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톱니바퀴(1)
조회 : 296 추천 : 0 글자수 : 6,118 자 2025-12-08
-윙윙윙윙윙~! 취취취취취~!-
시끄러운 괴음과 함께 MRI 기계가 회전하자, 생겨나 레이저 빔이 내 이마에 십자선을 그리며 서서히 전신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형으로 회전하는 기계 속으로 내 몸이 모두 들어가자, 투명 유리 벽으로 된 검사실 맞은편에 있는 영상실 모니터로 MRI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자외선 탐지기 같은 회색 영상으로 내 전신이 출력되며, 옆으로 작은 그래프가 숨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진료실 책상에 앉아 어둡고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던 의사가, 가족들과 함께 있는 나에게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아드님은 현재 의학계에서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수한 유형으로, 손상된 자율 신경계가 재생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면역체와 체온 신경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가, 전혀 안돼고 있는 희귀병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진단에 내가 충격을 먹은 얼굴로 눈동자를 숨없이 떨고 있었다. 희귀병이라는 말에 엄마는 눈물을 글썽 거리셨고, 아빠는 침울한 얼굴로 눈가가 촉촉해 지셨다. 도저히 믿지 못하게다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헛웃음 잠시 내뱉던 형은, 말없이 떨어지는 엄마의 눈물과 가슴이 찢어진다는 아빠의 깊은 한숨에,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 하... 희귀병이요? 그것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수한 유형이라고요? 그럼, 치료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요?"
"죄송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솔직히 덴버 종합의료센터에 피터 세퍼슨 선생님의 부탁으로, 많은 교수님들에 자문을 받아 연구진이 치료법을 찾으려 했지만. 검사결과 아드님은 경미한 뇌신경 손상과 그에 따른 미미한 뇌세포 감소, 그리고 약간에 호르몬 불균형만 있었어. 원래는 약물치료 만으로도 가볍게 완치가 되는 뇌신경계 질환인데, 아드님의 증상이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것이 저희들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희는 선생님만 믿고, 덴버에서 이곳 뉴욕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치료법이 없다는 무책임한 말씀을 하시면, 저희더러 어떻게 하란 겁니까?"
착잡하다는 얼굴로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아빠가 한탄스럽게 묻자, 의사는 엄마와 형의 슬픈 시선을 애써 피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만 하지마시고, 방법을... 방법을 제시해 주셔야죠. 연구중이거나, 실험하고 있는 치료법도 없는 겁니까!?"
가슴이 메어진다는 슬픔에 찬 눈으로 울먹이며 묻는 엄마에게, 의사 또한 마음이 아프다는 무거운 얼굴로 답했다.
"현재 연구원들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신경계 조직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계발중인 치료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임상실험 초기 단계라, 아직 사람에게 직접적인 처치를 할수는 없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신면, 치료법을 찾을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데요? 6개월, 아님 1년... 아직 연구하고 실험 중이니깐, 5년 뒤나 10년 후!"
흔들리는 시선으로 묵묵히 있던 내가 점점 갈수록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의사에게 서럽다는 듯이 물었다.
"6개월 만에 이렇게 몸이 마르고 기억을 점점 더 심하게 잃어버리고 있으니깐, 나중에 치료법이 계발된다 해도! 그땐 이미 가족들의 기억마져 모두 잃어버린 뼈받게 없는 미라같은 내가!... 병원 침상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흑흑."
억울함과 서러움이 복받혀 한탄스럽게 말하고 있던 내가 고인 눈물을 떨어트리며 울기 시작하자, 엄마가 날 감싸 안고 눈물 흘리셨다.
"울지마 크리스, 흑흑... 치료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깐... 흑흑, 울지마 크리스."
형은 울고있는 나와 엄마를 말없이 감싸 안으며,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것같은 눈물을 말없이 떨어 트렸다. 아빠가 착잡함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슬픈 얼굴로 눈을 지그시 감으며 깊은 탄식을 뿜어내시는데, 진료실 안에 들어온 간호사가 의사에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과장님. 진료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어, 다음 환자분들이 불편해 하시고 계습니다."
