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고 싶어 (5)
조회 : 765 추천 : 3 글자수 : 4,820 자 2022-07-23
[13던전의 보스 아이템 칠흑의 불꽃이 한화로 1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칠흑의 불꽃은 유일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서부 대륙에 바벨탑 출현! 최단 클리어는 어떤 길드가?]
[아반트리네 공화국이 몬스터에게 점령되어 서브 던전화 되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상인 유저들은 공략 길드에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며 클리어를 의뢰]
지금도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오며 나이트메어 안에서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끄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을 한 스푼 떠서 먹었다. 두부와 팽이버섯, 호박 등을 넣었다. 어차피 내 돈 아니니 사치 부려서 멸치 육수로 국물도 조금 내봤다.
“후릅.”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올라왔다. 담백하고도 고소한 된장찌개 맛이었다. 항상 아쉬움이 남은 된장찌개가 돈을 만나고서 비로소 제맛을 찾았다.
가스 불을 끄고 냄비를 옮겼다. 방금 막 취사가 끝난 밥도 주걱으로 휘저으며 밥알 사이사이 뜨거운 증기를 빼줬다. 밥을 덜어서 이수민에게 건네고 내 밥도 덜어서 맞은 편 자리에 올려놨다.
이수민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시선은 된장찌개에 고정되어 있다.
“먹어도 돼?”
“먹어.”
내 대답이 떨어지자 곧장 이수민은 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먹은 이수민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으음~ 얼마 만에 먹는 된장국이야~.”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네. 조금 짜지 않아?”
“아니야 입에 딱 맞는데?”
“하긴 평소에는 라면만 먹으니.”
이수민이 조금 과장된 동작으로 된장국을 퍼먹었다. 그러다. 부두를 씹지 않고 삼켰는데 뜨겁다고 난리를 친다. 일단 내가 마시던 물이라도 다급히 건넸다.
- 꿀꺽꿀꺽
- 탁
“허어… 죽는 줄 알았네….”
“으이구.”
이수민이 괜찮다는 표시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히히.”
*
김지원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건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했다. 여동생의 입원비, 치료비는 이것저것 해서 한 달에 150만 가량. 월세도 안 내고 밥값도 사실상 이수민이 전부 내주고 있는 실정이기에 나은 생활을 살고 있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서야 전보다 나아졌다고 남들에게 말 할 수 있을까.
이건 내 기준에서 나아진 것이다.
계속 불안한 마음으로 있으면 되던 것도 분명 제대로 안 될 거다.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좋을 거다.
복싱의 꿈을 접고 체육관을 나가던 때 관장님이 내 손목을 붙잡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힘들면 말해. 체육관에 자리 남겨둘 테니까.’
“…….”
소파에 앉아서 TV를 봤다. 이수민이 개그 코너를 보며 꺄르륵 웃는다. 설거지를 마친 김지원도 덩그러니 소파에 앉았다. TV로 시선이 향하다가 자신과는 개그 코드가 맞지 않아 핸드폰을 보며 나이트메어의 자료 조사를 이어갔다.
이수민이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흐흫 이러니까 우리 부부 같지 않아?”
뭘 의도하고 한 말인지 안다. 김지원이 떠 보듯 반문하며 말했다.
“너는 돈 안 벌고 게임만 하는 백수 남편이 좋냐?”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 돈은 내가 벌고~ 집안일은 니가 하고~. 괜찮지 않아?”
“내가 안 괜찮거든.”
칼 같이 잘라내며 거절했다. 김지원은 다가오며 붐비는 고양이의 턱 밑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주자 턱을 내 쪽으로 가까이 가져다 댔다. 눈을 꾹 감고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낸다.
손을 때니 고양이의 큼지막한 눈망울 속에서 행복이 엿보였다. 몸을 더 비볐다. 긁으라는 소리였다. 손톱으로 머리를 살살 긁어주자 눈을 감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앞으로는….”
김지원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며 어디로 향할지 루트를 고민했다. 초보자에게 있어서 꽤 중요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냐.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랬기에 영상으로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고 있었다. 서부 대륙은 이벤트성 던전과 퀘스트가 많았다. 성장과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다. 물론 고렙일수록 효율이 좋기에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한 번에 밀어버리면 효율적일 것이다.
