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나는 마녀 여왕이다… 그런데 급식 반찬도 못 챙긴다
조회 : 62 추천 : 0 글자수 : 6,456 자 2025-12-09
1. 나 이래 봬도 전생에 제국을 통치했거든
“집중이여, 집중… 감정은 버리고, 위엄은 남겨라…”
수련은 아니었다. 지금의 이수련은, 전생의 마녀 여왕 르샤벨이었다.
비록 지금 모습은—
땟국물 흐르는 단발머리에, 여드름 세 개가 동서남북으로 번진 뺨이지만,
내면엔 여전히 대륙을 쥐락펴락하던 ‘그 마녀의 자존’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녀는 교실 뒷자리에서 바짝 허리를 세웠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았다.
양손은 단정히 책상 위로 모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것은 명상이라기보다는, 의식이었다.
(내면, 고어체)
“나는 르샤벨.
감정을 지배하고, 군주들의 혼을 유혹하던 자.
인간계로 떨어졌어도, 이 ‘기품’만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야야야, 쟤 또 눈 감았다. 또 시작이네ㅋㅋㅋ”
“지금 뭐함? 꿈속에서 마법 쓰나?”
“오늘은 무슨 부적 태우는 줄~”
순식간에 웅성거림이 번졌다.
앞자리 애가 살짝 몸 돌리며 수련을 흘깃 쳐다봤다.
“야, 이수련.
니 또 중2병 터졌나. 뭐 혼자 우주의 기(氣)라도 받는 중이가?”
수련은 눈을 떴다.
입꼬리를 지그시 올리며 말했다.
“조용 좀 하지예.
지금 이 몸, 마력 정렬 중인기라. 집중 깨믄 폭발해삔다이~”
애가 픽 웃었다.
“아 진짜 또 뭐라카노ㅋㅋㅋㅋ 폭발은 느그 얼굴이 터지는 거고~”
르샤벨은 다시 눈을 감았다.
뇌까렸다.
(내면) “참아야 한다. 이건 단지… 문화적 격차일 뿐.
감정은 통제하고, 기품으로 저열한 환경을 초월하라.”
그러나 3초 뒤.
“야, 눈 감고 뭐한다고! 자습 시간에 정신줄 놓지 말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결국, 담임까지 나섰다.
르샤벨은 눈을 번쩍 떴다.
“아… 아입니더. 이건 수면이 아니라, 잠시… 정신 통일 중이었심더.”
“정신 통일? 니 도장 다니나?”
순간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 “태권도냐ㅋㅋㅋ” 하고 툭 던졌고,
다른 애가 "참선 중인가봐~"라고 조롱했다.
수련은 책상 밑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내면) “이게, 인간들의 존엄인가.
하급한 언어. 조롱으로 쌓은 계급 피라미드.
아무리 이 몸이 떨어졌다 해도… 이건 너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교실 뒷자리, 그 작은 나무 책상 위에서
한 제국의 여왕은 천천히 존엄을 접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괜찮다. 아무리 굴욕스러워도,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중심을 잃는 순간— 진짜 찐따가 되는 기라…”
그리고 딱 그 순간.
옆자리 아이가 또 툭 던졌다.
“지금도 이미 찐따다, 이 마녀 여왕님아~”
그 말에 르샤벨은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어깨는,
조금 주저앉아 있었다.
2. 반찬 전쟁: 오늘도 졌다
“콩자반 남았나?”
“아니, 오늘은 그거부터 동난다 캐더라.”
“야, 니는 앞에 섰으니까 김자반은 하나 챙길 수 있겠다잉~”
수련은,
아니 르샤벨은,
줄의 맨 끝에 서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끝에서 두 번째였다.
그나마 꼴찌는 늘 조퇴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그녀는 항상 꼴찌였다.
급식소의 공기는 이미 다 끓은 된장국처럼 후끈했고,
급식판을 든 아이들의 손에는 은근한 전투의 기세가 실려 있었다.
한 손은 쟁반,
다른 손은 포크나 숟가락이 아니라—
‘쓸어 담을 도구’였다.
