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조회 : 1,480 추천 : 2 글자수 : 4,515 자 2022-09-23
컴컴한 동굴에 알칸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라이트.”
빛의 구체가 반짝이며 동굴을 환하게 밝혔다. 알칸은 날카로운 오거의 뼈를 들고, 우둘투둘한 동굴 벽에 날짜를 기록했다.
“오 년.”
벽면에는 알칸이 동굴에서 살아온 날짜가 모두 기록되었다. 손에 들린 뼈를 바닥에 놓았다.
오 년 동안 알칸은 많이 변했다.
알칸은 자르지 못한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동여맸다. 허약해 보였던 몸이 탄탄해졌다. 마른 체형이었지만, 지금은 근육이 자리를 잘 잡았다. 군데군데 상처들마저 그가 얼마나 몬스터와 겨루었는지 빤히 보였다.
오 년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제 이건 지겹네.”
알칸은 전설의 비전서인 <기사록>과 전설의 마법서를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
“전설의 마법서. 이거 랑쥐가 준 건데.”
두 책 모두 오 년 동안 얼마나 보았는지, 손때가 많이 묻어났고 너덜너덜해졌다. 이젠 보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다.
알칸은 동굴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
열장에 들어오기 전 진샬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친히 너에게 자비를 베푸노라. 저곳에서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기 전까진 나오지 못한다.-
오 년 동안 12구역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해치웠다.
“자비 없는 진샬. 어떻게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냐고!”
또 다시 진샬의 얼굴이 떠올랐다. 실전 연습이지만, 열장에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알칸은 12구역에 있는 만만한 몬스터를 먼저 처리했다. 오 년 동안 제법 실력이 늘었고, 겨루기에 만만해졌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죽을 때까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몬스터는 아주 뛰어난 번식력을 자랑했다. 그중에 제일은 오크였다.
“종족 번식이 대단해, 아주.”
그들은 알칸이 처리하지 못한 트롤과 고블린, 다른 종족을 길들이며 종족을 확장시켰다. 세력이 확장되었고, 먹을것이 없어졌다. 오크들이 힘없는 몬스터와 마물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가끔 지들끼리 잡아먹기도 했다.
“아. 배고프네.”
숲에는 먹을 것이 없어졌다. 알칸은 랑쥐에게 간식으로 줄 음식을 아공간에 넣어두었었는데, 그것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먹을 것이 없다.
“여기서 나가면 먹을 것부터 아공간에 먹을 것부터 챙겨둬야겠어.”
아공간에 보관된 음식은 기간 상관없이 신선했다. 열장에 갇히지 않았다면, 그런 기능을 몰랐을 것이다.
스거겅
동굴 입구에서 들린 소리.
알칸의 몸이 긴장한 듯 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동굴 입구엔 이미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몬스터들의 침입이 불가했다.
“걸려들었군.”
하지만 알칸은 오늘 마법진을 해체했다. 알칸의 구역에 오크의 대장 돼라번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백날 오크 몇 마리 죽인다고 되는 게 아니야.”
오 년 동안 오크를 수도 없이 죽였지만,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종족 번식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크의 수명을 40년으로 알고 있지만, 종족이 번식되면서 40년 50년 100년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12구역의 모든 몬스터를 없애는 게 답이 아니었다.
“진샬이 원한 건, 몬스터 모두를 없애는 게 아니야. 제일 강한 몬스터를 없애는 것일지도 모르지. 돼라번 대장만 죽인다면, 어쩌면 열장이 열릴지도 몰라.”
죽을 때까지 열장 안에 갇힐 순 없다. 혹시나 모를 희망에 목숨을 걸어보기로 했다.
알칸은 동굴 안 라이트 마법을 해체했다. 동굴은 컴컴해졌다.
크킁 킁크킁
동굴에 몇 마리의 오크가 들어왔다. 검은색 피부엔 돋아난 초록색 털. 넓대대한 얼굴 면적에 솟아난 송곳니. 악취와 같은 냄새가 동굴에 퍼져나갔다.