"정말로 죄송하지만, 치료법은 제가 다른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에게 자문을 구해, 차후 연락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의사가 알았다는 얼굴로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에게 말하자, 간호사는 빨리 나오라는 듯이 문을 열고 진료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의 말없는 압박에, 아빠는 날 감싼 채 울고 계시는 엄마의 손을 꼭잡고 돌아가자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로비 옆에 있는 접수 창고에서 병원비를 수납하고 계시던 아빠는, 2만 달러에 육박하는 계산서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잠시 그늘이 드리워진 어두운 얼굴로 계산서를 보고 계시던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브래드 볼던씨, 콜로라도 연방 은행입니다. 대출받으신 5만 달러에 대한 원금은 물론, 금리 또한 약속하신 기일에 상환하지 않으셨어. 일주일 안으로 모든 금액을 상환하지 않으시면, 절차상 주택 가압류 조치를 취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통보해 드립니다."
"가압류요!? 약속한 날을 어겨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아들이 뉴욕 종합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받는 바람에, 돈이란 돈은 모두 병원비로 지출한 생태입니다. 그러니 일주일 안으로는 상환 할수 없는 처지라, 기한을 조금만 더 연장해 주십시오. 제가 어떤일이 있더라도 꼭, 보름 안으로 모두 상환하겠습니다."
"브래드 볼던씨의 사정이 딱하신 건, 저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건 원칙이 있고, 회사에도 입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더이상에 기한 연장은 해드릴수 없습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아픈 아들을 살려야 하는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같은 아버지이시니깐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 한번만 더 기한 연장을 해주신다면, 보름 안으로 무조건 상환하겠습다. 만약 상환하지 못한다면, 그 즉시 주택을 가압류 한다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햐~, 그럼 제 권한으로 일주일 더 기한을 연장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신다면, 보름 뒤 저희 직원들이 주택에 찾아가 가압류 초치를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절박하고 애절하게 은행 직원과 통화 하시던 아빠는 기한 연장을 해준다는 말에, 살았다는 얼굴로 안도하시며 전화를 끊었다. 아빠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안도에 숨을 내쉬며, 병원 출입문 우측에 있는 방문객 쉼터 의자에 앉아있는 나와 웨스커에게 천천히 걸어오시는데, 넋놓은 사람처럼 눈물을 쏟아내시는 엄마가 로비 좌측 통로 앞에 가만히 서 계셨다. 혼이 나간 얼굴로 제자리에 선 채, 말없이 눈물만 흘리시는 엄마를 발견한 아빠가 다급히 다가 가셨다.
"여보, 왜 그래? 여보!? 클로이!"
아빠가 정신차리나는 듯이 양 어깨를 잡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엄마는 숨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눈물을 쏟아내셨다.
"브, 브래드. 흑흑흑, 어떡해? 어떡해 여보, 크리스가... 흑흑흑, 크리스가 얼마 살지 못한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진료하신 선생님께서 크리스는, 흑흑흑. 크리스는 고열로 인해 언제 심장이 멈췄어, 흑흑흑. 죽을 줄 모른데."
"정말이야? 정말로 선생님이 크리스가 언제 죽을 줄 모르다고 하셨어!?"
"흑흑, 어떡해 여보. 우리 크리스 불쌍해서, 흑흑 어떡해?"
엄마가 울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는 상당한 충격을 받으셨는지 가만히 선 채 눈동자만 숨없이 떨렸다. 잠시동안 넋을 놓고 계시던 아빠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숨없이 울고 계시는 엄마를 와락 안고 머리를 쓰담았다.
"울지마 여보, 크리스가 왜 죽어? 아니야, 절대 그럴일 없어. 분명 검사상 오류나 어떤 착오가 있었을 거야, 크리스는 안 죽어. 그러니 울지마, 울지마 여보."
아빠는 스스로를 위로하시는 것처럼, 자신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고계신 엄마를 보듬어 주시며 울지마 라고 계속 말했다. 말없이 서로를 다독이시는 것같은 엄마 아빠는 나와 형이 다가오자, 애써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 아빠. 왜그래, 무슨 일 있어?"
형과 내가 시선이 떨리고 있는 어두운 얼굴로 묻자, 아빠는 애써 웃으시며 엄마의 손을 꼭 잡으셨다.
