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독사 사냥
조회 : 152 추천 : 0 글자수 : 7,233 자 2026-01-20
제6화: 독사 사냥 (Viper Hunt)
철권문(鐵拳門)의 월례 비무가 열리는 날. 이날만큼은 평소 굳게 닫혀있던 철권문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입장료는 고작 동전 두 닢.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춰 박리다매를 노린 덕분에, 천곡현의 주민들은 물론 지나가던 행상인들까지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3대 제자가 대사형 장칠에게 한 방 먹였다는 기상천외한 소문까지 퍼진 탓에, 그 맹랑한 놈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는 호기심이 더해져 평소 월례 비무 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덕분에 연무장은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이, 김 씨! 여기야, 여기!"
"세상에, 사람이 뭐 이리 많아? 철권문이 망해간다더니, 아직 볼거리는 남았나 보네?"
"이 사람아, 망해가는 문파라도 무인들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어디 있나? 게다가 오늘은 내기 판돈이 꽤 짭짤하다던데?"
왁자지껄한 소음과 흙먼지가 뒤섞인 연무장은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구경꾼들은 미리 준비해 온 술과 고기를 뜯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돈을 걷는 도박꾼들의 손놀림도 분주했다.
"자, 자! 3경기 배당률 나왔습니다! 백운한테 걸면 10배! 무려 10배입니다!"
"에이, 누가 그 풋내기한테 걸어? 상대가 '독사' 조영이라며?"
"그러니까 10배지! 혹시 아나? 미친 척하고 한 방 터질지!"
외부인들이 섞여들자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거칠고 노골적이었다. 제자들끼리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이제는 돈과 흥미가 걸린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단상 위,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의자에는 문주 왕대협이 펑퍼짐한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수많은 외부인의 시선이 쏠려 있었지만, 그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하품만 쩍쩍 해대고 있었다.
그의 좌우로는 철권문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세 명의 장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측에는 박쥐처럼 눈매가 가늘고 음흉한 박 장로가, 좌측에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부채질을 해대는 맹 장로와 꼬장꼬장한 현 장로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북새통을 이룬 인파를 보며 은근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제자들의 실력 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철권문이 매달 꼬박꼬박 월례 비무를 여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 쏠쏠한 입장료 수입 때문이었다.
그들 뒤편에 선 장칠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제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 백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 장로가 곁눈질로 문주가 조는 것을 확인하더니, 소매로 입을 가리며 장칠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장칠아."
"예, 장로님."
박 장로의 목소리는 시끌벅적한 관중들의 함성에 묻혀, 바로 옆에 있는 장칠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로 낮고 은밀했다.
"이리 판이 커져서야 원. 내 네놈 편의를 봐주기로 하긴 했다만, 너무 심하게 굴지는 말게.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박 장로가 혀를 차며 관중석 한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저 녀석들 보게. 개중에는 우리 문파에 입문할까 하고 고민하는 놈들도 있을 게야. 헌데 비무장에서 사람이 피떡이 되어 실려 나가는 꼴을 보면, 기겁해서 도망가지 않겠나? 굴러들어올지도 모르는 돈줄을 걷어차면 자네가 책임질 텐가?"
장로의 말은 제자의 안위 걱정이라기보다는, 문파를 위해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였다.
"염려 놓으십시오. 적당히 '지도 대련' 정도로 끝내라 일러두겠습니다."
장칠은 곧바로 뒤에 서 있던 제자 하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가 귓속말로 무언가 속삭이자, 제자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기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조영에게 달려갔다.
"사형, 장칠 형님이 전하랍니다. 판이 커졌으니 적당히 하라고 하십니다."
조영은 스트레칭을 하다 말고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쳇, 김빠지게. 뭐, 알았다고 전해. "
장칠은 멀리서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다시 박 장로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박 장로 역시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들이 은밀히 신호를 주고받는 사이, 연무장의 분위기는 앞서 치러진 두 번의 비무를 거치며 슬슬 달아오르고 있었다. 제1경기는 맷집 좋은 3대 제자들의 난타전이었다. 기술이고 뭐고 없이 서로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주먹을 꽂아대는 원초적인 싸움에 관중들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환호했다. 반면, 제2경기는 서로 간만 보며 빙빙 돌다 장외패로 끝난 지루한 졸전이었다.
