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고 싶어 (4)
조회 : 875 추천 : 1 글자수 : 5,451 자 2022-07-22
- 띠링
[ 단검(류)에 충족되는 무기를 쥐었습니다. 스킬 〈부족한 반격기〉가 활성화됩니다 ]
[ 적의 공격의 타이밍에 반격기를 의식하시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다 죽어가던 상황에 갑자기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단검에 충족되는 무기라는 건 설마 부러진 단검을 말하는 건가? 전작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던 무기가 단검이라?
“하.”
이렇게 살아갈 길이 트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었다. 처절하게 구르는 게, 마치 주인공 같았다. 뭐든 상관없다. 패배감이 흐려지고 희망이 마음 한 켠에 피어오르니 입꼬리가 올라갈 뿐이다.
반격기.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이었다. 항상 사용하는 타이밍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놈이 검을 휘두르고 나는 가만히 부러진 검 끝을 놈에게 겨뤘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깨가 아니라 대가리가 두동강 날 것이다.
성공할 것이다. 지금껏 늘 그래왔듯.
-철컥! 후웅!!
놈의 검이 중력에 영향을 받으며 강하게 내리꽂혔다. 시야에 날카로운 검날이 보이고 눈동자에 비췄다. 반사적으로 눈이 감기려 했지만 견뎌냈다. 눈을 부릅뜨고 놈의 검 날을 끝까지 바라봤다. 동시에 확신했다.
‘막았다.’
[ 완벽한 반격에 성공하셨습니다. 방어율이 100%로 증가합니다 ]
- 티잉!
검이 순식간에 튕겨져 나가며 놈의 전체가 뒤뚱하고 밀려났다. 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순식간에 땅을 박차며 일어났다. 부러진 검으로 놈의 두개골을 노리고 몇 번이고 휘둘렀다.
- 까가각! 까각!
검이 날카롭지 않아서 인가 듣기 거북한 소음만 들렸다. 두개골에는 검으로 긁은 잔기스가 새겨졌다.
[ 5% → 20% 반사 데미지가 방어력을 관통하고 적용됩니다]
[철갑의 방어력이 너무 높아 기본 데미지가 상쇄됩니다]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 LV100〉
HP 999 → 929
그것을 끝으로 놈은 무게 중심을 바로 잡고 검을 휘둘렀다. 이미 패턴은 파악했다.
상단에서 하단으로 오는 공격이다.
‘지금!’
- 티잉
1분
.
.
.
2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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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혈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
HP 13 → 0.5
.
3분
.
.
- 티잉
.
5분
[완벽한 반격에 성공하셨습니다]
- 털썩
다리에 힘이 풀러 그대로 쓰러졌다.
시야에는 체력이 부족하다는 붉은 경고 표시로 가득했다.
“허억··· 허억···.”
처절한 사투가 있었다. 놈의 공격에 죽을 뻔한 게 10번을 넘어갔다. 반격기가 없었다면 이미 수십 번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저 멀리 굳어 있는 해골이 보였다.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놈도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을 뿐.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 LV100〉
HP 1/9999
HP 2/9999
피를 회복하고 있었다.
[마무리 일격을 가하세요!]
‘마무리 일격.’
스크린 창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다가가며 검 끝으로 툭- 하고 놈의 몸을 건드렸다. 놈은 방어 자세를 취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내 공격을 받아 들였다.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 LV100〉
HP 3 → 0
놈의 몸이 우스스 모래처럼 변했다. 이후 바람에 휘날리며 사라졌다.
- 띠링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
.
.
레벨업!
난선두 LV1 → LV17
잔여 스텟이 0 → 85 만큼 남았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저주받은 해골 병사 처치 1/1》
(보상)
평범한 반격기(진화 권한)
50000XP
빌헬름을 다시 찾아가세요.
부러진 검을 허리춤에 있는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싸움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눈앞에 생성된 포탈로 걸어 나갔다. 그곳에는 가만히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빌헬름이 있었다.
누구는 죽다 살아났는데 뒹굴뒹굴 거리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책 페이지를 한 장 넘기려던 찰라. 피범벅인 내 몸을 보고는 당황하며 곧장 일어나 내게로 달려왔다.
“자··· 자네 혹시 저주받은 그놈을 잡은 것인가! 그것도 1레벨로!? 젠장!”
왜 아쉬워하는 것 같지?
- 띠링
[퀘스트 보상이 정산됩니다.]
