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3화 그가 기억한 나, 내가 기억한 그
조회 : 102 추천 : 0 글자수 : 6,927 자 2025-12-10
“어젯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윤서는 커피가 식기도 전에 그렇게 말했다.
손끝엔 미세한 떨림이 있었고, 시선은 자꾸 상담실 천장을 향했다.
“누가 저한테... 마음을 가졌다는 게,
이렇게 오래된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나요?”
지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 속엔 감정의 혼란과 이해할 수 없음이 겹쳐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우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적이었다.
“딱히 뭔가 일어난 건 아닌데… 계속 그 사람 생각이 나요.
그날 키스 이후로는, 모든 기억이 이상하게 틀어지는 느낌이에요.
같이 있었던 순간들이 자꾸… 제 기억이 맞았나? 싶어지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말의 끝에는 미묘한 동요가 숨어 있었다.
“어떤 장면이 가장 자주 떠오르나요?”
지우의 질문에 윤서는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사하던 날이요. 자취방 옮기던 날...
원래 친구들 몇 명 오기로 했는데,
결국 다들 펑크 내고, 그 사람 혼자 왔거든요.
비도 오고 짐도 많고, 솔직히 막막했는데—
그 사람, 아무 말 없이 와서 그냥... 다 정리해줬어요.”
그녀는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지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흐름을 따랐다.
“근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너무 ‘딱’ 맞춰서 나타났던 게 이상한 거예요.
그날도, 제가 문자 보내기도 전에 이미 근처였다 그랬고…
새벽 영화 보러 간 날도 제가 힘든 일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티켓을 미리 끊어놨더라고요.”
윤서는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편안했던 기억’이 ‘의심의 조각’으로 바뀌는 순간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땐 고마웠어요. 진심으로.
근데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완벽하게 저 타이밍에만 등장했던 거예요.
그게—”
그녀는 손끝으로 종이컵 테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제가 말도 안 했는데, 왜 알아서 움직였을까요?”
지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감정은, 말보다 먼저 움직이기도 해요.
하지만 말보다 빠른 감정이 꼭 ‘상대에 대한 이해’는 아니죠.
가끔은— ‘예측’이 감정보다 먼저일 수도 있거든요.”
“예측이요?”
“당신이 슬퍼할 타이밍, 피곤해할 시간,
혼자 있고 싶을 때조차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건 감정이 아니라,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도 있죠.”
윤서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절, 관찰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말엔 두려움도, 그리움도, 혼란도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지우는 묻지 않았다.
지금은 감정의 기억이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볼 차례니까.
“그 사람은 항상, 제가 뭘 좋아하고 뭘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윤서의 목소리는 어딘가 멍한 듯 흐릿했다.
“예를 들면요?”
지우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제가 스트레스 받으면 과일만 먹는 버릇이 있어요.
입맛이 없어도 과일은 겨우 먹으니까.
근데 어느 날은 제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퇴근길에 귤 한 봉지를 들고 와 있었어요.
‘요즘 네가 좋아하던 거라서’ 하면서…”
윤서는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고맙다기보다는,
마치 당연한 걸 해주는 것처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또, 단호박죽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평소 견과류 들어간 건 못 먹는다고 한 적 있거든요.
그랬더니 어느 날은 아예 견과류 하나 안 들어간 단호박죽을 사 왔어요.
속이 안 좋다니까... 그거 먹으라고.”
지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그냥… 감동이었죠.
‘아, 이 사람은 정말 나를 잘 알고 있구나’ 싶었어요.”
“지금은요?”
윤서는 말없이 시선을 내렸다.
“…지금은, 왜 그랬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이상하게 무섭기도 하고요.”
“왜 무섭다고 느껴질까요?”
지우의 질문은 아주 천천히, 윤서의 감정을 파고들었다.
“그 사람이...
제가 말하지 않은 것들까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서요.
마치 계속—
날 관찰해온 사람처럼.”
