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조회 : 343 추천 : 1 글자수 : 5,963 자 2025-09-18
내 이름은 크리스 볼던, 나는 미국 콜로라도 덴버시 외곽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인 캐리지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하이스쿨 졸업반 학생이다.
지금은 등교시간이라 학교 앞 길가는 내 또래 얘들로 북적이고 있다. 스쿨버스에서 내린 나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정문 앞을 서성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유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한달 전 부터 내가 이성으로 좋아하게 된 엘산나를 보기 위해서다. 조금 뒤 [아틀란 동물 병원] 이라는 큼직한 스티커가 붙어있는 녹색에 포트 미니밴이, 학교 앞 길가에 잠시 정차했다. 귀엽고 앙증맞아 보이는 강아지와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미니밴 조수석 문이 열리며, 엘산나가 내렸다.
엘산나는 가지런히 뒤로 묶은 긴 갈색 머리카락에 큰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눈동자 색이 블루 아이스고 키가 다른 여자애들 보다 조금 큰 편이다. 또한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에 청바지와 흰색 면 티를 입고 있어서 평범해 보이지만, 청순하고 수수함이 조화롭게 느껴지는 예쁜 여자다. 엘산나는 차안에 있는 자신의 엄마와 몇 마디를 하더니,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 크리스."
"응, 안녕 엘산나."
나는 엘산나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같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냥 싫다고 차 버린 거야?"
"응. 괜찮은 남자 같았는데, 나랑은 왠지 안 맞는 것 같아."
"야~, 어제 리사 레퀴엠 끝내주지 않았냐?"
"춤 출때 뒈지는 알았어, 개봉하는 금발공주 4는 꼭 본다."
보름 뒤, 5월 29일이 졸업식이라서 많은 얘들이 대학생활을 그리거나 성년으로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때문에 복도가 매우 산만하고 복잡했다. 겨우 중앙 복도를 지나 교실 앞 사물함에 교제를 집어넣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애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오오~! 제이시다. 미스 콜로라도 진, 퀸카 제이시야."
둥근 예쁜 눈에 매혹적인 하늘색 눈동자, 그리고 순수 생 금발에 긴 속눈썹과 가름한 턱을 비롯한, 오뚝한 코와 매력적인 앵두 같은 입술. 여신처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제이시는 키가 169cm이라, 다른 여자 얘들보다 많이 컸다.
자신의 절친인 보통 키에 큰 눈과 두툼한 입술이 특징인 흑인 여자 렌과, 조금 작은 키에 짝 찢어진 매서운 눈매가 돋보이는 동양 여자인 슈와 같이, 모델워킹을 하며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제이시는 크고 예쁜 가슴이 보일듯 말듯 상의가 조금 파여 있는 하늘색 순면 티에, 잘록한 허리와 탱탱한 엉덩이가 돋보이는 조금 붙는 백색 면바지를 입고 있지만, 몸매가 말도 안 되게 매끈해서 끝내주게 섹시했다. 옆에 있는 렌과 슈도 녹색과 붉은색의 쫙 붙는 면 티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제이시와 렌 그리고 슈가 모델 워킹으로 도도하게 복도를 지나가자, 남자 애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 얘들의 시선을 즐기듯이 제이시는 코웃음을 치며 복도를 지나, 엘산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점점 다가왔다.
제이시와 눈이 마주친 엘산나는 사물함 문을 급히 닫고 교실로 들어가려 하는데, 렌이 빠르게 다가와 앞을 가로 막으며 비꼬듯이 말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 엉큼한 마녀! 제이시, 마녀 잡았어."
마녀, 이게 엘산나의 별명이다. 눈동자가 블루 아이스라, 꼭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제이시는 마치 다른 존재처럼 말도 안되게 예쁘지만, 불여우같이 도도하고 성격이 까칠하다. 제이시가 엘산나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마녀! 어떻게 학교 킹카인 마이클에게 꼬리 친 거야? 내가 마이클 찍은 거 몰라!"
렌이 갑자기 내 앞을 막아서며,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날 노려봤다. 나는 존재감이 없는 투명인간 같은 처지라, 엘산나를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엘산나가 제이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학교 킹카인 마이클이 며칠 전부터 엘산나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의도적으로 접근해 오기 시작한 다음부터다.
소문에 의하면 마이클은 천하에 바람둥이인데, 엘산나는 마이클의 호감표시에 좋아하고 기뻐한다. 반면 제이시는 마이클이 엘산나에게 호감 보일 때마다 열 받아 죽으려 한다.
"나는 꼬리친 적 없어… 그리고 내 이름은 엘산나 아틀란이야."
