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조회 : 1,058 추천 : 1 글자수 : 5,540 자 2022-07-22
[시청자 수 7천 600명]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던 하꼬 방송인 난선두는 오늘 나이트메어(Nightmare)의 마지막 던전을 서버 최초로 트라이한다.
처음으로 하는 방송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방송이 될 것이다.
채팅창에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중간중간 짤막하게 들어오는 후원은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였다.
의자를 등지며 가면을 낀 남자는 가면을 얼굴에 맞추고이네 의자를 돌리며 7천 600명을 확인하고는 모습을 보였다.
가면에 얼굴이 가려졌기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카락과 ‘미래 스포츠’라고 적혀 있는 상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흥분하며 채팅을 쳤다.
- 난선두 그는 신이야!
- 겜신을 영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난선두! 난선두! 난선두!
- 지랄 염병을 해라 ㅋㅋㅋㅋㅋㅋ
-여기가 인터넷 사이비 뭐시기인가요?
〈띠링〉
3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 많아서 들어왔는데 여기 뭐 하는 방이죠?]
후원으로 질문이 들어온 이후 채팅의 9할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도배 되었다.
- 마지막 던전 공략 방송이요.
- 나이트메어 모르심? 해외에서도 ㅈㄴ 유명한 게임인데.
- 한국인 아닌 듯 ㅋㅋ
- 나가!
- 마지막 던전에 최초로 도전하는 방송입니다.
- 그냥 어그로 아님?
- 어우 채팅 올라오는 속도 역하네 우욱.
난선두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반갑습니다 난선두입니다.”
뻘쭘하게 굳어 있다. 의자를 끌어오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이후 다시 한번 가면을 바로 잡으며 결의를 다진다.
“공략 시작하겠습니다.”
나이트메어(Nightmare)
역사상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던전형 RPG 게임이다. 이름 그대로 악몽.
세이브 기능이 없기에 죽으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 반면 마지막 던전에 도달하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동시에 던전의 난이도는 최악이었다. 모든 이들이 클리어의 발끝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난선두는 문턱에 다다랐다.
미친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 그리고 기본 스킬 단 하나 때문이었다.
〈띠링〉
1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전부 한 번에 깰 필요 없어요 중간 지점 가면 쉬고 다시 도전하시죠]
“······.”
〈띠링〉
15,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들 말에 쉽게 넘어가지 마시고 늘 하던 데로 보여주세요]
가면에 얼굴이 가려져 있었기에 그 누구도 난선두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난선두는 웃고 있었다.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집중에 방해되니까 후원은 끄도록 하겠습니다.”
- 네!
- 화이팅!
- 가즈아!!
[시청자 수 1만 1천 명]
대부분은 시청자 수에 어그로 끌러 들어온 부류였다. 나이트메어가 무슨 겜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방송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단순히 난선두라는 방송인이 하는 공략 방송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난선두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게임을 시작했다.
*
- 쿠구구구구!
둔중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 문이 닫혔다. 던전에 진입했다. 그곳에는 원래는 있어야 할 잡몹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공간이었다. 그리고 적막했다. 공기조차도 숨을 내쉬지 못하는 적막함이 집어삼킬 즈음에.
- 화르륵! 확!
벽에 박힌 횃불들에 하나 둘 씩 푸른 불빛이 순차적으로 피어올랐다. 가운데 거대한 보스가 눈을 감고 거대한 대검을 감싸 쥐며 쭈그리고 있었다. 염소 뿔이 나 있고 파란 피부를 가졌으며 가죽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근육들이 선명하게 드러난 미노타우로스였다.
〈띠링〉
〈띠링〉
〈띠링〉
순식간에 디버프가 한 켠을 도배했다.
[무거운 공기가 근력이 약한 ‘난선두’를 짓누릅니다! 이동 속도가 90% 감소합니다!]
[바람이 날카롭습니다! 몸이 약한 ‘난선두’는 섣불리 움직이면 피부가 베일 겁니다!]
[살기가 정신력이 약한 ‘난선두’를 집어삼킵니다! 때때로 디버프에 걸립니다!]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 옵니다. 가장 높은 ‘민첩’ 스텟이 400 → 200 만큼 낮아집니다!]