“라이트!”
알칸은 동굴에 빛을 놓았다. 동굴이 갑자기 환해지자, 오크들이 시린 시야를 손으로 가렸다.
오크 다섯 마리. 그리고 돼라번까지 여섯. 돼라번이 빛을 이겨내고, 알칸을 주시했다.
“왜 이제 와, 내가 많이 기다렸잖아.”
“?”
팟
동굴 입구에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입구가 막히자 돼라번이 당혹스럽게 입구를 응시했다. 그가 알칸이 자신을 유인했고, 알칸을 없애지 못하면, 동굴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함께 따라온 오크들은 강했다. 그리고 동굴 입구 밖에도 오크들이 떼 지어 있다. 어떻게든 동굴 입구를 열 것이라 생각했다.
돼라번은 다시 알칸을 쳐다보며, 오크를 향해 명했다.
“크크컥!”
“커컥컥!”
“뭔, 돼지 멱따는 소리야!”
돼라번의 소리에 세 마리의 오크가 알칸을 향해 매섭게 달려왔다. 좁은 동굴에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오자 알칸 피식 웃어댔다.
“시작!”
알칸은 테우스라만테 검을 꺼내 들었다. 두 손에 잡힌 테우스라만테 검.
마치 알칸과 함 몸이 된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크컥컥!”
오거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엔 창과 칼이 들려있었고, 매우 날카로웠다.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았다.
세 개의 창과 칼이 알칸을 향해 꽂히자, 알칸은 뒷걸음질했다.
“어쭈?”
둔탁해 보이는 덩치였지만, 몸은 날렵했다. 괜히 돼라번 대장과 함께 다니는 게 아니었다.
“세마리가 달려들면, 곤란할 줄 알았지? 크큭. 빨리 끝나겠네?”
알칸은 테우스라만테 검을 한 손으로 잡고 360도, 원을 그리며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알칸의 한 손에서 회오리바람이 불 듯 테우스라만테 검이 그의 손을 휘감았다.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내가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는데. 이게 제일 빨랐어.”
테우스라만테 검에 오러가 씌어졌다. 푸르른 오러가 회전하자, 푸른색 회오리가 치는 듯 보였다.
“커컥!”
하지만 오크들은 인간의 잡기술이라 생각했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오크 세 마리가 알칸을 포위하듯 점점 포위망을 좁혔다.
알칸이 미리 외워둔 마법을 펼쳤다.
부우웅
알칸에게서 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그 모습에 돼라번이 멈칫거렸다. 두 눈을 깜빡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검사는 처음 보았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두려워졌다.
쎈 바람이 테우스라만테 검에 씌여진 오러를 움직이게 했다.
스수수숙
오거의 몸이, 오러를 실은 회오리 바람에 산산이 조각났다. 당연히 오크를 박살 내기에 충분했다.
사사삭
스스슥
나머지 두 마리의 오거 또한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났다. 그들의 창과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동굴에 메아리쳤다.
쿵
돼라번은 미간을 좁히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커컥?”
검사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에 큰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인간이 저 정도의 힘을 발휘했다면, 분명 마나와 포스를 많이 사용했겠다고 생각했다.
돼라번이 의미심장하게 웃기 시작했다. 알칸의 테우스라만테 검을 유심히 응시했다.
돼라번이 한발 물러서자, 나머지 두 마리의 오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을 얼마나 길들였는지,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저 알칸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듯 입맛을 다셨다.
“크크커컥!”
12구역을 장악한 오크.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나, 동굴 안에선 세 마리일 뿐이다.
알칸은 조금 전 테우스라만테 검을 회오리로 사용하면서 마나와 포스를 많이 사용하긴 했으나, 기회는 오늘뿐이었다.
“간다.”
