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속에 멈춰진 기억들
조회 : 282 추천 : 0 글자수 : 5,874 자 2025-11-08
곧 숨이 끊어질 것같아 보이는 피투성이인 내가 산소 호흡기를 낀 채, 들것에 실려 다급히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수술복 차림에 치프(레지던트 수장)와 수간호사(간호사 수장) 옆에서 같이 들것을 잡고, 나를 옮기고 있는 제이시와 엄마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하고 있었다.
"크리스! 흑흑흑, 크리스~!"
수술실 안에서 남녀 어시스턴트과 함께 수술복 차림으로 대기 중이던 피터는, 트레샤 아줌나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많이 힘들고 너무 위험한 수술이라,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의료진도 항시 대기하고 있을 거야. 피터 네가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투입해 줄테니깐, 제이시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크리스를 살아야되."
"알았어 누나, 무조건 살려낼 테니깐 걱정하지마. 나 피터 세퍼슨이야. 곧 숨질 것같은 사람도, 내가 집도하면 살아난다는 신의 손."
"부원장님! 피터 과장님!"
트레샤 아줌마는 자동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치프의 소리침에 고갤 돌렸다. 황급히 나를 옮겨오는 치프와 수간호사를 본 트레샤 아줌마는, 수술실 안으로 따라 들어오려 하는 제이시와 엄마를 말렸다.
"들어가면 안돼, 제이시! 클로이 씨도 들어가시면 안돼요!"
"크리스~! 엄마, 크리스 살려줘!"
"흑흑흑, 부원장님 크리스를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 난 크리스 없이는 안돼. 흑흑흑, 그러니깐 제발 살려줘! 크리스를 살려줘~!"
"걱정하지마 제이시, 피터는 신의 손이야. 클로이 씨도 걱정하지 마세요. 피터가 수술해서 지금까지 못 살려낸 환자는 없습니다. 그러니 크리스는 반드시 살 겁니다."
트레샤 아줌마의 만류에 수술실로 들어가지 못한 엄마와 제이시는, 서서히 닫히는 문을 보며 소리내 오열했다. 엄마와 아빠가 병원 복도에서 피터와 트레샤 아줌마에게 감사하다는 얼굴로 인사하고 있었고, 서로 손을 꼭 잡고있는 나와 제이시는 부모님 뒤에 나란히 서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기적처럼 크리스를 살려주셨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의사로써 당연히 해야 할일 한 것뿐이다. 그러니 이런 감사 인사는 안하셔도 됩니다."
엄마 아빠의 감사 인사에 피터가 머쓱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자, 트레샤 아줌마가 가볍게 웃으셨다.
"크리스 어머님 아버님. 피터가 괜히 머쓱해서 이러는 겁니다, 그러니 기분 상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갑자기 자리를 비울수 없는 처지라 죄송하지만, 우리 제이시를 집까지 데려다 주시겠어요?"
"크리스가 걱정돼서 찾아와 준 제이시를 당연히 저희가 집에 데려다 줘야죠."
"그럼 부탁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분께 미리 말씀드렸다 시피, 크리스는 당분간 격하게 몸을 쓰는 운동은 물론이고 짐을 옮겨주는 알바도 하면 안됩니다. 그러니 방학 기간인 6월부터 8월 달까지 두분께서 주의를 주시면서 관리해 주셔야 합니다."
"예 부원장님, 명심하겠습니다. 피터 선생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가보겠다고 인사하자, 제이시는 트레샤 아줌마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피터에게는 최고라는 듯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
"엄마, 먼저 집에 갈께. 피터 외삼촌은 역시 신의 손, 완전 최고야! 짱, 짱, 짱!"
제이시의 상큼하고 발랄한 모습에 트레샤 아줌마가 웃으시며 피터에게 말했다.
"역시 운동선수라 그런지, 몸이 튼튼한 건 타고 났나봐. 보통사람들은 회복하려면 한달 정도가 걸리는데, 일주일만에 완전히 회복해서 퇴원하는 걸 보니, 왠지 제이시 남친으로 믿음직 스럽네."