엘산나가 상대하기 싫다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제이시가 비웃듯 코웃음 쳤다. 제이시가 자신을 보고 있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제이시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제이시는 항상 나를 뚫어져라 빤히 바라본다. 그래서 얼핏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또한 제이시의 시선을 보고 있으면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제이시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그래? 그럼 마녀 엘산나양께서는 마이클에게 꼬리치신 적이 없다? 근데 왜, 마이클이 너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까? 퀸카인 내게 한 번도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건… 마이클이 자기 멋대로."
"뭐야? 너는 관심도 없는데 마이클이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웃기지마 마녀! 지금 내가 너보다 못하다는 거야!"
제이시가 화난 얼굴로 엘산나의 가슴을 가볍게 손으로 밀었다. 나는 엘산나와 제이시를 말리기 위해 다가가는데, 슈까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가만히 있어, 크리스.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렌, 슈."
제이시가 엘산나의 가슴을 계속 밀치기 시작해서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그때, 멀리서 여자얘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여자애들의 환호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기에, 짜증이 몰려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갤 돌렸다.
사자 같은 근육질 몸에 남자애들이 복도로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애들 중 가운데 있는 짧은 머리에 밝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놈이 바로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잘생긴 외모에 야생마 같은 매끈한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었어, 여자 얘들에게 인기 짱인 킹카다.
마이클이 엘산나에게 작업을 걸기위해, 살며시 미소 지으며 서서히 다가왔다. 제이시는 마이클이 다가오자, 엘산나를 내버려두고 냉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를 막고 있던 렌과 슈도 제이시를 따라 남자 애들에게 걸어갔다. 그러나 마이클이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엘산나에게 다가가자, 제이시의 눈빛이 또다시 날카로워 졌다.
"엘산나, 어제는 왜 않나왔어? 극장 앞에서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어~, 그게… 갑자기 차에 친 강아지가 급히 병원에 싣려 와서, 엄마와 같이 있느냐고… 미안해, 마이클."
"아니야, 나는 네가 누구 때문에 못 나오는 것 같아서 내심 걱정했었어. 그럼, 내일 6시에 극장 앞에서 만날까?"
마이클은 엘산나가 귀엽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몇 발짝 뒤에 서있는 나를 보며 피식 비웃고 다시 엘산나를 바라봤다.
"저어, 그게... 마이클, 나는."
"약속한 거다, 늦지 말고 나와. 내일 6시야. "
마이클은 강제적이지만 거절하기 힘든 고도에 작업 멘트를, 해맑게 미소 짓는 얼굴로 엘산나에게 태연하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마이클이 또다시 엘산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화가 났는지, 제이시는 강렬히 엘산나를 보려본 뒤, 나를 빤히 바라봤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바라보는 제이시의 눈동자가 살포시 떨리고 있었다. 내가 애써 시선을 피하자, 제이시는 마이클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제이시가 사라자자 엘산나는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얼굴이었지만, 내심 기분이 좋은지 들떠 보이는 모습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엘산나가 마이클에게 완전히 넘어간 것 같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어떻게든 둘이 만나는 것을 막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창가 끝 부분에 앉아있는 엘산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나는 엘산나와 가벼운 인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둘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영영 찢어 놓을 방법을 계속 궁리했지만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어느덧 마지막 수업이다. 역사 선생님이 칠판에 콜로라도 지도를 그려놓고 열변을 토하고 있으시다. 지루하고 어려운 역사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선생님은 역사는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항상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신다.
엘산나 또한 지루한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 나도 따라서 창밖을 바라봤다. 유리창에 반사된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밝은 갈색머리에 키가 183cm으로 남들보다 크지만, 몸이 많이 마르고 쇠약해서 덩치가 작다. 또한 눈이 극심히 안 좋아서 70년대에나 유행하던 왕눈이 안경을 끼고 있다. 옅은 푸른색 눈동자가 안경 때문에 밝은 갈색처럼 보인다. 아울러 일명 바가지 머리라고 불리는 재수 없는 머리를 한 내가 싫다.
아버지의 극심한 바람기에 엄마는 1년 전 이혼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고 3살 위인 형, 웨스커와 같이 살고 있다. 웨스커도 아버지의 강력한 유전자를 이어받았는지 여자라면 환장을 한다.
웨스커는 여자들과의 유흥비를 위해, 나에게 용돈은 물론 이발비도 주지 않는다. 내가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면, 동그란 원형 그릇을 머리에 씌우고 그대로 자른다. 그럼 지금 내 머리가 완성된다. 시력을 올리는 수술과 콘택트렌지 역시 말할 필요가 없고 꿈도 못 꾼다. 좆같은 웨스커, 꼭 친형이 아닌 것같다.