그런 걸 처음 본 수련은, 전생을 떠올렸다.
(내면, 고어체)
“이것이… 인간계의 음식 분배 방식인가.
번호순이라… 이것은 타고난 ‘식권’의 위계로군.
감정도, 권력도 통하지 않는… 고요한 지옥이다.”
줄이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녀는 한 걸음씩 이동했다.
그 한 걸음마다 존엄이 떨어져 나갔다.
“마, 수련이 또 뒤라.
어제도 미역국밖에 못 묵었다매~”
“쟤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맨날 반찬 못 받노ㅋㅋ”
“그거 진짜 웃긴다, 전생에 죄~”
수련은 눈을 감고 외쳤다.
“닥치소! 이 몸, 전생엔 왕국을 지배하던 자요.
감정 하나로 전쟁을 멈추고, 키스 하나로 대륙을 굴복시켰다 아이가!”
“그래서 지금은 김자반 못 챙긴단 말이가ㅋㅋ”
“ㅋㅋㅋㅋ 아놔 진짜 오늘도 웃고 시작하네~”
급식 줄은 끝에 다다랐다.
수련 앞에 선 사람은 강슬아였다.
앞번호 + 인기녀 + 급식판 도둑.
별명은 ‘퍼먹공주’.
슬아는 벌써 국자 쥔 손을 들썩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진짜 너무 배고파서요,
콩자반 좀 더 주세요~♥”
그리고 국자 두 번, 세 번,
쓸어 담았다.
콩자반이 바닥났다.
그걸 지켜보던 수련의 입에서
쌍욕이 나올 뻔했다.
“마… 니 뭐하노, 그건 내 몫 아이가.
눈치도 없나.
이거… 이거… 이거 폭정이다!”
배식하는 조리원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오늘도 뒤쪽은 반찬이 부족하네~
내일은 빨리 오이소~”
그 순간, 르샤벨은 확신했다.
“이 세계에선…
음식이 권력이고,
식판이 위계며,
반찬이 생존이다.”
그녀는 맨밥만 퍼진 식판을 들고
텅 빈 국자통 앞에 서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남아 있는 깻잎 한 장을 겨우 긁어 담았다.
돌아서는 길.
“오늘도 김자반 구경도 못 했네~”
“쟤 이제 나물도 못 먹는 마녀 됐네ㅋㅋ”
“콩나물, 김치, 김자반 전부 노라인데 쟤는 맨밥마녀ㅋㅋㅋ”
수련은 이가 딱딱 부딪칠 만큼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이건 신의 조롱이다.
전생에 왕들의 머리 위에 앉던 내가…
지금은 반찬 하나 얻으려고 구걸하노.”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윤재현이 걸어왔다.
수련의 식판을 힐끗 내려다보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수련은 알았다.
그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불쌍하다.”
그 말 한마디보다 더 모욕적인,
무반응과 침묵의 시선.
수련은 교실에 도착하자
자리에 털썩 앉았다.
식판 위에 남은 건
맨밥 두 숟가락,
깻잎 반쪽,
식은 미역국.
그녀는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아이고, 존엄이고 마고 없다…
그냥… 쪽팔려 죽겠다 진짜…”
그 순간,
콧등이 찡했다.
울음은 안 났지만,
속은…
말라붙은 미역국처럼 헛헛했다.
3. “야, 좀 조용히 좀 해줄래?”: 윤재현 첫 분노
사회 시간.
교실은 졸음, 냄새, 포기… 삼위일체가 어우러진 소멸 직전의 공간이었다.
선생은 PPT 틀어놓고 혼잣말하듯 말했다.
“조선 후기 이앙법이 농사 생산성을 높이게 되죠…”
반 아이들 대부분은 책상에 쓸어져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만,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니—
이수련. 아니, 르샤벨.
(내면, 고어체)
“기회다.
이 수업은 ‘지식’이 통하는 자리.
감정도 권력도 없지만, 이 세계에선 ‘아는 척’이 힘이다.”
