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조회 : 1,011 추천 : 1 글자수 : 4,405 자 2022-07-20
내가 [서당 개의 풍월]이라는 스킬을 얻은 지 얼마 안 됐다. 심지어 Lv.0인 스킬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발현시켜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조궁과의 대련을 통해 대충 감이 왔다. 조궁의 [힐 타임]은 자신이 받은 타격을 그대로 복사해 상대에게 옮길 수 있는 스킬이라면 내 [서당 개의 풍월]은 스킬 자체를 복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가슴에 생긴 검은 공동이 줄어들며 통증이 감소하는 속도만큼 기분이 고양됐다. 이 스킬도 조궁의 [힐 타임]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궁이 당황한 눈길로 나를 지켜보는 사이, 나는 우리 주변에서 둘씩 짝지어 격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퍼니셔 적성 학생들을 둘러봤다. 사방에서 어느 전쟁터에 갖다 놔도 밀리지 않을 파괴력으로 스킬을 펼치는 학생들이 보였다.
대련에서 이기면 순차적으로 저들과도 대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어찌보면 끔찍한 일이었지만 내게 스킬을 복사하는 [서당 개의 풍월]이 있는 한 이것은 기회였다. 나는 저 엄청난 스킬들을 전부 복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스킬이 그렇듯, [서당 개의 풍월]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조건’ 충족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그 ‘조건’이 뭔지 모르는 상태라 이 스킬을 무조건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조궁과의 대치 속에서도 이렇게 쉽게 발현이 됐으니 그 ‘조건’이라는 것이 충족시키기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다.
“이런 XXX, XXXXXX, XXXXXXXXX!”
내 가슴의 상처가 거의 다 회복될 때쯤, 조궁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도저히 대련 전에 바들거리던 놈이 내뱉은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찰진 것이었다.
아까 일부러 내 허를 찌르려고 약한 척을 했던 것인가?
“강기찬, XX, 한 번에 조용히 좀 가 주지 일 드럽게 귀찮게 만드네!”
나는 내 귓구멍을 다시 파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었다. 우리 동기들 중에 저렇게 성격이 더러운 놈이 또 있었나? 본성은 방성환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과격한 것 같았다.
내 입에서 실소가 흘렀다.
“조궁, 아무래도 너도 나도 상대를 잘못 본 것 같다. 우리 앞으로는 서로 조금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겠어.”
이번에 일어섰을 때는 내 팔다리에 검은 물결이 휘감겨 있었다. 일어설 수 있는 상태가 되자마자 [태풍 속의 파도]를 반사적으로 시전했기 때문이다.
나와 대치하며 서 있는 조궁의 은빛 실루엣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이제는 그의 패를 이미 다 공개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내게 전력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내가 저놈에게 공격을 해서 상처를 남겨도 저놈은 그것을 회복하고 내게 똑같이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그러면 나 또한 그의 [힐 타임]을 흉내내며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련은 무한루프였다.
이것을 끊기 위해서는 한쪽이 아예 스킬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버려야 했다. 게다가 둘 다 퍼니셔 적성이라는 얘기는 곧 둘 다 엄청난 신체 사양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적당히 몇 방 날려서는 어느쪽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속도전이었다. 얼마나 스킬을 빠르게 시전해서 상대를 기절시키느냐가 강권이었다.
조궁의 눈빛을 보니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유리하다. 내쪽에서 선빵을 날려야 저놈도 공격이 가능하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내 팔을 휘감고 있던 검은 물결을 그대로 조궁에게 쐈다. 이번에는 그가 어디를 맞든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놈은 [힐 타임]으로 회복할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조궁도 내게 동시에 공격을 날렸기 때문이다. 내가 물줄기를 조궁에게 쏨과 동시에내 가슴에 공동이 다시 생겼다.
“헉!”
“으윽!”
우리 둘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졌다. 나는 격한 통증을 느끼며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상대를 보니 나의 공격은 조궁의 가슴이 아니라 허벅지로 날아간 상태였다. 조궁의 한쪽 다리가 죽은 것처럼 시커멓게 으스러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 조궁이 내게 날린 공격은 아까 그가 받았던 공격을 재차 복사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힐 타임]은 한 번 복사한 상처를 상대에게 재차 가할 수 있나 보다.
