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기억은 좋았던 기억보다 더 긴 흔적을 남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수록 그 흔적은 점점 꼬리가 길어져서 인생 전체를 휘감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억에 맞서 싸워 극복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 흔적에 목이 서서히 졸려 죽어갈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기억을 굳이 떠올리는 대신 묻어두는 것을 택한다.
마음의 한 구석에 똬리를 튼 그것을 죽이려는 것보다는, 어쩌면, 그냥 뚜껑을 덮어버리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사고 같은 일은 일어난다. 예상하지 못한 누군가가 튀어나와서 뚜껑을 엎어버리는 일 같은 것. 2년 전 죽은 친구에 대한 편지가 보내지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저주에 걸린 장미의 밤을 기억하시나요?]
덮어두고 싶었던 기억이 꾸물거리며 튀어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