[ 〈평범한 반격기〉 진화 권한을 얻으셨습니다. 5일 후 열리는 진화의 신전에서 〈부족한 반격기〉 진화가 가능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스크린 창이 많다. 정리하기 기능을 이용하니 단번에 정리되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차근차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8할은 레벨업 알림이었고 나머지는 퀘스트 클리어와 관련된 알림이었다.
- 씨익
퀘스트 경험치까지 정산되니 21레벨을 찍었다. 스킬 업그레이드도 가능하게 되었다.
잔여 스텟이 0 → 105 만큼 남았습니다.
스텟도 널찍하고, 말이다. 스텟을 어디에 투자할지는 천천히 생각하면 될 일이고 스킬 진화까지 남은 시간이 5일이라고 하니 그동안 메인 퀘스트는 게임을 진행하면 될 거다. 방송도 켜 보고 말이다.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정리하니 머리가 말끔 해졌다.
“자네는 어쩌면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일 수도 있겠네. 자네는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를 재능이 있어. 이 글러 먹은 세계를 정화할 재능이!”
[빌헬름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광활한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준비! (2) 가 취소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취소?’
- 띠링
[ 광활한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마지막 준비! (9) ]
빌헬름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는 세계에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왕도로 가는 길을 여세요!
(1던전 클리어 0/1)
(보상)
왕도 출입 허가증
평범한 철제 무기 선택권
9000XP
9번째 퀘스트인 걸 보니 초중반 과정이 전부 스킵 되고 마지막 보스 퀘스트로 바로 넘어간 모양이다.
하긴 지금 레벨이 21이니 저렙 구간 잡몹한테 죽을 일은 없다. 괜히 다른 유저가 내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한 번에 나가떨어지는 잡몹을 보고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양쪽을 모두 배려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스킵 해 준 걸 거다.
이제 로그아웃하자.
접속한 지 1시간이 다 되어 갔다. 이곳에서도 배고픔을 채울 수 있지만 먹는다고 현실의 공복감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실속이 없기에 그냥 현실에서 밥 먹고 공복을 채우는 편이 건강에 좋았다.
다음 로그인 때는 방송 켜보자.
첫날에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작정 방송을 켜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내 답답한 행동을 보려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닌 깔끔한 플레이와 타 방송인들이 하지 못하는 실력을 보기 위해서 보러 오는 것이다. 시스템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러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로그인 때부터 계속 키고 방송하면 될 것 같다.
몬스터와 레벨 차이도 크게 날 테니 클리어에 답답함도 없을 테고 말이다.
“로그아웃.”
시야가 끊기고 순식간에 현실적인 감각이 전율했다.
눈을 떴을 때는 캡슐 뚜껑이 열려 있었다. 익숙지 않은 천장이 보였다.
‘이수민 집.’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게임에 과몰입하지 않고 곧장 현실에 적응하는 편이었다.
“흐으~ 지금이 몇 시냐.”
오후 4시 30분 21초.
1시간 30분 정도 접속한 모양이다. 그쪽에서 시간 감각이 조금 다른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거기 서는 원래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걸었다. 원룸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정수기에 물을 한 컵 따라 마시고는 간단히 차려 먹게 냉장고를 열어봤다. 냉장고 안은 매우 썰렁했다. 물과 우유를 제외하면 화장품을 시원한 상태로 보존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얘는 진짜 집에서 라면밖에 안 먹냐?”
부스럭거리며 부엌을 들쑤시다 이수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갔다 올 테니까. 장 볼 거 있으면 카톡에 적어 놔. 저녁 기대할 게~.’
당장 핸드폰을 켜고 이수민에게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했다. 몇 초 뒤 귀여운 도롱뇽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 알겠냐뇽!
귀여운 이모티콘이다.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후 3시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내 원룸에서 짐 좀 챙겨오기로 했다.
아예 작정하고 이곳에 지박령 마냥 살 심상이니.
염치없지만 왕창 벌어 성공하면 전부 갚아 줄 거다. 내 인생에 몇 없는 은인이니까.
*
[언벌런스 게임 컴퍼니]
처음 나이트메어를 제작했을 때는 작은 회사였지만 지금은 어마어마한 여러 개의 빌딩에 2,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운영되는 대기업이었다.
지금만 해도 동시 접속 유저가 57만 명이었으니. 서버를 관리하고 즉각 오류 발견하며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인원이었다.
나이트메어 초기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K는 멍한 얼굴로 나이트메어 방송을 훑어봤다.