모든 수업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모두들 자신의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가기 시작해서, 나도 엘산나와 같이 교실을 나와 교문으로 향했다. 엘산나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엄마가 운영하시는 동물병원 쪽으로 걸어갔다. 역시 따스한 햇살 같은 엘산나의 미소, 내 입고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하교시간에 맞혀 오는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 나는 생각 외로 할일이 엄청 많다. 우선 빨래와 청소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웨스커는 집안 일을 아예 도와주지 않을 뿐더러, 뭐가 먹고 싶으니 요리책을 던져주며 만들라고 시키기 까지 한다. 처음엔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해서 욕과 구타를 많이 당했지만, 이제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법 잘 만든다.
집안일을 모두 끝내니, 어느덧 날이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한 나는, 저녁을 다 먹고 이제 좀 쉴까하는 마음으로 내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데 웨스커가 집에 들어왔다. 웨스커는 급한 약속 있는지 다급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을 헤집기 시작했다.
"햐~. 내가 방 정리한지 2시간도 안 지났는데, 옷을 헤집기 시작해서 또 어지러 놓고 있네."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웨스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 크리스! 내 가죽 재킷 어디 있어?"
웨스커의 소리침에 나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야! 형이 부르면 튀어 와야지, 굼벵이 같은 동작 봐라!"
웨스커가 옷장의 들쑤셔 놨어, 옷들이 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모습이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얼굴이 아주 잘생긴 웨스커는 조금 짧은 갈색머리와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키가 나처럼 180cm이라 여자들에게 인기 짱이다. 나는 한숨이 내쉬며, 널 부러져 있는 옷 사이에서 가죽 재킷을 찾기 위해 차근차근 정리했다.
옷을 찾아 건네주자, 웨스커는 가죽 재킷을 다급히 입고 몸에 향수를 뿌린 다음, 방을 나가며 나에게 뒷정리를 시켰다.
"그동안 작업했던 년하고 오늘 떡칠 거니깐, 12시까지 방 좀 치워 놔. 그리고 내방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 알지!"
"알았어, 형."
강제적인 명령, 그러나 하지 않으면 웨스커가 날 구타하기 때문에 나는 할 수없이 시키는 대로 방 정리를 한다. 어느덧 방 정리를 끝낸 나는 내 방으로 와 전등을 끄고 침대에 눕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지금은 등교시간이라 학교 앞 길가는 내 또래 얘들로 북적이고 있다. 스쿨버스에서 내린 나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정문 앞을 서성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유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한달 전 부터 내가 이성으로 좋아하게 된 엘산나를 보기 위해서다. 조금 뒤 [아틀란 동물 병원] 이라는 큼직한 스티커가 붙어있는 녹색에 포트 미니밴이, 학교 앞 길가에 잠시 정차했다. 귀엽고 앙증맞아 보이는 강아지와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미니밴 조수석 문이 열리며, 엘산나가 내렸다.
엘산나는 가지런히 뒤로 묶은 긴 갈색 머리카락에 큰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눈동자 색이 블루 아이스고 키가 다른 여자애들 보다 조금 큰 편이다. 또한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에 청바지와 흰색 면 티를 입고 있어서 평범해 보이지만, 청순하고 수수함이 조화롭게 느껴지는 예쁜 여자다. 엘산나는 차안에 있는 자신의 엄마와 몇 마디를 하더니,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 크리스."
"응, 안녕 엘산나."
나는 엘산나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같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냥 싫다고 차 버린 거야?"
"응. 괜찮은 남자 같았는데, 나랑은 왠지 안 맞는 것 같아."
"야~, 어제 리사 레퀴엠 끝내주지 않았냐?"
"춤 출때 뒈지는 알았어, 개봉하는 금발공주 4는 꼭 본다."
보름 뒤, 5월 29일이 졸업식이라서 많은 얘들이 대학생활을 그리거나 성년으로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때문에 복도가 매우 산만하고 복잡했다. 겨우 중앙 복도를 지나 교실 앞 사물함에 교제를 집어넣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애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오오~! 제이시다. 미스 콜로라도 진, 퀸카 제이시야."
둥근 예쁜 눈에 매혹적인 하늘색 눈동자, 그리고 순수 생 금발에 긴 속눈썹과 가름한 턱을 비롯한, 오뚝한 코와 매력적인 앵두 같은 입술. 여신처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제이시는 키가 169cm이라, 다른 여자 얘들보다 많이 컸다.
