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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기억을 잃은 지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의뭉스러운 남자 윤재하를 만난다. 자신과 다르게 값비싼 정장을 입은 세련되고 잘생긴 재하는 어쩐 일인지 아버지의 안치단에 국화꽃을 놓고 간다. 저와 엮일 일 없는, 다른 세계에 사는 부류인데 재하는 지호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지호는 아직도 아버지를 미워하나 봐.”
남자의 동굴같은 목소리에 지호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유골함에만 머물렀던 남자의 시선이, 빨려들어갈 듯 새카만 눈동자가 서서히 움직여 저를 향했다.
“신기하네. 기억을 잃어도, 감정은 남아있는 걸 보니.”
이 남자와 무슨 사이였을까, 남자의 가로로 긴 눈과 오뚝한 코, 모양이 예쁘게 잡힌 입술과 심지어 분위기마저 생소했다. 재하는 싱긋 웃으며 지호에게 다가와 궁금증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귓가에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과 훅 풍기는 머스크 향에 지호는 차마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잘 알지. 나는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
“섹스하던 사이였잖아, 우리.”
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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