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91화
조회 : 63 추천 : 0 글자수 : 5,034 자 2024-05-07
91화
동백고등학교 옥상
탄금과 화룡은 말싸움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뺨을 때리고 말았다.
탄금의 손이 매섭게 화룡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말 건방지구나!”
순간 얼굴이 번쩍 하면서 화룡은 정신이 아찔했다. 탄금의 기공이 실린 손바닥에 얼굴을 맞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것이다.
“네가 뭔데 내 아우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느냐!”
탄금이 흥분하자 섬천이 그녀를 말린다.
“사저 흥분한 모양인데 그만하게”
갑자기 자신과 대화하다가 화룡에게 불통이 튄 것이다.
여하튼 탄금은 이들과 같은 편이 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런 마음을 섬천도 느끼고 있었지만 예전에 함께 수련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탄금을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화룡이 말실수를 해서 기분이 언짢은 모양인데 흥분하지 말게나.
“제가 어떤 말실수를 했다는 거죠?”
화룡이 섬천의 말투에 기분 나빠서 따진다.
“아니 어쩌자는 건가?”
“어차피 특검대를 배신하고 갈라선 이상! 적으로 취급해야죠.”
“흥 그래 취급한다고? 네 년의 본심이 드러나는 군”
탄금이 비웃자 화룡은 그녀를 노려본다.
“제 뺨을 때린 것으로 저와 척을 진 것입니다.”
화룡은 그러면서 기를 끌어 모은다.
“이봐 화룡”
섬천이 말리려 하자 화룡은 섬천을 나무란다.
“사형은 지금 상황을 보고도 파악이 안 되세요? 그리고 지금 사형의 상태는 회복이 필요해요. 저기서 쉬고 계세요.”
화룡이 쌍심지를 켜고 섬천을 노려보자 섬천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 않아도 홍길동의 장력에 맞아 속이 울렁거리며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래 상처 입은 사형에게는 굳이 공격하지 않겠소.”
탄금은 그러면서 자신의 가야금에 기를 집중하기 시작한다.
“끄응”
탄금을 어찌되었든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려다 실패한 섬천은 투덜거리면서 뒤로 물러난다.
일단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상황을 주변에 아이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수아는 위기의 순간에 탄금이 나타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부채의 기운도 희미한 것을 보니 홍길동 할아버지를 소환하는 데 다시 시간이 걸릴 거야. 그 전에 성태의 몸도 회복해야 하고. 일단 시간을 벌자’
수아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영은 성태의 몸을 치유하는 데 힘을 쓰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도 염주에 기를 소모하느라 힘들었지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언제 저 특검대가 활빈당을 공격할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이마의 땀을 훔치고 일단 성태의 어깨부터 살펴본다. 붕대로 지혈을 하여 다행히 피는 멈추고 있었다.
“성태야 일단 앉아봐”
아영이는 성태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한다.
준석이는 수아와 함께 아영이가 성태를 치유하는 것을 보이지 않게 살짝 가리기 위해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천리안을 꺼내 성태의 상처를 살피기 시작한다.
“세상에”
천리안을 통해 성태의 몸을 투시하자 어깨를 비롯하여 곳곳에 붉은 점이 많이 보였다. 그만큼 홍길동은 서섬천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많은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내상을 입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셨어. 우리를 지키기 위해”
아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홍길동이 생각나서 눈물이 흐른다.
활빈당 아이들도 성태의 상처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야야 울지 말어!”
혁진이가 수아와 준석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영이는 심호흡을 하고 염주에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우우웅”
다행히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자 염주에서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겠어”
아영이는 일단 성태의 어깨부터 잡고 염주의 푸른빛을 접촉하기 시작한다.
“괜찮을까요?”
“뭐가?”
“여기 보면 붉은 점 중에 시커먼 게 보여서요.”
아니나 다를까 성태의 어깨에 천리안을 통해 보니 시커먼 점이 보였다.
염주로 치유를 시작해도 검은 점은 약간만 움직일 뿐 사라질 기미가 안보였다.
“이런 저번처럼 사악한 술수가 걸린 것 같은데”
저번에 경주에서 성태를 치유하기 위해 활빈당 아이들이 온갖 힘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때는 회장 이 헌이 필영이를 통해 술에 이상한 가루를 타서 홍길동이 마신 상태였다.
불순물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뭐야 또 그런 거야?”
혁진이가 다급하게 묻자 준석이가 자세히 더 살펴본다.