알칸이 먼저 달려들자, 오거가 순식간에 쇠붙이를 던졌다.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제법 많은 양의 쇠붙이가 공중에서 알칸을 향해 매섭게 내리쳤다.
“윽!”
처음 보는 쇠 붙이었다. 동그랗고 넓적한 쇠 붙이었는데, 겉면은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으윽!”
알칸은 테우스라만테 검을 휘두르며 베르트르 갑옷을 입었다. 하지만 쇠붙이에 맞은 한쪽 다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크크커컥?”
돼라반이 알칸의 갑옷을 유심히 응시했다. 두 눈을 깜빡이며 탐욕의 눈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두 마리의 오거. 몸짓은 조금 전 오거들과 같았지만, 더 민첩했고, 더 포악했다.
“커커커컥컥!”
두 마리 오거가 두 손으로 가슴을 팍팍 두드렸다. 곧 알칸을 향해 돌진했다.
채앵
테우스라만테 검에 오러가 일렁거렸고, 정확히 오크 두 마리를 찔렀다.
오크 한 마리가, 자기의 가슴을 관통한 테우스라만테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른 한 마리가 거머리처럼 알칸의 몸에 붙었다.
알칸은 베르테르 갑옷 덕분에 몸을 다치지 않았지만, 절대 빠져나가지 못했다.
알칸과 오크 두 마리가 서로 엉켰다. 알칸은 오거와 함께 바닥에 꼬꾸라지며, 맨 밑에 깔렸다.
“허, 헉.”
알칸은 오거 두 마리의 무게 때문에 압사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알칸은 압사당할 것 같은 상황에서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때, 돼라반이 달려들었다.
오크의 몸에 관통한 테우스라만테 검을 손쉽게 뺏어 들었다.
“크크크큭컥컥!!”
테우스라만테 검을 뺏겼다.
돼라반의 눈에 살기가 보였다. 알칸을 향해 테우스라만테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알칸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알칸은 두 주먹을 쥐고, 자신의 마나를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다.
“난, 이렇게 안 죽는다. 난, 다시 돌아간다!”
동굴 안 습한 기운이 허공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푸르른 빛을 냈다.
돼라반이 테우스라만테 검을 알칸을 향해 내리쳤다.
스겅!
돼라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알칸이 사라졌다.
분명 칼에 찔러 죽어 있어야 할 알칸이 없어졌다.
“야!”
돼라반 뒤에서 알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칸의 목소리에 흠칫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혔다.
사라진 알칸이 돼라반 뒤에 서 있었다. 목덜미가 섰다. 돼라반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한 걸을 뒤로 물러섰다.
팍!
돼라반의 목에 날카로운 창이 꽂혔다.
“감히 내 것을 탐해?”
“크 …크 컥.”
돼라반은 믿을 수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검사가 무서운 줄 이제야 알게 됐다. 돼라반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순간 이동. 5써클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마법.
알칸은 자기에게 남아 있는 마나를 모두 쥐어짰다. 알칸은 자신이 시야가 닿는 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전설의 마법서를 보며 수도 없이 영창했던 마법. 오 년 동안 연습했던 필살기였다.
알칸은 바닥에 떨어진 테우스라만테 검을 들었다. 검이 반기기라도 하는 듯 손에 착 달라붙었다.
알칸은 동굴 입구로 나섰다. 역시나 오크들이 떼거지로 몰려있었다. 하지만 입구로 나온 알칸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그들의 대장인 돼라반이 보이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그가 죽은 걸 느꼈다.
알칸은 붉은 열장 보이는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진샬님, 보고 계십니까!”
알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돼라반을 처리했음에도, 그 방법이 아니라면, 이곳을 빠 나갈 수 없다면… 알칸은 절실했다.
“진샬님! 제 얘기 듣고 계십니까!”
푸르른 하늘에 붉은색 열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칸이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진샬님!!!”
