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2부] 기습과 반사
조회 : 579 추천 : 0 글자수 : 4,274 자 2025-07-13
새어머니의 옷자락 어디에 숨겼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나와 차가운 눈동자와 더불어 릴리스티아에게 금방이라도 비수를 꽂을 것만 같았다.
“어, 어…어, 어머니?!!”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맞받아 치기로 했던 그녀의 결심이 무색해지게도 그녀의 공격성은 점점 더 매섭고 매몰차게 변하고 있었다.
역시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상황을 역전시키기는커녕, 반대로 겁을 먼저 먹은 쪽이 불리해져가고 있는 실정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섬뜩함이 릴리스티아를 짓눌러오고야 말았다.
그녀는 새로이 다가오는 공포에 몸이 다시 굳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그 이전에 목이 졸려 어떻게 하지 못한 첫 번째 공포의 감각이 다시 되살아 나듯 지금의 어머니에 대한 공포의 각인이 새겨져 버린 듯싶었다.
어머니의 오른손에 움켜쥔 서슬 퍼런 단도가 빠른 속도로 릴리스티아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리, 릴리스티아!”
율리어스가 놀라 냅다 소리를 질렀다.
원래 예전의 그녀였더라면 피할 수 없는 게 맞았다.
하지만 현재의 릴리스티아는 아이덴티티에 의해 전생의 능력을 각성했었다.
더불어 그 능력은 특별한 전생자급이라 할 수 있었음에 따라 얼마든지 어머니를 휘어잡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지만 모녀에 관계에 얽매인 그녀는 함부로 그 부분만큼은 뿌리칠 수 없었다.
그 결과, 상황은 여러모로 인정에 끌려다니다시피 한 사람에게만 악영향을 받고 있었다.
공포의 바다에 휩싸여 잠식되어져버린 그녀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몸이 경직된 마냥, 말을 듣지 않은 채였다.
초점마저 잃어가고 있는 그녀의 두 눈동자만이 단도와 마주 보고 있는 아주 다급한 순간이었다.
『 거기서 당장 떨어져라! 』
슈우우웅 -
혼자 떨어져 있던 그가 소리치기 무섭게 뭔가가 반짝이며 그녀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 계약자. 」
먼저 그 마력을 감지한 아이덴티티가 반응을 보였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듯한 상황엔 직접적으로 참관은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직 모든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자에게 다가오는 위기에 당연한 듯이 즉각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노림수의 정확도는 단도를 든 채. 릴리스티아를 위협하고 있는 그녀를 노린 한 줄기의 빛이었다.
“어, 어머니…. 피해요!”
계속 굳어만 있던 릴리스티아도 머릿속으로 울리는 아이덴티티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가쁘게 그녀를 불렀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딸의 목소리가 귀에 경청할 수준급으로 들릴 리는 없었다.
바로 앞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른 들, 그녀가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 말 안 듣는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하겠지?
벌을 받고 어서 나에게 넘기렴. 어서…. 어서 말이다. 】
말은 겉으로 차분해 보일 뿐이지.
역시 그녀는 정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있는 상태로 같은 말만 중얼거리며 단도를 거둴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빛줄기가 날아와서 저격당한들, 피한다는 전제의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릴리스티아가 어머니를 아무리 불러도 의미가 없었다.
‘아…. 안 돼.’
이대로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도 전에 눈앞에서 어머니를 잃어버릴지도 몰랐다.
【 계약자여. 시간이 없다. 】
아이덴티티 또한 계약자를 통해 이루어질 욕망을 단순하게 잃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이 소녀만큼이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꽤 적합한 계약자는 찾기 힘들다는 이유가 한 몫을 하고 있었던 것도 맞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하고 있었다.
눈앞에 정상이 아닌 저 여자 인간을 잃어버리면 자신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순 없었다.
계약자가 욕망을 이루지 못하는 순간, 그 이후는….
여러 갈래의 길로 결과가 나오긴 했었지만, 왠지 모르게도 이 소녀가 신경이 쓰임에 방관이 아닌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를…. 나는…어머니를 살려야 해!”
후 – 욱.
그녀는 앞뒤 가라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어 버렸다.
【 뭐 하는 짓이야! 】
릴리스티아가 느닷없이 앞으로 ‘훅’하고 튀어나오더니 몸으로 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덩달아 놀라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어선 소리를 질렀다.
쨍그랑!
너무 놀란 나머지 작정하고 릴리스티아를 찌를 뻔한 단도도 손에서 미끄러지며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어머니만 살릴 수 있다면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란 마….”
“그건 릴리스티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돌고 도는 굴레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면 그 마법과 같은 빛줄기에 새어머니가 아닌 릴리스티아가 직격타를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율리어스는 당연히 그걸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제와서 얕본다거나 얕은 생각일 수도 있었지만….
