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나에게만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
조회 : 0 추천 : 0 글자수 : 6,539 자 2025-12-14
1. “야, 쟤 얼굴 왜 저래?”
금요일 7교시.
밀양여중은 이미 수업의 포기를 선언한 상태였다.
교실은 느슨했다.
바람 빠진 체육공처럼, 온도도 분위기도 나른했다.
창문 너머의 늦여름 햇빛은 형광등보다 눈부셨고, 칠판 앞에 서 있는 과학 선생님은 오늘도 필기 대신 핸드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이수련, 교탁 밑 쓰레기통 비워가라잉~ 어련히 알아서 할 긴데 꼭 말해야 하나.”
선생님의 무심한 말에 아이들 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비웃음도 아니고 친절도 아니었다. 그냥… 투명한 반사신경 같은 거였다.
존재감 없는 이수련이니까. 괜찮은 반응.
수련은 무표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가 찢어진 듯한 소리가 났다.
구부러진 자세, 낡은 운동화, 잔뜩 묶은 머리끈.
평범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게 꾸미지 않은 몰골.
아이들은 그녀를 ‘잘 안 본다’.
눈에 안 띄니까.
무시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종류의 인간.
그런데—
윤재현만은 달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책상에 팔을 괴고 있었지만, 고개는 수련을 향해 살짝 틀어져 있었다.
수련이 구부정한 자세로 바닥의 빗자루를 집는 순간—
짠.
그의 시야 안에서 무언가가… 틀어졌다.
아니, 두 장의 이미지가 겹쳐졌다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현실 속 수련의 실루엣 위로, 어딘가 기이한 잔상이 어른거렸다.
흐릿하게 은빛의 긴 머리카락.
비현실적으로 매끄러운 턱선.
눈동자는 짙은 루비빛으로 물들었고, 눈매는 도도하게 치켜올라 있었다.
녀석은 아직도 바닥을 쓸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더 이상 ‘여중생’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기억도 없는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속에서,
누군가가 검은 대리석 위를 고요히 걸어가는 장면 같았다.
조용한 위압.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진동시키는 고귀함.
‘……미쳤나?’
윤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홱 돌렸다.
눈에 뭐라도 들어간 듯, 눈꺼풀을 꾹 눌렀다.
다시 수련을 바라보았을 땐,
그녀는 언제나처럼 흙먼지 묻은 책걸상 틈을 살피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머리카락, 등 굽은 자세, 손목에 늘어진 고무줄.
전형적인 ‘왕따’의 모습으로, 거기 있었다.
그런데.
이미지는 사라졌는데, 느낌은 남았다.
그게 문제였다.
“……뭐야, 방금 그건.”
그는 중얼거렸다.
작게, 자기 입속으로만.
하지만 그 말에선 묘하게 두려움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처음 겪는 종류의 현기증이었다.
비문증도 아니고, 환각도 아니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뷔도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무엇이,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순간의 당혹감이었다.
“야, 뭐 봤냐?”
옆자리 친구가 쿡 찔렀다.
“왜 갑자기 정색이냐? 니 걔 좋아하나?”
“……아니다, 씨. 착시였어. 그냥…”
입은 그렇게 말했지만, 가슴 안은 그 착시를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아니, 애써도 잊히지 않았다.
윤재현은 수련을 다시 쳐다봤다.
이번엔 분명, ‘왕따’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동자 한가운데—
아까 그 금빛 루비가, 아직도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한 문장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저 애, 뭔가… 아니, 누군가 같아.”
2. “나한테만 보이는 얼굴이 있다”
“야, 니 또 뭐 쳐다보노?”
윤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시선은 다시— 아니, 자기도 모르게 계속해서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수련.
쓰레기봉투를 비우고 돌아가는 등 뒤.
축 처진 어깨선. 삐뚤어진 땋은 머리.
아무리 봐도 '이상한 착시'는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금 본 그 얼굴.
희게 빛났던 머릿결.
금빛 눈동자.
고요한 살기 같은… 차가운 위엄.
그건 분명—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장면은 선명한데, 맥락이 없었다.
꿈인가? 영화인가? 아니, 전생인가?
“아냐, 미친… 전생은 무슨…”
윤재현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친구 도윤이, 팝콘을 씹듯 말없이 과자를 씹다 한마디 했다.
