호로 변한 횡단보도로 걸어갔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있던 슈는, 계속 남자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제이시를 따라 얼핏 창밖을 보았다.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와 커피숍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자, 슈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덴버 애들과 즐겁게 대화 중이던 렌의 옆구리를 톡톡 건들렸다.
"농구팀 치어리더들과는 저희 풋볼팀 치어리더는 완전히 틀려요... 음, 왜?"
슈의 눈치에 의아한 얼굴로 창밖을 본 렌은 커피숍으로 걸어오는 나를 짜증스럽게 바라봤다. 긴장한 얼굴로 다가오던 내가 날카롭게 노려보는 렌과 슈의 눈빛에 순간 멈춰섰다. 제이시와 슈 그리고 렌까지 창밖을 계속 응시하고 있자, 소개팅을 하던 모두가 고갤 돌려 나를 바라봤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러운지, 놀란 얼굴을 한 내가 뒤로 돌아섰다.
"뭐야? 왜 갑자기 모두 나를 쳐다보는 건데? 지금도 말하기가 부담스러워서 미치겠는데, 저렇게 빤히 보고 있으면 어떻게 들어가서 참사가 일어난다고 말 할수 있냐고. 젠장, 괜히 왔어. 그냥 꿈일뿐인데 괜히 와서 쫄팔리게 구경거리나 되고, 찌질한 병신같이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냐 말이야... 햐~, 하지만 만약에 꿈대로 참사가 일어난다면? 그러면 구할수 있던 사람들을 내가 방관해서 죽음으로 내 모는 거잖아.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참사로 부터 제이시를 구하고 꼭 지켜내야만 될 것같아. 꼭 맹세를 한것처럼, 약속이라는 제이시의 음성이 귀가에서 계속 맴돌아."
내가 고갤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눈송이가 섞인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내 몸을 두둘겼다. 눈섭 밑까지 내려오는 바가지 머리가 거센 바람에 흩으려지며, 주위에 있던 가로수가 세차게 흔들거렸다. 돌풍같은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 내가, 뒤로 돌아 다시금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
"약해지지마 크리스. 넌 할수 있어, 아니 꼭 해야만 해. 미친놈으로 낙인 찍혔어 졸업할 때까지 애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고 할지라도, 구할수 있을 때 사람들을 구해야 돼. 그러니 담대하게 모든걸 받아드리고 최선을 다해보는 거야, 아니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해내야 돼. 그래야 참사를 막고 맴도는 음성처럼, 제이시와 사람들을 구해 낼수가 있어."
왠지모를 비장함이 묻어나는 긴장한 얼굴로 커피숍 입구 앞에 다다른 내가, 크게 한번 쉼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시와 렌 그리고 슈를 비롯한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모두가, 안으로 들어온 나를 빤히 바라봤다. 카운터에 있던 40대 초반의 여사장은 나를 얼핏보며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커피숍 안에 있는 20명의 사람들은 내가 한번 쭉 훑어 본 후, 침을 꿀꺽 삼키고 제이시를 바라봤다.
"저기 제이시, 소개팅 그만하면 안될까? 아니 모두 당장, 소개팅을 그만두고 빨리 커피숍 밖으로 나가야 돼."
모두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있는데, 제이시만 눈동자가 조금 흔들거렸다.
"야~, 크리스 볼던. 너 미쳤냐, 네가 뭔데 소개팅을 그만두고 커피숍을 나가라고 하는 거야."
렌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내게 뭐라고 하자, 제이시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나가지 않고 계속 여기 있으면 너희들은 모두 죽어. 아니 커피숍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죽거나 크게 다칠 거야. 그러니깐 빨리 밖으로 대피해야 돼, 그래야 참사를 피할수가 있어."
"뭐라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미쳤어 발작하는 병이 다시 도졌냐? 미친 새끼야, 말같지도 않은 소리 떠들지 말고 꺼져."