[던전의 저주에 걸립니다! W키에 지정된 ‘절대 반격기’를 제외 그 어떠한 스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펫과 동료의 도움 없이 홀로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특수 어드벤티지 발동! 디버프 한 개를 시스템에서 삭제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 처음 이 보스에게 도전했을 때 홀로 이 디버프들을 봤었다. 그리고 그때의 막막함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이미 한 번 왔던 곳, 그리고 죽었던 곳.
시청자들은 내가 처음으로 이 던전에 도전하는 줄 안다. 한 번의 패배를 경험하고 깨달은 경험자다.
- 와 시벌 디버프 ㅈㄴ 역하네 제작자 미친놈 ㅋㅋㅋㅋ
- 이걸 진심 깨라고 만든 거임?
- 우욱
- 보스 공격은 어떻게 피함? 맞으면 무조건 한 방에 죽는 데
- 저건 절대 안 됨 ㅋㅋ
- 실패한다에 왼쪽 부랄 건다
대부분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진정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믿는 시청자들은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다.
깰 수 있는지. 만약 깰 수 있다면 어떻게 깰 수 있는지. 그 과정을 눈으로 담기 위해서 말이다.
몇몇은 난선두를 핵유저로 의심하고 있었다. 그걸 알았기에 방송 화면에 키보드와 손을 보여주었다.
나는 채팅을 슥 보다가 디버프 삭제 어드벤티지를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드벤티지 창은 사라졌다.
채팅창에 물음표로 도배 된다. 디버프 창이 뜨고 어드벤티지 창이 올라왔을 때 다양한 추측이 오고 갔다. 이 디버프를 지우는 것이 분명 이로울 것이다. 디버프를 지워야 게임이 편해진다.
반드시 지워야 하는 고정관념이라고 봐도 된다.
모든 시청자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했기에 단순히 어물쩍거린 행동이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 ?
- ?
- ?
- 왜 어드벤티지 안 씀?
나는 굳이 채팅에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냥 보라는 말을 속으로 꾹 밀어 넣은 채 게임을 시작했다.
날이 다 닳은 녹슨 단검을 왼손에 쥐며 앞으로 한 발짝 내딛자. 던전이 반응하며 전체에 진동이 울렸다.
던전은 지하에 있었고 덕분에 천장 사이사이 틈에서 흙이 우수수 떨어지는 연출을 볼 수 있었다. 나름 현실적인 고증이라고 생각했다.
〈띠링〉
[위험! 보스가 깨어납니다! 검을 뽑아 들고 전투를 준비하세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탈출하는 것도 말이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클리어한다면 게임 출시 4년 만에 최초 클리어 유저가 나오는 나이트메어의 역사적인 순간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제작자도 이를 보고 있었다. 여유로운 얼굴로 다리를 꼬았다. 그리곤 커피를 마시며 모니터를 향해 말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미노타우로스가 깨어난다. 접은 다리를 펴고 허리를 꿋꿋이 새우며 바닥에 박혀 있는 대검을 오른손으로 뽑았다. 이후 나를 보며 울부짖는다. 모니터를 뚫고 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생동감 있었다.
“크워어어어!!”
나이트메어가 유명해진 이유를 한 가지만 뽑으라면 모두가 ‘어마어마한 몰입감 때문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띠링〉
[울부짖음에 청력이 손상됐습니다! 사운드가 사라집니다!]
‘청력쯤이야.’
사운드 따위 문제없다는 평온한 얼굴로 먼저 발을 떼며 돌격했다. 이속이 90%나 줄어든 탓에 매우 느렸다.
- ㅈㄴ 느리네 ㅋㅋㅋㅋㅋㅋㅋ 거북이임?
- 미노타우로스 공격이 더 빠를 듯~
- 이건 못 깨
- GG
- GG
나름의 경쟁 심리일까. 이 게임을 플레이 한 유저의 대부분이 내가 이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 외의 8할 시청자들은 날 응원한다.
미노타우로스가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후 대검을 높게 들며 공격 모션을 취한다. 대검의 그림자에 내 모습이 완전히 가려졌다. 그 정도로 대검은 컸다.