선생이 질문했다.
“이앙법이 뭔지 아는 사람?”
정적.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
그때—
수련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교실에 흐른 집단적 예감:
‘…아, 또 시작이구나.’
수련이 당당하게 일어섰다.
책상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얹고 말했다.
“예! 이항… 아이고, 이앙법 말입니더!”
“그거는요, 논에다가 직접 씨 뿌리는 기 말고,
그 뭐시냐… 요래 묘종 같은 거를… 손으로 착착 옮겨서 심는 기라예~
그라믄 벼도 더 잘 크고, 사람도 덜 고생하고,
수확이 증폭되는 구조인기라~”
윤재현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옆자리에선 누가 콜라 뿜을 뻔했다.
“증폭된다고? ㅋㅋㅋ RPG하나~”
“야, 수련이 진짜 유튜브에서 농사 RPG 찍는 줄ㅋㅋ”
“벼가 착착이면, 그건 벼가 아닌디ㅋㅋ”
수련은 당황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우아한 목소리를 시도했다.
“그, 말하자면… 생산 효율을 극대화시킨,
어… 조선판 ‘작물 운용 매커니즘’이라 봐도 무방하겠지예~”
윤재현이 책상에 엎드린 채
천장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수련을 딱 보며 말했다.
“야. 진짜 미치겠네.”
“니 지금 뭐라 했냐, 작물… 뭐?”
“조선판 매커니즘?? 진짜… 나 이럴 줄 알았다.”
수련은 당당히 맞받았다.
“뭐라꼬?
지금 이 몸의 설명을 이해 못하는 건 니 교양이 부족한 거지예~”
윤재현은 결국 책을 ‘탁’ 닫았다.
“야, 진짜 좀 조용히 좀 해줄래?
나 지금까지 참았는데, 진짜 못 듣겠다.
뭔 말을 해도… 니는 인터넷 댓글 같아.”
교실 조용.
선생도 입 꾹 다물고 눈만 껌뻑였다.
심지어 PPT도 일시정지 화면에서 멈췄다.
수련은 욱했다.
양손을 불끈 쥐고 말했다.
“내 말이 뭐 어때서?!
이 몸은 전생에 제국을 굴린 마녀였심더.
그깟 농사 따위 설명 하나 못 한다 카면… 그건 세상이 잘못된 기다!!”
윤재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니가 이상하단 거야.
내가 뭐 서울에서 왔다고 잘났단 건 아닌데…
니는 지금,
급식도 못 챙기고 마법도 못 쓰는 마녀 코스프레 하면서
농사까지 설명하잖아. 진짜 답도 없다.”
한 학생이 귓속말했다.
“야, 윤재현… 오늘 선 넘었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해ㅋㅋ”
“수련이 울겠다 야…”
그 순간.
수련은 말이 안 나왔다.
입은 벌어졌는데, 이젠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속으로만 외쳤다.
(내면)
“저 눈빛…
전생의 엘리오스…
날 끝까지 안 믿고,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재단하던 그 놈…
지금… 또 날 그렇게 보고 있다.”
그녀의 손끝에서
살짝, 아주 희미하게
하얀 김 같은 기운이 피어났다.
‘…뭐지?’
그것도 몰랐다.
그저, 기분이 존나게 서러웠다.
4. 감정의 파편, 어딘가 따뜻했던 그 무언가
수업이 끝났다.
교실은 소란스러웠고,
하굣길 준비가 한창이었다.
책가방 여는 소리, 지퍼 닫는 소리,
“야 오늘 PC방 고?” 같은 짓궂은 대화들.
하지만 수련은,
교실 뒷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 턱을 괴고 있었다.
눈동자만 멍하니 떠 있었다.
**
“…진짜…
왜 이렇게 가슴이 조이노…”
**
르샤벨은 전생에서 감정을 조롱하는 자였다.
사랑도, 미움도, 기쁨도—
그녀에겐 그저 인간들이 휘둘리는 장난감이었다.
감정은 통제의 수단이었고,
도구였고,
타인의 약점이었다.
