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은
조회 : 175 추천 : 0 글자수 : 4,677 자 2024-07-26
"우릴 버리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켈렌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며, 방금 들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쿠라스가 술김에 지껄인 게 아니라면 자신이 고민하던 걸 이렇게 바로 정곡을 찌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불행히도, 쿠라스는 술김에 켈렌의 고민을 전부 그의 아내들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내가 어디 있건 너희는 함께 갈 거야."
"...응?"
떨떠름한 반응에 켈렌은 한 번 더 놀랐다.
되게 로맨틱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발언 아니었나?
"아니..."
"싫은데?"
"귀찮아."
세 아내는 짜고 치는 것처럼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당연했다.
남편이 어딜 간다고 자신들이 왜 따라간단 말인가.
집에서 쉬는 게 몇 배는 나을 터였다.
"음... 그래...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켈렌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침대에 도로 드러누웠다.
이런 태도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될 수 없지만, 왠지 찝찝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부르면 갈게."
"내가 필요하다면야."
"대가를 지불하는 건 잊지 말라고."
아내들의 매정한 눈빛을 받아내며, 켈렌은 다짐했다.
어느 정도는 떠나있어야겠다는 것을.
"그래도 너무 오래 떠나지는 말고."
"보고 싶어질 정도로 오래 가는 건 안돼."
"이틀 정도가 적당하겠는데."
소리치려던 켈렌은 수적 열세를 깨닫고 그만뒀다.
지금은 강경대응보다 우호적으로 행동해야 했다.
"고마워, 다들."
"말로만?"
켈렌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침부터 자신을 열받게 하다니, 징벌이 필요해 보였다.
"꺅!"
거칠게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스텔라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켈렌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으에..."
프리나까지도 제압해버린 후에, 켈렌은 얼음사탕을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스트레스가 겨우 풀리는 것 같았다.
"음?"
창밖 풍경을 즐기던 켈렌은 저택으로 뭔가가 날아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갈기갈기 찢긴 종이들이 새의 형태로 뭉쳐져서 날아오는 듯한...
켈렌의 감각은 정확했다.
느낀 그대로의 상황이었다.
"뭐지?"
켈렌이 마력을 불어넣자, 복원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것은 바루펠이 마탑을 붕괴시키고 새로이 설립한 마법학교의 서신이었다.
그곳의 교장이 켈렌에게 학교에 방문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좋군."
켈렌은 그 순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던 건 평온하고 안정적인 인생이 아니었다.
즐거움이 멈추지 않는 인생.
심심풀이 땅콩이 넘쳐나는 인생이었다.
"나 텔라카에 다녀와야겠어."
"마법학교?"
"맞아. 이번에 특별 강읜지 뭔지를 부탁하더라고."
"잘 다녀와. 아니면, 우리도 같이 가서 강의 좀 들을까?"
"...부끄러우니까 절대 안돼."
"무조건 같이 가야겠네."
세 아내가 냉큼 외출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에, 켈렌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곧 마법학교에서 보낸 마차가 도착했고, 켈렌은 세 아내와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날아가면 하루가 안 걸릴 거리를 이틀씩이나 걸려서 마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켈렌을 더 괴롭게 했다.
"가는 길에 아데카에 들렀다 가자."
"왜?"
"정리할 게 있어서."
카르샤가 말을 꺼내자 스텔라가 말을 이었다.
"난 르뤼네르에 볼 일이 좀 있는데."
"그래?"
"이부린이 빙수가 명물이래."
"먹으러 가자..."
일정이 사흘로 뛰자 켈렌은 두통이 심해지는 걸 느꼈다.
마왕군과 싸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그럴 거면 이 마차로 움직일 필요가 있나?"
"보내준 성의를 봐서라도 타고 가야지."
"예의상이지."
"누구나 마력이 넘치는 건 아니라서."
켈렌은 손가락을 까딱 움직여 아공간 마력 저장소를 꺼내들었다.
마력의 절반을 때려붓고 나서야 흥분이 좀 가라앉았다.
"그럼 먼저 이부린으로 가겠습니다."
마부는 켈렌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거들었다.
세 아내는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지만, 켈렌은 지금이라도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선지 요즘 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몸은 한가한데 정신은 바쁜, 이 불쾌한 이질감이 켈렌을 점점 몰아붙이고 있었다.
"허."
이윽고 이부린에 도착하자 마을 전체에서 팥과 각종 과일 냄새가 희미하게 나고 있었다.
"그냥 명물도 아닌 모양이네."
