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흑오강체단(黑烏剛體丹)
조회 : 52 추천 : 0 글자수 : 4,272 자 2026-02-03
타는 듯한 갈증. 그것이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느낀 첫 번째 감각이었다.
"물..."
갈라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신음소리에 누군가 황급히 다가왔다.
"야! 정신이 드냐?"
투박한 손길이 뒷목을 받치더니 이내 시원한 물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메말라 비틀어진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생명수에 백운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흐릿하던 시야가 점차 선명해지자, 퀭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석의 얼굴이 들어왔다.
"며칠... 지난 거지?"
"이 미친놈아, 꼬박 나흘이다. 나흘 동안 시체처럼 꼼짝도 안 했다고. 숨 안 쉬었으면 멍석 말아서 갖다 버릴 뻔했어."
마석은 툴툴거리면서도 안도감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백운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성공했는가.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백운을 보며 마석이 기겁을 하며 어깨를 눌러앉혔다.
"야! 누워 있어! 일어나자마자 또 그놈의 아궁이 앞으로 기어가려고?"
"확인해야 해... 마지막 순간에 분명…"
"아오, 이 독한 놈아. 눈 뜨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거냐?"
마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 표정에는 백운에 대한 질린 듯한 경외심이 서려 있었다. 지난 비무 때도 그러했듯, 이 미친놈은 한 번 정한 일은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광기에 가까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는 품속에서 조그마한 호리병 하나를 꺼내 백운의 무릎 위에 툭 던졌다.
"자. 네가 목숨 걸고 만든 결과물이니까 네가 직접 봐. 뭔가 나오긴 했는데, 이게 정말 네가 원하던 그 물건이 맞는지."
백운의 시선이 호리병에 고정되었다. 떨리는 손으로 병마개를 열자, 비릿한 탄내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쌉싸름하고 맑은 약향이 피어올랐다. 호리병을 기울이자 손바닥 위로 다섯 개의 환약이 굴러 나왔다.
[흑오강체단(黑烏剛體丹) : 등급: 양약(良藥) - 중급, 상태: 정제 완료 (독소 제거), 효능 : 기혈 순환, 노폐물 제거, 원기 회복. 부작용: 복용 후 일시적인 발열 및 갈증.]
손바닥에 놓인 환약은, 독버섯과 약재를 달여 만든 결과물답게 다소 투박한 모양새였다. 표면은 거친 흑갈색을 띠고 있었고, 자세히 보면 약재가 뭉친 듯한 미세한 얼룩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눌러보자 제법 단단한 탄력이 느껴졌다. 약재를 아낌없이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알찬 밀도. 전설 속의 영약처럼 신비로운 광채는 없었으나, 적어도 들이부은 정성만큼의 효능은 기대해 볼 법했다.
"성공... 했군."
백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게임 속의 지식이 현실 물질로 구현된 것이다. 비록 전설적인 영약은 아니지만, 지금의 백운에게 가장 필요한 '기초'를 다져줄 양약이었다.
"야, 그거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맑아지더라. 내가 살다 살다 독버섯으로 그런 걸 만들어내는 놈은 처음 본다."
마석은 혀를 내두르며 죽이 담긴 그릇을 가져왔다.
"일단 먹어. 속부터 채워야 약을 먹든 죽을 쑤든 할 거 아냐."
백운은 순순히 죽을 받아먹었다. 마석의 말대로였다. 지금처럼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흑오강체단을 복용했다가는, '허불수보(虛不受補)'의 이치대로 장기가 약효를 감당하지 못하고 손상될 것이 뻔했다.
'최적의 흡수율을 위해서는 몸 상태를 정상 범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마석. 너도 당분간 술, 여자 다 끊어."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마석은 반사적으로 대꾸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며, 자연스레 시선을 손바닥 위에 놓인 환약들로 돌렸다. 굳이 구구절절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놈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몸 상태, 최상으로 끌어올려 놔. 기회는 준비된 놈한테만 오는 거니까."