말하고 나서 윤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무심했던 기억들이 거꾸로 흘러가며 낯설게 변했다.
“그런 세심함이,
그땐 다 괜찮았는데…
지금 보니,
그 사람은 처음부터 ‘친구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
‘친구로 보이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싶어요.”
지우는 여전히 고요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엔 단단한 울림이 있었다.
“사람은, 어떤 감정의 해석이 늦을 때
그 기억 자체를 거꾸로 다시 보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돼요.
그 기억이 정말 나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유도된 것이었는지를요.”
윤서는 그 말을 조용히 곱씹는다.
지금까지 품어온 모든 ‘편안했던 순간’들이,
도리어 의심의 단서가 되는 기묘한 역전.
그리고 그 혼란은,
곧 다음 장면에서 지우의 기억의 착시 분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혹시 그분이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나요?”
지우의 질문에 윤서는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요.
그 사람은 늘 말했어요.
‘우린 친구지.’
그 말 한마디가 저한텐 안심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더는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우는 잠시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가 다시 윤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친구라는 말은 가장 안전한 방어막이 되기도 해요.
그 안에 숨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요.”
“…책임이요?”
“감정을 명확히 말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어떤 기대를 줘도 그건 책임이 아니게 되거든요.”
윤서는 그 말에 잠시 침묵했다.
지우는 이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기억이라는 건 원래 주관적이에요.
우리는 자주 ‘같이 겪었으니까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착각하죠.
하지만 감정은… 늘 다르게 기록돼요.”
윤서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지우는 책상 위 작은 조각 그림 퍼즐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보세요.
한 조각을 중심으로 퍼즐을 맞추는 사람과,
전체를 맞춘 후에 한 조각을 끼워 넣는 사람은
‘그 조각’을 바라보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하진 씨는 아마도,
처음부터 당신을 중심으로 퍼즐을 맞춰왔을 거예요.
그래서 그는 당신의 말, 행동, 표정 하나까지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들로 자신만의 감정을 쌓았겠죠.”
“…그럼 저는요?”
“당신은,
그 사람을 당신 인생의 ‘한 장면’으로만 기억했을 수도 있어요.
당신에겐 그저 지나간 하루였던 순간들이
그에겐… 감정의 전환점이었을지도 모르죠.”
윤서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 못한 관점이었다.
“그래서,
기억이 어긋나는 거군요.”
“네.
기억은 대칭일 거라는 믿음이
가장 큰 오해를 낳습니다.”
지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단했다.
“그 사람의 기억은 당신으로 가득 찼는데,
당신은… 그저 편안함만 기억했다면—
두 사람 사이엔 애초부터
감정의 밀도가 달랐던 거죠.”
윤서는 몸을 살짝 웅크리듯 앉아 있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편안한 우정’이
지금 이 순간, 점점 기울고 있었다.
지우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의 무게가 다를수록,
그 기억은 한 사람에겐 추억이 되고,
다른 한 사람에겐… 상처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관계의 균열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친구가 한 번 그런 말을 했었어요.”
윤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심스럽게 꺼냈다.
“어떤 날이었더라…
같이 셋이서 술을 마셨거든요.
하진 씨, 저, 그리고 제 대학 동기.
그때 친구가 나중에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지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
“‘하진 씨, 너 볼 때 표정이 좀 묘하더라.
진짜 친구 맞아?’
그렇게 말했어요.”
윤서는 고개를 떨궜다.
“그땐 그냥…
그 친구가 오지랖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진 씨는 늘 똑같은 말투였고,
조용하고 무던했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하진 씨가 제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길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녀는 이어, 또 다른 기억을 더듬었다.
“제 남자친구가 있었을 때도…
어느 날 싸우고 울면서 전화했거든요.
그때 하진 씨가 와줬어요.
그리고는 별말 없이 제 옆에 앉아 있었죠.
그 모습에 위로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친구는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지우가 시선을 고정한 채 묻는다.