**
그런데—
지금, 이 ‘감정’이라는 게…
너무, 너무 낯설게 아팠다.
**
“말 한 마디가 이래 서러울 수가 있나…”
“그 눈빛 하나에 왜 이리 가슴이 꾹 내려앉노…”
“존엄이고 뭐고, 그냥…
나를 ‘이상한 애’로 봤다는 그 시선이…
자꾸만 뒤통수를 때리노.”
콧등이 찡했다.
눈물은 안 났다.
하지만 속이 훅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딱히 억울한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되게 서러웠다.
**
그때였다.
책상 밑,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손등 위로
살짝 하얀 기류 같은 게 피어올랐다.
정확히 말해,
‘피어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기어 나왔다’는 감각.
르샤벨은 손을 들어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건 연기 같았고, 김 같았고,
무언가 따뜻한 파동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익숙했다.”
그녀는 그것이 마력의 찌꺼기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왔던 지식으로서의 마법과는 달랐다.
이건 감정에서 비롯된 기류였다.
이성의 계산이 아닌,
감정의 진동에서 흘러나온 파장.
(내면)
“…감정이, 마법을 움직인다?”
“예전엔, 감정을 지워야만 마력이 안정됐는데…
지금은…
감정이니까, 나를 통과해서 나오는 기라.”
손끝은 떨렸다.
그 떨림을 쫓아, 감정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순간,
르샤벨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뭐꼬 이건… 따뜻하네…”
그녀는 처음으로,
전투나 주문 없이,
감정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건 마법이었고,
또 동시에—
‘사람’이 된다는 감각이었다.
교실은 시끄러웠지만,
그 뒷자리 한켠만은
정말 오래간만에,
고요했다.
5. 신의 목소리, 다시 귓속을 울리다
“다녀왔습니더…”
수련은 문을 닫자마자
가방도 안 벗고,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기숙사도 아니고, 궁도 아니고—
평범하고 낡은 시골집.
창문은 삐걱거렸고, 벽지는 들떠 있었고,
바닥은 발바닥에 먼지가 묻었다.
(내면)
“이게… 진짜 내 삶이란 말이가.”
교복 셔츠는 점심시간 콩자반 잔해가 묻어 굳어 있었고,
스커트는 무릎에 접혀 줄이 남아 있었다.
핸드폰은 진동조차 없었고,
배터리는 9%.
거울에 비친 자신은—
콧등에 여드름이 돋은,
어정쩡한 턱선의 여중생.
그리고 그 얼굴을 보며
르샤벨은 낮게 읊조렸다.
“이게 내 얼굴이면…
누가 날 사랑하노.”
“이딴 몸뚱이로,
누가 날 좋아하겠노…”
그 순간—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그 목소리’가 울렸다.
**
“감정을 조롱한 자여.”
“사랑을 조건으로 만든 너는,
이제 그 조건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네가 죽인 자에게서,
진짜 사랑을 받게 된다면…
너의 벌은 끝날 것이다.”
**
르샤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다시 섰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말했다.
“근데… 그놈은 지금도 날 혐오한단 말이지예.”
“전생에도,
날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그를 죽였고.”
그녀는 거울에 비친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붉지 않았다.
빛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 무언가 뜨겁고 어리석은 감정이 있었다.
“사랑받아야 돌아간다…
그거, 웃기지도 않는 조건이다 아이가.”
“근데 이상하게,
나 그 말… 자꾸 생각난다.”
“지금 이 상태로는…
죽어도 못 돌아간다는 거.”
그녀는 천천히 웃었다.
조금은 비웃는 듯했고,
조금은 진심이었다.
“그놈한테…
날 사랑하게 만들면 된다는 거지예?”
“웃기네.
죽였던 그놈이…
날 다시 사랑해야만,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다니.”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속삭였다.
“그래. 조건은 하나.”
“전생에 내가 죽인 그놈에게…
날 사랑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작고 못생긴 눈꺼풀 너머로,
아주 옅은 푸른빛이 눈동자 깊은 데서 살짝 피어올랐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감정’이 깨어날 때 발화되는
아주 미세한 마법의 기류.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이었다.