- 드르륵드르륵
마우스 휠로 두 개의 컴퓨터를 번갈아 조종하며 때때로 하품을 내뱉었다.
“하암···.”
그때였다. 멀리서 빠르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 철컥!
“선생님! 누군가가 ‘그’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에요!”
그 말에 K의 고개가 돌아갔다. 살짝 믿음이 안 간다는 눈이었다.
“모니터링했어? 핵 사용 의심은.”
“확인 결과 핵은 아닙니다. 전투 영상은 전부 녹화했고 핵 관련 모니터링도 끝난 상태입니다. 당장 확인하러 가시죠.”
K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며 진지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디어 찾아온 위기였으니까.
이후 2번 돌려서 확인 결과 정말로 핵이 아니었다. 막 세상을 밟은 1레벨 캐릭터로 100레벨 몬스터를 잡았다. 저주를 받아 체력이 적고 나약한 몬스터이긴 해도 클리어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신도 직접 플레이해 1레벨 캐릭터로 도전해서 200번이 넘는 시도 끝에 레벨로10로 수정한 뒤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K는 게임과 컨트롤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여러 번 시도해서 클리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는 황당함에 도리어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미치겠네. 이걸 한 번에 클리어할 줄은.”
이론상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관상용 퀘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퀘스트였다.
진짜 난선두가 아니면 클리어 불가능하다고 자신만만했다.
(난선두)닉네임에 따로 추가된 설정이 있다. 닉네임은 평범하게 중복으로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난선두) 만큼은 중복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놨다. 그리고 죽으면 그 즉시 계정이 삭제되게끔 설정했다.
지금도 (난선두)는 중복으로 사용 가능하며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난선두를 고른 총 2,298개의 계정이 삭제되었다. 계정 하나를 생성하는데 드는 돈이 50만 원인 걸 감안해서 결코 다시 도전하기 꺼려질 것이다.
굳이 특별한 이름이 아니어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기에.
이후 커뮤니티가 떠들썩해지고 지뢰라는 소문이 돌자. 아무도 난선두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후딱 지나가고 K는 다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난선두도 퀘스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6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다. 그가 나이를 먹어가며 감각이 무뎌졌을 수도 있다. 애초에 그는 게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거지 가상 현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 자체는 검증되지 않았다.
- 꿀꺽
단순 보기에는 난선두가 확실했다. 하지만 아직 확정할 수는 없는 노릇. 이 캐릭터는 한 번 죽으면 영구히 삭제되게끔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지켜봐야 할 거다.
“이, 이거 말고 신체 정보 확인해 봐. 등록돼있는 신체야?”
키보드 자판 소리가 울리고 빠르게 최근 등록 계정을 스크롤 하며 확인했다.
“첫 계정입니다. 신체 정보도 방금 막 등록된 새로운 정보고요.”
그는 녹화된 영상을 다시 한번 틀어 확인했다. 전작에서 마지막 최종 보스로 난선두와 직접 맞부딪혀봤기에 알 수 있었다. 그가 난선두와 매우 흡사한 움직임을 가졌다는걸.
반격기를 사용할 때면 항상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치고 나갈 움직임을 취했다. 핵이 아닌 이상 저렇게 확신하는 건 어렵다.
이전에 만우절로 메인 퀘스트를 전부 막아둔 상태에서 외국 서버에 절대 반격기를 푼 적이 있었다. 그리고 통계를 확인해 본 결과 절대 반격기의 성공률은 4% 채 넘기지 못했다.
그만큼 사용하기 까다로우며 난이도 높은 스킬이었다.
영상에는 20번 연속으로 반격기를 성공하고 있었다. 리듬감과 박자가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동시에 동체 시력도 말이다. 다른 직원들도 구경 와서 영상을 확인했다. 대부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몇몇은 탄성도 내뱉었다.
“드디어 올 게 왔네.”
정말로 난선두가 플레이한 거라면 이 게임은 머지않은 미래에 클리어될 것이다. 그러니 지켜봐야 했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
1년, 2년, 3년.
몇 일이든 저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이 게임의 클리어는 머지않은 미래로 확정되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얼마나 장기간 싸우냐의 대결이었다.
최대한 발목을 잡으며 전전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대로 지켜보자. 난선두 모니터링 화면 내 컴퓨터에 설정해줘. 1인칭, 3인칭 시점 전부다. 그리고 게임 개발팀에 연락해서. 이쪽으로 사람 한 명 보내라고 해봐. 그··· 이수민이라고 했던가?”