“뭐라고 했나요?”
“‘넌 걔를 친구라고 믿지?
난 네가 울 때 걔 눈빛 봤어.
너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였어.’
그랬어요.”
조용히 울컥한 기운이 방 안을 훑고 지나갔다.
윤서는 손끝을 깍지처럼 맞잡았다.
“그때도 전 그냥,
질투나서 저러는 줄 알았어요.
하진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믿고 싶었고…”
지우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감정이 퍼지는 결은, 스스로 감각할 때 가장 또렷하니까.
윤서는 멍하니 허공을 보며 혼잣말처럼 이어갔다.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하진 씨는 저랑 있을 땐 유난히 조용하고,
다른 사람 말엔 거의 반응도 안 한다고.
제가 없을 땐 되게 잘 웃는다던데…”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이상하죠?
왜 그땐 아무렇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이렇게 자꾸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지우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기억은 보통, 타인의 말에 의해서 다시 떠오르곤 해요.
특히 감정이 억눌려 있던 순간이라면—
그 장면은 나중에서야 진짜 감정으로 재생되죠.”
“…그렇군요.”
“그리고 이제 중요한 건,
그분이 그런 감정을 정말 품고 있었느냐보다…”
지우는 윤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감정이 지금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고 있느냐예요.”
윤서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 말이, 너무 정곡이었다.
지금 그녀를 괴롭히는 건
‘그가 나를 사랑했을까?’가 아니라,
‘혹시 나도 그 감정을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었다.
그 의문이, 더 아팠다.
“그게…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윤서의 말은 작게 떨렸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지우는 급히 이어 묻지 않고, 그 침묵의 결을 지켜보았다.
“한 친구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요.”
윤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진 씨가 날 볼 때… 좀 묘하다고.”
“묘하다고요?”
“응. 그냥... 친구를 보는 눈빛이 아닌 것 같다고. 근데 그땐 그냥 웃고 넘겼죠. ‘내가 예민한가 보다’, ‘괜한 얘기 하나 더 늘어놨나 보다’ 하고.”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움찔하듯 떨었다. 마치 그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결을 흔드는 듯했다.
“다른 친구도… 그러더라고요. ‘하진 씨는 네 얘기만 하더라’고. 그 친구가 하진이랑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뭐만 하면 ‘윤서라면 이랬을 거야’, ‘윤서는 이런 거 좋아해’... 그렇게 말한다던데요.”
지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냥… 기분 좋았어요. 내 얘기를 누가 그렇게 자주 꺼낸다는 게. 근데 그게 뭔가 감정의 신호였다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을 잇는다.
“오히려… 그가 나한테 감정이 있을 리 없다고 단정 지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선도, 말들도… 그냥 ‘다정한 성격’이라고 넘겼고요.”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타인의 시선은 때로, 우리가 감추려는 진실을 그대로 비춥니다.”
“...근데 왜 전 그걸 못 봤을까요?”
윤서는 고개를 떨궜다. 말끝은 자책처럼 맴돌았지만, 그 눈빛엔 오히려 알아버린 자의 혼란이 피어 있었다.
“아니요, 못 본 게 아니라… 안 보려고 했던 거 같아요. 내가 친구라고 믿는 한, 더 이상 책임질 것도 없고… 그 관계 안에 있는 내가 안전하니까.”
지우는 그 말을 곱씹듯 되뇌었다.
“관계에서 안전을 추구할 때, 사람은 종종 감정을 외면하게 됩니다.”
윤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래도록 뜨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눈이 그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선이 더 정확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각.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리고 지우를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
“선생님은… 그런 거 느껴본 적 있어요?”
지우는 한순간 시선을 떨궜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었다.
“상담사는 감정의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이에요. 느끼는 대신, 확인하죠.”
윤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거리감이, 그녀의 혼란을 한 겹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듯했다.
“근데... 그 사람이요.”
