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에한 네르딘에 대해(9)
조회 : 885 추천 : 0 글자수 : 4,111 자 2022-09-28
“나 예뻐요?”
셰레샤이데는 볼을 붉히면서 한 바퀴 돌았다. 교복 치마가 펴지면서 흩날렸다. 아직 길게 자라지 않은 머리카락에는 플라니아가 선물한 리본이 매여있었다.
“너 예쁜 여자애가 되는 것에도 꽤나 소질이 있는 거 같아.”
“정말요?”
셰레샤이데가 웃자, 디트에한의 볼이 붉어졌다.
“디테, 내가 예뻐?”
“응....”
여자로 살아가게 된 셰레샤이데는 별 거부감 없이 여자의 모습에 적응해갔다. 아직 어색한 부분은 많았지만 플라니아가 하나하나 가르쳐가면서 완벽한 여자애로 변해갔다. 셰레샤이데는 예쁜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게 뭐냐, 나 같으면 자살한다.”
“부끄러운 것도 모르네.”
별 접점이 없는 셈리흐의 반 애들은 셰레샤이데가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로 그렇게 대놓고 말했다. 셰레샤이데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에인헤랴르와 디트에한은 흘려듣지 못했다.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에인헤랴르는 말 없이 도끼를 들었다. 두 손 도끼를 한 손으로 든 에인헤랴르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흉흉한 눈빛이 쏘아진다면 더더욱 그랬다.
“뭐라고 했냐고.”
“뭐라고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하지만 셈리흐 역시 달 베흐를 가진 기사. 같은 수준의 학생의 기백에 압도 당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비웃으면서 마주 무기를 꺼내들었다.
“한 판 해보자고? 좋아, 나쁠 것 없지.”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셈리흐가 쌍검을 꺼내 들었다. 허리께에 매달은 검을 역수로 쥔 셈리흐는 에인헤랴르의 앞에 섰다. 날을 핥으면서 기대하는 듯한 셈리흐는 에인헤랴르와 맞붙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다.
“에인헤랴르, 시간 낭비 하지마.”
셰레샤이데는 그런 말들에도 그저 웃었다. 타격이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셈리흐, 한 판 뜨고 싶으면 나랑 떠. 왜 자살 안하냐고 하는 게 아니라, 네 손으로 죽이면 되잖아.”
“계집이랑 붙는 취미는 없어.”
“계집에게 발리고 싶지 않은거겠지. 말 똑바로 해라. 너 나 한 번도 이긴 적 없었잖아. 네가 생각하기에도 여자가 된 나한테마저 지면 개쪽팔릴 거 같지?”
에인헤랴르를 뒤로 밀면서, 셰레샤이데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어 꼈다. 셈리흐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가래침을 뱉었다. 더는 대꾸도 안 하고 가버렸다.
“괜찮아?”
“뭐가요?”
얼굴에 묻은 가래침을 털어내면서 셰레샤이데가 되물었다. 셰레샤이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괜찮아요. 제 존재자체가 기분 나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요.”
셰레샤이데는 성숙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다. 싸움을 몇 번이고 막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좋지는 않았다.
“널 함부로 취급하는 사람에게는 너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해. 난 네가 그런 취급을 받고도 가만히 있는 게 싫어.”
“그럴 순 없어요. 제 검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걸요.”
그 점에 있어서 셰레샤이데는 확고했다. 가끔 그게 답답하곤 했지만, 셰레샤이데는 자신의 신념을 고집했다.
“인간을 해치기 위해 검을 들어선 안돼요.”
“그런 것 치고는 저번에 바덴의 얼굴은 잘 뭉개놨잖아.”
플라니아의 질문에 셰레샤이데가 눈썹을 장난스럽게 까닥였다.
“인간을 해치기 위해 ‘검을’ 들어선 안돼요.”
“주먹은 들어도 된다는 거구나.”
셰레샤이데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죽지 않으니까요.”
ㅡㅡ
수줍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던전에서의 셰레샤이데는 다른 사람 같았다. 몸이 꿰뚫려도 일어나고, 피범벅인채로도 웃으면서 달려나가는 모습은, 죽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샨, 난 오른쪽. 넌 왼쪽!”
방금 이형의 존재에게 꿰뚫린 배의 구멍으로 건너편이 보였다. 플라니아는 셰레샤이데의 등에 난 관통상 사이에 튀어나온 갈비뼈를 보면서 기절하고 싶었다. 피를 먹는 뱀으로 인해 셰레샤이데의 전투 방법은 과격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였다. 자신이 입은 피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달려 대검을 박아넣는 셰레샤이데의 방식은 극단적이었다. 셰레샤이데는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공격하는데 쓴 부위를 잘라내었다. 이를테면, 배를 관통해 촉수가 튀어나온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숨을 한 번 들이 쉬었다가, 스그긍 소리를 내며 끌려온 대검으로 무자비하게 이형의 존재를 토막내어 짓이겨놓았다.