하늘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곧, 처음 이곳에 떨어질 때처럼 알칸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알칸은 가슴팍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알칸이 돌아왔다!
“라이트.”
빛의 구체가 반짝이며 동굴을 환하게 밝혔다. 알칸은 날카로운 오거의 뼈를 들고, 우둘투둘한 동굴 벽에 날짜를 기록했다.
“오 년.”
벽면에는 알칸이 동굴에서 살아온 날짜가 모두 기록되었다. 손에 들린 뼈를 바닥에 놓았다.
오 년 동안 알칸은 많이 변했다.
알칸은 자르지 못한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동여맸다. 허약해 보였던 몸이 탄탄해졌다. 마른 체형이었지만, 지금은 근육이 자리를 잘 잡았다. 군데군데 상처들마저 그가 얼마나 몬스터와 겨루었는지 빤히 보였다.
오 년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제 이건 지겹네.”
알칸은 전설의 비전서인 <기사록>과 전설의 마법서를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
“전설의 마법서. 이거 랑쥐가 준 건데.”
두 책 모두 오 년 동안 얼마나 보았는지, 손때가 많이 묻어났고 너덜너덜해졌다. 이젠 보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다.
알칸은 동굴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
열장에 들어오기 전 진샬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친히 너에게 자비를 베푸노라. 저곳에서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기 전까진 나오지 못한다.-
오 년 동안 12구역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해치웠다.
“자비 없는 진샬. 어떻게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냐고!”
또 다시 진샬의 얼굴이 떠올랐다. 실전 연습이지만, 열장에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알칸은 12구역에 있는 만만한 몬스터를 먼저 처리했다. 오 년 동안 제법 실력이 늘었고, 겨루기에 만만해졌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죽을 때까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몬스터는 아주 뛰어난 번식력을 자랑했다. 그중에 제일은 오크였다.
“종족 번식이 대단해, 아주.”
그들은 알칸이 처리하지 못한 트롤과 고블린, 다른 종족을 길들이며 종족을 확장시켰다. 세력이 확장되었고, 먹을것이 없어졌다. 오크들이 힘없는 몬스터와 마물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가끔 지들끼리 잡아먹기도 했다.
“아. 배고프네.”
숲에는 먹을 것이 없어졌다. 알칸은 랑쥐에게 간식으로 줄 음식을 아공간에 넣어두었었는데, 그것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먹을 것이 없다.
“여기서 나가면 먹을 것부터 아공간에 먹을 것부터 챙겨둬야겠어.”
아공간에 보관된 음식은 기간 상관없이 신선했다. 열장에 갇히지 않았다면, 그런 기능을 몰랐을 것이다.
스거겅
동굴 입구에서 들린 소리.
알칸의 몸이 긴장한 듯 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동굴 입구엔 이미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몬스터들의 침입이 불가했다.
“걸려들었군.”
하지만 알칸은 오늘 마법진을 해체했다. 알칸의 구역에 오크의 대장 돼라번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백날 오크 몇 마리 죽인다고 되는 게 아니야.”
오 년 동안 오크를 수도 없이 죽였지만,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종족 번식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크의 수명을 40년으로 알고 있지만, 종족이 번식되면서 40년 50년 100년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12구역의 모든 몬스터를 없애는 게 답이 아니었다.
“진샬이 원한 건, 몬스터 모두를 없애는 게 아니야. 제일 강한 몬스터를 없애는 것일지도 모르지. 돼라번 대장만 죽인다면, 어쩌면 열장이 열릴지도 몰라.”
죽을 때까지 열장 안에 갇힐 순 없다. 혹시나 모를 희망에 목숨을 걸어보기로 했다.
알칸은 동굴 안 라이트 마법을 해체했다. 동굴은 컴컴해졌다.
크킁 킁크킁
동굴에 몇 마리의 오크가 들어왔다. 검은색 피부엔 돋아난 초록색 털. 넓대대한 얼굴 면적에 솟아난 송곳니. 악취와 같은 냄새가 동굴에 퍼져나갔다.