윤서는 말끝을 망설였다. 손끝이 무릎 위에서 자꾸 주름을 잡았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얘기를 꽤 많이 했더라고요.”
지우의 시선이 잠시 고요해졌다. 그녀는 그 말의 결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조차 길게 들이켰다.
“어떤 얘기요?”
“...자잘한 것들이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 제가 싫어하는 음악, 어릴 때 키우던 강아지 이름까지.”
“그걸... 친구들한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 그런 거 잘 말하는 스타일 아니었는데...”
윤서는 무표정하게 말을 잇지만, 그 얼굴 아래엔 무언가가 무너지기 직전의 불안이 스며 있었다.
“심지어, 내가 말한 줄도 몰랐던 얘기들이었어요. 제가 까맣게 잊고 있던 일들. 예를 들어, 어릴 때 해바라기 꽃밭에서 울었다는 얘기... 전 말한 기억 없는데.”
“그럼 어떻게 알았을까요?”
“모르겠어요. 그냥...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나보다 더 오래, 더 깊게.”
말을 마친 윤서는 마치 스스로도 믿기 힘든 듯 고개를 흔든다.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전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란 걸 몰랐어요.
늘 담백하고 무던한 줄만 알았거든요. 근데...”
지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처럼 말했다.
“감정이 비대칭인 관계는, 언제나 한쪽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윤서는 그 말을 가만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지우는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윤서를 바라보았다.
마치 대답은 이미 그녀 안에 있다고 말하듯이.
윤서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 사람, 정말 친구였을까?”
“...아니면, 나 혼자만 친구라고 믿었던 걸까?”
그리고 마치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마지막 한마디가
이 씬의 정서를 깊이 가라앉힌다.
“무서워요.
이 감정이 사랑이었다면…
난, 그걸 몇 년이나 외면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우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요…”
윤서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그 사람을 친구로도 부를 수 없을 것 같아요.”
—
‘사랑은 때때로, 가장 친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시작된다.
그리고 진실은… 언제나 기억의 모서리에서, 조용히 그 얼굴을 바꾸고 있다.’
윤서는 커피가 식기도 전에 그렇게 말했다.
손끝엔 미세한 떨림이 있었고, 시선은 자꾸 상담실 천장을 향했다.
“누가 저한테... 마음을 가졌다는 게,
이렇게 오래된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나요?”
지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 속엔 감정의 혼란과 이해할 수 없음이 겹쳐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우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적이었다.
“딱히 뭔가 일어난 건 아닌데… 계속 그 사람 생각이 나요.
그날 키스 이후로는, 모든 기억이 이상하게 틀어지는 느낌이에요.
같이 있었던 순간들이 자꾸… 제 기억이 맞았나? 싶어지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말의 끝에는 미묘한 동요가 숨어 있었다.
“어떤 장면이 가장 자주 떠오르나요?”
지우의 질문에 윤서는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사하던 날이요. 자취방 옮기던 날...
원래 친구들 몇 명 오기로 했는데,
결국 다들 펑크 내고, 그 사람 혼자 왔거든요.
비도 오고 짐도 많고, 솔직히 막막했는데—
그 사람, 아무 말 없이 와서 그냥... 다 정리해줬어요.”
그녀는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지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흐름을 따랐다.
“근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너무 ‘딱’ 맞춰서 나타났던 게 이상한 거예요.
그날도, 제가 문자 보내기도 전에 이미 근처였다 그랬고…
새벽 영화 보러 간 날도 제가 힘든 일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티켓을 미리 끊어놨더라고요.”
윤서는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편안했던 기억’이 ‘의심의 조각’으로 바뀌는 순간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땐 고마웠어요. 진심으로.
근데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완벽하게 저 타이밍에만 등장했던 거예요.
그게—”
그녀는 손끝으로 종이컵 테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제가 말도 안 했는데, 왜 알아서 움직였을까요?”
지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감정은, 말보다 먼저 움직이기도 해요.