“네 저번에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유능하시다고 했던···.”
“그래 걔.”
[ 단검(류)에 충족되는 무기를 쥐었습니다. 스킬 〈부족한 반격기〉가 활성화됩니다 ]
[ 적의 공격의 타이밍에 반격기를 의식하시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다 죽어가던 상황에 갑자기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단검에 충족되는 무기라는 건 설마 부러진 단검을 말하는 건가? 전작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던 무기가 단검이라?
“하.”
이렇게 살아갈 길이 트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었다. 처절하게 구르는 게, 마치 주인공 같았다. 뭐든 상관없다. 패배감이 흐려지고 희망이 마음 한 켠에 피어오르니 입꼬리가 올라갈 뿐이다.
반격기.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이었다. 항상 사용하는 타이밍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놈이 검을 휘두르고 나는 가만히 부러진 검 끝을 놈에게 겨뤘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깨가 아니라 대가리가 두동강 날 것이다.
성공할 것이다. 지금껏 늘 그래왔듯.
-철컥! 후웅!!
놈의 검이 중력에 영향을 받으며 강하게 내리꽂혔다. 시야에 날카로운 검날이 보이고 눈동자에 비췄다. 반사적으로 눈이 감기려 했지만 견뎌냈다. 눈을 부릅뜨고 놈의 검 날을 끝까지 바라봤다. 동시에 확신했다.
‘막았다.’
[ 완벽한 반격에 성공하셨습니다. 방어율이 100%로 증가합니다 ]
- 티잉!
검이 순식간에 튕겨져 나가며 놈의 전체가 뒤뚱하고 밀려났다. 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순식간에 땅을 박차며 일어났다. 부러진 검으로 놈의 두개골을 노리고 몇 번이고 휘둘렀다.
- 까가각! 까각!
검이 날카롭지 않아서 인가 듣기 거북한 소음만 들렸다. 두개골에는 검으로 긁은 잔기스가 새겨졌다.
[ 5% → 20% 반사 데미지가 방어력을 관통하고 적용됩니다]
[철갑의 방어력이 너무 높아 기본 데미지가 상쇄됩니다]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 LV100〉
HP 999 → 929
그것을 끝으로 놈은 무게 중심을 바로 잡고 검을 휘둘렀다. 이미 패턴은 파악했다.
상단에서 하단으로 오는 공격이다.
‘지금!’
- 티잉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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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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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13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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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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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완벽한 반격에 성공하셨습니다]
- 털썩
다리에 힘이 풀러 그대로 쓰러졌다.
시야에는 체력이 부족하다는 붉은 경고 표시로 가득했다.
“허억··· 허억···.”
처절한 사투가 있었다. 놈의 공격에 죽을 뻔한 게 10번을 넘어갔다. 반격기가 없었다면 이미 수십 번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저 멀리 굳어 있는 해골이 보였다.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놈도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을 뿐.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 LV100〉
HP 1/9999
HP 2/9999
피를 회복하고 있었다.
[마무리 일격을 가하세요!]
‘마무리 일격.’
스크린 창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다가가며 검 끝으로 툭- 하고 놈의 몸을 건드렸다. 놈은 방어 자세를 취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내 공격을 받아 들였다.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 LV100〉
HP 3 → 0
놈의 몸이 우스스 모래처럼 변했다. 이후 바람에 휘날리며 사라졌다.
- 띠링
[저주받은 나약한 해골 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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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난선두 LV1 → LV17
잔여 스텟이 0 → 85 만큼 남았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저주받은 해골 병사 처치 1/1》
(보상)
평범한 반격기(진화 권한)
50000XP
빌헬름을 다시 찾아가세요.
부러진 검을 허리춤에 있는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싸움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눈앞에 생성된 포탈로 걸어 나갔다. 그곳에는 가만히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빌헬름이 있었다.
누구는 죽다 살아났는데 뒹굴뒹굴 거리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책 페이지를 한 장 넘기려던 찰라. 피범벅인 내 몸을 보고는 당황하며 곧장 일어나 내게로 달려왔다.
“자··· 자네 혹시 저주받은 그놈을 잡은 것인가! 그것도 1레벨로!? 젠장!”
왜 아쉬워하는 것 같지?
- 띠링
[퀘스트 보상이 정산됩니다.]
