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화
조회 : 98 추천 : 0 글자수 : 3,733 자 2026-02-13
프롤로그
한 농민이 있었다.
조선시대 후기.
때는 세도가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세도정치시기 였다. 농민은 이름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이름조차 갖지못하였어도 불만이 없던 이 농민은 세도가의 횡포에 불만이 가득찼다.
자신의 집 바로 앞에 세도가의 물을 먹은 관원이 협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의 3배이상의 세금을 내라고 말이다.
농민은 이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미친 세도가놈들. 힘 없는 농민들 빼앗으려고 하다니 용서 못한다.’
농민은 마음속으로 화내면서도
‘휴. 참자. 참아야해’
참을 인을 머리 속으로 세번 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겨울 나기가… 힘들텐데…어떻게 좀 해주세요.”
**
1화
한 농민이 있었다. 때는 조선 후기,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등 특정 가문의 횡포가 극에 달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던 세도정치 시기였다.
이 농민에게는 이름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개똥이’나 ‘이 봐’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이름 없이 비참하게 살아왔어도 딱히 불만이 없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초라한 초가집 마당에는 세도가의 수하인 관원이 거만하게 서 있었다.
“내일까지 군포와 전세, 그리고 이 마을에 할당된 환곡까지 모두 합쳐 쌀 세 섬을 내놓거라.”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평소보다 세 배가 넘는 양입니다. 저희 집엔 이제 씨발라 먹을 곡식도 남지 않았습니다!”
농민의 절박한 호소에도 관원은 코방귀를 뀌며 들고 있던 몽둥이로 마당의 장독을 툭 쳤다. 쩍, 소리와 함께 금이 간 독 사이로 귀한 간장이 바닥을 적셨다. 올겨울 가족들의 유일한 버팀목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 미친 세도가 놈들. 힘없는 백성들 등쳐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절대 용서 못 한다.’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관원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주먹보다 권력이 무서운 시대였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머릿속으로 '참을 인(忍)' 자를 세 번 그리며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리... 그러면 저희 식구는 이번 겨울을 나기가 힘듭니다. 제발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농민의 비굴한 간청에 관원은 오히려 비웃으며 신발에 묻은 흙을 농민의 옷자락에 문질렀다. 그 수치심이 임계점을 넘은 순간이었다.
쾅-!
마치 뇌 속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지는 듯한 통증이 농민을 덮쳤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더니, 낯선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높게 솟은 유리 건물들, 밤을 낮처럼 밝히는 빛의 거리, 복잡한 숫자로 가득한 전광판, 그리고 '경영학'과 '경제 구조'에 대해 토론하던 자신의 모습까지.
‘...기억났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촉망받던 비즈니스 전략가였다.’
수백 년 뒤의 지식이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와 그의 뇌리에 박혔다. 멍청하게 서 있던 농민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포식자의 그것으로 변했다. 그는 이제 글자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농민이 아니었다.
농민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비굴하게 굽혔던 허리를 곧게 펴며 관원을 똑바로 응시했다.
“관원 나리, 방금 깨뜨린 저 장독... 값을 톡톡히 치르셔야 할 겁니다.”
관원은 평소와 전혀 다른 농민의 서늘한 분위기에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뭐, 뭐라? 장독 값을 치러?”
관원은 귀를 의심했다. 방금까지 죽는소리를 하며 넙죽 엎드리던 놈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을 부릅뜨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놈이 미쳤나! 감히 관청의 어명을 수행하는 나리에게 대드느냐!”
관원이 위협하며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보통의 농민이라면 여기서 오줌을 지리며 빌었겠지만, 지금 주인공의 머릿속은 현대의 **‘리스크 관리’**와 ‘심리전’ 데이터가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명이라 하셨습니까? 나랏일에는 법도가 있는 법이지요.”
농민—아니, 이제는 현대인의 영혼을 가진 그가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렸다.
“세도정치 하에서 삼정의 문란이 극심하다 하나, 대전통편(大典通編) 어디에도 백성의 사유재산을 임의로 파손하고 평소의 세 배가 넘는 가혹한 수탈을 정당화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특히나 지금 나리께서 요구하시는 ‘백골포(죽은 사람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와 ‘황구첨정(어린아이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엄연한 불법 아닙니까?”
“이, 이놈이... 글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그런 소리를!”
관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일개 농민이 국법의 이름을 들먹이며 조목조목 따지니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게다가 나리. 지금 이 간장... 그냥 간장이 아닙니다. 이번에 도성에 계신 대감마님께 진상품으로 올리려 특별히 공들여 빚은 것이지요. 제가 비록 이름은 없으나, 저기 윗동네 박 진사 어른과는 꽤나 깊은 연이 닿아 있거든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블러핑(Bluffing)’ 기술은 조선시대에도 유효했다. 관원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세도정치 시기에는 줄 하나 잘못 잡으면 목이 날아가는 법이다.
“박, 박 진사 어른과 아는 사이란 말이냐?”