북부 대륙은 히든 퀘스트가 대거 포함된 지역이었다. 단번에 인생 역전을 노릴 수 있었다. 가장 넓은 지역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킬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었다.
그 지역에는 칼날이라는 악명 높은 레드 플레이어(지명 수배된 유저) 길드가 있다고 하는데, 수 차례 다른 길드에 의해 진압당했음에도 점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저렙인 내가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정석인 몬스터촌 남부 루트를 타서 레벨업하고 북부를 노린다?
‘이것만 정답인가?’
다른 게임이면 몰라도 나이트메어라면 굳이 길을 하나만 만들어 두지 않았을 거다. 다양성과 자유도를 추구하는 게임이니까.
성장 루트는 나중에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당장에는 1던전 클리어가 첫 번째 과제다. 1던전을 클리어 해야 아반트리네 왕국을 벗어나며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왕도 출입 허가증이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하니. 일단은 성장이 우선이다. 밥도 먹었겠다. 이제 다시 로그인해야겠다. 일단 테스트용으로 방송도 켜보고 말이다.
그리 생각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뭉친 어깨, 팔, 등 근육이 쫙 펴지며 시원했다. 로그인하러 간다는 걸 이수민이 귀신같이 알아채며 입을 연다.
“다시 로그인 하게?”
“그래야지.”
“화이팅~!”
두 손으로 화이팅을 외쳤다.
이수민의 응원에 힘입어 캡슐로 들어가고 곧장 눈을 감았다. 캡슐 뚜껑이 닫히며 로그인되었다.
- 띠링
[나이트메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난선두 유저님! 당신은 과연 그 닉네임을 세상에 다시금 알릴 수 있을까요?]
전에도 들었던 목소리.
곧 시야에 색채가 채워졌다.
빌헬름이 눈앞에 보였지만 그는 다른 초보 유저와 대화하고 있었다. 나를 힐끔 보고는 다시 초보 유저와 대화를 이어갔다.
“드디어 마지막이네. 핑크공주여 1던전을 클리어하고 광활한 세계에 발자취를 남기도록!”
“네!”
목소리 톤이 높아 왠지 활기찬 대화였다. 뭔가 옆에서 듣고 있는 나까지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들을 무시하며 지도를 켜고 1던전이 있는 장소로 걸었다. 걸을 때마다 워프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던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그림자의 숲이라는 장소를 무조건 거쳐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중립 몬스터나 유저를 발견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한다고 한다.
그랬기에 원래는 혼자 가기 위험한 장소다. 때때로 초보자들이 그림자의 숲에서 사망하곤 했다. 그랬기에 2인이나 3인으로 소박하게 파티를 꾸리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저기요! 허억…!”
뒤통수로 들려오는 목소리.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 톤으로 봤을 때는 아까 빌헬름이 말한 그 핑크 공주로 추정됐다.
제대로 그를 바라봤다. 검은 장발 곱슬머리 머리카락에 초록 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네?”
“그쪽 지금 1던전 클리어하러 가는 거죠? 같이 가요.”
갑자기 붙잡아서 뭔 말을 하나 했더니 예상하던 대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절 하고 싶다. 나는 혼자서 숲을 지나갈 자신이 있을뿐더러 애당초 지금 내 레벨은 21레벨이다.
짐 덩이를 데리고 숲을 통과하면 시간적으로 손해를 많이 볼 것이다. 잡몹 잡는다고 내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른다고 해도 쥐똥만큼 오를 텐데.
‘굳이?’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착하니까.
“좋아요. 대신 서로 위험에 빠졌을 때는 지켜주지 않는 걸로. 알겠죠? 핑크 공주님?”
핑크 공주라는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을 버벅거린다.
“어떻게 제 닉네임을! 아, 아까 대화하는 거 들었어요?”
“그런데요?”
“크흠… 네 그… 닉네임 말고 아무렇게나 불러주세요.”
“알겠어요. 핑크 공주님.”
“이익!”
무튼 약속해뒀으니 같이 가는 김에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메뉴에서 상태창을 켰다.