"엿같은 개소리를 지껄리지 말고 집에 가서 약이냐 쳐먹어, 병신 새끼야."
렌 옆에 앉아있던 여자애 2명이 나에게 인상을 쓰며 욕하자, 덴버애들도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세상은 넓고 똘아이는 많다더니, 완전 리얼 라이브인데."
"그러게 말이야, 세상 살다보면 별의별일 다 겪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네."
"발작하는 환자래 잖아, 그런데 오늘은 약을 안 먹었는지 발작이 끝내주게 거하군."
여자애 2명과 덴버 남자애들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자, 제이시가 짜증이 나는지 눈썹을 조금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옆에 있던 슈가 일어나려 하는 제이시의 허리춤을 잡아 당겨, 다시 주저 앉게 만들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고갤 저었다.
"그래, 너무 황당무계한 얘기라서 못믿는게 당연한데 믿어야 돼. 믿어야, 참사를 피해 살아남을 수가 있어."
"뭐래니 지금. 참사? 무슨 참사!? 어떤 참사!? 미친 개새끼야,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꺼져라고!"
"아, 졸라 짜증나! 반년 만에 하는 소개팅인데 미친 엿같은 놈이 발작나서 생쇼하는 바람에, 염병 완전 망했어."
미치겠다는 얼굴로 언성높여 화를 내는 여자애 2명과 꺼지라는 듯이 비웃고 있는 덴버애들 모습에, 내가 깊게 한숨을 내셨다. 커피숍에 있던 다른 사람들 중 상당수는 황당한 얼굴로 어이없다 듯이 헛웃음을 내뱉었고, 나머지 몇몇은 내게 박수를 치면서 양 엄지를 치켜 세우거나 검지를 귀옆으로 돌리며 조롱했다.
"이봐요! 지금 뭐하는 거에요!?"
커피 서빙을 준비중이던 여사장님은 다급히 내게 소리치며 달려왔다.
"당신 뭐야!? 뭔데, 내 가계에서 행패야!?"
다가온 여사장은 나를 보자마자 기가 막혀 어이없어 했다.
"사장님, 빨리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대피 시키셔야 돼요. 안 그러면 모두 죽거나 크게 다쳐요.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모두를 안전하게 밖으로 내 보내 셔야 돼요."
"이봐 학생, 지금 뭐하는 거야!?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여서 누구 밥줄 끊으려고 하는 거냐고!?"
"헛소리가 아니에요, 조금 있으면 참사가 일어날 거에요."
"사장님, 저새끼는 원래 말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해대면서 발작하는 병신이라 빨리 쫒아내 버리세요."
"네, 얼른 쫒아내세요. 발작을 시작하면 지랄하는 완전 미친놈이에요."
여자애 두명의 말을 듣은 여사장이 내 팔을 잡고 강제로 끌어내려 하자, 렌과 슈의 만류에도 제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나가! 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라고! 어서 당장 나가~!"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커피숍에 있는 사람들을 안쓰럽게 바라본 뒤, 창가 자리 끝에 가만히 서있던 제이시에게 다가갔다. 제이시는 5인용 소파 뒤로 다가온 내가 손을 덥석 잡자, 눈이 둥글게 커졌다.
"크리스?"
"나가자 제이시."
제이시가 내 손에 이끌려 커피숍을 나가자, 렌과 슈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따라 잠시 길가를 걷고있던 제이시가 그자리에 멈춰서서 나에게 물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크리스?"
"참사가 일어날 거야, 그러니깐 빨리 피해야 돼."
"무,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거야?"
제이시를 잠시 바라보던 내가 때마침 보행자 신호로 바뀐 횡단보도로 제이시와 함께 걸어갔다. 제이시가 내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와 마트 주차장이 있는 게임기 매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렌과 슈가 소리치며 횡단보도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제이시~!"
마트 주차장 앞에 도착한 제이시는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렌과 슈를 보고 멈춰섰다.
