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조회 : 20 추천 : 0 글자수 : 4,258 자 2026-02-15
3화
최 씨는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시우의 제안은 달콤했지만, 평생 장사만 해온 노련한 상인에게는 도박처럼 느껴졌다.
“자네, 그 ‘선도 거래’라는 거... 만약 남해에서도 소금이 오지 않으면 어쩔 텐가? 상단이 파산할 수도 있는 판일세.”
시우가 픽 웃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농민의 자세라기엔 너무나 오만했으나, 그 눈빛만큼은 최 씨를 압도했다.
“대행수님, 경영(經營)이란 원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지, 회피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강화도 길은 막혔고, 남해 자염은 아직 소문이 안 났죠. 지금 안 움직이면 내일은 다른 상단이 배를 띄울 겁니다. 그때 가서 후회하시겠습니까?”
“이놈이... 아주 상왕 노릇을 하려 드는군!”
“왕이든 노예든 상관없습니다. 돈이 벌리면 그게 장사치 아닙니까?”
그때,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상단의 이인자인 박 행수가 들이닥쳤다. 그는 시우를 벌레 보듯 훑어보며 최 씨에게 윽박질렀다.
“대행수님!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이 출처도 모르는 농민 놈 말 한마디에 상단의 전 재산을 걸고 남해로 배를 보내다니요! 이건 미친 짓입니다!”
박 행수는 시우의 멱살을 잡을 듯 다가왔다.
“이 사기꾼 놈! 네놈이 관아와 짜고 우리를 망하게 하려는 수작인 걸 모를 줄 아느냐!”
시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박 행수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 그리고 최 씨가 아닌 박 행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차갑게 읊조렸다.
“박 행수님, 혹시 며칠 전 보부상들을 통해 서해 소금 배가 ‘침몰’했다는 정보를 가장 먼저 퍼뜨린 게 본인이 아니십니까?”
박 행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무, 무슨 소리냐!”
“소문이 나기 전에 미리 뒷배인 ‘조 대감’ 댁에 소금을 빼돌려 두셨더군요. 시장에 소금이 마를 때 비싸게 팔아 치우려고 말입니다. 제가 틀렸습니까?”
시우의 현대식 **‘회계 감사’**와 ‘정보 수집’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시우는 이미 장터를 돌며 박 행수의 수하들이 은밀히 움직이는 동선을 파악해 두었던 것이다.
“대행수님, 지금 이 상단의 적은 저 농민이 아니라, 내부에서 곡간을 빼돌리는 이 쥐새끼입니다.”
최 씨의 눈에 살기가 등등하게 서렸다. 그는 박 행수의 뺨을 후려치고는 곧바로 바깥의 장정들을 불러 모았다.
“박 행수를 곳간에 가둬라! 그리고 지금 당장 남해로 모든 배를 띄운다!”
일주일 뒤.
읍내 모든 상단의 소금이 바닥나 곡소리가 날 때, 금성상단의 포구에 하얀 소금 가마를 가득 실은 배 세 척이 웅장하게 들어왔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소금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다.
시우는 포구 한쪽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대행수 최 씨가 달려와 시우의 손을 꽉 잡았다.
“한시우! 자네 덕분에 상단이 살았네! 아니, 내가 이 일대 상권을 다 먹게 생겼어!”
시우는 최 씨의 손을 부드럽게 빼내며, 그가 약속했던 몫이 담긴 묵직한 궤짝을 가리켰다.
“수수료는 잘 받겠습니다. 하지만 대행수님,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시작이라니? 이보다 더 큰 판이 있단 말인가?”
시우의 시선은 저 멀리, 한양이 있는 북쪽 하늘로 향했다.
“이제 소금이 아니라, 나라의 ‘돈’을 만져볼 시간이지요.”
시우의 주머니 안에는 박 행수가 조 대감에게 보내려 했던 밀서 한 통이 들어 있었다.
