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290년경.
나일강의 제국 이집트가 동쪽 사막과 지중해 연안을 지배하던 시대.
그 제국의 북쪽 끝에는 하나의 도시가 있었다.
"살렘"
훗날 사람들은 그 도시를 예루살렘이라 부르게 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사람들은 단순히 이렇게 불렀다.
"평화의 도시"
난
살렘은 거대한 도시가 아니었다.
높은 성벽.
거대한 성문.
언덕 위에 세워진 왕궁.
고대의 성은 오늘날의 도시와 달랐다.
성벽 안에는 왕궁과 병영, 창고, 신전이 있었고
성 밖에는 농경지와 작은 마을들이 펼쳐져 있었다.
성문이 무너지면 왕국도 함께 무너졌다.
그래서 고대의 전쟁은 대부분 성문 앞에서 끝났다.
그러나 살렘은 오랫동안 전쟁을 겪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집트와의 평화.
수십 년 전 살렘 왕가와 이집트 왕가 사이에는
한 번의 결혼이 있었다. 이스라엘 왕가의 공주.
그리고 이집트의 왕.
그 혼인은 두 왕국 사이에 오랫동안 지속된 평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사막은 조용했다.
그 시절 살렘 주변의 사막에는 여러 부족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서로 다른 문화를 가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부족들의 이름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 이름들은 대부분 고대의 천사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라파엘.
우리엘.
가브리엘.
미카엘.
그리고 더 오래된 이름들.
총 열세 부족.
그들은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살렘을 중심으로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평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사막의 사람들조차 그 시작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고 있었다.
이 평화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적어도
그날 전까지는.
사막의 지평선 위로 거대한 먼지 기둥이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모래폭풍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그것이 자연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모래 위를 가르는 검은 선. 군대였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사막을 뒤덮으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
모래를 갈아엎으며 질주하는 것들.
전차. 수천 개의 바퀴가
사막을 파헤치며 폭풍처럼 먼지를 일으켰다.
그 숫자는 5000대. 사막 역사상 이 정도 규모의 전차 군단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 전차 군단의 중심. 금으로 장식된 왕의 전차.
태양 문양의 깃발이 사막 바람 속에서 휘날렸다.
그 전차 위에 서 있는 남자. 이집트의 왕.
람세스.
태양의 아들.
사막의 정복자.
"라"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한자.
그의 군대는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람세스는 전쟁을 즐기는 왕은 아니었다.
그는 정복자였지만 파괴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사막에는 그가 존중하는 도시가 하나 있었다.
살렘. 평화의 도시.
그곳에는 그의 왕비의 고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람세스는 그 도시를 공격하지 않았다.
적어도 원래의 람세스라면.
북쪽 언덕 위. 한 남자가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왕. 엘리야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멸망이었다. 이미 국경 방어선은 무너졌고 성문은 불타고 있었다.
람세스의 전차 군단은 마치 지도를 보는 것처럼
살렘의 방어선을 정확히 돌파했다.
요새.
성벽.
보급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파괴되었다.
엘리야브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이 전쟁은
"정상적인 전쟁이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살렘의 마지막 군대가 서 있었다.
갑옷은 부서졌고 창은 이미 여러 번 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활통은 비어 있었다.
화살은 이미 모두 사용했다.
보급 마차도 전투 초기에 불타버렸다.
남은 것은 녹슨 칼과 부러진 창뿐이었다.
엘리야브는 조용히 말했다.
“협곡으로 간다.”
동생들이 고개를 들었다.
사막 한가운데 좁게 이어진 골짜기 하나가 있었다.
협곡.
전차가 속도를 낼 수 없는 지형.
람세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장소.
그곳이 살렘 왕국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엘리야브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그의 눈이
사막을 향했다.
“이 전쟁이 쉽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려주자.”
병력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둘째 아비넬
1000명의 기마대를 이끌고
우루살림 성으로 돌아간다.
왕가와 백성을
비밀 통로로 탈출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임무가 끝나면
협곡으로 돌아와 합류한다.
셋째 요람
1000명의 창병을 이끌고
협곡 동굴에 매복한다.
막내 아사엘
1000명의 보병을 이끌고
언덕 위에서 낙석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지막, 엘리야브 왕.
그는 100명의 기마병과 함께
람세스를 협곡으로 유인한다.
그러나
모든 병사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투에서 크게 다친 병사들.
다리가 부러진 자.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자.
말을 탈 수도 없는 자들.
그들은 협곡 입구에 남았다.
그 숫자는 666명.
부서진 방패.
무뎌진 칼.
찢어진 갑옷.
이미 죽어가는 병사들이었다.
엘리야브는 말했다.
“퇴각하라.”
“살렘으로 돌아가라.”
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 병사가 웃었다.
“왕이 돌아올 길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른 병사가 창을 세웠다.
“우리가 합니다.”
엘리야브의 눈이 흔들렸다.
“너희는 이미—”
그때 한 늙은 병사가 말했다.
“왕이 우리를 버린 적 있습니까?”
엘리야브는 말하지 못했다.
병사는 조용히 웃었다.
“그럼 이번에는 우리가 왕을 지키겠습니다.”
그 순간 엘리야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왕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협곡 입구를 지켜라.”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666명의 병사들이 천천히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창을 모래에 박았다.
사막 저편에서 먼지 폭풍이 다시 솟아올랐다.
람세스의 전차 군단.
그리고
그 선두에는 다섯 대의 검은 전차가 있었다.
그들은 사막의 전설이었다.
람세스의 최정예.
사막의 사람들은 그들을 이렇게 불렀다.
고스트 라이더.
그리고 그들 가운데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망토.
해골 투구.
람세스의 전쟁을 이끄는 그림자.
그의 이름은 아자르.
사막 위로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