“못 믿으시겠다면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 볼까요? 하지만 그전에... 이 깨진 장독과 쏟아진 진상품에 대한 배상은 어찌하실 건지 궁금하군요. 관청에 가서 사또님께 직접 여쭤볼까요?”
역공이었다. 이제 갑과 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관원은 몽둥이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결국 똥 씹은 표정으로 품속에서 엽전 몇 닢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쳇, 재수 없으려니...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 하지만 조심해라, 다음번엔 국물도 없을 테니!”
관원은 도망치듯 마당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농민은 바닥에 떨어진 엽전을 하나하나 주워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자본금 확보 완료.’
그는 엽전을 손에 꽉 쥐었다. 전생의 지식과 조선의 현실을 결합한다면, 이 엽전 몇 닢은 곧 이 나라 전체를 뒤엎을 거대한 부(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멀어져 가는 관원의 뒷모습을 보며 농민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아드레날린이 잦아들자 온몸의 감각이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 거친 삼베옷의 촉감, 코끝을 찌르는 흙내음, 그리고 손바닥 위에 놓인 엽전 네 닢.
‘겨우 엽전 네 닢이라니.’
전생에 억 단위의 프로젝트를 주무르던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드머니(Seed Money)였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경영의 본질 아니던가.
그는 먼저 깨진 장독 곁으로 다가갔다. 바닥에 고인 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름... 이름부터 정해야겠군.”
개똥이나 이름 없는 농민으로 살아서는 거상이 될 수 없다. 그는 전생의 성씨와 이 땅의 기운을 담아 나지막이 읊조렸다.
“한시우(韓時雨). 때맞춰 내리는 단비라는 뜻이지.”
이 삭막한 세도정치 시기에, 굶주린 백성들에게는 단비가 되고 탐관오리들에게는 홍수가 되어주겠다는 다짐이었다. 시우는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 낡은 궤짝을 뒤졌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남겨준 녹슨 낫 한 자루와 올봄에 심다 남은 소량의 약초 뿌리가 들어 있었다.
‘지금은 세기말적인 인플레이션과 매관매직이 판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실물 자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지.’
시우의 머릿속에 조선 후기 물가 동향과 현대의 유통 구조가 겹쳐졌다.
지금 당장 이 엽전 네 닢으로 쌀을 사면 고작 며칠을 버티고 끝난다. 하지만 이 돈을 **‘정보’**와 **‘레버리지’**에 투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우는 낫을 갈며 눈을 빛냈다.
‘내일 당장 장터로 간다.’
그는 단순히 물건을 팔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할 첫 번째 아이템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
한 농민이 있었다.
조선시대 후기.
때는 세도가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세도정치시기 였다. 농민은 이름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이름조차 갖지못하였어도 불만이 없던 이 농민은 세도가의 횡포에 불만이 가득찼다.
자신의 집 바로 앞에 세도가의 물을 먹은 관원이 협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의 3배이상의 세금을 내라고 말이다.
농민은 이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미친 세도가놈들. 힘 없는 농민들 빼앗으려고 하다니 용서 못한다.’
농민은 마음속으로 화내면서도
‘휴. 참자. 참아야해’
참을 인을 머리 속으로 세번 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겨울 나기가… 힘들텐데…어떻게 좀 해주세요.”
**
1화
한 농민이 있었다. 때는 조선 후기,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등 특정 가문의 횡포가 극에 달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던 세도정치 시기였다.
이 농민에게는 이름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개똥이’나 ‘이 봐’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이름 없이 비참하게 살아왔어도 딱히 불만이 없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초라한 초가집 마당에는 세도가의 수하인 관원이 거만하게 서 있었다.
“내일까지 군포와 전세, 그리고 이 마을에 할당된 환곡까지 모두 합쳐 쌀 세 섬을 내놓거라.”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평소보다 세 배가 넘는 양입니다. 저희 집엔 이제 씨발라 먹을 곡식도 남지 않았습니다!”
농민의 절박한 호소에도 관원은 코방귀를 뀌며 들고 있던 몽둥이로 마당의 장독을 툭 쳤다. 쩍, 소리와 함께 금이 간 독 사이로 귀한 간장이 바닥을 적셨다. 올겨울 가족들의 유일한 버팀목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 미친 세도가 놈들. 힘없는 백성들 등쳐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절대 용서 못 한다.’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관원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주먹보다 권력이 무서운 시대였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머릿속으로 '참을 인(忍)' 자를 세 번 그리며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리... 그러면 저희 식구는 이번 겨울을 나기가 힘듭니다. 제발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농민의 비굴한 간청에 관원은 오히려 비웃으며 신발에 묻은 흙을 농민의 옷자락에 문질렀다. 그 수치심이 임계점을 넘은 순간이었다.
쾅-!
마치 뇌 속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지는 듯한 통증이 농민을 덮쳤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더니, 낯선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높게 솟은 유리 건물들, 밤을 낮처럼 밝히는 빛의 거리, 복잡한 숫자로 가득한 전광판, 그리고 '경영학'과 '경제 구조'에 대해 토론하던 자신의 모습까지.
