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에한 네르딘에 대해(11)
조회 : 1,000 추천 : 0 글자수 : 7,248 자 2022-10-06
새벽의 내려앉은 공기가 카페 안에 가득 들어찼다. 점원이 넘겨준 장작을 종종 넣어가면서 플라니아는 카페의 공기를 데웠다. 벽난로 근처 소파에 누운 디트에한은 어느 새 일어나 있었는지 멍하게 장작을 넣은 지 오래되어 겨우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었다. 그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플라니아를 불렀다.
“플리.”
“왜.”
“나 물 좀.”
“여기. 야, 일어나. 점원 왔다.”
플라니아는 카페를 열기 위해 들어온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어젯밤부터 1층을 점유하고 쓸 수 있었던 것은 점원의 배려 때문이었다. 진상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비몽사몽하게 눈만 깜박이고 있는 디트에한을 툭툭쳤다. 하지만 디트에한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이거 너 진상이야, 알아?”
“그러면 점원이 내쫓겠지, 뭐.”
점원이 무표정으로 들어와 디트에한 앞에 섰다. 플라니아는 긴장하면서 머리속으로 건네어야 할 말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점장님, 오늘도 예약 손님을 제외하면 받지 말까요?”
사무적이고 깍듯한 태도로 점원은 디트에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잔에 든 물의 반은 쏟고, 반은 마신 디트에한은 자연스럽게 비운 잔을 점원에게 내밀어 치우면서 익숙한 태도로 지시를 내렸다.
“그래, 에드. 한 동안은 그럴 예정이야. 너도 음식 준비만 해주고 바로 퇴근해도 돼. 급여는 정상적으로 챙겨줄테니까.”
에드라고 불린 직원은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플라니아는 살짝 입을 벌렸다.
“너 여기 점장이었어?”
“말 안 했어? 내가 말하는 거 까먹은 모양이네.”
디트에한이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플라니아는 어이가 없었다.
“여긴 왜 차린거야.”
“우리 졸업하기 전에 그랬잖아. 다 같이 여기서 보자고. 그래서 왔었는데, ‘돼지의 여물통’이 망해있더라고. 그래서 인수했어.”
“왜 카페로 바꾼거야? 카페 위치로 좋을 곳이 아닌데.”
“셀시는 좋아할테니까.”
“메뉴가 카므슈슈 밖에 없던 건......”
플라니아는 메뉴판을 보면서 말을 흐렸다. 카므슈슈는 셰레샤이데가 가장 좋아하던 디저트였다. 셰레샤이데를 사랑한 디트에한이 모를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유행 지난 디저트인 카므슈슈와 벌꿀주밖에 없는 메뉴판은 어쩌면.....
디트에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병을 집었다.
“셀시가 오면 좋아해주겠지.”
체념한 사람처럼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닥거리면서, 디트에한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플라니아는 다시 화가 났다. 정말 디트에한이 셰레샤이데를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선 안되었다. 셰레샤이데는 디트에한에게 실연 당한 아가씨에게 뺨을 맞고서도 자신의 뺨이 아니라 아가씨의 마음을 신경 쓰던 애였다. 그런 셰레샤이데라면 이런 디트에한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플라니아는 다시 행동하기로 했다. 이번엔 디트에한이 아니라, 친구 셰레샤이데를 위해서.
“그러면 이러면 안되는거야.”
플라니아는 디트에한에게서 술병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던져버렸다. 술병은 바닥에 닿아 산산히 부서졌다. 디트에한이 고른 치열을 드러내면서 이를 갈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플라니아는 다른 술병마저 모조리 던져버렸다.
“셀시는 절대로 좋아하지 않아. 네가 이렇게 찌질거리면서 스스로를 망가트리는 모습 따위 절대 좋아하지 않아.”
가게에 큰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자제했지만, 디트에한의 가게라면 말은 달라진다. 게다가 손님도 더 받지 않는다면 더더욱.
“지금 이게 무슨 일....!”
깨지는 소리에 달려온 점원에게, 플라니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금화를 한 주머니 던졌다.
“에드라고 했나? 여기, 배상금. 부족하진 않을거야. 치우는 건 내가 할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네, 손님. 다만 가게 내 청소는 제 업무이니 하던 일 마저 마치시면 불러주십시오.”