빨랐다. 공격 모션을 취하는 자세부터 0.2초 남짓이었다.
나는 아직 미노타우로스에게 도달하지 못했고 놈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대검을 속도로 휘둘렀다.
상단에서 하단으로 떨어지는 대검은 인력의 힘에 의해 빠른 속도로 가속한다. 예리한 검 날이 바람을 갈랐다. 청력이 마비 돼서 바람 가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0.3초 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반응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대검이 캐릭터의 몸에 닿기 전 모두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건 무조건 죽었다.
그 생각을 뭔가가 깼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방송에 키보드 자판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 탁!
[절대 반격기를 사용합니다]
-채앵!
어마어마한 힘으로 떨어지는 대검이 무엇 때문인지 튕겨져 나갔다. 그 중심에는 낡은 단검의 날이 보이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도 당황했고 시청자들도 당황했다.
캐릭터는 살아 있고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릴 때, 홀로 차갑게 식은 뇌를 가동했다. 낡은 단검으로 미노타우로스의 다리를 베었고 베었고 베었다.
3번의 연속 공격 이후 뒤로 빠졌다.
- ?
- ?
- ?
- ㅅㅂ 방금 반격기로 튕겨낸 거임?
- 미친 어케함?
- 나는 공격이 보이지도 않음
절대 반격기 (super Parrying)
어떤 게임은 구르기가 무적기인 게임이 있고 슬라이딩이 무적기인 게임이 있는 반면 어떤 게임은 기본 방어가 무적기인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도 무적기가 있다. 타이밍을 맞춰 절대 반격기를 사용하면 모든 보스의 공격을 튕겨낼 수 있었다.
어떤 공격이든 말이다. 물론 수준 높은 타이밍을 요구했기에 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랬기에 대부분의 유저는 민첩 스텟을 올려 캐릭터의 동체 시력과 반사 신경을 높이고 보스의 공격 모션을 느리게 만든다.
그러면 절대 반격기로 막을 했다. 그런데 최종 보스는 시작부터 방어에 제일 중요한 민첩 스텟을 50%나 낮추고 시작했다. 이속이 매우 느려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악조건에서 유일하게 클리어 문턱에 도달한 유저가 있다. 그게 난선두이며 지금 나이트메어 최종 던전에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채팅창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정말로 클리어 할 수 있겠다는 그 희망이 칠해지기 시작했다.
- 와...
- 시벌 ㅈ된다
- 이 정도 해야 이 게임 클리어 노려볼 만하냐?
[BOSS 미노타우로스 LV284]
HP 9982/10000
피는 별로 달지 않았다. 낡은 녹슨 단검으로 공격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 생각보다 피가 별로 안 달았네
- 왜 녹슨 낡은 단검 씀? 다른 방송 보면 ㅈㄴ 멋있는 검 쓰던데
- 녹슨 단검의 효과가 사기여서 그럼. 생체 보스한테는 더더욱.
낡은 검은 낡은 검만으로 의미 있을 때가 있다.
〈띠링〉
[미노타우로스가 파상풍에 걸렸습니다! 출혈 데미지의 5배에 달하는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들어갑니다!]
[미노타우로스가 생명에 위협을 느꼈습니다. 얼른 이 싸움을 끝내고 싶어 합니다. 불확정 공격 모션이 더욱 빨라집니다!]
- 크크킄! 중세 시대 게임에 파상풍 예방 주사가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잖아?
- 저 새끼 쳐내.
- 아으.
- 과몰입 ㄴㄴ
- 공격 더 빨라진다는 데? 이것도 막냐?
채팅을 볼 시간도 없었다.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이 순식간에 행해졌고 나는 기계에 가까운 반사 신경으로 W키를 눌렀다.
- 채앵!
미노타우로스가 휘두른 검이 뒤로 밀려났고 틈이 생기자 복부와 가슴을 찔러 공격했다. 쉴 틈은 없었다. 내 공격이 끝난 직후에는 다시금 무게 중심을 바로 잡은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얼핏 보면 턴제 게임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이들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서로 공격 턴을 가지고 주고받는 장면이 연출되었으니까.