자신의 절친인 보통 키에 큰 눈과 두툼한 입술이 특징인 흑인 여자 렌과, 조금 작은 키에 짝 찢어진 매서운 눈매가 돋보이는 동양 여자인 슈와 같이, 모델워킹을 하며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제이시는 크고 예쁜 가슴이 보일듯 말듯 상의가 조금 파여 있는 하늘색 순면 티에, 잘록한 허리와 탱탱한 엉덩이가 돋보이는 조금 붙는 백색 면바지를 입고 있지만, 몸매가 말도 안 되게 매끈해서 끝내주게 섹시했다. 옆에 있는 렌과 슈도 녹색과 붉은색의 쫙 붙는 면 티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제이시와 렌 그리고 슈가 모델 워킹으로 도도하게 복도를 지나가자, 남자 애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 얘들의 시선을 즐기듯이 제이시는 코웃음을 치며 복도를 지나, 엘산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점점 다가왔다.
제이시와 눈이 마주친 엘산나는 사물함 문을 급히 닫고 교실로 들어가려 하는데, 렌이 빠르게 다가와 앞을 가로 막으며 비꼬듯이 말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 엉큼한 마녀! 제이시, 마녀 잡았어."
마녀, 이게 엘산나의 별명이다. 눈동자가 블루 아이스라, 꼭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제이시는 마치 다른 존재처럼 말도 안되게 예쁘지만, 불여우같이 도도하고 성격이 까칠하다. 제이시가 엘산나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마녀! 어떻게 학교 킹카인 마이클에게 꼬리 친 거야? 내가 마이클 찍은 거 몰라!"
렌이 갑자기 내 앞을 막아서며,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날 노려봤다. 나는 존재감이 없는 투명인간 같은 처지라, 엘산나를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엘산나가 제이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학교 킹카인 마이클이 며칠 전부터 엘산나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의도적으로 접근해 오기 시작한 다음부터다.
소문에 의하면 마이클은 천하에 바람둥이인데, 엘산나는 마이클의 호감표시에 좋아하고 기뻐한다. 반면 제이시는 마이클이 엘산나에게 호감 보일 때마다 열 받아 죽으려 한다.
"나는 꼬리친 적 없어… 그리고 내 이름은 엘산나 아틀란이야."
엘산나가 상대하기 싫다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제이시가 비웃듯 코웃음 쳤다. 제이시가 자신을 보고 있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제이시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제이시는 항상 나를 뚫어져라 빤히 바라본다. 그래서 얼핏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또한 제이시의 시선을 보고 있으면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제이시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그래? 그럼 마녀 엘산나양께서는 마이클에게 꼬리치신 적이 없다? 근데 왜, 마이클이 너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까? 퀸카인 내게 한 번도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건… 마이클이 자기 멋대로."
"뭐야? 너는 관심도 없는데 마이클이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웃기지마 마녀! 지금 내가 너보다 못하다는 거야!"
제이시가 화난 얼굴로 엘산나의 가슴을 가볍게 손으로 밀었다. 나는 엘산나와 제이시를 말리기 위해 다가가는데, 슈까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가만히 있어, 크리스.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렌, 슈."
제이시가 엘산나의 가슴을 계속 밀치기 시작해서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그때, 멀리서 여자얘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여자애들의 환호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기에, 짜증이 몰려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갤 돌렸다.
사자 같은 근육질 몸에 남자애들이 복도로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애들 중 가운데 있는 짧은 머리에 밝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놈이 바로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잘생긴 외모에 야생마 같은 매끈한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었어, 여자 얘들에게 인기 짱인 킹카다.
마이클이 엘산나에게 작업을 걸기위해, 살며시 미소 지으며 서서히 다가왔다. 제이시는 마이클이 다가오자, 엘산나를 내버려두고 냉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를 막고 있던 렌과 슈도 제이시를 따라 남자 애들에게 걸어갔다. 그러나 마이클이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엘산나에게 다가가자, 제이시의 눈빛이 또다시 날카로워 졌다.
"엘산나, 어제는 왜 않나왔어? 극장 앞에서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어~, 그게… 갑자기 차에 친 강아지가 급히 병원에 싣려 와서, 엄마와 같이 있느냐고… 미안해, 마이클."
"아니야, 나는 네가 누구 때문에 못 나오는 것 같아서 내심 걱정했었어. 그럼, 내일 6시에 극장 앞에서 만날까?"
마이클은 엘산나가 귀엽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몇 발짝 뒤에 서있는 나를 보며 피식 비웃고 다시 엘산나를 바라봤다.
"저어, 그게... 마이클, 나는."