[ 〈평범한 반격기〉 진화 권한을 얻으셨습니다. 5일 후 열리는 진화의 신전에서 〈부족한 반격기〉 진화가 가능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스크린 창이 많다. 정리하기 기능을 이용하니 단번에 정리되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차근차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8할은 레벨업 알림이었고 나머지는 퀘스트 클리어와 관련된 알림이었다.
- 씨익
퀘스트 경험치까지 정산되니 21레벨을 찍었다. 스킬 업그레이드도 가능하게 되었다.
잔여 스텟이 0 → 105 만큼 남았습니다.
스텟도 널찍하고, 말이다. 스텟을 어디에 투자할지는 천천히 생각하면 될 일이고 스킬 진화까지 남은 시간이 5일이라고 하니 그동안 메인 퀘스트는 게임을 진행하면 될 거다. 방송도 켜 보고 말이다.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정리하니 머리가 말끔 해졌다.
“자네는 어쩌면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일 수도 있겠네. 자네는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를 재능이 있어. 이 글러 먹은 세계를 정화할 재능이!”
[빌헬름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광활한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준비! (2) 가 취소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취소?’
- 띠링
[ 광활한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마지막 준비! (9) ]
빌헬름이 당신을 신뢰합니다.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는 세계에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왕도로 가는 길을 여세요!
(1던전 클리어 0/1)
(보상)
왕도 출입 허가증
평범한 철제 무기 선택권
9000XP
9번째 퀘스트인 걸 보니 초중반 과정이 전부 스킵 되고 마지막 보스 퀘스트로 바로 넘어간 모양이다.
하긴 지금 레벨이 21이니 저렙 구간 잡몹한테 죽을 일은 없다. 괜히 다른 유저가 내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한 번에 나가떨어지는 잡몹을 보고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양쪽을 모두 배려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스킵 해 준 걸 거다.
이제 로그아웃하자.
접속한 지 1시간이 다 되어 갔다. 이곳에서도 배고픔을 채울 수 있지만 먹는다고 현실의 공복감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실속이 없기에 그냥 현실에서 밥 먹고 공복을 채우는 편이 건강에 좋았다.
다음 로그인 때는 방송 켜보자.
첫날에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작정 방송을 켜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내 답답한 행동을 보려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닌 깔끔한 플레이와 타 방송인들이 하지 못하는 실력을 보기 위해서 보러 오는 것이다. 시스템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러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로그인 때부터 계속 키고 방송하면 될 것 같다.
몬스터와 레벨 차이도 크게 날 테니 클리어에 답답함도 없을 테고 말이다.
“로그아웃.”
시야가 끊기고 순식간에 현실적인 감각이 전율했다.
눈을 떴을 때는 캡슐 뚜껑이 열려 있었다. 익숙지 않은 천장이 보였다.
‘이수민 집.’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게임에 과몰입하지 않고 곧장 현실에 적응하는 편이었다.
“흐으~ 지금이 몇 시냐.”
오후 4시 30분 21초.
1시간 30분 정도 접속한 모양이다. 그쪽에서 시간 감각이 조금 다른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거기 서는 원래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걸었다. 원룸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정수기에 물을 한 컵 따라 마시고는 간단히 차려 먹게 냉장고를 열어봤다. 냉장고 안은 매우 썰렁했다. 물과 우유를 제외하면 화장품을 시원한 상태로 보존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얘는 진짜 집에서 라면밖에 안 먹냐?”
부스럭거리며 부엌을 들쑤시다 이수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갔다 올 테니까. 장 볼 거 있으면 카톡에 적어 놔. 저녁 기대할 게~.’
당장 핸드폰을 켜고 이수민에게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했다. 몇 초 뒤 귀여운 도롱뇽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 알겠냐뇽!
귀여운 이모티콘이다.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후 3시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내 원룸에서 짐 좀 챙겨오기로 했다.
아예 작정하고 이곳에 지박령 마냥 살 심상이니.
염치없지만 왕창 벌어 성공하면 전부 갚아 줄 거다. 내 인생에 몇 없는 은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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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벌런스 게임 컴퍼니]
처음 나이트메어를 제작했을 때는 작은 회사였지만 지금은 어마어마한 여러 개의 빌딩에 2,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운영되는 대기업이었다.
지금만 해도 동시 접속 유저가 57만 명이었으니. 서버를 관리하고 즉각 오류 발견하며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인원이었다.
나이트메어 초기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K는 멍한 얼굴로 나이트메어 방송을 훑어봤다.
- 드르륵드르륵
마우스 휠로 두 개의 컴퓨터를 번갈아 조종하며 때때로 하품을 내뱉었다.