원래라면 공격을 피하거나 마법으로 막으면서 화려한 스킬들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최종 보스를 저런 식으로 잡는 것이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놈이 검을 더 높게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상단에서 하단으로 공격할 것 같지 않았다. 최종 던전의 보스라면 조금 더 더러운 패턴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 확신했다. 변칙성 공격을 큰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동작이 과하게 부풀린 것으로 눈치 첼 수 있었다.
‘상단? 중단? 하단?’
어디로 공격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불확정 공격이니까. 하지만 미노타우로스의 시선을 자세히 보면 공격할 위치를 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제작자 놈이 교묘한 고증을 잘 살려 놨다. 이래서 더럽게 어려워도 이 게임을 싫어할 수 없다.
하단이다.
미리 단검의 줌을 아래로 떙겨 놓고 타이밍에 맞춰 W키를 눌렀다.
- 탁!
- 채앵!
놈의 대검이 튕겨져 나가며 하늘로 올랐고 또다시 나는 기본 공격을 두 번 빠르게 찔러 넣었다. 그것의 반복이었다.
3번 정도 반복된 것 같다.
출혈 데미지는 200이다 그것의 5배면 1000.
10초 동안만 버티면 되는 게임이다. 파상풍이 중첩되며 남은 시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막 미노타우로스의 HP가 전부 달았다. 미노타우로스는 그래픽 쪼가리로 분해되며 하늘로 사라졌다. 덩치 탓에 보이지 않았던 뒷문이 시야에 들어 왔다.
- 와... 보고 반응하는 거 지리네...
- 이게 겜신?
- 난선두! 난선두! 난선두!
- 이거 클리어 한 거임?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 당연히 아니지. 이건 문지기다. 진짜 보스는 따로 있을 거다. 저 문 뒤에.
“진짜 최종 보스 잡으러 가죠.”
나는 단검의 종류를 가장 공격력이 높은 단검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스를 잡기 위해 나아갔다.
보스로 향하는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딜 그때다.
모니터에 한 가지 큰 화면이 띄어 올랐다.
〈띠링〉
[히든 칭호 획득!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그곳으로!〉]
[제작자의 영접실로 이동합니다!]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던 하꼬 방송인 난선두는 오늘 나이트메어(Nightmare)의 마지막 던전을 서버 최초로 트라이한다.
처음으로 하는 방송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방송이 될 것이다.
채팅창에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중간중간 짤막하게 들어오는 후원은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였다.
의자를 등지며 가면을 낀 남자는 가면을 얼굴에 맞추고이네 의자를 돌리며 7천 600명을 확인하고는 모습을 보였다.
가면에 얼굴이 가려졌기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카락과 ‘미래 스포츠’라고 적혀 있는 상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흥분하며 채팅을 쳤다.
- 난선두 그는 신이야!
- 겜신을 영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난선두! 난선두! 난선두!
- 지랄 염병을 해라 ㅋㅋㅋㅋㅋㅋ
-여기가 인터넷 사이비 뭐시기인가요?
〈띠링〉
3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 많아서 들어왔는데 여기 뭐 하는 방이죠?]
후원으로 질문이 들어온 이후 채팅의 9할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도배 되었다.
- 마지막 던전 공략 방송이요.
- 나이트메어 모르심? 해외에서도 ㅈㄴ 유명한 게임인데.
- 한국인 아닌 듯 ㅋㅋ
- 나가!
- 마지막 던전에 최초로 도전하는 방송입니다.
- 그냥 어그로 아님?
- 어우 채팅 올라오는 속도 역하네 우욱.
난선두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반갑습니다 난선두입니다.”
뻘쭘하게 굳어 있다. 의자를 끌어오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이후 다시 한번 가면을 바로 잡으며 결의를 다진다.
“공략 시작하겠습니다.”
나이트메어(Nightmare)
역사상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던전형 RPG 게임이다. 이름 그대로 악몽.
세이브 기능이 없기에 죽으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 반면 마지막 던전에 도달하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동시에 던전의 난이도는 최악이었다. 모든 이들이 클리어의 발끝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난선두는 문턱에 다다랐다.
미친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 그리고 기본 스킬 단 하나 때문이었다.