"에이, 밥값도 못하는 놈들! 썩 꺼져라!"
"화끈하게 좀 해봐! 너희들 그러고도 무인이냐?"
평소라면 철권문의 위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는 사람들이 오늘만큼은 인파 속에 숨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연무장의 열기가 한껏 고조된 찰나, 비무를 알리는 북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둥- 둥-!
"제3경기! 3대 제자 백운 대 2대 제자 조영!"
심판의 우렁찬 호명이 떨어지는 순간, 왁자지껄하던 연무장의 시선이 일제히 비무대로 쏠렸다. 단순한 도박꾼들의 흥미만이 아니었다.
구석에는 평소 이런 하위 제자들의 비무에는 관심조차 없던 왕호가 팔짱을 낀 채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며칠 전 백운이 장칠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던 3대 제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쪽은 뱀처럼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의 사내, 조영. 다른 한쪽은 무표정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백운이었다.
낭창거리는 몸짓 속에 탄탄한 실전 근육을 감춘 조영에 비해, 백운의 체격은 무인이라기엔 다소 평범해 보였다.
관중석이 실망감에 술렁거렸다.
"저 녀석이 백운이야? 덩치가 너무 왜소한데?"
"야, 이 사기꾼 놈들아! 저런 비실이가 대사형을 이겼다고? 누구한테 약을 팔아!"
"에이 씨, 내가 미쳤지! 저런 놈한테 내 돈을 걸다니! 다 속았어, 젠장!"
소문만 믿고 고배당을 노리며 백운에게 돈을 걸었던 도박꾼들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쳇, 이번 판은 글렀구먼. 싱겁게 끝나겠어."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하지만 전생의 수만 관중이 운집한 거대한 전장, 그 정점(頂點)에 섰던 존재였던 그에게, 고작 시골 문파 연무장에 쏟아지는 야유 따위는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보다 가소로웠다.
조영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백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원래라면 뼈마디를 하나하나 으스러뜨리며 비명을 즐겼겠지만... 쳇, 네놈에겐 천만다행인 줄 알아라. 장칠 형님이 오늘은 보는 눈이 너무 많으니 적당히 하라고 하셨거든. 팔 하나, 다리 하나 정도만 가져갈게."
살벌한 협박. 하지만 백운의 시선은 차분하게 조영의 어깨 근육, 무게 중심, 그리고 손가락 마디의 굳은살을 스캔하고 있었다.
'자세가 꽤 견고해. 삼류 치고는 제법이야. 저 흐느적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사권(蛇拳)을 기형적으로 비틀어 관절기에 올인한 변종이군. 게다가... 거슬리는 건 저 손톱 끝의 탁기(濁氣). 단순한 때가 아니야. 미세하게 감도는 보랏빛... 독(毒)이다. '
판단을 마친 백운은 말없이 자세를 잡았다. 왼발을 앞으로, 오른손은 턱 밑에. 철권의 기본자세였지만, 묘하게 무게중심이 낮았다.
"시작!"
심판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영이 땅을 박찼다.
쉬익-!
매서운 바람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독사'라는 별호가 허명이 아니라는 듯, 조영의 신형은 순식간에 시야의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오오오!"
"빠르다!"
구경꾼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운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드는 손끝.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었다. 손목을 유연하게 회전시키며 궤도를 비틀어 들어오는, 사권(蛇拳) 특유의 변칙적인 변화초(變化招)였다.
하지만 백운의 고개가 깻잎 한 장 차이로 뒤로 젖혀졌다.
획!
날카로운 손톱이 백운의 속눈썹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우연인가?'
"제법인데?"
조영은 멈추지 않고 연타를 퍼부었다. 손목, 명치, 인중. 오직 급소만을 노리는 집요한 공격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저, 저걸 다 피해?"