그 한마디에 마석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백운이 말하는 '기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 빠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마석은 차오르는 흥분을 억누르며, 굳이 되묻는 대신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백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철저한 신체 통제에 들어갔다. 마석은 주머니에 남은 엽전 한 닢까지 탈탈 털어 최상급 식재료를 구해 왔다. 백운은 그 고단백 식단을 정해진 시간에 섭취하여 영양 균형을 맞추고, 삼재심법(三才心法)을 운용하여 흐트러진 기혈을 하나하나 바로잡았다.
옆에서 백운을 수발들던 마석 또한 술과 여색을 멀리하라는 백운의 말을 충실히 따른 덕분인지, 퀭하던 눈 밑의 그늘이 사라지고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이다.
이틀 후.
백운의 안색에 핏기가 돌아오고,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깊어졌다.
"준비는 끝났다."
방 밖에서는 마석이 혹시 모를 외부의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 경계를 서고 있었고, 백운 자신의 몸 상태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백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환약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식도를 타고 넘어간 환약은 위장에 닿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곧이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묵직한 온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닌,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봄볕처럼 부드럽고도 강렬한 열기였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좁은 혈관들이 그 열기에 반응해 꿈틀거렸다.
'흩어지지 않게 잡아둬야 한다.'
백운은 즉시 삼재심법을 운용해 날뛰려는 약력을 전신으로 이끌었다. 따스한 기운은 굳어있던 근육을 이완시키고, 관절 마디마디에 스며들어 삐걱거리는 소음을 잠재웠다. 마치 녹슨 기계에 최상급 기름을 칠하는 듯한 매끄러운 감각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약성이 본격적으로 발휘되자, 온화하던 기운이 점차 뜨겁게 달아올랐다.
"크윽……."
마치 독한 술을 단숨에 들이킨 듯, 위장에서부터 화끈거리는 열기가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지만, 견디지 못할 수준의 고통은 아니었다.
백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호흡을 고르며, 들끓는 열기를 단전으로 유도했다.
열기가 전신을 한 바퀴 순환하자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모공을 통해 끈적한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체내에 쌓여 있던 자잘한 노폐물들이 약 기운에 밀려 밖으로 배출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한 시진, 두 시진이 흐르며 거칠던 호흡은 점차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몸을 짓누르던 묵직한 무게감이 사라지자 꽉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개운함이 찾아왔다.
"스으으... 후우우..."
청량한 공기가 폐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자, 백운은 마지막으로 길고 묵직한 날숨을 내뱉어 체내의 탁기를 완전히 비워냈다.
서서히 눈을 뜬 백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주먹을 쥐어보았다. 비록 우락부락한 근육의 팽창은 없었으나, 피부 밑으로 느껴지는 밀도는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부드러운 가죽 속에 강철 심지를 박아 넣은 듯한 꽉 찬 탄력.
검은 노폐물로 뒤덮인 흉한 몰골 아래 드러난 살결은 생기를 머금고 있었고, 앙상했던 갈비뼈 사이에는 얇지만 실전적인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운이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속으로 시스템을 호출하자, 허공에 반투명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 이름: 백운 (17세) ]
[ 경지: 삼류(三流) - 최상급 ]
[ 근력: 15, 민첩: 16, 체력: 12, 담력: 1, 감각: 2, 내공: 10년 (탁기 1% 혼재) ]
[ 기능점: 0 ]
[ 보유 무공 : 철권(鐵拳) [범급/명경(明鏡)] (숙련도: 1.50%), 삼재심법(三才心法) [범급/숙달(熟達)] (숙련도: 36.80%), 유수보(流水步) [범급/초입(初入)] (숙련도: 8.20%) ]
[ 보유 특성 : 위기 감지(E)]
백운의 시선이 탁기에 잠깐 멈췄다.
"역시 중급이라 그런가. 미세하게 약독(藥毒)이 남았군. 무턱대고 남용했다간 오히려 독이 쌓이겠어."
하지만 지금의 성취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리스크였다. 남은 탁기는 추후 꾸준한 운기조식으로 정화하면 그만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나가자, 밖을 지키던 마석이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으악! 야, 너 이게 무슨 냄새야? 똥통에라도 빠졌다 왔냐?"
마석은 코를 틀어쥐고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이 끈적한 검은 오물로 뒤덮인 백운의 몰골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백운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이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건 무리였다.
"나 먼저 씻고 올게."