웃고있는 트레샤 아줌마와는 상반되게 피터는 왠지 어두워 보이는 얼굴로, 병원 로비로 향하는 나와 제이시 그리고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걱정스럽게 나와 제이시를 바라보던 피터와 옆에 있던 트레샤 아줌마가 갑자기 흩어져 사리지자, 공간이 학교 복도로 변했다.
조금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검은색 얕은 긴팔티를 입고있는 내가 조금 우울한 얼굴로 복도 지나가고 있는데, 중앙 계단 앞에 모여 수다를 떨고있던 여자애들이 나를 보자마자 소곤거렸다.
"교통사고 때문에 살이 많이 빠졌나봐? 방학 기간인 3개월 동안 얼굴이 많이 가름해 졌어, 좀 날카로워 보여."
"그래, 예전처럼 조각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잘생기고 멋있었어, 나는 볼때마다 여전히 심쿵해."
"솔직히 크리스가 풋볼을 그만 둔 지금이 적극적으로 대쉬하면 꼬실수도 있는 절호에 찬스데, 제이시가 여친이라 완전 아깝다."
힘없이 학교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나에게, 고급스런 붉은 순면 티를 입은 제이시가 날 부르며 달려왔다.
“크리스! 같이 가!”
내가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바라보자, 제이시가 다가와 팔짱을 꼈다.
“여친을 내버려 두고 먼저가는 남친이 어디 있어?”
"제이시, 너 1학년 신입 환영회에 안갔어? 코치님과 감독님이 참석 안했다고 방방 뛸텐데."
내 말에 제이시가 눈썹을 찡그렸다.
"크리스, 내가 점심 시간에 오늘부로 치어리더 그만 둔다고 했던 말 잊어버린 거야?"
“아~, 미안해 제이시. 갑자기 머리가 좀 지끈거리고 정신이 약간 멍해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너 머리가 또 아픈 거야? 병원에 가봐야 되는거 아니야?"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 미안하니깐, 집까지 바래다줄게.”
제이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제이시와 같이 교문을 나서는데, 마이클이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마이클. 전학 온지 일주일도 않됐어, 2학년인 네가 3학년 오빠들을 제치고 주전선수로 발탁되다니. 정말로 축하해.“
여자 애들에게 둘러 싸여있던 마이클이 제이시를 보자마자 달려와 악수를 청했다.
"저기, 제이시 하밍턴이지? 반가워, 나는 마이클 메이터스야."
해맑게 웃고있는 마이클을 내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제이시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악수를 했다.
"나는 제이시의 남친인, 크리스 볼던이야."
내가 경계하는 서늘한 눈으로 악수를 청하자, 마이클은 웃고있지만 눈빛 속에 왠지 모를 날카로움이 어려있었다.
"네가 풋볼천재라고 TV에 나왔던, 크리스 볼던이구나. 반가워, 나도 너랑 포지션이 같은 쿼터백이야."
마이클은 나와 흔쾌히 악수를 했다. 하지만 손등에 핏대가 살며시 올라올 정도로 내 손을 꽉 잡았다. 나와 마이클이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며 묘한 기류로 악수하고 있는데, 제이시가 자신의 가슴이 내 왼팔에 파묻힐 정도로 팔짱을 켰다.
"오래간만에 같이 가는 거니깐, 빨리 가자 크리스."
"그래 그럼, 오늘은 영화보고 밥도 먹으면서 데이트 할까 제이시?"
데이트란 말에 제이시는 기분 좋은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승자처럼 입고리가 살며시 올라간 내가 자신을 얼핏 바라보며 제이시와 같이 걸어가자, 마이클이 뒤에서 말했다.
"코치님은 네가 치어리더를 그만 두지말고 계속 해주시길 바라고 계셔."
"나는 다시 치어리더를 할 생각이 없으니깐, 코치님에게 그대로 전해줘."
자신이 말을 걸어도 제이시가 뒤돌아보지 않고 도리어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자, 마이클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와~, 진짜 여신처럼 겁나게 예쁘고 몸매가 끝내주네. 그런데 애들 말대로 장난아니게 도도하고 엄청 쌀쌀맞구나."
마이클은 여자애들이 다가와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그자리에 멈춰서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제이시의 뒷모습을 바라만 봤다. 내 어깨에 몸을 기대고 있던 제이시가 날 올려다 봤다.
