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고 싶어 (2)
조회 : 875 추천 : 1 글자수 : 4,753 자 2022-07-22
- 띠링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안.
미리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이수민이 핸드폰을 보다 날 보며 손을 흔들었다. 갈색 장말 머리카락과 초겨울을 준비해 입은 브라운 색 롱코트는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녀가 카페 입구로 먼저 고개를 돌렸다.
“왔어?”
“왔다.”
가벼워진 가방을 의자에 대충 걸어 놓고 앉았다. 이제는 의자나 이런 데에 앉을 때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휴.”
“한숨이 좀 무겁네? 아직도 쓰리 잡 뛰고 있어?”
“그래, 존나 빡세다. 커피는 니가 사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직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카페 여자 서빙원이 날 보며 싱긋 웃고는 돌아갔다.
수민은 날 보며 말했다.
“븅신.”
“크흠··· 그래서 나 왜 불렀어.”
괜히 뻘쭘함에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수민은 자신이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며 내게 보였다. 뭔가 했더니 나이트메어 온라인을 플레이하는 영상이었다.
나이트메어 온라인. 이곳으로 오기 전 영상 광고도 봤다.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상에서 직접 검을 휘두르고 몬스터와 보스를 잡아 던전을 클리어한다. 영상 속에 나오는 1인칭 시점은 머쉬룸독이라는 사람이었다.
멀티로 파티원과 같이 싸우고 있는데 꽤 합이 좋았다. 실력 방송이라서 그런가. 최대한 깔끔한 플레이로 연계 위주의 공격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궁극기가 보스에게 적중했고 1시간의 대장정 끝에 보스를 잡았다. 시청자는 [24만 5천 452명]
후원이 쏟아졌다.
100,000원
50,000원
40,000원
보스를 잡자마자 순식간에 시청자 절반이 빠져나가 12만 명이 됐다.
“방송을 옮겨 다니는 거야. 대부분 시청자들은 저래. HP나 MP는 시간이 지나야 회복되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알지. 이 게임 짬밥이 3달인데.”
“3달? 여기 고인물들은 기본 경력이 1년에서 8달이야.”
게임만 밤 낮으로 미친 듯이 했으니
지금 봐도 게임의 몰입도는 어마어마했다.
생생하고 실제 같은 몬스터의 움직임, 소리,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시야. 마치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메타버스 게임 시장 점유율 93%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게임인 만큼 나이트메어를 대체 할 퀄리티의 게임은 아직 까지 없었다. 그에 반면 나이트메어의 퀄리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었다. 게임으로의 발생한 수익은 회사 운영비를 제외하고 전부 게임 개발에 재투자되었다.
선순환이 지속되며 게임의 무지막지한 퀄리티는 가상 게임 시장을 독점해버렸다. 다른 대기업 게임사는 가상 게임을 출시하여 경쟁하기 보다는 나이트메어와 협약을 맺고 같이 게임을 발전시켜 나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게임 가치를 48조로 측정하고 있고 더욱 가치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이머들의 낭만이 모두 모여 있는 게임이 바로 나이트메어 온라인(nightmare onilne)이다.
수민은 핸드폰 화면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너 이 게임 원작 랭킹 1등 찍어봤다며?”
“어 제작자랑 맞다이 떠서도 이겨봤지.”
“MSG는 적당히 치고. 아무튼.”
수민이 커피를 한 번 홀짝이며 말했다.
“너 알바 같은 거 하지 말고 차라리 인터넷 방송을 해. 너 랭킹 1등 출신인데 왜 알바 같은 걸 하는 거야.”
다시금 커피를 마셨다.
“그럴까.”
내 한마디에 수민이 커피를 뿜었다.
“푸흡···! 콜록···! 콜록!”
“야야 괜찮냐?”
티슈를 뽑아다가 건네고 옷에 묻은 커피 닦는 걸 도왔다.
“도와드릴게요!”
직원이 달려오며 도와주려 했지만 우왕좌왕 댈 뿐 따로 도와주지는 못했다. 보니까 알바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얘가 평소에 자주 덤벙대서 그냥 할일 하시면 돼요.”
이후 숨을 가다듬으며 진정한 이수민은 얼굴을 붉히고는 말을 더듬었다.