"잠깐, 잠깐만 멈춰봐 크리스."
"제이시, 빨리 너의 차를 타고 이곳을 떠나. 아니, 렌과 슈하고 같이 참사를 피해 이곳을 벗어나야 돼."
"왜, 아까전부터 이해 할수 없는 이상한 말만 계속하는 거야? 참사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크리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묻는 제이시 뒤로 매섭게 달려온 슈와 렌이 내게 소리쳐 욕했다.
"크리스, 이 미친 개새끼야!"
제이시의 손을 꼭 잡고있던 나를 렌과 슈가 힘으로 밀쳐 손을 놓게 만들고, 매섭게 노려보며 삿대질을 했다.
"야~! 미친 새끼야! 네가 뭔데 제이시를 강제로 끌고 나가!"
"개같은 놈아! 소개팅 자리에서 와서 개 헛소리를 씨부려 된 것도 모자라, 제이시를 강제로 끌고 나가서 소개팅을 망쳐 놔!"
"발작하는 환자면 조용히 집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생지랄이야, 미친 새끼야!"
"소개팅을 망쳤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참사로 부터 너희들을 구할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어."
슈와 렌이 미치겠다는 듯이 소리치며 내 가슴을 손으로 거세게 밀쳤다.
"와~, 이런 개같은 미친놈이 아직도 헛소리를 계속 씨부려 되네!"
"병신 새끼야! 엿같은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좋은 말로 할때 당장 꺼져!"
"렌, 슈. 좀 진정하고 크리스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 따위가 어딨어, 그냥 발작나서 생지랄하는 거지!"
"렌의 말대로 지랄병이 도졌어, 괜히 미친짓 하는 거야! 그런데도 이유가 뭔지 듣고 싶어? 별 말같지도 않은 헛소릴 씨부려 될 건데, 듣고 싶냐고 제이시!?"
제이시가 그렇다는 듯이 고갤 끄떡이자, 렌은 짜증나 미치겠다는 얼굴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았고, 슈는 애써 분을 삼키는 것같이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햐~, 그래. 소심하기로 유명한 크리스 네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제이시 말처럼 이유가 있으니깐, 그런 병신같은 생지랄을 한 거겠지. 아니면 진짜로 가만히 안둘 거야!"
"그래, 들어보기는 하겠는데. 아까처럼 참사 때문이라는 개 헛소릴 또 지껄여 되면, 너 정말 뒈질줄 알아 알았어!?"
짜증과 의심이 뒤섞여 있는 렌과 슈의 매서운 눈초리에 내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자, 제이시가 괜찮다는 듯이 고갤 살짝 끄떡였다.
"꿈, 꿈에서 봤어. 제이시, 렌, 슈. 너희들이 커피숍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는데, 크레인 블록이 떨어지는 참사로 인해 모두 죽는 걸 꿈에서 봤어."
"이런 개같은 병신 새끼가~!!"
렌이 내 옷깃을 덥석 잡고 길가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치며 욕했다. 마트 주차장에서 카마로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앞 범퍼를 손걸레로 닦고 있던 웨스커가, 갑작스런 큰소리에 짜증나는지 한쪽 눈썹을 심하게 찡그리면서 고갤 돌려 길가를 바라봤다.
"역시 새 범퍼라 그런지 광택이 끝내주네, 병신같은 호구새끼 덕에 돈 굳어... 아이 쌍. 어떤 년들이 아까전부터 겁나 시끄럽게 떠들더니, 이젠 고래고래 크게 소리치며 욕까지 하고있는 거야?"
웨스커는 렌이 내 옷깃을 잡고 떠나갈듯이 소리쳐 욕하고 있자, 뭐지 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기 시작했다.
타워 크레인를 더 높게 세우기 위해 필요한 철제구조물인, 폭 3m 길이 5m 크기에 크레인 마스트 블록을 한가득 싣고있는 화물차 뒤로 30톤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인 차가 정차해 있었다.