**
소금 배가 들어오고 상단 창고에 엽전이 가득 쌓이자, 최 씨는 슬쩍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시우에게 약속했던 보너스 궤짝을 발로 툭 치며, 짐짓 인심 쓰는 척 입을 열었다.
“자네, 이 정도면 평생 먹고살 돈 아닌가? 이제 고향으로 내려가서 이름값 하는 번듯한 기와집이나 짓고 살게나. 농민치고는 과분한 성공이지.”
시우는 궤짝 안의 엽전을 확인하지도 않고 최 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현대의 **‘지분 협상’**에 단련된 그에게 이런 ‘퇴직 권고’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대행수님, 혹시 전생에 강아지였습니까?”
“뭐, 뭐라? 이놈이 갑자기 무슨 무례한 소리야!”
“먹이를 충분히 줬는데도 주인 손가락까지 깨물려고 하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이 돈 몇 푼 받으려고 박 행수 멱살을 잡고 소금 배를 띄운 줄 아십니까?”
최 씨가 곰방대를 탁자에 쾅 내려놓았다.
“이놈아! 상단의 위신이 있지, 농민 놈을 계속 옆에 두면 남들이 뭐라 하겠나! 내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위신이 밥 먹여 줍니까? 지금 대행수님이 쥐고 계신 그 소금, 제가 아니면 사흘 뒤에 관아에 다 뺏길 물건입니다.”
최 씨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시우는 한 걸음 더 다가가 최 씨의 귓가에 낮게 읊조렸다.
“박 행수가 조 대감과 내통했다는 증거, 제가 다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 말은 즉, 금성상단이 세도가와 ‘밀거래’를 하려 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사또가 알면 상단 문 닫는 건 순식간이겠죠.”
“...네 이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아니요.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는 겁니다.”
시우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에 펼쳤다. 그곳엔 현대의 **‘프랜차이즈’**와 ‘물류 거점’ 개념을 조선식으로 풀어낸 기이한 도표가 그려져 있었다.
“이제 읍내 장터는 좁습니다. 금성상단의 이름을 걸고 인근 5개 고을의 물류를 통합하십시오. 저는 그 운영권의 3할을 가질 것이고, 대행수님은 조선 최고의 거상이라는 명예를 얻으실 겁니다. 싫으시면... 뭐, 박 행수랑 같이 옥살이하러 가셔도 되고요.”
최 씨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농민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아예 상단의 ‘뇌’를 차지하려 들고 있었다.
“허... 참나. 자네 같은 놈은 태어나서 처음 보네. 그래, 3할? 독하다 독해. 대신 조건이 있네.”
“말씀하시죠.”
“앞으로 내 앞에서는 그 재수 없는 ‘단비’ 타령 좀 적당히 하게. 듣다 보면 소름이 돋으니까.”
시우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최 대행수는 시우의 요구에 따라 장터 뒤편 낡은 공터를 내주었다. 시우는 그곳에 커다란 푯말 하나를 내걸었다.
[하루 쌀 한 말, 고기 한 근. 단, 목숨을 걸 자만 오라.]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굶주림이 일상이 된 시대에 쌀 한 말과 고기는 가히 혁명적인 보상이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덩치 큰 장정부터 눈빛이 살벌한 부랑자까지 섞여 있었다.
최 대행수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찼다.
“자네, 미쳤나? 저런 무지렁이들을 모아서 뭘 하겠다는 건가? 차라리 무관 출신 호위무사를 고용하는 게 낫지.”
시우는 몰려든 사내들을 무심하게 훑어보며 대꾸했다.
“대행수님, 이미 완성된 칼은 주인을 고릅니다. 하지만 굶주린 늑대는 고기를 주는 손을 따르죠. 저는 무사가 아니라, 제 시스템의 **‘부품’**이자 **‘방패’**가 될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부품? 방패? 말이 아주 살벌하구먼.”
“비즈니스는 원래 살벌한 겁니다.”