‘...기억났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촉망받던 비즈니스 전략가였다.’
수백 년 뒤의 지식이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와 그의 뇌리에 박혔다. 멍청하게 서 있던 농민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포식자의 그것으로 변했다. 그는 이제 글자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농민이 아니었다.
농민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비굴하게 굽혔던 허리를 곧게 펴며 관원을 똑바로 응시했다.
“관원 나리, 방금 깨뜨린 저 장독... 값을 톡톡히 치르셔야 할 겁니다.”
관원은 평소와 전혀 다른 농민의 서늘한 분위기에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뭐, 뭐라? 장독 값을 치러?”
관원은 귀를 의심했다. 방금까지 죽는소리를 하며 넙죽 엎드리던 놈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을 부릅뜨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놈이 미쳤나! 감히 관청의 어명을 수행하는 나리에게 대드느냐!”
관원이 위협하며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보통의 농민이라면 여기서 오줌을 지리며 빌었겠지만, 지금 주인공의 머릿속은 현대의 **‘리스크 관리’**와 ‘심리전’ 데이터가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명이라 하셨습니까? 나랏일에는 법도가 있는 법이지요.”
농민—아니, 이제는 현대인의 영혼을 가진 그가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렸다.
“세도정치 하에서 삼정의 문란이 극심하다 하나, 대전통편(大典通編) 어디에도 백성의 사유재산을 임의로 파손하고 평소의 세 배가 넘는 가혹한 수탈을 정당화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특히나 지금 나리께서 요구하시는 ‘백골포(죽은 사람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와 ‘황구첨정(어린아이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엄연한 불법 아닙니까?”
“이, 이놈이... 글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그런 소리를!”
관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일개 농민이 국법의 이름을 들먹이며 조목조목 따지니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게다가 나리. 지금 이 간장... 그냥 간장이 아닙니다. 이번에 도성에 계신 대감마님께 진상품으로 올리려 특별히 공들여 빚은 것이지요. 제가 비록 이름은 없으나, 저기 윗동네 박 진사 어른과는 꽤나 깊은 연이 닿아 있거든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블러핑(Bluffing)’ 기술은 조선시대에도 유효했다. 관원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세도정치 시기에는 줄 하나 잘못 잡으면 목이 날아가는 법이다.
“박, 박 진사 어른과 아는 사이란 말이냐?”
“못 믿으시겠다면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 볼까요? 하지만 그전에... 이 깨진 장독과 쏟아진 진상품에 대한 배상은 어찌하실 건지 궁금하군요. 관청에 가서 사또님께 직접 여쭤볼까요?”
역공이었다. 이제 갑과 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관원은 몽둥이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결국 똥 씹은 표정으로 품속에서 엽전 몇 닢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쳇, 재수 없으려니...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 하지만 조심해라, 다음번엔 국물도 없을 테니!”
관원은 도망치듯 마당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농민은 바닥에 떨어진 엽전을 하나하나 주워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자본금 확보 완료.’
그는 엽전을 손에 꽉 쥐었다. 전생의 지식과 조선의 현실을 결합한다면, 이 엽전 몇 닢은 곧 이 나라 전체를 뒤엎을 거대한 부(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멀어져 가는 관원의 뒷모습을 보며 농민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아드레날린이 잦아들자 온몸의 감각이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 거친 삼베옷의 촉감, 코끝을 찌르는 흙내음, 그리고 손바닥 위에 놓인 엽전 네 닢.
‘겨우 엽전 네 닢이라니.’
전생에 억 단위의 프로젝트를 주무르던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드머니(Seed Money)였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경영의 본질 아니던가.
그는 먼저 깨진 장독 곁으로 다가갔다. 바닥에 고인 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름... 이름부터 정해야겠군.”
개똥이나 이름 없는 농민으로 살아서는 거상이 될 수 없다. 그는 전생의 성씨와 이 땅의 기운을 담아 나지막이 읊조렸다.
“한시우(韓時雨). 때맞춰 내리는 단비라는 뜻이지.”
이 삭막한 세도정치 시기에, 굶주린 백성들에게는 단비가 되고 탐관오리들에게는 홍수가 되어주겠다는 다짐이었다. 시우는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 낡은 궤짝을 뒤졌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남겨준 녹슨 낫 한 자루와 올봄에 심다 남은 소량의 약초 뿌리가 들어 있었다.
‘지금은 세기말적인 인플레이션과 매관매직이 판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실물 자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지.’
시우의 머릿속에 조선 후기 물가 동향과 현대의 유통 구조가 겹쳐졌다.
지금 당장 이 엽전 네 닢으로 쌀을 사면 고작 며칠을 버티고 끝난다. 하지만 이 돈을 **‘정보’**와 **‘레버리지’**에 투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우는 낫을 갈며 눈을 빛냈다.
‘내일 당장 장터로 간다.’
그는 단순히 물건을 팔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할 첫 번째 아이템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