"말도 안 돼! 저 놈 등 뒤에 눈이라도 달렸나?"
관중석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조영의 싱거운 승리를 예상하며 킬킬대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운의 회피는 아슬아슬했다. 옷깃이 찢겨 나가고 뺨에 얕은 생채기가 났지만, 정작 치명적인 유효타는 단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위태로운 줄타기.
하지만 백운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패턴 A. 상단 찌르기 페이크 후 하단 걷어차기.'
'패턴 B. 어깨를 열며 들어오는 엇박자 훅.'
백운의 뇌내에서는 실시간으로 조영의 공격 패턴이 데이터화되어 쌓이고 있었다. 전생의 프로게이머 시절, 상대의 프레임 단위 습관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약점을 파훼해 승리를 거머쥐던 '컨트롤의 황제'. 조영의 공격은 분명 빠르고 변칙적이었지만, '습관'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른쪽 눈을 찌를 땐, 왼쪽 어깨가 1cm 내려간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자, 백운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벼락치기로 익힌 유수보(流水步)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았다. 여전히 투박했고 체력 소모도 심했다. 하지만 실전 속에서 깨우친 감각과 백운 특유의 '예측'이 더해지자, 놀라운 회피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쥐새끼가, 자꾸 도망만 다닐 거냐!"
약이 오른 조영의 공격이 더 거칠어졌다. 관중들의 웅성거림이 커지자 조바심이 난 것이다. 그는 백운이 구석으로 몰렸다고 판단하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양손을 교차시켜 백운의 퇴로를 차단하고, 무방비해진 명치를 향해 관수(貫手)를 꽂아 넣는 필살기.
'걸렸다!'
장칠도, 박 장로도, 그리고 숨죽여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도 조영의 승리를 확신한 그 순간. 백운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이다.'
'공격 반동으로 무게중심이 무너진 0.3초.'
백운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영의 품 안으로 한 걸음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장칠의 주먹을 어깨로 받아내고 파고들었던 그날과 똑같은 움직임.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잔혹한 딜 교환.
"저, 저 새끼가 또…!"
관중석 구석에서 이를 갈던 장칠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놈이 어깨를 들이미는 저 각도, 죽음을 불사하고 파고드는 저 미친 눈빛. 백운에게 꿰뚫렸던 옆구리와 돌아갔던 턱의 통증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장칠은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악몽이 조영에게 재현되려는 찰나였다.
푸욱!
조영의 손끝이 백운의 왼쪽 어깨를 깊게 찔렀다. 피가 튀었다. 조영이 희열에 찬 미소를 짓는 찰나.
"잡았다."
백운의 나직한 목소리가 조영의 귓가에 닿았다. 동시에 백운의 오른손이 뱀처럼 휘감기며 조영의 팔목을 낚아챘다. 조영이 흠칫하는 찰나, 백운의 무릎이 텅 빈 복부를 향해 벼락같이 솟구쳤다.
"커헉!"
숨이 턱 막힌 조영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불거졌다. 하지만 백운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으로 몸이 꺾인 조영의 팔을 단단히 틀어쥔 채, 철권(鐵拳)의 경력을 실어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기이하게 뒤틀린 조영의 팔이 허공에서 덜렁거렸다.
"뭐, 뭐야!"
"팔을 꺾었어!"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다. 환호성조차 잊은 채, 사람들은 경악에 질려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백운의 눈빛은 차가웠다. 독사의 머리는 확실히 짓이겨 놓아야 한다. 어설픈 자비는 독니가 되어 돌아올 뿐이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조영의 멱살을 틀어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쿵!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자, 거품을 문 채 바닥에 처박힌 조영의 처참한 몰골이 드러났다.
"……."
시끌벅적하던 연무장에 찬물을 끼얹은 듯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장칠은 터져 나오려는 욕설을 삼키듯 입술을 꽉 깨물었고, 옆에 앉은 박 장로의 뱀 같은 눈빛만이 기이하게 번들거릴 뿐이었다.