이러면 일이 복잡해지는데.
나는 내 가슴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 상처는 아까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나는 당황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다행히 조궁도 한쪽 다리가 으스러지며 고통으로 정신이 마비됐는지 나를 재차 공격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우리 둘은 함께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강기찬! 생각해라! 아까 대체 어떻게 [서당 개의 풍월]을 발동시킨 것이지?
지금이야 말로 [힐 타임]을 복사하지 않으면 나는 저놈의 손에 필패할 것이 뻔했다.
패배를 생각하자 자연히 짜증이 났다.
패할 수 없었다. 이겨야 했다. 이겨서 이 무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도깨비를 찾아내야 했다.
도깨비가 나와 우리 엄마의 삶을, 그리고 이 세상을 전부 망쳐버리기 전에.
그럴 수 없다면 국퇴교 따위에서 이렇게 쌩 고생할 이유가 없었다.
속에서 답답함이 치밀어올랐다.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의 답답함과 두려움, 그리고 간절함이었다.
그때,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가슴의 공동이 수복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응?”
나는 통증이 사라지면서 맑아진 머리로 내 가슴을 확인하고는 여전히 뒤틀고 있는 조궁을 바라봤다. 나는 지난번에 [서당 개의 풍월]이 발동됐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했다.
발동 조건은 결국 내 의지의 간절함이었나? 아니면 짜증?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간절함이든 짜증이든 내가 이 X같은 상황에서 불러 일으키기 너무 쉬운 감정들이었다.
나는 조궁을 확인했다. 그의 다리도 아까보다는 회복을 했는지 뼈마디가 맞춰지고 검으죽죽하던 색이 사라졌다. 그렇다는 것은 조만간 저놈이 다리의 상처를 복사해 내게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다행인 것은 조궁의 스킬 복사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었다. [힐 타임]은 상처 하나를 온전히 회복해야 그것을 상대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모양이었다.
반면, 내 [서당 개의 풍월]은 언제든 내가 정신만 차리면 상대의 스킬을 복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조궁에게 당장 [태풍 속의 파도] 연타 공격을 날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이 타이밍에 [서당 개의 풍월]로 조궁의 스킬을 좀 더 복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자만이었다. 이번 차례에 공격을 실패해도 결국에는 조궁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
뭐, 내가 언제는 겸손했나?
남들 앞에서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굴며 눈치를 보기는 했다. 그것은 전생에, 그리고 국퇴교에 들어오기 직전까지의 이번 생에 내가 은둔자의 평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에 내 천성은 아니었다. 나는 뼛속까지 자만한 놈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엄마는 항상 내게 주의를 시켰다.
이 자리에는 내게 겸손의 미덕을 설교할 엄마가 없었다. 그리고 더는 은둔자의 평화라는 가치가 내게 의미가 있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봤자 도깨비에게 당할 것이니까.
나는 내 자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기로 선택했다. 조궁에게 당한 상처의 통증 때문에 잠시 객기를 부리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서당 개처럼 풍월 좀 읊어볼까?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조궁의 [힐 타임] 상처 복사 능력을 재현해보고자 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되는 건가?
조궁의 가슴에 검은 물결이 아닌 [힐 타임]으로 구멍을 뚫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조궁을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다리 회복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슴은 멀쩡했다.
이게 아닌가?
조궁의 다리가 거의 다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한 차례 더 스킬을 복사해볼 시간이 나올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고 안 되면 [태풍 속의 파도]를 시전해야 했다.
나는 한 차례 실패한 나 자신에게 짜증을 내며 다시금 간절히 스킬을 시전해봤다.
상처를 복사해서 저놈의 몸에 새기는 것이다.
“으윽!”
조궁이 이번에는 신음을 흘리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반 실체화된 혼령체의 몸 덕에 그의 피는 붉지 않았다. 멀리서 보기에는 피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은색의 점액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피였다. 금(金) 속성의 은빛 혼령체들을 공격하면 그들이 흩뿌리게 되는 피의 색과 똑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조궁의 가슴에 검은 공동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조궁의 눈이 한차례 더 커졌다. 고통 때문인지 자신의 스킬이 내게 복사됐다는 사실을 자각한 충격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것을 따져볼 틈이 생기기 전에 나는 마지막 한방을 그에게 날렸다.