백운은 멍하니 서 있는 마석의 옆을 스치듯 지나쳐 우물가로 향했다.
"물..."
갈라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신음소리에 누군가 황급히 다가왔다.
"야! 정신이 드냐?"
투박한 손길이 뒷목을 받치더니 이내 시원한 물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메말라 비틀어진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생명수에 백운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흐릿하던 시야가 점차 선명해지자, 퀭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석의 얼굴이 들어왔다.
"며칠... 지난 거지?"
"이 미친놈아, 꼬박 나흘이다. 나흘 동안 시체처럼 꼼짝도 안 했다고. 숨 안 쉬었으면 멍석 말아서 갖다 버릴 뻔했어."
마석은 툴툴거리면서도 안도감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백운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성공했는가.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백운을 보며 마석이 기겁을 하며 어깨를 눌러앉혔다.
"야! 누워 있어! 일어나자마자 또 그놈의 아궁이 앞으로 기어가려고?"
"확인해야 해... 마지막 순간에 분명…"
"아오, 이 독한 놈아. 눈 뜨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거냐?"
마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 표정에는 백운에 대한 질린 듯한 경외심이 서려 있었다. 지난 비무 때도 그러했듯, 이 미친놈은 한 번 정한 일은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광기에 가까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는 품속에서 조그마한 호리병 하나를 꺼내 백운의 무릎 위에 툭 던졌다.
"자. 네가 목숨 걸고 만든 결과물이니까 네가 직접 봐. 뭔가 나오긴 했는데, 이게 정말 네가 원하던 그 물건이 맞는지."
백운의 시선이 호리병에 고정되었다. 떨리는 손으로 병마개를 열자, 비릿한 탄내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쌉싸름하고 맑은 약향이 피어올랐다. 호리병을 기울이자 손바닥 위로 다섯 개의 환약이 굴러 나왔다.
[흑오강체단(黑烏剛體丹) : 등급: 양약(良藥) - 중급, 상태: 정제 완료 (독소 제거), 효능 : 기혈 순환, 노폐물 제거, 원기 회복. 부작용: 복용 후 일시적인 발열 및 갈증.]
손바닥에 놓인 환약은, 독버섯과 약재를 달여 만든 결과물답게 다소 투박한 모양새였다. 표면은 거친 흑갈색을 띠고 있었고, 자세히 보면 약재가 뭉친 듯한 미세한 얼룩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눌러보자 제법 단단한 탄력이 느껴졌다. 약재를 아낌없이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알찬 밀도. 전설 속의 영약처럼 신비로운 광채는 없었으나, 적어도 들이부은 정성만큼의 효능은 기대해 볼 법했다.
"성공... 했군."
백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게임 속의 지식이 현실 물질로 구현된 것이다. 비록 전설적인 영약은 아니지만, 지금의 백운에게 가장 필요한 '기초'를 다져줄 양약이었다.
"야, 그거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맑아지더라. 내가 살다 살다 독버섯으로 그런 걸 만들어내는 놈은 처음 본다."
마석은 혀를 내두르며 죽이 담긴 그릇을 가져왔다.
"일단 먹어. 속부터 채워야 약을 먹든 죽을 쑤든 할 거 아냐."
백운은 순순히 죽을 받아먹었다. 마석의 말대로였다. 지금처럼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흑오강체단을 복용했다가는, '허불수보(虛不受補)'의 이치대로 장기가 약효를 감당하지 못하고 손상될 것이 뻔했다.
'최적의 흡수율을 위해서는 몸 상태를 정상 범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마석. 너도 당분간 술, 여자 다 끊어."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마석은 반사적으로 대꾸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며, 자연스레 시선을 손바닥 위에 놓인 환약들로 돌렸다. 굳이 구구절절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놈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몸 상태, 최상으로 끌어올려 놔. 기회는 준비된 놈한테만 오는 거니까."
그 한마디에 마석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백운이 말하는 '기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 빠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마석은 차오르는 흥분을 억누르며, 굳이 되묻는 대신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백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철저한 신체 통제에 들어갔다. 마석은 주머니에 남은 엽전 한 닢까지 탈탈 털어 최상급 식재료를 구해 왔다. 백운은 그 고단백 식단을 정해진 시간에 섭취하여 영양 균형을 맞추고, 삼재심법(三才心法)을 운용하여 흐트러진 기혈을 하나하나 바로잡았다.