"무슨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엄마가 좀 울적해 해서, 아빠가 달래준 거야. 신혼때 이후로는 한번도 뉴욕에 와보지 못했는데, 20년 만이라 감회가 새롭네."
"웨스커, 엄마 기분 전환 좀 하게 네가 가이드를 맞아서 뉴욕 구경 좀 시켜줘."
"그래 여보, 오늘은 다같이 뉴욕 관광을 해보는 거야."
애써 웃고 계시는 아버지를 좀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던 형이 피식 웃었다.
"알았어, 엄마 아빠. 내가 유명한 포토 명소에서 인생샷을 남길수 있게 안내 할게요. 나만 믿고 따라들 오세요, 존잘 꽃미남 가이드를 만나는 건 흔치 않아요."
조금 가라 앉았던 분위기가 형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코믹한 말투에 다시금 유쾌하게 바꼈다. 병원 로비를 나온 형이 앞장서서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가 웃으며 뒤따라 갔다. 쉐보러 흰색 SUV에 도착한 형이 뒷좌석 문을 열고, 엄마에게 쇼맨십 넘치게 인사했다.
"아름다운 사모님께서 만족하실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가이드 해드리겠습니다."
"풋, 웨스커. 너 지금 엄청 웃긴 거, 알고 있는 거지?"
"엄마. 우울해 하는 크리스를 위해서 내가 노력하는데, 분위기를 좀 맞혀줘 봐."
"어머나.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가이드 해주는 건 처음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부탁대로 엄마가 분위기를 맞혀 환하게 미소지으며 뒷좌석에 오르자, 표정이 좀 우울해 보였던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가볍게 고갤 좌우로 저었다. 웃음을 머금은 내가 뒷좌석에 올라타자, 형이 정중하게 인사한 뒤 문을 닫았다.
"거 참, 누구 아들인지 겁나 잘생긴 만큼 매너가 끝내주네요. 잘 부탁 드립니다, 존잘 가이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성심을 다해 안내 하겠습니다."
아빠가 조수석 문을 열며 잘했다는 듯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형이 피식 미소를 머금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형이 운전하는 쉐보레 SUV 차량이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이동했다.
웃음을 가득 머금고 운전하는 형과 조수석에서 그런 분위기를 맞혀주는 아버지, 그리고 뒷좌석에서 좀 어이없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나를 엄마가 팔짱을 꼈다. 형 옆으로 보였던 차량 안에 있던 시계의 날짜가 1월에서 3월로 변하자, 갑자기 공간이 흩어지며 우리집 마당 앞으로 공간이 바꼈다.
정차된 바이크에 앉아있는 형의 얼굴이 점점 갈수록 일그러지며, 눈에서 분노가 조금씩 어리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뺨이 붉게 부어있는 엄마가, 계단 밑에 멈춰서서 떨리는 눈으로 형을 바라보며 눈물을 솓아내고 계셨고, 입술이 터져 한쪽 눈에 피멍이 들어있는 동시에 안경에 조금 금이 가있는 17살인 된 내가 떨리는 시선으로 현관 앞에 서있었다. 아빠와 내연녀가 거실에 같이있는 것을 열려진 현관문 사이로 본 형은, 일그러진 얼굴로 바이크에서 내려 울고계신 엄마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폈다.
"엄마, 얼굴이 왜 이래!? 아빠에게 맞은 거야!?"
자신의 물음에 엄마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시며 울음을 터트리자, 형은 순간 이빨을 드러내고 눈에 핏대가 어렸다. 형은 분기에 곧 이성을 잃어버릴 것같은 사람처럼 극심하게 일그러진 무서운 얼굴로, 거친 숨을 뿜어내며 팔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주먹을 꽉주고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크리스, 엄마 옆에 가 있어."
"형."
"어서! 엄마 옆으로 가!"
애써 끓어오르는 화를 참는 것같이 소리치는 형의 말대로, 내가 울고계시는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내가 괜찮냐는 듯이 엄마를 꼭 안아주자, 형은 가슴 안에 있던 불같은 화를 내 뱉는 것처럼, 떨리는 깊은 숨을 뿜어내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화가난 얼굴로 술병 채 들고 마시는 아빠와 그 옆에 서있는 30대 중반에 내연녀를, 형이 죽일듯이 매섭게 노려봤다.