“숭배, 지시, 모욕.”
오른쪽을 셰레샤이데가 토막내며 짓이기자, 누샨에게는 틈이 생겼다. 셰레샤이데와 달리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누샨은 피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틈이 생기자마자 왼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소지하고 있던 아베냐드의 우물을 정확한 위치에 던졌다. 매끈한 피부에 꽂힌 단검, 아베냐드의 우물에서는 불길한 그림자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베냐드의 우물을 반 이상 적중시킨 누샨은 그림자가 이형의 존재를 전부 감싸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외쳤다.
“플라니아, 지금!”
“응!”
플라니아는 항상 손에 쥐고 다니던 멸망의 노래의 칼 자루를 쥐었다. 그리고 아주 살짝, 뽑았다.
끄이에에에-
이형의 존재는 괴성을 지르면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뭐였지? 분명 기억해두었는데, 떠올리려던 것이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읏.”
작은 신음을 내면서 셰레샤이데가 피를 먹는 뱀을 버팀목 삼아 일어난다. 발목은 관통당해 촉수가 발에서 자란 것처럼 보였다. 셰레샤이데는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피를 먹는 뱀을 들어올렸다. 촉수는 다시 토막나고, 셰레샤이데는 다시 피를 먹는 뱀에 몸을 기대었다.
플라니아는 해야할 일을 해야했다. 셰레샤이데의 피를 보며 떠올린 플라니아가 해야할 일은 검에 새겨진 문구를 읽는 것이었다. 더듬더듬 검신에 타오르는 글씨로 올라오기 시작한 글씨를 읽었다.
“나.....의 노래는 멸망의 노래. 노래로....종말. 종말을 이르노이다.”
“맹세, 약속.”
이형의 존재는 촉수를 오므리면서 징그러운 비명을 질렀다. 촉수에서는 촘촘한 가시 같은 이빨이 튀어나왔다. 이빨 사이에는 사이사이 작은 눈알들이 빽빽하게 붙어있었다. 촉수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이형의 존재의 몸에 마지막 아베냐드의 우물을 박아넣은 누샨은 셰레샤이데를 부축해 끌어내면서 왼손의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엄지.
이상을 느낀 이형의 존재가 짧은 소리를 냈다.
께륵?
검지.
빠져나가고자 꿈틀대보지만, 몸은 그림자에 붙들려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중지.
몸에 생긴 구멍이 커져가면서 많아졌다. 어느 새 네 개의 구멍이 달리게 된 이형의 존재는 이제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약지.
거품을 물며 덧 없는 소리를 내는 이형의 존재는 반쯤 정신이 나가 몸에 생긴 구멍에 자신의 촉수를 집어넣었다.
끄게게게렉-
소지.
아베냐드의 우물이 박힌 곳에서부터 퍼져나간 그림자부터, 서서히 이형의 존재가 빨려가기 시작했다. 우물의 물이 빠질 때처럼 소용돌이로 구멍이 뚫린 이형의 존재는 피부가 벗겨지며 속살이 드러났다. 곧이어, 안과 밖이 뒤바뀌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공주님.”
사방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녹슨 철 같은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축하해. 훌륭하게 적응했네.”
“멋졌어요, 공주님. 그렇게만 하면 될 것 같아요.”
피를 뒤집어쓴 누샨이 초췌한 모습으로 마른 웃음을 띈 채로 손을 내밀었다. 부축을 받던 셰레샤이데는 활짝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하지만 플라니아는 기쁘지 않았다. 전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상처는 괜찮은거야?”
플라니아는 울상으로 셰레샤이데의 상처를 살폈다.
“엥?”
상처가 나 있어야 할 부분에는 하얀 맨살만 돋아있었다.
“걱정했나요?”
“당연하지!”
셰레샤이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쉽지만, 전 튼튼해서요. 이 정도 상처는 피 먹는 뱀이 치료해버린답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그렇군요. 전 괜찮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죠. 섬멸도 이제 끝났으니 회수조 애들에게 신호를 보내놓을게요.”
셰레샤이데는 품에서 꺼낸 작은 상자의 리본 끈을 풀었다. 작은 상자가 무너지며 안에서 작은 새가 나타났다. 작은 새는 이윽고, 포르르 몸을 떨며 허공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수조가 들어왔다.