"후우...."
백운은 피 젖은 어깨를 움켜쥔 채 거친 숨을 골랐다. 어깨를 관통당한 고통이 뇌를 찔러왔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기환(精氣丸)으로 불순물을 씻어내고 다시 쌓아 올린 육체는 쇠기둥처럼 단단히 바닥을 지탱하고 있었다. 찢어지는 통증보다 승리의 전율이 더 강렬했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그 어떤 진통제보다 달콤했다.
[ 승리! ]
[ 업적 달성: '상위 포식자 사냥' ]
[ 보상: 레벨 업! ]
[ 근력 +2, 민첩 +1, 감각 +2 ]
[ 특성 개방: '위기 감지(E)' ]
"와아아아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관중들이 폭발적인 함성을 질렀다. 언더독의 반란, 뜻밖의 대박 승부에 도박꾼들은 환호했고 구경꾼들은 열광했다.
백운은 쓰러진 조영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독사라더니, 이빨이 무르군."
그때였다.
[ 경고! 강한 적의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
승리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방금 개방된 '위기 감지' 특성이 뇌리를 스쳤다. 등 뒤가 서늘해지는 감각. 백운은 본능적으로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중석 구석. 시종일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시합을 지켜보던 거구의 사내, 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왕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연무장 쪽을 응시했다. 그 무심한 시선이 패배한 조영을 스쳐 지나, 승리한 백운에게 잠시 머물렀다.
눈이 마주친 순간. 왕호의 무뚝뚝한 입매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나무 숲에서 느꼈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한, 짧지만 분명한 눈인사였다.
'......'
이내 왕호는 별다른 말 없이 몸을 돌려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백운은 느낄 수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거대한 기운. 장칠이나 조영과는 '격'이 달랐다.
철권문 2대 제자 최강자. 그가 남기고 간 뒷모습은 그 자체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백운은 멀어지는 왕호의 등을 보며 씩 웃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보란 듯이 해냈수다.'
이것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 무림이라는 거대한 게임판에 던지는, 첫 번째 승전보였다.
철권문(鐵拳門)의 월례 비무가 열리는 날. 이날만큼은 평소 굳게 닫혀있던 철권문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입장료는 고작 동전 두 닢.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춰 박리다매를 노린 덕분에, 천곡현의 주민들은 물론 지나가던 행상인들까지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3대 제자가 대사형 장칠에게 한 방 먹였다는 기상천외한 소문까지 퍼진 탓에, 그 맹랑한 놈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는 호기심이 더해져 평소 월례 비무 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덕분에 연무장은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이, 김 씨! 여기야, 여기!"
"세상에, 사람이 뭐 이리 많아? 철권문이 망해간다더니, 아직 볼거리는 남았나 보네?"
"이 사람아, 망해가는 문파라도 무인들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어디 있나? 게다가 오늘은 내기 판돈이 꽤 짭짤하다던데?"
왁자지껄한 소음과 흙먼지가 뒤섞인 연무장은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구경꾼들은 미리 준비해 온 술과 고기를 뜯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돈을 걷는 도박꾼들의 손놀림도 분주했다.
"자, 자! 3경기 배당률 나왔습니다! 백운한테 걸면 10배! 무려 10배입니다!"
"에이, 누가 그 풋내기한테 걸어? 상대가 '독사' 조영이라며?"
"그러니까 10배지! 혹시 아나? 미친 척하고 한 방 터질지!"
외부인들이 섞여들자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거칠고 노골적이었다. 제자들끼리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이제는 돈과 흥미가 걸린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단상 위,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의자에는 문주 왕대협이 펑퍼짐한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수많은 외부인의 시선이 쏠려 있었지만, 그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하품만 쩍쩍 해대고 있었다.
그의 좌우로는 철권문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세 명의 장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측에는 박쥐처럼 눈매가 가늘고 음흉한 박 장로가, 좌측에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부채질을 해대는 맹 장로와 꼬장꼬장한 현 장로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북새통을 이룬 인파를 보며 은근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는 제자들의 실력 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철권문이 매달 꼬박꼬박 월례 비무를 여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 쏠쏠한 입장료 수입 때문이었다.