시끄러운 괴음과 함께 MRI 기계가 회전하자, 생겨나 레이저 빔이 내 이마에 십자선을 그리며 서서히 전신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형으로 회전하는 기계 속으로 내 몸이 모두 들어가자, 투명 유리 벽으로 된 검사실 맞은편에 있는 영상실 모니터로 MRI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다. 자외선 탐지기 같은 회색 영상으로 내 전신이 출력되며, 옆으로 작은 그래프가 숨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진료실 책상에 앉아 어둡고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던 의사가, 가족들과 함께 있는 나에게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아드님은 현재 의학계에서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수한 유형으로, 손상된 자율 신경계가 재생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면역체와 체온 신경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가, 전혀 안돼고 있는 희귀병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진단에 내가 충격을 먹은 얼굴로 눈동자를 숨없이 떨고 있었다. 희귀병이라는 말에 엄마는 눈물을 글썽 거리셨고, 아빠는 침울한 얼굴로 눈가가 촉촉해 지셨다. 도저히 믿지 못하게다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헛웃음 잠시 내뱉던 형은, 말없이 떨어지는 엄마의 눈물과 가슴이 찢어진다는 아빠의 깊은 한숨에,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 하... 희귀병이요? 그것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수한 유형이라고요? 그럼, 치료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요?"
"죄송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솔직히 덴버 종합의료센터에 피터 세퍼슨 선생님의 부탁으로, 많은 교수님들에 자문을 받아 연구진이 치료법을 찾으려 했지만. 검사결과 아드님은 경미한 뇌신경 손상과 그에 따른 미미한 뇌세포 감소, 그리고 약간에 호르몬 불균형만 있었어. 원래는 약물치료 만으로도 가볍게 완치가 되는 뇌신경계 질환인데, 아드님의 증상이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것이 저희들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희는 선생님만 믿고, 덴버에서 이곳 뉴욕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치료법이 없다는 무책임한 말씀을 하시면, 저희더러 어떻게 하란 겁니까?"
착잡하다는 얼굴로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아빠가 한탄스럽게 묻자, 의사는 엄마와 형의 슬픈 시선을 애써 피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만 하지마시고, 방법을... 방법을 제시해 주셔야죠. 연구중이거나, 실험하고 있는 치료법도 없는 겁니까!?"
가슴이 메어진다는 슬픔에 찬 눈으로 울먹이며 묻는 엄마에게, 의사 또한 마음이 아프다는 무거운 얼굴로 답했다.
"현재 연구원들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신경계 조직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계발중인 치료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임상실험 초기 단계라, 아직 사람에게 직접적인 처치를 할수는 없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신면, 치료법을 찾을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데요? 6개월, 아님 1년... 아직 연구하고 실험 중이니깐, 5년 뒤나 10년 후!"
흔들리는 시선으로 묵묵히 있던 내가 점점 갈수록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의사에게 서럽다는 듯이 물었다.
"6개월 만에 이렇게 몸이 마르고 기억을 점점 더 심하게 잃어버리고 있으니깐, 나중에 치료법이 계발된다 해도! 그땐 이미 가족들의 기억마져 모두 잃어버린 뼈받게 없는 미라같은 내가!... 병원 침상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흑흑."
억울함과 서러움이 복받혀 한탄스럽게 말하고 있던 내가 고인 눈물을 떨어트리며 울기 시작하자, 엄마가 날 감싸 안고 눈물 흘리셨다.
"울지마 크리스, 흑흑... 치료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깐... 흑흑, 울지마 크리스."
형은 울고있는 나와 엄마를 말없이 감싸 안으며,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것같은 눈물을 말없이 떨어 트렸다. 아빠가 착잡함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슬픈 얼굴로 눈을 지그시 감으며 깊은 탄식을 뿜어내시는데, 진료실 안에 들어온 간호사가 의사에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과장님. 진료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어, 다음 환자분들이 불편해 하시고 계습니다."