“너 이씨···. 그것보다 그, 그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거였어? 뭐 방송이 잘 안 풀린다던가···! 실패한다던가···! 그런 건 걱정 안 되고? 애초에 너 아직 가상 세계도 경험해본 적 없잖아.”
“할 거냐 안 할 거냐 물어봐 놓고 이제 와서? 내 대답을 원하는 거면 나는 전자야. 컨트롤 게임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거든. 실력 방송이지.”
지금 김지원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하고 싶다 나이트메어.’
*
- 철컥
“들어와 제대로 집 정리 안 됐으니까 막 이곳저곳 훑어보지는 말고···.”
“어.”
6년을 원룸에서 살아온 김지원은 자신의 원룸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집은 무지 넓었다. 40평은 족히 되보이고.
“이야~ 집 좋다. 어디 다닌다고 했지?”
“그냥 회사원 막 부려먹는 평범한 회사야. 이불 꺼내 줄 테니까. 대충 거실에서 자.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고.”
“라면?”
신발을 벗고 안쪽으로 들어와 라면이 있을 만한 탁장을 열어봤다. 그 안에는 엄청난 양의 라면이 쌓여 있었다.
“워메 라면 양 보소. 맨날 라면만 먹냐.”
“바빠서 따로 차려먹을 시간이 없어 밖에서 사먹는 건 돈 아깝잖아.”
“내가 차려 줄게. 앞으로 계속 얹혀 살 건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럼 오늘 저녁 해주는 거야?”
나는 자신감이 있게 대답했다. 요리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편이었기에. 잘 정돈된 집이었다. 필라테스 기구도 보이고 TV나 쇼파도 있었다. 감탄만 나온다.
“야옹~.”
까만 삼색이 고양이도 있었다. 놈이 내게 다가오며 몸을 비빈다.
“아이고 귀여워라~.”
내가 놈을 들자 이수민이 당장 말렸다.
“야! 그렇게 들지 마! 너 물어!”
“캬악!”
삼색이가 이빨을 꺼내며 날 물기 전 물려고 했다. 물려는 손을 반사적으로 빼며 피하고 다른 손으로 고양이 목 주름을 잡는 묘기를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고양이는 날 물지 못했다.
“어우 진짜 물려고 하네 고양아 미안해.”
김지원은 얼른 고양이를 내려 놔줬다.
이수민이 경악했다. 자신은 항상 물리는 쪽이었기에. 저 공격을 못 피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김지원은 그것을 피해냈다.
“미친··· ㅈㄴ 날쎄.”
방은 화장실을 제외하고 3개였다.
이수민의 침실, 옷방, 캡슐 방.
“여기가 캡슐 방.”
“진짜 있네.”
“그럼 없는데 있다 했겠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캡슐은 크기가 매우 컷다. 왜 비싼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집에 캡슐이 있으니 당분간 이곳에 지내면서 방송을 해보라는 거였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기에 수락했지만.
“수민아 궁금한 게 있는데.”
살짝 진지한 얼굴을 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까지 해주는 거야? 너는 나한테 빚진 것도 없고 나는 너를 도와준 적도 없어. 오히려··· 반대지. 난 항상 도움 받고 살아왔는데.”
내가 진지한 얼굴을 할 때 공간에 정적이 흐를 줄 알았다. 이수민은 딱히 할 말이 없을 테니까. 반대였다. 이수민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뭐, 왜 웃어···?”
“아니··· 니가 도와준 게 없다고? 나 왕따 당했을 계속 옆에 있어 준 건 누구고 나 힘들게 공부할 때 딸기 우유 주면서 응원 해준 게 누군데. 그게 4년이고 5년이야. 학창 시절 내내.”
이수민은 내게 다가왔다. 이후 어깨에 손을 올리고 흘리듯 방을 벗어났다.
“너무 둔하게 산 거 아니야? 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족 보다 든든했던 게 너였어.”
“그랬어?”
싱긋 웃는 게 예뻤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보더니 당장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걸었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나갔다 올 테니까. 장 볼 거 있으면 카톡에 적어 놔. 저녁 기대할게.”