(상태창)
난선두 LV21
(1차) (부가적 능력치)
근력 6 기교 0
채력 6 저항 0
민첩 8 매력 0
지능 6 지혜 1
운 9
잔여 스텟 105
전작의 나이트메어랑 능럭치 구성이 똑같았다. 기교나 저항 같은 부가적인 능력치를 포함해서 말이다. 여기에 직업마다 다른 고유 스텟이 추가되는 구조였다.
물론 메타 버스 온라인 게임으로 변하며 달라진 점도 많었다. 솔로 플레이 게임에서만 구현 가능했던 시스템적인 부분들은 멀티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대거 수정되고 바뀌었다.
가장 크게 민첩이 이동 속도 증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민첩은 게임의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보스의 공격을 피하기 쉽게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온라인에서는 모든 유저의 시간대가 동일하니 민첩이 제각각인 온라인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했다. 지금은 채감상 몸이 가벼워지고 보폭이 증가하며 몸이 유연해지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정도였다.
기존의 슬로우가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마냥 아쉬워할 수도 없는 게 이동 속도가 빠르면 좋은 점도 있었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곧 생존과도 직결되었다. 적과의 추격전에서도 따돌리기 용이했다. 동시에 긴 거리를 이동할 때도 민첩 높은 유저가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것만으로 민첩 스텟을 찍기 충분했다.
‘일단 체감해 봐야 아니까.’
딱 마침 초보자의 표본이 있었다. 이동 속도를 체감하려면 같이 달려보는 편이 체감하기 좋을 것이다.
“저희 조금 뛰어볼까요? 지금 있는 위치에서 특히 몬스터가 군집 돼 있어서 많이 나온다고 하네요.”
“그런가요? 그러면 뛰어야죠.”
좋았어.
“앞장서세요 제가 뒤 봐 드릴게요.”
“네.”
여자와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민첩 스텟을 올려갔다. 어차피 나중 가면 무조건 올려야 하는 스텟이었다. 간단하게 20 정도만 투자할 생각으로 천천히 올려 나갔다.
민첩 8 → 12
4개를 찍었을 때는 별로 체감이 안 들었는데 5개를 찍는 순간 몸이 전보다 가벼워지는 걸 확 느꼈다. 뭔가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적응하는 데 꽤 걸릴 것이다.
민첩 12 → 14 → 20 → 24 →28
4씩 올리니 어마어마하게 채감이 잘 됐다. 민첩이 28이다.
잔여 스텟이 105 → 85 만큼 남았습니다.
몸이 말도 안 되게 가벼웠다. 현실에서 충분히 벅찰 속도가 느리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볍게 점프를 뛰는데도 1m는 가볍게 뛸 수 있었다.
그때였다.
- 파삭!
“키에엑!”
양옆 풀숲에서 나무 몽둥이를 든 고블린이 나타났다. 총 2마리고 둘 모두 핑크 공주를 노리고 있었다.
[고블린 LV3] [고블린 LV5]
HP 25/25 HP 32/32
평소의 나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달렸겠지만, 옆에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왼쪽 놈이 레벨이 낮으니 레벨 낮은 놈을 핑크 공주에게 맡기면 될 터다. 판단을 마친 내가 곧장 소리쳤다.
“왼쪽 놈 맡으세요!”
내가 검에 손을 올림과 동시에 땅을 박차니 순식간에 핑크 공주를 앞지르고 오른쪽 고블린 놈과 맞설 수 있었다.
부러진 철검을 뽑아 드는 동시에 반격기를 사용했다. 전에 하도 많이 사용해봐서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감각이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상대방의 공격이 무기에 닿는 타이밍에 검 끝을 살짝 돌리면 됐다. 그걸로 반격기가 발동됐다. 타이밍 맞추는 건 아직도 조금 어려웠다.
- 티잉!
[아슬아슬하게 반격에 성공하셨습니다]
[2%의 반사 데미지가 방어력을 관통하고 적용됩니다]
[적보다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놈의 몽둥이가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놈의 신체 전면이 무방비해졌다. 어디든 좋았다. 물론 급소를 찌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목이라던가.
“키엑?”
놈이 당황할 때 나는 민첩을 살려 그대로 놈의 목에 부러진 검을 꽂아 넣었다.
그대로 놈의 HP가 쭉 달았다. 그래픽 조각을 휘날리며 사라졌다. 이후 핑크 공주의 상황을 확인했는데 그쪽도 모쪼록 잘 된 모양이었다.