경악하지도 않은 채로, 점원은 돈을 받고 우아하게 물러섰다. 먹으려던 술이 모조리 파괴된 디트에한의 눈이 희번득하게 빛났다. 안광이 흉흉했지만 플라니아에게 디트에한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무서울 리가 없었다. 짝사랑이 망하고 찌질대는 남자가 무섭다면 바다를 누비면서 험난한 선원들 사이에서 사략선 선장 역할도 못했을 것이다.
“뭐하는 짓이야.”
“네가 진작 해야했을 짓. 셀시가 너를 봤다면 했을 짓.”
올라갔던 눈꼬리는 셀시를 언급하자 추욱 내려갔다. 디트에한도 알 것이다. 모를 수가 없었다. 셰레샤이데는 디트에한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었다.
“내가 밉고 짜증나겠지. 술을 마셔야 하루를 이겨낼 것 같은데 그것마저 앗아가니까 싫겠지. 그래도 먹지 마.”
“썅, 네가 뭘 알아! 잔소리질 좀 작작하고 신경 꺼!”
디트에한이 마침내 역정을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막 소리를 친 사람 치고는 바로 후회하는 것 같았지만 기세를 누그러트릴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플라니아는 덤덤하게 디트에한의 역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바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빠른 목소리로, 그렇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하는 말 하나하나가 디트에한에게 꽂히도록.
“내가 뭘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알콜 중독인데 술 뺏긴 기분을 모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을 모를까? 말했잖아. 나는 알콜중독이었다고. 게다가 그림 데쥬한테 떳떳하게 보이고 싶어서 술도 끊었는데, 사랑하던 그림 데쥬도 죽어버렸다고. 너네 중 한 명이 죽여버렸다면서. 그런 마당에, 내가 네 심정을 모를 게 뭐 있는데?”
알콜 중독인 적이 있어서 현재의 디트에한이 어떤 상태인지도 안다. 아마 술이 생명줄인 것처럼 의존하고 살았겠지. 그래서 플라니아는 더더욱 디트에한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알콜 중독이었던 플라니아는 그림 데쥬와 친해지면서 술을 끊을 수 있었다. 그 때의 플라니아에게 술보다 더 필요했던 건, 친밀한 친구였다. 디트에한도 분명 그럴 것이다. 플라니아는 그렇게 믿었다.
“씨발..... 그래. 모를 수가 없겠지.”
“그렇지?”
“.......소리질러서 미안.”
“알면 됐어.”
“그래도 술은 마실거야. 에드!”
디트에한이 집게 손가락을 펴고 부르자 직원 에드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플라니아는 들으란 듯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에드, 원가의 두 배를 줄테니까 이 새끼가 먹을 술 모조리 깨버려.”
“내가 사장인 건 알지? 돈 주는 건 나라는 걸 잊지 마라.”
“에드, 이 새끼가 너 자르면 지금 봉급 두 배로 내 배에서 일하게 해주지. 걱정 말고 모조리 깨버려.”
에드는 살짝 곤란한 듯이 미소지었다. 꽤나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플라니아는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에드, 한 번 생각해봐. 재밌을 것 같지 않니?”
“어떤....것 말씀이십니까?”
“알콜 중독자의 눈 앞에서 모조리 술을 버려버리는 것 말이야. 재밌지 않을까? 간절하게 안된다고 비는 그 얼굴 앞에서 깨버렸을 때 경악하는 그 표정을 보면 짜릿하지 않겠어?”
에드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재밌겠군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야, 에드 너 이 새끼...!”
에드는 예의바른 얼굴로 카운터에서 망치를 가져와서 디트에한이 말리기도 전에 술병을 모조리 도륙내버리기 시작했다. 쨍! 쨍! 쨍! 어찌나 기세가 깔끔했던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카페의 바닥은 술로 흥건했고, 술 냄새도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의 돼지의 여물통 같았다. 신나게 모든 술병을 깨버린 에드는 묵묵히 대걸레를 가져와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상태였다. 에드의 은근한 평온함은 마치 체한 것이 내려간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플라니아는 디트에한이 얼마나 술만 먹고 주변을 보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플라니아, 내가 너에게 화내지 않아야 할 이유를 대봐.”
디트에한은 천천히 일어나면서 플라니아를 노려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건들였다간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레믈롯만큼이나 화를 잘 내지 않는 디트에한이었지만 한 번 화를 내면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플라니아는 어렵지 않았다. 디트에한은 결국 화를 억지로라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다.