이수민은 나갔고 조금 생각에 잠겼다. ‘설마 이수민이 날 좋아하겠어?’ 같은 생각. 결국 망상은 망상이다. 실현 될 리 없는 망상. 이수민은 한 번도 좋아 한다 티 낸 적이 없었다. 방금도 결국은 여지가 있었음에도 물러나지 않았는가.
“일단 지금은 이것만 집중하자.”
방송으로 돈 벌어서 여동생과 살 수 있는 집을 구할 것이다. 언제 까지고 이수민 집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반년, 딱 반년 안에 이곳에서 나갈 것이다. 거금을 모아서 여동생과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행복하게 다시 예전처럼 웃고 떠드는 사이로 돌아갈 것이다.
알바로는 답이 없다. 하물며 당장 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찾는 다고 해도 말이다.
‘돈 걱정 없이 대학도 보내주고, 여행도 가고.’
그리 다짐하며 캡슐 안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편한 자세로 눈을 감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너튜브로 몇 번이고 돌려 봤다. 곧 어두운 시야에 빛 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체 정보 확인 중. . .]
[미등록 생체 정보입니다. 생체 정보를 등록하시겠습니까?]
“네.”
신기한 감각이었다. 시야에 뭔가 보이는 것도 신기했고 전부 다 신기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면 좋겠지만 심장 고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 띠링
[신규 메타버스 가입 235192837#유저님 환영합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닉네임을 등록해주세요]
닉네임이라··· 이전에 쓰던 닉네임이 떠올랐다.
“난선두.”
[난선두로 하시겠습니까? 닉네임에 따라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불이익?’
아마도 거북하거나 보기 불편한 이상한 닉네임 지었다가 강제로 닉네임이 변경되는 걸 말하는 것일 거다. 아니면 특정 플레이어를 자극해서 감정적인 PVP가 걸린거나. 다행히도 내 닉네임에는 특정인, 그룹을 비하하지도 옹호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심하며 ‘네’라고 말했다.
[나이트메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난선두 유저님! 당신은 과연 그 닉네임을 세상에 다시금 알릴 수 있을까요]
“휴.”
다행히 아무도 내 닉네임을 먹지 않았다. 나름 원작 나이트메어 랭킹 1위 닉네임인데 말이다.
우연인가.
시야에 다시 한번 빛줄기가 보였다. 당황하지 않는다. 나이트메어로 서버를 이동하는 것이다. 눈을 뜨니 파란 하늘이 보였다. 주위에는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사람의 소음이 들려왔다.
“HP가 부족하네요. 저는 내일 다시 올게요.”
“HP 많은 저렙 유저 찾아요!”
“1던전 트라이할 탱커 유저 한 명 급구합니다!”
- 두근 두근!
여기가 바로 나이트메어 온라인이었다.
이 게임에서 유독 HP가 들어간 말이 많이 들렸다. 이 게임은 물약 같은 걸로 HP가 단번에 회복되는 구조가 아니다. 물약은 회복을 조금 가속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런 특이한 시스템은 나이트메어1에서도 있었다.
0에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4시간. 물약을 사용하면 회복이 가속되어 3시간이다.
‘제일 좋은 물약을 사용하면 완전 회복까지 30분으로 줄일 수 있었지.’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특이성은 곧 게임의 몰입과 이어졌다.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서 몬스터의 움직임을 신경 쓰게 만들고 하고 벨런스 있는 파티를 자연스럽게 연구하며 게임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면서 점차 게임에 대한 애정과 몰입도를 만든다.
주위를 둘러봤다.
멋스럽게 생긴 철제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으며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람도 빈번하게 보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마냥 재밌게 즐기며 웃고 있지 않았다. 여기가 현실인 것처럼 전투 한 번, 한 번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류의 인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나타나길 반복했다.
‘워프로 보였다.’
나이트메어1에서는 워프는 그리 함부로 쓸 수 있는 스킬, 아이템이 아니었다. 여기 서는 맵이 워나 방대하다 보니 이동 시스템을 잘 만들어둔 모양이다.
시야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였다. 가장 맞은편에는 내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 창이 보였고 그 아래에는 톱니바퀴가 보였다. 설정 창이었다.
뭘 먼저 확인 해볼까. 기대감에 차올라 고민하던 사이 시야에 직사각형 스크린이 떠올랐다.