그들 뒤편에 선 장칠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제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 백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 장로가 곁눈질로 문주가 조는 것을 확인하더니, 소매로 입을 가리며 장칠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장칠아."
"예, 장로님."
박 장로의 목소리는 시끌벅적한 관중들의 함성에 묻혀, 바로 옆에 있는 장칠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로 낮고 은밀했다.
"이리 판이 커져서야 원. 내 네놈 편의를 봐주기로 하긴 했다만, 너무 심하게 굴지는 말게.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박 장로가 혀를 차며 관중석 한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저 녀석들 보게. 개중에는 우리 문파에 입문할까 하고 고민하는 놈들도 있을 게야. 헌데 비무장에서 사람이 피떡이 되어 실려 나가는 꼴을 보면, 기겁해서 도망가지 않겠나? 굴러들어올지도 모르는 돈줄을 걷어차면 자네가 책임질 텐가?"
장로의 말은 제자의 안위 걱정이라기보다는, 문파를 위해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였다.
"염려 놓으십시오. 적당히 '지도 대련' 정도로 끝내라 일러두겠습니다."
장칠은 곧바로 뒤에 서 있던 제자 하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가 귓속말로 무언가 속삭이자, 제자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기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조영에게 달려갔다.
"사형, 장칠 형님이 전하랍니다. 판이 커졌으니 적당히 하라고 하십니다."
조영은 스트레칭을 하다 말고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쳇, 김빠지게. 뭐, 알았다고 전해. "
장칠은 멀리서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다시 박 장로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박 장로 역시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들이 은밀히 신호를 주고받는 사이, 연무장의 분위기는 앞서 치러진 두 번의 비무를 거치며 슬슬 달아오르고 있었다. 제1경기는 맷집 좋은 3대 제자들의 난타전이었다. 기술이고 뭐고 없이 서로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주먹을 꽂아대는 원초적인 싸움에 관중들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환호했다. 반면, 제2경기는 서로 간만 보며 빙빙 돌다 장외패로 끝난 지루한 졸전이었다.
"에이, 밥값도 못하는 놈들! 썩 꺼져라!"
"화끈하게 좀 해봐! 너희들 그러고도 무인이냐?"
평소라면 철권문의 위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는 사람들이 오늘만큼은 인파 속에 숨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연무장의 열기가 한껏 고조된 찰나, 비무를 알리는 북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둥- 둥-!
"제3경기! 3대 제자 백운 대 2대 제자 조영!"
심판의 우렁찬 호명이 떨어지는 순간, 왁자지껄하던 연무장의 시선이 일제히 비무대로 쏠렸다. 단순한 도박꾼들의 흥미만이 아니었다.
구석에는 평소 이런 하위 제자들의 비무에는 관심조차 없던 왕호가 팔짱을 낀 채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며칠 전 백운이 장칠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던 3대 제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쪽은 뱀처럼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의 사내, 조영. 다른 한쪽은 무표정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백운이었다.
낭창거리는 몸짓 속에 탄탄한 실전 근육을 감춘 조영에 비해, 백운의 체격은 무인이라기엔 다소 평범해 보였다.
관중석이 실망감에 술렁거렸다.
"저 녀석이 백운이야? 덩치가 너무 왜소한데?"
"야, 이 사기꾼 놈들아! 저런 비실이가 대사형을 이겼다고? 누구한테 약을 팔아!"
"에이 씨, 내가 미쳤지! 저런 놈한테 내 돈을 걸다니! 다 속았어, 젠장!"
소문만 믿고 고배당을 노리며 백운에게 돈을 걸었던 도박꾼들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쳇, 이번 판은 글렀구먼. 싱겁게 끝나겠어."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하지만 전생의 수만 관중이 운집한 거대한 전장, 그 정점(頂點)에 섰던 존재였던 그에게, 고작 시골 문파 연무장에 쏟아지는 야유 따위는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보다 가소로웠다.