“첫째, 전 알콜 중독자로서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둘째, 셀시는 술 마시는 사람 싫어해. 마지막으로 셋째, 셀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네가 나한테 화내면 난 말 안 할거야. 이 정도면 충분해?”
“젠장.”
디트에한의 어깨가 가라앉았다. 셰레샤이데 아스텔은 디트에한에게 있어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었다. 화도 낼 수 없게 된 디트에한은 팔짱을 끼고 플라니아에게 짜증스럽게 물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건데 그래?”
“그 때 기억나? 널 운명의 상대로 생각했던 아가씨가 돼지의 여물통 근처까지 찾아온 거.”
“글쎄, 그게 한 두 명이어야 말이지.”
“셀시 뺨을 때린 아가씨 말이야. 이름이 블랑이었나? 아무튼, 테아넨 령의 아가씨였는데.”
“아. 그 이야긴 왜 하려는 건데.”
디트에한이 마른 세수를 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플라니아는 삐딱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긴, 그 아가씨가 가고 나서 나한테 셀시가 해준 말이 있거든.”
“해봐.”
소파에 걸터 앉은 디트에한이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뺨을 맞았음에도, 셰레샤이데는 그저 다정하게 아가씨의 이야기를 듣다가 달래주었다.
“나는 아가씨가 순간의 감정 때문에 오래도록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처음 보는 내가 마음이 안 좋을 정도에요.”
“입에 발린 말을 하네. 날 우습다고 생각하면서. 넌 디트에한의 마음을 가졌잖아.”
자조적인 말투로 아가씨가 자학하자, 셰레샤이데는 정색하면서 아가씨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붙여 아가씨의 눈을 마주 보았다.
“전혀요.”
“이게? 지금 내 꼴이 전혀 우습지 않다고? 화장도 번지고 머리도 엉망이고 옷도 더러운데?”
퉁퉁 부은 얼굴에 화장은 번졌고, 머리는 헝클어졌고, 옷은 오래 입어 꼬질꼬질해졌다. 아가씨가 자조하는 말대로, 아가씨는 우스운 꼴이었다. 플라니아라면 그 면전에서라도 우습다며 비웃어줄 수 있었다.
“우습지 않아요. 아가씨의 정성들여 한 화장이 번지고, 머리는 흩트러지고, 정성껏 차려입은 옷이 더러워져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아가씨는 그냥 온 거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뻐보이고 싶었잖아요.”
하지만 셰레샤이데는 그러지 않았다. 비웃는 대신, 아가씨를 위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아가씨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려고 했고, 그랬음에도 실패한 것이 슬픈 거잖아요. 전 제 검술이 형편 없다고 비웃는 사람이 싫어요. 제가 게을렀다면 모를까, 전 열심히 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비웃음 당하기 싫은 만큼 다른 사람의 노력을 함부로 비웃고 싶지 않아요. 그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아니까. 그리고 오해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디트에한과 나는 그냥 친구에요.”
“아까 빨간 머리 여자애도 그 말 하던데, 너희 둘 중 하나겠지.”
“빨간 머리라면, 플라니아 공주님일거에요. 만약 디트에한이 좋아한다면 공주님이겠죠. 저희 공주님은 예쁘고, 똑똑하고, 의지도 대단한 분이거든요. 누가 그런 분을 안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난 역시 그게 너라고 생각해. 디트에한이 좋아한다는 사람은 너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하하, 그렇진 않을 걸요?”
볼을 긁적이면서 셰레샤이데가 더 말하려는 것을 가로막고, 아가씨가 단정 지어 말했다.
“아니, 너야. 넌 분명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야. 널 미워해야 맞을텐데도 전혀 미워하고 싶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해. 강렬해서 운명이라고 착각한 마음도, 뺨을 때린 사람에게조차 친절한 널 보니까 이렇게나 깔끔하게 납득되어버리는 걸. 이런 애는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고.”
아가씨는 눈물 젖은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면서 후후 웃었다. 개운해보였다.
“내 이름은 블랑쉐야. 블랑쉐 테아넨. 혹시 중부 지역에 올 일이 생긴다면 테아넨 령을 들려줘. 네 뺨을 친 대가는 치를테니까.”
“네? 괜찮은데요?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내가 맞아서 아가씨 기분이 한결 나아졌잖아요.”
셰레샤이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지만 이미 블랑쉐는 듣지 않고 있었다.