옆에서 백운을 수발들던 마석 또한 술과 여색을 멀리하라는 백운의 말을 충실히 따른 덕분인지, 퀭하던 눈 밑의 그늘이 사라지고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이다.
이틀 후.
백운의 안색에 핏기가 돌아오고,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깊어졌다.
"준비는 끝났다."
방 밖에서는 마석이 혹시 모를 외부의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 경계를 서고 있었고, 백운 자신의 몸 상태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백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환약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식도를 타고 넘어간 환약은 위장에 닿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곧이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묵직한 온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뼈를 깎는 고통이 아닌,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봄볕처럼 부드럽고도 강렬한 열기였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좁은 혈관들이 그 열기에 반응해 꿈틀거렸다.
'흩어지지 않게 잡아둬야 한다.'
백운은 즉시 삼재심법을 운용해 날뛰려는 약력을 전신으로 이끌었다. 따스한 기운은 굳어있던 근육을 이완시키고, 관절 마디마디에 스며들어 삐걱거리는 소음을 잠재웠다. 마치 녹슨 기계에 최상급 기름을 칠하는 듯한 매끄러운 감각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약성이 본격적으로 발휘되자, 온화하던 기운이 점차 뜨겁게 달아올랐다.
"크윽……."
마치 독한 술을 단숨에 들이킨 듯, 위장에서부터 화끈거리는 열기가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지만, 견디지 못할 수준의 고통은 아니었다.
백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호흡을 고르며, 들끓는 열기를 단전으로 유도했다.
열기가 전신을 한 바퀴 순환하자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모공을 통해 끈적한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체내에 쌓여 있던 자잘한 노폐물들이 약 기운에 밀려 밖으로 배출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한 시진, 두 시진이 흐르며 거칠던 호흡은 점차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몸을 짓누르던 묵직한 무게감이 사라지자 꽉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개운함이 찾아왔다.
"스으으... 후우우..."
청량한 공기가 폐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자, 백운은 마지막으로 길고 묵직한 날숨을 내뱉어 체내의 탁기를 완전히 비워냈다.
서서히 눈을 뜬 백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주먹을 쥐어보았다. 비록 우락부락한 근육의 팽창은 없었으나, 피부 밑으로 느껴지는 밀도는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부드러운 가죽 속에 강철 심지를 박아 넣은 듯한 꽉 찬 탄력.
검은 노폐물로 뒤덮인 흉한 몰골 아래 드러난 살결은 생기를 머금고 있었고, 앙상했던 갈비뼈 사이에는 얇지만 실전적인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백운이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속으로 시스템을 호출하자, 허공에 반투명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 이름: 백운 (17세) ]
[ 경지: 삼류(三流) - 최상급 ]
[ 근력: 15, 민첩: 16, 체력: 12, 담력: 1, 감각: 2, 내공: 10년 (탁기 1% 혼재) ]
[ 기능점: 0 ]
[ 보유 무공 : 철권(鐵拳) [범급/명경(明鏡)] (숙련도: 1.50%), 삼재심법(三才心法) [범급/숙달(熟達)] (숙련도: 36.80%), 유수보(流水步) [범급/초입(初入)] (숙련도: 8.20%) ]
[ 보유 특성 : 위기 감지(E)]
백운의 시선이 탁기에 잠깐 멈췄다.
"역시 중급이라 그런가. 미세하게 약독(藥毒)이 남았군. 무턱대고 남용했다간 오히려 독이 쌓이겠어."
하지만 지금의 성취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리스크였다. 남은 탁기는 추후 꾸준한 운기조식으로 정화하면 그만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나가자, 밖을 지키던 마석이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으악! 야, 너 이게 무슨 냄새야? 똥통에라도 빠졌다 왔냐?"
마석은 코를 틀어쥐고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이 끈적한 검은 오물로 뒤덮인 백운의 몰골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백운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이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건 무리였다.
"나 먼저 씻고 올게."
백운은 멍하니 서 있는 마석의 옆을 스치듯 지나쳐 우물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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