〈띠링〉
1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전부 한 번에 깰 필요 없어요 중간 지점 가면 쉬고 다시 도전하시죠]
“······.”
〈띠링〉
15,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들 말에 쉽게 넘어가지 마시고 늘 하던 데로 보여주세요]
가면에 얼굴이 가려져 있었기에 그 누구도 난선두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난선두는 웃고 있었다.
“후원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집중에 방해되니까 후원은 끄도록 하겠습니다.”
- 네!
- 화이팅!
- 가즈아!!
[시청자 수 1만 1천 명]
대부분은 시청자 수에 어그로 끌러 들어온 부류였다. 나이트메어가 무슨 겜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방송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단순히 난선두라는 방송인이 하는 공략 방송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난선두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게임을 시작했다.
*
- 쿠구구구구!
둔중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 문이 닫혔다. 던전에 진입했다. 그곳에는 원래는 있어야 할 잡몹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공간이었다. 그리고 적막했다. 공기조차도 숨을 내쉬지 못하는 적막함이 집어삼킬 즈음에.
- 화르륵! 확!
벽에 박힌 횃불들에 하나 둘 씩 푸른 불빛이 순차적으로 피어올랐다. 가운데 거대한 보스가 눈을 감고 거대한 대검을 감싸 쥐며 쭈그리고 있었다. 염소 뿔이 나 있고 파란 피부를 가졌으며 가죽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근육들이 선명하게 드러난 미노타우로스였다.
〈띠링〉
〈띠링〉
〈띠링〉
순식간에 디버프가 한 켠을 도배했다.
[무거운 공기가 근력이 약한 ‘난선두’를 짓누릅니다! 이동 속도가 90% 감소합니다!]
[바람이 날카롭습니다! 몸이 약한 ‘난선두’는 섣불리 움직이면 피부가 베일 겁니다!]
[살기가 정신력이 약한 ‘난선두’를 집어삼킵니다! 때때로 디버프에 걸립니다!]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 옵니다. 가장 높은 ‘민첩’ 스텟이 400 → 200 만큼 낮아집니다!]
[던전의 저주에 걸립니다! W키에 지정된 ‘절대 반격기’를 제외 그 어떠한 스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펫과 동료의 도움 없이 홀로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특수 어드벤티지 발동! 디버프 한 개를 시스템에서 삭제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 처음 이 보스에게 도전했을 때 홀로 이 디버프들을 봤었다. 그리고 그때의 막막함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이미 한 번 왔던 곳, 그리고 죽었던 곳.
시청자들은 내가 처음으로 이 던전에 도전하는 줄 안다. 한 번의 패배를 경험하고 깨달은 경험자다.
- 와 시벌 디버프 ㅈㄴ 역하네 제작자 미친놈 ㅋㅋㅋㅋ
- 이걸 진심 깨라고 만든 거임?
- 우욱
- 보스 공격은 어떻게 피함? 맞으면 무조건 한 방에 죽는 데
- 저건 절대 안 됨 ㅋㅋ
- 실패한다에 왼쪽 부랄 건다
대부분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진정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믿는 시청자들은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다.
깰 수 있는지. 만약 깰 수 있다면 어떻게 깰 수 있는지. 그 과정을 눈으로 담기 위해서 말이다.
몇몇은 난선두를 핵유저로 의심하고 있었다. 그걸 알았기에 방송 화면에 키보드와 손을 보여주었다.
나는 채팅을 슥 보다가 디버프 삭제 어드벤티지를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드벤티지 창은 사라졌다.
채팅창에 물음표로 도배 된다. 디버프 창이 뜨고 어드벤티지 창이 올라왔을 때 다양한 추측이 오고 갔다. 이 디버프를 지우는 것이 분명 이로울 것이다. 디버프를 지워야 게임이 편해진다.
반드시 지워야 하는 고정관념이라고 봐도 된다.
모든 시청자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했기에 단순히 어물쩍거린 행동이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 ?
- ?
- ?
- 왜 어드벤티지 안 씀?
나는 굳이 채팅에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냥 보라는 말을 속으로 꾹 밀어 넣은 채 게임을 시작했다.