“야, 뭘 그렇게 봐. 설마… 걔?”
윤재현은 화들짝 놀라듯 돌아봤다.
“어? 아, 아니야.”
“뭔데. 니 진짜… 이상해.
걔를 왜 봐. 걘 그냥… 걘… 이수련이야. 왕따. 쓰레기 줍는거. 그것밖에 할 줄 모름.”
“……그치.”
“하긴, 쟤는 사람 취급 안 받는 애 중에서도 1티어지.
아무도 기억 못 해.
니가 걔 이름 말 안 했으면, 나도 걔 이름 몰랐을 걸?”
웃음기 섞인 농담.
하지만 그 말이, 윤재현에게 묘하게 찝찝하게 박혔다.
“나만 보이는 게 있다는 건, 내가 잘못된 거냐… 아니면, 그게 진짜냐.”
친구들 눈엔 그냥 쓰레기통 비우는 왕따.
그런데 왜—
그 순간, 다시 수련과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수련의 눈동자 속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스쳐 갔다.
금속성 광택.
극히 낮은 농도의 분노.
그리고… 비아냥 같은 슬픔.
“……진짜 뭐야, 쟤.”
윤재현은 무심코 중얼이고 말았다.
그러자 도윤이 또다시 반응했다.
“야, 진짜 걔한테 뭐 있냐?
혹시… 니 전 여친이 전생에 마녀고… 지금 찐따인 거 아니냐?”
“야이, 진짜 미쳤나 너…”
그는 농담인 걸 알면서도,
순간 심장이 ‘쿡’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우스운 드립이라기엔… 이상하게 걸리는 문장이었다.
“전 여친이 전생에 마녀고…”
“지금 전학생이다.”
‘마녀.’
그 단어는 너무도 이상하게 귓가에 남았다.
금속 냄새가 풍겼고, 심장이 두 번 뛰었다.
윤재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돼, 진짜…”
그런데—
말이 안 되는 것 치고는, 너무 선명하지 않나?
너무 또렷하게,
너무 구체적으로,
그녀의 ‘다른 얼굴’이…
3. 첫 ‘마력 감지’와 이상 반응
수련은 그날 따라 이상하게 시선이 따가웠다. 단지 따가운 수준이 아니었다. 등을 누가 콕콕 찌르는 듯한 감각. 숨이 멎을 듯한 ‘응시’였다.
“또 쳐다본다… 재현이가.”
수련은 교과서를 펴는 척하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윤재현은 창가에 앉아 있었고, 시선은 분명히 수련을 향해 있었지만, 그 눈빛은 마치 투시를 하듯, 그녀의 겉모습이 아니라 속의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아니다. 이건… 내 심장 소리가 아니다.’
책상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고, 수련의 손끝에 감전처럼 전류가 흘렀다. 아니, 전류보다 더 묘한 감각. 마치 먼 기억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그녀의 눈이 커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 단지 윤재현만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두통…?”
그는 교실을 빠져나가려다 멈칫하더니, 다시 수련을 흘끗 쳐다봤다.
그 눈빛은 분명히 불쾌하고, 혼란스럽고, 뭔가 모르게 당황한 듯했지만—그 안에는 이상하게도 집착에 가까운 끌림이 묻어 있었다.
‘그 눈빛…’
순간, 기억처럼 스쳐가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찬란한 성전. 푸른 오라가 흩날리는 가운데, 흰 갑옷을 입은 남자가 르샤벨을 바라보던 그 장면.
‘왜 자꾸 너를 보면… 전생이 떠오르지?’
그때처럼. 그 눈빛처럼.
수련의 손등에서 은은하게 빛이 흘렀다. 마치 햇살에 반사된 땀방울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살갗 밑에서부터 금실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이건… 마력이다.’
심장이 빨리 뛴 것도, 손끝의 전류도, 책상의 미세한 떨림도… 다 감정의 진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설렘’도 아니었다.
두려움과 혼란, 죄책감과 반사적인 자책.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복합적 진심이, 그녀 안의 마력을 아주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진원지에는—늘, 윤재현이 있었다.
수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감정이 진짜일수록, 마법이 반응한다.”
그건 전생의 자신이 부린 마법들이 증명해온 법칙이었다. 그리고 지금—그 법칙은 이 작은 교실에서도 유효했다.