조영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백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원래라면 뼈마디를 하나하나 으스러뜨리며 비명을 즐겼겠지만... 쳇, 네놈에겐 천만다행인 줄 알아라. 장칠 형님이 오늘은 보는 눈이 너무 많으니 적당히 하라고 하셨거든. 팔 하나, 다리 하나 정도만 가져갈게."
살벌한 협박. 하지만 백운의 시선은 차분하게 조영의 어깨 근육, 무게 중심, 그리고 손가락 마디의 굳은살을 스캔하고 있었다.
'자세가 꽤 견고해. 삼류 치고는 제법이야. 저 흐느적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사권(蛇拳)을 기형적으로 비틀어 관절기에 올인한 변종이군. 게다가... 거슬리는 건 저 손톱 끝의 탁기(濁氣). 단순한 때가 아니야. 미세하게 감도는 보랏빛... 독(毒)이다. '
판단을 마친 백운은 말없이 자세를 잡았다. 왼발을 앞으로, 오른손은 턱 밑에. 철권의 기본자세였지만, 묘하게 무게중심이 낮았다.
"시작!"
심판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영이 땅을 박찼다.
쉬익-!
매서운 바람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독사'라는 별호가 허명이 아니라는 듯, 조영의 신형은 순식간에 시야의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오오오!"
"빠르다!"
구경꾼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운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드는 손끝.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었다. 손목을 유연하게 회전시키며 궤도를 비틀어 들어오는, 사권(蛇拳) 특유의 변칙적인 변화초(變化招)였다.
하지만 백운의 고개가 깻잎 한 장 차이로 뒤로 젖혀졌다.
획!
날카로운 손톱이 백운의 속눈썹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우연인가?'
"제법인데?"
조영은 멈추지 않고 연타를 퍼부었다. 손목, 명치, 인중. 오직 급소만을 노리는 집요한 공격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저, 저걸 다 피해?"
"말도 안 돼! 저 놈 등 뒤에 눈이라도 달렸나?"
관중석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조영의 싱거운 승리를 예상하며 킬킬대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운의 회피는 아슬아슬했다. 옷깃이 찢겨 나가고 뺨에 얕은 생채기가 났지만, 정작 치명적인 유효타는 단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위태로운 줄타기.
하지만 백운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패턴 A. 상단 찌르기 페이크 후 하단 걷어차기.'
'패턴 B. 어깨를 열며 들어오는 엇박자 훅.'
백운의 뇌내에서는 실시간으로 조영의 공격 패턴이 데이터화되어 쌓이고 있었다. 전생의 프로게이머 시절, 상대의 프레임 단위 습관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약점을 파훼해 승리를 거머쥐던 '컨트롤의 황제'. 조영의 공격은 분명 빠르고 변칙적이었지만, '습관'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른쪽 눈을 찌를 땐, 왼쪽 어깨가 1cm 내려간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자, 백운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벼락치기로 익힌 유수보(流水步)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았다. 여전히 투박했고 체력 소모도 심했다. 하지만 실전 속에서 깨우친 감각과 백운 특유의 '예측'이 더해지자, 놀라운 회피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쥐새끼가, 자꾸 도망만 다닐 거냐!"
약이 오른 조영의 공격이 더 거칠어졌다. 관중들의 웅성거림이 커지자 조바심이 난 것이다. 그는 백운이 구석으로 몰렸다고 판단하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양손을 교차시켜 백운의 퇴로를 차단하고, 무방비해진 명치를 향해 관수(貫手)를 꽂아 넣는 필살기.
'걸렸다!'
장칠도, 박 장로도, 그리고 숨죽여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도 조영의 승리를 확신한 그 순간. 백운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이다.'
'공격 반동으로 무게중심이 무너진 0.3초.'
백운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영의 품 안으로 한 걸음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장칠의 주먹을 어깨로 받아내고 파고들었던 그날과 똑같은 움직임.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잔혹한 딜 교환.