‘고작 마석 하나가 뭐라고.’
사람 목숨 하나에.
그것도 릴리스티아와의 목숨과는 절대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릴리스티아를 그대로 옆으로 밀고 피할 수 있을 거란 이치는 들어맞지 않았다.
밀기에도 그녀를 끌어당기기에도 늦었었다.
≪ pantin(팬틴). ≫
그의 손끝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조차 힘든 마력의 실 같은 게 나오더니, 이내 빛줄기를 순식간에 낚아챘다.
투명한 마력의 실 같은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빛줄기를 도망가지 못하게 감싸 안은 채로 붙들고 있는 특이한 마법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꼭 무슨 조화를 부린 듯 그 모습은 마치 거미줄에 잡혀 바로 도망가지도 못하는 먹잇감과 같은 모습이 연상되었다.
율리어스는 그 잠깐 사이에 나름 방안이 떠올랐던지. 그가 엔테리아 아카데미아에 입학하기 전 각성한 전생 능력을 여기서 접목해 처세술을 펼치기에 바빴다.
그러는 동안 마력의 실에 잡혀있던 빛줄기는 그 안에서 여전히 처음 그대로인 채로 모든 것을 온전히 유지하고는 있었다.
마력의 실이 붙잡는 것 이외에는 빛줄기를 약하게 만든다던가 소멸시킬 수 있는 그런 원리의 힘은 작용하지 않는 듯싶었다.
그는 온전히 유지한 상태로 아주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빛줄기 자체가 노리던 방향이 틀어지고 있었다.
애초가 가주가 노렸던 방향은 새어머니였기 때문에 일직선으로만 나아져 가고 있었지만, 그 방향 자체를 그는 묵인시키려는 모양이었다.
빛줄기는 애초에 가진 목적을 잃고 방향 자체조차도 상실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마치 꼭두각시처럼 조정을 당하며 의지력을 빼앗겨 버렸다.
‘나쁘지는 않네.’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음에 시원찮은 느낌은 지울 수 없는 어감이었다.
아예 소멸을 할 수 있었다면 만족했겠지만 불가능했었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 아직 가주의 능력도 뛰어넘는 건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망할 아버지.’
가주가 매번 하는 데로 내버려 둘 율리어스가 아니었다.
방향을 틀어 기반이 다듬어지자,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었다.
≪ réverbération(리가브베가이션). ≫
그렇게 이어서 빠르게 율리어스는 두 번째 스킬을 읊었다.
빛줄기를 옭아맨 꼭두각시 같은 실은 두 번째 스킬을 쓰는 순간. 곧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원하던 새로운 변화를 보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치 막다른 골목에 막힌 듯 움찔대면서 시전자가 직접적으로 계속 마력을 이용해 조정해서 상대방에게 닿게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개념은 아니었다.
율리어스 손에서는 잠깐이지만 빛줄기가 움찔거리는 건 같았다.
하지만 그건 고작 몇 초에 불가능했다.
빛줄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뭔가에 의해 반사적으로 튕겨져나갔다.
그것 또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율리어스가 무슨 전생의 힘을 각성했는지 가주만은 아버지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정도였지만 그게 다였다.
시전을 하는 율리어스의 눈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마력이 그의 의지에서 따라만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엔테리아(전생의 능력)은 미미한 능력들은 대개 겹쳤지만, 특별한 전생의 능력에 눈을 뜬 극소수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겹칠 수가 없었다.
슈아아아아아 - !
보이지 않는 반환 지점의 느낌에서 반사된 빛줄기의 속력은 재가속을 일으켰다.
그것은 마치 현실의 게임 안이나 소설책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반탄지기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구사했었다.
그리고 빛줄기는 그가 노리던 상대에게로 방향을 뻗어나갔다.
‘이번에는 릴리스티아라도 막을 수 없겠지.
미안하지만 이건 릴리스티아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어.’
율리어스는 이 스킬을 사용한 시점부터 이미 결심한 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작정한 게 맞다고 볼 수 있었다.
언제까지고 새어머니에게 끌려다니고 있다간 릴리스티아가 큰 봉변을 당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걸 눈 뜨고 가만히 지켜볼 율리어스가 아니었었다.
나중에 그녀가 자신에게 등을 돌릴지언정,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진짜 나중에 생각해야 할 일이었기에 그는 사실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가주가 쓴 마법도 사람이 즉사할 수 있는 살상력을 가졌는지도 확실히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 어…. 어머니!”
율리어스의 생각대로 릴리스티아는 다시 어머니를 보호하지 못했다.
그녀가 새어머니를 밀고 나서 그녀는 그대로 그 자리에 넘어져 버렸다.
그리고 차마 앞을 보지 못하겠던지 눈을 질끈 감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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