"약속한 거다, 늦지 말고 나와. 내일 6시야. "
마이클은 강제적이지만 거절하기 힘든 고도에 작업 멘트를, 해맑게 미소 짓는 얼굴로 엘산나에게 태연하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마이클이 또다시 엘산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화가 났는지, 제이시는 강렬히 엘산나를 보려본 뒤, 나를 빤히 바라봤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바라보는 제이시의 눈동자가 살포시 떨리고 있었다. 내가 애써 시선을 피하자, 제이시는 마이클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제이시가 사라자자 엘산나는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얼굴이었지만, 내심 기분이 좋은지 들떠 보이는 모습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엘산나가 마이클에게 완전히 넘어간 것 같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어떻게든 둘이 만나는 것을 막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창가 끝 부분에 앉아있는 엘산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나는 엘산나와 가벼운 인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둘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영영 찢어 놓을 방법을 계속 궁리했지만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어느덧 마지막 수업이다. 역사 선생님이 칠판에 콜로라도 지도를 그려놓고 열변을 토하고 있으시다. 지루하고 어려운 역사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선생님은 역사는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항상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신다.
엘산나 또한 지루한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 나도 따라서 창밖을 바라봤다. 유리창에 반사된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밝은 갈색머리에 키가 183cm으로 남들보다 크지만, 몸이 많이 마르고 쇠약해서 덩치가 작다. 또한 눈이 극심히 안 좋아서 70년대에나 유행하던 왕눈이 안경을 끼고 있다. 옅은 푸른색 눈동자가 안경 때문에 밝은 갈색처럼 보인다. 아울러 일명 바가지 머리라고 불리는 재수 없는 머리를 한 내가 싫다.
아버지의 극심한 바람기에 엄마는 1년 전 이혼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고 3살 위인 형, 웨스커와 같이 살고 있다. 웨스커도 아버지의 강력한 유전자를 이어받았는지 여자라면 환장을 한다.
웨스커는 여자들과의 유흥비를 위해, 나에게 용돈은 물론 이발비도 주지 않는다. 내가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면, 동그란 원형 그릇을 머리에 씌우고 그대로 자른다. 그럼 지금 내 머리가 완성된다. 시력을 올리는 수술과 콘택트렌지 역시 말할 필요가 없고 꿈도 못 꾼다. 좆같은 웨스커, 꼭 친형이 아닌 것같다.
모든 수업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모두들 자신의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가기 시작해서, 나도 엘산나와 같이 교실을 나와 교문으로 향했다. 엘산나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엄마가 운영하시는 동물병원 쪽으로 걸어갔다. 역시 따스한 햇살 같은 엘산나의 미소, 내 입고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하교시간에 맞혀 오는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 나는 생각 외로 할일이 엄청 많다. 우선 빨래와 청소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웨스커는 집안 일을 아예 도와주지 않을 뿐더러, 뭐가 먹고 싶으니 요리책을 던져주며 만들라고 시키기 까지 한다. 처음엔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해서 욕과 구타를 많이 당했지만, 이제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법 잘 만든다.
집안일을 모두 끝내니, 어느덧 날이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한 나는, 저녁을 다 먹고 이제 좀 쉴까하는 마음으로 내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데 웨스커가 집에 들어왔다. 웨스커는 급한 약속 있는지 다급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을 헤집기 시작했다.
"햐~. 내가 방 정리한지 2시간도 안 지났는데, 옷을 헤집기 시작해서 또 어지러 놓고 있네."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웨스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 크리스! 내 가죽 재킷 어디 있어?"
웨스커의 소리침에 나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야! 형이 부르면 튀어 와야지, 굼벵이 같은 동작 봐라!"
웨스커가 옷장의 들쑤셔 놨어, 옷들이 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모습이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얼굴이 아주 잘생긴 웨스커는 조금 짧은 갈색머리와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키가 나처럼 180cm이라 여자들에게 인기 짱이다. 나는 한숨이 내쉬며, 널 부러져 있는 옷 사이에서 가죽 재킷을 찾기 위해 차근차근 정리했다.
옷을 찾아 건네주자, 웨스커는 가죽 재킷을 다급히 입고 몸에 향수를 뿌린 다음, 방을 나가며 나에게 뒷정리를 시켰다.
"그동안 작업했던 년하고 오늘 떡칠 거니깐, 12시까지 방 좀 치워 놔. 그리고 내방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 알지!"
"알았어, 형."
강제적인 명령, 그러나 하지 않으면 웨스커가 날 구타하기 때문에 나는 할 수없이 시키는 대로 방 정리를 한다. 어느덧 방 정리를 끝낸 나는 내 방으로 와 전등을 끄고 침대에 눕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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