하지만 말보다 빠른 감정이 꼭 ‘상대에 대한 이해’는 아니죠.
가끔은— ‘예측’이 감정보다 먼저일 수도 있거든요.”
“예측이요?”
“당신이 슬퍼할 타이밍, 피곤해할 시간,
혼자 있고 싶을 때조차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건 감정이 아니라,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도 있죠.”
윤서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절, 관찰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말엔 두려움도, 그리움도, 혼란도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지우는 묻지 않았다.
지금은 감정의 기억이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볼 차례니까.
“그 사람은 항상, 제가 뭘 좋아하고 뭘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윤서의 목소리는 어딘가 멍한 듯 흐릿했다.
“예를 들면요?”
지우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제가 스트레스 받으면 과일만 먹는 버릇이 있어요.
입맛이 없어도 과일은 겨우 먹으니까.
근데 어느 날은 제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퇴근길에 귤 한 봉지를 들고 와 있었어요.
‘요즘 네가 좋아하던 거라서’ 하면서…”
윤서는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고맙다기보다는,
마치 당연한 걸 해주는 것처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또, 단호박죽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평소 견과류 들어간 건 못 먹는다고 한 적 있거든요.
그랬더니 어느 날은 아예 견과류 하나 안 들어간 단호박죽을 사 왔어요.
속이 안 좋다니까... 그거 먹으라고.”
지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그냥… 감동이었죠.
‘아, 이 사람은 정말 나를 잘 알고 있구나’ 싶었어요.”
“지금은요?”
윤서는 말없이 시선을 내렸다.
“…지금은, 왜 그랬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이상하게 무섭기도 하고요.”
“왜 무섭다고 느껴질까요?”
지우의 질문은 아주 천천히, 윤서의 감정을 파고들었다.
“그 사람이...
제가 말하지 않은 것들까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서요.
마치 계속—
날 관찰해온 사람처럼.”
말하고 나서 윤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무심했던 기억들이 거꾸로 흘러가며 낯설게 변했다.
“그런 세심함이,
그땐 다 괜찮았는데…
지금 보니,
그 사람은 처음부터 ‘친구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
‘친구로 보이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싶어요.”
지우는 여전히 고요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엔 단단한 울림이 있었다.
“사람은, 어떤 감정의 해석이 늦을 때
그 기억 자체를 거꾸로 다시 보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돼요.
그 기억이 정말 나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유도된 것이었는지를요.”
윤서는 그 말을 조용히 곱씹는다.
지금까지 품어온 모든 ‘편안했던 순간’들이,
도리어 의심의 단서가 되는 기묘한 역전.
그리고 그 혼란은,
곧 다음 장면에서 지우의 기억의 착시 분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혹시 그분이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나요?”
지우의 질문에 윤서는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요.
그 사람은 늘 말했어요.
‘우린 친구지.’
그 말 한마디가 저한텐 안심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더는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우는 잠시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가 다시 윤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친구라는 말은 가장 안전한 방어막이 되기도 해요.
그 안에 숨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요.”
“…책임이요?”
“감정을 명확히 말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어떤 기대를 줘도 그건 책임이 아니게 되거든요.”
윤서는 그 말에 잠시 침묵했다.
지우는 이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기억이라는 건 원래 주관적이에요.
우리는 자주 ‘같이 겪었으니까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착각하죠.
하지만 감정은… 늘 다르게 기록돼요.”
윤서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지우는 책상 위 작은 조각 그림 퍼즐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보세요.
한 조각을 중심으로 퍼즐을 맞추는 사람과,
전체를 맞춘 후에 한 조각을 끼워 넣는 사람은
‘그 조각’을 바라보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하진 씨는 아마도,
처음부터 당신을 중심으로 퍼즐을 맞춰왔을 거예요.
그래서 그는 당신의 말, 행동, 표정 하나까지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들로 자신만의 감정을 쌓았겠죠.”
“…그럼 저는요?”