“집중이여, 집중… 감정은 버리고, 위엄은 남겨라…”
수련은 아니었다. 지금의 이수련은, 전생의 마녀 여왕 르샤벨이었다.
비록 지금 모습은—
땟국물 흐르는 단발머리에, 여드름 세 개가 동서남북으로 번진 뺨이지만,
내면엔 여전히 대륙을 쥐락펴락하던 ‘그 마녀의 자존’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녀는 교실 뒷자리에서 바짝 허리를 세웠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도 않았다.
양손은 단정히 책상 위로 모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것은 명상이라기보다는, 의식이었다.
(내면, 고어체)
“나는 르샤벨.
감정을 지배하고, 군주들의 혼을 유혹하던 자.
인간계로 떨어졌어도, 이 ‘기품’만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야야야, 쟤 또 눈 감았다. 또 시작이네ㅋㅋㅋ”
“지금 뭐함? 꿈속에서 마법 쓰나?”
“오늘은 무슨 부적 태우는 줄~”
순식간에 웅성거림이 번졌다.
앞자리 애가 살짝 몸 돌리며 수련을 흘깃 쳐다봤다.
“야, 이수련.
니 또 중2병 터졌나. 뭐 혼자 우주의 기(氣)라도 받는 중이가?”
수련은 눈을 떴다.
입꼬리를 지그시 올리며 말했다.
“조용 좀 하지예.
지금 이 몸, 마력 정렬 중인기라. 집중 깨믄 폭발해삔다이~”
애가 픽 웃었다.
“아 진짜 또 뭐라카노ㅋㅋㅋㅋ 폭발은 느그 얼굴이 터지는 거고~”
르샤벨은 다시 눈을 감았다.
뇌까렸다.
(내면) “참아야 한다. 이건 단지… 문화적 격차일 뿐.
감정은 통제하고, 기품으로 저열한 환경을 초월하라.”
그러나 3초 뒤.
“야, 눈 감고 뭐한다고! 자습 시간에 정신줄 놓지 말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결국, 담임까지 나섰다.
르샤벨은 눈을 번쩍 떴다.
“아… 아입니더. 이건 수면이 아니라, 잠시… 정신 통일 중이었심더.”
“정신 통일? 니 도장 다니나?”
순간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 “태권도냐ㅋㅋㅋ” 하고 툭 던졌고,
다른 애가 "참선 중인가봐~"라고 조롱했다.
수련은 책상 밑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내면) “이게, 인간들의 존엄인가.
하급한 언어. 조롱으로 쌓은 계급 피라미드.
아무리 이 몸이 떨어졌다 해도… 이건 너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교실 뒷자리, 그 작은 나무 책상 위에서
한 제국의 여왕은 천천히 존엄을 접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괜찮다. 아무리 굴욕스러워도,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중심을 잃는 순간— 진짜 찐따가 되는 기라…”
그리고 딱 그 순간.
옆자리 아이가 또 툭 던졌다.
“지금도 이미 찐따다, 이 마녀 여왕님아~”
그 말에 르샤벨은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어깨는,
조금 주저앉아 있었다.
2. 반찬 전쟁: 오늘도 졌다
“콩자반 남았나?”
“아니, 오늘은 그거부터 동난다 캐더라.”
“야, 니는 앞에 섰으니까 김자반은 하나 챙길 수 있겠다잉~”
수련은,
아니 르샤벨은,
줄의 맨 끝에 서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끝에서 두 번째였다.
그나마 꼴찌는 늘 조퇴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그녀는 항상 꼴찌였다.
급식소의 공기는 이미 다 끓은 된장국처럼 후끈했고,
급식판을 든 아이들의 손에는 은근한 전투의 기세가 실려 있었다.
한 손은 쟁반,
다른 손은 포크나 숟가락이 아니라—
‘쓸어 담을 도구’였다.
그런 걸 처음 본 수련은, 전생을 떠올렸다.