“라이트!”
알칸은 동굴에 빛을 놓았다. 동굴이 갑자기 환해지자, 오크들이 시린 시야를 손으로 가렸다.
오크 다섯 마리. 그리고 돼라번까지 여섯. 돼라번이 빛을 이겨내고, 알칸을 주시했다.
“왜 이제 와, 내가 많이 기다렸잖아.”
“?”
팟
동굴 입구에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입구가 막히자 돼라번이 당혹스럽게 입구를 응시했다. 그가 알칸이 자신을 유인했고, 알칸을 없애지 못하면, 동굴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함께 따라온 오크들은 강했다. 그리고 동굴 입구 밖에도 오크들이 떼 지어 있다. 어떻게든 동굴 입구를 열 것이라 생각했다.
돼라번은 다시 알칸을 쳐다보며, 오크를 향해 명했다.
“크크컥!”
“커컥컥!”
“뭔, 돼지 멱따는 소리야!”
돼라번의 소리에 세 마리의 오크가 알칸을 향해 매섭게 달려왔다. 좁은 동굴에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오자 알칸 피식 웃어댔다.
“시작!”
알칸은 테우스라만테 검을 꺼내 들었다. 두 손에 잡힌 테우스라만테 검.
마치 알칸과 함 몸이 된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크컥컥!”
오거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엔 창과 칼이 들려있었고, 매우 날카로웠다.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았다.
세 개의 창과 칼이 알칸을 향해 꽂히자, 알칸은 뒷걸음질했다.
“어쭈?”
둔탁해 보이는 덩치였지만, 몸은 날렵했다. 괜히 돼라번 대장과 함께 다니는 게 아니었다.
“세마리가 달려들면, 곤란할 줄 알았지? 크큭. 빨리 끝나겠네?”
알칸은 테우스라만테 검을 한 손으로 잡고 360도, 원을 그리며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알칸의 한 손에서 회오리바람이 불 듯 테우스라만테 검이 그의 손을 휘감았다.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내가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는데. 이게 제일 빨랐어.”
테우스라만테 검에 오러가 씌어졌다. 푸르른 오러가 회전하자, 푸른색 회오리가 치는 듯 보였다.
“커컥!”
하지만 오크들은 인간의 잡기술이라 생각했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오크 세 마리가 알칸을 포위하듯 점점 포위망을 좁혔다.
알칸이 미리 외워둔 마법을 펼쳤다.
부우웅
알칸에게서 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그 모습에 돼라번이 멈칫거렸다. 두 눈을 깜빡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검사는 처음 보았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두려워졌다.
쎈 바람이 테우스라만테 검에 씌여진 오러를 움직이게 했다.
스수수숙
오거의 몸이, 오러를 실은 회오리 바람에 산산이 조각났다. 당연히 오크를 박살 내기에 충분했다.
사사삭
스스슥
나머지 두 마리의 오거 또한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났다. 그들의 창과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동굴에 메아리쳤다.
쿵
돼라번은 미간을 좁히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커컥?”
검사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에 큰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인간이 저 정도의 힘을 발휘했다면, 분명 마나와 포스를 많이 사용했겠다고 생각했다.
돼라번이 의미심장하게 웃기 시작했다. 알칸의 테우스라만테 검을 유심히 응시했다.
돼라번이 한발 물러서자, 나머지 두 마리의 오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을 얼마나 길들였는지,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저 알칸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듯 입맛을 다셨다.
“크크커컥!”
12구역을 장악한 오크.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나, 동굴 안에선 세 마리일 뿐이다.
알칸은 조금 전 테우스라만테 검을 회오리로 사용하면서 마나와 포스를 많이 사용하긴 했으나, 기회는 오늘뿐이었다.
“간다.”