[신규 유저님 튜토리얼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안.
미리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이수민이 핸드폰을 보다 날 보며 손을 흔들었다. 갈색 장말 머리카락과 초겨울을 준비해 입은 브라운 색 롱코트는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그녀가 카페 입구로 먼저 고개를 돌렸다.
“왔어?”
“왔다.”
가벼워진 가방을 의자에 대충 걸어 놓고 앉았다. 이제는 의자나 이런 데에 앉을 때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휴.”
“한숨이 좀 무겁네? 아직도 쓰리 잡 뛰고 있어?”
“그래, 존나 빡세다. 커피는 니가 사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직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카페 여자 서빙원이 날 보며 싱긋 웃고는 돌아갔다.
수민은 날 보며 말했다.
“븅신.”
“크흠··· 그래서 나 왜 불렀어.”
괜히 뻘쭘함에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수민은 자신이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며 내게 보였다. 뭔가 했더니 나이트메어 온라인을 플레이하는 영상이었다.
나이트메어 온라인. 이곳으로 오기 전 영상 광고도 봤다.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상에서 직접 검을 휘두르고 몬스터와 보스를 잡아 던전을 클리어한다. 영상 속에 나오는 1인칭 시점은 머쉬룸독이라는 사람이었다.
멀티로 파티원과 같이 싸우고 있는데 꽤 합이 좋았다. 실력 방송이라서 그런가. 최대한 깔끔한 플레이로 연계 위주의 공격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궁극기가 보스에게 적중했고 1시간의 대장정 끝에 보스를 잡았다. 시청자는 [24만 5천 452명]
후원이 쏟아졌다.
100,000원
50,000원
40,000원
보스를 잡자마자 순식간에 시청자 절반이 빠져나가 12만 명이 됐다.
“방송을 옮겨 다니는 거야. 대부분 시청자들은 저래. HP나 MP는 시간이 지나야 회복되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알지. 이 게임 짬밥이 3달인데.”
“3달? 여기 고인물들은 기본 경력이 1년에서 8달이야.”
게임만 밤 낮으로 미친 듯이 했으니
지금 봐도 게임의 몰입도는 어마어마했다.
생생하고 실제 같은 몬스터의 움직임, 소리,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시야. 마치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메타버스 게임 시장 점유율 93%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게임인 만큼 나이트메어를 대체 할 퀄리티의 게임은 아직 까지 없었다. 그에 반면 나이트메어의 퀄리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었다. 게임으로의 발생한 수익은 회사 운영비를 제외하고 전부 게임 개발에 재투자되었다.
선순환이 지속되며 게임의 무지막지한 퀄리티는 가상 게임 시장을 독점해버렸다. 다른 대기업 게임사는 가상 게임을 출시하여 경쟁하기 보다는 나이트메어와 협약을 맺고 같이 게임을 발전시켜 나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게임 가치를 48조로 측정하고 있고 더욱 가치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이머들의 낭만이 모두 모여 있는 게임이 바로 나이트메어 온라인(nightmare onilne)이다.
수민은 핸드폰 화면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너 이 게임 원작 랭킹 1등 찍어봤다며?”
“어 제작자랑 맞다이 떠서도 이겨봤지.”
“MSG는 적당히 치고. 아무튼.”
수민이 커피를 한 번 홀짝이며 말했다.
“너 알바 같은 거 하지 말고 차라리 인터넷 방송을 해. 너 랭킹 1등 출신인데 왜 알바 같은 걸 하는 거야.”
다시금 커피를 마셨다.
“그럴까.”
내 한마디에 수민이 커피를 뿜었다.
“푸흡···! 콜록···! 콜록!”
“야야 괜찮냐?”
티슈를 뽑아다가 건네고 옷에 묻은 커피 닦는 걸 도왔다.
“도와드릴게요!”
직원이 달려오며 도와주려 했지만 우왕좌왕 댈 뿐 따로 도와주지는 못했다. 보니까 알바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얘가 평소에 자주 덤벙대서 그냥 할일 하시면 돼요.”
이후 숨을 가다듬으며 진정한 이수민은 얼굴을 붉히고는 말을 더듬었다.