"크리스, 마이클이라는 애랑 악수할때 눈에서 불꽃 튀더라. 왜? 날 보자마자 완전 뻑갔어, 너 열받고 질투했지?"
"응, 너에게 뻑갔어 갑자기 작업 걸어오니깐. 괜히 나도 모르게 열받아서 순간 제이시 네가, 남자애들에게 인기 많은 걸 질투했어."
"그러니깐, 나 같이 끝내주게 예쁜 여친을 내버려 두고 혼자 집에 가지마. 매일 날 데려다 주면서 나에게 더 잘해, 알았지 크리스?"
내가 그윽한 얼굴로 제이시의 머릿결을 귀옆으로 쓸어 넘기며 미소지었다.
"미안해 제이시, 이제 매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앞으로 내가 너에게 더 잘할께."
환하게 미소 짓고있는 제이시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톡톡 두둘겼다. 내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자, 제이시가 살짝 눈썹을 찌프렸다.
"제, 제이시.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서 하라고?"
"왜? 사람들 때문에 부끄러웠어, 나와 약속한다는 증표를 못 남기겠어?"
제이시가 조금 삐친 얼굴로 입술을 살짝 내밀고 있자, 미소지은 내가 살며시 뺨을 잡고 가볍게 키스했다. 입술을 띤 내가 부끄럽게 웃자, 제이시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내 어깨에 다시 몸을 기댔다. 제이시의 손을 꼭 잡은 채 발맞혀 걷고있던 내가, 갑자기 고통스럽다는 얼굴로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급작스럽게 내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고 상체를 숙이자, 놀란 제이시가 걱정스러워 하는 얼굴로 내 등을 잡고 일으키려 했다.
"으아악, 으아악!"
"크리스!? 너 왜 그래, 괜찮아!? 뭐야!?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
"크아아악~! 크아아악~!"
고통어린 비명을 질러대는 내가 걱정스러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제이시가 계속 소리치며 몸을 흔들었다.
"크리스! 정신 놓지마 크리스! 절대 정신을 놓으면 안돼!"
"크아아악악~!! 으아아악악~!!"
죽을 것 같다는 고통에 절규와 함께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제이시가 극심히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날 흔들고 소리쳐 울었다.
"크리스! 정신 차려, 크리스~! 도와 주세요~! 크리스! 제발 도와주세요~!"
혼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날 흔들며, 절규 어리게 도와달라 목놓아 소리치는 제이시가 눈물을 쏟아냈다.
침울한 표정의 피터가 환자복을 입고 병실 침상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있자, 피터는 걱정스러워 하는 얼굴로 내 옆에 계시는 엄마와 아빠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아드님은 헤리성 기억 상실증 입니다."
헤리성 기억상실 증이라는 피터의 말에, 엄마와 아빠는 믿을수 없다는 얼굴로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헤, 헤리성 기억상실증이요?"
"예, 두분께 미리 말씀드렸다 시피. 고열로 혼절한 크리스가 깨어난 뒤로, 기억이 부분적이지만 온전치가 않았어 혹시나 했었는데. 검사결과, 점점 기억을 잃어버리는 헤리성 기억 상실증입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피터에게 묻자, 눈물을 글썽거리시는 엄마의 손을 아빠가 괜찮다는 듯이 꼭 잡으셨다.
"기억 상실증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멀쩡해요."
피터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내게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래? 그럼 사진속에 너와 같이있는 남자와 여자얘가 누군지 알겠니, 크리스?"
사진을 풋볼 유니폼을 입고있는 나와 애디 그리고 치어리더 복장에 제이시와 라라가, 해맑게 웃는 얼굴로 연습장 안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금발머리에 여자얘는 제이시고, 갈색머리에 남자와 여자얘는... 남자와 여자는, 그러니깐... 그러니깐, 갈색머리에."
사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내가 말을 머뭇거리며 애디와 라라 라고 답을 못하자, 엄마는 눈물을 말없이 떨어트렸다.
"남자얘는 7살때부터 너의 절친인 애디 벤트닝. 그리고 여자얘는 11살때부터 단짝 친구였던 라라 포터 란다."