“우… 우와! 아까 한 방에 잡으신거죠? 레벨 높으신가 봐요!?”
[서부 대륙에 바벨탑 출현! 최단 클리어는 어떤 길드가?]
[아반트리네 공화국이 몬스터에게 점령되어 서브 던전화 되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상인 유저들은 공략 길드에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며 클리어를 의뢰]
지금도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오며 나이트메어 안에서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끄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을 한 스푼 떠서 먹었다. 두부와 팽이버섯, 호박 등을 넣었다. 어차피 내 돈 아니니 사치 부려서 멸치 육수로 국물도 조금 내봤다.
“후릅.”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올라왔다. 담백하고도 고소한 된장찌개 맛이었다. 항상 아쉬움이 남은 된장찌개가 돈을 만나고서 비로소 제맛을 찾았다.
가스 불을 끄고 냄비를 옮겼다. 방금 막 취사가 끝난 밥도 주걱으로 휘저으며 밥알 사이사이 뜨거운 증기를 빼줬다. 밥을 덜어서 이수민에게 건네고 내 밥도 덜어서 맞은 편 자리에 올려놨다.
이수민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시선은 된장찌개에 고정되어 있다.
“먹어도 돼?”
“먹어.”
내 대답이 떨어지자 곧장 이수민은 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먹은 이수민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으음~ 얼마 만에 먹는 된장국이야~.”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네. 조금 짜지 않아?”
“아니야 입에 딱 맞는데?”
“하긴 평소에는 라면만 먹으니.”
이수민이 조금 과장된 동작으로 된장국을 퍼먹었다. 그러다. 부두를 씹지 않고 삼켰는데 뜨겁다고 난리를 친다. 일단 내가 마시던 물이라도 다급히 건넸다.
- 꿀꺽꿀꺽
- 탁
“허어… 죽는 줄 알았네….”
“으이구.”
이수민이 괜찮다는 표시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히히.”
*
김지원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건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했다. 여동생의 입원비, 치료비는 이것저것 해서 한 달에 150만 가량. 월세도 안 내고 밥값도 사실상 이수민이 전부 내주고 있는 실정이기에 나은 생활을 살고 있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서야 전보다 나아졌다고 남들에게 말 할 수 있을까.
이건 내 기준에서 나아진 것이다.
계속 불안한 마음으로 있으면 되던 것도 분명 제대로 안 될 거다.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좋을 거다.
복싱의 꿈을 접고 체육관을 나가던 때 관장님이 내 손목을 붙잡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힘들면 말해. 체육관에 자리 남겨둘 테니까.’
“…….”
소파에 앉아서 TV를 봤다. 이수민이 개그 코너를 보며 꺄르륵 웃는다. 설거지를 마친 김지원도 덩그러니 소파에 앉았다. TV로 시선이 향하다가 자신과는 개그 코드가 맞지 않아 핸드폰을 보며 나이트메어의 자료 조사를 이어갔다.
이수민이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흐흫 이러니까 우리 부부 같지 않아?”
뭘 의도하고 한 말인지 안다. 김지원이 떠 보듯 반문하며 말했다.
“너는 돈 안 벌고 게임만 하는 백수 남편이 좋냐?”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 돈은 내가 벌고~ 집안일은 니가 하고~. 괜찮지 않아?”
“내가 안 괜찮거든.”
칼 같이 잘라내며 거절했다. 김지원은 다가오며 붐비는 고양이의 턱 밑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주자 턱을 내 쪽으로 가까이 가져다 댔다. 눈을 꾹 감고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낸다.
손을 때니 고양이의 큼지막한 눈망울 속에서 행복이 엿보였다. 몸을 더 비볐다. 긁으라는 소리였다. 손톱으로 머리를 살살 긁어주자 눈을 감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앞으로는….”
김지원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며 어디로 향할지 루트를 고민했다. 초보자에게 있어서 꽤 중요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냐.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랬기에 영상으로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고 있었다. 서부 대륙은 이벤트성 던전과 퀘스트가 많았다. 성장과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다. 물론 고렙일수록 효율이 좋기에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한 번에 밀어버리면 효율적일 것이다.
북부 대륙은 히든 퀘스트가 대거 포함된 지역이었다. 단번에 인생 역전을 노릴 수 있었다. 가장 넓은 지역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킬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었다.