서섬천이 길동의 어깨를 강하게 내려찍은 것은 보았지만, 사악한 주술이 걸려 있는 것은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상처가 심해서 검게 보인 것 같아”
“그럼 시간이 더 필요하군요.”
“아무래도 염주에 기를 보충하려면 그렇겠지”
아영이는 일단 하는 데 까지 최선을 다해서 성태를 치유하기로 마음먹었다.
“급한 부위부터 치료할거야”
어깨는 피가 멎었고, 검은 점도 조금씩 희석되어가고 있었다.
아영이가 성태를 열심히 치유하는 동안 탄금과 화룡은 서로 노려보면서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네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그야 두고 보면 알지”
“말이 짧군. 그래 어차피 척을 진 마당에”
“하압”
화룡은 자신의 손에 기를 모아 불덩어리를 만들었다.
“받아라!”
화룡이 손을 뻗자 불덩어리는 작은 구체를 형성하여 탄금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어딜”
탄금은 재빨리 가야금을 퉁기자 그녀의 손에서 무형의 화살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불덩어리가 자신에게 쏟아져 오고 있는 방향으로 날린다.
“슈아아아아”
“콰콰쾅!!”
불덩어리와 무형의 화살은 부딪히면서 큰 폭발을 일으키고 그 충격으로 탄금과 화룡은 한 발짝 물러선다.
선도부 아이들은 그녀들의 싸움에 신기해하면서 폭발 파편이 튈까봐 뒤로 물러난다. 화룡의 불길은 폭발하면서 주변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탄금은 이번에 3성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가볍게 상대하기에는 화룡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공력을 넣어 가야금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옥상에 아름다운 연주가 울려 퍼지면서 그 음파가 화룡을 향해 집중적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무슨 수작이냐?”
화룡은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잠시 홀리는 듯 했지만, 귀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귀를 막았다.
계속 듣다가는 고막이 나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보호막이다.”
화룡은 주술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몸 주변에 음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결계를 치기 시작했다.
“까까깡!”
탄금이 가야금에 실은 음파가 화룡의 몸 주변 결계에 부딪히면서 기이한 소리를 내며 튕겨나간다.
“더 이상 음파공격은 나한테 안 통해”
“흠 제법이구나 사저”
탄금은 음파공격이 통하지 않자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주술을 묶어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화룡의 주술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묶어버린다면 승리는 식은 죽 먹기였다.
“흥 이것도 받아라!”
화룡은 이번에 양 손에서 두 개의 불덩어리 구체를 만들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구체는 화룡의 양손을 통해 탄금에게 쏟아져 나간다.
“휘이잉”
탄금은 재빨리 점프를 하였다. 그녀가 뛰어오른 공간에 화룡의 불구체가 지나갔다.
“흥 잔망한 불덩어리군”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룡이 주술을 사용하자 날아가던 두 개의 구체가 공중에서 멈추었다.
“?”
그러더니 화룡의 손짓에 따라 방향을 꺾어 탄금에게 다시 쏟아져 나가기 시작한다.
“받아라!”
“어딜”
탄금은 오른손에 기를 모아 불덩어리 구체 하나를 손을 쳐내었다.
“퍼펑”
“화르르”
놀랍게도 탄금의 손아귀에 불덩어리 구체 하나는 흔적도 없이 먼지가 되면서 사그러 들었다.
“더 이상 안 통해 네 년의 주술도”
“흥 밑을 보시지”
탄금이 불덩어리 구체 하나를 손으로 쳐 내는 동안 다른 하나가 탄금이 아끼는 가야금에 작렬한 것이다.
“아 안돼!”
“화르르르”
가야금은 화룡의 불덩어리를 맞고 연기를 내면서 겉 부분이 타기 시작했다.
“이런 낭패가!”
탄금이 자신의 옷자락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가야금에 불이 붙은 불을 끄기 시작한다. 하지만 화룡이 주술력을 가하자 불길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네 이년 죽고 싶으냐!”
“흥 맘대로”
자신의 분신이었던 가야금이 불이 붙자 탄금은 이성을 잃을 뻔하였다.
그 때 갑자기 수아가 달려든다.
“비키세요.”
수아는 어느 새 자신의 반지에 기를 모았는지 그것을 응축하여 손에서 파장을 만들었다. 차가운 냉기가 아른거리고 그것을 탄금의 가야금에 쏘기 시작했다.
“치치치치치직”
수아가 반지의 힘을 끌어 가야금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한 것이다.