셰레샤이데는 볼을 붉히면서 한 바퀴 돌았다. 교복 치마가 펴지면서 흩날렸다. 아직 길게 자라지 않은 머리카락에는 플라니아가 선물한 리본이 매여있었다.
“너 예쁜 여자애가 되는 것에도 꽤나 소질이 있는 거 같아.”
“정말요?”
셰레샤이데가 웃자, 디트에한의 볼이 붉어졌다.
“디테, 내가 예뻐?”
“응....”
여자로 살아가게 된 셰레샤이데는 별 거부감 없이 여자의 모습에 적응해갔다. 아직 어색한 부분은 많았지만 플라니아가 하나하나 가르쳐가면서 완벽한 여자애로 변해갔다. 셰레샤이데는 예쁜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게 뭐냐, 나 같으면 자살한다.”
“부끄러운 것도 모르네.”
별 접점이 없는 셈리흐의 반 애들은 셰레샤이데가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로 그렇게 대놓고 말했다. 셰레샤이데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에인헤랴르와 디트에한은 흘려듣지 못했다.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에인헤랴르는 말 없이 도끼를 들었다. 두 손 도끼를 한 손으로 든 에인헤랴르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흉흉한 눈빛이 쏘아진다면 더더욱 그랬다.
“뭐라고 했냐고.”
“뭐라고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하지만 셈리흐 역시 달 베흐를 가진 기사. 같은 수준의 학생의 기백에 압도 당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비웃으면서 마주 무기를 꺼내들었다.
“한 판 해보자고? 좋아, 나쁠 것 없지.”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셈리흐가 쌍검을 꺼내 들었다. 허리께에 매달은 검을 역수로 쥔 셈리흐는 에인헤랴르의 앞에 섰다. 날을 핥으면서 기대하는 듯한 셈리흐는 에인헤랴르와 맞붙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다.
“에인헤랴르, 시간 낭비 하지마.”
셰레샤이데는 그런 말들에도 그저 웃었다. 타격이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셈리흐, 한 판 뜨고 싶으면 나랑 떠. 왜 자살 안하냐고 하는 게 아니라, 네 손으로 죽이면 되잖아.”
“계집이랑 붙는 취미는 없어.”
“계집에게 발리고 싶지 않은거겠지. 말 똑바로 해라. 너 나 한 번도 이긴 적 없었잖아. 네가 생각하기에도 여자가 된 나한테마저 지면 개쪽팔릴 거 같지?”
에인헤랴르를 뒤로 밀면서, 셰레샤이데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어 꼈다. 셈리흐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가래침을 뱉었다. 더는 대꾸도 안 하고 가버렸다.
“괜찮아?”
“뭐가요?”
얼굴에 묻은 가래침을 털어내면서 셰레샤이데가 되물었다. 셰레샤이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괜찮아요. 제 존재자체가 기분 나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요.”
셰레샤이데는 성숙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다. 싸움을 몇 번이고 막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좋지는 않았다.
“널 함부로 취급하는 사람에게는 너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해. 난 네가 그런 취급을 받고도 가만히 있는 게 싫어.”
“그럴 순 없어요. 제 검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걸요.”
그 점에 있어서 셰레샤이데는 확고했다. 가끔 그게 답답하곤 했지만, 셰레샤이데는 자신의 신념을 고집했다.
“인간을 해치기 위해 검을 들어선 안돼요.”
“그런 것 치고는 저번에 바덴의 얼굴은 잘 뭉개놨잖아.”
플라니아의 질문에 셰레샤이데가 눈썹을 장난스럽게 까닥였다.
“인간을 해치기 위해 ‘검을’ 들어선 안돼요.”
“주먹은 들어도 된다는 거구나.”
셰레샤이데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죽지 않으니까요.”
ㅡㅡ
수줍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던전에서의 셰레샤이데는 다른 사람 같았다. 몸이 꿰뚫려도 일어나고, 피범벅인채로도 웃으면서 달려나가는 모습은, 죽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샨, 난 오른쪽. 넌 왼쪽!”
방금 이형의 존재에게 꿰뚫린 배의 구멍으로 건너편이 보였다. 플라니아는 셰레샤이데의 등에 난 관통상 사이에 튀어나온 갈비뼈를 보면서 기절하고 싶었다. 피를 먹는 뱀으로 인해 셰레샤이데의 전투 방법은 과격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였다. 자신이 입은 피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달려 대검을 박아넣는 셰레샤이데의 방식은 극단적이었다. 셰레샤이데는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공격하는데 쓴 부위를 잘라내었다. 이를테면, 배를 관통해 촉수가 튀어나온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숨을 한 번 들이 쉬었다가, 스그긍 소리를 내며 끌려온 대검으로 무자비하게 이형의 존재를 토막내어 짓이겨놓았다.
