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버그
조회 : 86 추천 : 0 글자수 : 3,808 자 2026-02-06
2022년 8월 32일 00:00.
넘어왔다. 드디어, 그 날로. 나는 망설임 없이 집을 나섰다.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공간. 작년과 똑같은 거리, 똑같은 시간, 똑같은 사람들.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멈춰 있는 사람들도 전부 작년에 봤던 그 얼굴들이야.”
나는 지유를 찾아나섰다. 그녀가 있을 장소는 예상할 수 있었다. 편의점 문을 열자, 바닥에 쪼그려 앉아 초콜릿을 먹고 있는 그녀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곤 토끼 눈이 되어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야... 그날 그렇게 사라지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지유가 나에게 허겁지겁 다가오며 말했다.
“미안해…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어.”
“조용한 교실에 혼자 남아서 너무 외로웠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지유가 겪은 외로움을 제대로 이해해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말없이 곁에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30분쯤 지났을까, 지유의 훌쩍임이 서서히 멎는 게 들렸다.
“이거…”
나는 지유가 나에게 줬던 쪽지를 건넸다.
“그날 깨어났을 때 모든 게 꿈이었나 싶었는데, 네 쪽지 덕분에 꿈이 아니었단 걸 알았어. 그때 너도 놀랐을 텐데… 쪽지 고마워.”
“이게 주머니에 들어있었어?”
“응, 널 만났을 때랑 같은 바지는 아니었지만… 깨어나고 몇시간 뒤에 주머니 뒤적이다가 떨어졌어.”
“거기까지 전달이 됐다고?”
본인이 넣어놨음에도 나에게 도착한 그 쪽지에 놀란 표정을 짓는 지유가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내 표정을 읽은 듯 지유는 나를 이끌고 편의점을 나와 처음 만났을 때 갔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지유는 공원 입구를 가르켰다.
“저기, 입구 앞에 멈춰 선 여자애 보이지?”
“응.”
“혼자 밥 먹기 싫은 날, 같이 먹는 느낌이라도 내보려고 편의점으로 옮겨본 적이 있어.”
“그래서?”
“나보다 체구가 작아서 옮기기 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무겁더라고.“
지금까지 나눈 대화와는 전혀 맞지 않는 주제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또 참새처럼 짹짹이는 거 뿐일까?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잠깐 내려놨더니 눈앞에서 스르륵, 사라졌어.”
사라졌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보니까,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 있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의 혼란스러움엔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다시 공원너머 어린이집을 손으로 가르켰다.
"그다음엔 더 작은 유치원생을 데려가 보려고 했지. 이번엔 멈추지 않고 편의점까지 안고 갔어. 그런데 의자에 앉히는 순간, 손에서 놓자마자… 그대로 사라졌어. 확인해보니까, 그 아이도 원래 있던 자리에 있었어. 마치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다는 듯, 꼭 지키고 서 있는 것처럼.”
지유는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늘어놓았다.
그녀의 얼굴은 거짓이 아니라는 듯 진지함이 서려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그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손에서 놓자마자 사라지고,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간다고? 믿기지 않았다.
“안 믿기지?”
지유가 내 표정을 읽은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묻는다.
그녀는 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가 조형물 옆에 멈춰 서 있던 여자아이 옆에 나란히 서더니, 천천히 허리에 손을 감싸 힘껏 들어 올려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자, 봐봐… 이제 놓으면...”
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땅에 내려놓았다.
손이 떨어지는 순간. 아이의 형체가 흐릿해졌다. 마치 물 위의 떨어트린 잉크가 퍼져나가듯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스르륵, 안개가 걷히듯 윤곽이 생기고, 이내 처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눈으로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작년에 봤던 사람들이다. 1년이 지난 후에 왔는데도 그 자리 그 자세 그 표정 그대로...마치 사진 속 인물처럼, 셔터가 눌린 그 찰나에 고정되어 있는 듯했다.
“이 곳에 모든 건 원래 상태로 돌아와, 사람이든 동물이든… 하물며 먼지 한톨도 만지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이곳의 룰인 것 같아.”
주변을 훑으며 지유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게 다음으로 넘어가질 않는데, 어떻게 쪽지는 넘어갈 수 있었지? 심지어 공간을…”
쪽지 하나로 모든 것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유는 혼란스러운 듯했다.
“난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이 멈춘 것도 아니고. 게다가 너는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어쩌면 이곳은, 끝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멈춰 있는 건 아닐까? 마치 그날의 상황을 증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 시간 스스로가 증거물인 건가..."
“증거물에 나까지 필요한 거야? 너는 뭐야... 대체 뭐냐고!”
꼬리잡기가 계속 될수록 괴로워하는 지유였다. 그녀는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세월을 홀로 견디고 있었다. 나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쪽지를 보낼 수도, 그것이 시간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체념하듯 상황을 받아들이려던 지유는 예기치 못한 버그로 인해 다시금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지유야, 이젠 현실을 봐야 해. 내가 여기서 나가면 다시 달력 안의 세상으로 돌아갈 거야. 무슨 수를 써도 8월 31일이 아닌 이상, 이 날로 돌아올 수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끄덕였다. 그 모습이 나를 아프게 했다.