수아는 예전 화룡이 반지에 얼음의 기운을 담아 불을 끈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경주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고 화룡과 같이 온 혈사가 주변을 온통 불을 질러서 아찔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 때 반지의 힘을 통해 불을 끈 사실을 기억하고 자신도 그 생각에 집중하여 반지에 기를 끌어 모았다.
그러자 반지에서 얼음덩어리의 냉기가 솟아나더니 수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사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야금에 불이 붙었지만 금방 소멸되었고, 겉 부분만 살짝 그을렸을 뿐이었다.
탄금은 자신의 아이마냥 가야금을 쓰다듬고 비탄해 하였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고 흐느끼는 소리가 수아에게 들렸다.
“괜찮으냐? 내가 방심해서 미안해”
탄금이 눈물을 흘리자 수아는 말없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수건을 꺼내 탄금에게 건넨다.
탄금은 수아의 손수건을 쳐다보다가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가야금의 검게 그을린 부분을 닦기 시작한다.
“아니 눈물을 닦으라고 준건데...”
수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탄금에게는 자신의 목숨만큼 소중한 가야금이었기 때문이다.
가야금을 다 닦고 나자 탄금은 수아를 돌아본다.
“신세를 졌군. 이 은혜는 반드시 갚아주마!”
“그건 원수를 갚을 때 쓰는 말이고요. 저야말로 위험한 상황에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수아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안 그래도 홍길동의 영혼이 부채에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많이 벌어야 되는 상황이다.
“넌 내 목숨을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너를 꼭 지켜주마”
탄금은 가야금에 공력을 불어넣으면서 화룡을 노려본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그러게 잘 피했어야지”
“닥쳐라!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탄금은 가야금에 5성의 공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우우웅 우우웅”
가야금에 강한 공력이 들어가자 그녀의 분노를 느낀 것처럼 요란하게 울어댄다.
그리고 탄금은 마지막 줄에 현을 퉁기면서 무형의 화살을 만들었다. 방금 전보다 10배나 큰 화살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화룡!”
“이런 미친”
화룡은 탄금이 엄청난 힘을 써서 거대한 화살을 만들어 자신을 죽이려는 공포를 느꼈다.
“가라~ 내 분신의 복수다!”
“슈아아아아앙”
거대한 화살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 옥상에서 웅장한 소리를 내면서 화룡을 향해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탄금과 화룡은 말싸움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뺨을 때리고 말았다.
탄금의 손이 매섭게 화룡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말 건방지구나!”
순간 얼굴이 번쩍 하면서 화룡은 정신이 아찔했다. 탄금의 기공이 실린 손바닥에 얼굴을 맞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것이다.
“네가 뭔데 내 아우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느냐!”
탄금이 흥분하자 섬천이 그녀를 말린다.
“사저 흥분한 모양인데 그만하게”
갑자기 자신과 대화하다가 화룡에게 불통이 튄 것이다.
여하튼 탄금은 이들과 같은 편이 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런 마음을 섬천도 느끼고 있었지만 예전에 함께 수련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탄금을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화룡이 말실수를 해서 기분이 언짢은 모양인데 흥분하지 말게나.
“제가 어떤 말실수를 했다는 거죠?”
화룡이 섬천의 말투에 기분 나빠서 따진다.
“아니 어쩌자는 건가?”
“어차피 특검대를 배신하고 갈라선 이상! 적으로 취급해야죠.”
“흥 그래 취급한다고? 네 년의 본심이 드러나는 군”
탄금이 비웃자 화룡은 그녀를 노려본다.
“제 뺨을 때린 것으로 저와 척을 진 것입니다.”
화룡은 그러면서 기를 끌어 모은다.
“이봐 화룡”
섬천이 말리려 하자 화룡은 섬천을 나무란다.
“사형은 지금 상황을 보고도 파악이 안 되세요? 그리고 지금 사형의 상태는 회복이 필요해요. 저기서 쉬고 계세요.”
화룡이 쌍심지를 켜고 섬천을 노려보자 섬천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 않아도 홍길동의 장력에 맞아 속이 울렁거리며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래 상처 입은 사형에게는 굳이 공격하지 않겠소.”
탄금은 그러면서 자신의 가야금에 기를 집중하기 시작한다.
“끄응”
탄금을 어찌되었든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려다 실패한 섬천은 투덜거리면서 뒤로 물러난다.