[태풍 속의 파도]
이번에는 내 다리를 휘감고 있던 검은 물결이 조궁을 향해 위협적으로 뻗어 나갔다. 조궁은 그 공격을 머리에 맞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이번에는 그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몸에 생긴 검은 상처들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스킬의 발현은 의식이 있을 때에나 가능했다. 저렇게 의식을 잃어버리면 스킬도 사라졌다.
막상 조궁의 진짜 성격이 그리 여리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그를 공격할 때 자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미안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저렇게 쓰러져 죽은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죄책감?
그러고 보니 내가 혼령체가 아닌 사람을 제대로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조궁이 어서 회복했으면 좋겠는데 이 혼령화 된 상태가 풀어졌을 때 과연 정말 그렇게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정부와 한통속이자 국퇴교 소속인 양화주 선생의 말 따위를 그대로 믿을 정도로 내가 순진하지는 않았다.
나는 일단 양화주 선생을 찾았다. 내 승리를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서 있는 쪽으로 눈길을 주자 그의 번뜩이는 눈과 그대로 마주쳤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빛이었다. 흡족함과 어딘가 복잡한 마음이 뒤섞여 가늠이 안 되는 눈빛.
“선생님, 이번 대련의 승자는 저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고함을 치며 격렬히 대련을 진행하는 학생들 틈에서 내 목소리가 들릴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양화주 선생은 내 말을 명확히 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수고했네. 다음 대련을 위해 대기하도록.”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화주 선생과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조궁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상태를 보니 은빛 혼령체가 서서히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쓰러지면 일시적 혼령화 상태가 풀리나?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그의 회복을 돕기 위해 내 주머니에서 환 하나를 꺼냈다. 그것 역시 내가 혼령화되던 시점에 내 소지품이었기에 반 실체화가 된 상태였다.
[한 시간 무한 재생]
이것이 내게 넘쳐나도록 많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아이템화 해준 이재경이 고마웠다.
반 실체화가 된 환이라도 실체화된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나는 그것을 몰래 조궁의 입에 넣어줬다. 내 불편한 마음을 덜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궁과의 대련을 통해 대충 감이 왔다. 조궁의 [힐 타임]은 자신이 받은 타격을 그대로 복사해 상대에게 옮길 수 있는 스킬이라면 내 [서당 개의 풍월]은 스킬 자체를 복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가슴에 생긴 검은 공동이 줄어들며 통증이 감소하는 속도만큼 기분이 고양됐다. 이 스킬도 조궁의 [힐 타임]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궁이 당황한 눈길로 나를 지켜보는 사이, 나는 우리 주변에서 둘씩 짝지어 격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퍼니셔 적성 학생들을 둘러봤다. 사방에서 어느 전쟁터에 갖다 놔도 밀리지 않을 파괴력으로 스킬을 펼치는 학생들이 보였다.
대련에서 이기면 순차적으로 저들과도 대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어찌보면 끔찍한 일이었지만 내게 스킬을 복사하는 [서당 개의 풍월]이 있는 한 이것은 기회였다. 나는 저 엄청난 스킬들을 전부 복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스킬이 그렇듯, [서당 개의 풍월]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조건’ 충족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그 ‘조건’이 뭔지 모르는 상태라 이 스킬을 무조건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조궁과의 대치 속에서도 이렇게 쉽게 발현이 됐으니 그 ‘조건’이라는 것이 충족시키기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다.
“이런 XXX, XXXXXX, XXXXXXXXX!”
내 가슴의 상처가 거의 다 회복될 때쯤, 조궁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도저히 대련 전에 바들거리던 놈이 내뱉은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찰진 것이었다.
아까 일부러 내 허를 찌르려고 약한 척을 했던 것인가?
“강기찬, XX, 한 번에 조용히 좀 가 주지 일 드럽게 귀찮게 만드네!”
나는 내 귓구멍을 다시 파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었다. 우리 동기들 중에 저렇게 성격이 더러운 놈이 또 있었나? 본성은 방성환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과격한 것 같았다.
내 입에서 실소가 흘렀다.