하지만 문제는…
“왜 하필, 니한테만 이래 되노…”
그녀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르샤벨이 아니었던 수련의 몸이, 감정 하나로 점점 마법의 외피를 깨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우는 유일한 자가—전생에 그녀를 죽은 자리로 내몬 남자라는 사실이,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있을까.
4. “넌 뭐야. 진짜 뭐냐고”
윤재현은 요 며칠 이상한 감각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짜증이었다.
그 이상하게 생긴 여자애.
말도 어눌하고, 웃기지도 않은 촌사투리를 쓰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그 애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왜 자꾸 저딴 애를 보냐고, 내가.”
그는 교실 뒷문에 기대어 창문 너머를 보다가, 불쑥 시선을 돌렸다.
거기, 그 애가 있었다. 이수련.
지우개를 집으려다 머리를 박을 뻔하고, 그걸 못 본 척하려는 주변 애들 틈에서 혼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정말… 짜증 나게...”
그런데,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찰나.
‘…다시 보였다.’
그 환영 같은 얼굴.
투명하게 빛나는 은발, 매끄러운 턱선, 말도 안 되게 선명한 금빛 동공.
마치 게임 일러스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현실감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
그러다 다시—
순식간에 흐릿해졌다.
그저 못생기고 주눅 든 중학생의 얼굴로 돌아갔다.
“…씨.”
재현은 복도로 나왔다. 뒷머리를 헝클이고는 허공을 노려봤다.
“내가 이상한 건가? 환각? 아니면 스트레스?”
그런데도 마음 한켠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너, 알고 있잖아. 저 애… 뭔가 다르다는 걸.’
그는 다짜고짜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수련은 놀라듯 고개를 들었다.
“야.”
“……?”
“너, 진짜 뭐야.”
수련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뭔, 뭐가?”
“가끔… 너 얼굴이 바뀐다. 내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한테만—너… 다르게 보여.”
수련은 입술을 떨며 뒷걸음질쳤다.
“…그걸… 봤나?”
“봤지. 못 볼 수가 없었거든. 오늘도 봤고, 어제도 봤고, 그 전에도… 몇 번이나 봤어.”
윤재현은 점점 목소리가 격해졌다.
“난 너한테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너만 보면… 이상해. 꿈도 꿔. 이해 안 되는 감정들이, 막… 들이닥쳐.”
수련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가 꾼 꿈, 혹시…
‘엘리오스… 날 죽이러 왔던 그날의 기억…?’
“그럼… 너도, 전생을…”
“그딴 거 몰라. 기억은 안 나. 근데—느낌이 있어. 감정이 살아있어.”
윤재현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게 더 소름 돋는다고.
기억은 없는데, 자꾸만 미워하고 싶고… 끌리고, 또 미워지고… 감정이… 감정이 내 말대로 안 돼.”
수련의 눈동자 안에서, 르샤벨의 잔광이 반짝였다.
‘그래, 넌 나를 미워했었지.
그리고 지금도… 나를 미워하는데도… 날 보고 있잖아.’
그건 신의 형벌이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 자에게만, 그녀의 ‘진짜 모습’이 보이도록 만든 저주.
수련은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나도 몰라. 나도… 니 앞에만 서면, 왜 이래 되는지도…”
말끝이 점점 희미해졌다.
공기가 어색하게 울렁였다.
잠시의 침묵.
윤재현은 혀를 차며 등을 돌렸다.
“됐고… 다시는 내 앞에서 이상한 짓 하지 마.
그리고 그 환상 같은 얼굴, 나한테만 보여주는 거라면—그만둬.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 말에 수련은 아프게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근데… 그 얼굴이, 니가 제일 처음 본 진짜 내 모습인데…’
5. 신의 형벌이자 특혜
복도 끝, 텅 빈 창가에 수련은 멍하니 기대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손끝은 땀에 젖은 교복 치마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윤재현.
그놈은 분명히… 뭔가를 본 거였다.
그 눈빛.
그 혼란스러운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다.
“봤다 아이가… 내 얼굴을.”
수련은 속으로 중얼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데, 그 울림은 두려움도 아니고 설렘도 아니었다.
그냥… 이상했다.
내가 사랑받고 싶었던 얼굴을,
지금은 날 미워하는 그놈만 보고 있다.