시우는 몰려든 사내들 앞에 섰다. 그리고 현대의 **‘면접 기법’**과 **‘압박 질문’**을 시작했다.
“거기 덩치 큰 형씨. 당신, 힘은 세 보이는데 눈에 겁이 많군. 집안에 부양할 식구가 많나?”
“그, 그걸 어찌... 노모와 동생들이 넷이나 있소!”
“합격. 식구가 많은 놈은 도망치지 않지. 책임감이라는 비싼 담보가 있으니까.”
시우는 사내들의 관상이나 무력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결핍’**과 **‘절실함’**을 파악했다. 그러다 무리 구석에서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다른 이들이 쌀자루를 보며 침을 흘릴 때, 그 사내만은 시우의 눈을 꿰뚫어 보려 하고 있었다.
“자네는 왜 왔지? 배가 안 고파 보이는데.”
“배는 고픕니다만, 쌀보다 더 큰 걸 주실 것 같아 왔습니다.”
사내의 대답에 시우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더 큰 거라니? 예를 들면?”
“이 개 같은 세상을 뒤집을 판 말입니다.”
시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 전생의 기억 속, 난세에는 항상 이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즐기는 미친놈들이 존재했다.
“이름이 뭔가?”
“백가(白加)라고 부릅니다. 전직은... 나라에서 버린 착호갑사(착호인)였습니다.”
호랑이를 잡던 군인이었다는 말에 구경하던 이들이 술렁였다. 시우는 백가의 어깨를 툭 치며 최 대행수를 바라보았다.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인재 채용’**의 묘미입니다.”
시우는 모인 사내들에게 쌀 자루를 하나씩 던져주며 선언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내 사병이 아니다. 금성상단의 **‘물류 보안팀’**이다. 너희가 지킬 건 상단의 짐이 아니라, 앞으로 이 나라의 경제를 주무를 ‘내 머리’다. 알겠나?”
“예, 대행수님!”
사내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시우는 '대행수'라는 호칭이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돈줄과 정보줄, 그리고 그것을 지킬 칼날까지 갖춰졌다.
최 씨는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시우의 제안은 달콤했지만, 평생 장사만 해온 노련한 상인에게는 도박처럼 느껴졌다.
“자네, 그 ‘선도 거래’라는 거... 만약 남해에서도 소금이 오지 않으면 어쩔 텐가? 상단이 파산할 수도 있는 판일세.”
시우가 픽 웃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농민의 자세라기엔 너무나 오만했으나, 그 눈빛만큼은 최 씨를 압도했다.
“대행수님, 경영(經營)이란 원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지, 회피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강화도 길은 막혔고, 남해 자염은 아직 소문이 안 났죠. 지금 안 움직이면 내일은 다른 상단이 배를 띄울 겁니다. 그때 가서 후회하시겠습니까?”
“이놈이... 아주 상왕 노릇을 하려 드는군!”
“왕이든 노예든 상관없습니다. 돈이 벌리면 그게 장사치 아닙니까?”
그때,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상단의 이인자인 박 행수가 들이닥쳤다. 그는 시우를 벌레 보듯 훑어보며 최 씨에게 윽박질렀다.
“대행수님!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이 출처도 모르는 농민 놈 말 한마디에 상단의 전 재산을 걸고 남해로 배를 보내다니요! 이건 미친 짓입니다!”
박 행수는 시우의 멱살을 잡을 듯 다가왔다.
“이 사기꾼 놈! 네놈이 관아와 짜고 우리를 망하게 하려는 수작인 걸 모를 줄 아느냐!”
시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박 행수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 그리고 최 씨가 아닌 박 행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차갑게 읊조렸다.
“박 행수님, 혹시 며칠 전 보부상들을 통해 서해 소금 배가 ‘침몰’했다는 정보를 가장 먼저 퍼뜨린 게 본인이 아니십니까?”
박 행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무, 무슨 소리냐!”
