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문제 없는 행사
조회 : 69 추천 : 0 글자수 : 5,629 자 2026-01-27
종교 단체를 취재할 때 기자들이 먼저 확인하는 것은 교리도 신앙도 아니었다. 건물의 위치, 회계 흐름, 기부금 동선, 정치인과의 동행 사진, 행사에 걸린 로고, 그리고 그 로고가 어디까지 확장되어 있는가였다. 진광회는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인 단체였다.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존재했고, 종교법인을 표방했지만 문화재단과 교육센터로도 등록되어 있었다.
진광회의 행사는 대체로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이름은 다채로웠다. 전통 음악 축제, 청소년 문화 교류전, 지역 어르신 공연 관람 행사, 어린이 무도 시범대회. 정치나 종교를 직접 언급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고, 대신 기업 후원 로고와 지역 의원들의 축사 영상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진 속 무대 배경에는 진광회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지만, 그 옆에는 도청이나 구청의 후원 문구가 함께 붙어 있었다. 둘의 경계를 헷갈리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행사장을 찍은 사진들 속 사람들은 전형적인 구성으로 나뉘었다. 앞줄에는 정장을 입은 지역 유지들과 정치인, 그 뒤에는 색깔 맞춘 조끼를 입은 봉사단, 맨 뒷줄에는 가족 단위로 온 신도와 지역 주민들이 섞여 있었다. 기자들이 보기엔 종교적 열기보다 동원력과 조직력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도였다. 그리고 그 동원력은 선거철이 되면 명확한 수치로 변환되곤 했다.
풍경은 밝았지만 그것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명도였다. 종교 행사치고는 세속적이었고, 정치 행사치고는 친근했으며, 지역 축제치고는 조직적이었다. 현수막에는 종교적 문구보다 청년, 미래, 문화, 공존 같은 단어가 더 많이 적혀 있었다. 진광회는 자신들이 무엇을 믿는지보다는 무엇을 도울 수 있는 단체인지 설명하는 데 더 익숙해 보였다.
그 중간 지점에 늘 정치인들이 있었다. 테이프 커팅, 악수, 사진 촬영, 지역 방송 인터뷰.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윈윈이었다. 단체는 공적 이미지를 얻고, 정치인은 지역 기반을 확보하고, 주민들은 무료 공연이나 체험 부스를 즐겼다. 기자의 눈에 이 장면은 종교라기보다 생태계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교환 구조. 나오야는 그 교환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합법인지 파악하는 데 더 익숙했다. 진실은 대개 그 뒤에 있었다.
히로유키 같은 지역 의원에게 진광회는 표 밖의 표였다. 공식적으로는 신도였고, 비공식적으로는 지역 행사 인력이고, 더 깊게 들어가면 선거철 전화나 SNS 확산을 담당하는 동원 가능한 단위였다. 기자들끼리는 이런 단체를 두고 은어처럼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는 조직표”라고 불렀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단어는 없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광회가 얻는 건 단순했다. 정치의 우산이었다. 후원 행사 때 도의원이 현장에 나타나 사진을 찍어주면 단체의 이미지는 훨씬 안전하게 보였다. 기자가 보기엔 그 한 장의 사진이 “심판이 아니다”라는 인증이었다. 종교 단체는 합법적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공공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신도들에게도 그 그림은 중요한 증거였다. 스스로를 ‘위험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오야는 그 사실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익숙해서 알고 있었다. 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건 진실이 아니라 관계 증명이었다. 누가 누구를 지지했고, 누가 누구를 후원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오갔는지. 이 셋이 연결되면 스캔들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의혹이었다. 진광회와 히로유키는 지금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그날 오후, 편집국에 속보를 정리하던 리포터가 들어와 데스크에게 서류를 건넸다. 붉은 스탬프가 찍힌 행사 안내장이었다. 오른쪽 아래에는 진광회 로고, 왼쪽 위에는 도쿄도 문화교류센터의 후원 마크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제목은 청소년 문화예술 교류전. 정치 냄새도, 종교 냄새도 겉으로는 나지 않았다.
데스크가 안내장을 훑더니 말없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저쪽에서 언론 접촉 들어왔네. 홍보 쪽에서 사진 욕심 있는 것 같아.”
옆자리 기자가 코웃음처럼 말했다. “또 청년이네. 청년 붙이면 다 되는 줄 알지.”
그러자 데스크가 조용히 웃었다. 기자들끼리는 흔한 농담이었다. 잠시 뒤, 데스크가 방향을 정하듯 물었다. “누가 갈래? 취재 있다고 말만 하면 출입은 문제 없을 거고.”