일단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상황을 주변에 아이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수아는 위기의 순간에 탄금이 나타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부채의 기운도 희미한 것을 보니 홍길동 할아버지를 소환하는 데 다시 시간이 걸릴 거야. 그 전에 성태의 몸도 회복해야 하고. 일단 시간을 벌자’
수아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영은 성태의 몸을 치유하는 데 힘을 쓰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도 염주에 기를 소모하느라 힘들었지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언제 저 특검대가 활빈당을 공격할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이마의 땀을 훔치고 일단 성태의 어깨부터 살펴본다. 붕대로 지혈을 하여 다행히 피는 멈추고 있었다.
“성태야 일단 앉아봐”
아영이는 성태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한다.
준석이는 수아와 함께 아영이가 성태를 치유하는 것을 보이지 않게 살짝 가리기 위해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천리안을 꺼내 성태의 상처를 살피기 시작한다.
“세상에”
천리안을 통해 성태의 몸을 투시하자 어깨를 비롯하여 곳곳에 붉은 점이 많이 보였다. 그만큼 홍길동은 서섬천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많은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내상을 입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셨어. 우리를 지키기 위해”
아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홍길동이 생각나서 눈물이 흐른다.
활빈당 아이들도 성태의 상처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야야 울지 말어!”
혁진이가 수아와 준석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콧잔등이 시큰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영이는 심호흡을 하고 염주에 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우우웅”
다행히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자 염주에서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겠어”
아영이는 일단 성태의 어깨부터 잡고 염주의 푸른빛을 접촉하기 시작한다.
“괜찮을까요?”
“뭐가?”
“여기 보면 붉은 점 중에 시커먼 게 보여서요.”
아니나 다를까 성태의 어깨에 천리안을 통해 보니 시커먼 점이 보였다.
염주로 치유를 시작해도 검은 점은 약간만 움직일 뿐 사라질 기미가 안보였다.
“이런 저번처럼 사악한 술수가 걸린 것 같은데”
저번에 경주에서 성태를 치유하기 위해 활빈당 아이들이 온갖 힘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때는 회장 이 헌이 필영이를 통해 술에 이상한 가루를 타서 홍길동이 마신 상태였다.
불순물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뭐야 또 그런 거야?”
혁진이가 다급하게 묻자 준석이가 자세히 더 살펴본다.
서섬천이 길동의 어깨를 강하게 내려찍은 것은 보았지만, 사악한 주술이 걸려 있는 것은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상처가 심해서 검게 보인 것 같아”
“그럼 시간이 더 필요하군요.”
“아무래도 염주에 기를 보충하려면 그렇겠지”
아영이는 일단 하는 데 까지 최선을 다해서 성태를 치유하기로 마음먹었다.
“급한 부위부터 치료할거야”
어깨는 피가 멎었고, 검은 점도 조금씩 희석되어가고 있었다.
아영이가 성태를 열심히 치유하는 동안 탄금과 화룡은 서로 노려보면서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네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그야 두고 보면 알지”
“말이 짧군. 그래 어차피 척을 진 마당에”
“하압”
화룡은 자신의 손에 기를 모아 불덩어리를 만들었다.
“받아라!”
화룡이 손을 뻗자 불덩어리는 작은 구체를 형성하여 탄금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어딜”
탄금은 재빨리 가야금을 퉁기자 그녀의 손에서 무형의 화살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불덩어리가 자신에게 쏟아져 오고 있는 방향으로 날린다.
“슈아아아아”
“콰콰쾅!!”
불덩어리와 무형의 화살은 부딪히면서 큰 폭발을 일으키고 그 충격으로 탄금과 화룡은 한 발짝 물러선다.
선도부 아이들은 그녀들의 싸움에 신기해하면서 폭발 파편이 튈까봐 뒤로 물러난다. 화룡의 불길은 폭발하면서 주변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탄금은 이번에 3성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가볍게 상대하기에는 화룡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공력을 넣어 가야금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옥상에 아름다운 연주가 울려 퍼지면서 그 음파가 화룡을 향해 집중적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무슨 수작이냐?”
화룡은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잠시 홀리는 듯 했지만, 귀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귀를 막았다.
계속 듣다가는 고막이 나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보호막이다.”
화룡은 주술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몸 주변에 음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결계를 치기 시작했다.
“까까깡!”
탄금이 가야금에 실은 음파가 화룡의 몸 주변 결계에 부딪히면서 기이한 소리를 내며 튕겨나간다.
“더 이상 음파공격은 나한테 안 통해”
“흠 제법이구나 사저”
탄금은 음파공격이 통하지 않자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주술을 묶어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화룡의 주술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묶어버린다면 승리는 식은 죽 먹기였다.