(내면, 고어체)
“이것이… 인간계의 음식 분배 방식인가.
번호순이라… 이것은 타고난 ‘식권’의 위계로군.
감정도, 권력도 통하지 않는… 고요한 지옥이다.”
줄이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녀는 한 걸음씩 이동했다.
그 한 걸음마다 존엄이 떨어져 나갔다.
“마, 수련이 또 뒤라.
어제도 미역국밖에 못 묵었다매~”
“쟤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맨날 반찬 못 받노ㅋㅋ”
“그거 진짜 웃긴다, 전생에 죄~”
수련은 눈을 감고 외쳤다.
“닥치소! 이 몸, 전생엔 왕국을 지배하던 자요.
감정 하나로 전쟁을 멈추고, 키스 하나로 대륙을 굴복시켰다 아이가!”
“그래서 지금은 김자반 못 챙긴단 말이가ㅋㅋ”
“ㅋㅋㅋㅋ 아놔 진짜 오늘도 웃고 시작하네~”
급식 줄은 끝에 다다랐다.
수련 앞에 선 사람은 강슬아였다.
앞번호 + 인기녀 + 급식판 도둑.
별명은 ‘퍼먹공주’.
슬아는 벌써 국자 쥔 손을 들썩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진짜 너무 배고파서요,
콩자반 좀 더 주세요~♥”
그리고 국자 두 번, 세 번,
쓸어 담았다.
콩자반이 바닥났다.
그걸 지켜보던 수련의 입에서
쌍욕이 나올 뻔했다.
“마… 니 뭐하노, 그건 내 몫 아이가.
눈치도 없나.
이거… 이거… 이거 폭정이다!”
배식하는 조리원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오늘도 뒤쪽은 반찬이 부족하네~
내일은 빨리 오이소~”
그 순간, 르샤벨은 확신했다.
“이 세계에선…
음식이 권력이고,
식판이 위계며,
반찬이 생존이다.”
그녀는 맨밥만 퍼진 식판을 들고
텅 빈 국자통 앞에 서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남아 있는 깻잎 한 장을 겨우 긁어 담았다.
돌아서는 길.
“오늘도 김자반 구경도 못 했네~”
“쟤 이제 나물도 못 먹는 마녀 됐네ㅋㅋ”
“콩나물, 김치, 김자반 전부 노라인데 쟤는 맨밥마녀ㅋㅋㅋ”
수련은 이가 딱딱 부딪칠 만큼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이건 신의 조롱이다.
전생에 왕들의 머리 위에 앉던 내가…
지금은 반찬 하나 얻으려고 구걸하노.”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윤재현이 걸어왔다.
수련의 식판을 힐끗 내려다보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수련은 알았다.
그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불쌍하다.”
그 말 한마디보다 더 모욕적인,
무반응과 침묵의 시선.
수련은 교실에 도착하자
자리에 털썩 앉았다.
식판 위에 남은 건
맨밥 두 숟가락,
깻잎 반쪽,
식은 미역국.
그녀는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아이고, 존엄이고 마고 없다…
그냥… 쪽팔려 죽겠다 진짜…”
그 순간,
콧등이 찡했다.
울음은 안 났지만,
속은…
말라붙은 미역국처럼 헛헛했다.
3. “야, 좀 조용히 좀 해줄래?”: 윤재현 첫 분노
사회 시간.
교실은 졸음, 냄새, 포기… 삼위일체가 어우러진 소멸 직전의 공간이었다.
선생은 PPT 틀어놓고 혼잣말하듯 말했다.
“조선 후기 이앙법이 농사 생산성을 높이게 되죠…”
반 아이들 대부분은 책상에 쓸어져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만,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니—
이수련. 아니, 르샤벨.
(내면, 고어체)
“기회다.
이 수업은 ‘지식’이 통하는 자리.
감정도 권력도 없지만, 이 세계에선 ‘아는 척’이 힘이다.”
선생이 질문했다.
“이앙법이 뭔지 아는 사람?”