빙수 가게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마을에만 빙수 가게가 서른 개가 넘었으니 찾기는커녕 고르는 게 문제였다.
"두 곳 정도만 갈까...?"
"다섯 군데."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하던 프리나가 반색했다.
켈렌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저기부터!"
켈렌은 환하게 웃는 프리나를 보다가, 다른 두 아내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카르샤는 마을 구경을 하고, 스텔라는 근처 숲에서 명상이나 좀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가도 돼?"
"그래."
"마음대로."
자아를 가진 분신을 만드는 건 내키지 않지만, 켈렌은 아내들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아내들과 떨어지고 싶지도 않았고.
얼음 분신의 그림자 속으로, 마을 외곽으로 사라지는 카르샤와 스텔라를 지켜보던 켈렌과 프리나는 빙수 가게로 들어섰다.
마을에서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큰 가게는 그 규모와 장식만큼이나 맛있어보이는 빙수가 나왔다.
마을 공기의 옅게 새겨진 과일과 팥 냄새는 이곳이 원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채로운 재료로 꾸며진 빙수.
맛은 보이는 그대로였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간 가게는 가장 허름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직접 간 얼음에 달콤한 팥을 얹고, 콩가루와 작은 떡을 얹은 빙수가 나왔다.
얼음은 시원했고 단팥은 훌륭했다.
콩가루는 고소했고 떡은 쫀득했다.
맛있는 빙수였다.
"아, 맛있었어. 인간계는 역시 좋은 게 많다니까."
"그렇지? 아직 못 먹어본 게 많으니까 천천히 도전해보자고."
"그거 아주... 훌륭한 생각인데?!"
시간에 맞춰 두 아내도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프리나와의 하루를 마치고, 켈렌은 잠에 빠졌다.
좋은 꿈은 아니었다. 완벽히 그 반대랄까.
프리나는 켈렌을 버리고 아츠라카로 떠났다.
그 뒷모습을 잊기도 전에 그는 물처럼 녹아내려서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웅덩이가 된 채 죽었다.
눈을 뜨자 스텔라가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매혹당하거나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겠지만, 지금의 켈렌은 달랐다.
조용히 눈을 떼고 미간을 짚었다.
그 불쾌하면서도 의문스러운 반응에 스텔라는 켈렌을 가만히 응시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없었다.
"미안해. 지금은 좀... 머리가 이상하네."
"맞아. 돌아버린 것처럼 보이긴 하네."
"...미안해."
기절하듯 눈을 감고 마차 벽에 머리를 기댄 후, 켈렌은 마력이 안정화되는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 목적지인 르뤼네르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마력은 불쾌해질 정도로 뒤틀렸다.
"자주 다니던 신전이 있어. 한번쯤 가보고 싶어서."
"가자."
스텔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켈렌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켈렌의 불안정한 마력을 느끼면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
반대로 켈렌은 스텔라의 마력을 느끼며 자신의 마력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임시방편이니까 주의해. 그보다 힘든 게 있으면 말해줘야 알지."
스텔라가 마력을 내뿜으며 말했다.
켈렌은 그녀가 화를 낼때마다 보여주는 습관이란 걸 알았지만, 대답을 피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도 모르는데 남에게 말해서 어쩌겠는가.
고작해야 동정 어린 위로나 받을 터였다.
해결책은 고사하고 문제를 알아야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제장님!"
신전에 도착한 스텔라는 신전 주변을 청소하던 중년의 여성에게로 달려갔다.
켈렌은 그 사제장에게서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력량은 평범했지만 신성력은 켈렌의 마력에 버금갈 수준이었다.
"안녕하세요."
스텔라를 반갑게 맞이한 사제장은 멀뚱히 서 있는 켈렌에게 인사를 건넸다.
켈렌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신전은 마법사에겐 어색한 장소였다.
신관과 마법사 또한 어색한 사이였기에, 켈렌은 들어가길 꺼렸다.
하지만 사제장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며, 켈렌을 초대했다.
"감사합니다."
그곳에서 켈렌은 홍차와 견과류를 대접받았다.
신성이 충만한 장소라 그런지, 혼란하던 켈렌의 마음속이 안정됐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지워졌다는 게 아쉬울 뿐.
"잠시 산책을 좀 하고 올 테니 기다려."
스텔라는 사제장과 함께 신전 바깥으로 나갔고, 켈렌은 땅콩과 호두를 집어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스텔라가 돌아오자 이곳에서의 추억 같은 화제로 잡담을 나누었다.
떠나기 직전, 사제장은 켈렌에게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선물로 건넸다.