"오늘 아침에 꾼 꿈처럼 모든게 그대로 흘러가고 있어. 전대미문의 기상이변으로 11월에 폭설이 내려 도시는 마비됐고, 마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접촉사고로 웨스커는 완전히 미쳤어. 그뿐만이 아니야. 제이시 렌 슈가 우연히 길가에서 마이클과 친구 두명하고 만나 것도, 엘산나가 나를 집까지 태워준 것도 모두 꿈에서 본 그대로야. 그리고 지금 제이시를 비롯한 슈와 렌이 친구 두명과 덴버 애들하고 커피숍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어. 그냥 꿈이라고 생각 하기엔 모든 게 너무나 딱딱 들어 맞고 있었어, 이젠 소름끼칠 정도야."
건설 현장을 바라보던 내가 다시 커피숍을 바라봤다.
"어떡하지? 분명히 꿈대로 라면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크레인 마스트 블록이 커피숍을 덥치는 대 참사가 일어나는데. 건설 현장 인부들은 날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타워 크레인 연결 작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참사를 막아내고 사람들을 지킬수가 있지?"
멍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있던 제이시는 맞은편 길가에서, 고갤 좌우로 막 흔들고 있는 나를 응시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그냥 말도 안되는 꿈을 꾼 것뿐인데, 건설 현장 근처인 커피숍 앞까지 와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고? 진짜 바보같이 꿈이잖아, 꿈일뿐이야 크리스."
내가 헬멧을 벗고 깊은 한숨을 내 쉬며 하늘을 올려다 보자, 창밖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던 제이시의 눈동자가 갑자기 조금 떨렸다. 잠시 허탈한 얼굴로 쓴웃음을 짓고 있던 내가 커피숍 창가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자, 제이시의 눈과 입가에 옅은 미소가 살며시 어려졌다. 제이시의 옅은 미소에 내가 바이크 시동을 끄고, 미치겠다는 듯이 고갤 숙였다.
"그래, 꿈일뿐인데. 왜? 왜 제이시를 보자 마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갑자기 찌릿찌릿하게 아리듯 아픈거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애들과 함께 참사를 당해 숨진, 제이시의 꿈속에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눈앞에서 계속 아른 거리는 거냐고. 꿈일뿐인데, 도대체 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냐 말이야."
고갤 숙이고 있던 내가 깊은 한숨을 내뱉고 바이크에서 내려, 보행자 신호로 변한 횡단보도로 걸어갔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있던 슈는, 계속 남자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제이시를 따라 얼핏 창밖을 보았다.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와 커피숍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자, 슈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덴버 애들과 즐겁게 대화 중이던 렌의 옆구리를 톡톡 건들렸다.
"농구팀 치어리더들과는 저희 풋볼팀 치어리더는 완전히 틀려요... 음, 왜?"
슈의 눈치에 의아한 얼굴로 창밖을 본 렌은 커피숍으로 걸어오는 나를 짜증스럽게 바라봤다. 긴장한 얼굴로 다가오던 내가 날카롭게 노려보는 렌과 슈의 눈빛에 순간 멈춰섰다. 제이시와 슈 그리고 렌까지 창밖을 계속 응시하고 있자, 소개팅을 하던 모두가 고갤 돌려 나를 바라봤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게 부담스러운지, 놀란 얼굴을 한 내가 뒤로 돌아섰다.
"뭐야? 왜 갑자기 모두 나를 쳐다보는 건데? 지금도 말하기가 부담스러워서 미치겠는데, 저렇게 빤히 보고 있으면 어떻게 들어가서 참사가 일어난다고 말 할수 있냐고. 젠장, 괜히 왔어. 그냥 꿈일뿐인데 괜히 와서 쫄팔리게 구경거리나 되고, 찌질한 병신같이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냐 말이야... 햐~, 하지만 만약에 꿈대로 참사가 일어난다면? 그러면 구할수 있던 사람들을 내가 방관해서 죽음으로 내 모는 거잖아.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참사로 부터 제이시를 구하고 꼭 지켜내야만 될 것같아. 꼭 맹세를 한것처럼, 약속이라는 제이시의 음성이 귀가에서 계속 맴돌아."