“숭배, 지시, 모욕.”
오른쪽을 셰레샤이데가 토막내며 짓이기자, 누샨에게는 틈이 생겼다. 셰레샤이데와 달리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누샨은 피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틈이 생기자마자 왼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소지하고 있던 아베냐드의 우물을 정확한 위치에 던졌다. 매끈한 피부에 꽂힌 단검, 아베냐드의 우물에서는 불길한 그림자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베냐드의 우물을 반 이상 적중시킨 누샨은 그림자가 이형의 존재를 전부 감싸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외쳤다.
“플라니아, 지금!”
“응!”
플라니아는 항상 손에 쥐고 다니던 멸망의 노래의 칼 자루를 쥐었다. 그리고 아주 살짝, 뽑았다.
끄이에에에-
이형의 존재는 괴성을 지르면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뭐였지? 분명 기억해두었는데, 떠올리려던 것이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읏.”
작은 신음을 내면서 셰레샤이데가 피를 먹는 뱀을 버팀목 삼아 일어난다. 발목은 관통당해 촉수가 발에서 자란 것처럼 보였다. 셰레샤이데는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피를 먹는 뱀을 들어올렸다. 촉수는 다시 토막나고, 셰레샤이데는 다시 피를 먹는 뱀에 몸을 기대었다.
플라니아는 해야할 일을 해야했다. 셰레샤이데의 피를 보며 떠올린 플라니아가 해야할 일은 검에 새겨진 문구를 읽는 것이었다. 더듬더듬 검신에 타오르는 글씨로 올라오기 시작한 글씨를 읽었다.
“나.....의 노래는 멸망의 노래. 노래로....종말. 종말을 이르노이다.”
“맹세, 약속.”
이형의 존재는 촉수를 오므리면서 징그러운 비명을 질렀다. 촉수에서는 촘촘한 가시 같은 이빨이 튀어나왔다. 이빨 사이에는 사이사이 작은 눈알들이 빽빽하게 붙어있었다. 촉수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이형의 존재의 몸에 마지막 아베냐드의 우물을 박아넣은 누샨은 셰레샤이데를 부축해 끌어내면서 왼손의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엄지.
이상을 느낀 이형의 존재가 짧은 소리를 냈다.
께륵?
검지.
빠져나가고자 꿈틀대보지만, 몸은 그림자에 붙들려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중지.
몸에 생긴 구멍이 커져가면서 많아졌다. 어느 새 네 개의 구멍이 달리게 된 이형의 존재는 이제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약지.
거품을 물며 덧 없는 소리를 내는 이형의 존재는 반쯤 정신이 나가 몸에 생긴 구멍에 자신의 촉수를 집어넣었다.
끄게게게렉-
소지.
아베냐드의 우물이 박힌 곳에서부터 퍼져나간 그림자부터, 서서히 이형의 존재가 빨려가기 시작했다. 우물의 물이 빠질 때처럼 소용돌이로 구멍이 뚫린 이형의 존재는 피부가 벗겨지며 속살이 드러났다. 곧이어, 안과 밖이 뒤바뀌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공주님.”
사방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녹슨 철 같은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축하해. 훌륭하게 적응했네.”
“멋졌어요, 공주님. 그렇게만 하면 될 것 같아요.”
피를 뒤집어쓴 누샨이 초췌한 모습으로 마른 웃음을 띈 채로 손을 내밀었다. 부축을 받던 셰레샤이데는 활짝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하지만 플라니아는 기쁘지 않았다. 전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상처는 괜찮은거야?”
플라니아는 울상으로 셰레샤이데의 상처를 살폈다.
“엥?”
상처가 나 있어야 할 부분에는 하얀 맨살만 돋아있었다.
“걱정했나요?”
“당연하지!”
셰레샤이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쉽지만, 전 튼튼해서요. 이 정도 상처는 피 먹는 뱀이 치료해버린답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그렇군요. 전 괜찮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죠. 섬멸도 이제 끝났으니 회수조 애들에게 신호를 보내놓을게요.”
셰레샤이데는 품에서 꺼낸 작은 상자의 리본 끈을 풀었다. 작은 상자가 무너지며 안에서 작은 새가 나타났다. 작은 새는 이윽고, 포르르 몸을 떨며 허공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수조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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