“조궁, 아무래도 너도 나도 상대를 잘못 본 것 같다. 우리 앞으로는 서로 조금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겠어.”
이번에 일어섰을 때는 내 팔다리에 검은 물결이 휘감겨 있었다. 일어설 수 있는 상태가 되자마자 [태풍 속의 파도]를 반사적으로 시전했기 때문이다.
나와 대치하며 서 있는 조궁의 은빛 실루엣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이제는 그의 패를 이미 다 공개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내게 전력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내가 저놈에게 공격을 해서 상처를 남겨도 저놈은 그것을 회복하고 내게 똑같이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그러면 나 또한 그의 [힐 타임]을 흉내내며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련은 무한루프였다.
이것을 끊기 위해서는 한쪽이 아예 스킬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버려야 했다. 게다가 둘 다 퍼니셔 적성이라는 얘기는 곧 둘 다 엄청난 신체 사양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적당히 몇 방 날려서는 어느쪽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속도전이었다. 얼마나 스킬을 빠르게 시전해서 상대를 기절시키느냐가 강권이었다.
조궁의 눈빛을 보니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유리하다. 내쪽에서 선빵을 날려야 저놈도 공격이 가능하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내 팔을 휘감고 있던 검은 물결을 그대로 조궁에게 쐈다. 이번에는 그가 어디를 맞든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놈은 [힐 타임]으로 회복할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조궁도 내게 동시에 공격을 날렸기 때문이다. 내가 물줄기를 조궁에게 쏨과 동시에내 가슴에 공동이 다시 생겼다.
“헉!”
“으윽!”
우리 둘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졌다. 나는 격한 통증을 느끼며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상대를 보니 나의 공격은 조궁의 가슴이 아니라 허벅지로 날아간 상태였다. 조궁의 한쪽 다리가 죽은 것처럼 시커멓게 으스러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 조궁이 내게 날린 공격은 아까 그가 받았던 공격을 재차 복사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힐 타임]은 한 번 복사한 상처를 상대에게 재차 가할 수 있나 보다.
이러면 일이 복잡해지는데.
나는 내 가슴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 상처는 아까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나는 당황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다행히 조궁도 한쪽 다리가 으스러지며 고통으로 정신이 마비됐는지 나를 재차 공격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우리 둘은 함께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강기찬! 생각해라! 아까 대체 어떻게 [서당 개의 풍월]을 발동시킨 것이지?
지금이야 말로 [힐 타임]을 복사하지 않으면 나는 저놈의 손에 필패할 것이 뻔했다.
패배를 생각하자 자연히 짜증이 났다.
패할 수 없었다. 이겨야 했다. 이겨서 이 무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서 도깨비를 찾아내야 했다.
도깨비가 나와 우리 엄마의 삶을, 그리고 이 세상을 전부 망쳐버리기 전에.
그럴 수 없다면 국퇴교 따위에서 이렇게 쌩 고생할 이유가 없었다.
속에서 답답함이 치밀어올랐다.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의 답답함과 두려움, 그리고 간절함이었다.
그때,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가슴의 공동이 수복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응?”
나는 통증이 사라지면서 맑아진 머리로 내 가슴을 확인하고는 여전히 뒤틀고 있는 조궁을 바라봤다. 나는 지난번에 [서당 개의 풍월]이 발동됐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했다.
발동 조건은 결국 내 의지의 간절함이었나? 아니면 짜증?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간절함이든 짜증이든 내가 이 X같은 상황에서 불러 일으키기 너무 쉬운 감정들이었다.
나는 조궁을 확인했다. 그의 다리도 아까보다는 회복을 했는지 뼈마디가 맞춰지고 검으죽죽하던 색이 사라졌다. 그렇다는 것은 조만간 저놈이 다리의 상처를 복사해 내게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다행인 것은 조궁의 스킬 복사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었다. [힐 타임]은 상처 하나를 온전히 회복해야 그것을 상대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모양이었다.
반면, 내 [서당 개의 풍월]은 언제든 내가 정신만 차리면 상대의 스킬을 복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조궁에게 당장 [태풍 속의 파도] 연타 공격을 날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이 타이밍에 [서당 개의 풍월]로 조궁의 스킬을 좀 더 복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자만이었다. 이번 차례에 공격을 실패해도 결국에는 조궁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
뭐, 내가 언제는 겸손했나?