내가 고갤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눈송이가 섞인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내 몸을 두둘겼다. 눈섭 밑까지 내려오는 바가지 머리가 거센 바람에 흩으려지며, 주위에 있던 가로수가 세차게 흔들거렸다. 돌풍같은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 내가, 뒤로 돌아 다시금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
"약해지지마 크리스. 넌 할수 있어, 아니 꼭 해야만 해. 미친놈으로 낙인 찍혔어 졸업할 때까지 애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고 할지라도, 구할수 있을 때 사람들을 구해야 돼. 그러니 담대하게 모든걸 받아드리고 최선을 다해보는 거야, 아니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해내야 돼. 그래야 참사를 막고 맴도는 음성처럼, 제이시와 사람들을 구해 낼수가 있어."
왠지모를 비장함이 묻어나는 긴장한 얼굴로 커피숍 입구 앞에 다다른 내가, 크게 한번 쉼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시와 렌 그리고 슈를 비롯한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모두가, 안으로 들어온 나를 빤히 바라봤다. 카운터에 있던 40대 초반의 여사장은 나를 얼핏보며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커피숍 안에 있는 20명의 사람들은 내가 한번 쭉 훑어 본 후, 침을 꿀꺽 삼키고 제이시를 바라봤다.
"저기 제이시, 소개팅 그만하면 안될까? 아니 모두 당장, 소개팅을 그만두고 빨리 커피숍 밖으로 나가야 돼."
모두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있는데, 제이시만 눈동자가 조금 흔들거렸다.
"야~, 크리스 볼던. 너 미쳤냐, 네가 뭔데 소개팅을 그만두고 커피숍을 나가라고 하는 거야."
렌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내게 뭐라고 하자, 제이시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나가지 않고 계속 여기 있으면 너희들은 모두 죽어. 아니 커피숍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죽거나 크게 다칠 거야. 그러니깐 빨리 밖으로 대피해야 돼, 그래야 참사를 피할수가 있어."
"뭐라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미쳤어 발작하는 병이 다시 도졌냐? 미친 새끼야, 말같지도 않은 소리 떠들지 말고 꺼져."
"엿같은 개소리를 지껄리지 말고 집에 가서 약이냐 쳐먹어, 병신 새끼야."
렌 옆에 앉아있던 여자애 2명이 나에게 인상을 쓰며 욕하자, 덴버애들도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세상은 넓고 똘아이는 많다더니, 완전 리얼 라이브인데."
"그러게 말이야, 세상 살다보면 별의별일 다 겪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네."
"발작하는 환자래 잖아, 그런데 오늘은 약을 안 먹었는지 발작이 끝내주게 거하군."
여자애 2명과 덴버 남자애들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자, 제이시가 짜증이 나는지 눈썹을 조금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옆에 있던 슈가 일어나려 하는 제이시의 허리춤을 잡아 당겨, 다시 주저 앉게 만들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고갤 저었다.
"그래, 너무 황당무계한 얘기라서 못믿는게 당연한데 믿어야 돼. 믿어야, 참사를 피해 살아남을 수가 있어."
"뭐래니 지금. 참사? 무슨 참사!? 어떤 참사!? 미친 개새끼야,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꺼져라고!"
"아, 졸라 짜증나! 반년 만에 하는 소개팅인데 미친 엿같은 놈이 발작나서 생쇼하는 바람에, 염병 완전 망했어."
미치겠다는 얼굴로 언성높여 화를 내는 여자애 2명과 꺼지라는 듯이 비웃고 있는 덴버애들 모습에, 내가 깊게 한숨을 내셨다. 커피숍에 있던 다른 사람들 중 상당수는 황당한 얼굴로 어이없다 듯이 헛웃음을 내뱉었고, 나머지 몇몇은 내게 박수를 치면서 양 엄지를 치켜 세우거나 검지를 귀옆으로 돌리며 조롱했다.