알칸이 먼저 달려들자, 오거가 순식간에 쇠붙이를 던졌다.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제법 많은 양의 쇠붙이가 공중에서 알칸을 향해 매섭게 내리쳤다.
“윽!”
처음 보는 쇠 붙이었다. 동그랗고 넓적한 쇠 붙이었는데, 겉면은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으윽!”
알칸은 테우스라만테 검을 휘두르며 베르트르 갑옷을 입었다. 하지만 쇠붙이에 맞은 한쪽 다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크크커컥?”
돼라반이 알칸의 갑옷을 유심히 응시했다. 두 눈을 깜빡이며 탐욕의 눈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두 마리의 오거. 몸짓은 조금 전 오거들과 같았지만, 더 민첩했고, 더 포악했다.
“커커커컥컥!”
두 마리 오거가 두 손으로 가슴을 팍팍 두드렸다. 곧 알칸을 향해 돌진했다.
채앵
테우스라만테 검에 오러가 일렁거렸고, 정확히 오크 두 마리를 찔렀다.
오크 한 마리가, 자기의 가슴을 관통한 테우스라만테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른 한 마리가 거머리처럼 알칸의 몸에 붙었다.
알칸은 베르테르 갑옷 덕분에 몸을 다치지 않았지만, 절대 빠져나가지 못했다.
알칸과 오크 두 마리가 서로 엉켰다. 알칸은 오거와 함께 바닥에 꼬꾸라지며, 맨 밑에 깔렸다.
“허, 헉.”
알칸은 오거 두 마리의 무게 때문에 압사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알칸은 압사당할 것 같은 상황에서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때, 돼라반이 달려들었다.
오크의 몸에 관통한 테우스라만테 검을 손쉽게 뺏어 들었다.
“크크크큭컥컥!!”
테우스라만테 검을 뺏겼다.
돼라반의 눈에 살기가 보였다. 알칸을 향해 테우스라만테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알칸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알칸은 두 주먹을 쥐고, 자신의 마나를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다.
“난, 이렇게 안 죽는다. 난, 다시 돌아간다!”
동굴 안 습한 기운이 허공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푸르른 빛을 냈다.
돼라반이 테우스라만테 검을 알칸을 향해 내리쳤다.
스겅!
돼라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알칸이 사라졌다.
분명 칼에 찔러 죽어 있어야 할 알칸이 없어졌다.
“야!”
돼라반 뒤에서 알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칸의 목소리에 흠칫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혔다.
사라진 알칸이 돼라반 뒤에 서 있었다. 목덜미가 섰다. 돼라반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한 걸을 뒤로 물러섰다.
팍!
돼라반의 목에 날카로운 창이 꽂혔다.
“감히 내 것을 탐해?”
“크 …크 컥.”
돼라반은 믿을 수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검사가 무서운 줄 이제야 알게 됐다. 돼라반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순간 이동. 5써클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마법.
알칸은 자기에게 남아 있는 마나를 모두 쥐어짰다. 알칸은 자신이 시야가 닿는 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전설의 마법서를 보며 수도 없이 영창했던 마법. 오 년 동안 연습했던 필살기였다.
알칸은 바닥에 떨어진 테우스라만테 검을 들었다. 검이 반기기라도 하는 듯 손에 착 달라붙었다.
알칸은 동굴 입구로 나섰다. 역시나 오크들이 떼거지로 몰려있었다. 하지만 입구로 나온 알칸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그들의 대장인 돼라반이 보이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그가 죽은 걸 느꼈다.
알칸은 붉은 열장 보이는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진샬님, 보고 계십니까!”
알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돼라반을 처리했음에도, 그 방법이 아니라면, 이곳을 빠 나갈 수 없다면… 알칸은 절실했다.
“진샬님! 제 얘기 듣고 계십니까!”
푸르른 하늘에 붉은색 열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칸이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진샬님!!!”
하늘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곧, 처음 이곳에 떨어질 때처럼 알칸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알칸은 가슴팍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알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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