“1년… 기다릴 수 있어.”
나의 허리춤을 부여잡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숨긴 채 애써 웃는 지유에게 나는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럼 우리, 이 벤치에 글을 적어보는 건 어때?”
“벤치에?”
지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가 넣어준 쪽지도 나에게 넘어왔어. 서로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것도 넘어올 거야.”
"그럴까… 운이 좋았던 거면 어떡하지?”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속는 셈 치고 해보는 거야.”
나는 곧장 벤치로 걸어가 밑에 있던 작은 돌을 하나 주웠다.
“자, 먼저 적어봐.”
나는 주운 돌을 지유에게 건넸다. 지유는 건네받은 돌을 말없이 쳐다보다 이내 벤치 등받이에 긁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다 적었어?”
“너까지 적고 나서 동시에 공개하는 걸로 해.”
먼저 공개하기 부끄러운 듯 손으로 가리며 괜히 언성을 높이는 지유였다. 더 골려주고 싶었지만, 지유가 적은 나의 첫인상이 궁금해 나도 냉큼 돌을 건네받아 적었다.
“됐지? 이제 보여줘.”
내 말에 지유는 자신의 글을 가렸던 손을 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우리는 그렇게 자리를 바꿔 서로가 적은 첫인상을 읽었다. 지유가 적은 나의 첫인상은 이랬다.
[키가 엄청 커, 모델 같아.]
지유라면 짓궂은 말을 적을 줄 알았는데, 생각도 못한 칭찬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지유를 바라보게 되었다.
시선에 잡힌 지유는 나보다 더 눈에 띄게 굳어있었다. 처음 고백을 받아본 소녀처럼, 부끄러움에 압도된 듯 보였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눈에 담고 싶었다.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그때, 노을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가 눈에 잡혔다.
나는 그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잡아끌었고, 힘없이 끌려온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귀까지 붉게 물들인 채 손만 움찔거릴 뿐이었다. 서로의 입술이 닿아 있는 몇 분 동안,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처럼 우리마저 이 순간에 영원히 정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입술을 뗐을 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나는 붉게 물든 그녀의 뺨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유야.”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
넘어왔다. 드디어, 그 날로. 나는 망설임 없이 집을 나섰다.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공간. 작년과 똑같은 거리, 똑같은 시간, 똑같은 사람들.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멈춰 있는 사람들도 전부 작년에 봤던 그 얼굴들이야.”
나는 지유를 찾아나섰다. 그녀가 있을 장소는 예상할 수 있었다. 편의점 문을 열자, 바닥에 쪼그려 앉아 초콜릿을 먹고 있는 그녀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곤 토끼 눈이 되어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야... 그날 그렇게 사라지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지유가 나에게 허겁지겁 다가오며 말했다.
“미안해…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어.”
“조용한 교실에 혼자 남아서 너무 외로웠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지유가 겪은 외로움을 제대로 이해해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말없이 곁에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30분쯤 지났을까, 지유의 훌쩍임이 서서히 멎는 게 들렸다.
“이거…”
나는 지유가 나에게 줬던 쪽지를 건넸다.
“그날 깨어났을 때 모든 게 꿈이었나 싶었는데, 네 쪽지 덕분에 꿈이 아니었단 걸 알았어. 그때 너도 놀랐을 텐데… 쪽지 고마워.”
“이게 주머니에 들어있었어?”
“응, 널 만났을 때랑 같은 바지는 아니었지만… 깨어나고 몇시간 뒤에 주머니 뒤적이다가 떨어졌어.”
“거기까지 전달이 됐다고?”
본인이 넣어놨음에도 나에게 도착한 그 쪽지에 놀란 표정을 짓는 지유가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내 표정을 읽은 듯 지유는 나를 이끌고 편의점을 나와 처음 만났을 때 갔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지유는 공원 입구를 가르켰다.
“저기, 입구 앞에 멈춰 선 여자애 보이지?”
“응.”
“혼자 밥 먹기 싫은 날, 같이 먹는 느낌이라도 내보려고 편의점으로 옮겨본 적이 있어.”
“그래서?”
“나보다 체구가 작아서 옮기기 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무겁더라고.“
지금까지 나눈 대화와는 전혀 맞지 않는 주제다.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또 참새처럼 짹짹이는 거 뿐일까?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잠깐 내려놨더니 눈앞에서 스르륵, 사라졌어.”
사라졌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보니까,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 있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의 혼란스러움엔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다시 공원너머 어린이집을 손으로 가르켰다.
"그다음엔 더 작은 유치원생을 데려가 보려고 했지. 이번엔 멈추지 않고 편의점까지 안고 갔어. 그런데 의자에 앉히는 순간, 손에서 놓자마자… 그대로 사라졌어. 확인해보니까, 그 아이도 원래 있던 자리에 있었어. 마치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다는 듯, 꼭 지키고 서 있는 것처럼.”