“너 이씨···. 그것보다 그, 그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거였어? 뭐 방송이 잘 안 풀린다던가···! 실패한다던가···! 그런 건 걱정 안 되고? 애초에 너 아직 가상 세계도 경험해본 적 없잖아.”
“할 거냐 안 할 거냐 물어봐 놓고 이제 와서? 내 대답을 원하는 거면 나는 전자야. 컨트롤 게임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거든. 실력 방송이지.”
지금 김지원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하고 싶다 나이트메어.’
*
- 철컥
“들어와 제대로 집 정리 안 됐으니까 막 이곳저곳 훑어보지는 말고···.”
“어.”
6년을 원룸에서 살아온 김지원은 자신의 원룸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집은 무지 넓었다. 40평은 족히 되보이고.
“이야~ 집 좋다. 어디 다닌다고 했지?”
“그냥 회사원 막 부려먹는 평범한 회사야. 이불 꺼내 줄 테니까. 대충 거실에서 자.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고.”
“라면?”
신발을 벗고 안쪽으로 들어와 라면이 있을 만한 탁장을 열어봤다. 그 안에는 엄청난 양의 라면이 쌓여 있었다.
“워메 라면 양 보소. 맨날 라면만 먹냐.”
“바빠서 따로 차려먹을 시간이 없어 밖에서 사먹는 건 돈 아깝잖아.”
“내가 차려 줄게. 앞으로 계속 얹혀 살 건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럼 오늘 저녁 해주는 거야?”
나는 자신감이 있게 대답했다. 요리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편이었기에. 잘 정돈된 집이었다. 필라테스 기구도 보이고 TV나 쇼파도 있었다. 감탄만 나온다.
“야옹~.”
까만 삼색이 고양이도 있었다. 놈이 내게 다가오며 몸을 비빈다.
“아이고 귀여워라~.”
내가 놈을 들자 이수민이 당장 말렸다.
“야! 그렇게 들지 마! 너 물어!”
“캬악!”
삼색이가 이빨을 꺼내며 날 물기 전 물려고 했다. 물려는 손을 반사적으로 빼며 피하고 다른 손으로 고양이 목 주름을 잡는 묘기를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고양이는 날 물지 못했다.
“어우 진짜 물려고 하네 고양아 미안해.”
김지원은 얼른 고양이를 내려 놔줬다.
이수민이 경악했다. 자신은 항상 물리는 쪽이었기에. 저 공격을 못 피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김지원은 그것을 피해냈다.
“미친··· ㅈㄴ 날쎄.”
방은 화장실을 제외하고 3개였다.
이수민의 침실, 옷방, 캡슐 방.
“여기가 캡슐 방.”
“진짜 있네.”
“그럼 없는데 있다 했겠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캡슐은 크기가 매우 컷다. 왜 비싼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집에 캡슐이 있으니 당분간 이곳에 지내면서 방송을 해보라는 거였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기에 수락했지만.
“수민아 궁금한 게 있는데.”
살짝 진지한 얼굴을 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까지 해주는 거야? 너는 나한테 빚진 것도 없고 나는 너를 도와준 적도 없어. 오히려··· 반대지. 난 항상 도움 받고 살아왔는데.”
내가 진지한 얼굴을 할 때 공간에 정적이 흐를 줄 알았다. 이수민은 딱히 할 말이 없을 테니까. 반대였다. 이수민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뭐, 왜 웃어···?”
“아니··· 니가 도와준 게 없다고? 나 왕따 당했을 계속 옆에 있어 준 건 누구고 나 힘들게 공부할 때 딸기 우유 주면서 응원 해준 게 누군데. 그게 4년이고 5년이야. 학창 시절 내내.”
이수민은 내게 다가왔다. 이후 어깨에 손을 올리고 흘리듯 방을 벗어났다.
“너무 둔하게 산 거 아니야? 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족 보다 든든했던 게 너였어.”
“그랬어?”
싱긋 웃는 게 예뻤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보더니 당장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걸었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나갔다 올 테니까. 장 볼 거 있으면 카톡에 적어 놔. 저녁 기대할게.”