“잊지 마. 테아넨 령을 찾아와!”
블랑쉐는 그렇게 일방적인 말을 내뱉고는 가버렸다. 차인 사람 치고는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플라니아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 싸가지 없는 년이? 셀시에게 사과를 할 거면 즉석에서 할 것이지. 빚 갚겠다는 말은 왜 해. 사과를 하라고, 사과를!’
물론 그런 생각을 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었다. 그런 말을 내뱉었다가는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래서 블랑쉐가 사라지자마자 디트에한과 함께 막 나타난 척, 태연하게 셰레샤이데의 앞에 나타나 물었다.
“어, 셀시. 왜 이제야 와~ 우리 네가 하도 안와서 기다리다가 데리러 왔잖아.”
“그랬어요? 미안해서 어쩌지....”
“됐고, 어서 들어가자. 그런데 네 뺨은 왜 그래?”
“아, 좀 넘어졌어요. 금방 나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 일도 아니었고요. 전 괜찮아요! 이쯤이야!”
크게 하품을 하면서 팔을 늘였다. 셰레샤이데는 봄날의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한껏 팔을 펼쳤다. 여유로워 보이는 셰레샤이데에 비해, 디트에한은 안절부절했다. 눈을 굴리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셰레샤이데가 맞은 것에 죄책감을 가지긴 한 모양이었다.
“....셀시. 뺨은 좀 괜찮아?”
“당연하지. 괜찮대도?”
상처를 살피면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셰레샤이데의 얼굴이 천천히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터질 것 같은 셰레샤이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뚜껑이 열리면서 증기가 모락모락 솟아날 것 같았다.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좀 떨어질래?”
그렇게 말해도, 디트에한은 셰레샤이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고 던전에 가지고 다니는 연고를 두껍게 상처 부위에 바르고 나서야 비로소 디트에한은 살짝 붉게 변한 셰레샤이데의 표정을 보았다.
"이 새끼가, 좀 떨어지라니까. 어차피 연고 발라봤자 별 의미도 없는데 왜 얼굴을 들이대?"
툴툴대면서 셰레샤이데가 디트에한을 살짝 밀었다. 미는대로 밀리면서, 디트에한은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나 때문이야.”
셰레샤이데는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니만. 다 봤구나?”
“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 신경 안 써! 아가씨가 때린 건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맞았을 때 정말 아픈 쪽은 술 취한 아저씨지. 그럼 이제 들어갈까?”
“플리.”
“왜.”
“나 물 좀.”
“여기. 야, 일어나. 점원 왔다.”
플라니아는 카페를 열기 위해 들어온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어젯밤부터 1층을 점유하고 쓸 수 있었던 것은 점원의 배려 때문이었다. 진상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비몽사몽하게 눈만 깜박이고 있는 디트에한을 툭툭쳤다. 하지만 디트에한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이거 너 진상이야, 알아?”
“그러면 점원이 내쫓겠지, 뭐.”
점원이 무표정으로 들어와 디트에한 앞에 섰다. 플라니아는 긴장하면서 머리속으로 건네어야 할 말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점장님, 오늘도 예약 손님을 제외하면 받지 말까요?”
사무적이고 깍듯한 태도로 점원은 디트에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잔에 든 물의 반은 쏟고, 반은 마신 디트에한은 자연스럽게 비운 잔을 점원에게 내밀어 치우면서 익숙한 태도로 지시를 내렸다.
“그래, 에드. 한 동안은 그럴 예정이야. 너도 음식 준비만 해주고 바로 퇴근해도 돼. 급여는 정상적으로 챙겨줄테니까.”
에드라고 불린 직원은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플라니아는 살짝 입을 벌렸다.
“너 여기 점장이었어?”
“말 안 했어? 내가 말하는 거 까먹은 모양이네.”
디트에한이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플라니아는 어이가 없었다.
“여긴 왜 차린거야.”
“우리 졸업하기 전에 그랬잖아. 다 같이 여기서 보자고. 그래서 왔었는데, ‘돼지의 여물통’이 망해있더라고. 그래서 인수했어.”
“왜 카페로 바꾼거야? 카페 위치로 좋을 곳이 아닌데.”
“셀시는 좋아할테니까.”
“메뉴가 카므슈슈 밖에 없던 건......”