"정말로 죄송하지만, 치료법은 제가 다른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에게 자문을 구해, 차후 연락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의사가 알았다는 얼굴로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에게 말하자, 간호사는 빨리 나오라는 듯이 문을 열고 진료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의 말없는 압박에, 아빠는 날 감싼 채 울고 계시는 엄마의 손을 꼭잡고 돌아가자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로비 옆에 있는 접수 창고에서 병원비를 수납하고 계시던 아빠는, 2만 달러에 육박하는 계산서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잠시 그늘이 드리워진 어두운 얼굴로 계산서를 보고 계시던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브래드 볼던씨, 콜로라도 연방 은행입니다. 대출받으신 5만 달러에 대한 원금은 물론, 금리 또한 약속하신 기일에 상환하지 않으셨어. 일주일 안으로 모든 금액을 상환하지 않으시면, 절차상 주택 가압류 조치를 취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통보해 드립니다."
"가압류요!? 약속한 날을 어겨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아들이 뉴욕 종합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받는 바람에, 돈이란 돈은 모두 병원비로 지출한 생태입니다. 그러니 일주일 안으로는 상환 할수 없는 처지라, 기한을 조금만 더 연장해 주십시오. 제가 어떤일이 있더라도 꼭, 보름 안으로 모두 상환하겠습니다."
"브래드 볼던씨의 사정이 딱하신 건, 저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건 원칙이 있고, 회사에도 입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더이상에 기한 연장은 해드릴수 없습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아픈 아들을 살려야 하는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같은 아버지이시니깐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 한번만 더 기한 연장을 해주신다면, 보름 안으로 무조건 상환하겠습다. 만약 상환하지 못한다면, 그 즉시 주택을 가압류 한다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햐~, 그럼 제 권한으로 일주일 더 기한을 연장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신다면, 보름 뒤 저희 직원들이 주택에 찾아가 가압류 초치를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절박하고 애절하게 은행 직원과 통화 하시던 아빠는 기한 연장을 해준다는 말에, 살았다는 얼굴로 안도하시며 전화를 끊었다. 아빠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안도에 숨을 내쉬며, 병원 출입문 우측에 있는 방문객 쉼터 의자에 앉아있는 나와 웨스커에게 천천히 걸어오시는데, 넋놓은 사람처럼 눈물을 쏟아내시는 엄마가 로비 좌측 통로 앞에 가만히 서 계셨다. 혼이 나간 얼굴로 제자리에 선 채, 말없이 눈물만 흘리시는 엄마를 발견한 아빠가 다급히 다가 가셨다.
"여보, 왜 그래? 여보!? 클로이!"
아빠가 정신차리나는 듯이 양 어깨를 잡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엄마는 숨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눈물을 쏟아내셨다.
"브, 브래드. 흑흑흑, 어떡해? 어떡해 여보, 크리스가... 흑흑흑, 크리스가 얼마 살지 못한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진료하신 선생님께서 크리스는, 흑흑흑. 크리스는 고열로 인해 언제 심장이 멈췄어, 흑흑흑. 죽을 줄 모른데."
"정말이야? 정말로 선생님이 크리스가 언제 죽을 줄 모르다고 하셨어!?"
"흑흑, 어떡해 여보. 우리 크리스 불쌍해서, 흑흑 어떡해?"
엄마가 울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는 상당한 충격을 받으셨는지 가만히 선 채 눈동자만 숨없이 떨렸다. 잠시동안 넋을 놓고 계시던 아빠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숨없이 울고 계시는 엄마를 와락 안고 머리를 쓰담았다.
"울지마 여보, 크리스가 왜 죽어? 아니야, 절대 그럴일 없어. 분명 검사상 오류나 어떤 착오가 있었을 거야, 크리스는 안 죽어. 그러니 울지마, 울지마 여보."
아빠는 스스로를 위로하시는 것처럼, 자신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고계신 엄마를 보듬어 주시며 울지마 라고 계속 말했다. 말없이 서로를 다독이시는 것같은 엄마 아빠는 나와 형이 다가오자, 애써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 아빠. 왜그래, 무슨 일 있어?"
형과 내가 시선이 떨리고 있는 어두운 얼굴로 묻자, 아빠는 애써 웃으시며 엄마의 손을 꼭 잡으셨다.