“당신은,
그 사람을 당신 인생의 ‘한 장면’으로만 기억했을 수도 있어요.
당신에겐 그저 지나간 하루였던 순간들이
그에겐… 감정의 전환점이었을지도 모르죠.”
윤서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 못한 관점이었다.
“그래서,
기억이 어긋나는 거군요.”
“네.
기억은 대칭일 거라는 믿음이
가장 큰 오해를 낳습니다.”
지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단했다.
“그 사람의 기억은 당신으로 가득 찼는데,
당신은… 그저 편안함만 기억했다면—
두 사람 사이엔 애초부터
감정의 밀도가 달랐던 거죠.”
윤서는 몸을 살짝 웅크리듯 앉아 있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편안한 우정’이
지금 이 순간, 점점 기울고 있었다.
지우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의 무게가 다를수록,
그 기억은 한 사람에겐 추억이 되고,
다른 한 사람에겐… 상처가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관계의 균열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친구가 한 번 그런 말을 했었어요.”
윤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심스럽게 꺼냈다.
“어떤 날이었더라…
같이 셋이서 술을 마셨거든요.
하진 씨, 저, 그리고 제 대학 동기.
그때 친구가 나중에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지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
“‘하진 씨, 너 볼 때 표정이 좀 묘하더라.
진짜 친구 맞아?’
그렇게 말했어요.”
윤서는 고개를 떨궜다.
“그땐 그냥…
그 친구가 오지랖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진 씨는 늘 똑같은 말투였고,
조용하고 무던했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하진 씨가 제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길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녀는 이어, 또 다른 기억을 더듬었다.
“제 남자친구가 있었을 때도…
어느 날 싸우고 울면서 전화했거든요.
그때 하진 씨가 와줬어요.
그리고는 별말 없이 제 옆에 앉아 있었죠.
그 모습에 위로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친구는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지우가 시선을 고정한 채 묻는다.
“뭐라고 했나요?”
“‘넌 걔를 친구라고 믿지?
난 네가 울 때 걔 눈빛 봤어.
너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였어.’
그랬어요.”
조용히 울컥한 기운이 방 안을 훑고 지나갔다.
윤서는 손끝을 깍지처럼 맞잡았다.
“그때도 전 그냥,
질투나서 저러는 줄 알았어요.
하진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믿고 싶었고…”
지우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감정이 퍼지는 결은, 스스로 감각할 때 가장 또렷하니까.
윤서는 멍하니 허공을 보며 혼잣말처럼 이어갔다.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하진 씨는 저랑 있을 땐 유난히 조용하고,
다른 사람 말엔 거의 반응도 안 한다고.
제가 없을 땐 되게 잘 웃는다던데…”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이상하죠?
왜 그땐 아무렇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이렇게 자꾸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지우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기억은 보통, 타인의 말에 의해서 다시 떠오르곤 해요.
특히 감정이 억눌려 있던 순간이라면—
그 장면은 나중에서야 진짜 감정으로 재생되죠.”
“…그렇군요.”
“그리고 이제 중요한 건,
그분이 그런 감정을 정말 품고 있었느냐보다…”
지우는 윤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감정이 지금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고 있느냐예요.”
윤서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 말이, 너무 정곡이었다.
지금 그녀를 괴롭히는 건
‘그가 나를 사랑했을까?’가 아니라,
‘혹시 나도 그 감정을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었다.
그 의문이, 더 아팠다.
“그게…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윤서의 말은 작게 떨렸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지우는 급히 이어 묻지 않고, 그 침묵의 결을 지켜보았다.
“한 친구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요.”
윤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진 씨가 날 볼 때… 좀 묘하다고.”
“묘하다고요?”
“응. 그냥... 친구를 보는 눈빛이 아닌 것 같다고. 근데 그땐 그냥 웃고 넘겼죠. ‘내가 예민한가 보다’, ‘괜한 얘기 하나 더 늘어놨나 보다’ 하고.”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움찔하듯 떨었다. 마치 그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결을 흔드는 듯했다.