플라니아는 메뉴판을 보면서 말을 흐렸다. 카므슈슈는 셰레샤이데가 가장 좋아하던 디저트였다. 셰레샤이데를 사랑한 디트에한이 모를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유행 지난 디저트인 카므슈슈와 벌꿀주밖에 없는 메뉴판은 어쩌면.....
디트에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병을 집었다.
“셀시가 오면 좋아해주겠지.”
체념한 사람처럼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닥거리면서, 디트에한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플라니아는 다시 화가 났다. 정말 디트에한이 셰레샤이데를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선 안되었다. 셰레샤이데는 디트에한에게 실연 당한 아가씨에게 뺨을 맞고서도 자신의 뺨이 아니라 아가씨의 마음을 신경 쓰던 애였다. 그런 셰레샤이데라면 이런 디트에한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플라니아는 다시 행동하기로 했다. 이번엔 디트에한이 아니라, 친구 셰레샤이데를 위해서.
“그러면 이러면 안되는거야.”
플라니아는 디트에한에게서 술병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던져버렸다. 술병은 바닥에 닿아 산산히 부서졌다. 디트에한이 고른 치열을 드러내면서 이를 갈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플라니아는 다른 술병마저 모조리 던져버렸다.
“셀시는 절대로 좋아하지 않아. 네가 이렇게 찌질거리면서 스스로를 망가트리는 모습 따위 절대 좋아하지 않아.”
가게에 큰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자제했지만, 디트에한의 가게라면 말은 달라진다. 게다가 손님도 더 받지 않는다면 더더욱.
“지금 이게 무슨 일....!”
깨지는 소리에 달려온 점원에게, 플라니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금화를 한 주머니 던졌다.
“에드라고 했나? 여기, 배상금. 부족하진 않을거야. 치우는 건 내가 할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네, 손님. 다만 가게 내 청소는 제 업무이니 하던 일 마저 마치시면 불러주십시오.”
경악하지도 않은 채로, 점원은 돈을 받고 우아하게 물러섰다. 먹으려던 술이 모조리 파괴된 디트에한의 눈이 희번득하게 빛났다. 안광이 흉흉했지만 플라니아에게 디트에한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무서울 리가 없었다. 짝사랑이 망하고 찌질대는 남자가 무섭다면 바다를 누비면서 험난한 선원들 사이에서 사략선 선장 역할도 못했을 것이다.
“뭐하는 짓이야.”
“네가 진작 해야했을 짓. 셀시가 너를 봤다면 했을 짓.”
올라갔던 눈꼬리는 셀시를 언급하자 추욱 내려갔다. 디트에한도 알 것이다. 모를 수가 없었다. 셰레샤이데는 디트에한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었다.
“내가 밉고 짜증나겠지. 술을 마셔야 하루를 이겨낼 것 같은데 그것마저 앗아가니까 싫겠지. 그래도 먹지 마.”
“썅, 네가 뭘 알아! 잔소리질 좀 작작하고 신경 꺼!”
디트에한이 마침내 역정을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막 소리를 친 사람 치고는 바로 후회하는 것 같았지만 기세를 누그러트릴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플라니아는 덤덤하게 디트에한의 역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바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빠른 목소리로, 그렇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하는 말 하나하나가 디트에한에게 꽂히도록.
“내가 뭘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알콜 중독인데 술 뺏긴 기분을 모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을 모를까? 말했잖아. 나는 알콜중독이었다고. 게다가 그림 데쥬한테 떳떳하게 보이고 싶어서 술도 끊었는데, 사랑하던 그림 데쥬도 죽어버렸다고. 너네 중 한 명이 죽여버렸다면서. 그런 마당에, 내가 네 심정을 모를 게 뭐 있는데?”
알콜 중독인 적이 있어서 현재의 디트에한이 어떤 상태인지도 안다. 아마 술이 생명줄인 것처럼 의존하고 살았겠지. 그래서 플라니아는 더더욱 디트에한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알콜 중독이었던 플라니아는 그림 데쥬와 친해지면서 술을 끊을 수 있었다. 그 때의 플라니아에게 술보다 더 필요했던 건, 친밀한 친구였다. 디트에한도 분명 그럴 것이다. 플라니아는 그렇게 믿었다.
“씨발..... 그래. 모를 수가 없겠지.”
“그렇지?”
“.......소리질러서 미안.”
“알면 됐어.”
“그래도 술은 마실거야. 에드!”