"이봐요! 지금 뭐하는 거에요!?"
커피 서빙을 준비중이던 여사장님은 다급히 내게 소리치며 달려왔다.
"당신 뭐야!? 뭔데, 내 가계에서 행패야!?"
다가온 여사장은 나를 보자마자 기가 막혀 어이없어 했다.
"사장님, 빨리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대피 시키셔야 돼요. 안 그러면 모두 죽거나 크게 다쳐요.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모두를 안전하게 밖으로 내 보내 셔야 돼요."
"이봐 학생, 지금 뭐하는 거야!?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여서 누구 밥줄 끊으려고 하는 거냐고!?"
"헛소리가 아니에요, 조금 있으면 참사가 일어날 거에요."
"사장님, 저새끼는 원래 말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해대면서 발작하는 병신이라 빨리 쫒아내 버리세요."
"네, 얼른 쫒아내세요. 발작을 시작하면 지랄하는 완전 미친놈이에요."
여자애 두명의 말을 듣은 여사장이 내 팔을 잡고 강제로 끌어내려 하자, 렌과 슈의 만류에도 제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나가! 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라고! 어서 당장 나가~!"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커피숍에 있는 사람들을 안쓰럽게 바라본 뒤, 창가 자리 끝에 가만히 서있던 제이시에게 다가갔다. 제이시는 5인용 소파 뒤로 다가온 내가 손을 덥석 잡자, 눈이 둥글게 커졌다.
"크리스?"
"나가자 제이시."
제이시가 내 손에 이끌려 커피숍을 나가자, 렌과 슈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따라 잠시 길가를 걷고있던 제이시가 그자리에 멈춰서서 나에게 물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크리스?"
"참사가 일어날 거야, 그러니깐 빨리 피해야 돼."
"무,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거야?"
제이시를 잠시 바라보던 내가 때마침 보행자 신호로 바뀐 횡단보도로 제이시와 함께 걸어갔다. 제이시가 내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와 마트 주차장이 있는 게임기 매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렌과 슈가 소리치며 횡단보도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제이시~!"
마트 주차장 앞에 도착한 제이시는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렌과 슈를 보고 멈춰섰다.
"잠깐, 잠깐만 멈춰봐 크리스."
"제이시, 빨리 너의 차를 타고 이곳을 떠나. 아니, 렌과 슈하고 같이 참사를 피해 이곳을 벗어나야 돼."
"왜, 아까전부터 이해 할수 없는 이상한 말만 계속하는 거야? 참사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크리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묻는 제이시 뒤로 매섭게 달려온 슈와 렌이 내게 소리쳐 욕했다.
"크리스, 이 미친 개새끼야!"
제이시의 손을 꼭 잡고있던 나를 렌과 슈가 힘으로 밀쳐 손을 놓게 만들고, 매섭게 노려보며 삿대질을 했다.
"야~! 미친 새끼야! 네가 뭔데 제이시를 강제로 끌고 나가!"
"개같은 놈아! 소개팅 자리에서 와서 개 헛소리를 씨부려 된 것도 모자라, 제이시를 강제로 끌고 나가서 소개팅을 망쳐 놔!"
"발작하는 환자면 조용히 집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생지랄이야, 미친 새끼야!"
"소개팅을 망쳤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참사로 부터 너희들을 구할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어."
슈와 렌이 미치겠다는 듯이 소리치며 내 가슴을 손으로 거세게 밀쳤다.
"와~, 이런 개같은 미친놈이 아직도 헛소리를 계속 씨부려 되네!"
"병신 새끼야! 엿같은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좋은 말로 할때 당장 꺼져!"
