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 야심(野心), 독사(毒蛇)를 품다
조회 : 247 추천 : 0 글자수 : 1,680 자 2026-03-12
인정전의 공기는 실학자들의 열기로 뜨거웠지만, 새
로운 인물이 발을 들이는 순간 급격히 서늘해졌다.
머리가 모이고 검이 돌아왔으며 역사가 바로 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바로 조선의 뿌리 깊은 권력, 문벌 귀족이었다.
나는 그 거대한 세력의 정점에 서게 될 남자를 불렀다.
“안동 김씨, 김조순을 들라!”
내관의 목소리가 유난히 조심스럽게 전각을 울렸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김조순.
그는 아직 젊었다.
탄탄한 체구와 단정한 관복은,
그가 명문가에서 자라난 엘리트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육신과 달랐다.
그 눈은 수만 권의 서책을 읽고,
수천 번의 정쟁을 지켜본 노인처럼,
노회(老獪)하고 깊었다.
그 안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권력의 설계도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인정전 중앙으로 걸어와 절도 있게 무릎을 꿇었다.
“신 김조순, 전하의 엄중한 부름을 받들어 뵙사옵니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이 남자는 내(순조) 장인이 되어 안동 김씨 60년 세도정치의 문을 열 자였다.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조선의 골수를 빼먹으며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인도할 가문의 시조.
아직은 발톱을 숨긴 어린 짐승에 불과했으나,
그 기운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위험한 제안
“고개를 들어라.
짐의 얼굴에서 네가 꿈꾸는 미래가 보이느냐.”
나의 질문에 김조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찰나의 경악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는 계산이 비쳤다.
그는 이미 조정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벽파가 몰락하고, 괴물 같은 소년 왕이 탄생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김조순, 대답하라. 짐을 돕겠느냐,
아니면 죽은 벽파의 뒤를 따르겠느냐.”
인정전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백동수가 칼자루를 꽉 쥐었고,
정약용의 시선이 김조순의 뒷덜미를 쏘아보았다.
김조순은 잠시 침묵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그는 가문의 안위와 자신의 야망을 저울질했다.
“…전하.”
그의 목소리는 매끄러웠다.
“신은 가문의 사람이기에 앞서 전하의 신하옵니다.
전하께서 가시는 길이 곧 조선이 가는 길이라면,
소신 목숨을 다해 그 길의 주춧돌이 되겠나이다.”
나는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좋다. 그 맹세, 잊지 마라.”
나는 용상에서 내려와 그에게 다가갔다.
김조순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짐은 조선을 통째로 바꿀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그것이 바위든,
명문 가문의 담장이든 상관없이 부술 것이다.
김조순, 너는 짐의 곁에 서서 그 담장을 허무는 망치가 되어라.”
김조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왕은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이 이용당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할 수 있겠느냐.”
긴 침묵 끝에 김조순이 바닥에 머리를 깊게 조아렸다.
“... 전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소신, 전하의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겠나이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너는 도구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베어야 할,
가장 거대한 적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거대한 개혁을 위해선,
기득권의 생리를 잘 아는 '내부자의 손'이 필요했다.
뱀의 머리를 쥐고 사자의 길을 가는 격이었으나,
나는 자신 있었다.
안동 김씨의 시조가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도정치의 싹은 나오기도 전에 내 발밑에서 짓밟히고 있었다.
로운 인물이 발을 들이는 순간 급격히 서늘해졌다.
머리가 모이고 검이 돌아왔으며 역사가 바로 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바로 조선의 뿌리 깊은 권력, 문벌 귀족이었다.
나는 그 거대한 세력의 정점에 서게 될 남자를 불렀다.
“안동 김씨, 김조순을 들라!”
내관의 목소리가 유난히 조심스럽게 전각을 울렸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김조순.
그는 아직 젊었다.
탄탄한 체구와 단정한 관복은,
그가 명문가에서 자라난 엘리트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육신과 달랐다.
그 눈은 수만 권의 서책을 읽고,
수천 번의 정쟁을 지켜본 노인처럼,
노회(老獪)하고 깊었다.
그 안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권력의 설계도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인정전 중앙으로 걸어와 절도 있게 무릎을 꿇었다.
“신 김조순, 전하의 엄중한 부름을 받들어 뵙사옵니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이 남자는 내(순조) 장인이 되어 안동 김씨 60년 세도정치의 문을 열 자였다.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조선의 골수를 빼먹으며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인도할 가문의 시조.
아직은 발톱을 숨긴 어린 짐승에 불과했으나,
그 기운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위험한 제안
“고개를 들어라.
짐의 얼굴에서 네가 꿈꾸는 미래가 보이느냐.”
나의 질문에 김조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찰나의 경악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는 계산이 비쳤다.
그는 이미 조정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벽파가 몰락하고, 괴물 같은 소년 왕이 탄생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김조순, 대답하라. 짐을 돕겠느냐,
아니면 죽은 벽파의 뒤를 따르겠느냐.”
인정전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백동수가 칼자루를 꽉 쥐었고,
정약용의 시선이 김조순의 뒷덜미를 쏘아보았다.
김조순은 잠시 침묵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그는 가문의 안위와 자신의 야망을 저울질했다.
“…전하.”
그의 목소리는 매끄러웠다.
“신은 가문의 사람이기에 앞서 전하의 신하옵니다.
전하께서 가시는 길이 곧 조선이 가는 길이라면,
소신 목숨을 다해 그 길의 주춧돌이 되겠나이다.”
나는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좋다. 그 맹세, 잊지 마라.”
나는 용상에서 내려와 그에게 다가갔다.
김조순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짐은 조선을 통째로 바꿀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그것이 바위든,
명문 가문의 담장이든 상관없이 부술 것이다.
김조순, 너는 짐의 곁에 서서 그 담장을 허무는 망치가 되어라.”
김조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왕은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이 이용당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할 수 있겠느냐.”
긴 침묵 끝에 김조순이 바닥에 머리를 깊게 조아렸다.
“... 전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소신, 전하의 그림자가 되어 움직이겠나이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너는 도구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베어야 할,
가장 거대한 적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거대한 개혁을 위해선,
기득권의 생리를 잘 아는 '내부자의 손'이 필요했다.
뱀의 머리를 쥐고 사자의 길을 가는 격이었으나,
나는 자신 있었다.
안동 김씨의 시조가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도정치의 싹은 나오기도 전에 내 발밑에서 짓밟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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