신성력을 가득 머금은 술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신전을 떠나 마차로 몇 시간을 더 나아가자, 마지막 경유지인 아데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켈렌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며, 방금 들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쿠라스가 술김에 지껄인 게 아니라면 자신이 고민하던 걸 이렇게 바로 정곡을 찌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불행히도, 쿠라스는 술김에 켈렌의 고민을 전부 그의 아내들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내가 어디 있건 너희는 함께 갈 거야."
"...응?"
떨떠름한 반응에 켈렌은 한 번 더 놀랐다.
되게 로맨틱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발언 아니었나?
"아니..."
"싫은데?"
"귀찮아."
세 아내는 짜고 치는 것처럼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당연했다.
남편이 어딜 간다고 자신들이 왜 따라간단 말인가.
집에서 쉬는 게 몇 배는 나을 터였다.
"음... 그래...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켈렌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침대에 도로 드러누웠다.
이런 태도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될 수 없지만, 왠지 찝찝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부르면 갈게."
"내가 필요하다면야."
"대가를 지불하는 건 잊지 말라고."
아내들의 매정한 눈빛을 받아내며, 켈렌은 다짐했다.
어느 정도는 떠나있어야겠다는 것을.
"그래도 너무 오래 떠나지는 말고."
"보고 싶어질 정도로 오래 가는 건 안돼."
"이틀 정도가 적당하겠는데."
소리치려던 켈렌은 수적 열세를 깨닫고 그만뒀다.
지금은 강경대응보다 우호적으로 행동해야 했다.
"고마워, 다들."
"말로만?"
켈렌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침부터 자신을 열받게 하다니, 징벌이 필요해 보였다.
"꺅!"
거칠게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스텔라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켈렌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으에..."
프리나까지도 제압해버린 후에, 켈렌은 얼음사탕을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스트레스가 겨우 풀리는 것 같았다.
"음?"
창밖 풍경을 즐기던 켈렌은 저택으로 뭔가가 날아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갈기갈기 찢긴 종이들이 새의 형태로 뭉쳐져서 날아오는 듯한...
켈렌의 감각은 정확했다.
느낀 그대로의 상황이었다.
"뭐지?"
켈렌이 마력을 불어넣자, 복원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것은 바루펠이 마탑을 붕괴시키고 새로이 설립한 마법학교의 서신이었다.
그곳의 교장이 켈렌에게 학교에 방문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좋군."
켈렌은 그 순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던 건 평온하고 안정적인 인생이 아니었다.
즐거움이 멈추지 않는 인생.
심심풀이 땅콩이 넘쳐나는 인생이었다.
"나 텔라카에 다녀와야겠어."
"마법학교?"
"맞아. 이번에 특별 강읜지 뭔지를 부탁하더라고."
"잘 다녀와. 아니면, 우리도 같이 가서 강의 좀 들을까?"
"...부끄러우니까 절대 안돼."
"무조건 같이 가야겠네."
세 아내가 냉큼 외출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에, 켈렌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곧 마법학교에서 보낸 마차가 도착했고, 켈렌은 세 아내와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날아가면 하루가 안 걸릴 거리를 이틀씩이나 걸려서 마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켈렌을 더 괴롭게 했다.
"가는 길에 아데카에 들렀다 가자."
"왜?"
"정리할 게 있어서."
카르샤가 말을 꺼내자 스텔라가 말을 이었다.
"난 르뤼네르에 볼 일이 좀 있는데."
"그래?"
"이부린이 빙수가 명물이래."
"먹으러 가자..."
일정이 사흘로 뛰자 켈렌은 두통이 심해지는 걸 느꼈다.
마왕군과 싸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그럴 거면 이 마차로 움직일 필요가 있나?"
"보내준 성의를 봐서라도 타고 가야지."
"예의상이지."
"누구나 마력이 넘치는 건 아니라서."
켈렌은 손가락을 까딱 움직여 아공간 마력 저장소를 꺼내들었다.
마력의 절반을 때려붓고 나서야 흥분이 좀 가라앉았다.
"그럼 먼저 이부린으로 가겠습니다."
마부는 켈렌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거들었다.
세 아내는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지만, 켈렌은 지금이라도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선지 요즘 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몸은 한가한데 정신은 바쁜, 이 불쾌한 이질감이 켈렌을 점점 몰아붙이고 있었다.
"허."
이윽고 이부린에 도착하자 마을 전체에서 팥과 각종 과일 냄새가 희미하게 나고 있었다.
"그냥 명물도 아닌 모양이네."