정적.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
그때—
수련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교실에 흐른 집단적 예감:
‘…아, 또 시작이구나.’
수련이 당당하게 일어섰다.
책상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얹고 말했다.
“예! 이항… 아이고, 이앙법 말입니더!”
“그거는요, 논에다가 직접 씨 뿌리는 기 말고,
그 뭐시냐… 요래 묘종 같은 거를… 손으로 착착 옮겨서 심는 기라예~
그라믄 벼도 더 잘 크고, 사람도 덜 고생하고,
수확이 증폭되는 구조인기라~”
윤재현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옆자리에선 누가 콜라 뿜을 뻔했다.
“증폭된다고? ㅋㅋㅋ RPG하나~”
“야, 수련이 진짜 유튜브에서 농사 RPG 찍는 줄ㅋㅋ”
“벼가 착착이면, 그건 벼가 아닌디ㅋㅋ”
수련은 당황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우아한 목소리를 시도했다.
“그, 말하자면… 생산 효율을 극대화시킨,
어… 조선판 ‘작물 운용 매커니즘’이라 봐도 무방하겠지예~”
윤재현이 책상에 엎드린 채
천장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수련을 딱 보며 말했다.
“야. 진짜 미치겠네.”
“니 지금 뭐라 했냐, 작물… 뭐?”
“조선판 매커니즘?? 진짜… 나 이럴 줄 알았다.”
수련은 당당히 맞받았다.
“뭐라꼬?
지금 이 몸의 설명을 이해 못하는 건 니 교양이 부족한 거지예~”
윤재현은 결국 책을 ‘탁’ 닫았다.
“야, 진짜 좀 조용히 좀 해줄래?
나 지금까지 참았는데, 진짜 못 듣겠다.
뭔 말을 해도… 니는 인터넷 댓글 같아.”
교실 조용.
선생도 입 꾹 다물고 눈만 껌뻑였다.
심지어 PPT도 일시정지 화면에서 멈췄다.
수련은 욱했다.
양손을 불끈 쥐고 말했다.
“내 말이 뭐 어때서?!
이 몸은 전생에 제국을 굴린 마녀였심더.
그깟 농사 따위 설명 하나 못 한다 카면… 그건 세상이 잘못된 기다!!”
윤재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니가 이상하단 거야.
내가 뭐 서울에서 왔다고 잘났단 건 아닌데…
니는 지금,
급식도 못 챙기고 마법도 못 쓰는 마녀 코스프레 하면서
농사까지 설명하잖아. 진짜 답도 없다.”
한 학생이 귓속말했다.
“야, 윤재현… 오늘 선 넘었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해ㅋㅋ”
“수련이 울겠다 야…”
그 순간.
수련은 말이 안 나왔다.
입은 벌어졌는데, 이젠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속으로만 외쳤다.
(내면)
“저 눈빛…
전생의 엘리오스…
날 끝까지 안 믿고,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재단하던 그 놈…
지금… 또 날 그렇게 보고 있다.”
그녀의 손끝에서
살짝, 아주 희미하게
하얀 김 같은 기운이 피어났다.
‘…뭐지?’
그것도 몰랐다.
그저, 기분이 존나게 서러웠다.
4. 감정의 파편, 어딘가 따뜻했던 그 무언가
수업이 끝났다.
교실은 소란스러웠고,
하굣길 준비가 한창이었다.
책가방 여는 소리, 지퍼 닫는 소리,
“야 오늘 PC방 고?” 같은 짓궂은 대화들.
하지만 수련은,
교실 뒷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 턱을 괴고 있었다.
눈동자만 멍하니 떠 있었다.
**
“…진짜…
왜 이렇게 가슴이 조이노…”
**
르샤벨은 전생에서 감정을 조롱하는 자였다.
사랑도, 미움도, 기쁨도—
그녀에겐 그저 인간들이 휘둘리는 장난감이었다.
감정은 통제의 수단이었고,
도구였고,
타인의 약점이었다.
**
그런데—
지금, 이 ‘감정’이라는 게…
너무, 너무 낯설게 아팠다.