지유는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늘어놓았다.
그녀의 얼굴은 거짓이 아니라는 듯 진지함이 서려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그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손에서 놓자마자 사라지고,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간다고? 믿기지 않았다.
“안 믿기지?”
지유가 내 표정을 읽은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묻는다.
그녀는 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가 조형물 옆에 멈춰 서 있던 여자아이 옆에 나란히 서더니, 천천히 허리에 손을 감싸 힘껏 들어 올려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자, 봐봐… 이제 놓으면...”
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땅에 내려놓았다.
손이 떨어지는 순간. 아이의 형체가 흐릿해졌다. 마치 물 위의 떨어트린 잉크가 퍼져나가듯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스르륵, 안개가 걷히듯 윤곽이 생기고, 이내 처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눈으로 본 걸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작년에 봤던 사람들이다. 1년이 지난 후에 왔는데도 그 자리 그 자세 그 표정 그대로...마치 사진 속 인물처럼, 셔터가 눌린 그 찰나에 고정되어 있는 듯했다.
“이 곳에 모든 건 원래 상태로 돌아와, 사람이든 동물이든… 하물며 먼지 한톨도 만지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이곳의 룰인 것 같아.”
주변을 훑으며 지유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게 다음으로 넘어가질 않는데, 어떻게 쪽지는 넘어갈 수 있었지? 심지어 공간을…”
쪽지 하나로 모든 것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유는 혼란스러운 듯했다.
“난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이 멈춘 것도 아니고. 게다가 너는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어쩌면 이곳은, 끝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멈춰 있는 건 아닐까? 마치 그날의 상황을 증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 시간 스스로가 증거물인 건가..."
“증거물에 나까지 필요한 거야? 너는 뭐야... 대체 뭐냐고!”
꼬리잡기가 계속 될수록 괴로워하는 지유였다. 그녀는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세월을 홀로 견디고 있었다. 나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쪽지를 보낼 수도, 그것이 시간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체념하듯 상황을 받아들이려던 지유는 예기치 못한 버그로 인해 다시금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지유야, 이젠 현실을 봐야 해. 내가 여기서 나가면 다시 달력 안의 세상으로 돌아갈 거야. 무슨 수를 써도 8월 31일이 아닌 이상, 이 날로 돌아올 수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끄덕였다. 그 모습이 나를 아프게 했다.
“1년… 기다릴 수 있어.”
나의 허리춤을 부여잡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숨긴 채 애써 웃는 지유에게 나는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럼 우리, 이 벤치에 글을 적어보는 건 어때?”
“벤치에?”
지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가 넣어준 쪽지도 나에게 넘어왔어. 서로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것도 넘어올 거야.”
"그럴까… 운이 좋았던 거면 어떡하지?”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속는 셈 치고 해보는 거야.”
나는 곧장 벤치로 걸어가 밑에 있던 작은 돌을 하나 주웠다.
“자, 먼저 적어봐.”
나는 주운 돌을 지유에게 건넸다. 지유는 건네받은 돌을 말없이 쳐다보다 이내 벤치 등받이에 긁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다 적었어?”
“너까지 적고 나서 동시에 공개하는 걸로 해.”
먼저 공개하기 부끄러운 듯 손으로 가리며 괜히 언성을 높이는 지유였다. 더 골려주고 싶었지만, 지유가 적은 나의 첫인상이 궁금해 나도 냉큼 돌을 건네받아 적었다.
“됐지? 이제 보여줘.”
내 말에 지유는 자신의 글을 가렸던 손을 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우리는 그렇게 자리를 바꿔 서로가 적은 첫인상을 읽었다. 지유가 적은 나의 첫인상은 이랬다.
[키가 엄청 커, 모델 같아.]
지유라면 짓궂은 말을 적을 줄 알았는데, 생각도 못한 칭찬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지유를 바라보게 되었다.
시선에 잡힌 지유는 나보다 더 눈에 띄게 굳어있었다. 처음 고백을 받아본 소녀처럼, 부끄러움에 압도된 듯 보였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눈에 담고 싶었다.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그때, 노을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가 눈에 잡혔다.
나는 그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잡아끌었고, 힘없이 끌려온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귀까지 붉게 물들인 채 손만 움찔거릴 뿐이었다. 서로의 입술이 닿아 있는 몇 분 동안,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처럼 우리마저 이 순간에 영원히 정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입술을 뗐을 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나는 붉게 물든 그녀의 뺨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유야.”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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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2일
7.7. 숨바꼭질?조회 : 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652 6.6. 첫키스조회 : 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154 5.5. 버그조회 : 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808 4.4. 망상장애조회 : 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891 3.3. 흔적조회 : 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475 2.2. 9월 1일조회 : 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061 1.1. 8월 32일?조회 : 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