디트에한이 집게 손가락을 펴고 부르자 직원 에드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플라니아는 들으란 듯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에드, 원가의 두 배를 줄테니까 이 새끼가 먹을 술 모조리 깨버려.”
“내가 사장인 건 알지? 돈 주는 건 나라는 걸 잊지 마라.”
“에드, 이 새끼가 너 자르면 지금 봉급 두 배로 내 배에서 일하게 해주지. 걱정 말고 모조리 깨버려.”
에드는 살짝 곤란한 듯이 미소지었다. 꽤나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플라니아는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에드, 한 번 생각해봐. 재밌을 것 같지 않니?”
“어떤....것 말씀이십니까?”
“알콜 중독자의 눈 앞에서 모조리 술을 버려버리는 것 말이야. 재밌지 않을까? 간절하게 안된다고 비는 그 얼굴 앞에서 깨버렸을 때 경악하는 그 표정을 보면 짜릿하지 않겠어?”
에드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재밌겠군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야, 에드 너 이 새끼...!”
에드는 예의바른 얼굴로 카운터에서 망치를 가져와서 디트에한이 말리기도 전에 술병을 모조리 도륙내버리기 시작했다. 쨍! 쨍! 쨍! 어찌나 기세가 깔끔했던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카페의 바닥은 술로 흥건했고, 술 냄새도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의 돼지의 여물통 같았다. 신나게 모든 술병을 깨버린 에드는 묵묵히 대걸레를 가져와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상태였다. 에드의 은근한 평온함은 마치 체한 것이 내려간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플라니아는 디트에한이 얼마나 술만 먹고 주변을 보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플라니아, 내가 너에게 화내지 않아야 할 이유를 대봐.”
디트에한은 천천히 일어나면서 플라니아를 노려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건들였다간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레믈롯만큼이나 화를 잘 내지 않는 디트에한이었지만 한 번 화를 내면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플라니아는 어렵지 않았다. 디트에한은 결국 화를 억지로라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다.
“첫째, 전 알콜 중독자로서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둘째, 셀시는 술 마시는 사람 싫어해. 마지막으로 셋째, 셀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네가 나한테 화내면 난 말 안 할거야. 이 정도면 충분해?”
“젠장.”
디트에한의 어깨가 가라앉았다. 셰레샤이데 아스텔은 디트에한에게 있어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었다. 화도 낼 수 없게 된 디트에한은 팔짱을 끼고 플라니아에게 짜증스럽게 물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건데 그래?”
“그 때 기억나? 널 운명의 상대로 생각했던 아가씨가 돼지의 여물통 근처까지 찾아온 거.”
“글쎄, 그게 한 두 명이어야 말이지.”
“셀시 뺨을 때린 아가씨 말이야. 이름이 블랑이었나? 아무튼, 테아넨 령의 아가씨였는데.”
“아. 그 이야긴 왜 하려는 건데.”
디트에한이 마른 세수를 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플라니아는 삐딱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긴, 그 아가씨가 가고 나서 나한테 셀시가 해준 말이 있거든.”
“해봐.”
소파에 걸터 앉은 디트에한이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뺨을 맞았음에도, 셰레샤이데는 그저 다정하게 아가씨의 이야기를 듣다가 달래주었다.
“나는 아가씨가 순간의 감정 때문에 오래도록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처음 보는 내가 마음이 안 좋을 정도에요.”
“입에 발린 말을 하네. 날 우습다고 생각하면서. 넌 디트에한의 마음을 가졌잖아.”
자조적인 말투로 아가씨가 자학하자, 셰레샤이데는 정색하면서 아가씨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붙여 아가씨의 눈을 마주 보았다.
“전혀요.”
“이게? 지금 내 꼴이 전혀 우습지 않다고? 화장도 번지고 머리도 엉망이고 옷도 더러운데?”
퉁퉁 부은 얼굴에 화장은 번졌고, 머리는 헝클어졌고, 옷은 오래 입어 꼬질꼬질해졌다. 아가씨가 자조하는 말대로, 아가씨는 우스운 꼴이었다. 플라니아라면 그 면전에서라도 우습다며 비웃어줄 수 있었다.
“우습지 않아요. 아가씨의 정성들여 한 화장이 번지고, 머리는 흩트러지고, 정성껏 차려입은 옷이 더러워져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아가씨는 그냥 온 거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뻐보이고 싶었잖아요.”