“소문이 나기 전에 미리 뒷배인 ‘조 대감’ 댁에 소금을 빼돌려 두셨더군요. 시장에 소금이 마를 때 비싸게 팔아 치우려고 말입니다. 제가 틀렸습니까?”
시우의 현대식 **‘회계 감사’**와 ‘정보 수집’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시우는 이미 장터를 돌며 박 행수의 수하들이 은밀히 움직이는 동선을 파악해 두었던 것이다.
“대행수님, 지금 이 상단의 적은 저 농민이 아니라, 내부에서 곡간을 빼돌리는 이 쥐새끼입니다.”
최 씨의 눈에 살기가 등등하게 서렸다. 그는 박 행수의 뺨을 후려치고는 곧바로 바깥의 장정들을 불러 모았다.
“박 행수를 곳간에 가둬라! 그리고 지금 당장 남해로 모든 배를 띄운다!”
일주일 뒤.
읍내 모든 상단의 소금이 바닥나 곡소리가 날 때, 금성상단의 포구에 하얀 소금 가마를 가득 실은 배 세 척이 웅장하게 들어왔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소금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다.
시우는 포구 한쪽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대행수 최 씨가 달려와 시우의 손을 꽉 잡았다.
“한시우! 자네 덕분에 상단이 살았네! 아니, 내가 이 일대 상권을 다 먹게 생겼어!”
시우는 최 씨의 손을 부드럽게 빼내며, 그가 약속했던 몫이 담긴 묵직한 궤짝을 가리켰다.
“수수료는 잘 받겠습니다. 하지만 대행수님,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시작이라니? 이보다 더 큰 판이 있단 말인가?”
시우의 시선은 저 멀리, 한양이 있는 북쪽 하늘로 향했다.
“이제 소금이 아니라, 나라의 ‘돈’을 만져볼 시간이지요.”
시우의 주머니 안에는 박 행수가 조 대감에게 보내려 했던 밀서 한 통이 들어 있었다.
**
소금 배가 들어오고 상단 창고에 엽전이 가득 쌓이자, 최 씨는 슬쩍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시우에게 약속했던 보너스 궤짝을 발로 툭 치며, 짐짓 인심 쓰는 척 입을 열었다.
“자네, 이 정도면 평생 먹고살 돈 아닌가? 이제 고향으로 내려가서 이름값 하는 번듯한 기와집이나 짓고 살게나. 농민치고는 과분한 성공이지.”
시우는 궤짝 안의 엽전을 확인하지도 않고 최 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현대의 **‘지분 협상’**에 단련된 그에게 이런 ‘퇴직 권고’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대행수님, 혹시 전생에 강아지였습니까?”
“뭐, 뭐라? 이놈이 갑자기 무슨 무례한 소리야!”
“먹이를 충분히 줬는데도 주인 손가락까지 깨물려고 하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이 돈 몇 푼 받으려고 박 행수 멱살을 잡고 소금 배를 띄운 줄 아십니까?”
최 씨가 곰방대를 탁자에 쾅 내려놓았다.
“이놈아! 상단의 위신이 있지, 농민 놈을 계속 옆에 두면 남들이 뭐라 하겠나! 내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위신이 밥 먹여 줍니까? 지금 대행수님이 쥐고 계신 그 소금, 제가 아니면 사흘 뒤에 관아에 다 뺏길 물건입니다.”
최 씨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시우는 한 걸음 더 다가가 최 씨의 귓가에 낮게 읊조렸다.
“박 행수가 조 대감과 내통했다는 증거, 제가 다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 말은 즉, 금성상단이 세도가와 ‘밀거래’를 하려 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사또가 알면 상단 문 닫는 건 순식간이겠죠.”
“...네 이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아니요.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는 겁니다.”
시우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에 펼쳤다. 그곳엔 현대의 **‘프랜차이즈’**와 ‘물류 거점’ 개념을 조선식으로 풀어낸 기이한 도표가 그려져 있었다.