피터의 말에 내가 홀란스러운지 눈동자를 심하게 떨고있자, 아빠는 슬픔과 착잡함이 뒤썩인 얼굴로 눈을 감으셨다.
"크리스! 흑흑흑, 크리스~!"
수술실 안에서 남녀 어시스턴트과 함께 수술복 차림으로 대기 중이던 피터는, 트레샤 아줌나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많이 힘들고 너무 위험한 수술이라,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의료진도 항시 대기하고 있을 거야. 피터 네가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투입해 줄테니깐, 제이시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크리스를 살아야되."
"알았어 누나, 무조건 살려낼 테니깐 걱정하지마. 나 피터 세퍼슨이야. 곧 숨질 것같은 사람도, 내가 집도하면 살아난다는 신의 손."
"부원장님! 피터 과장님!"
트레샤 아줌마는 자동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치프의 소리침에 고갤 돌렸다. 황급히 나를 옮겨오는 치프와 수간호사를 본 트레샤 아줌마는, 수술실 안으로 따라 들어오려 하는 제이시와 엄마를 말렸다.
"들어가면 안돼, 제이시! 클로이 씨도 들어가시면 안돼요!"
"크리스~! 엄마, 크리스 살려줘!"
"흑흑흑, 부원장님 크리스를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 난 크리스 없이는 안돼. 흑흑흑, 그러니깐 제발 살려줘! 크리스를 살려줘~!"
"걱정하지마 제이시, 피터는 신의 손이야. 클로이 씨도 걱정하지 마세요. 피터가 수술해서 지금까지 못 살려낸 환자는 없습니다. 그러니 크리스는 반드시 살 겁니다."
트레샤 아줌마의 만류에 수술실로 들어가지 못한 엄마와 제이시는, 서서히 닫히는 문을 보며 소리내 오열했다. 엄마와 아빠가 병원 복도에서 피터와 트레샤 아줌마에게 감사하다는 얼굴로 인사하고 있었고, 서로 손을 꼭 잡고있는 나와 제이시는 부모님 뒤에 나란히 서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기적처럼 크리스를 살려주셨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의사로써 당연히 해야 할일 한 것뿐이다. 그러니 이런 감사 인사는 안하셔도 됩니다."
엄마 아빠의 감사 인사에 피터가 머쓱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자, 트레샤 아줌마가 가볍게 웃으셨다.
"크리스 어머님 아버님. 피터가 괜히 머쓱해서 이러는 겁니다, 그러니 기분 상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갑자기 자리를 비울수 없는 처지라 죄송하지만, 우리 제이시를 집까지 데려다 주시겠어요?"
"크리스가 걱정돼서 찾아와 준 제이시를 당연히 저희가 집에 데려다 줘야죠."
"그럼 부탁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분께 미리 말씀드렸다 시피, 크리스는 당분간 격하게 몸을 쓰는 운동은 물론이고 짐을 옮겨주는 알바도 하면 안됩니다. 그러니 방학 기간인 6월부터 8월 달까지 두분께서 주의를 주시면서 관리해 주셔야 합니다."
"예 부원장님, 명심하겠습니다. 피터 선생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가보겠다고 인사하자, 제이시는 트레샤 아줌마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피터에게는 최고라는 듯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
"엄마, 먼저 집에 갈께. 피터 외삼촌은 역시 신의 손, 완전 최고야! 짱, 짱, 짱!"
제이시의 상큼하고 발랄한 모습에 트레샤 아줌마가 웃으시며 피터에게 말했다.
"역시 운동선수라 그런지, 몸이 튼튼한 건 타고 났나봐. 보통사람들은 회복하려면 한달 정도가 걸리는데, 일주일만에 완전히 회복해서 퇴원하는 걸 보니, 왠지 제이시 남친으로 믿음직 스럽네."
웃고있는 트레샤 아줌마와는 상반되게 피터는 왠지 어두워 보이는 얼굴로, 병원 로비로 향하는 나와 제이시 그리고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걱정스럽게 나와 제이시를 바라보던 피터와 옆에 있던 트레샤 아줌마가 갑자기 흩어져 사리지자, 공간이 학교 복도로 변했다.