이수민은 나갔고 조금 생각에 잠겼다. ‘설마 이수민이 날 좋아하겠어?’ 같은 생각. 결국 망상은 망상이다. 실현 될 리 없는 망상. 이수민은 한 번도 좋아 한다 티 낸 적이 없었다. 방금도 결국은 여지가 있었음에도 물러나지 않았는가.
“일단 지금은 이것만 집중하자.”
방송으로 돈 벌어서 여동생과 살 수 있는 집을 구할 것이다. 언제 까지고 이수민 집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반년, 딱 반년 안에 이곳에서 나갈 것이다. 거금을 모아서 여동생과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행복하게 다시 예전처럼 웃고 떠드는 사이로 돌아갈 것이다.
알바로는 답이 없다. 하물며 당장 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찾는 다고 해도 말이다.
‘돈 걱정 없이 대학도 보내주고, 여행도 가고.’
그리 다짐하며 캡슐 안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편한 자세로 눈을 감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너튜브로 몇 번이고 돌려 봤다. 곧 어두운 시야에 빛 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체 정보 확인 중. . .]
[미등록 생체 정보입니다. 생체 정보를 등록하시겠습니까?]
“네.”
신기한 감각이었다. 시야에 뭔가 보이는 것도 신기했고 전부 다 신기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면 좋겠지만 심장 고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 띠링
[신규 메타버스 가입 235192837#유저님 환영합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닉네임을 등록해주세요]
닉네임이라··· 이전에 쓰던 닉네임이 떠올랐다.
“난선두.”
[난선두로 하시겠습니까? 닉네임에 따라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불이익?’
아마도 거북하거나 보기 불편한 이상한 닉네임 지었다가 강제로 닉네임이 변경되는 걸 말하는 것일 거다. 아니면 특정 플레이어를 자극해서 감정적인 PVP가 걸린거나. 다행히도 내 닉네임에는 특정인, 그룹을 비하하지도 옹호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심하며 ‘네’라고 말했다.
[나이트메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난선두 유저님! 당신은 과연 그 닉네임을 세상에 다시금 알릴 수 있을까요]
“휴.”
다행히 아무도 내 닉네임을 먹지 않았다. 나름 원작 나이트메어 랭킹 1위 닉네임인데 말이다.
우연인가.
시야에 다시 한번 빛줄기가 보였다. 당황하지 않는다. 나이트메어로 서버를 이동하는 것이다. 눈을 뜨니 파란 하늘이 보였다. 주위에는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사람의 소음이 들려왔다.
“HP가 부족하네요. 저는 내일 다시 올게요.”
“HP 많은 저렙 유저 찾아요!”
“1던전 트라이할 탱커 유저 한 명 급구합니다!”
- 두근 두근!
여기가 바로 나이트메어 온라인이었다.
이 게임에서 유독 HP가 들어간 말이 많이 들렸다. 이 게임은 물약 같은 걸로 HP가 단번에 회복되는 구조가 아니다. 물약은 회복을 조금 가속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런 특이한 시스템은 나이트메어1에서도 있었다.
0에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4시간. 물약을 사용하면 회복이 가속되어 3시간이다.
‘제일 좋은 물약을 사용하면 완전 회복까지 30분으로 줄일 수 있었지.’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특이성은 곧 게임의 몰입과 이어졌다.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서 몬스터의 움직임을 신경 쓰게 만들고 하고 벨런스 있는 파티를 자연스럽게 연구하며 게임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면서 점차 게임에 대한 애정과 몰입도를 만든다.
주위를 둘러봤다.
멋스럽게 생긴 철제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으며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람도 빈번하게 보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마냥 재밌게 즐기며 웃고 있지 않았다. 여기가 현실인 것처럼 전투 한 번, 한 번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류의 인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나타나길 반복했다.
‘워프로 보였다.’
나이트메어1에서는 워프는 그리 함부로 쓸 수 있는 스킬, 아이템이 아니었다. 여기 서는 맵이 워나 방대하다 보니 이동 시스템을 잘 만들어둔 모양이다.
시야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였다. 가장 맞은편에는 내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 창이 보였고 그 아래에는 톱니바퀴가 보였다. 설정 창이었다.
뭘 먼저 확인 해볼까. 기대감에 차올라 고민하던 사이 시야에 직사각형 스크린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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