빙수 가게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마을에만 빙수 가게가 서른 개가 넘었으니 찾기는커녕 고르는 게 문제였다.
"두 곳 정도만 갈까...?"
"다섯 군데."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하던 프리나가 반색했다.
켈렌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저기부터!"
켈렌은 환하게 웃는 프리나를 보다가, 다른 두 아내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카르샤는 마을 구경을 하고, 스텔라는 근처 숲에서 명상이나 좀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가도 돼?"
"그래."
"마음대로."
자아를 가진 분신을 만드는 건 내키지 않지만, 켈렌은 아내들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아내들과 떨어지고 싶지도 않았고.
얼음 분신의 그림자 속으로, 마을 외곽으로 사라지는 카르샤와 스텔라를 지켜보던 켈렌과 프리나는 빙수 가게로 들어섰다.
마을에서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큰 가게는 그 규모와 장식만큼이나 맛있어보이는 빙수가 나왔다.
마을 공기의 옅게 새겨진 과일과 팥 냄새는 이곳이 원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채로운 재료로 꾸며진 빙수.
맛은 보이는 그대로였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간 가게는 가장 허름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직접 간 얼음에 달콤한 팥을 얹고, 콩가루와 작은 떡을 얹은 빙수가 나왔다.
얼음은 시원했고 단팥은 훌륭했다.
콩가루는 고소했고 떡은 쫀득했다.
맛있는 빙수였다.
"아, 맛있었어. 인간계는 역시 좋은 게 많다니까."
"그렇지? 아직 못 먹어본 게 많으니까 천천히 도전해보자고."
"그거 아주... 훌륭한 생각인데?!"
시간에 맞춰 두 아내도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프리나와의 하루를 마치고, 켈렌은 잠에 빠졌다.
좋은 꿈은 아니었다. 완벽히 그 반대랄까.
프리나는 켈렌을 버리고 아츠라카로 떠났다.
그 뒷모습을 잊기도 전에 그는 물처럼 녹아내려서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웅덩이가 된 채 죽었다.
눈을 뜨자 스텔라가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매혹당하거나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겠지만, 지금의 켈렌은 달랐다.
조용히 눈을 떼고 미간을 짚었다.
그 불쾌하면서도 의문스러운 반응에 스텔라는 켈렌을 가만히 응시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없었다.
"미안해. 지금은 좀... 머리가 이상하네."
"맞아. 돌아버린 것처럼 보이긴 하네."
"...미안해."
기절하듯 눈을 감고 마차 벽에 머리를 기댄 후, 켈렌은 마력이 안정화되는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 목적지인 르뤼네르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마력은 불쾌해질 정도로 뒤틀렸다.
"자주 다니던 신전이 있어. 한번쯤 가보고 싶어서."
"가자."
스텔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켈렌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켈렌의 불안정한 마력을 느끼면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
반대로 켈렌은 스텔라의 마력을 느끼며 자신의 마력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임시방편이니까 주의해. 그보다 힘든 게 있으면 말해줘야 알지."
스텔라가 마력을 내뿜으며 말했다.
켈렌은 그녀가 화를 낼때마다 보여주는 습관이란 걸 알았지만, 대답을 피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도 모르는데 남에게 말해서 어쩌겠는가.
고작해야 동정 어린 위로나 받을 터였다.
해결책은 고사하고 문제를 알아야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제장님!"
신전에 도착한 스텔라는 신전 주변을 청소하던 중년의 여성에게로 달려갔다.
켈렌은 그 사제장에게서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력량은 평범했지만 신성력은 켈렌의 마력에 버금갈 수준이었다.
"안녕하세요."
스텔라를 반갑게 맞이한 사제장은 멀뚱히 서 있는 켈렌에게 인사를 건넸다.
켈렌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신전은 마법사에겐 어색한 장소였다.
신관과 마법사 또한 어색한 사이였기에, 켈렌은 들어가길 꺼렸다.
하지만 사제장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며, 켈렌을 초대했다.
"감사합니다."
그곳에서 켈렌은 홍차와 견과류를 대접받았다.
신성이 충만한 장소라 그런지, 혼란하던 켈렌의 마음속이 안정됐다.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지워졌다는 게 아쉬울 뿐.
"잠시 산책을 좀 하고 올 테니 기다려."
스텔라는 사제장과 함께 신전 바깥으로 나갔고, 켈렌은 땅콩과 호두를 집어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스텔라가 돌아오자 이곳에서의 추억 같은 화제로 잡담을 나누었다.
떠나기 직전, 사제장은 켈렌에게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선물로 건넸다.