“흥 이것도 받아라!”
화룡은 이번에 양 손에서 두 개의 불덩어리 구체를 만들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구체는 화룡의 양손을 통해 탄금에게 쏟아져 나간다.
“휘이잉”
탄금은 재빨리 점프를 하였다. 그녀가 뛰어오른 공간에 화룡의 불구체가 지나갔다.
“흥 잔망한 불덩어리군”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룡이 주술을 사용하자 날아가던 두 개의 구체가 공중에서 멈추었다.
“?”
그러더니 화룡의 손짓에 따라 방향을 꺾어 탄금에게 다시 쏟아져 나가기 시작한다.
“받아라!”
“어딜”
탄금은 오른손에 기를 모아 불덩어리 구체 하나를 손을 쳐내었다.
“퍼펑”
“화르르”
놀랍게도 탄금의 손아귀에 불덩어리 구체 하나는 흔적도 없이 먼지가 되면서 사그러 들었다.
“더 이상 안 통해 네 년의 주술도”
“흥 밑을 보시지”
탄금이 불덩어리 구체 하나를 손으로 쳐 내는 동안 다른 하나가 탄금이 아끼는 가야금에 작렬한 것이다.
“아 안돼!”
“화르르르”
가야금은 화룡의 불덩어리를 맞고 연기를 내면서 겉 부분이 타기 시작했다.
“이런 낭패가!”
탄금이 자신의 옷자락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가야금에 불이 붙은 불을 끄기 시작한다. 하지만 화룡이 주술력을 가하자 불길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네 이년 죽고 싶으냐!”
“흥 맘대로”
자신의 분신이었던 가야금이 불이 붙자 탄금은 이성을 잃을 뻔하였다.
그 때 갑자기 수아가 달려든다.
“비키세요.”
수아는 어느 새 자신의 반지에 기를 모았는지 그것을 응축하여 손에서 파장을 만들었다. 차가운 냉기가 아른거리고 그것을 탄금의 가야금에 쏘기 시작했다.
“치치치치치직”
수아가 반지의 힘을 끌어 가야금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한 것이다.
수아는 예전 화룡이 반지에 얼음의 기운을 담아 불을 끈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경주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고 화룡과 같이 온 혈사가 주변을 온통 불을 질러서 아찔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 때 반지의 힘을 통해 불을 끈 사실을 기억하고 자신도 그 생각에 집중하여 반지에 기를 끌어 모았다.
그러자 반지에서 얼음덩어리의 냉기가 솟아나더니 수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사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야금에 불이 붙었지만 금방 소멸되었고, 겉 부분만 살짝 그을렸을 뿐이었다.
탄금은 자신의 아이마냥 가야금을 쓰다듬고 비탄해 하였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고 흐느끼는 소리가 수아에게 들렸다.
“괜찮으냐? 내가 방심해서 미안해”
탄금이 눈물을 흘리자 수아는 말없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수건을 꺼내 탄금에게 건넨다.
탄금은 수아의 손수건을 쳐다보다가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가야금의 검게 그을린 부분을 닦기 시작한다.
“아니 눈물을 닦으라고 준건데...”
수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탄금에게는 자신의 목숨만큼 소중한 가야금이었기 때문이다.
가야금을 다 닦고 나자 탄금은 수아를 돌아본다.
“신세를 졌군. 이 은혜는 반드시 갚아주마!”
“그건 원수를 갚을 때 쓰는 말이고요. 저야말로 위험한 상황에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수아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안 그래도 홍길동의 영혼이 부채에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많이 벌어야 되는 상황이다.
“넌 내 목숨을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너를 꼭 지켜주마”
탄금은 가야금에 공력을 불어넣으면서 화룡을 노려본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그러게 잘 피했어야지”
“닥쳐라!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탄금은 가야금에 5성의 공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우우웅 우우웅”
가야금에 강한 공력이 들어가자 그녀의 분노를 느낀 것처럼 요란하게 울어댄다.
그리고 탄금은 마지막 줄에 현을 퉁기면서 무형의 화살을 만들었다. 방금 전보다 10배나 큰 화살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화룡!”
“이런 미친”
화룡은 탄금이 엄청난 힘을 써서 거대한 화살을 만들어 자신을 죽이려는 공포를 느꼈다.
“가라~ 내 분신의 복수다!”
“슈아아아아앙”
거대한 화살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 옥상에서 웅장한 소리를 내면서 화룡을 향해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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