"렌, 슈. 좀 진정하고 크리스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 따위가 어딨어, 그냥 발작나서 생지랄하는 거지!"
"렌의 말대로 지랄병이 도졌어, 괜히 미친짓 하는 거야! 그런데도 이유가 뭔지 듣고 싶어? 별 말같지도 않은 헛소릴 씨부려 될 건데, 듣고 싶냐고 제이시!?"
제이시가 그렇다는 듯이 고갤 끄떡이자, 렌은 짜증나 미치겠다는 얼굴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았고, 슈는 애써 분을 삼키는 것같이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햐~, 그래. 소심하기로 유명한 크리스 네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제이시 말처럼 이유가 있으니깐, 그런 병신같은 생지랄을 한 거겠지. 아니면 진짜로 가만히 안둘 거야!"
"그래, 들어보기는 하겠는데. 아까처럼 참사 때문이라는 개 헛소릴 또 지껄여 되면, 너 정말 뒈질줄 알아 알았어!?"
짜증과 의심이 뒤섞여 있는 렌과 슈의 매서운 눈초리에 내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자, 제이시가 괜찮다는 듯이 고갤 살짝 끄떡였다.
"꿈, 꿈에서 봤어. 제이시, 렌, 슈. 너희들이 커피숍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는데, 크레인 블록이 떨어지는 참사로 인해 모두 죽는 걸 꿈에서 봤어."
"이런 개같은 병신 새끼가~!!"
렌이 내 옷깃을 덥석 잡고 길가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치며 욕했다. 마트 주차장에서 카마로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앞 범퍼를 손걸레로 닦고 있던 웨스커가, 갑작스런 큰소리에 짜증나는지 한쪽 눈썹을 심하게 찡그리면서 고갤 돌려 길가를 바라봤다.
"역시 새 범퍼라 그런지 광택이 끝내주네, 병신같은 호구새끼 덕에 돈 굳어... 아이 쌍. 어떤 년들이 아까전부터 겁나 시끄럽게 떠들더니, 이젠 고래고래 크게 소리치며 욕까지 하고있는 거야?"
웨스커는 렌이 내 옷깃을 잡고 떠나갈듯이 소리쳐 욕하고 있자, 뭐지 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
균형의 수호자
29.아름다운 달빛과 바람에 의지(1)조회 : 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75 28.맹세의 무게(3)조회 : 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937 27.맹세의 무게(2)조회 : 16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65 26.맹세의 무게(1)조회 : 1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03 25.운명의 톱니바퀴(3)조회 : 30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61 24.운명의 톱니바퀴(2)조회 : 2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51 23.운명의 톱니바퀴(1)조회 : 5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18 22.사라진 시간속에 멈춰진 기억들(2)조회 : 6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1 21.사라진 시간속에 멈춰진 기억들조회 : 9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74 20.잃어버린 시간들(6)조회 : 1,3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20 19.잃어버린 시간들(5)조회 : 1,33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36 18.잃어버린 시간들(4)조회 : 1,1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79 17.잃어버린 시간들(3)조회 : 1,0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84 16.잃어버린 시간들(2)조회 : 7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34 15.잃어버린 시간들(1)조회 : 7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03 14.밤의 지배자(4)-개정-조회 : 44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47 13.밤의 지배자(3)-개정-조회 : 4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83 12.밤의 지배자(2)-개정-조회 : 1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7 11.2day-밤의 집배자(1)-개정-조회 : 14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68 10.기억의 파편(6)-개정-조회 : 1,12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37 9.기억의 파편(5)-개정-조회 : 1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42 8.기억의 파편(4)-개정-조회 : 1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48 7.기억의 파편(3)조회 : 1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97 6.기억의 파편(2)조회 : 2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83 5.기억의 파편(1)조회 : 1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47 4.운명의 굴레(2)조회 : 2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44 3.운명의 굴레(1)조회 : 2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90 2.1day-각성의 전조조회 : 2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490 1.오프닝조회 : 1,88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