신성력을 가득 머금은 술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신전을 떠나 마차로 몇 시간을 더 나아가자, 마지막 경유지인 아데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얼음마법은 쓸모가 없다
90.책임조회 : 2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3 89.카토를 만나다조회 : 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88 88.특별반조회 : 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23 87.교수 켈렌조회 : 13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46 86.텔라카 마법학교조회 : 1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11 85.문제 해결조회 : 1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03 84.불쾌한 징조조회 : 1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80 83.후폭풍조회 : 16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9 82.틀리지 않는다조회 : 1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80 81.불길한 예감은조회 : 1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77 80.켈렌의 결혼식조회 : 1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9 79.여제의 방문조회 : 2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2 78.새로운 시대조회 : 1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6 77.되찾은 평화조회 : 2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2 76.휴전 협정조회 : 2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72 75.반역조회 : 3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91 74.마계 정벌(4)조회 : 3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02 73.마계 정벌(3)조회 : 5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09 72.마계 정벌(2)조회 : 3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81 71.마계 정벌(1)조회 : 4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88 70.마계 침공조회 : 4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18 69.전쟁(4)조회 : 4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86 68.전쟁(3)조회 : 4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87 67.전쟁(2)조회 : 53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6 66.전쟁(1)조회 : 5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39 65.제국으로 돌아오다조회 : 4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05 64.아츠라카(7)조회 : 4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5 63.아츠라카(6)조회 : 3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35 62.아츠라카(5)조회 : 4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7 61.아츠라카(4)조회 : 46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15 60.아츠라카(3)조회 : 5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83 59.아츠라카(2)조회 : 5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3 58.아츠라카(1)조회 : 5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10 57.파헤치다(2)조회 : 4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86 56.파헤치다(1)조회 : 6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4 55.짧은 평화조회 : 6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9 54.마왕 토벌 그 후조회 : 7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51 53.마왕 토벌(4)조회 : 77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45 52.마왕 토벌(3)조회 : 9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35 51.마왕 토벌(2)조회 : 7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85 50.마왕 토벌(1)조회 : 8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31 49.마왕 토벌 D-1조회 : 8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7 48.마왕 토벌 D-3조회 : 8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05 47.마왕 토벌 D-5조회 : 7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2 46.마왕 토벌 D-7조회 : 8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9 45.마왕군 격파(2)조회 : 6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22 44.마왕군 격파(1)조회 : 6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6 43.마왕군 전군 출격조회 : 6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22 42.잔당 토벌조회 : 1,0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94 41.마브론 평원 전투(5)조회 : 9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70 40.마브론 평원 전투(4)조회 : 1,1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8 39.마브론 평원 전투(3)조회 : 1,1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22 38.마브론 평원 전투(2)조회 : 1,1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9 37.마브론 평원 전투(1)조회 : 1,1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71 36.셰르테르조회 : 1,3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05 35.탐색전조회 : 1,1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79 34.파르델린 화산 지대조회 : 1,1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1 33.하르곤 숲조회 : 1,15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3 32.여정의 시작조회 : 1,1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9 31.크란토레아조회 : 9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2 30.마경, 크란토레아조회 : 6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025 29.벨 마즈(2)조회 : 4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03 28.벨 마즈(1)조회 : 4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51 27.쿠라스와의 재회조회 : 1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25 26.다시 나그랑으로조회 : 1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9 25.네메룬조회 : 1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46 24.바르하, 네메룬조회 : 1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87 23.사크란 신전(3)조회 : 1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13 22.사크란 신전(2)조회 : 11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02 21.사크란 신전(1)조회 : 21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52 20.전쟁의 조짐(2)조회 : 1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2 19.전쟁의 조짐(1)조회 : 1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16 18.해프닝조회 : 17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36 17.카르샤조회 : 1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43 16.동부, 에스토(2)조회 : 1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57 15.동부, 에스토(1)조회 : 21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5 14.바루펠조회 : 1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32 13.혼돈(2)조회 : 2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2 12.혼돈(1)조회 : 3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97 11.던전 탐색(3)조회 : 1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77 10.던전 탐색(2)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24 9.던전 탐색(1)조회 : 1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73 8.오크 부락 파괴조회 : 1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7 7.마법 연구?조회 : 11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49 6.새로운 시작(2)조회 : 1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78 5.새로운 시작(1)조회 : 2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4 4.칸케스조회 : 17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6 3.재능의 개화(3)조회 : 18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7 2.재능의 개화(2)조회 : 18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42 1.재능의 개화(1)조회 : 2,3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