그 지역에는 칼날이라는 악명 높은 레드 플레이어(지명 수배된 유저) 길드가 있다고 하는데, 수 차례 다른 길드에 의해 진압당했음에도 점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저렙인 내가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정석인 몬스터촌 남부 루트를 타서 레벨업하고 북부를 노린다?
‘이것만 정답인가?’
다른 게임이면 몰라도 나이트메어라면 굳이 길을 하나만 만들어 두지 않았을 거다. 다양성과 자유도를 추구하는 게임이니까.
성장 루트는 나중에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당장에는 1던전 클리어가 첫 번째 과제다. 1던전을 클리어 해야 아반트리네 왕국을 벗어나며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왕도 출입 허가증이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하니. 일단은 성장이 우선이다. 밥도 먹었겠다. 이제 다시 로그인해야겠다. 일단 테스트용으로 방송도 켜보고 말이다.
그리 생각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뭉친 어깨, 팔, 등 근육이 쫙 펴지며 시원했다. 로그인하러 간다는 걸 이수민이 귀신같이 알아채며 입을 연다.
“다시 로그인 하게?”
“그래야지.”
“화이팅~!”
두 손으로 화이팅을 외쳤다.
이수민의 응원에 힘입어 캡슐로 들어가고 곧장 눈을 감았다. 캡슐 뚜껑이 닫히며 로그인되었다.
- 띠링
[나이트메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난선두 유저님! 당신은 과연 그 닉네임을 세상에 다시금 알릴 수 있을까요?]
전에도 들었던 목소리.
곧 시야에 색채가 채워졌다.
빌헬름이 눈앞에 보였지만 그는 다른 초보 유저와 대화하고 있었다. 나를 힐끔 보고는 다시 초보 유저와 대화를 이어갔다.
“드디어 마지막이네. 핑크공주여 1던전을 클리어하고 광활한 세계에 발자취를 남기도록!”
“네!”
목소리 톤이 높아 왠지 활기찬 대화였다. 뭔가 옆에서 듣고 있는 나까지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들을 무시하며 지도를 켜고 1던전이 있는 장소로 걸었다. 걸을 때마다 워프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던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그림자의 숲이라는 장소를 무조건 거쳐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중립 몬스터나 유저를 발견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한다고 한다.
그랬기에 원래는 혼자 가기 위험한 장소다. 때때로 초보자들이 그림자의 숲에서 사망하곤 했다. 그랬기에 2인이나 3인으로 소박하게 파티를 꾸리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저기요! 허억…!”
뒤통수로 들려오는 목소리.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 톤으로 봤을 때는 아까 빌헬름이 말한 그 핑크 공주로 추정됐다.
제대로 그를 바라봤다. 검은 장발 곱슬머리 머리카락에 초록 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네?”
“그쪽 지금 1던전 클리어하러 가는 거죠? 같이 가요.”
갑자기 붙잡아서 뭔 말을 하나 했더니 예상하던 대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절 하고 싶다. 나는 혼자서 숲을 지나갈 자신이 있을뿐더러 애당초 지금 내 레벨은 21레벨이다.
짐 덩이를 데리고 숲을 통과하면 시간적으로 손해를 많이 볼 것이다. 잡몹 잡는다고 내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른다고 해도 쥐똥만큼 오를 텐데.
‘굳이?’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착하니까.
“좋아요. 대신 서로 위험에 빠졌을 때는 지켜주지 않는 걸로. 알겠죠? 핑크 공주님?”
핑크 공주라는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을 버벅거린다.
“어떻게 제 닉네임을! 아, 아까 대화하는 거 들었어요?”
“그런데요?”
“크흠… 네 그… 닉네임 말고 아무렇게나 불러주세요.”
“알겠어요. 핑크 공주님.”
“이익!”
무튼 약속해뒀으니 같이 가는 김에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메뉴에서 상태창을 켰다.
(상태창)
난선두 LV21
(1차) (부가적 능력치)
근력 6 기교 0
채력 6 저항 0
민첩 8 매력 0
지능 6 지혜 1
운 9
잔여 스텟 105
전작의 나이트메어랑 능럭치 구성이 똑같았다. 기교나 저항 같은 부가적인 능력치를 포함해서 말이다. 여기에 직업마다 다른 고유 스텟이 추가되는 구조였다.