"저, 저 새끼가 또…!"
관중석 구석에서 이를 갈던 장칠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놈이 어깨를 들이미는 저 각도, 죽음을 불사하고 파고드는 저 미친 눈빛. 백운에게 꿰뚫렸던 옆구리와 돌아갔던 턱의 통증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장칠은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악몽이 조영에게 재현되려는 찰나였다.
푸욱!
조영의 손끝이 백운의 왼쪽 어깨를 깊게 찔렀다. 피가 튀었다. 조영이 희열에 찬 미소를 짓는 찰나.
"잡았다."
백운의 나직한 목소리가 조영의 귓가에 닿았다. 동시에 백운의 오른손이 뱀처럼 휘감기며 조영의 팔목을 낚아챘다. 조영이 흠칫하는 찰나, 백운의 무릎이 텅 빈 복부를 향해 벼락같이 솟구쳤다.
"커헉!"
숨이 턱 막힌 조영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불거졌다. 하지만 백운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으로 몸이 꺾인 조영의 팔을 단단히 틀어쥔 채, 철권(鐵拳)의 경력을 실어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기이하게 뒤틀린 조영의 팔이 허공에서 덜렁거렸다.
"뭐, 뭐야!"
"팔을 꺾었어!"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다. 환호성조차 잊은 채, 사람들은 경악에 질려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백운의 눈빛은 차가웠다. 독사의 머리는 확실히 짓이겨 놓아야 한다. 어설픈 자비는 독니가 되어 돌아올 뿐이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조영의 멱살을 틀어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쿵!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자, 거품을 문 채 바닥에 처박힌 조영의 처참한 몰골이 드러났다.
"……."
시끌벅적하던 연무장에 찬물을 끼얹은 듯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장칠은 터져 나오려는 욕설을 삼키듯 입술을 꽉 깨물었고, 옆에 앉은 박 장로의 뱀 같은 눈빛만이 기이하게 번들거릴 뿐이었다.
"후우...."
백운은 피 젖은 어깨를 움켜쥔 채 거친 숨을 골랐다. 어깨를 관통당한 고통이 뇌를 찔러왔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기환(精氣丸)으로 불순물을 씻어내고 다시 쌓아 올린 육체는 쇠기둥처럼 단단히 바닥을 지탱하고 있었다. 찢어지는 통증보다 승리의 전율이 더 강렬했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그 어떤 진통제보다 달콤했다.
[ 승리! ]
[ 업적 달성: '상위 포식자 사냥' ]
[ 보상: 레벨 업! ]
[ 근력 +2, 민첩 +1, 감각 +2 ]
[ 특성 개방: '위기 감지(E)' ]
"와아아아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관중들이 폭발적인 함성을 질렀다. 언더독의 반란, 뜻밖의 대박 승부에 도박꾼들은 환호했고 구경꾼들은 열광했다.
백운은 쓰러진 조영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독사라더니, 이빨이 무르군."
그때였다.
[ 경고! 강한 적의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
승리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방금 개방된 '위기 감지' 특성이 뇌리를 스쳤다. 등 뒤가 서늘해지는 감각. 백운은 본능적으로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중석 구석. 시종일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시합을 지켜보던 거구의 사내, 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왕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연무장 쪽을 응시했다. 그 무심한 시선이 패배한 조영을 스쳐 지나, 승리한 백운에게 잠시 머물렀다.
눈이 마주친 순간. 왕호의 무뚝뚝한 입매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나무 숲에서 느꼈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한, 짧지만 분명한 눈인사였다.
'......'
이내 왕호는 별다른 말 없이 몸을 돌려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백운은 느낄 수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거대한 기운. 장칠이나 조영과는 '격'이 달랐다.
철권문 2대 제자 최강자. 그가 남기고 간 뒷모습은 그 자체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백운은 멀어지는 왕호의 등을 보며 씩 웃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보란 듯이 해냈수다.'
이것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 무림이라는 거대한 게임판에 던지는, 첫 번째 승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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