그 생각이,
뭔가 이상하게 끈적하게, 가슴을 죄었다.
그때였다.
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
“푸흐, 역시. 그놈만이 나를 볼 수 있구나.”
“…니가 또…”
수련은 눈을 떴다.
그러나 그건 바깥이 아닌,
자기 속에서 깨어나는 어떤 존재였다.
르샤벨.
감정이 진심일 때마다 깨어나는,
잊혀진 여왕의 그림자.
“신은 참 재미있는 짓을 했구나.
사랑받고 싶다던 그 남자한테만,
내 진짜 얼굴이 보이게 하다니.”
“벌이자, 동시에… 기회.”
수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 뭔 기회고…
그 자식은 날 미워하잖아. 전생에도 지금도…”
“그래서야. 그가 널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면—
이 형벌은 끝이 날지도 모르지.”
“…그럼… 그 사람이 날 안 사랑하면?”
“영원히, 여기 남게 되겠지.
못생긴 중딩으로. 아무도 안 보는 존재로.”
르샤벨의 목소리는 조롱조차 아니었다.
그건 차라리, 현실을 통보하는 냉정한 신의 사자 같았다.
수련은 복도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무릎을 안고, 머리를 파묻었다.
“하… 하모니…
진짜 죽을 죄를 지은 기라.”
“그렇지. 니가 그를 죽였으니.
그러니, 살아나고 싶다면—
그의 사랑으로 너를 구해내야 해.”
“…그런 말 쉽게 하지 마라.
사랑이란 게… 내 맘대로 되는 줄 아나…”
르샤벨의 목소리는 다시 침묵했다.
대신 수련의 머리 위에, 고요하지만 잔인한 진실만이 떠올랐다.
윤재현만이 나를 본다.
하지만 그놈은 날 제일 싫어한다.
그의 미움이 내 얼굴을 꿰뚫는다.
“하필 그놈…
내가 제일 사랑받고 싶었던 그놈한테만…”
수련은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이건 벌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벌…”
그 순간, 복도 천장등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녀의 눈동자 한켠에, 르샤벨의 금빛 잔광이 어렸다.
누구도 없던 복도 끝.
그러나 어둠 속에선, 그 잔광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금요일 7교시.
밀양여중은 이미 수업의 포기를 선언한 상태였다.
교실은 느슨했다.
바람 빠진 체육공처럼, 온도도 분위기도 나른했다.
창문 너머의 늦여름 햇빛은 형광등보다 눈부셨고, 칠판 앞에 서 있는 과학 선생님은 오늘도 필기 대신 핸드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이수련, 교탁 밑 쓰레기통 비워가라잉~ 어련히 알아서 할 긴데 꼭 말해야 하나.”
선생님의 무심한 말에 아이들 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비웃음도 아니고 친절도 아니었다. 그냥… 투명한 반사신경 같은 거였다.
존재감 없는 이수련이니까. 괜찮은 반응.
수련은 무표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가 찢어진 듯한 소리가 났다.
구부러진 자세, 낡은 운동화, 잔뜩 묶은 머리끈.
평범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게 꾸미지 않은 몰골.
아이들은 그녀를 ‘잘 안 본다’.
눈에 안 띄니까.
무시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종류의 인간.
그런데—
윤재현만은 달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책상에 팔을 괴고 있었지만, 고개는 수련을 향해 살짝 틀어져 있었다.
수련이 구부정한 자세로 바닥의 빗자루를 집는 순간—
짠.
그의 시야 안에서 무언가가… 틀어졌다.
아니, 두 장의 이미지가 겹쳐졌다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현실 속 수련의 실루엣 위로, 어딘가 기이한 잔상이 어른거렸다.
흐릿하게 은빛의 긴 머리카락.
비현실적으로 매끄러운 턱선.
눈동자는 짙은 루비빛으로 물들었고, 눈매는 도도하게 치켜올라 있었다.
녀석은 아직도 바닥을 쓸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더 이상 ‘여중생’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기억도 없는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속에서,
누군가가 검은 대리석 위를 고요히 걸어가는 장면 같았다.
조용한 위압.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진동시키는 고귀함.
‘……미쳤나?’
윤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홱 돌렸다.
눈에 뭐라도 들어간 듯, 눈꺼풀을 꾹 눌렀다.