회의실처럼 조용한 순간이었다. 그 침묵은 귀찮아서도 아니고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그냥 애매해서였다. 애매할수록 기자들은 조용해졌다.
출입 기자 중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쪽하고 너무 붙는 건 면피하기 좀 그렇죠. 도의원 건도 같이 돌고 있는데.”
데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그 말이었다. 진광회 행사 하나가 단독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타이밍은 별로였다. 그때 데스크의 시선이 나오야 쪽으로 슬쩍 향했다. 압박도 아니고 제안도 아닌, 그냥 가능성의 확인 같은 느낌이었다.
“너는 가능해? 시간 되는지 묻는 거야.”
말투는 중간에 걸린 의도조차 없었다. 하지만 편집국은 말보다 공기가 중요했다. 나오야는 그것을 정확히 읽었다. “아니요, 지금은 교육 개편안 맡아 있어서요. 일정 겹칠 것 같습니다.”
대답은 부드럽게, 핑계는 단단하게였다. 데스크는 잠시 나오야를 바라보더니 종이를 접었다. “알겠어. 그러면 외부 협업팀에 넘길게.”
그 한 마디로 분위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모니터 키보드 소리,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 속보창이 띄워지는 소리. 일상이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나오야는 다시 화면을 보며 생각했다. 행사 하나는 간단했다. 문제는 행사 뒤에 붙는 이름들이었다. 진광회. 도청. 문화센터. 그리고 오노데라 히로유키. 네 단어가 같은 종이에 적혀 있는 순간, 어떤 기자도 섣불리 자원하지 않았다.
진광회 행사 건은 외부 협업팀으로 넘어가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방송국 사회부 기자 둘이 편집국에 들어왔다. 한 명은 카메라맨, 한 명은 마이크 백에 노트를 든 리포터였다. 서로 아는 얼굴이었지만 특별히 반가워하지도 않았고,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이 특유의 온도였다.
리포터는 데스크에게 행사 안내장을 다시 넘겨받으며 말했다. “현장 오픈된 행사라면 촬영은 괜찮죠?”
데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악수나 테이프 커팅 같은 건 자유롭게 찍어도 되고, 신도들 표정 따는 건 각자 판단하세요. 불만 나오면 방송국이 감당해야 할 거고.”
그 말에 카메라맨이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네, 늘 그렇죠.”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팀장급 기자가 옆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행사 자체는 문제 없을 거야. 다만 신도 인터뷰는 조심해. 몇몇은 방송을 좋아하지만, 몇몇은 카메라를 감시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리포터는 익숙하다는 듯 끄덕였다. 방송국 사회부는 보통 종교, 정치, 노동 같은 민감한 현장을 많이 밟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공기와 질문 방식을 알고 있었다.
카메라맨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우리도 그냥 그림 뽑으러 가는 거죠. 대충 웃고, 대충 악수하고, 원래 그런 행사잖아요.”
그 말은 들리는 것보다 훨씬 정확했다. 대개의 종교 행사 취재는 그림 확보가 목적이었다. 내용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리포터가 나오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도 가는 거야?”
나오야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 다른 건 맡아서.”
리포터는 그걸 이해했다는 듯 짧게 “그렇구나”라고만 했다. 더 묻지 않았고, 더 캐묻지도 않았다. 기자끼리는 서로가 하기 싫은 이유를 굳이 확인하지 않는 법이었다.
방송팀이 나간 뒤, 데스크는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런 건 방송이 빠르지. 우리는 정리하고, 걔네는 보여주고.”
그 말은 업계 진리였다. 신문은 설명하고, 방송은 보여주고, 정치인은 이용하고, 종교는 유지했다. 네 가지가 맞물리는 순간에만 거대한 그림이 나타났다. 나오야는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모니터를 다시 켜고, 자신이 맡은 교육 개편안 취재 파일을 열었다. 하지만 화면의 반사광 너머로 히로유키와 진광회라는 단어는 여전히 냉장고처럼 조용히 존재해 있었다. 누가 손을 대지 않아도, 누가 열지 않아도, 거기 있는 종류의 존재로.
진광회의 행사는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되었다. 장소는 도쿄 외곽의 문화센터. 현관 입구에는 작은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고, 진광회의 로고 옆에는 ‘청소년 문화예술 교류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 행사가 종교 행사인지, 지역 이벤트인지, 아니면 교육 프로그램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게 목적에 더 가까웠다.
무대 위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그 뒤편에는 ‘청소년 문화 교류’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 있었고, 진광회 로고는 아래쪽 구석에 조용히 배치되어 있었다. 종교성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식이었다.