“다른 친구도… 그러더라고요. ‘하진 씨는 네 얘기만 하더라’고. 그 친구가 하진이랑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뭐만 하면 ‘윤서라면 이랬을 거야’, ‘윤서는 이런 거 좋아해’... 그렇게 말한다던데요.”
지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냥… 기분 좋았어요. 내 얘기를 누가 그렇게 자주 꺼낸다는 게. 근데 그게 뭔가 감정의 신호였다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을 잇는다.
“오히려… 그가 나한테 감정이 있을 리 없다고 단정 지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선도, 말들도… 그냥 ‘다정한 성격’이라고 넘겼고요.”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타인의 시선은 때로, 우리가 감추려는 진실을 그대로 비춥니다.”
“...근데 왜 전 그걸 못 봤을까요?”
윤서는 고개를 떨궜다. 말끝은 자책처럼 맴돌았지만, 그 눈빛엔 오히려 알아버린 자의 혼란이 피어 있었다.
“아니요, 못 본 게 아니라… 안 보려고 했던 거 같아요. 내가 친구라고 믿는 한, 더 이상 책임질 것도 없고… 그 관계 안에 있는 내가 안전하니까.”
지우는 그 말을 곱씹듯 되뇌었다.
“관계에서 안전을 추구할 때, 사람은 종종 감정을 외면하게 됩니다.”
윤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래도록 뜨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눈이 그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선이 더 정확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각.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리고 지우를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
“선생님은… 그런 거 느껴본 적 있어요?”
지우는 한순간 시선을 떨궜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었다.
“상담사는 감정의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이에요. 느끼는 대신, 확인하죠.”
윤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거리감이, 그녀의 혼란을 한 겹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듯했다.
“근데... 그 사람이요.”
윤서는 말끝을 망설였다. 손끝이 무릎 위에서 자꾸 주름을 잡았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얘기를 꽤 많이 했더라고요.”
지우의 시선이 잠시 고요해졌다. 그녀는 그 말의 결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조차 길게 들이켰다.
“어떤 얘기요?”
“...자잘한 것들이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 제가 싫어하는 음악, 어릴 때 키우던 강아지 이름까지.”
“그걸... 친구들한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 그런 거 잘 말하는 스타일 아니었는데...”
윤서는 무표정하게 말을 잇지만, 그 얼굴 아래엔 무언가가 무너지기 직전의 불안이 스며 있었다.
“심지어, 내가 말한 줄도 몰랐던 얘기들이었어요. 제가 까맣게 잊고 있던 일들. 예를 들어, 어릴 때 해바라기 꽃밭에서 울었다는 얘기... 전 말한 기억 없는데.”
“그럼 어떻게 알았을까요?”
“모르겠어요. 그냥...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나보다 더 오래, 더 깊게.”
말을 마친 윤서는 마치 스스로도 믿기 힘든 듯 고개를 흔든다.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전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란 걸 몰랐어요.
늘 담백하고 무던한 줄만 알았거든요. 근데...”
지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처럼 말했다.
“감정이 비대칭인 관계는, 언제나 한쪽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윤서는 그 말을 가만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지우는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윤서를 바라보았다.
마치 대답은 이미 그녀 안에 있다고 말하듯이.
윤서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 사람, 정말 친구였을까?”
“...아니면, 나 혼자만 친구라고 믿었던 걸까?”
그리고 마치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마지막 한마디가
이 씬의 정서를 깊이 가라앉힌다.
“무서워요.
이 감정이 사랑이었다면…
난, 그걸 몇 년이나 외면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우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요…”
윤서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그 사람을 친구로도 부를 수 없을 것 같아요.”
—
‘사랑은 때때로, 가장 친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시작된다.
그리고 진실은… 언제나 기억의 모서리에서, 조용히 그 얼굴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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