“이제 읍내 장터는 좁습니다. 금성상단의 이름을 걸고 인근 5개 고을의 물류를 통합하십시오. 저는 그 운영권의 3할을 가질 것이고, 대행수님은 조선 최고의 거상이라는 명예를 얻으실 겁니다. 싫으시면... 뭐, 박 행수랑 같이 옥살이하러 가셔도 되고요.”
최 씨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농민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아예 상단의 ‘뇌’를 차지하려 들고 있었다.
“허... 참나. 자네 같은 놈은 태어나서 처음 보네. 그래, 3할? 독하다 독해. 대신 조건이 있네.”
“말씀하시죠.”
“앞으로 내 앞에서는 그 재수 없는 ‘단비’ 타령 좀 적당히 하게. 듣다 보면 소름이 돋으니까.”
시우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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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행수는 시우의 요구에 따라 장터 뒤편 낡은 공터를 내주었다. 시우는 그곳에 커다란 푯말 하나를 내걸었다.
[하루 쌀 한 말, 고기 한 근. 단, 목숨을 걸 자만 오라.]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굶주림이 일상이 된 시대에 쌀 한 말과 고기는 가히 혁명적인 보상이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덩치 큰 장정부터 눈빛이 살벌한 부랑자까지 섞여 있었다.
최 대행수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찼다.
“자네, 미쳤나? 저런 무지렁이들을 모아서 뭘 하겠다는 건가? 차라리 무관 출신 호위무사를 고용하는 게 낫지.”
시우는 몰려든 사내들을 무심하게 훑어보며 대꾸했다.
“대행수님, 이미 완성된 칼은 주인을 고릅니다. 하지만 굶주린 늑대는 고기를 주는 손을 따르죠. 저는 무사가 아니라, 제 시스템의 **‘부품’**이자 **‘방패’**가 될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부품? 방패? 말이 아주 살벌하구먼.”
“비즈니스는 원래 살벌한 겁니다.”
시우는 몰려든 사내들 앞에 섰다. 그리고 현대의 **‘면접 기법’**과 **‘압박 질문’**을 시작했다.
“거기 덩치 큰 형씨. 당신, 힘은 세 보이는데 눈에 겁이 많군. 집안에 부양할 식구가 많나?”
“그, 그걸 어찌... 노모와 동생들이 넷이나 있소!”
“합격. 식구가 많은 놈은 도망치지 않지. 책임감이라는 비싼 담보가 있으니까.”
시우는 사내들의 관상이나 무력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결핍’**과 **‘절실함’**을 파악했다. 그러다 무리 구석에서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다른 이들이 쌀자루를 보며 침을 흘릴 때, 그 사내만은 시우의 눈을 꿰뚫어 보려 하고 있었다.
“자네는 왜 왔지? 배가 안 고파 보이는데.”
“배는 고픕니다만, 쌀보다 더 큰 걸 주실 것 같아 왔습니다.”
사내의 대답에 시우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더 큰 거라니? 예를 들면?”
“이 개 같은 세상을 뒤집을 판 말입니다.”
시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 전생의 기억 속, 난세에는 항상 이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즐기는 미친놈들이 존재했다.
“이름이 뭔가?”
“백가(白加)라고 부릅니다. 전직은... 나라에서 버린 착호갑사(착호인)였습니다.”
호랑이를 잡던 군인이었다는 말에 구경하던 이들이 술렁였다. 시우는 백가의 어깨를 툭 치며 최 대행수를 바라보았다.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인재 채용’**의 묘미입니다.”
시우는 모인 사내들에게 쌀 자루를 하나씩 던져주며 선언했다.
“오늘부터 너희는 내 사병이 아니다. 금성상단의 **‘물류 보안팀’**이다. 너희가 지킬 건 상단의 짐이 아니라, 앞으로 이 나라의 경제를 주무를 ‘내 머리’다. 알겠나?”
“예, 대행수님!”
사내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시우는 '대행수'라는 호칭이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돈줄과 정보줄, 그리고 그것을 지킬 칼날까지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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