카메라맨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림은 충분하네. 애들 나오고, 어른들 박수 치고, 행사장 꽉 찼고.”
리포터가 메모를 하며 덧붙였다. “정치인 누구 오나?”
“오지. 12시 반에. 도의원 둘이랑 구의원 한 명.”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방송팀은 알고 있었다. 특히 그 중 한 명이 히로유키라는 걸.
행사장 뒤편에는 부스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지역 농산물 판매, 문화 체험, 동네 학교 봉사 홍보, 그리고 진광회 출판물과 소형 부적을 판매하는 코너까지. 마지막 코너만 로고가 선명했고, 안내문에는 "참가비 기부는 청소년 문화 활동 지원에 사용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부인지 헌금인지 애매한 문장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건 행사 내 사람들의 공기였다. 부모들은 자녀 공연을 찍느라 바빴고, 어르신들은 문화행사라고 생각하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중년층 봉사단은 스태프처럼 움직였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은 어디에 속해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꾸러미처럼 엮인 이 구성은 단체가 스스로를 종교가 아니라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때 봉사 조끼를 입은 스태프가 카메라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혹시 방송국이세요? 의원님 오시면 안내해드릴게요.”
리포터가 짧게 끄덕였다. “네,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도 가능한가요?”
“공식 발언은 어려울 수 있는데, 인사 말은 찍어도 돼요. 나중에 문의하시면 조율해드릴 수 있어요.”
12시 40분, 행사장 뒤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정장 차림의 남성들 세 명이 등장했고, 그 앞뒤로 진광회 봉사단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비웠다. 히로유키였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순간, 어린아이들의 공연은 자연스럽게 끝났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 행사를 위해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오노데라 도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는 열광도 아니었고, 비판도 아니었다. 그저 공식적인 박수였다. 진광회가 가진 힘은 바로 그런 종류의 박수였다. 어느 분위기에도 위화감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히로유키는 무대로 올라가 짧은 인사말을 했다. 지역 청년, 문화 교류, 도시의 미래, 아이들의 꿈 같은 단어들이 순서만 바뀌며 이어졌다. 종교도, 신앙도, 자금도, 진광회도 등장하지 않았다.
카메라맨이 녹화를 멈추며 속삭였다. “이거, 쓰기 좋겠다. 리포트 길게 안 뽑아도 그림 나오네.”
리포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종교색 없고 청소년 나오고 의원 나오고. 완벽하네.”
이렇게만 보면 진광회는 문제가 없는 단체처럼 보였다. 히로유키는 지역에 기여하는 정치인처럼 보였다. 그리고 행사장은 그냥 평범한 문화행사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언제나 그 정도였다.
진광회의 행사는 대체로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이름은 다채로웠다. 전통 음악 축제, 청소년 문화 교류전, 지역 어르신 공연 관람 행사, 어린이 무도 시범대회. 정치나 종교를 직접 언급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고, 대신 기업 후원 로고와 지역 의원들의 축사 영상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진 속 무대 배경에는 진광회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지만, 그 옆에는 도청이나 구청의 후원 문구가 함께 붙어 있었다. 둘의 경계를 헷갈리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행사장을 찍은 사진들 속 사람들은 전형적인 구성으로 나뉘었다. 앞줄에는 정장을 입은 지역 유지들과 정치인, 그 뒤에는 색깔 맞춘 조끼를 입은 봉사단, 맨 뒷줄에는 가족 단위로 온 신도와 지역 주민들이 섞여 있었다. 기자들이 보기엔 종교적 열기보다 동원력과 조직력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도였다. 그리고 그 동원력은 선거철이 되면 명확한 수치로 변환되곤 했다.
풍경은 밝았지만 그것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명도였다. 종교 행사치고는 세속적이었고, 정치 행사치고는 친근했으며, 지역 축제치고는 조직적이었다. 현수막에는 종교적 문구보다 청년, 미래, 문화, 공존 같은 단어가 더 많이 적혀 있었다. 진광회는 자신들이 무엇을 믿는지보다는 무엇을 도울 수 있는 단체인지 설명하는 데 더 익숙해 보였다.
그 중간 지점에 늘 정치인들이 있었다. 테이프 커팅, 악수, 사진 촬영, 지역 방송 인터뷰.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윈윈이었다. 단체는 공적 이미지를 얻고, 정치인은 지역 기반을 확보하고, 주민들은 무료 공연이나 체험 부스를 즐겼다. 기자의 눈에 이 장면은 종교라기보다 생태계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교환 구조. 나오야는 그 교환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합법인지 파악하는 데 더 익숙했다. 진실은 대개 그 뒤에 있었다.