"무슨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엄마가 좀 울적해 해서, 아빠가 달래준 거야. 신혼때 이후로는 한번도 뉴욕에 와보지 못했는데, 20년 만이라 감회가 새롭네."
"웨스커, 엄마 기분 전환 좀 하게 네가 가이드를 맞아서 뉴욕 구경 좀 시켜줘."
"그래 여보, 오늘은 다같이 뉴욕 관광을 해보는 거야."
애써 웃고 계시는 아버지를 좀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던 형이 피식 웃었다.
"알았어, 엄마 아빠. 내가 유명한 포토 명소에서 인생샷을 남길수 있게 안내 할게요. 나만 믿고 따라들 오세요, 존잘 꽃미남 가이드를 만나는 건 흔치 않아요."
조금 가라 앉았던 분위기가 형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코믹한 말투에 다시금 유쾌하게 바꼈다. 병원 로비를 나온 형이 앞장서서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가 웃으며 뒤따라 갔다. 쉐보러 흰색 SUV에 도착한 형이 뒷좌석 문을 열고, 엄마에게 쇼맨십 넘치게 인사했다.
"아름다운 사모님께서 만족하실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가이드 해드리겠습니다."
"풋, 웨스커. 너 지금 엄청 웃긴 거, 알고 있는 거지?"
"엄마. 우울해 하는 크리스를 위해서 내가 노력하는데, 분위기를 좀 맞혀줘 봐."
"어머나.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가이드 해주는 건 처음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부탁대로 엄마가 분위기를 맞혀 환하게 미소지으며 뒷좌석에 오르자, 표정이 좀 우울해 보였던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가볍게 고갤 좌우로 저었다. 웃음을 머금은 내가 뒷좌석에 올라타자, 형이 정중하게 인사한 뒤 문을 닫았다.
"거 참, 누구 아들인지 겁나 잘생긴 만큼 매너가 끝내주네요. 잘 부탁 드립니다, 존잘 가이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성심을 다해 안내 하겠습니다."
아빠가 조수석 문을 열며 잘했다는 듯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형이 피식 미소를 머금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형이 운전하는 쉐보레 SUV 차량이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이동했다.
웃음을 가득 머금고 운전하는 형과 조수석에서 그런 분위기를 맞혀주는 아버지, 그리고 뒷좌석에서 좀 어이없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나를 엄마가 팔짱을 꼈다. 형 옆으로 보였던 차량 안에 있던 시계의 날짜가 1월에서 3월로 변하자, 갑자기 공간이 흩어지며 우리집 마당 앞으로 공간이 바꼈다.
정차된 바이크에 앉아있는 형의 얼굴이 점점 갈수록 일그러지며, 눈에서 분노가 조금씩 어리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뺨이 붉게 부어있는 엄마가, 계단 밑에 멈춰서서 떨리는 눈으로 형을 바라보며 눈물을 솓아내고 계셨고, 입술이 터져 한쪽 눈에 피멍이 들어있는 동시에 안경에 조금 금이 가있는 17살인 된 내가 떨리는 시선으로 현관 앞에 서있었다. 아빠와 내연녀가 거실에 같이있는 것을 열려진 현관문 사이로 본 형은, 일그러진 얼굴로 바이크에서 내려 울고계신 엄마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폈다.
"엄마, 얼굴이 왜 이래!? 아빠에게 맞은 거야!?"
자신의 물음에 엄마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시며 울음을 터트리자, 형은 순간 이빨을 드러내고 눈에 핏대가 어렸다. 형은 분기에 곧 이성을 잃어버릴 것같은 사람처럼 극심하게 일그러진 무서운 얼굴로, 거친 숨을 뿜어내며 팔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주먹을 꽉주고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크리스, 엄마 옆에 가 있어."
"형."
"어서! 엄마 옆으로 가!"
애써 끓어오르는 화를 참는 것같이 소리치는 형의 말대로, 내가 울고계시는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내가 괜찮냐는 듯이 엄마를 꼭 안아주자, 형은 가슴 안에 있던 불같은 화를 내 뱉는 것처럼, 떨리는 깊은 숨을 뿜어내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화가난 얼굴로 술병 채 들고 마시는 아빠와 그 옆에 서있는 30대 중반에 내연녀를, 형이 죽일듯이 매섭게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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