조금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검은색 얕은 긴팔티를 입고있는 내가 조금 우울한 얼굴로 복도 지나가고 있는데, 중앙 계단 앞에 모여 수다를 떨고있던 여자애들이 나를 보자마자 소곤거렸다.
"교통사고 때문에 살이 많이 빠졌나봐? 방학 기간인 3개월 동안 얼굴이 많이 가름해 졌어, 좀 날카로워 보여."
"그래, 예전처럼 조각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잘생기고 멋있었어, 나는 볼때마다 여전히 심쿵해."
"솔직히 크리스가 풋볼을 그만 둔 지금이 적극적으로 대쉬하면 꼬실수도 있는 절호에 찬스데, 제이시가 여친이라 완전 아깝다."
힘없이 학교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나에게, 고급스런 붉은 순면 티를 입은 제이시가 날 부르며 달려왔다.
“크리스! 같이 가!”
내가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바라보자, 제이시가 다가와 팔짱을 꼈다.
“여친을 내버려 두고 먼저가는 남친이 어디 있어?”
"제이시, 너 1학년 신입 환영회에 안갔어? 코치님과 감독님이 참석 안했다고 방방 뛸텐데."
내 말에 제이시가 눈썹을 찡그렸다.
"크리스, 내가 점심 시간에 오늘부로 치어리더 그만 둔다고 했던 말 잊어버린 거야?"
“아~, 미안해 제이시. 갑자기 머리가 좀 지끈거리고 정신이 약간 멍해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너 머리가 또 아픈 거야? 병원에 가봐야 되는거 아니야?"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 미안하니깐, 집까지 바래다줄게.”
제이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제이시와 같이 교문을 나서는데, 마이클이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마이클. 전학 온지 일주일도 않됐어, 2학년인 네가 3학년 오빠들을 제치고 주전선수로 발탁되다니. 정말로 축하해.“
여자 애들에게 둘러 싸여있던 마이클이 제이시를 보자마자 달려와 악수를 청했다.
"저기, 제이시 하밍턴이지? 반가워, 나는 마이클 메이터스야."
해맑게 웃고있는 마이클을 내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제이시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가볍게 악수를 했다.
"나는 제이시의 남친인, 크리스 볼던이야."
내가 경계하는 서늘한 눈으로 악수를 청하자, 마이클은 웃고있지만 눈빛 속에 왠지 모를 날카로움이 어려있었다.
"네가 풋볼천재라고 TV에 나왔던, 크리스 볼던이구나. 반가워, 나도 너랑 포지션이 같은 쿼터백이야."
마이클은 나와 흔쾌히 악수를 했다. 하지만 손등에 핏대가 살며시 올라올 정도로 내 손을 꽉 잡았다. 나와 마이클이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며 묘한 기류로 악수하고 있는데, 제이시가 자신의 가슴이 내 왼팔에 파묻힐 정도로 팔짱을 켰다.
"오래간만에 같이 가는 거니깐, 빨리 가자 크리스."
"그래 그럼, 오늘은 영화보고 밥도 먹으면서 데이트 할까 제이시?"
데이트란 말에 제이시는 기분 좋은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승자처럼 입고리가 살며시 올라간 내가 자신을 얼핏 바라보며 제이시와 같이 걸어가자, 마이클이 뒤에서 말했다.
"코치님은 네가 치어리더를 그만 두지말고 계속 해주시길 바라고 계셔."
"나는 다시 치어리더를 할 생각이 없으니깐, 코치님에게 그대로 전해줘."
자신이 말을 걸어도 제이시가 뒤돌아보지 않고 도리어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자, 마이클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와~, 진짜 여신처럼 겁나게 예쁘고 몸매가 끝내주네. 그런데 애들 말대로 장난아니게 도도하고 엄청 쌀쌀맞구나."
마이클은 여자애들이 다가와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그자리에 멈춰서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제이시의 뒷모습을 바라만 봤다. 내 어깨에 몸을 기대고 있던 제이시가 날 올려다 봤다.
"크리스, 마이클이라는 애랑 악수할때 눈에서 불꽃 튀더라. 왜? 날 보자마자 완전 뻑갔어, 너 열받고 질투했지?"