물론 메타 버스 온라인 게임으로 변하며 달라진 점도 많었다. 솔로 플레이 게임에서만 구현 가능했던 시스템적인 부분들은 멀티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대거 수정되고 바뀌었다.
가장 크게 민첩이 이동 속도 증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민첩은 게임의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보스의 공격을 피하기 쉽게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온라인에서는 모든 유저의 시간대가 동일하니 민첩이 제각각인 온라인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했다. 지금은 채감상 몸이 가벼워지고 보폭이 증가하며 몸이 유연해지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정도였다.
기존의 슬로우가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마냥 아쉬워할 수도 없는 게 이동 속도가 빠르면 좋은 점도 있었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곧 생존과도 직결되었다. 적과의 추격전에서도 따돌리기 용이했다. 동시에 긴 거리를 이동할 때도 민첩 높은 유저가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것만으로 민첩 스텟을 찍기 충분했다.
‘일단 체감해 봐야 아니까.’
딱 마침 초보자의 표본이 있었다. 이동 속도를 체감하려면 같이 달려보는 편이 체감하기 좋을 것이다.
“저희 조금 뛰어볼까요? 지금 있는 위치에서 특히 몬스터가 군집 돼 있어서 많이 나온다고 하네요.”
“그런가요? 그러면 뛰어야죠.”
좋았어.
“앞장서세요 제가 뒤 봐 드릴게요.”
“네.”
여자와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민첩 스텟을 올려갔다. 어차피 나중 가면 무조건 올려야 하는 스텟이었다. 간단하게 20 정도만 투자할 생각으로 천천히 올려 나갔다.
민첩 8 → 12
4개를 찍었을 때는 별로 체감이 안 들었는데 5개를 찍는 순간 몸이 전보다 가벼워지는 걸 확 느꼈다. 뭔가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적응하는 데 꽤 걸릴 것이다.
민첩 12 → 14 → 20 → 24 →28
4씩 올리니 어마어마하게 채감이 잘 됐다. 민첩이 28이다.
잔여 스텟이 105 → 85 만큼 남았습니다.
몸이 말도 안 되게 가벼웠다. 현실에서 충분히 벅찰 속도가 느리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볍게 점프를 뛰는데도 1m는 가볍게 뛸 수 있었다.
그때였다.
- 파삭!
“키에엑!”
양옆 풀숲에서 나무 몽둥이를 든 고블린이 나타났다. 총 2마리고 둘 모두 핑크 공주를 노리고 있었다.
[고블린 LV3] [고블린 LV5]
HP 25/25 HP 32/32
평소의 나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달렸겠지만, 옆에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왼쪽 놈이 레벨이 낮으니 레벨 낮은 놈을 핑크 공주에게 맡기면 될 터다. 판단을 마친 내가 곧장 소리쳤다.
“왼쪽 놈 맡으세요!”
내가 검에 손을 올림과 동시에 땅을 박차니 순식간에 핑크 공주를 앞지르고 오른쪽 고블린 놈과 맞설 수 있었다.
부러진 철검을 뽑아 드는 동시에 반격기를 사용했다. 전에 하도 많이 사용해봐서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감각이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상대방의 공격이 무기에 닿는 타이밍에 검 끝을 살짝 돌리면 됐다. 그걸로 반격기가 발동됐다. 타이밍 맞추는 건 아직도 조금 어려웠다.
- 티잉!
[아슬아슬하게 반격에 성공하셨습니다]
[2%의 반사 데미지가 방어력을 관통하고 적용됩니다]
[적보다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놈의 몽둥이가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놈의 신체 전면이 무방비해졌다. 어디든 좋았다. 물론 급소를 찌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목이라던가.
“키엑?”
놈이 당황할 때 나는 민첩을 살려 그대로 놈의 목에 부러진 검을 꽂아 넣었다.
그대로 놈의 HP가 쭉 달았다. 그래픽 조각을 휘날리며 사라졌다. 이후 핑크 공주의 상황을 확인했는데 그쪽도 모쪼록 잘 된 모양이었다.
“우… 우와! 아까 한 방에 잡으신거죠? 레벨 높으신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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