**
“말 한 마디가 이래 서러울 수가 있나…”
“그 눈빛 하나에 왜 이리 가슴이 꾹 내려앉노…”
“존엄이고 뭐고, 그냥…
나를 ‘이상한 애’로 봤다는 그 시선이…
자꾸만 뒤통수를 때리노.”
콧등이 찡했다.
눈물은 안 났다.
하지만 속이 훅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딱히 억울한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되게 서러웠다.
**
그때였다.
책상 밑,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손등 위로
살짝 하얀 기류 같은 게 피어올랐다.
정확히 말해,
‘피어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기어 나왔다’는 감각.
르샤벨은 손을 들어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건 연기 같았고, 김 같았고,
무언가 따뜻한 파동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익숙했다.”
그녀는 그것이 마력의 찌꺼기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왔던 지식으로서의 마법과는 달랐다.
이건 감정에서 비롯된 기류였다.
이성의 계산이 아닌,
감정의 진동에서 흘러나온 파장.
(내면)
“…감정이, 마법을 움직인다?”
“예전엔, 감정을 지워야만 마력이 안정됐는데…
지금은…
감정이니까, 나를 통과해서 나오는 기라.”
손끝은 떨렸다.
그 떨림을 쫓아, 감정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순간,
르샤벨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뭐꼬 이건… 따뜻하네…”
그녀는 처음으로,
전투나 주문 없이,
감정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건 마법이었고,
또 동시에—
‘사람’이 된다는 감각이었다.
교실은 시끄러웠지만,
그 뒷자리 한켠만은
정말 오래간만에,
고요했다.
5. 신의 목소리, 다시 귓속을 울리다
“다녀왔습니더…”
수련은 문을 닫자마자
가방도 안 벗고,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기숙사도 아니고, 궁도 아니고—
평범하고 낡은 시골집.
창문은 삐걱거렸고, 벽지는 들떠 있었고,
바닥은 발바닥에 먼지가 묻었다.
(내면)
“이게… 진짜 내 삶이란 말이가.”
교복 셔츠는 점심시간 콩자반 잔해가 묻어 굳어 있었고,
스커트는 무릎에 접혀 줄이 남아 있었다.
핸드폰은 진동조차 없었고,
배터리는 9%.
거울에 비친 자신은—
콧등에 여드름이 돋은,
어정쩡한 턱선의 여중생.
그리고 그 얼굴을 보며
르샤벨은 낮게 읊조렸다.
“이게 내 얼굴이면…
누가 날 사랑하노.”
“이딴 몸뚱이로,
누가 날 좋아하겠노…”
그 순간—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그 목소리’가 울렸다.
**
“감정을 조롱한 자여.”
“사랑을 조건으로 만든 너는,
이제 그 조건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네가 죽인 자에게서,
진짜 사랑을 받게 된다면…
너의 벌은 끝날 것이다.”
**
르샤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다시 섰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말했다.
“근데… 그놈은 지금도 날 혐오한단 말이지예.”
“전생에도,
날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그를 죽였고.”
그녀는 거울에 비친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붉지 않았다.
빛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 무언가 뜨겁고 어리석은 감정이 있었다.
“사랑받아야 돌아간다…
그거, 웃기지도 않는 조건이다 아이가.”
“근데 이상하게,
나 그 말… 자꾸 생각난다.”
“지금 이 상태로는…
죽어도 못 돌아간다는 거.”
그녀는 천천히 웃었다.
조금은 비웃는 듯했고,
조금은 진심이었다.
“그놈한테…
날 사랑하게 만들면 된다는 거지예?”
“웃기네.
죽였던 그놈이…
날 다시 사랑해야만,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다니.”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속삭였다.
“그래. 조건은 하나.”
“전생에 내가 죽인 그놈에게…
날 사랑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작고 못생긴 눈꺼풀 너머로,
아주 옅은 푸른빛이 눈동자 깊은 데서 살짝 피어올랐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감정’이 깨어날 때 발화되는
아주 미세한 마법의 기류.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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