하지만 셰레샤이데는 그러지 않았다. 비웃는 대신, 아가씨를 위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아가씨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려고 했고, 그랬음에도 실패한 것이 슬픈 거잖아요. 전 제 검술이 형편 없다고 비웃는 사람이 싫어요. 제가 게을렀다면 모를까, 전 열심히 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비웃음 당하기 싫은 만큼 다른 사람의 노력을 함부로 비웃고 싶지 않아요. 그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아니까. 그리고 오해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디트에한과 나는 그냥 친구에요.”
“아까 빨간 머리 여자애도 그 말 하던데, 너희 둘 중 하나겠지.”
“빨간 머리라면, 플라니아 공주님일거에요. 만약 디트에한이 좋아한다면 공주님이겠죠. 저희 공주님은 예쁘고, 똑똑하고, 의지도 대단한 분이거든요. 누가 그런 분을 안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난 역시 그게 너라고 생각해. 디트에한이 좋아한다는 사람은 너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하하, 그렇진 않을 걸요?”
볼을 긁적이면서 셰레샤이데가 더 말하려는 것을 가로막고, 아가씨가 단정 지어 말했다.
“아니, 너야. 넌 분명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야. 널 미워해야 맞을텐데도 전혀 미워하고 싶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해. 강렬해서 운명이라고 착각한 마음도, 뺨을 때린 사람에게조차 친절한 널 보니까 이렇게나 깔끔하게 납득되어버리는 걸. 이런 애는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고.”
아가씨는 눈물 젖은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면서 후후 웃었다. 개운해보였다.
“내 이름은 블랑쉐야. 블랑쉐 테아넨. 혹시 중부 지역에 올 일이 생긴다면 테아넨 령을 들려줘. 네 뺨을 친 대가는 치를테니까.”
“네? 괜찮은데요?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내가 맞아서 아가씨 기분이 한결 나아졌잖아요.”
셰레샤이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지만 이미 블랑쉐는 듣지 않고 있었다.
“잊지 마. 테아넨 령을 찾아와!”
블랑쉐는 그렇게 일방적인 말을 내뱉고는 가버렸다. 차인 사람 치고는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플라니아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 싸가지 없는 년이? 셀시에게 사과를 할 거면 즉석에서 할 것이지. 빚 갚겠다는 말은 왜 해. 사과를 하라고, 사과를!’
물론 그런 생각을 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었다. 그런 말을 내뱉었다가는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래서 블랑쉐가 사라지자마자 디트에한과 함께 막 나타난 척, 태연하게 셰레샤이데의 앞에 나타나 물었다.
“어, 셀시. 왜 이제야 와~ 우리 네가 하도 안와서 기다리다가 데리러 왔잖아.”
“그랬어요? 미안해서 어쩌지....”
“됐고, 어서 들어가자. 그런데 네 뺨은 왜 그래?”
“아, 좀 넘어졌어요. 금방 나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 일도 아니었고요. 전 괜찮아요! 이쯤이야!”
크게 하품을 하면서 팔을 늘였다. 셰레샤이데는 봄날의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한껏 팔을 펼쳤다. 여유로워 보이는 셰레샤이데에 비해, 디트에한은 안절부절했다. 눈을 굴리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셰레샤이데가 맞은 것에 죄책감을 가지긴 한 모양이었다.
“....셀시. 뺨은 좀 괜찮아?”
“당연하지. 괜찮대도?”
상처를 살피면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셰레샤이데의 얼굴이 천천히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터질 것 같은 셰레샤이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뚜껑이 열리면서 증기가 모락모락 솟아날 것 같았다.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좀 떨어질래?”
그렇게 말해도, 디트에한은 셰레샤이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상처가 없는지 확인하고 던전에 가지고 다니는 연고를 두껍게 상처 부위에 바르고 나서야 비로소 디트에한은 살짝 붉게 변한 셰레샤이데의 표정을 보았다.
"이 새끼가, 좀 떨어지라니까. 어차피 연고 발라봤자 별 의미도 없는데 왜 얼굴을 들이대?"
툴툴대면서 셰레샤이데가 디트에한을 살짝 밀었다. 미는대로 밀리면서, 디트에한은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나 때문이야.”
셰레샤이데는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니만. 다 봤구나?”
“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 신경 안 써! 아가씨가 때린 건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맞았을 때 정말 아픈 쪽은 술 취한 아저씨지. 그럼 이제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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