히로유키 같은 지역 의원에게 진광회는 표 밖의 표였다. 공식적으로는 신도였고, 비공식적으로는 지역 행사 인력이고, 더 깊게 들어가면 선거철 전화나 SNS 확산을 담당하는 동원 가능한 단위였다. 기자들끼리는 이런 단체를 두고 은어처럼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는 조직표”라고 불렀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단어는 없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광회가 얻는 건 단순했다. 정치의 우산이었다. 후원 행사 때 도의원이 현장에 나타나 사진을 찍어주면 단체의 이미지는 훨씬 안전하게 보였다. 기자가 보기엔 그 한 장의 사진이 “심판이 아니다”라는 인증이었다. 종교 단체는 합법적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공공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신도들에게도 그 그림은 중요한 증거였다. 스스로를 ‘위험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오야는 그 사실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익숙해서 알고 있었다. 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건 진실이 아니라 관계 증명이었다. 누가 누구를 지지했고, 누가 누구를 후원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오갔는지. 이 셋이 연결되면 스캔들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의혹이었다. 진광회와 히로유키는 지금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그날 오후, 편집국에 속보를 정리하던 리포터가 들어와 데스크에게 서류를 건넸다. 붉은 스탬프가 찍힌 행사 안내장이었다. 오른쪽 아래에는 진광회 로고, 왼쪽 위에는 도쿄도 문화교류센터의 후원 마크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제목은 청소년 문화예술 교류전. 정치 냄새도, 종교 냄새도 겉으로는 나지 않았다.
데스크가 안내장을 훑더니 말없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저쪽에서 언론 접촉 들어왔네. 홍보 쪽에서 사진 욕심 있는 것 같아.”
옆자리 기자가 코웃음처럼 말했다. “또 청년이네. 청년 붙이면 다 되는 줄 알지.”
그러자 데스크가 조용히 웃었다. 기자들끼리는 흔한 농담이었다. 잠시 뒤, 데스크가 방향을 정하듯 물었다. “누가 갈래? 취재 있다고 말만 하면 출입은 문제 없을 거고.”
회의실처럼 조용한 순간이었다. 그 침묵은 귀찮아서도 아니고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그냥 애매해서였다. 애매할수록 기자들은 조용해졌다.
출입 기자 중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쪽하고 너무 붙는 건 면피하기 좀 그렇죠. 도의원 건도 같이 돌고 있는데.”
데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그 말이었다. 진광회 행사 하나가 단독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타이밍은 별로였다. 그때 데스크의 시선이 나오야 쪽으로 슬쩍 향했다. 압박도 아니고 제안도 아닌, 그냥 가능성의 확인 같은 느낌이었다.
“너는 가능해? 시간 되는지 묻는 거야.”
말투는 중간에 걸린 의도조차 없었다. 하지만 편집국은 말보다 공기가 중요했다. 나오야는 그것을 정확히 읽었다. “아니요, 지금은 교육 개편안 맡아 있어서요. 일정 겹칠 것 같습니다.”
대답은 부드럽게, 핑계는 단단하게였다. 데스크는 잠시 나오야를 바라보더니 종이를 접었다. “알겠어. 그러면 외부 협업팀에 넘길게.”
그 한 마디로 분위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모니터 키보드 소리,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 속보창이 띄워지는 소리. 일상이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나오야는 다시 화면을 보며 생각했다. 행사 하나는 간단했다. 문제는 행사 뒤에 붙는 이름들이었다. 진광회. 도청. 문화센터. 그리고 오노데라 히로유키. 네 단어가 같은 종이에 적혀 있는 순간, 어떤 기자도 섣불리 자원하지 않았다.
진광회 행사 건은 외부 협업팀으로 넘어가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방송국 사회부 기자 둘이 편집국에 들어왔다. 한 명은 카메라맨, 한 명은 마이크 백에 노트를 든 리포터였다. 서로 아는 얼굴이었지만 특별히 반가워하지도 않았고,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이 특유의 온도였다.
리포터는 데스크에게 행사 안내장을 다시 넘겨받으며 말했다. “현장 오픈된 행사라면 촬영은 괜찮죠?”
데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악수나 테이프 커팅 같은 건 자유롭게 찍어도 되고, 신도들 표정 따는 건 각자 판단하세요. 불만 나오면 방송국이 감당해야 할 거고.”
그 말에 카메라맨이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네, 늘 그렇죠.”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팀장급 기자가 옆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행사 자체는 문제 없을 거야. 다만 신도 인터뷰는 조심해. 몇몇은 방송을 좋아하지만, 몇몇은 카메라를 감시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리포터는 익숙하다는 듯 끄덕였다. 방송국 사회부는 보통 종교, 정치, 노동 같은 민감한 현장을 많이 밟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공기와 질문 방식을 알고 있었다.