“하암···.”
그때였다. 멀리서 빠르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 철컥!
“선생님! 누군가가 ‘그’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에요!”
그 말에 K의 고개가 돌아갔다. 살짝 믿음이 안 간다는 눈이었다.
“모니터링했어? 핵 사용 의심은.”
“확인 결과 핵은 아닙니다. 전투 영상은 전부 녹화했고 핵 관련 모니터링도 끝난 상태입니다. 당장 확인하러 가시죠.”
K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며 진지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디어 찾아온 위기였으니까.
이후 2번 돌려서 확인 결과 정말로 핵이 아니었다. 막 세상을 밟은 1레벨 캐릭터로 100레벨 몬스터를 잡았다. 저주를 받아 체력이 적고 나약한 몬스터이긴 해도 클리어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신도 직접 플레이해 1레벨 캐릭터로 도전해서 200번이 넘는 시도 끝에 레벨로10로 수정한 뒤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K는 게임과 컨트롤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여러 번 시도해서 클리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는 황당함에 도리어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미치겠네. 이걸 한 번에 클리어할 줄은.”
이론상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관상용 퀘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퀘스트였다.
진짜 난선두가 아니면 클리어 불가능하다고 자신만만했다.
(난선두)닉네임에 따로 추가된 설정이 있다. 닉네임은 평범하게 중복으로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난선두) 만큼은 중복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놨다. 그리고 죽으면 그 즉시 계정이 삭제되게끔 설정했다.
지금도 (난선두)는 중복으로 사용 가능하며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난선두를 고른 총 2,298개의 계정이 삭제되었다. 계정 하나를 생성하는데 드는 돈이 50만 원인 걸 감안해서 결코 다시 도전하기 꺼려질 것이다.
굳이 특별한 이름이 아니어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기에.
이후 커뮤니티가 떠들썩해지고 지뢰라는 소문이 돌자. 아무도 난선두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후딱 지나가고 K는 다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난선두도 퀘스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6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다. 그가 나이를 먹어가며 감각이 무뎌졌을 수도 있다. 애초에 그는 게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거지 가상 현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 자체는 검증되지 않았다.
- 꿀꺽
단순 보기에는 난선두가 확실했다. 하지만 아직 확정할 수는 없는 노릇. 이 캐릭터는 한 번 죽으면 영구히 삭제되게끔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지켜봐야 할 거다.
“이, 이거 말고 신체 정보 확인해 봐. 등록돼있는 신체야?”
키보드 자판 소리가 울리고 빠르게 최근 등록 계정을 스크롤 하며 확인했다.
“첫 계정입니다. 신체 정보도 방금 막 등록된 새로운 정보고요.”
그는 녹화된 영상을 다시 한번 틀어 확인했다. 전작에서 마지막 최종 보스로 난선두와 직접 맞부딪혀봤기에 알 수 있었다. 그가 난선두와 매우 흡사한 움직임을 가졌다는걸.
반격기를 사용할 때면 항상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치고 나갈 움직임을 취했다. 핵이 아닌 이상 저렇게 확신하는 건 어렵다.
이전에 만우절로 메인 퀘스트를 전부 막아둔 상태에서 외국 서버에 절대 반격기를 푼 적이 있었다. 그리고 통계를 확인해 본 결과 절대 반격기의 성공률은 4% 채 넘기지 못했다.
그만큼 사용하기 까다로우며 난이도 높은 스킬이었다.
영상에는 20번 연속으로 반격기를 성공하고 있었다. 리듬감과 박자가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동시에 동체 시력도 말이다. 다른 직원들도 구경 와서 영상을 확인했다. 대부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몇몇은 탄성도 내뱉었다.
“드디어 올 게 왔네.”
정말로 난선두가 플레이한 거라면 이 게임은 머지않은 미래에 클리어될 것이다. 그러니 지켜봐야 했다. 이 게임의 난이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
1년, 2년, 3년.
몇 일이든 저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이 게임의 클리어는 머지않은 미래로 확정되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얼마나 장기간 싸우냐의 대결이었다.
최대한 발목을 잡으며 전전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대로 지켜보자. 난선두 모니터링 화면 내 컴퓨터에 설정해줘. 1인칭, 3인칭 시점 전부다. 그리고 게임 개발팀에 연락해서. 이쪽으로 사람 한 명 보내라고 해봐. 그··· 이수민이라고 했던가?”
“네 저번에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유능하시다고 했던···.”
“그래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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