남들 앞에서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굴며 눈치를 보기는 했다. 그것은 전생에, 그리고 국퇴교에 들어오기 직전까지의 이번 생에 내가 은둔자의 평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에 내 천성은 아니었다. 나는 뼛속까지 자만한 놈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엄마는 항상 내게 주의를 시켰다.
이 자리에는 내게 겸손의 미덕을 설교할 엄마가 없었다. 그리고 더는 은둔자의 평화라는 가치가 내게 의미가 있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봤자 도깨비에게 당할 것이니까.
나는 내 자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기로 선택했다. 조궁에게 당한 상처의 통증 때문에 잠시 객기를 부리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서당 개처럼 풍월 좀 읊어볼까?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조궁의 [힐 타임] 상처 복사 능력을 재현해보고자 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되는 건가?
조궁의 가슴에 검은 물결이 아닌 [힐 타임]으로 구멍을 뚫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조궁을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다리 회복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슴은 멀쩡했다.
이게 아닌가?
조궁의 다리가 거의 다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한 차례 더 스킬을 복사해볼 시간이 나올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고 안 되면 [태풍 속의 파도]를 시전해야 했다.
나는 한 차례 실패한 나 자신에게 짜증을 내며 다시금 간절히 스킬을 시전해봤다.
상처를 복사해서 저놈의 몸에 새기는 것이다.
“으윽!”
조궁이 이번에는 신음을 흘리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반 실체화된 혼령체의 몸 덕에 그의 피는 붉지 않았다. 멀리서 보기에는 피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은색의 점액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피였다. 금(金) 속성의 은빛 혼령체들을 공격하면 그들이 흩뿌리게 되는 피의 색과 똑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조궁의 가슴에 검은 공동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조궁의 눈이 한차례 더 커졌다. 고통 때문인지 자신의 스킬이 내게 복사됐다는 사실을 자각한 충격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것을 따져볼 틈이 생기기 전에 나는 마지막 한방을 그에게 날렸다.
[태풍 속의 파도]
이번에는 내 다리를 휘감고 있던 검은 물결이 조궁을 향해 위협적으로 뻗어 나갔다. 조궁은 그 공격을 머리에 맞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이번에는 그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몸에 생긴 검은 상처들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스킬의 발현은 의식이 있을 때에나 가능했다. 저렇게 의식을 잃어버리면 스킬도 사라졌다.
막상 조궁의 진짜 성격이 그리 여리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그를 공격할 때 자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미안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저렇게 쓰러져 죽은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죄책감?
그러고 보니 내가 혼령체가 아닌 사람을 제대로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조궁이 어서 회복했으면 좋겠는데 이 혼령화 된 상태가 풀어졌을 때 과연 정말 그렇게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정부와 한통속이자 국퇴교 소속인 양화주 선생의 말 따위를 그대로 믿을 정도로 내가 순진하지는 않았다.
나는 일단 양화주 선생을 찾았다. 내 승리를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서 있는 쪽으로 눈길을 주자 그의 번뜩이는 눈과 그대로 마주쳤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빛이었다. 흡족함과 어딘가 복잡한 마음이 뒤섞여 가늠이 안 되는 눈빛.
“선생님, 이번 대련의 승자는 저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고함을 치며 격렬히 대련을 진행하는 학생들 틈에서 내 목소리가 들릴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양화주 선생은 내 말을 명확히 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수고했네. 다음 대련을 위해 대기하도록.”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화주 선생과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조궁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상태를 보니 은빛 혼령체가 서서히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쓰러지면 일시적 혼령화 상태가 풀리나?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그의 회복을 돕기 위해 내 주머니에서 환 하나를 꺼냈다. 그것 역시 내가 혼령화되던 시점에 내 소지품이었기에 반 실체화가 된 상태였다.
[한 시간 무한 재생]
이것이 내게 넘쳐나도록 많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아이템화 해준 이재경이 고마웠다.
반 실체화가 된 환이라도 실체화된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나는 그것을 몰래 조궁의 입에 넣어줬다. 내 불편한 마음을 덜기 위한 행동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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