날이 다 닳은 녹슨 단검을 왼손에 쥐며 앞으로 한 발짝 내딛자. 던전이 반응하며 전체에 진동이 울렸다.
던전은 지하에 있었고 덕분에 천장 사이사이 틈에서 흙이 우수수 떨어지는 연출을 볼 수 있었다. 나름 현실적인 고증이라고 생각했다.
〈띠링〉
[위험! 보스가 깨어납니다! 검을 뽑아 들고 전투를 준비하세요!]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탈출하는 것도 말이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클리어한다면 게임 출시 4년 만에 최초 클리어 유저가 나오는 나이트메어의 역사적인 순간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제작자도 이를 보고 있었다. 여유로운 얼굴로 다리를 꼬았다. 그리곤 커피를 마시며 모니터를 향해 말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미노타우로스가 깨어난다. 접은 다리를 펴고 허리를 꿋꿋이 새우며 바닥에 박혀 있는 대검을 오른손으로 뽑았다. 이후 나를 보며 울부짖는다. 모니터를 뚫고 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생동감 있었다.
“크워어어어!!”
나이트메어가 유명해진 이유를 한 가지만 뽑으라면 모두가 ‘어마어마한 몰입감 때문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띠링〉
[울부짖음에 청력이 손상됐습니다! 사운드가 사라집니다!]
‘청력쯤이야.’
사운드 따위 문제없다는 평온한 얼굴로 먼저 발을 떼며 돌격했다. 이속이 90%나 줄어든 탓에 매우 느렸다.
- ㅈㄴ 느리네 ㅋㅋㅋㅋㅋㅋㅋ 거북이임?
- 미노타우로스 공격이 더 빠를 듯~
- 이건 못 깨
- GG
- GG
나름의 경쟁 심리일까. 이 게임을 플레이 한 유저의 대부분이 내가 이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 외의 8할 시청자들은 날 응원한다.
미노타우로스가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후 대검을 높게 들며 공격 모션을 취한다. 대검의 그림자에 내 모습이 완전히 가려졌다. 그 정도로 대검은 컸다.
빨랐다. 공격 모션을 취하는 자세부터 0.2초 남짓이었다.
나는 아직 미노타우로스에게 도달하지 못했고 놈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대검을 속도로 휘둘렀다.
상단에서 하단으로 떨어지는 대검은 인력의 힘에 의해 빠른 속도로 가속한다. 예리한 검 날이 바람을 갈랐다. 청력이 마비 돼서 바람 가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0.3초 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반응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대검이 캐릭터의 몸에 닿기 전 모두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건 무조건 죽었다.
그 생각을 뭔가가 깼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방송에 키보드 자판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 탁!
[절대 반격기를 사용합니다]
-채앵!
어마어마한 힘으로 떨어지는 대검이 무엇 때문인지 튕겨져 나갔다. 그 중심에는 낡은 단검의 날이 보이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도 당황했고 시청자들도 당황했다.
캐릭터는 살아 있고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릴 때, 홀로 차갑게 식은 뇌를 가동했다. 낡은 단검으로 미노타우로스의 다리를 베었고 베었고 베었다.
3번의 연속 공격 이후 뒤로 빠졌다.
- ?
- ?
- ?
- ㅅㅂ 방금 반격기로 튕겨낸 거임?
- 미친 어케함?
- 나는 공격이 보이지도 않음
절대 반격기 (super Parrying)
어떤 게임은 구르기가 무적기인 게임이 있고 슬라이딩이 무적기인 게임이 있는 반면 어떤 게임은 기본 방어가 무적기인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도 무적기가 있다. 타이밍을 맞춰 절대 반격기를 사용하면 모든 보스의 공격을 튕겨낼 수 있었다.
어떤 공격이든 말이다. 물론 수준 높은 타이밍을 요구했기에 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랬기에 대부분의 유저는 민첩 스텟을 올려 캐릭터의 동체 시력과 반사 신경을 높이고 보스의 공격 모션을 느리게 만든다.