카메라맨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우리도 그냥 그림 뽑으러 가는 거죠. 대충 웃고, 대충 악수하고, 원래 그런 행사잖아요.”
그 말은 들리는 것보다 훨씬 정확했다. 대개의 종교 행사 취재는 그림 확보가 목적이었다. 내용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리포터가 나오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도 가는 거야?”
나오야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 다른 건 맡아서.”
리포터는 그걸 이해했다는 듯 짧게 “그렇구나”라고만 했다. 더 묻지 않았고, 더 캐묻지도 않았다. 기자끼리는 서로가 하기 싫은 이유를 굳이 확인하지 않는 법이었다.
방송팀이 나간 뒤, 데스크는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런 건 방송이 빠르지. 우리는 정리하고, 걔네는 보여주고.”
그 말은 업계 진리였다. 신문은 설명하고, 방송은 보여주고, 정치인은 이용하고, 종교는 유지했다. 네 가지가 맞물리는 순간에만 거대한 그림이 나타났다. 나오야는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모니터를 다시 켜고, 자신이 맡은 교육 개편안 취재 파일을 열었다. 하지만 화면의 반사광 너머로 히로유키와 진광회라는 단어는 여전히 냉장고처럼 조용히 존재해 있었다. 누가 손을 대지 않아도, 누가 열지 않아도, 거기 있는 종류의 존재로.
진광회의 행사는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되었다. 장소는 도쿄 외곽의 문화센터. 현관 입구에는 작은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고, 진광회의 로고 옆에는 ‘청소년 문화예술 교류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 행사가 종교 행사인지, 지역 이벤트인지, 아니면 교육 프로그램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게 목적에 더 가까웠다.
무대 위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그 뒤편에는 ‘청소년 문화 교류’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 있었고, 진광회 로고는 아래쪽 구석에 조용히 배치되어 있었다. 종교성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식이었다.
카메라맨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림은 충분하네. 애들 나오고, 어른들 박수 치고, 행사장 꽉 찼고.”
리포터가 메모를 하며 덧붙였다. “정치인 누구 오나?”
“오지. 12시 반에. 도의원 둘이랑 구의원 한 명.”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방송팀은 알고 있었다. 특히 그 중 한 명이 히로유키라는 걸.
행사장 뒤편에는 부스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지역 농산물 판매, 문화 체험, 동네 학교 봉사 홍보, 그리고 진광회 출판물과 소형 부적을 판매하는 코너까지. 마지막 코너만 로고가 선명했고, 안내문에는 "참가비 기부는 청소년 문화 활동 지원에 사용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부인지 헌금인지 애매한 문장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건 행사 내 사람들의 공기였다. 부모들은 자녀 공연을 찍느라 바빴고, 어르신들은 문화행사라고 생각하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중년층 봉사단은 스태프처럼 움직였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은 어디에 속해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꾸러미처럼 엮인 이 구성은 단체가 스스로를 종교가 아니라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때 봉사 조끼를 입은 스태프가 카메라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혹시 방송국이세요? 의원님 오시면 안내해드릴게요.”
리포터가 짧게 끄덕였다. “네,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도 가능한가요?”
“공식 발언은 어려울 수 있는데, 인사 말은 찍어도 돼요. 나중에 문의하시면 조율해드릴 수 있어요.”
12시 40분, 행사장 뒤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정장 차림의 남성들 세 명이 등장했고, 그 앞뒤로 진광회 봉사단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비웠다. 히로유키였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순간, 어린아이들의 공연은 자연스럽게 끝났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 행사를 위해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오노데라 도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는 열광도 아니었고, 비판도 아니었다. 그저 공식적인 박수였다. 진광회가 가진 힘은 바로 그런 종류의 박수였다. 어느 분위기에도 위화감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히로유키는 무대로 올라가 짧은 인사말을 했다. 지역 청년, 문화 교류, 도시의 미래, 아이들의 꿈 같은 단어들이 순서만 바뀌며 이어졌다. 종교도, 신앙도, 자금도, 진광회도 등장하지 않았다.
카메라맨이 녹화를 멈추며 속삭였다. “이거, 쓰기 좋겠다. 리포트 길게 안 뽑아도 그림 나오네.”
리포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종교색 없고 청소년 나오고 의원 나오고. 완벽하네.”
이렇게만 보면 진광회는 문제가 없는 단체처럼 보였다. 히로유키는 지역에 기여하는 정치인처럼 보였다. 그리고 행사장은 그냥 평범한 문화행사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언제나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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