다시 수련을 바라보았을 땐,
그녀는 언제나처럼 흙먼지 묻은 책걸상 틈을 살피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머리카락, 등 굽은 자세, 손목에 늘어진 고무줄.
전형적인 ‘왕따’의 모습으로, 거기 있었다.
그런데.
이미지는 사라졌는데, 느낌은 남았다.
그게 문제였다.
“……뭐야, 방금 그건.”
그는 중얼거렸다.
작게, 자기 입속으로만.
하지만 그 말에선 묘하게 두려움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처음 겪는 종류의 현기증이었다.
비문증도 아니고, 환각도 아니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뷔도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무엇이,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순간의 당혹감이었다.
“야, 뭐 봤냐?”
옆자리 친구가 쿡 찔렀다.
“왜 갑자기 정색이냐? 니 걔 좋아하나?”
“……아니다, 씨. 착시였어. 그냥…”
입은 그렇게 말했지만, 가슴 안은 그 착시를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아니, 애써도 잊히지 않았다.
윤재현은 수련을 다시 쳐다봤다.
이번엔 분명, ‘왕따’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동자 한가운데—
아까 그 금빛 루비가, 아직도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한 문장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저 애, 뭔가… 아니, 누군가 같아.”
2. “나한테만 보이는 얼굴이 있다”
“야, 니 또 뭐 쳐다보노?”
윤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시선은 다시— 아니, 자기도 모르게 계속해서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수련.
쓰레기봉투를 비우고 돌아가는 등 뒤.
축 처진 어깨선. 삐뚤어진 땋은 머리.
아무리 봐도 '이상한 착시'는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금 본 그 얼굴.
희게 빛났던 머릿결.
금빛 눈동자.
고요한 살기 같은… 차가운 위엄.
그건 분명—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장면은 선명한데, 맥락이 없었다.
꿈인가? 영화인가? 아니, 전생인가?
“아냐, 미친… 전생은 무슨…”
윤재현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친구 도윤이, 팝콘을 씹듯 말없이 과자를 씹다 한마디 했다.
“야, 뭘 그렇게 봐. 설마… 걔?”
윤재현은 화들짝 놀라듯 돌아봤다.
“어? 아, 아니야.”
“뭔데. 니 진짜… 이상해.
걔를 왜 봐. 걘 그냥… 걘… 이수련이야. 왕따. 쓰레기 줍는거. 그것밖에 할 줄 모름.”
“……그치.”
“하긴, 쟤는 사람 취급 안 받는 애 중에서도 1티어지.
아무도 기억 못 해.
니가 걔 이름 말 안 했으면, 나도 걔 이름 몰랐을 걸?”
웃음기 섞인 농담.
하지만 그 말이, 윤재현에게 묘하게 찝찝하게 박혔다.
“나만 보이는 게 있다는 건, 내가 잘못된 거냐… 아니면, 그게 진짜냐.”
친구들 눈엔 그냥 쓰레기통 비우는 왕따.
그런데 왜—
그 순간, 다시 수련과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수련의 눈동자 속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스쳐 갔다.
금속성 광택.
극히 낮은 농도의 분노.
그리고… 비아냥 같은 슬픔.
“……진짜 뭐야, 쟤.”
윤재현은 무심코 중얼이고 말았다.
그러자 도윤이 또다시 반응했다.
“야, 진짜 걔한테 뭐 있냐?
혹시… 니 전 여친이 전생에 마녀고… 지금 찐따인 거 아니냐?”
“야이, 진짜 미쳤나 너…”
그는 농담인 걸 알면서도,
순간 심장이 ‘쿡’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우스운 드립이라기엔… 이상하게 걸리는 문장이었다.
“전 여친이 전생에 마녀고…”
“지금 전학생이다.”
‘마녀.’
그 단어는 너무도 이상하게 귓가에 남았다.
금속 냄새가 풍겼고, 심장이 두 번 뛰었다.
윤재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돼, 진짜…”
그런데—
말이 안 되는 것 치고는, 너무 선명하지 않나?
너무 또렷하게,
너무 구체적으로,
그녀의 ‘다른 얼굴’이…
3. 첫 ‘마력 감지’와 이상 반응
수련은 그날 따라 이상하게 시선이 따가웠다. 단지 따가운 수준이 아니었다. 등을 누가 콕콕 찌르는 듯한 감각. 숨이 멎을 듯한 ‘응시’였다.