"응, 너에게 뻑갔어 갑자기 작업 걸어오니깐. 괜히 나도 모르게 열받아서 순간 제이시 네가, 남자애들에게 인기 많은 걸 질투했어."
"그러니깐, 나 같이 끝내주게 예쁜 여친을 내버려 두고 혼자 집에 가지마. 매일 날 데려다 주면서 나에게 더 잘해, 알았지 크리스?"
내가 그윽한 얼굴로 제이시의 머릿결을 귀옆으로 쓸어 넘기며 미소지었다.
"미안해 제이시, 이제 매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앞으로 내가 너에게 더 잘할께."
환하게 미소 짓고있는 제이시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톡톡 두둘겼다. 내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자, 제이시가 살짝 눈썹을 찌프렸다.
"제, 제이시.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서 하라고?"
"왜? 사람들 때문에 부끄러웠어, 나와 약속한다는 증표를 못 남기겠어?"
제이시가 조금 삐친 얼굴로 입술을 살짝 내밀고 있자, 미소지은 내가 살며시 뺨을 잡고 가볍게 키스했다. 입술을 띤 내가 부끄럽게 웃자, 제이시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내 어깨에 다시 몸을 기댔다. 제이시의 손을 꼭 잡은 채 발맞혀 걷고있던 내가, 갑자기 고통스럽다는 얼굴로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급작스럽게 내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고 상체를 숙이자, 놀란 제이시가 걱정스러워 하는 얼굴로 내 등을 잡고 일으키려 했다.
"으아악, 으아악!"
"크리스!? 너 왜 그래, 괜찮아!? 뭐야!?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
"크아아악~! 크아아악~!"
고통어린 비명을 질러대는 내가 걱정스러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제이시가 계속 소리치며 몸을 흔들었다.
"크리스! 정신 놓지마 크리스! 절대 정신을 놓으면 안돼!"
"크아아악악~!! 으아아악악~!!"
죽을 것 같다는 고통에 절규와 함께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제이시가 극심히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날 흔들고 소리쳐 울었다.
"크리스! 정신 차려, 크리스~! 도와 주세요~! 크리스! 제발 도와주세요~!"
혼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날 흔들며, 절규 어리게 도와달라 목놓아 소리치는 제이시가 눈물을 쏟아냈다.
침울한 표정의 피터가 환자복을 입고 병실 침상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있자, 피터는 걱정스러워 하는 얼굴로 내 옆에 계시는 엄마와 아빠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아드님은 헤리성 기억 상실증 입니다."
헤리성 기억상실 증이라는 피터의 말에, 엄마와 아빠는 믿을수 없다는 얼굴로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헤, 헤리성 기억상실증이요?"
"예, 두분께 미리 말씀드렸다 시피. 고열로 혼절한 크리스가 깨어난 뒤로, 기억이 부분적이지만 온전치가 않았어 혹시나 했었는데. 검사결과, 점점 기억을 잃어버리는 헤리성 기억 상실증입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피터에게 묻자, 눈물을 글썽거리시는 엄마의 손을 아빠가 괜찮다는 듯이 꼭 잡으셨다.
"기억 상실증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멀쩡해요."
피터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내게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래? 그럼 사진속에 너와 같이있는 남자와 여자얘가 누군지 알겠니, 크리스?"
사진을 풋볼 유니폼을 입고있는 나와 애디 그리고 치어리더 복장에 제이시와 라라가, 해맑게 웃는 얼굴로 연습장 안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금발머리에 여자얘는 제이시고, 갈색머리에 남자와 여자얘는... 남자와 여자는, 그러니깐... 그러니깐, 갈색머리에."
사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내가 말을 머뭇거리며 애디와 라라 라고 답을 못하자, 엄마는 눈물을 말없이 떨어트렸다.
"남자얘는 7살때부터 너의 절친인 애디 벤트닝. 그리고 여자얘는 11살때부터 단짝 친구였던 라라 포터 란다."
피터의 말에 내가 홀란스러운지 눈동자를 심하게 떨고있자, 아빠는 슬픔과 착잡함이 뒤썩인 얼굴로 눈을 감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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