그러면 절대 반격기로 막을 했다. 그런데 최종 보스는 시작부터 방어에 제일 중요한 민첩 스텟을 50%나 낮추고 시작했다. 이속이 매우 느려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악조건에서 유일하게 클리어 문턱에 도달한 유저가 있다. 그게 난선두이며 지금 나이트메어 최종 던전에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채팅창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정말로 클리어 할 수 있겠다는 그 희망이 칠해지기 시작했다.
- 와...
- 시벌 ㅈ된다
- 이 정도 해야 이 게임 클리어 노려볼 만하냐?
[BOSS 미노타우로스 LV284]
HP 9982/10000
피는 별로 달지 않았다. 낡은 녹슨 단검으로 공격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 생각보다 피가 별로 안 달았네
- 왜 녹슨 낡은 단검 씀? 다른 방송 보면 ㅈㄴ 멋있는 검 쓰던데
- 녹슨 단검의 효과가 사기여서 그럼. 생체 보스한테는 더더욱.
낡은 검은 낡은 검만으로 의미 있을 때가 있다.
〈띠링〉
[미노타우로스가 파상풍에 걸렸습니다! 출혈 데미지의 5배에 달하는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들어갑니다!]
[미노타우로스가 생명에 위협을 느꼈습니다. 얼른 이 싸움을 끝내고 싶어 합니다. 불확정 공격 모션이 더욱 빨라집니다!]
- 크크킄! 중세 시대 게임에 파상풍 예방 주사가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잖아?
- 저 새끼 쳐내.
- 아으.
- 과몰입 ㄴㄴ
- 공격 더 빨라진다는 데? 이것도 막냐?
채팅을 볼 시간도 없었다.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이 순식간에 행해졌고 나는 기계에 가까운 반사 신경으로 W키를 눌렀다.
- 채앵!
미노타우로스가 휘두른 검이 뒤로 밀려났고 틈이 생기자 복부와 가슴을 찔러 공격했다. 쉴 틈은 없었다. 내 공격이 끝난 직후에는 다시금 무게 중심을 바로 잡은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얼핏 보면 턴제 게임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이들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서로 공격 턴을 가지고 주고받는 장면이 연출되었으니까.
원래라면 공격을 피하거나 마법으로 막으면서 화려한 스킬들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최종 보스를 저런 식으로 잡는 것이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놈이 검을 더 높게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상단에서 하단으로 공격할 것 같지 않았다. 최종 던전의 보스라면 조금 더 더러운 패턴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 확신했다. 변칙성 공격을 큰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동작이 과하게 부풀린 것으로 눈치 첼 수 있었다.
‘상단? 중단? 하단?’
어디로 공격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불확정 공격이니까. 하지만 미노타우로스의 시선을 자세히 보면 공격할 위치를 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제작자 놈이 교묘한 고증을 잘 살려 놨다. 이래서 더럽게 어려워도 이 게임을 싫어할 수 없다.
하단이다.
미리 단검의 줌을 아래로 떙겨 놓고 타이밍에 맞춰 W키를 눌렀다.
- 탁!
- 채앵!
놈의 대검이 튕겨져 나가며 하늘로 올랐고 또다시 나는 기본 공격을 두 번 빠르게 찔러 넣었다. 그것의 반복이었다.
3번 정도 반복된 것 같다.
출혈 데미지는 200이다 그것의 5배면 1000.
10초 동안만 버티면 되는 게임이다. 파상풍이 중첩되며 남은 시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막 미노타우로스의 HP가 전부 달았다. 미노타우로스는 그래픽 쪼가리로 분해되며 하늘로 사라졌다. 덩치 탓에 보이지 않았던 뒷문이 시야에 들어 왔다.
- 와... 보고 반응하는 거 지리네...
- 이게 겜신?
- 난선두! 난선두! 난선두!
- 이거 클리어 한 거임?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 당연히 아니지. 이건 문지기다. 진짜 보스는 따로 있을 거다. 저 문 뒤에.
“진짜 최종 보스 잡으러 가죠.”
나는 단검의 종류를 가장 공격력이 높은 단검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스를 잡기 위해 나아갔다.
보스로 향하는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딜 그때다.
모니터에 한 가지 큰 화면이 띄어 올랐다.
〈띠링〉
[히든 칭호 획득!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그곳으로!〉]
[제작자의 영접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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