“또 쳐다본다… 재현이가.”
수련은 교과서를 펴는 척하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윤재현은 창가에 앉아 있었고, 시선은 분명히 수련을 향해 있었지만, 그 눈빛은 마치 투시를 하듯, 그녀의 겉모습이 아니라 속의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아니다. 이건… 내 심장 소리가 아니다.’
책상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고, 수련의 손끝에 감전처럼 전류가 흘렀다. 아니, 전류보다 더 묘한 감각. 마치 먼 기억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그녀의 눈이 커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 단지 윤재현만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두통…?”
그는 교실을 빠져나가려다 멈칫하더니, 다시 수련을 흘끗 쳐다봤다.
그 눈빛은 분명히 불쾌하고, 혼란스럽고, 뭔가 모르게 당황한 듯했지만—그 안에는 이상하게도 집착에 가까운 끌림이 묻어 있었다.
‘그 눈빛…’
순간, 기억처럼 스쳐가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찬란한 성전. 푸른 오라가 흩날리는 가운데, 흰 갑옷을 입은 남자가 르샤벨을 바라보던 그 장면.
‘왜 자꾸 너를 보면… 전생이 떠오르지?’
그때처럼. 그 눈빛처럼.
수련의 손등에서 은은하게 빛이 흘렀다. 마치 햇살에 반사된 땀방울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살갗 밑에서부터 금실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이건… 마력이다.’
심장이 빨리 뛴 것도, 손끝의 전류도, 책상의 미세한 떨림도… 다 감정의 진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설렘’도 아니었다.
두려움과 혼란, 죄책감과 반사적인 자책.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복합적 진심이, 그녀 안의 마력을 아주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진원지에는—늘, 윤재현이 있었다.
수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감정이 진짜일수록, 마법이 반응한다.”
그건 전생의 자신이 부린 마법들이 증명해온 법칙이었다. 그리고 지금—그 법칙은 이 작은 교실에서도 유효했다.
하지만 문제는…
“왜 하필, 니한테만 이래 되노…”
그녀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르샤벨이 아니었던 수련의 몸이, 감정 하나로 점점 마법의 외피를 깨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우는 유일한 자가—전생에 그녀를 죽은 자리로 내몬 남자라는 사실이,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있을까.
4. “넌 뭐야. 진짜 뭐냐고”
윤재현은 요 며칠 이상한 감각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짜증이었다.
그 이상하게 생긴 여자애.
말도 어눌하고, 웃기지도 않은 촌사투리를 쓰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그 애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왜 자꾸 저딴 애를 보냐고, 내가.”
그는 교실 뒷문에 기대어 창문 너머를 보다가, 불쑥 시선을 돌렸다.
거기, 그 애가 있었다. 이수련.
지우개를 집으려다 머리를 박을 뻔하고, 그걸 못 본 척하려는 주변 애들 틈에서 혼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정말… 짜증 나게...”
그런데,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찰나.
‘…다시 보였다.’
그 환영 같은 얼굴.
투명하게 빛나는 은발, 매끄러운 턱선, 말도 안 되게 선명한 금빛 동공.
마치 게임 일러스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현실감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
그러다 다시—
순식간에 흐릿해졌다.
그저 못생기고 주눅 든 중학생의 얼굴로 돌아갔다.
“…씨.”
재현은 복도로 나왔다. 뒷머리를 헝클이고는 허공을 노려봤다.
“내가 이상한 건가? 환각? 아니면 스트레스?”
그런데도 마음 한켠은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너, 알고 있잖아. 저 애… 뭔가 다르다는 걸.’
그는 다짜고짜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수련은 놀라듯 고개를 들었다.
“야.”
“……?”
“너, 진짜 뭐야.”
수련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뭔, 뭐가?”
“가끔… 너 얼굴이 바뀐다. 내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한테만—너… 다르게 보여.”
수련은 입술을 떨며 뒷걸음질쳤다.
“…그걸… 봤나?”
“봤지. 못 볼 수가 없었거든. 오늘도 봤고, 어제도 봤고, 그 전에도… 몇 번이나 봤어.”
윤재현은 점점 목소리가 격해졌다.
“난 너한테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너만 보면… 이상해. 꿈도 꿔. 이해 안 되는 감정들이, 막… 들이닥쳐.”
수련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가 꾼 꿈, 혹시…
‘엘리오스… 날 죽이러 왔던 그날의 기억…?’
“그럼… 너도, 전생을…”
“그딴 거 몰라. 기억은 안 나. 근데—느낌이 있어. 감정이 살아있어.”
윤재현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게 더 소름 돋는다고.
기억은 없는데, 자꾸만 미워하고 싶고… 끌리고, 또 미워지고… 감정이… 감정이 내 말대로 안 돼.”
수련의 눈동자 안에서, 르샤벨의 잔광이 반짝였다.
‘그래, 넌 나를 미워했었지.
그리고 지금도… 나를 미워하는데도… 날 보고 있잖아.’
그건 신의 형벌이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 자에게만, 그녀의 ‘진짜 모습’이 보이도록 만든 저주.
수련은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나도 몰라. 나도… 니 앞에만 서면, 왜 이래 되는지도…”
말끝이 점점 희미해졌다.
공기가 어색하게 울렁였다.
잠시의 침묵.
윤재현은 혀를 차며 등을 돌렸다.
“됐고… 다시는 내 앞에서 이상한 짓 하지 마.
그리고 그 환상 같은 얼굴, 나한테만 보여주는 거라면—그만둬.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 말에 수련은 아프게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근데… 그 얼굴이, 니가 제일 처음 본 진짜 내 모습인데…’
5. 신의 형벌이자 특혜
복도 끝, 텅 빈 창가에 수련은 멍하니 기대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손끝은 땀에 젖은 교복 치마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윤재현.
그놈은 분명히… 뭔가를 본 거였다.
그 눈빛.
그 혼란스러운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다.
“봤다 아이가… 내 얼굴을.”
수련은 속으로 중얼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데, 그 울림은 두려움도 아니고 설렘도 아니었다.
그냥… 이상했다.
내가 사랑받고 싶었던 얼굴을,
지금은 날 미워하는 그놈만 보고 있다.
그 생각이,
뭔가 이상하게 끈적하게, 가슴을 죄었다.
그때였다.
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
“푸흐, 역시. 그놈만이 나를 볼 수 있구나.”
“…니가 또…”
수련은 눈을 떴다.
그러나 그건 바깥이 아닌,
자기 속에서 깨어나는 어떤 존재였다.
르샤벨.
감정이 진심일 때마다 깨어나는,
잊혀진 여왕의 그림자.
“신은 참 재미있는 짓을 했구나.
사랑받고 싶다던 그 남자한테만,
내 진짜 얼굴이 보이게 하다니.”
“벌이자, 동시에… 기회.”
수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 뭔 기회고…
그 자식은 날 미워하잖아. 전생에도 지금도…”
“그래서야. 그가 널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면—
이 형벌은 끝이 날지도 모르지.”
“…그럼… 그 사람이 날 안 사랑하면?”
“영원히, 여기 남게 되겠지.
못생긴 중딩으로. 아무도 안 보는 존재로.”
르샤벨의 목소리는 조롱조차 아니었다.
그건 차라리, 현실을 통보하는 냉정한 신의 사자 같았다.
수련은 복도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무릎을 안고, 머리를 파묻었다.
“하… 하모니…
진짜 죽을 죄를 지은 기라.”
“그렇지. 니가 그를 죽였으니.
그러니, 살아나고 싶다면—
그의 사랑으로 너를 구해내야 해.”
“…그런 말 쉽게 하지 마라.
사랑이란 게… 내 맘대로 되는 줄 아나…”
르샤벨의 목소리는 다시 침묵했다.
대신 수련의 머리 위에, 고요하지만 잔인한 진실만이 떠올랐다.
윤재현만이 나를 본다.
하지만 그놈은 날 제일 싫어한다.
그의 미움이 내 얼굴을 꿰뚫는다.
“하필 그놈…
내가 제일 사랑받고 싶었던 그놈한테만…”
수련은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이건 벌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벌…”
그 순간, 복도 천장등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녀의 눈동자 한켠에, 르샤벨의 금빛 잔광이 어렸다.
누구도 없던 복도 끝.
그러나 어둠 속에선, 그 잔광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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